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그래 좋으셨다는 아인슈타인께서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다

라고 하셨다함.

맨날 하는 방식으로 세월호특별법을 만들려고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매우 권할만한 문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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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0-0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천재라고 이름이 높았다는 트로츠키는 설득할 때 하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서 상대가 질릴때까지 논쟁했다는데 도대체 새정치연합(이름에 새들어갈때 알아봤음) 토론 논쟁 합의 라는 단어가 그들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지가 때로 궁금함.
 
심야식당 13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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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단행본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13권까지 읽게됐다.

일본음식을 무척 좋아해서(니가 안좋아하는게 뭐냐고 묻는다면? 음..)

특히 일끝나고 일본식 주점에서 끼니와 맥주한잔을 곁드리는 것을

최고의 행복이로 치는 인간이라, 나를 위해 나온 작품인줄 알았다.

 

중간에 다소 맥이 빠지는 단행본들도 있었지만 12권부터는 정말이지

다시 처음 처럼 좋아졌다.

 

왠지 이번에는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음식도 많았는데

간단해보이는데 내가 하면 어렵고 맛이 없다는게 지난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

눈으로만 즐기기로~

 

이번호에 좋았던 에피는

1. 양말까지 벗겨줄 정도로 순종적인 아내의 돌연한 이혼 선언


못먹는 술을 먹으며 울고 있을때 어릴적 밴드를 함께했던 친구들이 손을 내밀어주고

일밖에 모르던 중년 남자는 다시 드럼을 친다.

이혼한 아내와는 술한잔 할 수 있는 좋은 친구로.

 

2. 쉰에 가까운 나이에 아이하나가 있는 여자와 처음으로 결혼을 한 이 남자에게 생긴일


생전처음 누군가가 아빠라고 불러준 날, 그는 울고 말았다.

이렇게 곱게 키운 딸을 공으로 가지게 된 그는 아내에게 잘해야겠는걸~

 

♥마지막으로 네꼬님이 생각나서~


자주 울게되는 요즘 위로가 되는 책이다.

여당이 둘인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옆사람들을 더 자주 살갑게 안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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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10-02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몽(라스트 오더)이 허무하게 결말이 나고 그나마 기다리는 책 중에 하나.

무해한모리군 2014-10-02 12:57   좋아요 0 | URL
Mephistopheles님 방가방가 ㅎㅎㅎ

총몽도 시즌(?)를 마구마구 이거가지 않을까요?

막 길게 이어지는 만화하니까 생각났는데 원피스는 끊났나모르겠네요..

다락방 2014-10-0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이거 1-12까지 안읽고 13만 읽어도 괜찮은가요? 제가 이걸 안봤었는데 오늘 휘모리님 리뷰의 제목이..절 확 끌어당겨서 말이지요..

무해한모리군 2014-10-02 17:11   좋아요 0 | URL
됩니다 다락방님 ㅎㅎㅎ 그런데 앞에 이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의 사연을 좀더 잘알게 되기는 합니다. 담담한 이야기들입니다.

Mephistopheles 2014-10-02 20:43   좋아요 0 | URL
먹는 게 주제인 만화입니다. 다락방님...(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

네꼬 2014-11-2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할 말 많은 눈물들인데, 일단 이것만 말씀드릴게요. 저는 고등어를 못 먹지만, 그 맛은 무척 좋아한답니다. 이 비극. 맛있는데 먹으면 안 되는 비극.)

무해한모리군 2014-11-27 08:45   좋아요 0 | URL
이런................ 고등어를 못먹는 고양인거예요? 슬퍼요 ㅠ.ㅠ
 

히가시노 게이고를 즐겨 읽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어쩌다 보니 자꾸만 신간을 꼬박꼬박 읽고 있다. 평범한 독자인 내가 자꾸만 걸려드는 것은 출판사가 아무래도 마켓팅을 무척 잘하는게 틀림없다. 이번에도 어쩌다(이 어쩌다가 늘 의심스럽다)보니 책 소개글을 읽었는데 무척 흥미롭게 들렸다.


 강도에게 어린 딸을 잃고 이혼한 부부가 있다. 이혼후 남편은 애완동물 장례사를 하고 아내는 프리랜서 기고가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전부인이 살해됐다는 이야기를 듣게된다.  


너무 솔깃한 소개 아닌가. 


일전 몽환화 리뷰에도 썼지만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남자주인공에게 언제나 매력을 느끼는데 이번에는 무려 애완동물 장의사다. 생명의 뒤안길을 소중히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게 틀림없다.과연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나는 매해 몇편의 작품을 써내고 있는 이 작가도 아마 근면하고 과묵하리라 짐작해본다)  

 

사형제도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니 유족들의 고통, 가해자의 심리, 사형판결을 받은 피의자의 심정 등 많은 주제가 다뤄지고 과거의 사건들과 현재의 사건이 교차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감정적이기 보다 차분히 흘러간다. 작가는 유족의 울분보다 사형제도 대한 다양한 관점을 독자가 검토하길 바란 것으로 짐작된다. 내게도 유족의 입장에서 사형과 사형이 아닌 것이 어떻게 심리적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아쉬운 점은 변호사의 입을 통해 건네진 사형판결을 받은 피의자가 개전의 정을 보이기 보다 그냥 삶을 낙담해버린 것이나 오랜 세월 밝혀지지 않은 범죄가 그 범죄인의 삶을 어떻게 일그러트렸는지, 혹은 전부인을 살해한 뒤 범인의 마음 등이 좀 더 그려졌다면 작품이 풍성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작품에서는 대부분 누군가에게 전해듣거나 적힌것을 읽거나 그렇다) 같은 사회적 주제를 다루지만 등장인물의 감정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작가의 작품 중 방황하는 칼날 쪽이나 용의자 x의 헌신 쪽이 내게는 더 좋았다. 


중대한 범죄의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평생 그 짐을 지고 산다. 영원히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모욕과 상실의 감정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지 극복되거나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때린 놈이 발뻗고 잔다는 흔한 얘기에 진실이 있다고 본다. 사형에 처해진다면 적어도 피해자가 죽는 순간에 느낀 공포의 1/10 정도는 되갚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개전의 정이라는 것이 반성을 하면 몸에 보이는 것도 아니니 알 길이 없고, 피해자는 그 상처를 평생 가지고 가는데 가해자는 '왜 한번의 잘못으로 평생 꼬리표를 달아야 되는가' 라는 변명은 터무니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가해자에게 자신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가를 깨닫게 할 수 있을까가 교화의 요체일텐데, 백인백답일게 분명하다. 현재 사형을 제외하면 교육, 치료, 노동으로 교화의 방법은 크게 나뉘는거 같다. (제대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잔혹한 범죄자들의 특징엔 '능숙한 자기합리화'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니 30년간 땅을 파게 한다거나 심리치료를 해본다고 될런지는 모르겠다... 이를테면 성폭행 가해자가 죽는 그 순간까지 성폭행 피해자가 느낀 고통을 알게 될 확률이 몇 %일까? 자신이 죽인 사람이 느꼈을 공포를 알 수 있을까? 역시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회에서 그저 격리하는 쪽을 선택하는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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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비가 왔고 영화관에 갔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고, 

슬펐고,

그래서 늦은 시간 영화관에 앉았다. 


다큐멘터리 영화라 그런지 소규모 관이었고

시설이 좋았고

채 열명이 안되는 함께 영화를 본 사람들은 

누구하나 음식을 가져오지 않았고

길고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내내 자리를 지켰다.

역시 비오는 월요일 저녁 한강이남에 딱 두개 상영관에서 

상영중인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이영화가 꼭 보고 싶었나보다. 


대학시절

나는 새끈한 영어동아리나 봉사동아리에 들지 못하고

(도대체 왜 그러지 못했는가)

신입부원이라고는 네명 밖에 없는 탈춤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남아 삼학년쯤 되자 복학생들도 슬슬 빠지고 이제 동아리는 문을 닫을 판이라

마지막 발악으로 선후배들과 딱 한번 공연을 하고 접기로 했다.

그시절 20대에 얼마나 주구장창 놀았던지

중년의 이남녀들은 아직도 제법 새끈하게 악을 뽑았고

몇몇은 어설프게 배운 우리보다 매우 볼만하게 춤을 췄다..

그리고 눈빛..

20년 넘게 지켜온 그곳을 지키고 싶다는 눈빛을 봤다.

선배의 선배의 선배의 선배가 구속되고 싸워가며 지켜낸 아주 조그마한 공동체를.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오사카, 일제시절 비행장 건설에 강제징용 됐던 한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

그곳에 온갖 차별과 방해에도 

내 부모의 부모의 부모가 돌 하나까지 이고 져 만든학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일찍 철든 아이들.


샤워시설도 없이 물이 찬 땅바닥에서 운동하는 

심지어 우리로 치면 운동만 하는 운동부 아이들도 아니다.

이 아이들이 일본 고교 럭비리그 4강에 들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때 나는 아이의 눈을 봤다. 


아이는 알고 있다. 

아이들의 아비도 대부분 조선학교 출신이며,

아비들이 학생일때는 리그 출전 자격조차 가지지 못했다.


원해서 일본에 온 것도 아니었고

긴세월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하는 일본 사회의 일원이건만

아직도 게으르다고 깡패라고 손가락질 당하며,

(재일 외국인 중에 가장 범죄율이 낮은 것이 조선인이란다)

연일 혐한시위와 인터넷, 언론을 통해 온갖 비하 발언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이들의 학교는 극우 시장이 되자마자 모든 일본고교가 무상인 가운데

홀로 그남아 있던 지원금마저 끊겼고,

운동장은 시 소유니 내놓으라며 소송중이다.

학교에는 교육내용을 시찰한다며 뻔질나게 모모한 인사들이 드나든다. 


어찌보면 꿀벅지 십대들의 유쾌한 스포츠 영화일 수 있을 이 영화는

모두를 위해 달리는

그 아이들 어깨에 달린 소명이 너무나 무거워 달라 보였다. 


최근에 일베를 분석하는 글과 토론들을 듣게된다. 

그들의 글을 보다보면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꼰대의 꼰대의 꼰대에게 어떤 일이 있었길래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를.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니 갈 길 또한 잃어 엉뚱한 곳으로 에너지가 쏟아진다. 

괜스레 목소리가 커보이는 곳은 다 밉다... 그 중에 만만한 곳에 마구마구 손가락을 놀려본다.


재일조선인들은 다른 역사를 가졌고, 다른 정체성을 가졌으니 다른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아이들에게 조국은 북도 남도 일본도 아닌 재일조선인 커큐니티며, 그들의 학교 그 자체이다. 

차이를 가진 그들이 일본 사회에서 건승하기를 응원한다. 


아이들의 어깨에 달린 짐을 조금 가볍게 하고 싶다면 재일교포들에 대한 차별의 부당성을 많이 알리면 좋겠다. 

직접적으로 조선학교를 후원하는 곳으로는 권해효씨 등이 함께하는 몽당연필이 있다.

http://cafe.daum.net/mongdanglove


요약

1. 궁금한점

.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키우면 저렇게 속이 드는가 놀랍다... 내 자식도 아닌데 너무 대견하다.


2. 좋았던점

.꿀벅지의 젊은 청춘들

.너무 예쁘게 웃고, 분해서 엉엉 울줄하는 청춘들


3. 아쉬웠던점

.감독이 조금 건조한 시선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4. 좋았던 대사(비루한 기억력 조심)

.나를 믿고 친구를 믿자. 서로를 믿고 하나로 뭉쳐 일본 최고가 되자.

.'하자'고 해야지 '해라'는 안된다. 의도가 없었어도 상대가 기분 나빴다면 잘못된 거다.

.국제경기에서 외국인 학생이 조선학교 친구에게 'korean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옆에 우리나라 학생이 '제는 일본인이고 내가 진짜 korean'이라고 해서 같은 민족인데 마음이 상했다..고 말하는 장면 (진짜?란 무슨 뜻인가)


* 불고기 먹고 만들었다는 멋진 몸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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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09-3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 영화 봤어요. 뜨거운 심장과 열정을 가진 청춘들이 한가득이었어요. 일찍 철들 수밖에 없지만 미소는 여전히 소년의 것을 가진 씩씩한 아이들이 얼마나 예쁘던지요.

무해한모리군 2014-09-30 10:44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정말 너무 예뻤어요. 살아서 파닥거리는 눈빛도 너무 좋았고.

무해한모리군 2014-09-3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대세 선수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판결이 났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중 하나인 서경식 선생 형제의 불행이 새삼 기억난다.대한민국을 조국이라 생각하며 큰일꾼이 되려했던 영민한 젊은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침부터 황당한 뉴스가 계속된다.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고 물러난다던 총리는 돌아왔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이야기했던 전교조 교사들은 처벌하겠단다. 입으로는 자신의 탓을 말하던 대통령은 아직도 물속에 있는 11명은 이미 잊었는지 애초에 안중에 없는지 모르쇠다.


김추자님의 새앨범을 들었다. 곡 자체도 좋았지만 과연이라는 감탄사가 절로나오는 목소리다. 이런 목을 가진 사람이 왜 노래를 안했을까? 이른 아침 커피집에서 김추자의 목소리를 듣다 눈물이 핑돌려고 한다. 재능이 있는 인간에게도 인생은 쉽지 않구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방문한 바에서 지긋한 나이에 성악가가 U raise me up을 부르는 것을 듣고 딸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고난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나더니... 온갖 것에 감정 이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일본 수사물을 꽤 즐겨본다. 수위도 높고 스토리도 정교한 경우가 많아 취향에 맞다. 최근 즐겨보는 것은 모즈 mozu인데 남자주인공을 연기하는 니시지마 히데토시를 평소 무척 좋아해서 보게됐다. 이 중년남자가 소년처럼 수줍게 웃는 모습이 왠지 좋다. 일본 내에서는 보더에 밀린 모양인데 초반에 너무 복잡하고 느리게 전개된 탓이 아닌가 싶다. (시즌2 1화까지 본 현재 뭔가 루즈한 연출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일본 공안의 에이스 였던 쿠라키는 아내와 아이를 잃고, 오직 아내를 죽게한 사건의 진실를 찾고자 하는 집념만 남았다. 폭탄테러, 기억을 잃은 청부살인업자, 공안, 경찰, 사람들의 꿈속에 찾아오는 달마라는 존재, 시즌 1이 끝나도 미스터리는 아주 조금 밖에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고자 만든 시스템은 어떤 것이고, 그 시스템을 탈취하러 갔다 실패한 공안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흥미롭다. 십여년 내 아이로 키워온 딸이 내아이가 아니란 사실을 아는게 좋을까 모르는 채로 있는게 좋을까? 어쩌면 아내가 아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면 진실을 알아내는게 좋을까 그저 덮는게 좋을까? 아내를 극단적 우울상태로까지 몰고간 사건, 추악하더라도 그 진실을 밝히는 게 좋을까? 쿠라키는 밝히고자 한다. 살아있는 자신이 할 수 있는게 그것 밖에 없어서.


내가 홀아비들의 삶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닌데 아내의 죽음을 집요하게 추척하는 드라마에 이어 줄리언 반스가 아내를 잃은지 오년만에 내놓은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도 읽었다. 그가 잃은 것, 자신을 온전히 증명해주는 존재를 잃는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쯤 상상해버렸다.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그는 아내의 관에 손을 얹고 삼십년전 자신이 쓴 소설을 읽었다. 


 그런 후, 광기가 찾아온다. 그다음엔 고독이 찾아온다. 그것은 당신이 예상했던 비장한 홀로됨이 아니라, 아내를 잃었다는 사실이 가져온 흥미로운 순교자적 고통이 아니라, 그냥 고독이다. (중략)그것은 다만 하나의 직업에 종사하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비참한 상태이며..... [사람들은] 당신이 그 아픔에서 벗어나게 될 거라고 말하고 .... 실제로도 벗어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터널을 빠져나와, 다운스를 돌파해, 쏜살같이 덜컹거리며 햇빛 속으로, 영국해협을 향해 내닫는 기차처럼 벗어나는 게 아니다. 기름막을 뒤집어쓴 갈매기 같은 꼴로 벗어나는 것이다. 당신은 한평생 타르 범벅이 된 깃털에 뒤덮여 살 것이다. (189~190쪽)


고통을 통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따위를 나역시 믿지 않는다. 우린 그저 다른 사람이 된다. 삶은 어느순간 우리의 약한 고리를 턱턱 치고 들어온다. 무력하고 그저 겪어내는 수밖에 없는 종류의 일들이다. 내가 좀더 어렸을 때 삶을 행복의 문제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고통을 견뎌내는 것의 문제로 바라본다. 요즘 어느때 보다 모두에게 왠지모를 동지애가 느껴진다. 무의미 속에 죽지말아야할 이유를 발견하고, 김추자의 노래를 듣고, 드라마를 보면서. 


덧글 : 애초 계획대로 로맹가리의 여자의 빛 리뷰와 함께 쓰여졌다면 로맹가리식 삶의 의지가 조금은 들어가서 결론이 달라졌을텐데 너무 끌었더니 임시저장 상태에서 사라졌다. 그렇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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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4-06-2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김추자. 저도 얼른 구매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