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변해야 아이도 변한다
김경집.이시형.이유남 지음 / 꿈결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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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변해야 아이도 변한다는 제목처럼 심리서인줄만 알았는데 '엄마 인문학'의 김경집님과 정신과의사로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으로 유명한 이시형 박사와 '엄마 반성문'의 저자인 이유남씨 이렇게 저자가 따로 나뉘어진 3부로 되어 있는 책이어서 더 다채롭고 좋았다. 특히 1부 김경집씨의 글은 엄마로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기성세대로서의 우리 부모가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는 미래에 처한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키워야 되는가에 대한 생각을 말이다. 비공감 시대의 우리들의 모습을 비판하기도 하고 과거에 갇힌 교육에 대해서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우리 세대의 시각에 대해서 또한 아이들이 위에서부터 그냥 내려오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스스로 물을 수 있는 교육에 대한 견해를 잘 보았다. 인문학자로서 든 예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24절기는 음력이 아닌 양력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것도 명나라때 시행된 것으로 음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농사에 기초한 력을 24절기로 만든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입춘인데 눈이 오고 입추인데도 더운 이유는 명나라 당시 북경(베이징)을 기초로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명을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조선으로서는 약 15일 가량 늦어지는 24절기를 갖게 된 것인데.. 이것도 맞지 않는다에만 초점을 맞출것이 아니라 15일이나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라는 것에 공감하였다. 앞으로의 아이들은 직업이 6번 바뀔 것이며 미래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기업이 심어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없어지는 직업이 이만큼이면 새로 떠오를 직업도 이만큼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막연히 아이들을 하나의 직업만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좁은 우물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어떤 사회를 이룰 사회구성원이 될지 지금대로라면 좀 아찔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부모가 깨어있어야 할 것임을 시사해준다.


이시형 박사편도 연장자로서 정신과의사로서 해줄 말이 많아보였다. 하나의 자원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잘 키워야 할 21세기의 아이들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쏟아놓으신다. 특히 심리적인 관점에서 건강한 성인으로 될 아이들을 키우는 법을 말이다. 빨리 대충 먹고 거의 걷지 않고 학원 집만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식습관과 몸습관을 일러준다. 이제 대기업 좋은 대학만 미는 시대는 갔는데도 엄마들은 아직 그런쪽으로 유도하고 집착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건 기성세대로서 사회가 확 바뀌지 않는한 자녀가 걱정되므로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는것 같다. 하지만 과한 엄마도 확실히 많다. 아이들은 어린시절을 어린이처럼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런데 놀이터엔 아이들이 없다. 그저 핸드폰만 주어진다. 이어서 삶을 바꾸고 영혼을 살리는 코칭을 이유남 교장이 전해주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이 힘든 사춘기를 겪고 엄마도 통렬하게 반성한 장본인으로서 선배엄마로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주옥같다. 엄마가 변해야보다는 부모가 변해야로 제목을 바꿨으면 좋겠지만 나름 부모로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주변도 돌아보고 자신의 방법이 백프로 맞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을 엄마들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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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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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중증외상센터의 수장. 2011년 여러발 소말리아 해적의 총탄을 맞는 석해균 선장을 죽음에서 건져낸 의사로 솔직히 나도 그 즈음의 뉴스를 보고서야 알게 된 인물이었다. 어쨌든 그의 이름은 이제 널리 알려졌고 중증외상외과라는 생소한 과도 그러한 센터도 우리나라에 턱없이 부족하고 예산도 부족하고 선진국의 시스템을 따라하기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국감등에서의 이국종 교수님의 단호한 의지와 목소리로 전해듣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책은 어떨까. 책을 다 읽은 지금 묵직한 무언가가 남아있다. 답답하고 안타깝고 왜 노동자일수록 크게 다치고 사경을 헤매는데 이런 지원은 요원한 것인가 하는.. 사람의 목숨이 경중이 있을리가 없는데. 그리고 외과의사로서의 숙명과 그가 버텨낸 시간들을 너무나 나중에서야 조금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미안했다. 한 사람이 이렇게 묵묵히 모두와 싸우고 그들이 지켜낸 것들이 이렇게 많은데 조직에서는 돈만 까먹는 인간이라고 욕을 먹어야 했고 여기 저기 사정을 해서 겨우 해나가야 했던 그의 지난 십여년의 인생이 정말이지 대단했다. 집에서 집안일만 해도 힘들고 여기저기 불만이 많았는데 그것은 어떤 일에 정말 인생을 걸고 열심히 살아보지 못한 자의 투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메디털 다큐 같은 프로그램을 가끔 보는데 응급실의 모습은 아비규환일때가 있다. 중증외상환자가 들어왔을때이다. 뼈가 으스러지고 살이 갈린 이런 환자는 그저 빨리 응급수술을 해야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는데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가 아니면 수술실을 찾지 못해서 그대로 길에서 죽어갈수 있단다. 추락사고도 교통사고도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중증환자를 위한 시스템이 갖춰있지 못한다면 그 누구가 될 수 있는 사고에 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주대학교 병원은 지방의 종합병원이지만 이 시스템을 갖춰오려고 노력했다. 그 중심엔 이국종 교수가 있다. 선배가 추천해서 들어선 길이었지만 그 길은 너무나 외롭고 험난했다. 지난 2002~2013년까지의 그의 기록이자 중증외상센터의 현실을 기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미국에서 단기연수를 받고 돌아온 이국종 교수는 선진국에서 본 그 획기적이고 빠른 시스템과 군의 협조를 바로 보고 그 자연스러운 협작을 눈여겨 보았다. 그가 군화를 신고 헬기에 타는 모습을 보고 겉멋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본인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일반 사병으로 해군에서 복무했었고 미국 현지에서 본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택하는 일일 뿐인데.. 이 책을 읽으며 그의 모든 행동들이 다 이해가 되었다. 그가 때로는 큰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현실도. 그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이 모든 전장에 모두 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환경속에서 의사의 길을 걸었고 우연히 택하게 된 중증외과의사로서의 길. 사람을 살려놓았더니 삭감되는 연봉과 그에게 돌아오는 차가운 눈초리들. 어쩌라는 것인지. 사람을 살리려는 자리에 세워놓고 모든걸 하지 말라는 것인지 정말 안타까웠다. 그가 살려낸 수많은 노동자들의 사연이 이 책에 줄을 잇고 그와 함께한 동료들의 이야기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원래 가려던 전공을 가는 후배의사의 마지막날에도 어김없이 수술대에 들어간 그 의사. 그 의사는 끝내 미안해하며 이국종 교수와의 마지막 인사길에 계속 그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미안해서 쉽게 발길이 돌아서지 않은 것이다. 왜 미안해야 하는가. 후배의 지난 일년간의 수고를 기억하며 그의 앞길을 축복해주는 이국종 교수의 글을 읽으며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이런 일을 하는 의사의 연봉이 가장 높아야 그의 가족들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가족에게 뵐 낯이 생길 것이다. 그대로 보람찬 이 일을 끝까지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센터의 의사와 간호사의 연봉을 획기적으로 올려주었으면 한다. 아덴만의 기적이라는 석해균 선장을 살리는 이야기도 정말 손에 땀을 쥐었다. 그냥 죽음의 문턱에 있었던 한 사람을 소생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긴밀하게 이송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힘을 실어 주었다.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는 이국종 교수팀만이 이 힘든 일을 했을 뿐이었지만. 뒤늦게라도 많은 국민이 다같이 이 일을 주목했다는 사실이 어찌보면 중증외상센터를 알리는 길이 되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별반 달라진게 많지 않아 보인다. 민원으로 인해 헬기 띄우는 일이며 무전기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 요즘 방송에서 이국종 교수가 화를 내는 것을 보았다. 제발 빨리 달라졌으면 한다. 국민 누구나 크게 다칠 수 있는 일이다. 아주병원뿐 아니라 서울에도 지방에도 더욱 이런 센터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국종 교수님의 인생과 분투가 담긴 이 책을 많이들 더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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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걱정하는 연습 - 생각이 많아 섬세한 사람들을 위한 일상 안내서
이나 루돌프 지음, 남기철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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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 잠들기 전이면 이런저런 생각들, 이불킥을 해야할 일들이 생각나거나 혹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중에 걱정되는 일들이 있어서 이런 불안이 많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이 많을까. 현재에 집중하고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이 책 '우아하게 걱정하는 연습'은 제목 그대로 연습이 되는 좋은 책이었다. 저자는 굉장히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탤런트이자 영화배우이자 작가이자 이제는 사람들을 상담해 주는 코칭전문가로 강연과 개인상담까지 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렇게 아름답게 생기고 재능있는 사람도 고민이 있나 싶었는데 나름의 고민이 아주 많았던 사람이다. 그런 저자가 어느날 깨닫게 된 경험으로 세상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대하기 시작했고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이 책에 실려있는 것이다. 읽고 있으면 나도 아 이런 방식으로 달리 생각해야 되겠다 이렇게 바뀌어야 겠다 하는 희망이 생긴다.


딸과의 일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나 일상 생활속에서 달리 생각하게 되는 대화나 생각을 그대로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읽다보면 꼬일 수 있었던 일들이 의외로 실타래가 풀려나가듯 해결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다. 일단 어떤 상황이 생기면 뒤바꾸기의 4가지 질문을 한다. 그게 진짜일까? - 이게 가장 나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나 역시 읽으며 깨달음이 왔다. 지금 처해있는 이 스트레스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과연 내가 생각하는 최악으로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내 불안으로인해 미리 걱정하고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할때의 내 마음 상태는? 이 두번째 질문이다. 4가지 질문을 다 써버리면 스포일러가 될테니 이정도만 쓰겠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뒤바꾸어 버리는 에피소드들을 나열한다. 어떻게 해야한다 목차만 나열하는 책과 그래서 다르다. 저자가 직접 어떻게 생각을 바꾸었는지 세세한 에피소드들이 진정 나에게도 일어날만한 일들이기 때문에 이 책은 그저 계속 읽는 것만으로도 뇌리에 박히게 된다. 틀만 주고 마는 책이 아닌 것이다.


특히 나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라는 글이 와닿는다. 내가 생각해낸 걱정거리는 아닌지. 현재에 대한 올바른 각성을 누리게끔 도와준다. 그리고 거절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또 정리정돈을 하는것도. 어떤 생각들을 버리고 정리할 것인지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깨끗이 인정하고 주변에서 바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찾는다던지 증명도 되지 않은 과도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나 자신에게 터무니없이 함부로 대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며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냥 두는 연습도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왜 되었는지 알 것 같은 실행 효과 만점의 우아한 책이다. 이런 비슷한 책중에 몇권만 두고 기증한다면 반드시 이 책을 내 책장에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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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마키아벨리와 군주론 제대로 읽기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쌔라 강 옮김, 박홍규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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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필독서이자 대학생 필독서이기도 한 군주론은 늘 읽어 보아야 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생각만 하고 끝날때가 많았는데 아들이 공부하는 구몬 국어에서 조금 나오길래 이 책을 아들을 읽히기 위해서 이제야 제대로 갖춰서 읽게 되었다. 책은 생각보다 얇았는데 마키아벨리에 정통한 영남대 교수이신 박홍규님의 해제가 있음에도 170페이지 정도였다. 해제를 먼저 읽고 군주론을 읽으니 더욱 이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이 책을 유독 오해하고 해석하는 부류들이 있고 마카이벨리즘이라는 것을 사악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는데 애초에 마키아벨리즘이라는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과 비교를 하면서 정치적이면서 매우 솔직한 저서라고 말이다. 제목도 '군주정'이 더 맞으며 로마 공화정에서의 원수정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래는 '원수정'이라고 번역해야 더 옳은 번역이라는 것까지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얇은 이 책을 의외로 제대로 읽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조차. 이번에 읽어보니 역사서처럼 재미있고 비유와 어려운 글로 점철된 글이 아닌 마키마벨리가 당시 군주에게 바친 서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주 쉬운 글로 정직하게 쓴 글이라는 것이 맞았다.


아직 읽어보지 못하고 언젠가 읽어야지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바로 이 책으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해제도 있고 쌔라 강의 좋은 번역과 주석으로 당시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의 역사를 몰라도 주석에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으로 알려주고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책의 가격마저 만원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기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는데 밀라노에서 구경한 스포르차성의 그 프란체스코 스포르차도 군주론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등장한다. 그리고 마키아벨리와 그의 군주인 로렌초가 살았던 피렌체, 그리고 아라곤 왕 등 우리가 흔히 유럽사에서 접했던 장소와 인물들이 겹치면서 정말 재미마저 느낄 수 있었다. 스페인이 나폴리를 지배했었구나 프랑스가 이탈리아를 지배했었구나 등등 말이다. 


마이카벨리가 살았던 시대는 이제 교황의 중세적 시대가 저물어가고 르네상스가 태동하는 시기였다. 이탈리아는 아직도 통일하지 못하고 군소 도시들이 난립하고 있었다. 이를 통합할 강력한 군주를 기대한 마키아벨리는 그러나 민주적인 시민적인 군주를 열망했다. 이 모든 것을 소망하며 군주론을 썼던 그는 평생을 이탈리아 조국을 사랑하며 살았던 것 같다. 이 책 외에도 '리비우스 강연'(로마사 논고)으로 유명하고 문학에도 재능을 보여 희곡 '만드라골라' 를 썼던 마키아벨리. 그를 사랑하는 학자들이 왜 많은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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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 떠나보내며 -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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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를 아주 즐겁게 읽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 독서가이자 장서가이자 도서관장인 저자의 서재를 떠나보내며라는 제목의 책은 제목부터가 의외의 면을 선사했다. 장서가인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다보니 그도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나.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책을 읽어보니 그는 이미 1930년대생으로 굉장히 나이를 먹고 있었고 아마 생을 정리하기 전에 책도 정리하려고 했을 것이다. 5만여권의 책을 들고 다닐 수는 없다. 프랑스에서 책을 두고 나올 때에도 아주 속상해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캐나다에 이주하면서 더 적은 수의 책만 가지고 다닌다. 이 책은 역시 그런 내용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그가 읽었던 책을 추억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책의 소중함 어린시절 독서의 추억이 큰 힘을 발휘한다.


단테의 신곡, 카프카, 돈키호테, 길가메시 서사시, 오딧세이, 오델로, 각종 희곡들, 쥘 베른의 책들, 로버트 스티븐슨의 책 지킬박사와 하이드, 아리스토텔레스의 향연 등 언급되는 책들과 책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그냥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런저런 어린 시절의 독서를 떠올리면서 흘러가는대로 몸을 맡겨 두는 것이 상책이다. 페트라르카는 자신이 서재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서재가 자신을 소유했다고 한다. 아마 망구엘의 생각도 이와 비슷했기에 언급했을 것 같다. 자신이 소유했던 책들 중에서 아주 희귀한 가치가 있는 책들은 별로 없다고는 했지만 무슨 초판본 등 엄청난 책들도 실로 많이 있었다. 그런 책들만 찾는 장서가는 아니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유행하고 있는 최신책들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철학책, 문학만 읽은 것이 아니라 모험소설, 추리소설도 꽤 많이 읽고 소유했다고 한다.


그는 책은 빌려주지도 말고 빌리지도 말자 라는 구절을 서재에 걸었다고 한다. 아마 이 문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빌리려 했다가 포기했을 것이다. 어떤 책을 갖고 싶어하는 지인이 있으면 차라리 책을 사서 주었다고 한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책을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부터가 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 같아서인데 나 역시 책을 사주면 사주었지 내가 간직하고자 했던 책장에서의 책을 주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가 장미의 이름의 움베르토 에코에게 느꼈던 존경심, 우러름을 이 거장에게도 보내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책도 많이 나오지만 그가 언급하고 꺼내는 이야기들은 에코의 책들처럼 무언가 특별하고 중세나 오랜 시절의 향기가 묻어난다.


'모든 서재는 일종의 자서전이다' 라는 그의 말에 찬사를 보내며 어쩌면 그가 쓴 마지막 서재에 관한 책일지도 모를 이 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책의 수호자, 우리 시대의 몽테뉴, 도서관의 돈 후안이라는 그의 별명이 이 책을 읽으면 당연하게 여겨진다. 작은 글씨의 주석에서 나오는 내용들도 전설, 신화처럼 흥미진진하다. 여행지에 책 한 권만 가져가야 한다면 올해에는 이 책을 가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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