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은 놀랍게도 두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는데, 땀을 흘리며 버스에서 읽다보니 맥파이살인사건이 제법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를 탈출한 예리한 나이든 천재 탐정과 명랑한 조수, 언제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살집있는 형사라니 너무하다 싶게 정석인 조합이 아닌가.


 한편 퇴근하고 목욕후 침대에 뒹굴거리며 몇장 뒤적여본 죽음을선택한남자는 너무나 헐리우드 영화스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헐리우드 영화스러운 작품은 그냥 영화로 보면 되겠다. 헐리우드의 기술은 이미 내 상상력을 뛰어넘는 영상을 내놓는 마당이니. 그래도 오늘 또 경솔해지기 싫음으로 좀 더 읽을 때까지 판단 유보.


내일은 필립로스의 사실들을 한번 뒤적여 봐야겠다. 일주일전에 읽다 쳐박아둔 춤추는식물도 읽어야되는데 풀은 내 취향이 아닌거 같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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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8-09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책 많이 읽으시는 군요!! 시은이도 혼자 책 읽죠?? ㅎ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8-08-09 15:50   좋아요 0 | URL
시은이는 여전히 제가 읽어줘야해요. 단어만 읽을수 있어요 ㅋㅋㅋㅋㅋ 저는 요즘은 인내력이 무척 짧아(?)졌어요. 한 두챕터 정도 읽고 안내키면 던져버려요. 서울은 더워요. 더워서 도서관으로 피난을 가니 거기도 저같은 사람 많아서 덥고요. 주말엔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이예요.
 

SIDANCE 그러니까 서울세계무용축제 조기예매기간이다.

(웹사이트 ; http://www.sidance.org )

무대공연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지만 무용에 조금더 애정이 있는 편이라, 

가능하면 해마다 한두공연쯤 가서 본다.  

비싸고 엄청난 설비가 없어도 사람 몸 만으로 무대가 꽉차는, 새로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아동극에 너무 실망해서, 학생들이 오히려 이런걸 보면 좋을텐데라는 꼰대스러운 생각을 하며, 

무용가들에게 존경을.

올해의 주제는 난민.


나는 두작품을 일단 예약했다. 핀란드의 테로사 리넨 무용단이 아코디언 연주자 키모 코요넨이랑 협연하는 ,<숨>. 'Dance first, think later, it's the natural order' - 베케트. 아코디언을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그 점도 기대가 된다. 


두번째는 마를레느 몬테이루 프레이타스의 <바쿠스-제거의 전주곡>, 2년전엔가 그녀의 작품을 본적이 있는데 우리말로 '난장'으로 표현하면 될까, 무대가 어디까진지, 극의 시작이 언젠지 모를, 규정하기 어려운, 설명이 힘든 어떤 그런 것이었다. 나를 당황시키는 예술가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그 자신이 시리아 난민인 미트칼 알즈가이르의 <추방>이나 개막작인 피에트로 마룰로의 <난파선-멸종생물 목록>도 보고싶지만 서강대는 너무 멀고, 나는 가난하고.  


알라딘 장바구니엔 놀랍게도 어느덧 열권도 넘는 책이, 5만원을 채우기 위해 연연하지 않고 마구 보관함에 넣고 장바구니를 정리한다.


살아남은건

<우먼카인드 3권-우리는 존엄하다> 화면가득한 티베트 여인의 모습에 홀린다. 녹색평론 161호에 기재된 멕시코 후치탄 여성들의 단단한 모습이 떠오르며 장바구니에 담는다. 


어제 드라마 보슈(그 해리보슈의 실사 맞음, 왜 때문인지 나는 늘 보슈를 책에 실린 작가인 코넬리의 모습으로 연상하곤해서 약간 드라마에 적응이 어려웠지만)를 보고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홀로 째즈를 들으며 사건파일을 보는 그의 모습에 감화받아 모처럼 전형적인 추리소설 <맥파이 살인사건> 하나를 골라보고, 마지막으로 <오타쿠에게 사랑은 어려워>라는 만화를 담는다. 그러나 우리 오타쿠들이여, 우리가 연애까지 잘해버리면, 범인들은 어쩌겠는가. 절대 5만원에 연연해서 이렇게 고른건 아니다 암.


※작가가 재즈매니아인지라 드라마의 음악도 매력적인데, LA의 외로운 형사 해리 보슈의 재즈그래피를 정리해둔 포스트를 발견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0053223&memberNo=3768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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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읽은 책속의 그녀들의 용기에 감동을 받는다.


 <희귀본살인사건>의 그녀는 원하는 일을 찾아 미국에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단숨에 날아오른다. 살인사건 추리 자체는 그냥저냥이었지만, 그녀의 호기심과 능력과(도서감정, 사서로서의 능력, 복원기술 등) 그녀의 새로운 일터인 서점에 대한 묘사에 홀려버렸다. 그녀는 나의 질투심을 심각하게 자극하게도 책속 주인공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능력마저 있다. 나 역시 이십대초에 파리에서 미술품 복원을 배워보고자 알아봤던 적이 있다. 그러나 입학을 위해 미술실기 시험을 통과해야한다는 걸 알고는 바로 접었다. 애초부터 강철조차 부수는 마법의 손을 가진 내가 꿈꾸기 어려운 직업이었다. 직업이란 내가 비싸게 팔릴 수 있는 걸 골라야하는 법인지도. 다소 아쉬운 점은, 스코틀랜드 사투리가 원서에는 어떻게 적혀있는지 궁금하다. 각주로 달았으면.... 아니다 그러면 각주가 너무 많았으려나 내가 원서를 읽는 수 밖에 없다.


지금 읽고 있는 <그 겨울의 일주일>의 그녀 역시 끝내준다. 그녀는 청소, 요리의 명수이며, 사랑을 위해 대륙을 넘었고, 고향으로 돌아와선 자신은 결코 받지못했던 온정과 도움을 타인에게 배푼다. 모처럼 글을 읽으며 안전한 곳을 거니는 느낌을 받는다. 또다른 그녀, 작가 메이브 빈치에게도 끝내준다고 말하고 싶다.


<해피엔딩으로 만나요> 속 그녀야 말로 놀랍도록 인정이 많으며 또다른 가사 노동의 명수다. 


자, 여기서 식상한 교훈, 모험이 없이는 얻는 것이 없다는 것. 용기와 따뜻한 마음은 아더왕의 기사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미덕이라는 것.


 계속 읽는 만화중에 <3월의 라이온>이 있다. 그림체가 예쁜 만화인데, 홍차브랜드 카렐과 손잡고 3월한정 콜라보 상품을 내놓았다. 예쁘지만 홍차12개를 4만원을 주고 사다니... 틀림없이 마시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물건을 싾아두는 것에 만족을 느끼는 그런 덕후는 절대 아니라고 다짐하며 오늘도 손가락을 다잡는다.... (2만원짜리 컵은 사도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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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날에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를 들으면 천국이 다가온다.

새삼 감탄한다 끝내준다. 


 <안녕하세요, 프라임 미니스터>라는 만화를 정치 BL이라기에 호기심에 구입해 보았다. 꽃미남 정치인 둘이 나온다. 내 돈주고 사본 첫 BL이고, BL을 읽어본지가 기억도 나지 않아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정치적 암투를 어떻게 그릴지 궁금하다. 아마 다음권 정도까지는 읽어볼듯. 


 <어제 뭐 먹었어 13>은 점점 내게 좌절을 주고 있다. 시도해볼 만한 요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춘권을 사먹으면 되지 집에서 해먹을 마음 따위는 절대 생기지 않는다. 프로살림꾼 시로. 그래도 아주 당연히 자신의 미래에 상대방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관계란 늘 부럽다. 어느덧 쉰이 된 두남자의 이야기는 언제까지 전해지려나. 


<해피엔딩으로 만나요>는 뭔가 오글거려서 중간에 읽다 던져뒀다. 오글 항마력이 싾이면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지. 기분좋아질듯해 고른 책인데도 솔직히 책 초반에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을 그녀가 해피엔딩으로 고쳐쓴게 싫어서인지도. 악플러의 마음을 이해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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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결혼을 할 때 커다란 이인용 책상을 구매했다. 그런데 그 결정은 꽤나 잘못된 것임이 곧 밝혀졌는데, 나는 컴퓨터 본체 돌아가는 소리를 아주 싫어하고, 남편의 컴퓨터를 거기에 놓고 나자 나는 그 책상에서 책을 읽을 수 없게 됐다. 큰 책상과 그 책상이 놓인 서재는 남편 차지가 되었다. (아이가 아빠방이라고 한다. 내방은 없다)


드라마에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가 소개되었다. 아주 예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한데, 드라마 대사를 보니 아예 이해를 못했었구나 싶다. 한 여자가 혼자만의 공간을 위해 허름한 여관방을 빌려 때로 머문다. 남편이 그 사실을 알자 그녀는 외도를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니까 그녀는 혼자이고 싶은 그녀의 욕망을 남편이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고,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외도라는 이유로 설명한다. 인간은 놀랍도록 서로를 오해한다. 그런데 더 괴로운 건, 또 때로 미치게 서로에게 가 닿고 싶다.


<섬에 있는 서점>은 엄청난 범작이다. 읽는 도중 그만 읽을까하는 유혹이 자주 찾아왔다. 그래도 저 도레이 레싱이 그린 그녀의 실존적 불행에 비해,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에 걸쳐 찾아냈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이 기적같이 운좋은 사내-너드 주제에 오지랍이 넓은? 형용모순인가-의 짧지만 따뜻했던 삶에 곁드려진 몇몇 재치있는 문장들을 크리스마스쯤 한편 읽고 잠드는 것도 괜찮겠다.



형사시리즈물의 전범이라 할 작품이다. 최근 만들어진 무수한 티비형사시리즈물 중 이만 못한 것이 수두룩하다. 작가는 무미건조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살짝 등장인물들에게 정이 든다. 군더더기라곤 없다. 분량마저 적당하니, 여행길 친구나 화장실 친구로 그만이다.


 회사에서 알라딘이 업무시간중 로그인이 안된다. 최근에야 업무시간외에 로그인 해놓으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업무시간 전에 로그인해서 오랜만에 소식을 적어본다.


<섬에 있는 서점> 밑줄긋기


대략 십오 년의 세월 동안 알고 지내면서 에이제이는 이즈메이가 여배우의 정석대로 나이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줄리엣에서 오필리아에서 거트루드에서 헤카테로. (71~72)


골룸처럼 말하는 군”. 에이제이가 말했다. “골룸이 누구예요?” 마야는 알고 싶어 했다. “네 아빠가 좋아하는, 상태 심각한 너드 친구 하나 있어.” 어밀리아가 말했다.


“p.s. 네 단편에서 가장 발전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은, 이야기에서 공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야. 사람들은 왜 지금 그런 행동을 하는가? 위대한 글쓰기의 특징이지. (231~232)


명절이 주는 진짜 선물은, 그게 끝이 있다는 거라고 에스제이는 생각한다. 그는 반복되는 일상이 좋다. 아침에 식사준비를 하는 게 좋다. 가게까지 달리는 게 좋다.” (268)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먼드 카버, 1980


내가 한참을 골똘히 생각해온 문제는, 어째서 싫어하는/혐오하는/결함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들에 관해 쓰는 것이 사랑하는 것들에 관해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걸까 하는 거야. (물론 이것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많은 글들이 설명된다.) 이 소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편인데도, 마야, 아직 그 이유에 대해서는 뭐라고 운을 떨 수가 없구나.


(또한 너와 어밀리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A.J.F.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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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1-24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간 소식이 뜸하시다 했더니 회사에서 로긴이 안되었었군요. 그러보면 저는 그거 하나만큼은(!!) 좋은 회사에 다니는군요. 아무때나 로긴이 가능하다니..

생각해보면 여자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 을 욕망했던 것 같아요. 굳이 버지니아 울프의 책 제목을 가지고 오지 않더라도, 일전에 ‘앨리스 먼로‘의 단편에서도 여자가 따로 작업실을 얻는 단편 소설이 있었고요,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나, 그 소설에도 보면(이거였나, 여자작가가 쓴 소설이었어요),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데조 본인의 집을 따로 얻는 여자가 나오거든요. 우리는 누구나 혼자가 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섬에 있는 서점] 재미있게 읽었고 팔려고 했는데, 오늘 휘모리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팔지말고 가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핫.

무해한모리군 2017-11-24 10:13   좋아요 0 | URL
네 글을 쓸 공간이 없어서 ^^ 읽기는 이것저것 읽고 있어요.

섬에 있는 서점 나쁘지 않았는데, 너무 평범한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내가 읽어봤고 좋아했던 책이 이렇게 대거 거론되는 경우는 진짜 드문데 이야기가 제게는 재미가 없었어요. 어쩌면 올해읽은 세번째 서점에 대한 책이라는 게 나빴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