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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시즈 7SEEDS 9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 A팀이 드디어 정해졌다. 단 7명의 생존자만 미래로 갈 수 있는 처절한 싸움의 끝.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네 사람과, 의연한 듯 보이지만 나름의 상처를 숨겨놓은 세 사람이 정해졌다. 그들이 도착할 미래가 어떤 곳인지 모른다. 이 힘겨운 싸움은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고, 지고도 진 싸움이 아니었다.
안고에게 늘 짐이 된다고 생각했던 시게루는 안고와 크게 다툰 후 헤어지지만, 그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 처음으로 주도적인 생각과 결단으로 그의 생명을 보듬는다. 안고는, 둘 중 한 사람 밖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부를 수 있었고 잡을 수 있었던 시게루를 잡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평생에 씻을 수 없는 수치와 모멸, 자괴감으로 남을 것이다. 료는, 누구에게도 생존권을 양보할 마음이 없었지만, 안고가 생존싸움에서 탈락하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누구도 하지 못하는 순간에 가차 없이 정을 떼어버리는 것, 그것이 생명일지라도 포기하는 것, 그리하여 그 마음의 짐까지 온전히 다 이고 가는 것이었다. 표현하지 않아도, 그의 사명 역시 가엾고 서러울 뿐이다.
이들이 떠나고 난 뒤에 봄팀의 생존자로 키워지는 하나. 각자 살았던 시대가 다르고, 주어진 역할이 다르고, 헤쳐나가야 할 미래의 모습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 정교하게 엮어지는 미로같은 길이 숨막히는 진행으로 독자들을 밀어버린다.
제 손으로 키운 호랑이 당고가 광견병에 걸리자, 겐고로는 제 손으로 당고를 보내주어야 했다. 함께 해온 시간들을 추억하며, 그는 눈물을 삼키며 당고와 이별을 한다. 그가 최종 선발대로 뽑혔을 때 어느 선생은 그를 향해 짐승들도 살고 싶었다고, 스스로 죽인 것도 자기 만족이라고 다그치지만, 최종 생존자를 뽑는다는 과제 아래 살육의 현장을 방관하고 있었던 그들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이 미래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이전 시대에서 같이 온 교관을 살해하게 된 것.
과거의 시간 속에서도, 미래의 시간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죽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던 만큼, 살아남은 자의 고통도 컸다. 계속 살아가기 위한 고통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몹시 스케일이 큰 작품이지만, 이들의 활약을 '모험'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너무 아프고, 너무 서러운 까닭이다. 다만 '픽션'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리얼한 지구의 모습들. 우리는, 이 불행한 지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진다. 우리의 뒷세대들보다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인류 멸망의 위기에 씨앗이 되기 위해 가장 비참한 지구 위에 떨어진 그들. 그들이, 지구의 마지막 희망의 싹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