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리지마! 5
서현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정말 가볍게 읽은 작품이다.  작가 자신이 지극히 순정스러운,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을 그리겠다고 했고, 정말로 그랬다.
순정스러운 설정에, 뻔한 전개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독자는 알면서도 속아 넘어주고, 알면서도 즐거워한다.

기존에 내가 접한 서현주 작가의 진지하면서 웃긴 얘기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쪽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일단 선남선녀 덕분에 눈이 즐거웠으니까^^



제 얼굴이 잘 생긴 줄도 모르고 이상하게 생겨서 사람들이 피하는 건줄 알았던 진짜 둔한 인간.
모범생에 학교 짱이라지. 이 학교에는 여학생들이 '동맹'이라는 것을 맺어서 남주인공 원이가 누구와도 사귈 수 없게 진을 치고 있다.(내가 가질 수 없다면 누구도 가질 수 없다 정신!  심지어 여교장 선생님까지 합류한 상태)

이 둔치가 제 잘난 얼굴을 내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그야말로 봄바람을 탄 게지~



초반에 스타일 꽤 좋게 나왔건만, 알고 보니 승부에 미친 불쌍한 놈이었다. 제 형 추광채는 성격 이상해도 매력이 있었는데, 이 녀석은 주인공이 아니어서인지 29% 부족한 설정이었다.

참, 이 작품에는 "그들의 일상생활"의 인물들이 소소하게 나오는데 그 캐릭터와 만나는 것도 꽤 재미가 크다.
심지어 I WISH의 여주인공 진이도 까메오 출연하고, 난 보지 못했지만 Fight의 주인공은 이 작품의 여주인공의 오빠라고 한다.
(급 궁금해지고 있다. 구할 수 있을까?)



유리 인형 소라. 남학생이지만 너무 병약하여 바람 불면 날아간다.
흥분만 해도 코피를 쏟는 걸어다니는 병동이지만, 그래도 사랑 앞에서는 용감해지더라.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거기에 솔직해진 그에게 박수를~



단순과격 자뻑 공주님 여주인공 강미랑.
얼굴 예쁘고 멋진 남친 있고, 그야말로 순정만화의 고전적 주인공이랄까.

하지만 성격이 좀 이상하다.  성격마저 좋았더라면 돌 맞았을 지도 모르지만^^;;;;

그녀보다는 마가린과 간장으로 연명시켜주는 그녀의 어머니가 더 호감이 간다.  한 카리스마 하는 어머니의 이미지는 M의 클럽의 이레이저와 닮아 있었다.(설마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같은 작가니 가능성이 있을 지도..???)

현실 속에서 만나긴 지극히 어려운 이야기. 그야말로 만화스럽고 순정스러운 이야기.
가볍게 즐기고, 가볍게 잊어도 될 이야기.  딱 그 정도. 그 정도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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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3 - 완결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강풀의 26년이 완결되었을 때, 아쉬움의 목소리를 들었었다. 그래서 나는, 연재물을 끝까지 보지 않고도 그들의 계획의 끝이 어떻게 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3권을 읽으면서 끝까지 빌고 또 빌었다. 또 다른 희생의 눈물을 보더라도, 그들이 평생토록 매달려 온 염원이 이루어지길.... 현실에선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작품 속에서만이라도 그 숙원이 풀린다면, 내 속도 조금은 시원해질 것 같아서, 나는 손가락이 꺾이어 애리는 것도 모른 채 빠져들 듯 작품에 몰입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책을 놓았다. 이미 각오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슬프고, 그렇기에 한숨이 나온다. 아아, 어쩌란 말인가......

아마도, 작가 자신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역사 안에 픽션을, 픽션 안에 역사를 담은 작가는, 스토리를 다 짜고서 작품을 시작했을 터인데, 작업을 하는 내내 그 마음이 오죽 힘들었을까 싶다. 자식같은 주인공들의 도전을 그 역시 마음으로 응원했을 터이니 말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다. 결국 성공하지 못한 그 계획으로 인해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대체 몇이나 희생되냐고. 안다. 그들의 목숨값이 가볍지 않고, 그들로 인해 파생될 슬픔의 크기가 어떠한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생각하면 이런 결말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헛되다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 그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하겠다. 그들이 실패를 예상하고 덤볐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해내려고 했던 마음가짐이다. 그것이 '테러'라는 폭력의 수단을 썼다는 것이 윤리적 질탄을 받을 수 있지만, 누군가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는 것, 온몸을 던져서라도 해내려고 했던 사실도 중요하다.

그리고 하나 더. 그렇게 온몸을 불사르며, 생명조차 초개처럼 내던지고 도전했음에도 꺾을 수 없는 거대 세력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느낀다. 그 암흑의 장병이 얼마나 굳건한지...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

용서받기 위해서 평생을 던진 사람이 있고,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평생을 바친 사람도 있다. 너무나 다르게 걸어온 길들... 그리고 그 정점에는 그 모든 죄없는 죽음에 책임이 있으나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인간이되 인간일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 그게, 우리 사회다. 그게, 자.랑.스.런. 민주 대한민국이다. 제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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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으로 만나는 5.18
    from 파피루스 2008-05-19 05:18 
    다른 지역보단 5.18을 가까이 느끼며 자랐을 광주의 초등학생들은 5.18을 얼마나, 혹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해마다 5.18기념일이면 학교에서 교육하지만 아이들이 체감하는 5.18의 실체가 궁금해서 정의를 내려보게 했다. 아이들에게 5.18의 실체와 정신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해, 나역시 작은 역할이라도 담당하려고 5월 이야기 한 꼭지라도 들려주고 풀어내는 커리큘럼을 짠다. 작년에는 3학년 이
 
 
순오기 2007-09-09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엔장~~ 오늘 도서관으로 봉사활동 간 아들녀석에게 빌려오라고 했더니, 없더랍니다~~~
그래서 구입을 희망하는 도서로 1.2.3권 다 올려놨습니다~
빛고을 광주의 지역도서관에서 이런 책 정도는 비치하고 있어야지~ 제엔장!!

마노아 2007-09-09 22:13   좋아요 0 | URL
빛고을 광주의 굴욕이군요. 반드시 비치해야 할 책이지요.
늦게 들어오면 가차 없이 재촉하셔용^^;;
 
26년 2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웹상에서 볼 때는 세로로 긴 화면이 한 가득이었는데, 종이 지면에선 그 긴 줄이 네열로 들어차있다. 그래서 화면은 상당히 작아졌고 글씨도 당연히 작다. 그렇지만, 감동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만약 웹연재 이미지 크기로 책이 출판되면 10권 가지고도 모자랐을 테니 아쉬워할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심각한 주제인지라, 등장 인물들의 표정이 보통 의미심장한 게 아니다. 26년에 걸친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한많은 얼굴들. 그래서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80년 광주를 얘기하면서 웃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작품 속에서 진배를 감싸안은 조폭 두목이 인상적이었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80년 광주에 빚진 마음 때문이었다. 밝은 대낮에 금남로 거리를 걸을 수 없었던 그의 부채 의식이, 마음의 죄값을 치루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조폭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고 누가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80년 5.18 광주에서는 그 열흘 간의 시간동안 흔한 경범죄 하나도 없다고 전해졌다. 모든 것이 차단된 그 무법지대에서 건달이라 할지라도 허튼 수작 하나 부리지 않았다는 것에서 나는 또 다시 광주를 존경한다.

95년 초에 모래시계가 방영되었을 때 광주씬을 찍느라고 하루 매출이 천만원대인 음식점이 며칠 동안 문을 닫고 촬영장소를 대여해 주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느 정도 과장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진실을 보여주고 싶었을 그 마음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그 시간을 겪었던 광주시민들은 그런 것이 가능했다.

작품 속에서 안기부 출신 최계장이 문익환 목사를 만나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그의 마음 속에 우상으로 자리잡은 국가라는 거대한 괴물을 치워버리진 못했지만, 그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보다 용기있는 선택을 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더 이상 비겁해지지 않으려는 노력은 했던 것이다.

미진양의 아버지는 너의 인생을 살라는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너의 인생... 수백, 수천의 시민들의 인생이 한순간에 틀어져버렸다. 그 사람들에게서 파생된 그들의 가족들, 그 숱한 인생들은 다 어찌 책임질까. 그들의 잃어버린 시간은 대체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누누히 얘기한다. 용서와 화해란 죄를 지은 당사자의 반성이 있은 후에 가능한 작업이라고...

과연, 그가 살아있는 동안에 역사적 화해가 가능할 것인가. 작품 속처럼 다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던져 그 한사람의 목숨과 바꾸려는 시도를 찬성할 수는 없는데, 그렇다면 그대로 묻혀져야 하는 것일까. 아직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상처는 썩어서 곪고 있는데?

참으로 답이 없는 얘기들이다. 그게 우리의 현대사이고, 우리의 왜곡된 민주주의이며 우리가 지금도 온몸으로 부대끼며 시름겨워하는 서러운 세상살이의 진면모이다.

작품이 어찌 끝날지 결말을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안타까운 추측들을 해본다.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그 결말을, 그래도 기대해본다.  마음은 여전히 무겁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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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0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서'란 죄인이 용서를 구할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것인데... 그 죄인들은 아직도 자신이 죄인인지도 모르니, 용서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지요! 그래도......

마노아 2007-09-09 11:58   좋아요 0 | URL
그래서 그 놈이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살아야 한다는 이 커다란 십자가라니... 미치고 팔딱 뛸 일이지요(ㅡ.ㅡ+++)
 
26년 1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연재 당시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본 작품이다. 1권의 2/3분량 까지는 연재물로 보았는데, 아무래도 단행본으로 사모을 듯 싶어서 보기를 그만두었다. 아마도 이 작품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관심이 더 생긴 것은 영화 "화려한 휴가"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우리 국민이라면 꼭 보아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건 일종의 '부채의식'이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기를 원한다. 다행히도, 강풀 작가는 '대중성'에 집중하였다. 심지어 이 작품이 '재미있기'를 작가는 원했다. 광주의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면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려는 작가의 고심이라니, 기꺼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며칠 전 뉴스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돌발뉴스에는 그가 아프간 사태에 대해서 말하면서 자신이 인질로 갔다면 훈련도 받았고 대신 가도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한 대목이 실리기도 했다. 세상에. 인질 사건도 당사자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함부로 농담삼아 할 얘기가 아니건만, 자신의 군경력을 당당히 얘기하는 그 뻔뻔함이라니... 한밤중에 욕지기가 나서 혼이 났다. 그러니... 진짜 광주의 아들, 딸들은... 그 끔찍했던 광주를 몸소 체험했던 피해자들은, 그 긴 시간동안을 얼마나 끓는 마음으로 보냈을까.

사형판결이 무기징역으로, 다시 2년도 안 되는 감형으로. 그리고 석방.
뿐이던가. 통장엔 29만원 밖에 없다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유행어도 탄생시켰다지.
그리고, 오늘날까지 떵떵거리며 호의호식하고 있다.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있다니...
그의 존재는, 우리 역사의 치욕이며 민주주의의 후퇴다.

그러나, 이미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버렸고, 그 시간 동안에 자라버린 사람들은 현대사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언제나 치욕의 식민지 역사에서 멈춰버린 채로 졸업을 하였고,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지 않는 한, 그 시대의 진실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오늘날의 고등학생들은 근현대사라는 과목을 따로 배우지만 '선택'과목이다. 따라서 선택하지 않는다면 알아낼 길이 없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근현대사를 인기 과목으로 여기지 않는다.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강풀의 작품이 더 반갑다. 만화라는 가장 대중적인 매체로 이 무겁고 심각한 얘기를 시작했다는 것에. 작가는 그 무게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 무게감을 덜고 쓰려고 애썼다고 했다. 역시 반가운 일이다. 이 작품이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구체적 소식은 모르겠다. 그 역시 환영할 일이다. 화려한 휴가 이상의 반응을 보이며 사람들에게 더 많이 진실을 알려주었으면 한다.

아직은 26년 전체 내용의 윤곽이 다 드러나지 않았다. 씻을 수 없는 분노를 지닌 사람들이 뭉쳤고, 그들의 최종 계획은 학살자를 암살하는 것. 하지만 그 과정은 좀 더 지켜보아야겠다. 강풀 작가의 책들을 거의 다 본 편인데, 점점 더 전개 과정이 영화스럽다고 할까, 연출의 긴박감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겠거니와 작가의 역량도 그만큼 성장할 것일 게다.

난 이 작품이 내 책장에 꽂혀 있음으로 해서 누군가 다시 이 작품에, 그 사건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더 편해질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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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으로 만나는 5.18
    from 파피루스 2008-05-19 05:18 
    다른 지역보단 5.18을 가까이 느끼며 자랐을 광주의 초등학생들은 5.18을 얼마나, 혹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해마다 5.18기념일이면 학교에서 교육하지만 아이들이 체감하는 5.18의 실체가 궁금해서 정의를 내려보게 했다. 아이들에게 5.18의 실체와 정신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해, 나역시 작은 역할이라도 담당하려고 5월 이야기 한 꼭지라도 들려주고 풀어내는 커리큘럼을 짠다. 작년에는 3학년 이
 
 
순오기 2007-09-0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두환 다음에 봐야 할 책이군요~~~ 장바구니가 자꾸만 무거워져요~~~ ㅠㅠ

마노아 2007-09-06 00:18   좋아요 0 | URL
게다가 이 책이 3권짜리랍니다. 기꺼이 무거운 장바구니를 감당하는 순오기님 멋져요^^
 
M의 천국 4
서현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수퍼맨은 자신의 능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구해주고 명성과 사랑도 얻었지만, 그것만으로 행복할 수는 없었다.
수퍼맨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한 영웅물의 주인공도 많았다.
스파이더맨은 생활고에 시달렸고, 엑스멘들은 돌연변이로서 사회에 섞일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남들보다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그 자체로 꼭 축복이기는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사회는 '다르다'는 것을 '틀리다'로 규정해서 손가락질하고 낙인을 찍어서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을 싫어할 때가 많으니까.

'M의 천국'의 주인공들을 보면 몹시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학생으로 살 수 있는 그 아이들이 '초능력'이라는 굴레에 갇혀서 선택이란 것을 할 수 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
보장된 미래가 없고, 선택 가능한 패라고는 공무원이 되는 거지만 사회에 대한 '봉사'만이 강요되었졌지,
그들의 '권익'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능력을 포기하면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다.
'지워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억이 삭제되고 날조되어서 삶의 일부를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한 사람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무섭고 슬픈 일이다.
서로에 대한 우정과 사랑으로 똘똘 뭉친 그들이라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의 피폐해진 삶이 과연 보상될 수 있을 지...
박은별은 초능력자들을 혐오했지만, 막상 자신에게 초능력의 증세가 보이자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다.
손가락질했던 대상이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제껏 꾸었던 모든 꿈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을 국가가 통제/관리하게 되었다는 모든 조건들은, 감히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일들일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것들은 모두 현실이 되어 있다.

주인공 아령이 지워질 일은 아마도 없을 테지만, 무언가 커다란 고난이 그들에게 닥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물며 깨어나지 못하는 지하 사건의 진짜 원인에 클럽M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으니 더 그렇다.
다음 권 나올 때가 됐나? 하고 날짜를 확인해 보니, 4권 출간된 지 2달이 채 되질 않았다.
앞으로 꽤 기다리야 된다는 의미. 가슴이 아프지만 즐겁게 기다려야 할 듯.(아니 기다리면 어쩌겠는가.)

오래 전에 좋아했던 만화 중에 황미나 선생님의 "파라다이스"가 있었다.



초능력자들의 전쟁 이야기였는데, 그들이 꿈꾸었던 소박한 파라다이스를 지구에서 이룰 수 없어서,
결국 생존자 몇명만이 지구를 떠나서 살게 되던 슬픈 결말이 떠오른다.
그것이 작가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의 '낙원'이었다는 사실이 지금에 와서 더 크게 납득이 간다.
평범하게 살고 있다면, 그 자체로 감사해야 할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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