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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 -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김민형 지음, 황근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이 책은 이미 2014년에 출간되었고 이 책은 그 책의 개정증보판이라는 것은 책을 펼쳐들고서야 알았다. 그리고 아니 그래서 그의 아들이 이 책에 담겨있는 편지를 받을때는 좀 많이 어린친구였다는 것도.
책을 읽고 김민형 교수가 아들에게 편지를 보낸 시기가 언제인지 찾아봤다. 2005년,이라면 나 역시 아주 잠깐이기는 하지만 독일의 퀠른 성당에 갔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보수공사 중이어서 첨탑의 한쪽이 가림막으로 가려져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성전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지만 그 높았던 종탑은 잊을수가 없는데 어떤 건축학적이나 미학적이거나 역사학적인 관점이 아니라 그저 퀠른 성당의 전체를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그 가까이에서는 바닥에 누워봐도 성당 전체를 담을 수 없었던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같은 것을 보아도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 다르고 기억이 다르고 그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다르다. 그래서 여행에세이를 좋아하는데 2달여간의 유럽 일대를 다니며 보고 싶은 아들에게 자분자분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라니, 더구나 그 글이 인문학적 글쓰기를 하는 수학자 김민형 교수의 글이라니 책을 읽기전부터 기대가 컸었다. 그런데 확실히 어린 아들에게 보내는 글이라 - 그 자신은 이 글 역시 선행학습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할만큼 좀 깊이있는 글들이 있기는 하지만 - 좀 더 여행지의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한 내게는 기대감이 좀 달랐다고 할지... 조금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이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중 하나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며 교류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면이 많겠지만 수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각 나라마다의 개성있는 연구 방식이 사라지는 것은 좀 아쉽기도 하다는 동료 수학자의 이야기는 또 다른 측면에서 '세계화'를 떠올려보게 한다.
만약 내 주위에 아이가 있다면, 조카든 주일학교 아이들이든 이 편지글을 함께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해봤다. 암기할수는 없지만 함께 엘리어트의 시를 낭송해보기도 하고 슈베르트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의 지도를 같이 그려보기도 하며 서로 다른 것을 지닌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세상이라는 책을 함께 읽는다... 라는 생각을 해 보면 그것만으로도 왠지 즐거운 시간이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