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이 있던 날 성탑 주위를 두르고 있던 유리벽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찬바람이 몰아쳤고 꽃밭의 꽃들이 활짝 핀 채로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온 몸을 꽁꽁 싸맨 채로 밖으로 나왔다. 문지기는 우체부의 도움을 받아 노파의 관을 화장터로 가져갔다. 그곳은 성에서 좀 멀리 떨어진 숲속, 언젠가 우체부가 장작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벤 곳이었다. 우체부가 도끼를 휘둘렀다. 하지만 나무의 밑동이 벌어지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결국 은학이가 도끼를 받아 쥐었다. 겨울을 나는 동안 훌쩍 자라 이제는 아버지보다 더 컸다. 아버지가 한 쪽에 쭈그리고 앉아 어깨를 주무르는 동안 아들은 열심히 도끼질을 했다. 한참 뒤에야 나무가 거대한 진동을 내며 머리통을, 곧 이어 온 몸을 땅바닥에 쿵, 찍었다. 떡붕어 아저씨, 문지기, 한숨 돌린 우체부가 모두 달려들었다. 도끼질하는 소리가 숲 가득 울려 퍼졌다. 굵은 통나무가 장작으로 변하기까지 반나절은 족히 걸렸다.

 

드디어, 노파의 나무관이 시뻘건 장작불 위에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길을 보자 사람들은 허기를 느꼈다. 마녀는 성에서 챙겨온 각종 씨앗을 순식간에 키워 밥상을 차렸다. 장작과 노파의 관이 불에 녹아가며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추위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밥을 먹는 동안 관이 다 녹아내리고 노파의 시체가 타 들어갔다. 그 곁에서 사람들은 디저트를 먹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눈물을 흘렸고, 각기 디저트의 종류도 달랐다. 누구는 블랙커피에 치즈 케이크, 누구는 레몬과 설탕을 넣은 홍차에 초코쿠키를 먹었다. 누구는 그냥 카페라테만, 누구는 녹차를 마셨다. 하지만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입안으론 따뜻하고 달달한 먹을거리가 들어간다는 점에서는 똑같았다. 소영이는 죽은 할머니 생각도 나고 하여 그 누구보다도 많이 울었다. 때문에 배도 많이 고파져, 누구보다도 더 많이 먹었다. 다들 포만감에 젖었을 무렵 관이 거의 다 탔다. 우체부가 하얀 재와 굵직한 뼈를 긁어모아, 따로 갈지 않고 곧바로 유골함에 담았다. 그러곤 문지기를 쳐다보았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는 문지기는 유골함을 받아 품에 안았다. 금세 또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입에서는 진한 커피와 시나몬 향이 풍겨났다.

 

노파의 유골함은 성 바로 곁의 나무 밑에 묻혔다. 나무에는 노파의 이름과 생몰년도가 새겨졌다. 소영이는 떡붕어 아저씨의 등에 업힌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

 

성탑 노파 덕분에 봄이 왔다. 노파의 몸의 잔해를 빨아들이며 나무는 싹을 틔웠다. 그 기운이 주변으로 번져갔다. 연못을 덮었던 두툼한 얼음이 녹았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활개 치는 모습도 보였다. 순식간에 얼어붙었던 꽃들은 촉촉하고 검은 흙과 하나가 되었다가, 저절로 자연의 꽃밭을 만들었다. 쑥과 냉이와 씀바귀가 돋아나고 할미꽃, 제비꽃, 꽃다지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질경이와 토끼풀도 복작대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연못에서 튀어나온 개구리들이 산책을 즐겼다. 메뚜기와 방아깨비도 이 풀밭 겸 꽃밭의 어엿한 주인이었다. 잡초를 헤집으며 가늘고 굵은 뱀들이 어슬렁거리기도 했다. 우체부는 하루에도 두 번씩, 어떨 때는 세 번씩 성을 다녀갔다. 종잇장이 날아다녔고 종잇장 곳곳에 붉은 도장이 찍혔다. 성에 대대적인 봄맞이가 시작된 것이다.

 

모든 방에 방문과 창문이 다 열리고 해묵은 먼지들이 둥실둥실 떠다녔다. 문지기는 전에 없이 활기를 띠었다. 그는 나가는 사람을 배웅하고 들어오는 사람을 마중했다.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근육 하나 없는 여린 몸을 흐느적대며 이삿짐을 날라주었다. 사람과 가구가 빠져나간 빈 방을 완상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취미였다. 이 일이 끝나면 방안에 짙은 자줏빛 팥을 굵은 소금과 함께 팍팍 뿌렸다. 이때만은 어디서 솟는지 무척이나 힘이 넘쳐,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삼손 같았다. 넋 나간 듯 흐리멍덩한 눈에서도 웬일로 광채가 번득였다. 팥알과 소금이 널브러져 있는 방을 보며 뭔가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양 큰 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 다음에는 제 손으로 그것을 쓸어 쓰레받기에 담았다. 이 의식이 끝나면 역시나 제 손으로 도배를 하고 장판을 새로 깔았다. 방문, 욕실 문, 싱크대 서랍의 손잡이, 수도 등도 한 번씩 살펴보았다. 하지만 늘 관조하듯, 음미하듯 봤기 때문에 결함이 발견되는 일은 잘 없었다. 떡붕어 아저씨도 팔을 걷어붙이고 그를 도왔다. 소영이도 신이 나 짐을 날랐다.

 

이제 더 이상 아무도 성탑을 생각하지 않았다. 머리채 계단은 주인을 잃은 채 성벽 한 쪽에 매달려 있었다. 소영이는 매일 그곳에 들러 머리채 계단을 매만졌다. 그때마다 머리채의 끄트머리가 조금씩 마모되어갔다. 그것이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으로 사라진 날, 소영이는 떡붕어 아저씨를 졸랐다. 구덩이 오막살이에 데려달라는 것이었다.

 

안 돼.”

?”

처음부터 안 된다고 했잖아.”

아저씨가 싫으면 관 둬! 이제는 나 혼자서도 갈 수 있어. , 이렇게 컸는걸.”

소영이는 두 손을 허리에 대고 몸을 쭉 펴며 자신감을 보였다.

휴우, 알았다. 하지만 울면 안 돼.”

내가 아직도 어린애인 줄 알아?”

 

다음날 아침 일찍, 둘은 먼 길을 떠났다. 소영이는 인생에서 두 번째로 배를 탔다. 이 섬에 들어올 때만 해도 그토록 까마득한 길이었는데, 이제는 풋잠을 즐길 겨를도 없이 P항에 도착해버렸다.

아저씨 뱃길이 달라졌어? 아님 배가 좋아진 거야?”

배는 더 낡았는걸.”

떡붕어 아저씨의 심드렁한 대답에 소영이는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열다섯 살이 된 소녀에겐 제법 잘 어울렸다.

 

둘은 P시의 항구 근처 해산물 시장을 지나갔다. 노점상이 즐비했던 곳에는 거대한 유리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시외버스터미널, 아니 고속버스터미널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매캐하고 역겨운 버스 냄새도, 삶은 계란과 귤이 담긴 그물망도 여전했지만 사람들의 옷차림과 건물의 모양새는 영 딴판이었다. 소영이도 이제는 멀미약을 먹지 않아도 됐다. 고속버스는 새로 닦은 도로를 유유자적하게 달렸다.

 

K군의 읍내.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유쾌한 오후였다. 둘은 시내버스터미널로 가기 위해 장터를 지나갔다. 사람들의 얼굴은 여전히 시커먼 구릿빛이었지만 어디에도 죽은 쥐의 꼬리를 빙빙 돌리며 깔깔대던 소년은 없었다. 육류는 모두 냉장고에 보관, 전시되어 있었다. 거대한 건물로 변한 장터에 시들어가는 과일과 야채를 파는 노점상이 있을 리도 없었다.

 

시내버스에 오른 뒤에도 소영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버스는 더 이상 덜컹거리지 않았다. 버스도 좋아졌지만 신작로와 시멘트 길 대신 아스팔트길이 생긴 탓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천의 풍경만은 오래 전 소영이의 뇌리에 새겨진 모습 그대로였다. 버스가 정차했다. 예전처럼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 아니라 바로 마을 어귀였다. 하지만 소영이의 구덩이 오막살이가 있던 마을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저씨, 저건 뭐야?”

개발을 하는 거야.”

 

소영이 앞에는 움푹 파인 넓은 구덩이가 있고 그 위에 두툼한 철근이 격자 모양으로 깔려 있었다. 목이 긴 장화를 신은 인부들이 거기에 시멘트를 붓고 있었다. 일이 거의 다 끝나자 그 시멘트 늪을 힘겹게 빠져 나왔다.

 

아저씨, 여기야, 그치?”

 

떡붕어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옆의 건물까지 마저 허물어 부지를 확장한 것이 보였다. 구덩이 오막살이는 저 시멘트 늪의 5분의 1도 안 됐을 것이다. 저 넓은 늪 어딘가에 구덩이 오막살이의 꽃밭이 있으리라. 또 그 어딘가에 할머니가 묻혀 있으리라. 그러니까 그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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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꽃밭에 도착한 노인은 아이의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 역시! 그럼, 이 눈은 당신 것이었군. 강물에서 건져 올린 투명하고 아름다운 두 눈을 어머니에게 건넸다. 이제 어머니는 앞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노파가 일러준 대로 말했다. 우리 아이를 내놓으세요, 다른 꽃을 뽑아버릴 거예요. 그러고서 어머니는 빛바랜 보라색이 안쓰러워 보이는 제비꽃을 감쌌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꽃을 한 손으로 위협했다.

 

그것은 제비꽃보다 훨씬 더 초라한, 옅은 분홍색의 메꽃이었다. 그 역시 이제 막 꽃봉오리를 터뜨리려고 했지만 유리벽 안의 햇빛과 수분과 양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만큼 건강하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었다. 노인은 말했다. 네 아이의 꽃이 뽑히면, 그래야만 저 메꽃은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아이의 어머니는 분노했다. , 왜 우리 아이만?! 그리고 어머니는 메꽃의 모가지를 향해 갑자기 늙어버린 추악하고 앙상한 손을 뻗었다. 노인은 전율했다.

 

여기까지 오자 소영이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 그럼 결국 메꽃을 뽑아버렸어?”

물론, 교훈을 주는 훌륭한 동화 속의 어머니였다면 뽑지 말았어야 했겠지. 또 다른 아이가, 그리고 그 아이의 어머니가 자기처럼 고통 받게 해서는 안 되니까. 하지만 이 어머니는 자기 아이를 되찾기 위해 자기가 겪은 고통이 너무 서러웠어. 아니, 자기 아이만 그렇게 추악한 병에 걸리고 또 그렇게 빨리 죽어야 한다는 게 너무 분했던 거야. 결국, 어머니는 메꽃을 뽑아버렸지.”

으악, 그럼 그 메꽃 아이는 어떡해? 그 엄마는?”

그러니까 그 다음 얘기는 더 슬픈 거야.”

 

그렇게 딸을 되찾았지만, 이미 죽음의 정원까지 들어왔던 딸은 이전보다 더 추악해져 악마의 몰골이 됐다. 온 몸이 점점 더 심하게 쭈글쭈글해지더니 조금씩 축소되어 갔다. 급기야는 둥그런 눈 알 두 개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어머니 역시도 원래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찾지 못했기에 더 이상 아이도 갖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두 눈은 여전히 빛을 발했다. 이것이 더 큰 불행이었다. 아이와 자기에게 닥친 불행을 두 눈으로 모두 봐야 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저주와 분노로 가득 찬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영혼이 피어 있는 꽃밭을 가꾸는 노파가 되었다. 수많은 세월 동안 속죄를 한 뒤 노파는 천국에 가게 됐다. 그곳에서 노파는 자기의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태어날 때의 모습대로 작고 귀여운 엄지 공주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너무 늙어버린 자기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다.

 

에이, 그게 뭐야? 딸이 엄마를 못 알아보는 데 그게 또 무슨 천국이야?”

그러게 말이야. 어떡하면 좋을까, 소영아?”

제일 예쁠 때의 모습으로 만나게 해.”

역시 그게 좋겠지? 그럼, 아이를 본 순간 노파는 다시 원래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되찾았고 아이는 엄마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라고 끝낼까?”

소영이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방을 나올 때는 키가 크는 약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복도 끝에서 문지기가 나타났다. 그는 예의 그 나긋나긋한 걸음으로 마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

 

동이 틀 무렵, 성탑 노파는 자연 상태로 돌아갔다. 나무 관 속에 누워 있는 노파는 인공적인 침대 위에 붙들려 있던 노파보다 훨씬 더 편안해보였다. 심지어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생명을 찾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관 뚜껑이 덮였다. 순간, ‘의 조합에 가까운 발음이 들려오는 성도 싶었다. 마녀는 흠칫했다. 문지기도 마찬가지였다.

 

날이 완전히 밝자 마녀의 집은 상갓집 분위기가 물씬 났다. 늘 꼭꼭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렸다. 검은 상복에 자줏빛 할미꽃을 꽂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장례식장은 안팎으로 하얀 백합과 국화로 가득 찼다. 노파는 이제 액자 속에 갇힌 채 꽃과 향에 휩싸였다. 향로에서는 가느다란 짙은 초록색의 향이 역시나 실처럼 가는 연기를 뿜어내며 천천히 죽어갔다. 향냄새와 꽃향기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몽롱함이 또한 숙연함을 자아냈다.

 

맞은편에서는 시끌벅적한 잔치판이 펼쳐졌다. 군데군데 차려진 식탁 위에는 떡, 호박전, 부추 부침개, 양념을 옆에 곁들인 돼지고기 수육 등이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었다. 술과 음료수도 보였다. 문상객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앉아 있었다. 다들 나이가 지긋했지만 오구작작 떠드는 모양새는 어릴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집은 육개장이 아니네.”

육개장보다야 올갱이 해장국이 낫지. 국물 한 번 시원하다.”

얄궂어. 하필이면 그 집 손녀가 사라진 날이랑 똑같아.”

슬그머니 이 말을 내뱉은 남자는 주위를 살폈다.

왜 은주라고, 저어기 몸이 좀.”

그러자 동석한 사람들이 맞장구를 쳐주었다.

, 그 병신?”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이 대화의 맥을 끊어버렸다.

에이, 거참! 여기요, 국 좀 더 줘요!”

국이 다 떨어졌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사람도 없어지고 국도 다 떨어졌군.”

그는 자못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딱히 국 때문이 아니라, 고인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서 좋지 않은 기억이 담긴 말을 들은 까닭이었다. 마침 그 곁에서 놀고 있던 소영이는 병신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어째 그것은 바보와도 다른 어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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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방으로 돌아온 떡붕어 아저씨는 빈손이었다. 대신 톱밥 썩는 냄새가 유달리 많이 났다. 성탑 나들이를 다녀올 때마다 소영이는 아저씨의 손에서 나는 저 익숙한, 그럼에도 여전히 고약한 냄새에 얼굴을 찌푸렸다.

, 냄새! 손 좀 씻어! 아저씨, 있잖아, 저 성탑 할머니는 몇 살일까? 백 살? 이백 살? 아저씨는 몇 살이야?”

많아.”

, 물론 많겠지. 아저씨는 어른이잖아. 스무 살, 스물한 살? 어라, 더 많아?”

떡붕어 아저씨는 피식 피식 웃어댔다. 무뚝뚝하게 굳어진 얼굴에 불편한 주름이 일었다.

우리 선생님보다 더 많아? 아참, 아저씨, 우리 선생님 여기 산다! 여기서는 마녀 아줌마야. 아줌마가 약을 줬는데 맛이 너무 이상해서

 

소영이 얘기는 그칠 새 없이 이어졌다. 도중에 흥분한 소영이가 제 자리에서 펄쩍 뛰다시피 뜀박질을 했는데, 그만 바지가 쫙 찢어져버렸다. 떡붕어 아저씨는 새 바지를 꺼내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 맞았던 것 같은데 왠지 단추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다. 바지자락도 복숭아뼈를 훌쩍 넘겼다.

어라, 아저씨, 이건 또 무슨 일이래?”

그게 독약이 아니라 키 크는 약인가 본데.”

떡붕어 아저씨가 얼떨결에 한 말을 소영이는 곧이곧대로 믿었다. 얼른 자라고 싶어, 그래서 얼른 과자로 만든 집의 아가씨처럼 예뻐지고 싶어, 다음날 또 마녀의 집을 찾았다.

 

마녀 아줌마의 집의 풍경이 좀 달라져 있었다. 지난번에 본 가마솥과 장작불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널찍한 책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공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어라, 아줌마 이제 약 안 만들어?”

이제 더 이상 먹을 사람이 없거든.”

이건 뭐야?”

소영이는 공책을 가리켰다.

내가 쓰는 동화. 읽어줄까?”

우아, 멋지다! 하지만 나도 읽을 줄 알아! 선생님이 가르쳐줬잖아?”

 

소영이는 얼른 공책을 펼쳤다. 하지만 그것은 글자는커녕 점 하나 찍혀 있지 않고 줄 하나 그어져 있지 않은, 완전히 텅 빈 새 공책이었다.

에이, 이게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너랑 내가 지금 써나가는 거지.”

그럼 얘기해봐, 내가 받아쓸게.”

아니, 너는 그냥 들어주면 돼.”

마녀는 소영이에게 어느 어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옛적에 어느 어머니가 살았다. 그녀에겐 작고 귀여운 엄지 공주 같은 딸이 하나 있었다. 한데 그 어린 딸은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모양새가 일그러져버렸다. 팔다리가 뒤틀려 손은 벽을 보게 됐고 발은 땅바닥에 제대로 닿지도 않게 됐다. 등뼈가 굽어 커다란 혹처럼 보였고 가슴뼈는 앞으로 볼썽사납게 튀어나왔으며 목은 거의 없다고 할 만큼 짧아 얼굴이, 머리통이 두 어깨 속에 푹 파묻힌 형국이었다. 얼굴 자체도 음울했다. 입은 완전히 비뚤어져 절대 다물어지지 않았고 그 때문에 늘 침을 질질 흘렸다. 눈도 점점 작아졌고 눈과 눈 사이도 점점 멀어져 금붕어 같은 꼴이 됐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딸을 병이 나기 전의 예쁜 모습 그대로 끔찍이도 사랑했다. 아니, 이 추한 모습의 딸을 더 사랑했다. 자기가 아니면 그 누구도 사랑해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기에 더더욱.

 

어느 날 거지 노인 하나가 그녀를 찾아왔다. 그녀는 이 노인이 자기 딸을 구원해주러 온 천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 잠자리까지 봐주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노인은 그녀의 딸을 소리 소문 없이 어디론가 데려가 버렸다.

 

어머니는 딸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하지만 갈림길이 나오자 어느 방향으로 가야 될지를 몰랐다. 호랑가시나무가 서 있는 곳이었다. 호랑가시나무는 자기를 품에 안아, 뾰족한 이파리를 부드럽게 해주면, 딸이 간 방향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호랑가시나무를 껴안았다. 순간, 뾰족한 이파리가 날카로운 못으로 변해 어머니의 가슴을 마구 찔러댔다. 어머니의 가슴에서는 피가 흘렀다. 대신 어머니는 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넓고 깊은 강이 펼쳐졌을 때는 목 놓아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강물은 그 아름다운 눈물을, 또 그 눈물샘이 담겨 있는 영롱한 두 눈을 주면 강을 건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한없이 눈물을 쏟았고 마침내 두 눈알까지 쏟아냈다. 대신 어머니는 눈 깜짝할 새에 강 너머에 가 있었다.

 

강 너머 언덕은 거대한 유리로 쌓여 있는 아름다운 꽃밭이었다. 튤립, 카네이션, 꽃다지, 코스모스, 들국화, 달리아, 원추리 등 각기 다른 꽃들이 딱 한 송이씩만 자라고 있었다. 전설처럼 늙은 노파가 굽은 허리를 받히며 꽃을 돌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머니는 하소연했다. 내 아이는 어디에 있느냐고. 노파는 이곳 어딘가에 당신 아이의 영혼이 꽃의 모양으로 살아 숨 쉬고 있으리라고 말했다. 아이 엄마는 꽃의 숨결만으로도 자기 아이의 꽃을 찾아낸 다우.

 

정말로 어머니는 금방 자기 아이의 꽃을 찾았다. 그것은 꽃잎이 유난히도 얇아 보이는 제비꽃이었다. 이제 막 꽃을 피우려 꽃잎을 벌였지만 힘이 없어 꽃잎 끝이 벌써부터 시들어가고 있었다. 애초에 부여받은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보랏빛도 끄트머리에서부터 슬슬 색이 바래가고 있었다.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온 몸으로 느껴지는 쇠락의 분위기에 어머니는 절규했다. 어떻게 하면 이 꽃을 살릴 수 있냐고 물었다. 노파는 어머니에게 윤기가 흐르는 탐스러운 검은 머리카락과 탱탱하고 뽀얀 살 껍질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 저 아이 꽃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노라고.

 

어머니는 주저하지 않고 머리카락과 살 껍질을 내주었다. 내 푸석푸석한 흰 머리카락과 저승꽃이 핀 이 축 처진 살갗이라고 가져가요, 없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그러고서 순식간에 몰라보게 젊어진 노파가 말을 이어갔다. 곧 노인이, 즉 죽음의 신이 아이를 안고 도착할 것이다, 그러면 이 제비꽃 대신 다른 꽃을 뽑아버리겠노라고 말해라, 그리고 그렇게 다른 꽃을 뽑아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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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욕실 문이 닫힌다. 따뜻한 물이 흘러나와 욕조를 데우며 사라진다. 무더운 여름임에도 물은 따뜻한 것이 좋다. 욕실에 뽀얀 증기가 어린다. 닫힌 공간에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바로 알몸으로 욕조 안에 앉아 샤워기의 물세례를 받는 이 시간이다. 그 끝을 최대한 연기하고 싶다.

 

청신한 초록빛의 뽕나무 숲 위로 검푸른 어둠이 내린다. 시커먼 천정에 환한 구멍처럼 뚫린 달의 비호를 받으며 칠순을 넘긴 촌부가 오디를 따고 있다. 촌부의 밤은 어느덧 거창의 밤으로 바뀐다. 시퍼런 어둠이 내린 산비탈, 저승사자처럼 우뚝 선 나무들을 바라보며 초로에 이른 영문학도가 희랍어 알파벳을 외우고 있다. 그 풍경화 속의 나무, 그 나뭇가지 사이에 코알라가 매달려 있다. 엄마 코알라가 아기 코알라를 등에 업고 있는, 판에 박힌 인물 구성에 판에 박힌 자세이다. 왕년의 영문학도의 고독을 완성해준 침엽수는 어느덧 유칼립투스로 바뀐다.

 

모자인지, 모녀인지 하여간 코알라 가족은 나무의 몸통과 나뭇가지 사이에 용케 매달려 우아한 춤을 추고 있다. 저도 모르게 슬며시 잠이 드는 듯, 깊이 들었던 잠에서 살포시 깨어나는 듯, 무심히 죽어가는 듯, 죽었던 삶에서 그렇게 무심히 부활하는 듯 우아한 춤이다. 기실은 유칼립투스 잎에 포함된 알코올 성분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것이지만, 그마저도 코알라의 생태에 대한 동경을 부채질한다. 코알라가 잠의 춤을, 죽음의 춤을 출 때마다 고약한 냄새가 풍겨 나온다. 여느 때보다 더 독한 냄새를 풍기며, 평생에 한두 번 하는 이사에 나선다. 등에 아이를 업은 엄마 코알라는 땅바닥을 몇 발짝 걸은 다음 새로운, 아마 이후 평생의 거처가 될 나무를 타고 올라간다. 그들이 새로운 유칼립투스 잎을 먹고 있을 때 옆집 친구가 나무를 갈아탄다. 한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다른 유칼립투스 나무로 옮겨 가는 기술이 거의 신공, 공중부양 수준이다.

 

그 못지않게 탄복할 만한 명기를 뽐내며 칠순을 넘긴 촌부가 아마 칠십년은 족히 탔을 법한 뽕나무 사이를 누비며 오디를 따서 플라스틱 박스에 담는다. 이제 슬슬 내려가려는 찰나, 우간다와 네팔과 페루 어딘가에서 열기와 싸우며 커피콩을 고르는 옛 남자 친구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가 얼핏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려는, 그리하여 얼굴을 보여주려는 그 찰나.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 욕실 문이 활짝 열리면서 우진이가 뛰어 들어온다. 문 바로 앞, 깔개 위에는 건우가 엄마를 기다리며 떡하니 앉아 있다. 누나가 공습경보를 발령하자 즉시 두 손을 들고 엉덩이를 든 채 무릎을 세운다. 곧 일어설 기세, 아니 일어서다가 앞으로 꼬꾸라질 기세이다. 문지방 너머 딱딱하고 미끄러운 욕실바닥에 얼굴이라도 찧는다면! 이런 말들이 머릿속을 획획 오가는 짧은 순간, 내 입에서는 욕설 같은 고함이 터져 나온다.

 

애들 안 보고 뭐해, 정말!”

 

희뿌연 증기가 의식의 흐름처럼 자욱이 드리워진 가운데, 내 눈앞에서 어른거리던 칠순을 넘긴 촌부와 희랍어를 공부하는 초로의 영문학도와 아이를 등에 업고서 유칼립투스를 갈아타는 코알라와 커피콩을 고르는 남자는 온데간데없다.

 

알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수건으로 닦아내는 둥 마는 둥 나는 얼른 건우를 안아 올린다. 마루에는 한동안 아이의 신경을 책임져 주었을 장남감과 주방도구와 걸레통과 옷가지가 한껏 널브러져 있다. 계속 졸다가 이제 막 눈을 번쩍 뜬 남편은 아직도 마누라의 호통이 잘 접수되지 않는 눈치이다. 누적된 피로와 수면 부족 때문에 시뻘겋게 충혈 된 그의 눈에 문자와 부호 몇 개가 흐리멍덩하게 어린다.

 

여기가 묵시록이다혹은 “Welcome to the real world”. 덧붙여 헐렁한 말줄임표와 맹맹한 이모티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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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집은 떡붕어 아저씨의 집의 바로 아래층, 같은 호수였다. 마녀의 집 앞에는 그녀가 출퇴근용으로 썼던, 고양이 얼굴을 한 큰 개가 웅크리고 있었다. 집안은 진짜 고양이로 들끓었다. 어느 방에는 아직 눈도 뜨지 못하는 새끼고양이들이, 또 다른 방에는 막 자라나는 아이 고양이들이, 또 다른 방에는 자랄 만큼 자란 어른 고양이들이, 또 다른 방에는 살 만큼 살아 걸음도 떼지 못하는 늙은 고양이들이 살았다. 마지막 방에는 죽은 고양이들이 미라의 모습으로 종류별로 다양하게 살아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전부 몸통은 새카만데 얼굴을 하얗다는 것이었다.

 

우와, 고양이 천국이다! 얘들은 다 뭐야?”

내 자식들이지.”

마녀는 간특하고도 능글맞게 웃었다.

우와, 그럼 다 아줌마가 낳은 거야? , 정말 마녀다! 어떻게 하면 고양이를 낳을 수 있어?”

 

마녀는 얘기는 이랬다. 마녀가 앳된 처녀였던 어느 날, 멧돼지 얼굴에 얇고 가는 꼬리가 달린 바싹 여윈 악귀 한 마리가 성령처럼 임하였다. 악귀는 마녀에게 조만간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녀는 설마?”라며 악귀를 비웃었다. 하지만 정말로 이슬이 멎었다. 아홉 달 뒤 마녀는 뱃속에 든 생명을 몸 밖으로 꺼냈다. 그들, 아니 그것은 머리통만 새하얗고 몸통은 새까만 털로 뒤덮인 고양이였다. 그 다음에는 그 고양이들이 서로 짝짓기를 하여 또 고양이를 낳았다. 마녀의 집은 졸지에 고양이들이 뛰노는 노르웨이 숲이 됐다.

 

마녀 집에는 다른 생명체들도 많았다. 어느 방에는 햄스터, 모르모트, 이구아나, 거북이가 각기 자신의 우리에서 살고 있었다. 뱀도 있었다. 뱀은 피부가 워낙에 민감하고 약했기 때문에 먼지 하나 없는 매끈매끈한 바닥에서 왕처럼 살았다. 그 옆방에는 토끼들이 살았다. 이들 중 일부는 뱀의 먹이가 됐다. 또 다른 방에는 식물들이 살았다. 이들은 다 흙이 아니라 물을 먹고 자랐다. 감자와 고구마의 짙은 색 뿌리에선 새끼 감자, 새끼 고구마가 맺히기 시작했다. 생강은 목이 긴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하얀 뿌리가 아래로 뻗을수록 위쪽의 푸른 잎이 더 무성해졌다. 양파도 투명한 유리병 속의 물을 머금어, 하늘을 향해 초록색 줄기를 뻗어냈다. 미나리와 콩나물도 보였다.

 

이 실내 농장의 가장 으슥한 곳에 자잘하고 흉측한 벌레들이 살았다. 다른 방들과 달리, 그곳은 일 년 열두 달, 24시간이 밤이었다. 그들은 톱밥 속에서 양식되는 것이 아니라, 축축한 흙의 양분을 먹으며 자랐다. 그들의 은신처 위에서 장작불이 피어올라 시커멓고 육중한 가마솥을 달구었다. 마녀 아줌마는 손에 두툼한 장갑을 끼고서 가마솥 뚜껑을 열었다. 시커먼 김이 솟구쳐 올라 높은 천정을 뚫고 밖으로 나갔다.

 

우아, 거울 속에 있던 가마솥이다! 아줌마, 저기다가 나 집어넣을 거야?”

? 어린아이는 키워야지, 잡아먹으면 안 돼.”

마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키웠다가 잡아먹는다는 소리야?”

이런! 키워놓으면 제가 알아서 늙어죽는 거야.”

에이, 거짓말! 늙어죽는 건 할머니들이야.”

아니, 할머니들은 원래부터 늙은 채로 태어난 줄 아니?”

당연하지! 내가 태어났을 때도 우리 할머니는 할머니였는걸.”

 

마녀는 가마솥 안에 갖은 푸성귀와 갖은 가루들을 뿌렸다.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시커멓고 걸쭉한 수면 위로 고양이털, 쥐며느리의 등, 바퀴벌레의 광택, 이구아나의 비늘 등이 둥둥 떠다녔다. 과자로 만든 집에서 거울을 통해 본 가마솥처럼 기포도 느릿느릿 부글거렸다. 오랫동안 끓인 약물을 식혀 마녀는 병에다 옮겨 담았다.

 

아줌마, 이거 무슨 맛이야?”

먹어볼래?”

 

소영이는 금방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호기심에 못 이겨 손가락을 약물에 살짝 담갔다가 뺀 뒤 혀끝에 댔다. 순간 혀끝뿐만 아니라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은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소영이는 퉤퉤 침을 뱉고 헛구역질까지 해댔다.

 

으악, 아줌마, 이거 독약 아니야?”

설마! , 소영이는 이제 그만 집에 가야지.”

아줌마는?”

아줌마는 가 볼 데가 있어.”

어디 가는데?”

비밀, 비밀이야.”

어라, 문지기 아저씨랑 똑같네.”

문지기를 봤구나? 그럼 성탑에도 가봤니?”

. 요새는 매일 가. 할머니 보러. 그 할머니 죽을 거야.”

?”

밥도 못 먹고 물도 못 마셔. 물을 뿌려도 힘이 없어. 죽을 거야. 이제 곧 말도 못할 거야.”

지금은 해? 무슨 말을 하던?”

알아들을 수 없어. 다슬기 할매하고는 틀려.”

다슬기 할매가 누구야?”

에이, 마녀가 그런 것도 몰라? 다슬기 할매는 말이지, 다슬기를 잡아서 다슬기 해장국을 끓이는데, 지렁이도 잡고, 굿도 해주고, 돼지 머리 좋아하고, 그러니까 다슬기 할매는. 그냥 다슬기 할매야.”

그러고서 소영이는 마녀의 방을 나왔다.

 

*

 

소영이가 꽃밭과 성탑을 오가는 동안 떡붕어 아저씨는 거대한 수족관에서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매일 한 마리씩이었다. 하지만 성 안의 시간은 그 나름의 흐름을 탔기 때문에 물고기의 수는 줄지 않았다. 물고기들은 몇 번의 산란기를 맞았고 그때마다 많은 치어들이 생겨났다. 산란기는 금어기이기도 했다. 그 직전에 쏘가리를 잡는 것이 떡붕어 아저씨의 꿈이었다. 그는 비가 와주었으면 했다. 그 틈에 방심한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빛과 열을 아무리 조절해도 없는 비를 내리게 할 순 없었다. 그 때문에 쏘가리도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잡히는 건 여기서도 피라미, 고작해야 붕어뿐이었다. 그것은 죄다 다시 수족관 속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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