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면 열리리라 - 율도국 테마시집 2 기도시집 (치유의 기도)
김율도 외 지음 / 율도국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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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에 교회 중등부에서 열린 예술제, 그 뭐라고 하더라..암튼 교회 문학제 같은 행사가 열렸다. 당시 중등부만 200명이 넘는 큰 교회였는데 그때가 가장 부흥했던 시기같다. 되돌아 보면..

현재는 어떤가. 증등부나 고등부 인원이 그때의 반의 반도 안 되는 것 같다. 당시 우리의 부모세대랑 비교해 보면 앞으로 중등부에 갈 딸아이- 4년 정도만 있으면 중학생이 되는데-나의 모습은 어떤가..택도 없는 소리다. 우리 부모님들처럼 눈물로 기도하고 매일 새벽기도를 다니고 여러 봉사활동을 하고 그런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히 딸은 잘 커주고 있고 주일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도 본인 스스로 신실하고 예수님을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 세대는 우리 부모님들이 기도하는 것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마음만으론 여전히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거면 된 거 아닌가. 언젠가는 나도 열심히 할 것이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어렵다는 자기해명에 바쁘다.

 

다시 중등부 시절로 돌아가 보자. 그 예술제에서 나는 시낭독을 맡았다. 결코 목소리가 꾀꼬리처럼 맑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저음에 가까웠는데 그게 안정감이 있어 보였나 보다. 임원을 맡은 사람들이 거의 다 독식했기 때문에 나도 하나 맡아준게 바로 시낭독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낭독했던 시는 바로 이해인 수녀님의 <말을 위한 기도>였다. 말이 씨가 되어 남에게 상처를 주면 그것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여러가지 기도시 중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시들이 가장 와닿았었다. 소녀다운 감성으로 수녀님을 동경하기도 했고 말이다. 나 역시 성당에서 하얀 레이스를 머리에 얹고 기도를 드리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려면 어떠랴..예수님만 만날 수 있다면 다시 회개하고 땅을 치며 기도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기도하면 열리리라'는 그런 나에게 다가온 치유의 책이다. 강은교시인, 이해인수녀님, 김소엽, 도종환, 서정윤, 그 밖에 중증 장애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맑은 음성으로 읊어진 아름다운 기도시들은 나의 마음을 다시금 떨리게 하고 있다. 헨리 반 다이크,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주옥같은 기도시들도 여러 상황별 기도와 함께 빼곡히 얇은 책을 한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책을 읽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고 세상의 모든 소식들, 그리고 드라마들, 뉴스들에 궁금해 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밥 짓는 시간도 부족하다 여겼다. 지금 나에겐 뭔가 나사가 빠진 느낌이다. 언제 다시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내 자신을 만날 수 있을까.. 아직도 부족하다. 하지만 기도시를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도 성경이 몹시도 그리워지고 읽고 싶어진다.

 

용서를 위한 기도, 내려놓기 위한 기도, 새사람이 되기 위한 기도, 분노가 솟구칠 때의 기도, 불안할 때 하는 기도, 포기하고 싶을 때의 기도 등 이 책을 엮은 이, 김율도시인의 기도문도 마음에 절절히 와 닿는다.

 

다시금 내 내면과 맞닥뜨릴 그 날을 위해 나는 기도하고 또 아무도 없을때 기도로 침잠하고 싶다. 이 기도문은 그런 나를 도와줄 것이다. 성경을 다시 마주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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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세계화 - 글로벌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브루스 그린왈드 외 지음, 김원옥 옮김 / 세계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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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경제에 별 관심이 없는 주부로서 이 책을 과연 잘 읽을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세계는 평평하다'와 반대되는 기조로 쓴 책이라는 책소개글에서 남편이 전에 선물로 받았던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책이 있는 것이 기억났다. 만만치 않은 두께에 읽어볼 엄두도 못냈던 책인데 이 책에서 세계는 평평하다를 비판하기도 하고 동조하기도 했다니 한 책으로 두 권을 읽는 기분일 것이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책인데.. 음..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그리고 과연 글로벌라이제이션: 세계화란 무엇인가라는 늘 많이 들어왔지만 잘 모르는 호기심에 부응할 수 있는 책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생각보다 쉽게 읽히고 번역자들과 감수자들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주부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란 것이다. 그 점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보통의 경제서적은 몇 장 읽기도 전에 그 용어나 어려운 문장이라는 난관에 봉착하고 곧 심드렁해지고 마는데 말이다.

 

일단 이 책은 컬럼비아 대학 경영 대학원의 금융 및 자산관리교수로 재직중인 브루스 그린왈드의 저서이다. 물론 공저자로 현재 투자자문회사인 허밍버드 매니지먼트에서 COO로 일하고 있는 주드 칸이란 사람이 있다. 브루스 그린왈드 교수는 활발한 연구활동과 저서로도 유명한 사람인데 객관적이고 정확한 도표와 퍼센트로 책을 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교수라고 입을 모아 감수자들이 추천한다. 바로 이 책은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 MBA과정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네 사람의 추천과 감수로 인해 출판된 책이다. 이들도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한 사람들인데 그들이 공언하는 교수이고 책이라니 더욱 믿음이 가서 술술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

 

결론은 이 책은 세계화에 대한 책일 뿐 아니라 경제전반적인 눈을 기르는 길잡이가 될 만한 저서란 것이다. 경영을 공부하고 일선에서 경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볼 책이라고 하겠다. 그만큼 성실하고 차분한 설명과 도표가 이를 말해준다. 아직 나는 미흡해서 그가 말하고 있는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계속해서 탐독한다면 경제전반에서 전문가 못지 않는 혜안을 가지게 될 책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이런 내용에 비해서 책값도 부담스럽지 않다.

 

세계화로 인해서 당장 자국이 불안해지고 자국의 일자리를 제 3국의 사람들이 모두 차지할 거라는 것은 아직도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월마트도 결국 자리를 챙겨 본국으로 갔고 미국에서 맹위를 떨치는 맥도날드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큰 매출을 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이 역시 도표와 정확한 통계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세계화가 엄청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가. 그것은 보여지는 것들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에 비해 뉴스등 언론과 광고가 앞서간다고 한다.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가 강조한 글로벌라이제이션 3.0은 아직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자국마다 고유한 것들이 있어서 깨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코카콜라의 꾸준한 성공은 그만의 성공전략이 있고 각국의 제조공장에서 제조나 잘하고 결국 마케팅이나 광고등은 코카콜라 특유의 미국적인 맛과 향을 잃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멕시코 콜라나 인도콜라같은 것은 먹히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세계화의 본 모습이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세계화가 있다면 그것은 금융과 서비스관련 업종이라고 한다. 이미 HSBC같은 홍콩계열의 은행은 미국에서도 성공하고 있으며 오히려 시티은행등 자국의 은행들의 이익보다 훨씬 상회한다고 한다. 오히려 세계화는 이런 곳에서 야금야금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도 벌어지는 일들, 보험영업등 서비스는 저 먼 아일랜드나 인도에서 국제전화로 이루어 진다. 이런 것들로 인해 세계화가 급속도로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나 그것들은 앞서 말한 것처럼 금융이나 서비스쪽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 밖에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서 전세계의 통화부분, 그리고 IMF의 준비금 등 앞서 말했듯이 전세계의 경제흐름을 짚어주고 쉽게 경제를 설명해 주고 있어서 정말로 일반인에게도 좋은 책인 것 같다. 주부들이여! 우리도 똑똑해질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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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다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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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딕슨 카의 기념비적인 데뷔작 <밤에 걷다> 는 노블 우드 클럽의 존 딕슨 카 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손상없는 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엘러리 퀸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딕슨 카의 작품은 애석하게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약 어린 시절 딕슨 카의 작품을 읽었다면 작가의 다른 책들도 모조리 다 읽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어린 시절 탐독했던 탐정소설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작가이다. 작금의 여러 스릴러 탐정책들은 그저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만 잔인하게 적다가 제대로 된 추리도 없이 급박한 영화를 한편 보는 듯한, 어이없게 범인이 밝혀지고 마는데 이 책은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의 사건, 밀실사건이자 주인공들의 내면과 그들이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끈질긴 스토리와 서술이 예전에 읽었던 바로 그 탐정소설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딕슨 카는 미국태생이지만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어린시절과 청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이들 나라들의 암울한 분위기와 역사적인 서술등이 돋보이는 작가였다. <밤에 걷다>에서도 그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범인이 나타나는데 살인 자체를 즐기는 살인마가 등장하는 것이다. 1920년대 후반의 정서로 이런 범인이 등장했다는 자체가 센세이셔널 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보다 후대에 일어난 '블랙 다알리아'의 사건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을 수 없는 사건으로 치부했기 때문에 경찰이나 언론에서도 쉬쉬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밝혀지는 범인은 로랑이라는 살인마인데 그가 첫날밤 자신의 신부에게 면도칼을 들고 덤벼들었다가 신부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달아나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는 로랑은 잘생기고 의젓하고 우아한 몸짓을 가진 지적인 미소를 가진 인물이었지만 그가 상담중에 꺼내는 말들은 지금의 싸이코패스를 능가한다. 어려서부터 사람이든 짐승이든 피를 보고 싶어할 때가 있었으며 그것이 유전적인 영향이기 보다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탐독했다는 여러 어두운 책들로 인한 것 같다는 나름의 이유를 들어보면 정말 오싹하다. 그 책들의 면면이 이러하기 때문이다. 잔인하게 매춘부나 여자들을 고문했던 사드의 작품이나 어린 아이들 수백명을 고문하고 죽였다는 질 드레의 관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공포소설로 유명한 포poe까지 등장하니 말이다. 그 당시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다면 딕슨 카 자신이 이런 책에 관심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의 어두운 심연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고 또한 왜 인간에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 사실들을 밝혀보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로랑은 8개월전에 정신병원에서 탈출하고 아마도 실패한 그녀를 찾아가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그녀를 죽이려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아직도 살아남아 그녀에게 큰 영향을 끼칠 유일한 사람이란 걸 증명해 보이려는 것일까. 새로 재혼하게 된 살리니 공작은 그녀와 결혼한 바로 그 날 파티가 열리는 클럽의 카드룸에서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는데...이 책 '밤에 걷다'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범인을 좇는 과정과 딕슨 카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은 추리소설이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글임에 틀림없다. 그가 묘사하는 것들은 황홀하다. 1920년대 후반의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의 이미지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 정말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글임에도 틀림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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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 악남 이야기
이경윤.정승원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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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대형서점등에 들를 일이 생기면 몇시간씩 서서 읽거나 새로 나온 책 표지를 눈으로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시절이 기억난다. 지금도 물론 서점에 들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아이들과 남편이 있는 집으로 갈 시간이 촉박해서 아쉽게 발길을 돌리곤 한다. 예전 기억 중에 엽기 세계사 뭐 그런 제목 비슷한 책이 있었는데 한번 들춰보았다가 충격과 놀람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바로 드라큘라의 원형이었던 블라드 3세, 블라드 체페슈라고 불리웠던 인물과 현재나 과거를 통틀어 가장 무시무시했던 인간- 아이들을 고문하고 살해한 끔찍한- 질 드 레의 이야기었던 것이다.

 

질 드 레의 경우는 잔 다르크의 오른팔과도 같은 역사속의 인물이었고 실제로 잔 다르크를 흠모하고 존경해 마지 않았던 그런 사람의 타락이라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현 세계에도 정치가나 세계적인 유명가수나 영화배우중에 이런 이중적인 사람이 어딘가는 꼭 있지 않을까라는 나 자신만의 음모론까지 들게 했었던 그를 그 서점 이후론 다시는 만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이 책 '세계 악남이야기'로 다시금 조우하게 되었다. 다시 만난 그의 행적은 예전 책처럼 자세하진 않았어도 그 끔찍한 악행에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에 관한 재판 기록을 본 사람들은 어딘가 정신이 이상해질 정도였다 하니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푸른 수염'이라는 괴기스런 전래이야기도 생겨 났다고 한다.

 

옛날에는 연쇄살인범의 존재를 몰랐었기 때문에 이런 인물들이 나타나면 악마의 짓이거나 전설로 치부하곤 했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푸른 수염이나 늑대 인간, 악마, 유배된 인간 등 어쩌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나약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과거에도 싸이코패스가 있었고 연쇄살인마처럼 살인 자체에 쾌락을 느끼는 인간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질 드 레나 블라드 3세, 잔인한 살육으로 유명한 아틸라나 이반 4세, 표트르 대제등은 오늘날의 싸이코패스와 흡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의 악남들 이야기도 자세히 언급하기 때문에 동양에 이르기까지 잔혹한 역사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싸이코적인 악남들 외에도 전쟁을 일으키고 일부는 시민을 학대한 칼리굴라, 알렉산더, 칭기즈칸, 티무르, 헨리 8세, 루이 14세, 러시아 제정 말의 요괴승으로 익히 알고 있었던 라스푸틴, 히틀러, 사담 후세인, 동양에서는 진시황제, 한 무제, 당 현종, 명 태조 주원장, 마오쩌둥까지 그들의 탄생과 성장과정, 죽음에 이르기까지 조명한 책이기 때문에 단순히 악남의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성장과정에서는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보여진다. 가령 자신이 정치적 다툼속에 죽을 위기에 처해서 눈치밥을 먹으며 살아갔다던지 죽지 않기 위해서 권력을 잡아야 했다던지 부모는 거의 없었던 방임, 학대가 있었다든지 오늘날 말하는 어린 시절의 중요성을 그들에게서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그들도 제대로 된 부모아래에서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자랐더라면 정상적으로 잘 자라지 않았을까 하는.. 인간이기에 너무나 나약하고 악한 존재인 그들을 보면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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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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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게이먼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그레이브야드 북 표지에 그려진 세련된 만화체 삽화와 2009 뉴베리상 수상작이라는 문구가 책을 읽고픈 욕구를 주었지만 닐 게이먼이란 작가는 몰랐다. 아니 들어는 본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뒷표지에 적힌 닐 게이먼에 대한 아는 척하는 문구들이 이해가 되었다. 나도 드디어 닐 게이먼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 는 소리는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 하고 외치는 것과 비슷한 희열을 느끼는 것이었다. 진정한 이야기꾼 닐 게이먼..

 

어느 야릇한 밤, 일가족이 살해 당하는 비극이 벌어진다. 검은 머리의 살인자, 잭에 의해서.. 이 집안의 막내였던 18개월 된 아기는 혼자 잠에서 깨어나 운명처럼 아장아장 집밖을 나서게 되었다. 집 앞 언덕 끝에 있는 공동묘지에 이르러 마침내 그는 유령들의 손에 발견하게 되어 무덤에서 존경받는 오언스 부부의 장남으로 키워지게 되었다. 아기엄마가 유령이 되어 뒤쫓아 온 잭의 손에서 아기를 구해 달라는 애타는 몸짓은 나도 어린 아들을 둔 엄마로서 너무나 가슴 아픈 모성애를 느끼게 했다. 그의 진심어린 애원을 받아들인 오언스 부부는 이 아이를 아들로 받아들여 키우게 되는데 유령인지라 음식물을 얻을 수도, 이 아이를 제대로 육체적으로 양육할 수 없어서 망설이고 있었다. 이 부부앞에 구원자처럼 나타난 사일런스라는 불멸, 불사의 남자가 이 아이를 키우는데 돕겠다고 나선다. 그 이후로 이 아이가 자라는 십수년 동안 사일런스는 정말로 아이를 위해 음식을 갖다 주고 진정한 멘토가 되는 일에 게으르지 않았다. 위기 때마다 나타나 노바디 오언스를 구해주는 대목에선 오언스 부부와는 또 다른 콧날이 시큰해지는 부성애를 느끼게 된다.

 

닐 게이먼 스스로가 어린 시절에 읽었던 <정글 북>에 감화되어 패러디의 차원에서 쓰게 되었다는 그레이브 야드 북.. 제목부터가 '정글 북'처럼 book이란 제목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닐 게이먼의 정글 북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어린 아들과 같이 찾았던 공동묘지에서 착안해 냈다는 이야기는 딸아이가 자꾸 뒷얘기를 해 달라는 바람에 다시 쓰곤 했다는 뒷담은 청소년 문학으로서 뉴베리상을 수상할 만한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감성과 지성을 전해줬다고 생각한다.

 

노바디 오언스...비극적인 사건 속에서 혼자 살아 남은 아기..그리고 유령들이 부모가 되어서 지극정성으로 키운 아이.. 이 아이도 인간이기에 인간사회를 동경하고 좌충우돌 청소년기를 겪기도 하며 진정한 남자로 성장해 가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간중간 벌어지는 사건에서는 해리 포터와 비슷한 재미를 선사해 준다. 무덤 속에서 접하게 되는 무서운 괴물들과 저승에서나 볼 법한 생물들이 오싹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잭이란 살인자는 왜 이 가족을 죽였으며 왜 끝까지 이 소년, 노바디 오언스를 찾아다니며 끝장을 보려는 것일까..노바디 오언스는 이 모든 처절한 사건들을 뒤로 하고 진정한 남자로 성장했을까..사일런스의 도움은 이젠 필요없는 것일까.. 무덤을 나서는 그의 모습을 남은 유령들이 눈물 어린 눈으로 지켜보며 그의 행복을 빌어주지 않았을까..이 모든 것은 이 책을 읽을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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