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구판절판


"우리는,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어떤 인간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 우리를 관리하는 놈들이라든지, 미래에 우리를 관리하려는 놈들에게."
그것은 미나가타의 말이었지만, 동시에 나의 말이기도 했다. 다른 점은 언제 그것을 깨달았느냐 하는 것뿐이었다.-118쪽쪽

"삼촌은, 날개만 있다면 자유롭게 아무 데나 갈 수 있을 텐데, 라는 말을 자주 했었어. 하늘 높은 곳에서 평화로운 세계를 바라보며 살고 싶다고."
박순신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겸연쩍은 듯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어갔다.
"삼촌은 아마 날개를 달고 어디 다른 곳으로 날아갔을지도 몰라. 지금쯤 구름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171쪽쪽

어이, 그런 표정 짓지 마.
지금 바로 일어설 테니까.
잠깐 쉬었을 뿐이야.
곧 그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게 해줄게.
사랑해, 야마시타.
자, 봐.-244쪽쪽

그때였다.
박순신의 목소리가 무음의 세계를 가로질렀다.

"소중한 걸 지키고 싶지 않아? 아저씨."

얼굴을 들었다. 바로 앞에 박순신이 서 있었다.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박순신의 뒤에서는 학생들이 주먹을 쥐고 나를 마구 선동하고 있었다. 이건 나의 싸움인데 대체 나는 누구에게 충동질을 당하고 있는가? 분노? 증오? 환희?
이건 아냐.-249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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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가 너무 많다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2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9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월
절판


"프라이버시 주문이 없다면, 부패한 정부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게. 자신들의 사악한 목적을 위해 투시 능력자로 하여금 시민들을 감시하게 할 수 있지 않겠나. 혹은 범죄자가 공갈을 위해 그걸 사용할 수도 있겠지."-71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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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윈도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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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디나의 오크 놀 지역, 드레스덴 로(路)에 위치한 그 집은 버건디 포도주 빛 벽돌에 테라코타 타일로 지붕을 얹고, 흰 돌로 테를 두른 크고 견고한 멋진 집이었다. 집의 앞쪽 창문들은 아래층까지 이어져 있었다. 위층의 창문들은 전원 주택 형태로, 돌로 테두리를 둘러 로코코 양식을 본뜬 티가 많이 났다.
앞 벽과 그 밑으로 꽃을 피운 덤불에서부터 앞길까지는 오륙백 평 정도 훌륭한 푸른 잔디밭이 완만히 흘러내리듯 거대한 히말라야 삼나무가 있는 한길까지 쭉 뻗어 있어, 마치 큰 바위 주위로 멋진 푸른 파도가 굽이치는 형상이었다. 보도와 공원 도로는 둘 다 아주 넓었으며 공원 도로 쪽에는 볼 만한 흰 아카시아 나무가 세 그루 있었다. 아침에는 강한 여름 향기가 흘렀고, 저녁에는 소위 멋지고 시원한 여름날의 바람 한 점 없는 대기 속에 자라고 있는 모든 것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7쪽쪽

판이 다 끝나자 나는 잠시 열린 창문 너머로 귀를 기울이며 밤의 냄새를 맡았다. 그런 다음 유리잔을 부엌으로 가지고 가서 씻었다. 그리고 잔에 얼음물을 채우고 싱크대에 기대어 서서 물을 한 모금씩 마시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나는 말했다.
"자네와 카파블랑카를 위해서."-375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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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오영욱 지음 / 샘터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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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기 전까지 세 시간 가량 남았을 무렵, 오늘도 석상님을 알현해야 한다는 생각에 먼저 간다고 말했다가 위스키 한 잔을 원샷해야 했다.

모든 모아이를 다 찾아보려면 가야만 한다니까
나이가 지극하신 테파노 씨의 누님께서 거나하게 말씀하신다.

"모아이 여기 있잖아. 내가 모아이야."

모아이는 이스터섬 주민들의 조상신인지라
여기 사람들이 모아이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칠레)-58쪽쪽

오랜 시간 겹겹이 쌓여온 시간의 흔적은
가장 현대적 자취인 관광객들과 어우러져 그 존재를 과시한다.
시끌벅적한 수학여행객 부랑자들만 제외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모든 것들이다.
무엇보다도
고장나 있거나, 무척 느리거나, 돈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지하철역 티켓 자판기는
무척이나 로마스럽다.

대중교통 총파업이 실시된 로마의 오전은
단지 차분했다.
영문을 모르는 관광객 몇몇만
영원히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며
어리둥절해 할 뿐이다.

(이탈리아 남부)-98쪽쪽

하루 내내 머릿속에서
'우리는 단일민족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를 봐서 장동건과 송강호와 오영욱이
같은 민족일 수 있는가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아프리카도 단일민족대륙이고,
1차대전 역시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네덜란드)-209쪽쪽

깜삐돌리오 언덕.

똑같은 모습을 하고, 똑같은 책을 들고,
다만 생각만은 다양할
한국인 여행객들이 로마로, 로마로, 모여든다.
하루 종일 깜삐돌리오 언덕의 그늘가에 앉아
거의 일어날 리가 없는 일들을 상상하며
로마의 관광객을 구경했다.

(이탈리아 북부)-261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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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님이 보고계셔 14 - 가을바람 솔솔, Wink Novel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14
콘노 오유키 지음, 윤영의 옮김 / 서울문화사 / 2006년 3월
품절


"꽤나 심한 말을 하는구나."
낭랑한 목소리에 유미는 눈을 크게 떴다.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그곳에는 너무나도 좋아하는 언니가 서 있었던 것이다.
"자기 멋대로 좋아하고, 쫓아다니고. 그런데 자기가 생각했던 인간상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상처입혀도 된다? 그런 논리가 통할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거니?"
"언니…."
뒷모습이었기 때문에 카나코 쨩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토록 무서운 표정의 사치코 님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고, 또한 화를 억누른 그 목소리는 한없이 차가웠다.
"주제 넘는 생각은 그만둬. 네가 이 세상의 법률은 아니잖아."
일갈당한 카나코 쨩의 반론의 목소리는 끝까지 들려오지 않았다.-191쪽쪽

'모두'라는 것은 몇 명이나 될까.
백 명? 이백 명? 아니면 그보다 훨씬 많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인에게 사랑받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설령 단 한 명이라도 이렇게 애정을 쏟아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유미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 하나뿐인 언니로부터 배웠다.-199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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