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밴절린 - 을유라이브러리 37 을유 라이브러리 37
롱펠로 / 을유문화사 / 1995년 8월
평점 :
절판


오래된 책이었다. 포켓용으로 아주 작았고, 낡아서 변색까지 되어 있었다.

언제부터 우리 집에 있었는지, 누구의 책인 지도 알 수 없었던 책.

그런데도, 눈길이 갔다.  서사시라는 말에, 슬픈 사랑 이야기라는 말에,

그저 낭만을 쫓듯 끌리는 마음에 책을 펴들었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었고, 노래하는 듯한 운율이 느껴져서 비교적 빨리 읽은 편인데,

대단히 고전적이고 클래식한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짠하고 싸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정서로 얘기하자면 꼭 김동환의 '국경의 밤'같은 기분이고 또 '공무도하가' 같은 그런 느낌.

처연하게 노래 부르는데 달빛같고 뭔가 마이너한 그런 느낌 말이다.

음, 계속 느낌만 나열했는데, 달리 표현하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고, 또 역사적인 배경을 무대로 해서 썼기 때문인지, 아픈 역사를 지닌 우리 정서에 보다 더 호소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여러 책이 나왔지만 주로 절판으로 되어 있다.

요새 아이들이 읽기에는 아주 클래식한 분위기가 나지만, 그래도 고전은 고전이어서 제 멋이 나는 것 아니던가.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직도 사랑 받는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별 다섯 개. 와, 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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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2 - 한국만화 명작선, 완결
유시진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유시진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몹시 분위기가 독특한 작가였다.  신인이었으면서도 신인답지 않은 절제미가 있었고, 소재의 기발함과 참신함은 늘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여러 단편들도 참 좋아했지만 그녀의 본격적인 장편 마니는 여러모로 특별했다.

처용설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것도 신기할 지경인데 당시 나로서는 생소했던 환타지라는 장르를 제대로 보여준 셈.

힘이 지배하는 세상의 왕녀 마니, 그녀를 지키는 보호자 하나, 지상에서 조용히 숨어 살고 있는 그들에게 추적자가 붙는다.  그녀를 죽이려고 쫓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이복 오라비. 비정해 보이는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힘의 논리.  어차피 나중에 죽여야만 하는 동생에게 친절을 베풀 이유가 없다는 것.

끝까지 몸을 숨기며 지내려 했던 흑룡의 선택.  아비의 죽음을 목격한, 역시 비정하고 잔인한 힘의 귀결을 보고서 철저히 자신을 가렸던 그는, 마지막 백룡과의 전투에서 그가 가장 지쳐있던 순간을 노렸다.  비겁하다고 해도 좋다. 그를 이길 수 있는 최선의 타이밍이라는 게 그의 대답.

이렇듯, 유시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법칙'을 모두 비켜낸다.  '정의'니 '온정'이니 '진실'이니, 이런 고리타분한 말로 괜히 잰 체하지도 않는다.

순정만화 특유의 큰 눈망울 같은 그림체도 거리가 멀다.  썩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그림체, 그 속에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이 작품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독특함으로 중무장한 그녀... 그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가 늘 부럽고 감탄스럽다.  아마 머리가 대단히 비상한 작가일 지도....(아무래도 그녀의 학력이 의식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나라 최고 학부 입학.... 뭐 중간에 그만두기는 했지만 하여간~!)

다작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것 또한 그녀의 느슨한 라이프 스타일이 아닐까 독자는 지레 짐작 중.  뭐, 기다리는 것도 독자의 행복한 특권 중 하나일 테니... 부디 좋은 작품만 계속 써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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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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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유명해진 책이지만, 내게는 지난 2002 대선 때 가수 신해철이 노무현 후보 지지 연설 때 언급했던 책으로 더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오래 못 보다가 미용실에 가는 길에 들고 가서 한권을 다 읽고 나왔다. (미용실에서 오래 지체됐다는 소리..ㅠ.ㅠ)

짐작보다 더 진지했고, 덜 무거웠고, 보다 창의력이 넘쳤던... 그러면서 전작보다는 덜 감동적인... 나로서는 꽤 복잡한 느낌을 전달해준 셈이다.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배경, 대체 어느 시점인지 알 수 없는 시간대...

그곳에 모모라는 아이가 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그들로 하여금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들고, 이야기 끝에 상처를 치유케 하는 묘한 힘을 가진 어린 소녀.

그녀의 주변에 자리한 마음 따뜻한 사람들, 그녀의 친구들, 또래 아이들...

그런 평화로운 마을에 시간 도둑이 나타났다. 우리의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불안함을 가중시켜, 시간을 저축하라고 강요한 뒤, 저축된 시간을 도둑질하는 시간 도둑. 회색 옷과 회색 웃음. 중절모, 그들의 가방... 전형적인 도시인의 샐러리맨 같은 모습의 그들은 한기를 내뿜으며 등장하고 연기를 남기고 사라진다.

사람들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기 위해 더 바빠진다. 잠시라도 따스한 온기를 나눌 여유는 없어지고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분주해지고, 마음은 더 날카로워져 웃음이라고는 모르는 사람들도 변해간다.

미하엘 엔데가 시간을 도둑 맞은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내용들은, 사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보다 성공하기 위해, 잠을 쪼개고, 꿈을 쪼개고, 마음을 쪼개고...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시간과 마음과 추억을 빼앗기는 것도 모르고 숨가쁘게 달려 왔다.  대체 왜 그렇게 달려야 하는지, 무엇을 위한 투쟁이고 도전인 지를 모른 채, 모두가 그렇게 달리기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한 발자국이라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

아이들은 놀이가 무엇인지를 모른 채 학원이다 과외다 쫓겨가기 바쁘고, 어릴 때부터 자격증에 시달리고, 학교라는 공교육의 울타리에 들어가면 입시의 중압감으로 날마다 무거워지는 어깨를 이고 지고 산다.

아이들 뿐이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대학 가면 끝이 나나.  절대 그럴 리 없다.  입시보다 더 무서운 취업의 문이 딱 버티고 있고, 이어 결혼 출산 육아 노후 기타 등등... 챙겨야 할 것은 너무 많고, 감당해야 할 의무는 너무 많은데, 죽자 살자 들어간 회사라고 나의 정년을 보장해주지 않고, 비정규직은 도처에 깔려 있고, 출산율이 너무 저조하다고 국가는 달달 볶지만 낳아놓는다고 저절로 자라나.  육아, 탁아 문제는 저 먼 섬나라 이야기이고, 키운다고 내 뜻대로 자라나...

헥헥... 이야기하자면 너무 끝이 없다. 그 숨가쁜 테두리 안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며 지내고 있을까.  그들 중에서 꿈을 키우며, 꿈을 이루며 사는 사람은 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들 모두가 시간을 스스로에게 도둑맞고 저당잡히며 산다는 것을 아는 이가 대체 몇이나 될까.

참 모순된 마음이다.  요새 월든도 같이 읽고 있는데, 그렇다고 모든 문명의 이기를 떠나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 살라고 하면 그건 가능한가? 절대 노일 테지.ㅡ.ㅡ;;;;

뭐든 극단적으로 접근할 이유는 없지만, 어느 쪽도 참 편치 않다는 기분이 든다.

모모처럼 단순히 시간 도둑을 해치우고 마을에 다시 평화와, 창의력, 상상력을 찾아다 주는 해피 엔딩이 우리 사회에도 가능한 것일까.

대답은 결국 각자의 몫으로 보인다.  시간에 쫓겨 사는 것, 시간을 관리하며 사는 것... 그 모든 것은 누가 해주지도 않고, 해낼 수도 없다.  미하엘 엔데가 후기에서 말했듯이, 이같은 일들은 이미 일어난 일일 수도 있고, 앞으로 일어날 일일 수도 있는 것.

새벽이라 감정이 좀 복잡해져서 말이 많았다.  왜 이런 복잡한 마음들이 떠오르는 지는 책을 보면서 직접 판단하기를...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연령대와 마음 밭에 따라서 후기라는 것은 읽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는 멋진 모험담이 될 테니까. 

ps. 미하엘 엔데의 새 책이 나왔던데, 결국 보관함으로 직행. 아, 이 넘의 지름신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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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쉬 -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티베트 소년
사브리예 텐베르켄 지음, 엄정순 옮김, 오라프 슈베르트 사진 / 샘터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티벳을 떠오르면 몹시 신비한 느낌이 든다.  그들의 역사가 그랬고, 달라이 라마로 대표되는 상징성이 그렇고, 그들이 살고 있는 고원과 높은 산맥, 풍습 등등이 모두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질감이 떠오른다.

이 책은 그 자신이 시각을 잃은 작가가 티벳에서 시각 장애인은 위한 학교를 세운 데서부터 출발한다.  질병 자체를 귀신의 장난으로 보는 그 땅에서 어린 소년 타쉬는, 엄마 찾아 삼만리가 아니라, 학교 찾아 삼만리를 시작하고, 기적적으로 학교를 찾아낸다.  그건 너무 드라마틱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았고 정말 운명의 도움이었다고 감히 말할 정도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진리가 통한 것일까. ^^

학교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타쉬의 발걸음에는 희망이, 벅찬 미래가 담겨 있다. 앞서 학교를 찾아 고향을 떠나올 때의 발걸음과 시작점은 같으나 중간 과정은 많이 변한 셈이다.  타쉬의 이야기와 작가의 이야기 모두 진솔 그 자체였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영역은 또 다른 것이었으니... 바로 사진이었다.

일단, 전문작가라서인지, 각도도 색깔도 예술이다.  그 파란 하늘은 사실 그곳 티벳의 것이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솜씨도 일품이다.  아직 산업화된 문명의 손길이 덜 미친 그곳, 그래서 사람 사는 내음이 더 짙고 자연의 멋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 땅이, 다만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내 눈에는 몹시 가보고 싶은  동경과 호기심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헬렌켈러도 물론 그랬지만,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를 가진 사람이 눈물 겨운 인생의 줄다리기를 감내하며 사회에, 그리고 자신과 같은 약자에 더 큰 도움이 되는 모습들에는 언제나 마음이 숙연해진다.  놀랍고 대견하고, 또 부끄러운 마음마저 든다.  그러면서 동시에 건강한 내 육신에 감사하는 나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신은, 그 장애를 더 큰 에너지로 승화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견딜 수 있는 시련을 주신 것일 지도... (물론, 이런 말은 참 무책임하다는 것을 안다.  존경스럽다라는 말이 이렇게 돌려서 나와 버렸다ㅡ.ㅜ)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사람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  이 땅은 더 따뜻해지고 더 아름다워질 게 분명할 테지.  그렇다면 영혼의 눈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단지 순수만 외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사회와 사람과 삶에 대한 무한한 애정, 그리고 인간을 신뢰하는 선의까지 포함되어야 하는, 그리고 결정적으로 욕심 없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권의 책이 사람을 참 여러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수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가 되기를 소망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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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선생님과 함께 우리역사의 벌판으로 달려보자
이덕일 지음, 최상규 그림 / 두산동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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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좋아하는 이덕일 선생님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펴낸 역사책이다.  애정이 과하여(?) 어린이 책이라 할지라도 구입해서 읽어 보았다.  생각 외로 전혀 유치하지 않고, 오히려 쉽게 풀어 써준 그 설명들이 눈에 잘 들어오고 이해도 빨라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당시엔 해신이 한참 유행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 배경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나로서는 더 유익했다.  그밖에 고조선의 멸망, 즉 위만 조선의 이야기를 쉽게 설명해 주어서 마치 가려웠던 등을 긁어 준 그런 기분마저 들게 했다.

나야 이미 성인으로서 재미있게 보았지만, 이 정도의 책이면 어린이들이 읽어도 흥미를 느끼며 감동과 교훈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이 책 말고도 씨리즈가 더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알라딘에서 '품절'이 해제되지 않는다.ㅡ.ㅡ;;;; 대체 언제쯤 다시 구입이 가능할런지...;;;;

역사를 공부하는 데에는 호기심과 끈기, 기타 등등.. 많은 덕목들이 요구되지만, 특히 '상상력'이 중요한 것 같다.  역사 자체는 허구도 공상도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보지 못했던 과거의 그 시간들을 재현해 보는 데에는 이 '상상력'의 도움이 꽤 중요하다.  물론 이때의 상상력은 결코 '과대망상'의 그것은 절대 아니다. 오해는 마시길.

아이들에게 강요된 민족의식이나 강조된 애국심을 주입시키는 것은 물론 반대하지만, 적어도 제 나라의 역사를 바로 들여다 보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그 역사를 꿰뚫어 보며 우리의 삶과 미래를 재조명해볼 수 있는 지혜를 엮어나갈 기회는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역사 교육의 현주소를 생각해 보면 너무 아득한 일이지만, 결코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그러니 더더욱, 이런 책은 널리 장려되고 두루 읽혀져야 하겠다.  나의 조카들이, 나의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꼭 나누리라. 언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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