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 아이 블루?
마리온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 조응주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0월
구판절판


앨런과 헤어지면 허전함이 밀려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어떤 충만감과 깊은 만족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데이비드는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앨런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그러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 자기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64쪽쪽

"우리 꼬맹이 생일 축하한다. 이번엔 조금 늦었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하마. 익숙해지려면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넌 여전히 내 딸이니까. 아빠한테 시간을 조금만 주거라."-190쪽쪽

"괜찮아, 오빠. 오빠가 남들하고 다른 거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나도 그래. 나도 다른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거 좋아해보려고 했거든. 그러면 애들이 날 좋아할 것 같아서. 근데 아무리 해봐도 유치한 파티에 가는 거랑 쇼 프로그램 보는 건 너무 싫어."-214쪽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장바구니담기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질투는 나의 힘' 중에서-53쪽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1년 11월
구판절판


이윽고 우중충한 오늘 하루와 음산한 내일의 예측에 풀죽은 나는, 마들렌의 한 조각이 부드럽게 되어 가고 있는 차를 한 숟가락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부스러기가 섞여 있는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소스라쳤다. 나의 몸 안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깨닫고, 뭐라고 형용키 어려운 감미로운 쾌감이, 외따로,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솟아나 나를 휩쓸었다. 그 쾌감은 사랑의 작용과 같은 투로, 귀중한 정수로 나를 채우고, 그 즉시 나로 하여금 삶의 무상을 아랑곳하지 않게 하고, 삶의 재앙을 무해한 것으로 여기게 하고, 삶의 짧음을 착각으로 느끼게 하였다.-51쪽쪽

그러자 소녀는 갑자기 미소를 거두고, 삽을 주워 들자마자, 내 쪽을 뒤돌아보지 않고, 온순한, 야릇한, 앙큼한 표정을 짓고 멀어져 갔다. 이러한 모양으로 내 곁을 질베르트라는 이름이 지나갔다. 한순간 전까지만 해도 소녀는 막연한 형상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 이름에 의해 인격이 주어진 것이었다. 말하자면 부적처럼 주어진 이름, 이 부적이 언젠가는 나를 그녀와 만나게 해줄는지도 몰랐다. 이처럼 이 이름은 말리와 꽃무 위에 울리며, 초록빛으로 칠한 물뿌리개의 물방울처럼 살을 에는 듯이 시원하게 지나갔다.-69쪽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밀의 계곡 2
차미언 허시 지음, 크리스토퍼 크럼프 그림, 김시현 옮김 / 평사리 / 2006년 2월
장바구니담기


스티븐은 일기를 덮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커다란 푸른색 모르포나비가 큰할아버지의 손에 잡히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름다운 나비가 바싹 마른 주검으로 먼지투성이 채집 상자에 애처로이 갇히는 운명을 피한 것은 기쁜 소식이었다. 그토록 많은 종이 위험에 처해 있는 현실에서 단 한 마리라도 잃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직했다. -19쪽쪽

우리는 참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자신의 믿음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권리를 갖고 있단 말인가? 왜 이토록 편협하단 말인가? 여러 종교가 아름다운 조화 속에서 공존할 수는 없단 말인가?
-99쪽쪽

부족 전체가 그처럼 멸망할 수 있다니,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인류는 그런 비극들로 피폐해져 버렸다는 것이 스티븐의 생각이었다. 사람들이 죽은 것만으로도 성이 안 차 그들이 갖고 있던 지식 역시도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소중한 보물인 고대 문화에 대한 지식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었다. 수천 년 축적된 노래와 춤이, 신화와 전설이, 숲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약초에 관한 이해가 부족민들과 함께 죽음을 맞았다.-253쪽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밀의 계곡 1
차미언 허시 지음, 크리스토퍼 크럼프 그림, 김시현 옮김 / 평사리 / 2006년 2월
장바구니담기


초승달 모양으로 펼쳐진 노란 모래가 반짝반짝 빛을 뿜었다. 바닷가를 가르며 흘러내리는 강물은 햇빛에 초롱초롱 빛길이 되었다. 바다까지 이어진 빛길은 모래사장을 씻고 가시며 아름답게 조각을 새겼다.
바다는 썰물이 져 있었다. 파도가 살포시 모래사장에 올라와 부서지며 쏴아쏴아 나지막이 소곤거렸다. 바닷가에 길게 물결 모양을 빚은 파도의 거품이 햇살에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228쪽쪽

저 앞쪽에서 초록길을 굽이굽이 가로질러 그를 향해 졸졸졸 흘러오는 맑은 시냇물 바닥에는 반짝이는 회백색 돌들이 깔려 있었다. 무성한 가지로 나뭇잎 지붕을 드리운 터널은 신비로운 초록색 빛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여기저기 나뭇잎들 틈새로 밝은 햇살이 내려와 나무들을 휘감은 덩굴들을 비추었다.-263쪽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