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품절


그날, 그날, 그날…….
모든 것이 한순간의 일이었다. 그 순간의 연속 속에 모든 것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있다고 깨닫기도 전에 한순간은 사라지고 말았다.
순간은 영원이다. 영원이 순간이듯이.-142쪽쪽

우리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별의 파편이다. 원래는 하나였던 별의 파편. 중력에 끌려가며 다음 순간, 빅뱅의 예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파편. 홍이는 나를, 나는 홍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143쪽쪽

"그래요. 일본을 좋아하죠. 우리 한국 사람들 중에는 일본 사람을 좋아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아요. 이 점을 사사에 선생도 알아주기 바랍니다. 선생이 쓴 한국의 친구, 일본의 친구의 유일한 결점은 아무래도 한일 양국의 역사를 공부해서 쓴 것 같은 부분이 눈에 띈다는 겁니다. 그야 역사를 체험한 적이 없는 선생한테는 당연한 일이고 잘 쓰셨다고 칭찬해야겠지만, 이런 의견도 있는 걸 알아주길 바랍니다."
나는 안도 히로시를 떠올렸다. 내 작품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말한 건 안도 히로시와 최한 두 사람뿐이다.-183쪽쪽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거짓으로 꾸미는 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나는 누구에랄 것 없이 이런 말을 털어놓았다.-240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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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품절


"그런데 지희야, 혹시 사람에겐 일생 동안 쏟을 수 있는 사랑의 양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난 그걸 그 사람한테 다 쏟아버린 거 같아……. 그리고 내 표정이 아무리 이상해져도 앞으로도 늘 이렇게 말해 줘.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해 줘. 부탁이야!"-119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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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의 가면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3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북앳북스 / 2006년 6월
절판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그래서 우리가 모두 한 가족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서로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마쿠치 부인은 잡지를 내려놓았다.
"틀림없이 그럴 거예요. 이 사실을 안다면, 남에게 나쁜 짓을 하기가 아주 힘들어질 거예요. 남을 좀 더 도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20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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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우울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염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품절


죽음을 상징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부패 그 자체이며, 살은 여전히 생의 상징이다. 왜냐하면 부패에 대한 공포가 싹트기 위해서는 일정한 생의 지속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살이 그저 임시 거처에 지나지 않는, 사후에 완전히 없어져야 할 장소라면 썩든 태워지든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고통은 무엇보다 자기에 종속되며 자기는 이미 영적 존재로서 살과의 관계를 끊은 다른 차원의 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생은 여전히 살이라는 공간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살의 부패는 죽음에 의해 침식되는 생이며, 생이 죽음으로 이행하는 도중의 과도기적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때 뼈는 죽음에 침식되지 않는 것으로서 그야말로 생의 상징인 것이다. 그런데 부패가 완전히 끝나고 뼈만 남았을 때 그것은 살, 즉의 생의 상실이라는 의미에서 죽음의 상징이 된다. 즉 결어로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골육론(骨肉論)' 중에서-38~39쪽쪽

그런 한편 비밀스런 연락이 너무나도 쉽게 가능하게 되어 그 위험을 어떻게 회피하는가 하는 기술은 완전히 쇠퇴해버렸다. 부모나 남편 또는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모든 연애극의 주인공들이 그런 것들에 얼마나 많은 머리를 짜내야 했던가. 로미오와 줄리엣도 휴대전화만 있었더라면 어렵게 발코니에서 남의 눈을 피해 애절한 속삭임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마지막 장면에서도 휴대전화를 사용해 면밀하게 계획을 짰더라면 그런 비극을 맞이하진 않았을 텐데. 시험 삼아 고전 작품의 걸작이라 불리는 연애소설 속에 휴대전화를 한번 집어넣어보자. 거의 모든 작품이 괴멸되지 않을까? 이것은 현대 연애소설의 난점과 깊이 연관되는 문제이다.
- '휴대전화의 연애학' 중에서-118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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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3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4월
구판절판


다카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슬픔과 커다란 상실감을 느꼈을 때의 일이었다. 몸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파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다카노는 쉬지도 않고 울다 지친 끝에 고열과 구토까지 일으키며, 어린 마음에 이대로 가슴이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였다. 그 고통에서 자신은 일어설 수 있을까, 그것이 불안했다. 지금은 옛날 일이지만.
그때 만일 미즈키가 없었다면, 자신은 지금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슬픔을 견디는 다른 방법을 배우고,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40쪽

"형도 나도, 앞으로의 일 같은 건 하나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고, 가만히 있어도 다 엄마가 해주잖아. 그런 집에 태어나서 나는 행복하다고……."
히로는 넘치는 눈물을 훔쳤다.
"난 형이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거, 알아. 알고 있어."
스가와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히로는 콧물을 훌쩍이며 자신을 보지 않는 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형한테 엄마가 있는 것도, 아빠가 있는 것도, 밥 먹을 걱정이 없는 것도, 히로가 불쌍한 것도…… 히로네 아빠가 없는 것도 전부 형 탓이 아니야. 스가 형 탓이 아니야."
히로의 말에 스가 형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입을 다문 채, 조용히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히로는 슬펐다. 모든 것이 슬펐다. 스가 형에게서 눈을 떼고는 큰 소리로 계속 울었다. 그 때, 껴안은 다리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히로의 등에 갑자기 무언가가 덥쳐왔다. 코웃음을 치는 듯한,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너 말이야, 자기 아픈 거보다 남 아픈 걸 먼저 알게 되면 행복해지기 힘들다?"-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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