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Emma 7
카오루 모리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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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만 듣고는 이 작품에 대한 감이 오질 않았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비로소 귀가 솔깃해졌다.

작품의 주인공은 사교계의 꽃이 아닌 '메이드'였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이는 젠트리 출신의 윌리엄.  귀족 가문들은 '졸부'라고 얕잡아 보지만, 막대한 재산을 가진 존스 가문의 장남 윌리엄은 엠마와 신분 차이가 극과 극이다.

서로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해 버리는 그들은 끝내 서로가 헤어질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알게 되는데...

사실 이야기의 구조만 본다면 전형적인 스토리였다.  이제 여자는 신데렐라가 되면 되는 것일까? 라고 지레 짐작할 수도 있지만, 작품의 매력은 은근히 중독성 있는 그 시대의 '배경'이었다.

즉, 영국 사교계 사람들의 생활 모습, 언어 습관, 계층 차이 등등이 꽤나 디테일하게 묘사되는데 그 재미가 솔솔하다.  작가는 많은 자료들을 수집해 가며 가급적 '사실'적으로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그 모습들을 지켜보는 것이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그림이 아주 예쁘거나 한 것도 아닌데도 그 옷차림이라던가, 하다 못해 장갑 한짝, 지팡이 하나, 모자 하나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보여서 눈이 즐겁고, 사소하게 넘어갈 것 같은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며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엠마와 윌리엄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지 궁금했는데, 본편이 끝나는 7권까지의 이야기에선 그들의 행보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요정의 도움을 받아 '변신'을 하는 것 같은 엠마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들이 신분차를 극복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결말이 더 설득력이 없겠다 싶었다.   기적같은 엔딩보다, 엠마가 그 상류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가 더 자연스러운 결말이었던 것이다.  비록 21세기를 사는 나에게는 조금 부족한 이야기로 느껴지지만.

8권부터는 외전인데 주변 인물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가 펼쳐질 모양이다.  아직 보지 못했지만 벌써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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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7-1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괜찮다고 들었어요. 4권으로 되어있는 줄 알았더니 계속 나오는 거였군요!
자, 약속 대로 추천 하나에 도장 2개면 되지 않을까요?
참, 잘했어요. 쾅쾅!

마노아 2007-07-15 20:13   좋아요 0 | URL
헤헤헷, 참 잘했어요 도장 쾅쾅쾅! 멋집니다^^
작품 재밌더라구요. 소소한 재미 정도로요^^
 
백귀야행 15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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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한 지 꽤 되었는데 이제사 읽게 되었다.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의 연속이지만, 그 이야기는 에피소드가 끝날 때가 되면 앞 이야기와 맞물려 궁금증을 해소해 주곤 한다.  지난 14편이 너무 난해했던 것에 비해서 이번 이야기는 이해하기에 어렵지는 않았지만, 예전보다는 덜 친절해졌다는 느낌이다.  성의가 없어졌다는 말은 아니지만, 교묘하게 씨실과 날실이 교차되던 이야기 구조가 조금은 성글어진 느낌?

이이지마 리쓰 자신이 워낙 평범치 않은 인물이어서인지, 그의 가족들 뿐아니라 친구들까지도 평범치 않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본인이 불행을 끌어 당기지만 자신은 액운을 피해가는 사람이라던가, 할머니 영의 보호를 받고 영적인 힘도 지니고 있지만 결코 자신은 그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친구라던가. ^^

이 책을 보다보면 요괴라던가 기이한 현상 등이 그저 픽션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일로 느껴진다.  그건 굉장히 특별한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참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이미지마 리쓰같은 인물은 호기심의 대상은 되어도 결코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랄까. (물론 주인공은 귀엽고 재밌고 좋은 인물이지만~!)

보통의 만화와 달리 과장된 그림체가 아니어서 이마 이치코가 더 좋다.  작가 후기를 보니 스토리 짜내는 데에 스트레스를 적잖게 받는 모양인데, 작가의 창작욕이 스러지지 않기를 독자로서 소망해 본다.

이번 이야기에는 아버지 식신의 활약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엽기적이지만 귀엽고 나름 정의롭기도 한 이들 식구들이 참 매력적이다.  이번엔 삼촌 카이의 활약이 조금 있었는데, 다음 이야기엔 다시 아버지가 많이 나오기를... 그리고 까마귀 듀엣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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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못말려 1
스즈키 유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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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신의 물방울이 보고 싶었다.(신의 물방울은 내게 소장용이 아니다.;;;)  대여점에 갈 때마다 없어서 또 물어보기가 아주 민망한 상황.  그래서 쭈욱 보다가 눈에 띄는 제목으로 골라온 책이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원작 만화도 제법 재밌다기에 궁금해서 한 번 보기로 결심!

그런데... 이상하다.  아무리 읽어도 뚱뚱보 주인공은 나오지 않고 메기를 닮은 못 생긴 여주인공만 나온다.  이상타....하며 표지를 다시 보는 순간, 나는 확인했다. 

내가 찾은 것은 '미녀는 괴로워'였지만, 내가 빌려온 책은 '미녀는 못말려'였다는 것을....;;;;;;

다행히도...;;;; 같은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미녀는 괴로워도 이런 그림체겠구나...라고는 알겠다ㅠ.ㅠ

털푸덕.  어쩌겠는가. 기왕 시작한 것 보아야지...

주인공은 자뻑이 중증에 이른 탤런트 지망생이다.  동거녀 친구 안나의 미모로 사람들이 꼬여도 모두 자기 때문에 달려드는 거라고 믿는, 아무도 눈길 주지 않지만 모두의 눈길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는 그녀.

그녀의 자뻑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스트레스 받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재주가 있다면, 아주 밉지는 않게... 대신 황당하게 만들어준다는 것.

함께 사는 안나가 용하게 느껴지지만, 둘 사이에는 나름대로 훌륭한(?) 우정이 존재한다.

그녀의 자뻑 무기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처세술인지, 정말로 자신의 매력에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르시즘인지 1권만 보아서는 알 수 없지만, 지극히 가벼운 이야기로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작가는 미녀 시리즈가 많던데 다른 작품들도 비슷한 분위기인지 궁금하다.

그나저나 미녀는 괴로워를 다시 찾아 읽을 것인가.... 고민 좀 해야겠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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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8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08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7-08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지난번 마이리스트 건이요, 서재관리에 가면 상품보이기가 있어요. 드디어 찾아내서 알려드리려고 왔어요 :)

마노아 2007-07-08 21:48   좋아요 0 | URL
아핫! 거기에 숨어 있었군요. 다락방님의 리스트도 구경할 수 있게 된 거네요. 축하해요^^ 알려주셔서 또 고마워요~
 
보이지 않는 나라 1
사쿠라 츠쿠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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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아이가 있다. 누군가와 스칠 때,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미래가 보이기도 한다.  불시에 보여지는 미래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 일쑤고, 혹시라도 안 좋은 미래가 닥칠 것 같으면 그 미래를 바꿔주기 위해서 무단히 애쓰는 녀석.

그 학교에 한 전학생이 도착했다.  스치기만 해도 그 사람의, 혹은 그 사물의 과거가 보이는 아이.

이미 지난 과거를 본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그저 방관자로서 살면 된다고 여기는 아이다. 

두 사람 모두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고민하지만 그 대처 방법은 다르다.  상처 받지 않으려고 무심한 척 하는 아로와 달리 카나데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에 힘쓴다.

노력한다고 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을 수 있다.  혹은 참견쟁이로 오해 받을 수도 있고, 그밖에 여러 경우의 수가 그들의 진심을 오해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럼에도, 카나데는 포기하지 않는다.  진심은 통한다고, 아로 역시 카나데를 닮아가게 된다.

두 사람이 서로 닮아가며 서로를 향한 애정을 키워갈 때 또 다른 전학생이 온다.(전학생도 많다..;;)

그 역시 카나데와 마찬가지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열심히 노력해야만 가까스로 보이는 정도다.  그리고 카나데와 달리 자신의 '사익추구'에만 관심을 쏟는다. (사실 이쪽이 더 정상으로 보인다..ㅠ.ㅠ)

새 전학생 마사히로는 그야말로 까칠 대마왕에 심술궂기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훼방꾼 노릇을 자처하려던 그도 아로와 카나데에게 서서히 동화되어 간다.  아직은 아니라고 발뺌하지만, 그도 결국 천사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닐까?

짤막한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이야기가 확대된다.  특별한 소재를 갖고 있지만 이야기의 규모나 전개는 소박하다.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고 진심이 중요한 거니 그게 불만이 될 수는 없지만, 130페이지까지가 본편이고 그 뒤로는 짧은 단편 두개가 실려 있다.(이게 불만이다.ㅡㅡ;;;)

kiss를 읽을 때와 비슷한 소박하고 예쁜 이야기이긴 한데, 아직까지 확 끌어당기는 매력은 없다.  좀 더 지켜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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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7 - 요리하는 남자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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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재밌었던 식객이지만, 이번 이야기들은 모두 봄나물처럼 톡톡 튀는 신선한 재미와 멋이 있었다.

1권에서 엄마 찾아 헤맸던 제임스가 아내될 사람과 함께 어머니께 식사 대접하는 이야기가 첫 에피소드였는데, 긴장으로 인해 음식 간을 보지 못했던 미스 박이 음악으로 긴장이 풀리자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공통의 관심사로 긴장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묘사했고, 제임스의 엄마 사랑이 참 고마웠다.  제임스와 같이 이국 땅에서 엄마의 나라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참으로 많을 터인데, 그들에게 태어난 나라의 음식 맛은 어떤 느낌을 줄 것인가 사뭇 궁금하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식객여행'인데, 주제를 정해서 그와 관련된 음식을 가지고 와서 모임을 갖는 조촐한 파티였다.  저마다 사연과 추억이 잠긴 음식들을 들고 나왔는데, 가족간의 정, 연인간의 애정, 친구 사이의 우정, 또 할머니를 향한 효도 등등 이야기마다 감동과 재미를 같이 선사해 주었다.  그저 한끼 식사로 배고픔만 잊게 하는 소모성 음식이 아니라, 이런 주제와 사연을 갖고 음식을 대하는 인연을 갖는다면 그 또한 아주 특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요리하는 남자'였다.  방송국에 도착한 사연을 읽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그 안에 담긴 내용도 일품이었지만, 이 방송 전파가 타는 사람 사는 곳곳을 보여준 그림이 또 명품이었다.  쭈꾸미 칼국수로 일궈낸 반전 드라마도 긴장과 흥분을 같이 동반시킨 주범이기도 했다.  오래 전 예술가들이 음식에 쏟은 정성에 대한 정보도 같이 얻을 수 있다.   물컹거리는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 나로서도 쭈꾸미 칼국수에 살짜쿵 호기심이 생겼달까.

다음 에피소드는 짧다.  제목은 '1년에 딱3일"

옻나무 순을 먹는 모임인데 회원들이 늘지 않게 철저히 비밀을 지키면서까지 먹고 싶어하는 그 옻나무순의 맛이 어떨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도 일년에 딱 3일만 즐길 수 있는 맛이라니 귀하기가 하늘 끝에 닿아 있다.  옻독에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하겠다.(그러나 구하기가 정말 힘들단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남새와 푸새'라는 제목인데, 가장 인상깊게 본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그대로 남아있는 에피소드랄까.  영어 잘하게 만든다고 아이 혀를 늘리는 수술을 시키려는 부모.  온갖 인스턴트 식품에 쩔어서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  산나물 캐기가 유행이 되어버려 온 산을 헤집어 놓아 나물이 숨쉴 수 없게 된 산자락 등등... 이 모든 이야기들이 종합되어 찐한, 그리고 뜨겁기도 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8살 서울 어린이가 산속에서 지낸 하룻밤의 의미.  풍욕으로 가라앉힌 피부 덕에 깨지도 않고 잠들었던 달콤한 수면, 재배한 나물 '남새'보다 자연산 나물 '푸새'의 가치를 알아버린 아이의 깨달음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남새와 푸새라는 단어를 안 것도 의미있었고, 왜곡된 교육풍토에 한숨을 쉬는 것도 무의미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에 걸려있던 커다란 문구가 클로즈업 되었는데, 그 문구가 나 역시 맘에 들어 옮겨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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