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비밀 정원 레인보우 북클럽 12
T. H. 화이트 지음, 김영선 옮김, 신윤화 그림 / 을파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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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파소의 레인보우 북클럽은 저학년 중심의 아동책에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멋진 시리즈이다. '해맞이 언덕의 소녀'에 이은 레인보우 시리즈중에서 두번째 도전한 책이 '마리아의 비밀 정원' 인데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인 나도 책읽는 재미에 빠져 읽은 책이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을파소의 시리즈...


고아인 마리아의 이야기는 콜레라로 부모를 잃고 천애고아가 된 비밀의 화원의 주인공과도 유사해 보이고 이야기의 중심을 차지하는 마리아의 비밀정원에서 일어나는 릴리퍼트 소인들의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이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패러디한 부분이다.

가령 마리아가 소인 갓난아기를 발견하고(약 2.5cm라고 적혀있다. 얼마나 귀엽겠는가..) 아기를 키워보려고 인형을 가지고 놀 듯이 가져가려는 장면에선 그 아기의 13cm정도 되는 소인 엄마가 주인공 마리아를 보면서 아기를 달라고 씩씩거리며 '퀸바 플레스트리나' 어쩌고 하는 장면에서는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사람들이 걸리버에게 붙여준 '인간 산'이란 뜻의 이름 '퀸부스 플레스트린'의 여성형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인 T.H.화이트는 노골적으로 걸리버 여행기를 따라하는 패러디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마리아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가정교사나 못된 목사는 로알드 달의 '마틸다'를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마리아의 부모가 남긴 엄청난 대저택을 묘사한 부분은 해리포터를 연상케 했는데 역시나 해리 포터의 저자인 롤링은 화이트의 작품들 전반에 걸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화이트란 작가를 통해 돌고 도는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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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는 '중앙 계단'을 올라 '공작의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 '두 번째로 큰 계단'을 올라 '빼어난 낯선 이를 위한 복도'를 지나서 '비밀스러운 계단'을 뚜벅뚜벅 올라 '한때 없어지기도 했던 세 번째로 좋은 계단'을 가만가만 내려갔다. 그 계단 끝에, 지붕이 아직도 멀쩡한 그곳에, 그녀와 브라운 양이 기거하는 작은 침실이 두 개가 있었다."
이 부분만 읽어 보라. 어딘지 낯이 익지 않은가..해리포터에서 이런 식의 글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이 책의 작가 화이트는 영문학을 전공했기에 어휘사용에 있어서 굉장히 다양하고 화려한 어휘를 구사한다고 한다. 한글로 번역된 이 책만 보아도 화려하고 유쾌하고 감칠 맛이 나는데 영문은 더 굉장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읽는 양서는 바로 이런 책이 아닐까 한다.

마리아가 소인들인 릴리퍼트 사람들과 티격태격하고 또 친해지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어려움을 헤쳐 나가게 되는데...릴리퍼트 사람들의 생활에 관여하게 되는 마리아도 그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많은 성장과 성숙을 경험하게 된다.

열살인 마리아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열살인 아이들이 읽기엔 약간 어려울 수도 있지만 고학년이 읽기엔 아주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환타지이며 모험 동화이다. 해리 포터를 읽기 전에 마리아의 비밀 정원을 먼저 읽게 하면 어떨까...너무나 좋은 선택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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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
쑨자오룬 지음, 심지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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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며 지적호기심을 채우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이만한 책은 없다!! 라고 단언하고 싶을 정도의 책이 바로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이다. 묵직한 책에 다소 부담이 가는 금액의 책이지만 결코 돈이 아깝지 않는 책이다. 중국고대사와 중국고대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책답게 중국과 아시아의 자연과학의 역사와 사진들이 빼곡히 실려 있는 진귀한 책이었다. 서양 고대의 사상과 자연과학. 그리고 의학이며 생물학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내용과 사진들이 즐비한데 쉽게 읽히기까지 하는 책이다. 과학과 역사의식이 있는 중고생들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어려서부터 양서를 읽는 것은 어른이 되기까지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읽었던 여러가지 책들이 비록 단어의 나열에 그칠지언정 그 책을 읽지 않은 것과는 천지차의 의식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살아오면서 신비하게까지 느껴졌던 수많은 단어들을 이 책에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연금술은 뭐 당연한 것이고 탈레스부터 피타고라스의 수학정리,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까지 그리고 바빌론의 공중누각, 고대 인도의 수학자가 쓴 릴리바티나 영웅 라마의 이야기인 라마야나와 고대중국의 갑골문, 역경과 주역, 플라톤, 소크라테스,아리스토텔레스..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그리스의 학자들의 이야기도 주옥같은 사진자료와 함께 한두장씩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그 설명이 지루하지 않고 지적인 포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알려지지 않은 도서관과 전설같은 원본들까지...이집트의 파피루스 사진들,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에 이르면 정말 기분좋은 한숨마저 일어난다.

 

중세시대는 또 어떤가. 빼먹기 쉬운 아라비아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데 이 부분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며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자세한 설명들이 덧붙여진다. 이어 중국의 봉건시대의 수학이야기..특히 중국의 학자라서인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중국의 사진자료들이 독특하고 귀한 자료들이 많았다. 세계 과학사란 이름에 걸맞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을 빠뜨리는 법이 없다.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에서 케플러, 갈릴레이까지 당시의 천체자료와 함께 역시 진귀한 기술이 이어진다.

 

생명과학에 이르면 그 옛날에도 있었던 해부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하비의 혈액순환에서부터 현미경이 발명되면서 신세계가 열리는데 상피세포를 볼 수 있게 되었고 눈부신 의학의 발전이 있게 되었다. 이로서 질병의 관찰에서부터 예방까지 한걸음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 유명한 뉴턴의 시대에선 뉴턴의 이야기가 가지를 피우고 연금술에서 화학까지 그 설명이 이어지는데 라부아지에도 여기에서 등장한다. 곧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등장하고 역사와 이론, 그에 따른 설명과 사진이 등장하고 있었다.

 

19세기 전자기학과 광학의 발전에 허셀의 망원경과 망원경으로 인한 천문학의 발전이 나중 달착륙에까지 이어지는 밑거름이 되었으리라..운수기계의 혁명까지 나오니 과학뿐만 아니라 사회학적인 역사까지 읽을 수 있다.

 

20세기에 이르면 아인슈타인, DNA, 우주의 대폭발, 핵에너지, 신흥 과학의 등장(스티븐 호킹)과 우주도킹하는 장면까지.. 이 한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치 신세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무궁무진, 흥미진진하게 탐험하는 느낌마저 들 것이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저자가 선택한 사진자료들 역시 이 서평에서 여러번 쓰고 있지만 너무나 좋은 자료들이 많다. 과학뿐 아니라 인문학이며 사회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라도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잘 간직하고 있다가 자라날 아이들에게 읽혀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흐뭇함을 감출 수가 없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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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하나뿐인 병원
캐서린 햄린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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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하나뿐인 병원..제목과 출판사에서 홍보하는 문구만 보았을 때는 에티오피아 여인들이 자주 생기는 질환인 '누'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물론 캐서린 햄린이라는 걸출한 여의사가 쓴 임상기록같은 책인 줄 알았다. 처음에 주루룩 훑어보았을 때는 무슨 왕궁이야기나 황제, 공주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많나..이 사람은 진정 봉사정신이 가득한 의사가 맞나..그런 생각이 들었다. 왠걸..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아야 안다.

 

캐서린 햄린 박사의 나이는 어림짐작해도 여든이 넘었다. 현직에서 아직도 손을 놓지 않고 있는 여사는 정말 살아있는 마더 테레사라는 말이 맞았다. 책을 한번 잡으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어서 손을 놓기가 힘든 책이다. 이런 책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예전에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생각나게 한다. 바로 시골의 수의사였던 제임스 해리엇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지은이의 특출난 기억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들을 유머러스하게 흥미진진하게 또 감동적으로 기술했다는 점이 유머러스한 것만 빼고 비슷한 책이다.

 

영국출신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의사생활을 하던 중 만난 남편 레그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만남이 있기까지 조부의 조부의 역사까지 기술한 점은 놀랍다. 뛰어난 기억력과 세밀한 묘사가 작가로서도 충분한 자질을 보여주고 있는데 바로 그 점에서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그 느낌이 가끔은 마치 영화 '마지막 황제'를 서구인의 관점에서 본 것 같은 그런 데자뷰 현상이 느껴진다. 에티오피아의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를 가까이에서 여러 본 목격자로서 기술한 부분이 흥미있는데 대부분 독재자로 여러해 집권해 온 그를 단순한 독재자로 그리지 않고 우아한 신사에 많은 것을 갖춘 인물로 기술하고 있으며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1975년 군부 쿠데타에 의해 황제가 하야하는 과정이나 국지전, 시가전 등을 자세히 서술한 부분, 황제의 죽음(타살로 여겨지는..)같은 부분이 바로 마지막 황제의 한 장면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만큼 자세한 기억력은 다시 한번 놀라게 한다.

 

이런 서사적인 부분은 캐서린 햄린 자신과 남편 그리고 아들 리처드의 이야기로 정점을 이루는데 이 가족의 역사 역시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드디어 의사로서 가슴을 찢는 듯한 아픔을 느끼게 한 환자들..바로 '누' 환자들의 이야기는 읽는 나로 하여금 역시 가슴을 찢게 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차마 마주하기 힘든 '누'.. 조혼의 풍습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고 마는 에티오피아의 여성들은 조산사 역시 주술사같은 여자들로 제대로 조산의 역할을 하지 않아 며칠씩 산통을 하다가 제대로 출산을 하지 못하고 아이가 4~5일만에 뱃속에서 사산을 하게 되는데 그 죽은 태아가 저절로 오그라 들면서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질과 가까이 있는 요도관과 직장을 뚫어 소변과 대변을 항시 흐르게 하는 질환이 바로 이 '누'이다. 늘 지리는 오줌으로 인해 상처가 계속 오염되고 결석이 생기게 되어 나중에는 치료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직장까지 뚫어진 이는 그 냄새로 인해 온 마을 사람들에 의해 오두막 같은 곳으로 유배되는데 평생을 잘 씻지로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남들과는 떨어진 일만 해서 살아야 하는 등...정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에티오피아는 산악지대가 많아서 병원을 찾아서 수백킬로미터를 구걸을 하며 걸어오는데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바로 캐서린 햄린 박사의 남편 레그는 이 누 환자들을 특히 가엽게 여겨서 다른 의사들이 꺼려해도 이 환자들을 먼저 치료해 주고 거처를 마련해 주고 무료로 치료를 해 준 후에도 먹을 것을 확보해 주는 등...이 부부가 한 일들은 정말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를 정도이다. 계속 에티오피아정부의 눈치를 보며 무료진료를 해 오던 중.. 누 환자들만을 위한 무료병원을 세우기로 부부가 결심하여 1974년 드디어 무료 누 전문병원을 개원하게 된다. 그리고 1975년의 군부 쿠데타...그리고 현재까지의 이야기는 정말 가슴뭉클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이 감동의 드라마를 여러 사람들이 읽고 같이 공감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캐서린 햄린 박사의 남편 레그 박사가 1972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의 개인 박애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그 자리에서 했던 연설문을 여기에 적어 본다.
 

유일한 자식을 사산하고, 실금을 슬퍼하며, 몸에서 냄새나는 것이 부끄럽고, 종종 남편에게도 쫓겨나며,
집도 없이, 들일 외에는 일자리가 없는 이들은 친구도 없이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견디며 존재한다.
이들은 말 못하는 부끄러움 속에서 슬픔을 참아낸다. 치료받지 못한 그들의 비참함은 절규한다. 외롭게 평생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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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 언덕의 소녀 레인보우 북클럽 11
비욘스티에르네 비요른손 지음, 고우리 옮김, 어수현 그림 / 을파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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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파소의 레인보우 북클럽의 책은 이 책으로 처음 읽어보았다. 아직 열살인 딸아이는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아서 내년에 읽게 할 생각으로 먼저 읽어보았다. 다 읽고난 결론은 해맞이 언덕의 소녀가 너무 좋아서 이 북클럽 시리즈를 다 읽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열살부터 열세살까지의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더 어울릴만한 세계의 좋은 명작들이 고루 들어있는데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외국에서 익히 알려지고 유명한 소설들도 많은 것 같다. '정복자 펠레'같은 책도 섞여 있으니 남은 시리즈도 다 읽고픈 생각이 든다. 어른인 나 역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들로 그 두께가 심히 두껍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의 감성과 창작능력을 자극할 만한 작품들로 가득할 것 같다.

 

이 책 '해맞이 언덕의 소녀'는 '비욘스티에르네 비요른손' 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작가의 작품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이 작품의 인기가 어느 정도냐 하면 크리스마스 전날 가족들이나 친척끼리 모여 앉아 돌아가며 소리내서 읽는 행사를 한다고 한다. 주인공 소녀의 이름을 본따서 '신뇌베' 로 짓는 일도 다반사라고 하니 이 작품의 인기나 인지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산에서 살고 있는 두 가족이나 다른 가족들은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조우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서로의 자식들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그 자녀들은 서로서로 뛰놀거나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얼굴도 가장 예쁘고 성격도 착한 아이로 소문난 '신뇌베 솔바켄'을 드디어 만나게 되는 전나무 숲에서 사는 소년 토르비욘은 그녀를 보자마자 자신에게는 없는 밝은 사랑스러움에 아마 질투를 느꼈을 것이리라. 그리고 동시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의 여동생 마리아와 신뇌베의 우정도 아름답게 그려져 소녀들의 우정도 배울 수 있는 작품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순수한 작품인 황순원의 '소나기'같은 아련하고 풋풋한 첫사랑을 그린 작품이며, 거기에다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처럼 약간은 거친 소년 토르비욘의 이야기이다.  토르비욘과 신뇌베의 사랑은 신뇌베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면서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며 혹독한 청소년기를 거치며 진정한 남녀가 되는 두 아이의 이야기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아름답게 펼쳐진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가는 아이들에게 한번쯤 꼭 권하고 싶은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이며 노르웨이의 숲과 산같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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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양 음악사
오카다 아케오 지음, 이진주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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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아케오가 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양음악사'.. 일본인이 쓴 책은 술술 넘어가면서도 주관적인 생각이 툭툭 들어가는 책이 많아서 특이함을 기대했던 책인데 역시나 그러했던 서양음악사 책이었다. 동양의 것은 다루지 않은 서양음악사라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친절히(?) 밝히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저 선사시대부터의 역사가 아닌 저자가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예술 음악부터 주로 다루고 있다. 거의 중세시대부터인..그러니까 서양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음악은 거의 이거다 해도 과언이 아닌 프랑스와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발달한 음악만이 진정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느낌들이 강하게 느껴져 온다. 그래서 읽는 독자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상세한 설명과 정말로 필요한 역사적인 그림들, 그리고 역사적인 사진들로 인해 금방 누그러뜨릴 수가 있다. 그리고 이내 책에 푹 빠져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저자의 생각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서양음악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레고리오 성가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이 있다. 800년 전후의 프랑크 왕국의 성립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음악사에서 눈에 띄는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그레고리오 성가를 종이에 적게 되었다는 점이다. 당시의 악보인 '네우마' 는 가사 옆에 마디를 나타내는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 같은 각양의 기호를 단 것이며 지금의 '오선보'와는 전혀 달랐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어서 덕분에 네우마의 악보법이 적힌 수도원의 비망록 같은 느낌의 귀한 네우마 악보들의 희귀한 자료를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언급하는 오르가눔...솔직히 여기서 네우마니 오르가눔이니 하는 용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용어들이다. 이런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다. 바로 우리가 아는 바로크음악과 고전음악 클래식으로의 시작점인 <오르가눔>은 그레고리오 성가에 새로운 다른 성부를 더하고 겹쳐 노래하는 장르인 것이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서양의 수직적 음악사고가 태어나게 되었으며 바흐를 거쳐서 나중엔 말러나 쇤베르크와 같은 몇 십개나 되는 성부를 복잡하게 엮어 만들게 되는 음악의 첫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이어 오르가눔의 더 세세한 설명과 중세 음악의 폭발적 발전인 노트르담 악파에 이르러선 정말 보물같은 책을 가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같이 들어있는 클래식 CD까지 더해 이만한 서양음악사 책은 없을 것 같다. 백과사전에서 짧게 짧게 찾아지는 정보보다 한 사람의 저자가 집요하게 파고든 책이 좋은 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자료가 적은 암흑시대인 중세 시대도 사진자료와 함께 열심히 기술하였으며 이내 등장하는 르네상스와 음악의 시작은 르네상스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고 음악이 어떻게 화려하게 발전해 가는지 플랑드르 악파를 통해 독자들도 달려가게 만든다. 그리고 16세기 최고의 음악 도시 베네치아를 거쳐 우리가 좋아하는 바로크 음악으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절대 왕정 시대의 음악 그리고 오페라의 탄생..우리가 클래식으로 익히 알고 있는 하이든, 모짜르트, 베토벤의 시대.. 그리고 스트라빈스키, 드뷔시, 말러와 쇤베르크의 난해한 음악까지..그의 친절하면서도 지독한 설명을 읽다보면 어느새 서양음악사에 대해 한 발짝 다가서게 되는 느낌이 들 것이다. 저자의 서문처럼 클래식을 어느 정도 듣고 접해 본 사람들이 읽으면 아주 재미있는 역사의 항해를 하게 되는 한권의 서양음악사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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