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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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게 '오두막' 이란 책은 구원과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무엇때문일까요. 늘 무엇에 쫓기는 듯 불안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윗집의 어마어마한 소음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말을 듣지 않는 내 아이들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건강도 안 좋아지는 것 같았구요. 오두막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뭔가가 달라지겠구나..막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되려 그것을 피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은 정말 읽자. 오늘은...오늘이야말로 제대로...

 

오늘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일년 반이 넘게 시달려온 층간소음도...참는 게 열 날이라면 열 한번째는 참지 못하고 경비실이나 관리실을 통해서 항의를 합니다. 큰 걸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이 내는 소음이 아래집에는 엄청난 소음이란 걸 알아줬으면 미안해해줬으면...손님이 온다면 미리 우리에게 양해를 구했으면...가뜩이나 아이도 많고 평소 목소리도 시끄럽고 뛰는 아이들인데 말입니다. 손님까지 매주 옵니다. 조용히 넘어갈때도 간혹 있지만 오늘처럼 심한 날들이 있지요. 아이 셋이 내는 소음이 뛰는 것 뿐 아니라 우당탕탕 쿵 크르르륵 뭔가를 굴리는 소리(큰 자동차 장난감이나 블럭뚜껑 아니면 아이들이 타는 승용물일수도..) 네 시간을 시달리다 보면 온갖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분명 아래집에 사람이 있는데도 이렇게 오래 소음을 내는데 왜 말리지 않는 걸까.. 의아해하고 비난하고 그러다보면 소음이 완전히 저를 지배하게 됩니다. 제 귀는 저도 모르게 소음만을 쫓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소음은 오후 4시가 넘도록 끝나지 않고 도를 더해가고 천장이 무너질 것 같은 지경에 이르러도 아무도 도와줄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남편마저도 해결되는 건 없다고 참자고 입을 다뭅니다. 항의해봤자 돌아오는 건 새된 그집 아줌마의 목소리가 우리집까지 들릴 정도라 경비실에서도 혀를 내둘렀습니다. 올라가 말하길 다들 꺼립니다. 우리집에서 제발 소음들을 확인하고 얼마나 큰 소리들인지 누가 나서서 알려주면 좋으련만...나만이 크게 느끼는 걸로 이상하게 변질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죽고 누가 실종되고...이런 일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는 엄청난 고통이었습니다.

 

4시 반에 우리가 나가자! 분연히 일어났습니다..갑자기 시작된 한파로 날도 추웠지만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가까운 도서관으로 나섰습니다. '오두막'을 들고서요..오늘 하루종일 읽으려고 시도했지만 시도때도 없이 쿵쿵 쾅 대는 소리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주말에 이런 소음은 경찰을 부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낮엔 그럴수도 있지 않겠냐는 사람들은 직접 들어보면 아마 우리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며...이것조차 나만의 생각일까요.. 천장 한가운데가 무너질 것 같은 소리가 계속 나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그런 부글부글 분노로 떨리는 마음으로는 제대로 된 육아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오두막'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곧 6시가 되고 저녁시간이 되어 남편이 가자고 합니다. 나는 이걸 다 읽고 가겠다고..오늘 같은 마음으로는 다시 집에 들어가기도 두렵다고..나를 이해한 남편은 아이들만 데리고 집에 갔습니다. 저녁도 차려주는 착한 남편입니다.

 

'오두막'을 다 읽었습니다. 중간중간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입니다. 이 책은 분명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구원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그래도 예수님이니 성령님이니 하는 용어를 아는 기독교인들에게 아마 더 다가갈 책이겠지만요.. 마음에 고통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현재 그 누군가는 주인공 맥처럼 가족을 잃은 '거대한 슬픔'을 지니고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 분들에게 꼭꼭 말없이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다면 나 자신에 대한 용서 그리고 타인에 대한 용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그리하여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하나님은 그 어느때도 '나'를 비난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눈물흘리며 무너질 것입니다.

 

소설에서의 하나님은 요리를 좋아하는 체구가 크고 활달한 흑인여성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파파' 라고 불리우지요. 예수는 중동의 호감이 가는 인물로 그려지구요 사라유라는 아시아여성은 성령입니다. 그리고 소피아가 등장하지요. 하나님이 지혜요 진리라고 하는 구약성서 잠언속에서 길에서 소리치는 바로 그 지혜의 여자.. 그들은 하나이자 셋이요 서로 농담을 하고 유쾌한 인물들로 나옵니다. 그러다가 맥을 일깨우기 위해서 진지하게 토론이나 말을 건네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사랑하는 어린딸을 잃은 주인공의 정말이지 '거대한 슬픔'에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어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환상의 세계에 안락함을 느끼고 나 자신이 맥이 되는 것 같은 희한한 체험을 했습니다.

 

431페이지라는 두꺼운 책이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소설속의 맥이 나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지금 마음 속에 무거운 짐을 진 자,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자, 타인을 참아내지 못하는 자..모두에게 구원이 될 소설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놀라운 책..그 유명한 '시크릿'보다 이 소설이 훨씬 저에겐 놀라운 책입니다. 미국 아마존에서 2월 14일까지 베스트셀러 1위이며 뉴욕타임즈 38주 연속 1위라는 소식을 접할때 사람들은 누구나 다 비슷한 고통과 슬픔을 지니고 있구나..새삼 느껴집니다. 자기 혼자 읽기가 아까워서 주변 사람들에게 몇권씩 선물을 한다니 말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다 읽고 집에 왔을때...역시나 소음은 참을 수 없었지만(책에서도 정당한 분노의 감정은 괜찮은 것이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용서를 하라는 것이지요. 나에게 용서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겼다는 것...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다시 성경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동안 손에서 놓았던 성경말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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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십대 딸 사이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지 쉘렌버거. 캐시 고울러 지음, 정미우 옮김 / 지상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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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내 목소리톤은 낮은 데다가 무뚝뚝한 구석이 있는 엄마여서 살뜰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물론 엄격하기도 하고 말이다. 밝고 명랑해 보이는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아이들을 엄격하게 다루고 키우는 나의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아이들에게도 그 잣대를 들이미나 보다. 그러다보니 뛰지 말아라 큰소리 내지 말아라 삐지지 말아라 전철에서든 식당에서든 뭐든 안된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 딸은 아파트에서도 쓸데 없이 뛰지 않고 오히려 발끝을 슬슬 밀며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이다.

 

밖에서는 예의 바른 아이들로 인식되고 귀여움을 받지만 이제 열살이 된 딸을 보면 뭐랄까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집에서 별로 말수가 없고 무엇보다 내가 묻는 질문의 요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대답을 하기 때문에 왜 이렇게 대화가 안되는 거냐고 닥달하게 되고 답답해 하다 보면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속으로 삭히는 아이들일수록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와 대화를 끊고 자기만의 고집스런 세계에 빠져든다는 아이들을 주변에서 몇몇 보았기 때문에 더 걱정스럽다. 제발 아이를 기죽이지 말고 어떻게 대화를 하고 어떻게 훈육을 해야할까..십대에 접어든 딸과는 어떤 대화를 해야 할까...안 그래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부모학교가 있다면 말이다.

 

이 책을 집어 들고 읽을 때는 사실 눈에 잘 들어 오지 않았다. 나와는 맞지 않는 편집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건 핑계다. 요즘 정신없는 생활이 한 곳에 집중하기 힘들게 했기 때문이 아닐까. 집중해서 읽어보니 그제서야 눈에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충격이었다. 교회의 평범하고 예의바른 단체에서의 아이들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도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구나 할 정도로 아주 상세한 고민들이 사례별로 담겨 있었다. 게다가 엄마에게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란다. 엄마에게 말 할 수 없는 비밀...이런 비밀을 내 딸도 갖게 될까봐 두려웠다.

미국사람이 지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아이들과는 많이 다를수도 있지만 성이나 왕따등의 고민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아이들이 엄마에게 털어놓기 힘들다는 점은 같았다. 마약이나 커팅(자해) 같은 문제는 좀 동떨어진 문제 같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담배나 술 그리고 거식증 등의 문제는 점점 증가추세이니 말이다.

 

심각한 문제다. 지금은 착한 내 아이도 언젠가 이런 문제를 일으킬수도 있다. 그러기 전에 대화를 열심히 하고 딸에 대한 사랑을 -정말 엄청나게 사랑하지만 표현하기가 힘들었던-, 문제를 서서히 해결해야 겠다. 그것도 시급히. 먼저 이 책에 쓰인대로 자주 안아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자. 어떤 문제에 있어서도 엄마는 비난하지 않는 다는 점을 보여주자. 그리고 대화를 끊지 말고 답답해 하지도 말고 들어 주자. 인내심을 가지고 무조건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첫째로 실행해 볼 수 있는 문제해결법이다.

 

그리고 십대들이 고민할 수 있는 남자친구문제, 성문제, 왕따, 성격상의 문제, 외로움등을 언제나 엄마에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자.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많은 고민들을 읽으며 공감할 수 있었고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도 초등학교 고학년들도 이성친구를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내 조카의 경우는 커플링도 끼고 했었다. 지금은 헤어졌다지만..어쨌거나 아직 어린 나이에서의 이성교제는 권장할 만한 것이 못된다. 하지만 집에서 외로움을 느끼다 보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러기 전에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공부를 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대해서 일방적인 대화말고 아이의 꿈과 희망을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어야 겠다.

 

아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관심 깊게 읽었다. 나는 십대시절 아빠가 거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멀었던 것 같다. 엄격한 편이셨고 말수가 별로 없으셔서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다행히 내 딸의 아빠는 내 딸에게 엄청나게 다정하다. 딸이 아빠가 퇴근하는 것을 기다리고 아빠를 보면 표정이 환해진다. 그러다보니 불만도 많다. 나쁜 역할은 내가 하게 되고 착하고 다정한 역할은 아빠 차지가 되니 말이다. 그래도 부모 둘 다 아이에게 엄격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을 느낀다. 엄마에게 아무리 잔소리를 듣고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도 아빠가 있기 때문에 엇나갈 걱정은 없을 정도로 아빠의 역할은 중요하다. 필자의 아버지는 예순 넷의 나이에 인공관절수술을 한 무릎을 가지고도 9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차를 몰고 달려와 딸의 차고를 정리해 주고 선반까지 달아주었다. (필자가 너무나 바쁜 강연 일정에 쫓겨 이사를 한지 8개월이 지났는데도 차고정리를 하지 못해 박스가 가득가득 쌓여 있어서 차를 못 댈 지경이었는데 아버지가 추운 겨울에 차를 대지 못할까봐 딸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므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필자가 돌아왔을때 아버지는 "아가, 우리가 해냈다. 이것 좀 보렴. 다 정리되지 않았니.." "아버지 우리가 아니고 아버지가 하신 것이잖아요.."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대목에서 아빠의 한없는 사랑에 나 역시 눈물을 흘렸다. 엄격했던 나의 아버지도 표현하지 않았을 뿐 내가 어른이 되어 갈수록 엄마, 아빠의 따뜻했던 무조건이었던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십대때는 이런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자식을 낳고 키워봐야 느끼게 될 거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백프로 맞다. 그러니 질풍노도인 십대 시기에 어떤 대화를 해야할까. 어떤 사례들이 있게 될까...십대 딸을 가진 엄마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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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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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처럼 악마에 영혼을 판 남자의 이야기. 내가 예술작품이었을때.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작품이다. 엠마뉴엘 슈미트의 이름은 들어본 것 같으나 그의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고백하건데....파우스트는 어릴적 몇번의 시도에도 그 두꺼운 두께와 난해한 글에 눌려서 전체를 다 읽어본 적이 없다. 이 책 역시 악마같은 한 남자에게 자신을 판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라서 난해하고 어려울 줄 알았다. 오호 놀랍게도 술술 읽힌다. 재미도 있다. 게다가 뭔가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그럼에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같은 책을 기대했을까.. 아마도 불어 그대로 읽게 되었다면 훨씬 멋있는 소설이었을 것 같다. 번역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뭐랄까..약간 무게감이 없어보인다고 할까..원작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내 기우일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잠시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던져버리고 책에 집중해서 읽다보니 책에 푹 빠져든다.

 
내가 예술작품이었을때의 주인공인 바로 '나'는 '타지오 피렐리'라는 청년이다. 그 아름답기로 유명한 쌍둥이 형제 <피렐리 형제>가 바로 그의 형들이라는 이유로 보통의 기준에서는 잘생겼다고 볼수도 있는 타지오는 피렐리 형들의 눈부신 미모에 가려진 암담한 십대시절을 거치면서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부모님의 사랑도 받고 있음에도 모든 미디어나 주변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피렐리형제에게만 향해 있으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집을 뛰쳐나가 자신만의 독립된 삶을 살았더라면 좋았으련만 소설의 배경인 섬이라는 특성상 그냥 그대로 눌러앉아 살았나보다. 자신을 죽여가며 살 수 밖에 없었나 보다.. 결국 스물 몇살이 되던 해.. 곪아처질데로 터진 타지오의 마음은 육신을 절벽으로 향하게 하고 만다. 소설 초입부부터 나오는 이야기이니 스포는 아니리라..

잠깐만 기다리시오!! 라고 타지오를 말리던 남자. 온갖 보석으로 이빨을 치장한 묘하게 아름다운 늙은 남자. 제우스 페테르 라마. 이름부터가 제우스라니..허허.. 자신이 가진 미술적 재능을 오히려 썩힌 채 온갖 말치장으로만 예술품을 만들어 비싸게 팔아치우는 능력으로 엄청난 부자가 된 바람둥이이자 자신밖에 모르는 나르시스트 제우스를 만나게 된 것은 운명의 장난이리라. 제우스의 제안을 하루에 걸쳐 듣게 된 타지오는 결국 악마에게 영혼을 팔게 되는 파우스트처럼 제우스에게 자신을 팔아버리게 된다. 제우스의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타지오.. 

타지오란 이름은 내겐 아련한 아름다움을 주는 이름이다.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한 소설가가 사랑하게 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년의 이름이 바로 '타지오'가 아니었던가. 바로 베르사이유의 장미란 일본 순정만화에서의 오스칼의 모델이 된 남자가 이 타지오 역할을 맡았었다는 사실.. 암튼 바로 그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보게 된다면 그 타지오의 아름다움에 반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같은 이름이라는 우연으로라도 애정을 가지고 끝까지 지켜본 '타지오' 는 결국 인간이었던 자신을 포기할 정도로 엄청난 수술을 통해 예술작품으로 거듭나게 되며(소설에서는 자세한 언급을 꺼려할 정도로 그의 변한 모습은 상상을 초월할 듯 하다..) 온몸이 해체되어 다리에 철심과 봉이 마구 박힌 표지에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 다행히 사건들은 너무 안스럽게만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 가운데서 유머와 위트까지 엿볼 수 있으니 작가의 역량이 너무나 대단하다.

그래도 순간순간 안타까운 순간들과 어리석은 순간들을 지나치며 진정한 내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들...진정한 예술가인 한니발과 그의 딸인 피오나를 만나면서 구원을 얻게 된다.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금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해, 인간다운 삶을, 개인을 포기했었지만 인간성의 회복과 나는 나만의 것인 '자유'를 위해 이젠 그것을 다시 찾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물론 제우스 페테르 라마가 가만히 있겠는가. 그를 속이고 과연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것은 소설을 읽으면서 확인하기 바란다. 물질과 외모만능주의에서 비롯된 소설이지만 유머와 위트와 엽기와 구토와 감동과 눈물이 뒤섞인 아주 오랜만에 읽어보는 정통소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온통 스릴러와 추리소설투성이인 책들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게 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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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아, 행복은 선택이 주는 선물이란다 -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선택 이야기 40가지 글고은 아동문고 19
오정은 지음, 최제희 그림 / 글고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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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란 존재는 딸이든 아들이든 말을 꺼내기 무섭게 모든 말들이 잔소리로 변해간다..
내뱉는 말을 곱씹어 내가 듣다보면,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들이 매 순간 찾아온다.
아이에게 올바른 이야기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려고 해도 결국은 잔소리..
그럴때 도단도단 아이에게 정말 하고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인 것 같다.
매일 밤마다 40가지의 이야기들을 차례대로 하나씩 읽어주는데 이것이 바로 
베드타임 스토리요 아이와 함께 하는 행복한 밤시간이 된다. 
잔소리없이 잔잔하게 들려줄 수 있는..


딸도 하나 있고 아들도 하나 있지만 정말 엄마들이 공부를 해야함을 느낀다.
내 자신이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남자란 존재에 대해 선천적으로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고 반대로 여자로 태어난 딸에게는 태생적으로 바로 이해가 되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양육할때 분명 달라져야 할 양육태도들이 있다. 불평등이 아니라 말이다.  가령 여자아이들은 엄마가 화를 내고 지금 해야할 일에 대해서 잔소리를 하면 대부분은 뉘우치고 말을 잘 듣게 된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지금 왜 혼이 나야 하는지 정말 조목조목 잘 설득해야 알아듣는다고 한다. 이렇듯 양육방식이 달라야 할때가 있는데 이 책은 딸에게 주는 문장들이 너무 좋은 책이다.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너무나 여성성을 강요받고 큰뜻을 품기 어려워질때가 사회적으로 분명히 있다. 비단 가정에서 아무리 잘 가르친다고 해도 학교에서나 다른 단체에서 알게 모르게 느껴질 그런 여자다움 그리고 약함의 강요..
이 책은 여자들도 분연히 선택이란걸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40가지의 실화와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가 엄마가 되어서 읽어주는 듯한 문체로 말이다.


우리집은 특이하게 아빠가 매일 밤마다 읽어주곤 한다. 꼭 말해주고 싶었던 바로 그런 말들이라면서..딸을 가진 부모라면 한번쯤 구입해서 아이에게 읽어주고 혹은 이야기로 들려줄 그런 책인 것 같다. 이렇듯 한권을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검색이나 다른 책들을 모두 펼쳐볼 필요가 없게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 책인지...


행복을 선택하라- 안네 프랑크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선택은 나의 몫 - 경현이와 승애가 함께 옷을 고르러 가서 일어난 선택의 이야기이다.
누가 깨느냐에 따라 - 닭장안의 달걀의 부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솝우화같은 이야기이다.
이렇듯 40가지의 이야기들은 모두 실화와 창작동화 그리고 전래동화의 틀을 보여주면서 엄마가 딸에게 꼭 들려줄 선택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고맙다고 좀 과장을 해서 썼다.
암튼 우리집에서는 아주아주 대만족한 책이다. 주변의 딸가진 엄마들에게도 꼭 선물하고픈 책이다. 선택으로 인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것..모든 엄마들이 딸에게 바라는 것일게다.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그것만큼 더 좋은 게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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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 - 오즈의 마법사 깊이 읽기
L. 프랭크 바움 원작,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공경희 / 북폴리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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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를 받았을때,,

무려 492페이지에 달하는 백과사전보다 더 두꺼운 두께에 놀랐다.

하지만 책을 펴 보았을때 그것은 기우였다. 술술 읽히는 책에

지은이인 'L.프랭크 바움'의 일대기는 물론 그의 가족과

또 덴슬로우라는 걸출한 삽화가의 생생한 삽화와 그의 생애까지..

그리고 오즈의 마법사가 탄생하기까지의 전작들이나 비슷한 시기의 책 성향이나 삽화들까지...

1890년대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의 미국이나 유럽의 문화까지 엿볼 수 있는 책이라

너무나 가슴이 뛰었다.

원래 잡학상식만 많은 나에게 지적인 호기심을 던져주기에

딱 좋은 책이라고나 할까..게다가 정말 소장가치가 무궁무진한 책이다.

비닐을 씌워서 제대로 보관하고 싶다. 언젠가는 생길 내 서재의 한 켠에 꼭 두고 싶은 책이다.

 

 

 

또한 오즈의 마법사는 영화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것 - 연극이나 뮤지컬이 먼저였다.

게다가 영화로서는 우리가 아는 주디 갈란드가 도로시로 나오는 오즈의 마법사만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

을 알 수 있게 해 줄 뿐 아니라 수많은 자료사진까지 제시되고 있다.

수많은 여러가지 버전의 연극 포스터, 뮤지컬 포스터, 그리고 영화포스터까지..

그리고 등장인물들을 연기한 각기 다른 시대의 배우들의 스냅사진들까지..

정말 방대한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한... 엄청난 보물창고같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프랭크 바움의 생애도 굉장히 흥미롭다.

원래 철저히 시작부터 작가로의 삶이었을 줄 알았는데..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집안의 가업을 이어 여러가지 사업을 진행해보기도 하고 새롭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일으켜(극단을 만들어 순회공연을 다니는) 기획과 배우의 역할까지도 해보고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각본을 쓰기 시작했고 ..나름 잘 나가는 연극이 되기도 하고..

파파구즈라는 마더구즈와 비슷한 아이들에게 들려줄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삽화와 함께

파파구즈는 일약 히트하는 아동물이 되었다.

 

이후에 만나게 되는 삽화가 덴슬로우와의 만남은

바로 <오즈의 마법사>라는 위대한 창작물이란 결과물을 가져오게 된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 작품 이후엔 그 둘은 결별했다는 것이다.

덴슬로우로서는 오즈의 마법사의 성공이 자신의 삽화 덕분이라는 생각을 했을 터였고

서로의 자존심과 자만심 때문에 각자의 길로 갈라서게 된 것이다. 혼자서도 역시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둘의 결별 이후로는 오즈의 마법사 같은 작품은 서로에게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105페이지에 이르러서 드디어 오즈의 마법사의 서문이 등장한다.

오즈의 마법사는 우리가 아는 대로 쉽게 술술 잘 읽힌다.
옆에 달린 주석은 정말 이런 것도 다나..할 정도로 세세하다.

주석까지 다 읽기엔 힘들지라도 원작만으로도 잘 읽힌다.

시간이 나면 주석까지 읽어보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한권의 <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는 내 아이에게 읽히는 것 뿐만 아니라

나의 서재 리스트에 꼽히는 책으로도 엄청나게 만족할 만한 책이다.

다른 시리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허클베리 핀, 그리고 셜록 홈즈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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