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폭풍이 지날 때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4
캐런 헤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생각과느낌 / 2005년 9월
품절


우리를 잊지 말아요.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어.
하지만 떠나는 사람들이 그렇기 많은데
어떻게 모두를 기억할 수 있을까?-190쪽쪽

그 사람은 엉겅퀴 같은 잡초처럼 보였어.
엄마도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가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사람 말이야.-232쪽쪽

늘 모래 폭풍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이제는 알아.
사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건
모래 폭풍이야.
현재의 나에게 만족해.
그게 바로 나야.-258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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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11 - 제7부 화서의 꿈
오노 후유미 지음, 김윤주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4년 9월
품절


"굳이 너를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야. 내가 옆에 있어주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타이키는 눈을 크게 떴다. 순간 느낀 것은, 교소우가 또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자신이 늘 쓸쓸해하고 불안해하니까. 그래서 교소우는 이런 형태로 신경을 써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그렇지만."
기뻐하고 있지 않다고 여겨지기는 싫었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신경을 써 주면 부담만 지우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것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말을 찾고 있는데, 교소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너무 성급하다고 한다."
교소우는 의자 하나에 앉아 옆 의자를 가리킨다. 타이키는 얌전하게 그 곳에 앉았다.
"너무 성급하고, 너무 과감하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 그것은 꼭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아무래도 나는 옛날부터 고삐를 늦추는 것을 잘 못 해. 그래서 코우리의 얼굴을 볼 수 있는 편이 좋은 거야."
"…저를요?"
"백규궁에 갓 들어왔을 때처럼 코우리가 늘 그것은 무엇이냐고 물어 봐주고, 말 상대가 되어 주는 편이 좋아. 그렇게 누름돌이 되어 조급한 기분을 가라앉혀 주지 않으면, 나는 곧 관을 내버려두고 혼자서 달려가 버릴 테니까."-61쪽쪽

"일단 오늘은 코우리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느긋하도록 하지. 요즘 나는 신경이 예민해서 옆에 오는 것이 무서워서 싫다고 가심이 말하더군."
"가심이요? 서주사의?"
가심은 분명 원래 교소우군에 있던 인물로 서주사 우군을 이끌고 있다.
"배를 곯린 호랑이 옆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
교소우가 쓰게 웃었고 타이키도 무의식 중에 웃었다. 어쩐지 그랬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타이키는 교소우의 파수꾼이고 그가 배고프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으면 되었던 것인가 하는 기분이.
"그러면 저는 교소우 사마가 배가 부르시도록 열심히 할게요."-62쪽쪽

얼굴을 든 겟케이에게 그는 측은한 듯한 시선을 던졌다.
"혜후는 봉왕을 경애하고 계셨군요."

얼마나 무자비한 왕인가 하고 격분했던 것은 거짓없는 사실이다. 겹겹이 쌓여가는 백성들의 시체에 겟케이는 화가났다. 그 행위에는 증오마저 느끼고 있었지만. - 그랬다. 분명히 겟케이는 츄타츠 자체를 증오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겟케이에게 츄타츠는 전과 다름 없이 청렴결백한 관리였다. 더없이 부패했던 왕조 안에서 결연히 맑았던 고고한 존재.
"…나는 아마 주상이 언젠가와 같은 존재로 돌아와 주었으면 하고 바랐었다고 생각하오. 기대였지만 주상은 그것을 계속 저버리셨지. 차라리 그분이 권력에 교만해져서 부패를 한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소. 그러면 이미 주상에게 기대를 품는 일도 없었겠지. 그러나 그분은 욕심이 없고 사심이 없는 점에 있어서는 약간의 변화도 없었소……."-97쪽쪽

"시쇼우는 자신의 죄에서 도망치지 않은 거야…….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골랐어……."

"…책망과 비난은 변화가 아니다…인가."
괴로운 빛을 띤 음성에 슈카가 뒤돌아보자, 세이키는 쿡쿡 웃으며 소매로 얼굴을 닦았다.
"…역시 시쇼우 사마시군요."
"시쇼우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분명히 그 말대로의 의미일 것입니다. - 사람을 책망하고 비난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의미야? 난 결코 시쇼우를 책망하거나 비난한 적이……."
"아니오……."
세이키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시쇼우 사마는 자신의 일을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자신이 도달한 결론을, 교훈으로 관리들에게도 남기려고 하셨습니다."

"'책망과 비난을 하는 것은 쉽다. 그렇지만 그것은 무엇인가를 바로잡는 것은 아니다'라고요."
-248쪽쪽

"즉… 이상은 높았지만, 그것을 실현할 능력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로군."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적합하지 않은 자가 국권을 잡는 것은 악이야. 분명히 사람이 무능한 것은 나쁜 일이 아니야. 그렇지만 왕이나 정치만은 그렇지 않아. 무능한 왕은 있어서는 안 돼!"
"그러니까……."
말을 하다 말고 세이키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슈카도 깨달았다. - 그렇다. 왕만은 무능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치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용서받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래서 시쇼우는 천명을 잃었구나……."-254쪽쪽

"도와서 일으켜 세워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상대방이 서면 손을 놓아 줘야지. 공을 원조하는 것은 좋겠지. 국고를 도와서 공이 난민을 원조하기 쉽게 해 주는 것에는 찬성이야. 그렇지만 베푸는 것은 공이어야만 해. 옆 나라가 도와 주면 류의 백성들도 마음 든든할 것이고, 이후 갚아야 할 은혜라고도 느끼겠지. 그것은 주가 돕는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공이라면 언젠가 그 은혜를 갚을 수가 있지. 어쨌든 옆 나라니까. 주가 베풀면 은혜를 갚을 방도가 없어. 갚을 방도가 없는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과 같아. 그것에 익숙해지면 난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꺾는 것이 돼."-300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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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24
야마자키 타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4월
구판절판


조금 이상한 복장
조금 이상한 머리
그래도 너다운 게
최고야

세상을 삐딱하게 보고
횡단보도도 삐딱하게
건너지만

언제나
기분만은 최고

심각한 표정 지어도
너의 존재는 햇살 그 자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빛
달도 별도 태양도 환하게 빛을 발하지만

나를 그 빛 속으로
이끈 네가 없어
내게 숨쉬는 법을
가르쳐준 네가 없어

별에게 빌어볼게
달에게 빌어볼게
하늘에 빌어볼게
바람에 빌어볼게

언제나 미래의 빛에 둘러싸여
희망과 꿈으로 빛나던
그 녀석에게서 녀석 자신을 앗아가지 말아줘

천 개의 별에게 빌어볼게
그 녀석이 멈추지 않게 해줘
천 개의 별에게 빌어볼게
언젠가 다시 만나
그리고 웃는 거야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가자
천 개의 꿈
천 개의 소원

기도는 틀림없이 전해질 거야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 '네가 바라보던 천 개의 별' 중에서-88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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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6-04-06 00:58   좋아요 0 | URL
오늘 고속터미널역 팔레스 호텔 앞 길을 걸으면서 문득 머리위의 (어떤)별을 바라보는 사람은 '나'뿐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 만이 그 장소에서 별을 바라보는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새삼 제 존재가 소중해졌어요.

Koni 2006-04-06 16:14   좋아요 0 | URL
별에 소원을 비는 마음은 천진하지요.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144
박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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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의 밤을 누군가 또 건너가려 하고 있다
잎 뒤에 숨은 한 마리 달팽이가 심연처럼 응시하는
묘지의 밤을 커다란 사내가 삽으로 파고 있다
하늘을 조금도 쏟지 않고 떠가는 항아리의 물,
그 어둠 속에서 흘러나온 것만 같은 한 사나이가
자꾸 열대의 밤을 내려가고 있었다

-'열대의 묘지' 중에서

-29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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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구판절판


"문 안 열어줘?"
내 말을 들은 아기의 얼굴에 'Why?'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넌 우리 동지야.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 어리광부리면 안 돼."
'동지'라는 말이 너무 기분 좋아 시트벨트를 풀며 물었다.
"왜 동지에게서 돈을 받아?"
아기는 어린애처럼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말했다.
"생각해 봐. 그놈들하고 정말 친구처럼 지내는 게 얼마나 민망한 줄 알아?"
뭔가 뒤틀려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기분을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놈들이 너무너무 좋아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문을 닫을 때, 아기는 다짐을 하듯이 말했다.
"그놈들, 잘 부탁해."-84쪽쪽

"원래부터 신호란 놈은 누군가 조작한 게 아닐까?"
"……."
"어쨌든 나는 내 머리로 생각하고, 눈으로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 다른 차에 부딪힐 가능성도, 사람을 칠 가능성도 없다는 판단이 섰으니까. 그렇지만 대개 놈들은 그 장면에서도 신호가 파랑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려. 그게 세상에서 말하는 상식이고, 백 퍼센트 안전을 보장받는 일이고, 또 신호를 무시한다고 누군가에게 비난받지 않을 테니까. 요컨대,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귀찮지 않고 편한 거야."
차가 다시 빨간 신호를 받았다. 이번에는 사람도 있었고, 앞을 지나는 차도 있었다. 아기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건 신호기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야. 나카가와는 그 조작을 잘 알고 있어. 그렇지만 나와 미나가타, 순신, 가야노, 야마시타는 자신들의 눈과 머리로 올바르다고 판단하면 빨간 신호라도 그냥 건너. 너는 어떡할 거야?"-181쪽쪽

이렇게 동지들과 달리는 건 정말 즐겁다.
그렇지만 그들과 나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필사적으로 달리는데도.
점점 더 멀어진다.
나도 허벅지를 높이 들어올리고 달리는데도.
더 멀어졌다.
나도 열심히 팔을 흔들며 달리는데도.
더 멀어졌다.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데도.
기다려, 나를 두고 가지 마. 너희, 너무 빨라.
야마시타, 부탁이야, 제발 좀 넘어져.
아, 출구가 보인다.
그들이 어딘가로 날아가버릴 것 같다.

-258쪽쪽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었다. 다시 야마시타의 머리에 꿀밤 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들의 비상을 방해하고 말았다.
나는, 여러분의 바람이 될 수 없어.-260쪽쪽

"그래서 가나코는 어떡할 거니? 그애들이 그래도 좋으니 같이 놀자고 손짓할 때까지 기다릴 참이야?"
"……."
아기 어머니는 강렬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나코, 여자라고 얌전하게 그냥 기다려서는 안 돼. 먼저 술래잡기를 하자고 나서서 술래가 되는 거야. 놀이를 시작하는 게 늘 남자여야 한다는 법은 없잖니?"
내가 얼굴을 들자 아기 어머니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가나코의 기분도 알 것 같아. 그애들은 좀 특이하니까. 그리고 터프하지. 그렇지만 가나코, 그애들도 처음부터 터프하지는 않았어. 하늘을 날려다가 몇 번이나 추락하고, 누군가에게 날개를 잡히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조금씩 강해져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에 가까워져 가는 거야."
아기 어머니는 일단 거기서 말을 끊었다가 두 손을 날개처럼 펼치며 말을 이었다.
"가나코 짱도 조금씩 강해져서 그애들이 있는 세계로 날아가 같이 놀아봐. 정말 즐거울 거야."-275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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