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4월
구판절판


하지만, 미츠루는 때때로 그 말에 귀를 막고 싶어진다.
미츠루는 사려가 깊은 게 아니다. 자신은 단순히 다른 사람을 책임지고 싶지 않을 뿐인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것이 무섭다. 그저 그것뿐이다. 상대방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남이 하라고 하는 대로 순순히 따르기만 하면, 미츠루는 누구를 상처 입힐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거절하지 않는다. 그것은 매우 편한 방법이며, 겁쟁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자신의 행동에 상대방이 기뻐하는 것을 보면, 물론 자신도 기쁘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마음 어디에선가 안도하는 자신을 느낀다. 모두 자신을 위한 것. 결코 다른 사람을 배려해서가 아니다.
자주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타인을 받아들일 뿐인 무책임한 상냥함. 미츠루 안에 있는 것은 그런 텅 빈 것뿐이다.
자신은 결국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 것이고, 누군가를 마음으로부터 지탱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자신에게 미츠루는 밝은 절망을 느끼고 있다. 그건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다.-13쪽쪽

'교사'라는 사람들과 별로 관계가 없었던 것은 리카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런 어머니가 사카키와는 시종 소리내어 웃으며 사이좋게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했다. 재미있는 선생님이시네, 그러면서 어머니가 리카에게 웃어 보였을 때, 기뻐서 견딜 수 없었다. 정말로, 눈물날 것 같았다.
사카키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363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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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4월
구판절판


"그걸 전제로 생각해 보면, 만약 자살한 애가 외로워서 모두를 부른 거라면, 그 애는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을까? 자기 혼자만 다른 애들하고 다르잖아. 여기에서 모두를 내보내는 것도 안에 가둬둔 채로 두는 것도, 사실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서 모두와 함께 출구를 찾는 척하고 있는 거잖아? 그건 하나도 재밌지도 않고, 오히려 허무할 뿐일지도 몰라. 나라면 분명 견딜 수 없을 거야. 전부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우리랑 똑같은 선상에 서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154쪽쪽

"만약, 지금 여기가 그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정말로 골치 아프게 됐지. 여기가 누구의 머릿속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누구를 여기에 가두고 싶은 걸까 - 우리들이 여기를 나가려면 누군가 한 명이, 이곳의 문을 닫기 위해 남아야만 하는 거야."-216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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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3 - B愛 Novel
마에다 사카에.가네 히카루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5월
절판


"자자, 둘 다 진정해. 확실히 나도 용을 본 인간은 만난 적이 없어. 하지만 절대로 없다고 단언할 건 아니야. 어쩌면 재앙 전의 인간은 용을 기르고 있었다, 혹은 보호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소문도 있어."
"뭣"
유리우스 문제가 없다면 마음이 안 맞는 것도 아닌지 놀라는 목소리가 합창으로 터져나왔다.
히죽 웃어 보인 후에 제크로스는 계속했다.
"재앙 전의 건물 터 몇 군데에서 용인 듯한 뼈가 산더미처럼 나왔어. '박물관'이라는 곳에 모아두었던 것 같아. 재앙으로 건물이 무너졌을 때 많은 용들은 말려들어 죽은 것 같지만 전부가 죽은 것은 아닐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지."
"박물관은 죽은 용을 모아두었던 장소일지도 모른다는 가설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어디부터 듣고 있었는지 갑자기 유리우스가 끼어든다.
"어이어이. 유리우스는 낭만이라는 것을……."
"조금 전까지 라스트 보스가 용일지도 모른다고 떨었던 게 누구지요?"-145쪽

하지만 정령왕에게는 성가신 상대의 수호를 하고 싶어하는 습성이라도 있는 것일까.
변경의 마을에서 자라 같은 또래의 보통 마을의 소년보다 훨씬 세상물정에 어두운 쿠완. 창관에서 자라 일반 사회와 상식이 어긋나 있는 프레이어. 거기다가 문자 그대로 공주님인 유파 공주.
이런데 성가신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게 무리일 것이다.-172쪽

"굉장히 리얼한 그림이네. 어떻게 그린 걸까?"
상황을 잊고 그렇게 중얼거린 제크로스는 조심조심 그림 표면을 만져봤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종이 표면은 매끈매끈하고 물감의 우둘투둘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사진'이라는 것이야. 재앙 전 기술의 하나지."
"사진……."
"예전에 아에뮤르스에서 복원시킨 기술이지. 기계장치가 된 상자 앞에 서는 것만으로 모습이 그대로 옮겨져."
"호오…, 그런 게 있었다니 처음 들어요. 어째서 그런 편리한 물건이 보급되지 않은 걸까?"

"사진이 보급되지 않은 것은 정령이 그것을 싫어했기 때문이야. 여기에 찍힌 전원이 이 직후에 수호정령을 잃고 말았어."

"마법사에게 있어서 위험한 물건을 유통시키는 것은 곤란하다고 판단하여 그 후 바로 이 기계는 폐기됐어. 나중에 문헌을 조사해보니 옛날 사람들도 그것을 '혼을 빼앗는 기계'라 부르며 두려워했었다는 것을 알았지. 어쩌면 형벌 등으로 사용되었던 것일지도 몰라."-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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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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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구렁텅이에서 환생한 남자는 그 후로 한참 동안 독방 한가운데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이윽고 지도 교육 담당인 수석 교정 처우관이 곁에 웅크려 앉더니, 사카키바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 결정 뒤에는 대단한 희생이 치러졌다. 그 사실을 영원히 잊지 말도록."-352쪽쪽

다만 이번 사건을 통해서 사형(私刑)을 허용해 버리면, 복수가 복수를 부르며 끝없는 보복이 시작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누군가가 대신 해줘야 하는 거죠. 교도관 시절에 난고 씨께서 하신 일은, 적어도 470번의 집행에 관해서는 옳은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367쪽쪽

"너나 나나 종신형이다."
편지를 다 읽고 난 난고는 중얼거렸다.
"가석방은 없다."-368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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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E. M. 포스터 전집 2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구판절판


「우리 어머니 장작이지, 당신네 장작이 아니야.」 모리스는 그렇게 말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하월 부부는 마음 상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평생 하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신사란 모름지기 건방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리스 도련님은 벌써 사람을 다룰 줄 알아.」 그들은 요리사에게 말했다. 「점점 아버님을 닮아 가지 뭐야. 」-23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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