FUN 과학 

제 2194 호/2014-08-13


굽이 낮은 플랫슈즈, 족저근막염 일으킨다?!

“아이고,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아파!”

방학이 됐는데도 태연이네 가족은 아무데도 갈 수가 없다. 일주일 전 족저근막염 수술을 받고 하루 종일 ‘아이고, 아이고!’만 외치고 있는 아빠 때문. 바다로, 계곡으로 떠날 생각에 마냥 들떠 있던 태연, 심술이 제대로 났다.

“아빠가 수술을 받은 건 정말 마음이 아픈데요, 간단한 수술을 받고 일주일 째 아이고를 외치고 계신 건 조금 오버라는 생각도 들어요. 흥!”

“아이고! 아빠처럼 되지 않으려면 너도 밑창이 1cm 이하인 아주 판판한 신발을 오래 신으면 안 돼. 알겠지? 쪼리(플립-플랍:flip-flops)나 플랫 슈즈(flat shoes) 같은 거 말야. 족저근막염에 걸리기 쉽다고.”

“그거 신으면 발 완전 편하던데, 왜 병이 걸려요? 그리고 여름 패션의 완성은 뭐니 뭐니 해도 플랫인데, 저 같은 패션 피플이 그걸 어떻게 포기하겠어요?”

“족저근막염 때문에 수술까지 한 아빠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족저근막은 발바닥 뒤꿈치부터 발바닥 전체를 둘러싼 단단한 섬유막인데, 마치 스프링처럼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하고 아치 모양의 발 모양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단다. 이 막이 반복적인 미세 손상을 입어서 근막을 구성하는 콜라겐이 변형되고 염증이 발생한 것을 족저근막염이라고 하지. 염증이 잔뜩 생긴 발을 매일 몸무게로 짓누르고, 딱딱한 바닥으로 자극한다고 생각해 보렴. 그렇다고 걷지 않을 수도 없고. 엄청 아프겠지? 그래서 족저근막염은 매우 고통스러운 병으로도 알려져 있단다.”

“일 년 전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많이 아파 하셨잖아요. 전, 아침마다 아빠가 제 동생을 낳는 줄 알았어요. 하도 진통이 심해서.”

“엄살 아니거든!! 잠을 자거나 오래 앉아있을 때 즉, 발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족저근막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근막이 짧아지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걸으려고 하면 막이 쭉 늘어나면서 극심한 통증이 온단 말이야. 그런데 이를 악물고 몇 발자국을 걸으면 또 좀 나아져요. 그래서 치료를 미루고 미루다 보니 악화돼서 수술까지 하게 된 거란다. 그러니까 아침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발뒤꿈치가 심하게 아프다 싶으면 바로 병원에 가보는 게 좋아.

“그렇구나. 근데 플랫처럼 편한 신발이 더 안 좋다는 얘기는 뭐예요?”

밑창이 매우 얇은 플랫 슈즈를 신으면 신발 바닥이 받는 충격이 분산되거나 완화되지 않고 고스란히 발바닥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발에 상당한 무리를 준단다. 또 발바닥의 아치를 지나치게 긴장시키고 뒤꿈치에 가해지는 압력도 높이지. 가장 좋은 신발 굽 높이는 2~3cm 정도인데, 발에 실리는 몸무게의 하중과 신발 바닥이 받는 충격을 가장 고르게 분산시키는 높이가 이 정도라고 해. 물론 하이힐을 신어도 뒤꿈치에 무리가 많이 가지만, 플랫 슈즈는 하이힐보다도 1.4배나 많은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플랫 슈즈를 조심하라는 거지.”

“헐, 족저근막에는 하이힐보다 플랫 슈즈가 더 안 좋다는 얘기네요?”

“보통 하이힐만 안 신으면 발 건강은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플랫 슈즈도 안심할 순 없다는 거지. 또 평소에 운동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 등산이나 마라톤, 테니스같이 발바닥을 지속적으로 오래 사용하는 운동을 갑자기 많이 하면 그것도 족저근막염의 원인이 된단다. 그러니까 심한 운동을 하거나 플랫 슈즈를 오래 신은 뒤에, 발뒤꿈치가 주기적으로 아프기 시작했다면 되도록 빨리 병원에 가는 게 최선이야. 초기에는 주사나 고주파 치료로 해결할 수 있지만 오래 방치하면 아빠처럼 수술까지 해야 되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 시점에서 무척이나 궁금한 게 하나 생겼어요. 아빠는 플랫 슈즈도 신지 않고, 당연히 하이힐도 신지 않으며, 무리한 운동을 절대 할 분이 아니신데, 대체 왜 족저근막염이 생기신 거예요?”

그때 옆을 지나가던 엄마, 한 마디 거든다.

“그건 아빠 몸무게에게 물어보렴. 아빠처럼 비만인 경우에는 위에서 내리누르는 압력이 매우 커서 조금만 운동을 해도 족저근막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손상된다나 뭐라나~~?”

“여봉!! 나의 신체적 비밀을 발설하다니, 그건 자기랑 나만 아는 비밀이잖아용!”

“헐, 아빠 뚱뚱한 건 거울도 알고 나도 알고, 심지어는 ‘KISTI의 과학향기’도 알거든요! 아빠는 정말, 거울도 안보는 남자, 거울도 안보는 남자, 비만인 남자~ 오늘밤 나하고 우우~ 수술할거나~~”

“태연아!! 꼭 비만이어서만은 아니란다. 아빠처럼 평발(발바닥의 아치가 정상보다 낮은 편평족)인 사람들도 족저근막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구!”

하지만 태연은 이미 불룩 나온 아빠의 배만 바라볼 뿐이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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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2014-08-15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황당한 소리인지. 모르겟네요. 이게 맞는 말인가요?

마노아 2014-08-15 21:45   좋아요 0 | URL
굽이 너무 낮은 신발을 불편해 하는 저로서는 공감이 갔는데, 이제 맞는 말인지는 과학향기 칼럼니스트께 질문해야겠습니다. 근데 이게 황당한 얘기인가요?

하늘바람 2014-08-1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발 뒤꿈치 심하게 아픈데 조쓴 신발 신으면 괜찮던데요

마노아 2014-08-19 11:39   좋아요 0 | URL
조쓴 신발이 뭘까요. 뭔가 오타 같은데 짐작이 안 가서^^;;;
암튼, 저는 밑창 너무 얇은 건 싫고 최소 3~5 정도 굽이 편하더라구요.
그 이상 높으면 사실 피곤하구요.
 

어제는 조카들을 데리고 한강 수영장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큰조카는 친구들과 놀러 나간다고 했고, 날씨는 꾸물꾸물한 게 비가 올 것 같았다. 야외 수영장 갔는데 비쫄딱 맞으면... 곤란하지. 둘째 조카는 급 실망했다. 이를 어쩌나....


그러고 있을 때 요 페이지를 보았다.


http://m.blog.daum.net/2020wkid/8723









연아양의 아름다운 갈라쇼들을 보고 있자니 은반 위로 당장 날아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 아이스 링크 장으로 가는 거야!


그래서 부랴부랴 고대 아이스 링크 장으로 향했다. 물건 반품할 게 있다고 한 언니는 후발대로 오기로 하고 내가 다현양 손잡고 링크장으로 갔다. 다현양은 이번이 세번째 가는 거지만, 나로서는 생애 첫 스케이팅이었다. 와, 완전 긴장 돼!


모르면 물어봤어야 했는데, 몰라서 뭐가 필요한 건지 물어볼 생각도 안 하고 무턱대고 간 게 실수였다.

무릎 길이 스판 바지를 입고 반팔 롱티를 입고 갔는데, 도착해 보니 열라 추웠다. 아뿔싸! 여기 얼음 천지지!


다현양은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 신고 바람막이도 입었건만, 나는 반바지에 반팔티... 게다가 장갑도 없어.ㅜ.ㅜ

장갑 거기서 팔고 있었는데 그것도 몰랐다. 나중에 언니 오고 나서야 급히 장갑 사옴. 목장갑 700원에 팔더라.ㅎㅎ


처음 얼음 위로 나갔을 때 후들후들, 진짜 무서웠다. 그러고 보니 초딩 때 롤러 스케이트 타본 게 다였다. 인라인도 타본 적 없다. 음, 많이 위험해 보이는 걸. 게다가 추워!


다현양은 쌩쌩 달리고, 나는 추위와 공포와 싸우면서 어렵게 한바퀴. 돌다 보니 오른발은 떼어지는데 왼발은 좀처럼 얼음 위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아아, 그런데 사람들은 왜들 이렇게 잘 타는겨...


20여 분을 달리고 처음으로 꽈당! 넘어졌다. 아흐 동동다리... 얼음 판 위에서는 더 아프구나. 얼음 짚고 일어나자니 맨 손이 너무 아프다. 우웨에...ㅜ.ㅜ


그리고 다시 20분 뒤 콰당! 이번엔 일어서다가 또 콰당! 몰랐는데, 간식 사온 언니 만나러 나가 보니 무릎에선 피나고 종아리는 다 쓸렸다. 아포라...


장갑 끼고 재무장한 채 들어가보니 이번엔 쉬는 시간이다. 얼음 다지고 있다. 


언니는 춥다고 링크장 밖으로 나가 있고 다현양과 나는 다시 돌았다. 열심히~


속도도 좀 붙고, 왼발도 가끔씩은 뗄 수가 있어서 꽤 기분 좋게 달렸다. 헬멧 아래 머리카락은 땀으로 다 젖어버렸다. 

다음에는 긴옷 제대로 갖춰 입어야지. 오늘은 너무 준비가 부족했어. 

나 초딩 5학년 크리스마스 날 교회 선생님과 처음 롤러 스케이트 타러 여의도 광장 갔었지.

그날 무려 56번 넘어졌는데, 새걸로 입고 간 내복 구멍 났었지.

근데 집에 와서 엄마한테 혼나지는 않았어. 그게 참 신기하지.

인라인은 롤러스케이트보다 더 재밌겠지?

예전에 롤러 스케이트 타고서 춤추던 그룹 있었는데... 야차? 야자? 뭐더라? 

뭐 암튼.......응? 응? 응???

.

.

.

.

꽝!


너무 많은 생각을 했나 보다. 어느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넘어졌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세상에, 폐를 다친 것도 아닌데 숨이 안 쉬어져!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어질어질해서 앞이 안 보일 지경. 하필 출구에서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지점이어서 거의 한바퀴를 더 돌아야 했다. 


다현아, 너 좀 더 놀고 오렴. 이모는 이제 나갈래. 못 견디겠어...;;;;


나와서 살펴 보니 옷 위로도 혹난 것처럼 부풀어오른 게 느껴진다. 흑흑... 너무 아포...ㅜ.ㅜ


집에 돌아올 때는 폭우가 쏟아졌다. 춥고 아프고, 서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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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보니 허벅지에 엉덩이가 생긴 것처럼 불룩 튀어나왔다. (저거 엉덩이 아님..;;;;)

 

펼친 부분 접기 ▲


오늘 수영장 가면 가관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마치, 마대 자루 부러지게 매타작 당한 것처럼 생기지 않았는가. 

팔다리도 쑤시는데 멍은 들지 않았다. 시간이 약이겠지? 후시딘은 까진 상처에만 발랐다. 멍 빨리 빼는 약도 있던가??


육지 위에서 하는 운동도, 물 속에서 하는 운동도 모두 힘들겠지만, 얼음 위에서 하는 운동도 보통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딱딱하고 애리기까지 하는 얼음 위에서 대체 얼마나 많이 넘어지면서 연습들을 할까. 다들 대단대단...


목요일에는 오션월드 가자고, 조카들이 엄청 기대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멍 안 빠지겠지? 흑... 래쉬가드도 미리 사놨는데...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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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8-1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정녕 허벅지가 지금 이런 상태인겁니까?
약국가면 멍 빨리 빼는 연고 팔아요.
아우..얼마나 아플까 ㅠ..ㅠ

인공빙질은 증말 늠 후져서 논바닥에 꽝꽝 얼려놓고 타는게 진짜 재밌는데
이젠 겨울이 전처럼 춥지않아서 논에 얼리는 스케이트장은 한달도 개장 못하는거 같더라구요.
스케이트든 인라인이든 급 타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4-08-12 09:24   좋아요 0 | URL
오! 멍 빨리 빼는 연고가 있어요? 처음 알았어요. 아 나도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ㅠㅠ
마노아님, 아무개님 말대로 얼른 약국가서 연고 사다 발라요. 와, 엄청 아프겠다. ㅜㅜ

마노아 2014-08-12 11:41   좋아요 0 | URL
어제 수영샘이 그러는데 병원 가면 주사로 붓기 가라앉게 빼주는 게 있대요.근데 잘 안 해주려 한다고 하네요.
그냥 약국 가서 연고 사야겠어요. 울 언니는 시간 지나면 빠지는데 그냥 냅두라는데, 아무래도 멍이 빨리 빠지면 덜 아프지 않을까 싶어서요.
어릴 때 누가 스케이트를 줬는데 스케이트장 가질 못해서 그냥 맨 바닥에서 신고 놀았어요. 날 다 망가졌죠. 지금 생각해 보면 링크장 별것도 아닌데 그거 한번 가는 게 어려웠네요..;;;;

순오기 2014-08-1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많이 아프겠어요.ㅜㅜ
멍 빠지는 연고, 나도 오래전에 써 봤어요.
근데 너무 심하게 멍들어서 그랬는지 효능은 못 느꼈어~ 결국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더라는.ㅠ
그래도 용감하게 도전한 마노아님 최고!!!
덕분에 연아의 갈라쇼를 즐겼네요~ 감사!^^

마노아 2014-08-13 22:02   좋아요 0 | URL
멍 빠지는 연고 어제부터 바르고 있는데, 연고보다 냉찜질이 더 효과를 본 것 같아요.
어제보다 확연히 붓기가 빠졌어요.
붓기가 빠지니 통증도 많이 줄었어요. 근데 멍은 더 진해지고 흉해졌답니다.ㅜ.ㅜ
역시 시간이 답이에요.^^ㅎㅎㅎ
우리 연아는 언제 봐도 예술이에요~ ^^

2014-08-12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3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4-08-1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내가 다 아픈것 같아요. 난 가끔 축구선수들 뻥뻥 나가떨어질때 얼마나 정신이 없을까, 숨도 못 쉴거야.. 그런 생각 하는데 정말 아프죠? 숨 쉬기도 힘들정도로 아프죠? 그래도 또 가겠다 하시니 재미있으셨나봐요 ^^

마노아 2014-08-13 22:03   좋아요 0 | URL
오늘 수영장 갔더니 제 다리가 화제가 되어버려서 아주 민망했답니다. 모두들 왜 그러냐고 궁금들 하셔서리~ ㅎㅎㅎ
지난 일요일에는 정말 아파 죽을 것 같았는데, 그럼에도 다시 가고 싶어용~ 다음에는 복장과 균형을 모두 장착하고 다녀오겠습니다.^^ㅎㅎㅎ
 


'반사'랑 '어쩌라고?' 꼭 추가됐으면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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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8-11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래서 어쩌라고?? ㅠ
공감해요.

마노아 2014-08-11 16:51   좋아요 0 | URL
'좋아요' 하나만으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없는 다양한 사례들이 넘쳐나요...;;;;;
 

 책머리에

오래 기억하고, 그치지 않고 분노하기

 

참사 직후, 우리는 참혹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뜻을 되새기기 위해 여기에 다시 싣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다. 무너진 것은 국가 안전 시스템만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일의 뜨거움과 생명 가진 것들의 존엄 자체가 냉혹한 이윤과 차가운 권력 앞에서 침몰해버렸다. 말의 질서와 말의 윤리를 믿는 작가들이 더욱 망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의 힘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피폐를 응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국가가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들의 박해받는 슬픔이 가진 생명력을 믿고자 한다. 여전히 말은 무력하고 인간을 위한 세상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 먼 곳이 반드시 가야 할 길임을 알기에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

문학은 본래 세상의 모든 약한 것들을 위한 것이고 세상의 가장 위태로운 경계에 대한 증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 기억하고, 그치지 않고 분노하며 끈질기게 싸울 것이다. 이러한 문학의 언어를 두려워할 줄 아는 권력을 원한다. 정권의 안위가 아니라 위임받은 권력의 책임에 민감한 정부를 원한다. 이 정부를 허용하고 방임한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음을 자인하며 그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는 무능하고 진실을 억압하는 데에는 능란한 정부의 자격을 캐물을 것이다.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나서는 오만과 착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누가 그들에게 그럴 권리를 주었단 말인가. 위임받은 권력으로 국가를 참칭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그 착각을 허락한 적이 없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가치만 지킬 것을 요구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세월호에서 가족과 친구와 연인을 잃은 비통한 슬픔을 디딤돌 삼아 우리는 이렇게 다짐한다. 우리의 자존을 겁박하는 권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모든 부정에 회피하지 않고 맞설 것이다. 우리의 미래와 사랑을 자본에게 통째로 맡기는 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희망을 퍼뜨리면서 절망과 싸울 것이며 사랑을 지키면서 억압을 깨뜨릴 것이다. 정의를 말하면서 협잡을 해체할 것이며 공동체를 껴안으면서 권력의 폭력을 고발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위해서라면 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이것이 문학의 윤리이며 문학이 말하는 자유임을 믿기 때문이다.

*

따라서 이 시집은 우리의 슬로건이다. 맹골수도 검푸른 바닷속에 잠든 영혼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_ 2014년 7월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두고

 

* 2014년 6월 2일 문학인 시국 선언 「우리는 이런 권력에게 국가 개조를 맡기지 않았다」 일부 발췌. - 8-10쪽


접힌 부분 펼치기 ▼

 


예슬이의 꿈 전시회를 다녀왔다. 다녀온지 조금 지났지만 이제사 정리해 본다. 


서촌갤러리는 예전에 언니가 운영하던 가게에서 한정거장 정도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이날은 몇 가지 계획이 있었다. 먼저 중국집 '중국'에 가서 점심을 먹는 거였다. 화교가 운영하는 중화요리 전문점인데, 하루에 딱 100인 분만 판다. 모두가 곱배기를 먹으면 50명으로 영업 끝내는 그런 집이라고, 탁피디의 여행 수다에서 들었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은 일품이라기에, 게다가 내가 아는 동네라서 언니와 조카들과 함께 작정하고 다녀왔다. 하지만 내가 간 날은 하필 여름 휴가 기간..ㅜ.ㅜ




(이 사진 안에 나의 동행인이 다 담겼구나!)


이 중국집 '중국'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우당 이회영 기념관이 있다. 전날 아해들에게 단기 속성으로 독립운동가들 책을 읽히고 나온 참이었다. 이회영 기념관 사진은 나중에 다시 정리하기로 하고 패쓰~


많이 더웠고 많이 배고팠기에 근처 수타면 중국집에서 맛도 없고 양도 적지만 가격은 비싼 점심을 먹고, 서촌 갤러리로 향했다. 



1층에서 2층 올라가는 계단에 걸려 있던 사진이다. 이렇게 싱그러운 아이들이었다.ㅜ.ㅜ


난파된 교실

 

나희덕

 

아이들은 수학여행중이었다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그 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나사들처럼 부품들처럼

주황색 구명복을 서로 입혀주며 기다렸다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공장의 유니폼이라는 것도 모르고

물로 된 감옥에서 입게 될 수의라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은 끝까지 어른들의 말을 기다렸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누군가 이 말이라도 해 주었더라면

몇 개의 문과 창문만 열어 주었더라면

그 교실이 거대한 무덤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수학여행중이었다

파도에 둥둥 떠다니는 이름표와 가방들,

산산조각 난 교실의 부유물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아름다운 이름이 있었지만

배를 지키려는 자들에게는 한낱 무명의 목숨에 불과했다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순간까지도

몇 만 원짜리 승객이나 짐짝에 불과했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사랑하는 부모가 있었지만

싸늘한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햇빛도 닿지 않는 저 깊은 바닥에 잠겨 있으면서도

끝까지 손을 풀지 않았던 아이들,

구명복의 끈을 잡고 죽음의 공포를 견뎠던 아이들,

아이들은 수학여행중이었다

죽음을 배우기 위해 떠난 길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교실에 갇힌 아이들이 있다

책상 밑에 의자 밑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다리와

유리창을 탕, 탕, 두드리는 손들,

그 유리창을 깰 도끼는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가 - 65쪽



여동생과 자신을 그린 그림이다. 이 모든 그림들을 고이 보관해 오신 부모님의 정성이 뜨겁고, 그래서 눈시울은 더 뜨거워진다. 


화인(火印)


도종환

비 올 바람이 숲을 훑고 지나가자

마른 아카시아 꽃잎이 하얗게 떨어져 내렸다

오후에는 먼저 온 빗줄기가

노랑붓꽃 꽃잎 위에 후드득 떨어지고

검은등뻐꾸기는 진종일 울었다

사월에서 오월로 건너오는 동안 내내 아팠다

자식 잃은 많은 이들이 바닷가로 몰려가 쓰러지고

그것을 지켜보던 등대도

그들을 부축하던 이들도 슬피 울었다

슬픔에서 벗어나라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

섬 사이를 건너 다니던 새들의 울음소리에

찔레꽃도 멍이 들어 하나씩 고개를 떨구고

파도는 손바닥으로 바위를 때리며 슬퍼하였다

잊어야 한다고 너무 쉽게 말하지 마라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눈물을 털고 일어서자고 쉽게 말하지 마라

하늘도 알고 바다도 아는 슬픔이었다

남쪽 바다에서 있었던 일을 지켜본 바닷바람이

세상의 모든 숲과 나무와 강물에게 알려준 슬픔이었다

화인처럼 찍혀 평생 남아 있을 아픔이었다

죽어서도 가지고 갈 이별이었다 - 67쪽 



고만고만한 나이에 모두가 그렸을 법한 고만고만한 그림이었다. 그래도 부모 눈에는 대견했고 예쁘고 사랑스러웠을 것이다. 왜 아니 그랬겠는가. 그렇게 애정으로 간직해온 그림들은 이제 유품이 되었다. 이조차도 없는 유족들은 이렇게 추억할 무언가가 남아 있는 것을 한없이 부러워하게 되었다. 죽어 나온 시신을 찾은 부모를 부러워해야 하는,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유족들처럼......


부를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

4월 16일 이후

 

박찬세

 

선원을 선원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선장을 선장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사장을 사장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해경을 해경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장관을 장관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총리를 총리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배를 배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바다를 바다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파도를 파도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너희들을

꽃 같은 너희들의 이름을 부를 수 없게 되었다 - 77쪽




세월호 최후의 선장 박지영

 

백무산

최초에 명령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가만있으라, 지시에 따르라, 이 명령은

배가 출항하기 오래전부터 내려져 있었다

선장은 함부로 명령을 내리지 말라, 재난대책본부도

명령에 따르라, 가만있으라, 지시에 따르라

 

배가 다 기운 뒤에도 기다려야 하는 명령이 있다

목까지 물이 차올라도 명령을 기다리라

모든 운항 규정은 이윤의 지시에 따르라

침몰의 배후에는 나태와 부패와 음모가 있고

명령의 배후에는 은폐와 조작의 검은 손이 있다

이 나라는 명령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걸 기억하라

열정도 진정성도 없는 비열한 정부, 입신출세와

대박 챙길 일밖에 아무 관심도 없는 자들의 국가,

선장은 단순잡부 계약직, 장관은 단순노무 비정규직

그들이 내릴 줄 아는 명령은 단 한 가지뿐

가만있으라, 명령에 따르라

 

저 환장하도록 눈이 부신 4월 바다를 보면서

아이들은 성적 걱정이나 했을까

지시를 어기고 멋대로 뛰쳐나간 너희들 반성문 써야 할 거야

물이 목에 차올라오는데, 이러면 입시는 어떻게 되는 거지, 걱정했을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서해훼리호가 침몰하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지하철이 불타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분노는 안개처럼 흩어지고, 슬픔은 장마처럼 지나가고

아, 세상은 또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재난 따윈 나쁜 것만도 아니라는 저들

촛불시위와 행진과 민주주의가 더 큰 재난이라 여기는

저들이 명령을 하는 동안은, 결코

 

뒤집어라, 뒤집힌 저 배를 뒤집어라

뒤집어라, 뒤집힌 세상을 뒤집어야 살린다

탐욕으로 뒤집힌 세상, 부패와 음모와 기만으로 뒤집힌 세상

이게 아닌데, 이럴 순 없어, 뒤집지 못한 우리들

가슴을 치며 지켜만 봐야 하다니, 회한의 눈물을 삼키며

우리가 너희들을 다 죽이는구나, 뒤집어라,

폭력과 약탈로 뒤집힌 세상을 뒤집어야 살린다

이렇게 내버려둘 순 없어 저 죽음을 뒤집어라

뒤집지 않고서는 살리지 못해 저 죽음의 세력을 뒤집어라

 

뒤집힌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그들

돌아앉아 돈이나 세고 있는 그들

자살 행렬은 내 알 바 아니다 약속을 뒤집고

경제 민주화에서 뛰어내려 저만 살겠다고 달아난 그들

이미 구원받은 사람만 구원하는 정치

아이들과 약자들을 외면하고 가진 자들과

힘 있고 능력 있는 자들만 구출하는 구원파 정부

자기 패거리만 구원하고 나머지는 연옥에 밀어 넣는

구원파 정당들, 새나라구원당들

아, 뒤집히고 나서야 보이다니

저들과 우리는 한배를 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배를 타지 않은 자를 선장으로 뽑다니!

 

뒤집어라, 그들의 명령과 지시를

그리고 저 고귀한 지시를 따르라, 승객을 버리고

선장과 노련한 선원들이 첫 구조선으로 달아난 그 시각

선원은 마지막까지 배를 지킨다! 구명조끼를 벗어 주고

한명이라도 더 구하려다 끝내 오르지 못한 스물두 살

4월을 품은 여자 박지영, 그가 최후의 선장이다

그 푸르른 정신을 따르라, 뒤집어진 걸 바로 세우게 하는

죽음을 뒤집는 4월의 명령을! - 83쪽



단란했던 저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근처까지라도 가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중국 관광객도 다가가서 얼마든지 사진을 찍어가는 청와대까지, 세월호 유족은 경찰들의 제지로 접근하지 못한다. 아득하게 보이는 소중했던 저 시간만큼 멀게 느껴진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송경동


돌려 말하지 마라

온 사회가 세월호였다

오늘 우리 모두의 삶이 세월호다

자본과 권력은 이미 우리들의 모든 삶에서

평형수를 덜어냈다

사회 전체적으로 정규적 일자리를 덜어내고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성을 주입했다

그렇게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노동자 세월호에 태워진 이들이 900만 명이다

사회의 모든 곳에서

'안전'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어야 할 곳들을 덜어내고

그곳에 '무한 이윤'이라는 탐욕을 채워 넣었다

이런 자본의 재해 속에서

오늘도 하루 일곱 명씩 산재라는 이름으로

착실히 침몰하고 있다

생계 비관이라는 이름으로

그간 수많은 노동자 민중들이 알아서 죄초해가야 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이들이 지하 선실에 가두어진

이 참혹한 세월의 너른 갑판 위에서

자본만이 무한히 안전하고 배부른 세상이었다

그들의 안전만을 위한 구조 변경은

언제나 법으로 보장되었다

무한한 자본의 안전을 위해

정리해고 비정규직화가 법제화되었다

돈이 되지 않는 모든 안전의 업무가

평화의 업무가 평등의 업무가 외주화되었다

경영상의 위기 시 선장인 자본가들의 탈출은 언제나 합법이었고

함께 살자는 모든 노동자들의 구조 신호는 외면당했고

불법으로 매도되고 탄압당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자본의 이동은 언제나 자유로운 합법이었고

위험은 아래로 아래로만 전가되었다

그런 자본의 무한한 축적을 위해

세상 전체가 기울고 있고 침몰해가고 있다

그 잔혹한 생존의 난바다 속에서

사람들의 생목숨이 수장당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돌려 말하지 마라

이 구조 전체가 단죄받아야 한다

사회 전체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이 처참한 세월호에서 다시 그들만 탈출하려는

이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위험한 세월호의

선장으로 기관장으로 갑판원으로 조타수로 나서야 한다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평형수로 에어포켓으로

다이빙벨로 긴급히 나서야 한다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이 자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 89쪽



별이 되어라

 

이선식

 

느닷없이 날아든 이 청천벽력은 무엇인가.

꽃들을 싣고 봄 바다로 나갔던 배가

탐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라앉았다.

가슴속에 키워오던 무궁무진한 사랑을 보여줄 시간도 없이

어린 꽃들의 꿈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저 무지막지한 폭력은 무엇인가.

 

하얗게 질린 꽃들의 마지막 절규가

공기 방울로 떠오르는 순간에도

밥그릇의 크기를 가늠하던 저 어처구니없는 시대의 불온

도착한 구조대가 형식만을 구조하는 동안

영원한 침묵이 되어 꽃들이 떠올랐다.

 

드러나는 탐욕의 거미줄

얽히고설킨 저 암흑의 거미줄을 모른 체한다면

이 땅에서 봄을 영원히 지워버리겠다는 침묵

시간의 밀봉성을 믿고 기억이 연소될 때까지만 기다리면

결국 슬픔도 관심도 뿔뿔이 흩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의 파고에 완강하게 저항하는 무거운 침묵들을 보라

이 어처구니없는 참혹을 잊는 순간 또 다른 참혹이 오나니

하늘을 속인 저 전대미문의 배반을 잊지 말자.

 

파란 대문과 전봇대와 낡은 자전거가 있던 익숙한 골목도

먼발치 어여쁜 소년 소녀를 기다리던 정류장도

가지마다 빼곡하게 꽃망울이 맺히던 교정도 다 그대로인데

모두들 어디로 갔느냐.

 

억울하게 지워진 희망들아

이 언어도단이 밝혀질 때까지는

그 무슨 목표 달성도 복지 사회도 어떤 허울 좋은 구호도

대한민국이란 이름 위에 정당화될 수 없단다.

 

잠재적 빛이었던 아이들아

끝내 돌아오지 못한 우리의 내일이었던 영혼들아

이 불온한 세상을 밝히는 별,

별이 되어라!

거역할 줄 모르던 환한 얼굴들아, 순박한 이름들아 - 123쪽



예슬이는 구두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아이의 습작 노트를 가지고 실제 디자이너가 구두를 만들었다. 자신의 상상속 구두가 실물이 되어 세상에 선을 보였는데, 정작 그 창조자는 이 작품을 보지 못한다. 하늘 나라에서, 내려보고 있을까.



무거워 보이긴 하는데, 뒤축이 아주 단단한 재질로 되어 있어서 높은 굽에도 불구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화면에는 김장훈과 이보미 양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거위의 꿈'이 반복해서 흘러나왔고, 예슬이의 육성도 같이 나왔다. 왜 구두가 좋은지 또박또박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야무진 목소리... 이리 꿈많은 아이들이, 또 많은 꿈을 꾸었을 희생자들이 처참하게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건 단지 304개의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한 세계의, 한 우주의 침몰이었다.



이 닭대가리들아!

 

최종천

 

세월호 참사 후에 무슨 이런 나라가 있냐고,

도대체가 한심한 나라라고, 나라 원망하는 소리가 들린다.

크게 한스러운 나라 대한민국의 백성들아

이 닭대가리들아 들어라

그러니까 너희가 나라 원망을 하는 그 배경에는

나라는 곧 대통령이나 어떤 책임자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야 나라를 원망할 수는 없다.

단언컨대, 이 닭대가리들아 들어라!

나라니 국가니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산천이나

금수강산을 흐르는 물이나 공기가 아니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 백성이 나라이며 국가다

고로, 백성은 바꿀 수 없으나

군주는 바꿀 수 있다고 노자인지 맹자인지 공자인지

아니면 예수인지 마르크스인지 하는 분이 말했다.

그러므로 나라를 대통령이나 아니면 어떤 누구라고 생각하고

그를 원망하다 보면 우리는 반성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어쩌다가 대마도 그 좋은 섬이 일본의 수중에 들어갔을까?

반성이 없으면 개념이 서지 않는다. 영토라는 개념이 없기에

어영부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마도를 일본에 주어버린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는 이 지경이 된 것이냐?

나라를 대통령이나 어떤 개인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우리는 그에게 복종하게 된 것은 아닌가?

거기에는 무엇보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있다.

오! 우리는 반공의 포로다. 반공 이데올로기의 노예다.

반공을 잘만 하면 국회에 나가거나 출세를 하거나

최소한은 편하게 살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랫동안 그를, 개인을 갈아 치우지 못했다.

 

이 닭대가리들아, 나라는 바로 너 자신, 백성이다.

그러니 주체성을 회복하라,

그를 원망만 하지 말고 갈아 치워라,

그가 눈물을 보일지라도 믿지 마라,

우리 조선인은 아주 유별나게도

정에 약한 존재다.

하느님 맙소사! 우리의 주 정서가 정과 한이다.

20세기 대명천지에 정과 한으로는 되는 것이 없다.

그들이 아직은 애도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느냐,

가만히 있어야 안전하다고 하지 않느냐.

이제 슬퍼하지 말고 분노할 일이다.

슬픔의 보자기로 닭대가리를 감싸주면 조용해진다.

곧 목이 비틀리고 깃털이 뽑히고 그들의 밥상에 오를 것이다.

 

그러므로 이 닭대가리들아 국가와 나라는 너 자신임을 알라.

하다못해 어떤 물건도 디자인이 구식이고 유지비가 더 많이 들어가면

즉시 바꾸는데, 그가 대통령이든 누구든

갈아 치우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곧 나라요 국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예가 되어버린 지금 최고의 가치는 돈과 권력

돈과 권력은 대한민국의 절대적 원칙이다.

반공이 국시의 제일이 아니라 돈과 권력이 제일의 국시다.

반공이란 돈과 권력을 사수하는 방패다.

분단이 돈과 권력을 유지해주는데

저들이 통일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분단의 상황에서 근원적인 자유는 발견할 수가 없고

개인의 안보를 보장하는 것이 곧 돈과 권력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세월호의 참사는 돈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세월호는 서서히 침몰해갔다. 처음에는 가로로 길게

몸을 뒤척이며 누웠다가 서서히 엎어진 다음에

선미가 먼저 바다 밑으로 아주 서서히 가라앉았다.

우리는 화면에서 공기를 토해내며 물을 마시며

호소하는 세월호 선체의 몸부림을 무려

두어 시간 동안이나 보고 있었다. 이미 여덟 시 이전부터

배는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고 한다.

세월호가 공기를 토해내며 물을 마시며 서서히 침몰한 직후

희망이 제조되었다. 선체 안에 에어포켓이 있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과학적인 듯한 그 말에 미련을 두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배가 공기를 토해내고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도

백성은 애써 희망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러나 갇힌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는 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살아서 구조된다면 바닷속으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돈을 벌 수가 없다.

그러나 죽어서 건져내면 위험한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돈이 되는 것이다.

즉시 바다에 들어가겠다는 민간 잠수부들을 막았다고 한다.

명분과 실리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서 건져 올려질 때

그것은 선체 안에 에어포켓이 없었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

그러나 에어포켓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없을 것이라는 말은 없었다. 에어포켓은 돈을 벌기 위해 조작된 것이다.

보라 그들이 이렇게 백성을 속이고 기만한다.

국가가 그들이라고 생각하는 한에는

우리는 에어포켓이 있다는 그들의 말을 믿게 된다.

대한민국에 에어포켓은 없다.

 

이 닭대가리들아! 나라나 국가는 바로 백성, 우리 자신이다.

고장 나서 못 쓰게 된 기계나 떨어진 신발을 바꾸듯이

단호하게 그를 갈아 치워라!

그리하여 진정한 백성이 되라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단 하나

노예들만 있지 백성이 없다는 것이다. -167쪽 



남자 친구와 함께 입고 싶었다던 디자인도 옷으로 제작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소재의 치마였는데, 예슬이의 디자인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구두와 달리 옷은 실물이 디자인보다 덜 예뻐보였음...



누군가 물었다

 

허수경

 

택시 기사가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빵집 아가씨가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치과 의사가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집 앞을 쓸다가 마주친 이웃이 물었다,

당신의 고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나도 모른다, 고 말하는데

눈물이 났다

사람들이 바닷속에 있어요

엄마들이 울고 아빠들이 울고

삼촌 친구 짝사랑하던 소녀가 울고

잠수부가 울고

다 우는데 아무도 몰라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원한 실종을 완성할 일이

제 고향에서 일어났는지도 몰라요

 

택시 기사 빵집 아가씨 치과 의사 이웃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독일 어느 마을에 사는 작은 동양 여인의 고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은 모른다고 말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이건 무의식 뒤 모든 배반의 손들이 합작해서 판

무덤은 아니었을까요

그 앞에 서서 우는 사람들의 영혼마저

말려버리는 사막의 황폐함은 아니었나요

 

이십 년 동안 독일에 살면서

망설이면서도 포기한 적 없던

내 얼굴의 고향은 서러웠다

길게 울었다 눈앞에 없는

바다 앞에서

고향의 수박등이 흔들렸다. -179쪽



나도 어릴 적에 날마다 공책에 이런 집 구조도를 그렸었다. 내가 살고 싶었던 집, 내가 갖고 싶은 내 방. 우리 집에 있었으면 하는 가구들을 배치해 놓고 상상하며 즐거워 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리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더 이상 그리지 않았다. 상상하고 그리는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알아버려서였을까? 아니면 고등학생이 되니 공부하기 바빠서였을까.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시

 

휘민

 

잔인한 계절에는 유월에도 눈이 내린다

새하얀 눈은 책갈피 사이에도 소복이 쌓여

이 계절의 독서는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그날

수학여행을 떠난 너희들은 끝내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너희들이 손가락 부러져라 닫힌 철문을 긁고 있을 때

승객을 버린 선장은 제일 먼저 구조되어 젖은 돈을 말렸다

엄마들이 번호표를 들고 항구에서 너희들을 기다릴 때

공무원들은 사망자 명단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뒤늦게 대책본부를 방문한 그들의 보스는

무릎 꿇고 절규하는 모정을 외면한 채 책임자 색출만 지시했고

해경은 구조를 기다리는 뜨거운 목숨들을 주검으로 인양했다

누군가는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누군가는 없는 죄도 만들려 안달이었다

그사이 사고는 참사가 되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모두가 아픈데 그들만 아프지 않았다

 

우리가 이성을 욕망하는 순간에도 세월은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었다

실종자 수는 그대로 사망자 수가 되었고 탑승자 수는 자주 번복되었다

그사이 너희들은 학생증을 목에 건 채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은 채 뭍으로 건져 올려졌다

자식에게 나이키 신발을 사줄 수 없었던 부모는

달이 바뀌어도 남도의 낯선 항구를 떠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가슴에 노란 리본을 매달고 미안함에 울었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데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아무리 울부짖어도

한번 고꾸라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에서 멈춘 채 야만의 시간을 표류하고 있었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어두운 바닷속에

후득후득 차가운 눈발이 들이친다

우리가 넘기려 했던 책장에도 시린 눈꽃이 떨어진다

우리의 생가슴을 열어 소금 결정이 된 너희들을 뿌린다

쉼표조차 함부로 쓸 수 없는 시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시

그것이 바로 너희들이기에 -188쪽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그들이 남긴 흔적들이 갤러리 곳곳에 적혀 있고, 붙여 있고, 덩그마니 놓여 있었다. 잊지 않겠다고, 꼭 기억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목소리들이었다. 잊지 말자. 제발 잊지 말자. 


발문

 

이제,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김윤태(문학평론가)

 

패전 후 전범 재판에서 일본의 군인과 정치가들 대부분은 상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사실 전쟁 중에 내려졌던 모든 명령은 천황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나, 전승국인 미국은 천황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았다. 결국 아무도 전쟁의 책임을 지는 자가 없었다. 누군가 이를 가리켜 ‘무책임의 체계’라고 했듯이, 이는 전쟁의 책임을 일부 지도자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전 국민이 그 책임을 평등하게 지고 반성하자고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형국이 된 셈이다.

(...)

이제 정부에서는 수습을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제일 먼저 내놓은 카드가 해경 해체다. 또 책임지지도 못한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고 한다. 그러더니 급기야 ‘국가개조론’까지 들고 나온다. 우리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재난 자본주의’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참으로 끔찍하다. 재난의 절망 위에 꽃피는 자본의 음험한 욕망이라니! 이것은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 아니겠는가. -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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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1 0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11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CUS 과학

  제 2185 호/2014-08-04


큰빗이끼벌레, 자연이 보내는 경고?!

최근 4대강(한강ㆍ금강ㆍ낙동강ㆍ영산강) 유역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처음에는 강변에서 주로 보이더니 6월 10일 남한강에서는 강바닥에서도 발견됐다. 4대강 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큰빗이끼벌레가 강변에 주로 서식해 수거하면 된다던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의 대책은 틀렸다”며 “큰빗이끼벌레가 강바닥에 대거 서식하면서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4대강 조사위원회가 금강 강바닥을 촬영한 영상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강바닥에 대거 서식하고 있었다.

■ 1㎜ 크기 개체가 모여 군집 생활

해삼처럼 생긴 큰빗이끼벌레는 1㎜ 안팎의 작은 개체들이 한 덩어리를 이루며 살아가는 태형동물이다. 2014년 6월 금강에서 발견된 2m 크기의 군집은 수많은 큰빗이끼벌레가 모여 있는 셈이다.

생소한 이름 탓에 갑자기 나타난 것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사실 큰빗이끼벌레는 1994년과 2001년, 2004년의 봄ㆍ여름철 갈수기 때 대청호 등에서 이미 존재가 보고됐다. 이 외래종이 들어오게 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식장에서 키우는 수입 물고기를 통해 큰빗이끼벌레 휴면아(休眠芽)가 유입됐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휴면아는 내부의 세포덩어리를 딱딱한 키틴질이 둘러싸고 있는 태형동물의 특수 구조로, 열악한 생존 환경을 견딜 수 있게 한다. 그러다 온도 등 생육 조건이 맞으면 세포덩어리에서 새로운 개체가 형성된다.

큰빗이끼벌레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몸의 99.6%가 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벌레의 독성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강원대 최재석 환경연구소 연구 교수는 큰빗이끼벌레 자체에는 독성이 없지만 집단 폐사하는 과정에서 암모니아 등 위해성 물질이 다량 유출돼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큰빗이끼벌레의 농도가 15%인 수조에 넣은 물고기는 40분 만에 모두 폐사했다. 군체가 부패하면서 발생한 암모니아 탓이다.

반면 환경부는 큰빗이끼벌레가 독성이나 수질 오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들 벌레가 유기물을 섭취해 일시적으로나마 수질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어 쉽사리 한쪽으로 결론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 유속 감소ㆍ개흙 등 뚜렷한 변화

다만 이번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큰빗이끼벌레가 왜 4대강에서 대거 번식하게 됐느냐는 것이다.

환경 전문가, 시민단체 등은 “댐, 저수지, 호수 등 정체 수역에서 사는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에 나타나게 된 것은 4대강이 강이 아니라 호수가 돼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녹색연합 황인철 평화생태국장도 “4대강에 16개 보를 세워 물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에 물이 흐르지 않는 강이 돼 버렸다”며 “강이 호수처럼 변하는 호소화(湖沼化)가 상당부분 진척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4대강조사위원회가 6월 6~11일 4대강 27개 지점에서 유속을 조사한 결과 12곳(44%)의 유속이 초속 2㎝이하로, 측정 불가능한 정도였다. 박창근 교수는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강물이 흐르는 속도가 초당 50~100㎝였다”며 “그때보다 최소 30분의 1 수준으로 유속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4대강 보 상류 22개 지점의 강바닥 표면에서 20㎝ 깊이로 채취한 하상토의 성분을 분석했더니 16분의 1에서 256분의 1㎜ 크기인 끈적끈적한 개흙(뻘)의 비율이 평균 28%에 달했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강바닥 개흙의 비율이 10%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낙동강 20%, 영산강 20.5%, 금강 54.75%, 한강 16.33%에 달했다. 국토환경연구소 이현정 책임연구원은 “유속이 느려지면서 흙 등이 퇴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하천생태계 변화 톺아봐야

문제는 이 같은 환경에서는 녹조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고, 수질 역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유속이 느려지면 물의 자정능력이 떨어져 부영양화가 일어나기 쉽다. 게다가 수온까지 올라 식물성 플랑크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녹조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이현정 책임연구원은 “개흙이 덮으면서 강바닥이 산소가 부족한 혐기성 상태로 변해 저서 생물들이 살기 매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하천 생태계가 고유 모습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경고다. 측정 결과 물에 녹아있는 산소량을 나타내는 용존 산소량은 강 표면의 경우 4~6ppm을 기록했지만 강바닥은 0.5ppm 수준으로 거의 0에 가까웠다. 2013년 3월 남한강의 강천보에서 재첩이 집단 폐사했는데, 재첩이 살던 모래 위에 개흙이 덮이면서 숨을 쉴 수 없게 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재첩 집단 폐사처럼 강바닥에 개흙이 계속 쌓이면 모래층에 사는 생물들은 호흡을 못해 죽게 되고, 이들의 사체가 부영양화를 초래해 녹조 현상이 가속화된다. 또한 큰빗이끼벌레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인ㆍ질소 등 영양 염류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녹조는 큰빗이끼벌레의 확산의 원인이 된다. 대거 번식한 큰빗이끼벌레가 암모니아를 내뿜고 폐사하면서 하천 생태계를 악화시키고, 이들 사체가 또 다시 부영양화를 이끌어 녹조 발생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4대강 보를 철거하는 것은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실행으로 옮기긴 어렵다.”라고 하면서도 “보의 수문을 개방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우선 수문을 열어 강물이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사업으로 신음하는 자연이 보내는 경고일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해야 할 일은 큰빗이끼벌레의 생리, 대량 발생 원인, 개체수 증가가 하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하천 생태계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글 : 변태섭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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