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 믿는 대로 된다
조엘 오스틴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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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기독교인)가 있는데, 어느 날 둘이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 친구의 다섯 살짜리 조카이야기, 새로 식구가 된 새언니 이야기, 직장 생활이야기, 몸이 아팠던 이야기 등을 나누는.. 사이사이마다 언급되는 책이 있었다. 정신적으로 크게 의지가 되는 형부가 권해 주어서 읽게 된 책이라고 했다. 제목이 긍정의 힘이라고 했고,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 땐 그냥 저 친구가 대단히 감화 받은 책인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몇 일 몇 날이 흘렀는데도 그 책에 대해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내게서 잘 잊혀지지가 않았다.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물었다. 친구는 ‘기독교 서적인데 괜찮겠냐’ 고 되묻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계발서를 사들였지만, 그 숱한 책들 중에서 진정 도움을 받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나 또한 장르 불문하고 기독교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덥석 책을 잡게 되었다. 그리고 ‘긍정’하는 일에 대해 논리를 실어 주는 책이라면 기꺼이 읽고 싶을 만큼 그 땐 긍정의 힘이 실로 내게 간절했나 보다.

‘개떡 같이 이야기 해도 찰떡 같이 알아 듣는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이 책이 개떡인지 찰떡인지는 논외로 두고, 내가 알아 듣기를 좀 미흡하게 한 것 같다. 아쉬웠다.

일례로, 다음과 같은 문단.
 
오늘을 온전히 사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이기주의 유혹이다. 물론 하나님은 우리가 최고의 삶을 누리고 번영하기를 바라시며 우리를 위해 놀라운 은혜를 준비하고 계신다. 
하나님이 주시는 큰 기쁨을 맛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을 잊으라. 남이 나를 위해 뭘 해줄까 계산하지 말고 내가 남을 위해 뭘 해줄까 고민하라. 베풀며 사는 법을 깨닫지 못하는 한, 우리는 결코 진정한 만족감을 얻을 수 없다. 우리는 받는 법이 아니라 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화가 나거나 걱정이 밀려올 때, 또는 기쁨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때는 십중팔구 내 문제를 생각하고 있을 때다. 내 인생의 걱정거리나 불만, 내일 내가 뭘 해야 하는지에 관한 생각이다.
행복은 선택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우리는 행복한 하루를 살기로 선택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사람은 결코 하나님의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없다. 우리는 한번에 하루씩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에서 와 닿은 데가 있어 내가 접어놓은 문단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또 석연치 않은 느낌이 오는 것은 정말 지울 수 없다. 개인적인 자기 개선과 자기 자신 속의 세속적인 요구에 따르는 삶(크고 넓은 집에서 살기를 한결 같이 소망했던 저자의 아내는 곧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이 영적인 삶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책의 전반적 요지이다. 이는 영적인 삶이란 생산 중심 상품 문화의 가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부와 특권(하나님의 자녀)과 권력을 미덕을 찬양하는 저자의 가르침을 들으면서,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은 그들 스스로 가난을 선택했고, 고통을 선택했다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행복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있으면, 이 말이 진짜로 하나님이 설파하셨을 말씀, 그러니까 '사랑'과 '더 큰 공동체를 받아들이라'는 지침에는 귀를 멀게 하는 거 같다. 왜냐면 그런 생각의 기저에는 특권을 가진 우리 모두에게서 책임감이라는 부담감을 덜어 주기 때문에.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 없으면 소용이 없다고, 했다. 공동체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에는 더 관심을 기울이는 책이 되었더라면 이 책은 아마 더 좋은 책으로 이 비기독교인에게도 감동을 주었을지 모른다.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삐닥한 이 영혼이 성공한 미국의 차세대 주자 목사의 개인적이고 화려한 영적 수사 같은 것에 먼저 눈을 떴기에 저자가 진심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을 귀담아 듣지 못하는 우를 범했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독자가 받아들일 나름이기에....

 

 

상처받지 않을 권리 중에서...(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해석)

기독교 전통이 그렇듯이 현세의 삶은 심판의 대상으로서만 의미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천국과 지옥을 가늠하는 사후의 심판 그리고 심판 이후의 영원한 삶이라고 보았으니까. 프로테스탄티즘의 직업을 일종의 소명, 즉 의무로 간주하는 . 지금도 'vocation'이라는 단어에는 '직업이라는 의미와 소명, 즉 신의 부르심이라는 의미가 함께 있다. 프로텐스탄티즘에게 직업이란 종교저 천직을 의미함.  산업자본주의에 들어서면서 천직이란 결국 자본가가 아니면 노동자로양분될 수밖에 없었음. 이지점에서 베버의 보수성이 드러남. 자본가라는 계급과 노동자라는 계급이 수행하는 임무를 천직으로, 다시말해 신이 정해준 숙명처럼 사유하기 때문. 그런데, 산업자본이 만들어낸 상품은 누가 구매하는 것일까?

 

보드리야르 " 상품의 사용 가치보다 기호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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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3-3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화의 근원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인것 같아요. 성인이 아니니 내 안의 문제를 온전히 잊을수도 없는것이고, 현명하게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겠어요.

반딧불,, 2006-03-3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히피드림~ 2006-04-0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도 가난을 개인탓으로 돌리는 사람이 있나요?? 목사들 스스로 잘 알겁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는지...

내가없는 이 안 2006-04-0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반은 얘기해주고 있는 책일 것 같아요. ^^ 예전에 이런 식의 제목으로 파워로마서, 인가 하는 책이 있었는데 그것도 무릎을 쳤더랬어요. 역시 베스트셀러. 삐딱하기로 말할 것 같으면 저도 그래요. 우리 삐딱한 영혼끼리 긍정의 힘을! 큭큭.

icaru 2006-04-0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 현명하게 산다는 거, 너무 어렵죠? 어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가족 간의 대화 단절로 인한 문제에 대해 다루더라고요....
거기서 망나니 같은 딸 아이를 가진 부모 이야기가 나왔는데.. 문제의 원인은 부모와 딸 쌍방에 있었지만... 부모의 지나친 윽박지름, 체벌이 아이에게 굉장히 나쁘게 작용한 경우인 것 같았어요... 보면서... 가장 가깝다는 가족 끼리의 문제도 저렇게 순탄하게 되어주는 것이 없거늘... 하물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명하게 잘 사는 것..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반딧불 님... 어이쿠~!!

펑크 님... 부자들 중엔 가난을 개인 탓 하는 사람들 참 많죠? 그 중에서 가장 꼴신 것은... 자기 노력이 아니라.. 부모의 거대 유산을 물려 받은 사람이 그런 말 할 때... ! 참 작것!! 싶어요...

이안 님... 삐닥한 영혼끼리 긍정의 힘을.. ㅎ.ㅎ .. 근데 정말 저 요즘 일주일에 1킬로씩 체중이 느는 거 같아요... 워낙에 육중한 몸무게였는데... 조절이 필요할 듯 싶어요..

2006-04-25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 현대과학의 양면성, 그 뜨거운 10가지 이슈 살림 블로그 시리즈 4
이은희 지음, 류기정 그림 / 살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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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게 생긴...곰팡이!
-인간의 지나친 항생제 맹신에 미생물들이 반격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바로 '내성균'의 등장이 그것이다.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1978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제왕절개로 태어난다. 저 가운데 있는 친구!

얼마전에 사람들과 밥을 먹다가, 혈액형 이야기가 나왔다. “O형은 성격이 어떻고, A형은 어떻고...”에서 시작해서 RH+니 -니...자신들이 아는 이야기를 총동원하기 시작했다.
나도 질세라, 어디선가 읽었던 (어디서긴, 하리하라의 생물학카페였지.)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를 원하는 젊은 부부의 경우, 아내는 남편이나 남편 친족으로부터 수혈을 받으면 안 된다(!! ‘피하는 것이 좋다’도 아니고 ‘안 된다’ 라고 했던 게 화근인 듯했다.)더라‘ 라고 말을 꺼냈는데, 사방이 일순 조용해지더니... 누군가가 ‘그런 말은 첨 들어본다. 이해가 안 된다’ 라는 말을 했다. 이런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제대로 잡은 건가...그 말을 한 사람은 생물학 전공한 사람이었다.
예상못한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거지, 이해가 안 된다 라고 하면.... 전공자 앞에서 내가 생물학적으로 설명해줘야 하는건가.” 엄청 진땀을 뺐다. “그게 나중에 항체가 생겨서 말이지...” "임신했을 때 모체가 남편의 항체를 적으로 간주,,, 음 그러니까 말하자면 항체가...항체가...“ 허우...(이 답답한 가심을 어쩌리오!!! 단어가 동원이 안 되는군...내 말이 맞다니까!!) 속으로...
그러다가 금방 다른 화제로 넘어갔지만, 내 머릿속은 계속 “아내의 수혈”에 머물러 있었다. 어줍잖게 아는 척하다가 망신살 뻗친 상황이라... (자세한 설명은 하리하라의 생물학카페 5장 질병과 면역계에서 “네소스의 피의 복수”를 참조하세요.)
집에 와서, 생물학카페를 다시 읽었다. 그 부분만...
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는 중간은 잘라먹고 끝만 전달하게 된다. 몸통 부분은 아무래도 ^^;;; 지식적인 게 동원이 안 된다. 이래서 난 과학 계통책은 과거 읽은 책도 늘 처음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책에 대한 생각은 읽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이와 비슷한 류를 접했던 독자이거나 더 자세한 정보들을 알고 싶었던 사람에겐 자뭇 수박 겉핥기에 그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이렇게 공론화하여 말할 수 있는건가하면서 심도 있게 딴지를 걸며 읽을 분도 있을 것이며.....또 어떤 사람들은 친절하고 대중적인 방식에 편안함을 느끼며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난 후자에 속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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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1-1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이카루님, 어째 점점 글 쓰시는 게 재밌어집니다. ㅋㅋ

icaru 2005-11-1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노파 님 "푸하하하"하고 웃어줘서 고마워요~~
이 리뷰 쓰고 나니... 장기연체 이자 원금 다 갚아뻐린 거 마냥 시원해지는 게 이 느낌 참 좋소~~(이 책...서평 쓰겠다고 손들고 받은 책이라지요..)

가시장미 2005-11-1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때는 중간은 잘라먹고 끝만 전달하게 된다 -> 무지 공감되는...
이 책 정말 많이 보시던데... 저도 꼭 봐야겠어요. 제가 아이들을 접하거든요. 아이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참 당황해서..중간을 짤라먹는 일을 자주................. 하면 안되겠죠? 으흐흐흐

비로그인 2005-11-1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이카루님, 넘 귀엽삼! 아, 저랑 비슷한 면이 많으시구만요. 그래서 에지간하면 저두 논쟁은 피해버린당께요. 하이고야..^^a

icaru 2005-11-16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네는 언변이 안 받쳐줘서 좀 거시기예요..(복돌언냐까지 끌고 가서 지송 ~)

가시장미 님... 중간을 자주 잘라 먹으면 힘들어지는 게... "왜?" 라고 눈 뚱그렇게 뜨고 물어오는 족속들 땜에... ^^;;

히피드림~ 2005-11-16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해 주신 내용들이 모두 흥미로운 이슈들인데요.^^

2005-11-16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11-1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 님 ^^
속삭 님..몸통이...이슈네요!! ㅋ 전 깃털할래요...

인터라겐 2005-11-17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점정리 확실한..이카루님..

니콜키크더만 2005-11-1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이 인기인가 봅니다...저도 읽어야겠어요.

플레져 2005-11-18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참 이상타... 내가 분명 이 리뷰를 보았건만... 왜 댓글은 없지?
요샌 눈으로도 댓글을 쓰는 기능이 생겼나보아요^^
몸통은 짤라내고 머리와 꼬리만 말하는 거... 그 버릇 어떻게 고치려나요.
나도 엄청 심각 ㅠㅠ

2005-11-23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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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서울에서 십오년만에 친구를 만난다고 하셔서 약속 장소까지 모셔다 드린 적이 있다. 두 분은 그런 말을 주고 받으셨다.
“너도 많이 늙었다.”
매우 외교적이지 못한 말이긴 하지만 퍽 의미 있는 말이기도 하다.
“나도 늙어가는데 너도 늙어가는구나” 그래 함께 늙어가자! 하루하루 드라마 같은 갈등과 시련과 기쁨의 고개 마다 주름살도 하나 하나 늘려가면서...
장영희 선생님의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그러니까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착함, 반듯함 올곳음’은 도태됨의 다른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준다.
기회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서슴없이 남의 것을 짓밟고, 튀지 않으면 눈길을 끌기 어려운 세상에서 선하고 올곧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꾸만 뒤쳐지는 것 같은 세상을 볼 때, 더 높게 더 멀리 더 빨리에 현기증이 날 때, 현기증을 가라앉혀 주는 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갑자기 왁자하던 지하철 안 사방이 조용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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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10-0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제대로 만났네요. 내가 1등 도착! 맨날 방명록에서 만나다 이렇게 만나니 반갑죠. 기쁘죠. 저 예쁘죠!!! 착한 책에 대한 반감이 있기는 합니다만 ‘착함, 반듯함 올곳음’은 도태됨의 다른 말이 아니라는 님의 감상이 팍팍 와닿습니다. 그러니 양적으로 많아져서 넘치도록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생각. -착한 이카루님 배상(근데 저 이카루님 나이를 몰라서 제법 막 나가고 있습니다.^^*)

icaru 2005-10-07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이 리뷰를 쓰고 저장을 눌렀는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어요...
미련하면 손발이 고생...할 때의 그 고생이었는지.. 아니면... 시스템 오류로 운이 오질나게 없었던 건지...
의욕상실하고...거두절미하고...간략하게 다시 써 올린 거랍니다...
제 나이는유~ 돌바람님 서재로 쓩 =3=3

플레져 2005-10-0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생애 단한번인데 좀 어떻게 좀...잘 살았으면...
(덩달아 돌바람님 서재로 이동하려는 중...ㅋ)

히피드림~ 2005-10-07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절대지 않는(?), 간결하면서도 핵심이 잘 드러난 리뷰. 이주의 마이리뷰로 추천함다!!

2005-10-07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10-07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사람들이 더욱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아, 이거 모 정당 슬로건 같아요! 흐흐..그나저나 지하철. 그거 참 졸기 딱 좋습디다. 따땃한 햇볕을 쬐며, 움직임도 적은 열차공간 안에서..흐흐..

2005-10-08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10-08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책과 멋진 리뷰에요..;;;

icaru 2005-10-1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좀..어떻게 좀이라... 부사 "좀"이 무지 간절하게 느껴져요...
펑크 님... 이쌍하게...제컴에서는..에디터로 쓰기도 안 되고...한글에서 쓰고 불러오는 것도 안되고 하답니다...그래서...직접 입력했더니만... 때때로 저장이 안 된다는 위험부담이 있네요... ㅠ.ㅜ
복돌언냐... 어느 정당이래요? 흐...
속삭님...짧게 아주 굵고 짧게 쉬시길~
비숍 님.. 책은 멋진데 리뷰는 그닥 ^^;;;


humpty 2005-10-1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멋지구리한데요, 무슨 ^^
나이 들면서 엉뚱한 데서 감성이 마구 건드려지는 게 있는 거 같아요. 쓸데없이 눈물 흘리질 않나, 대수롭지 않은 일에 노염을 타질 않나. 주책스럽기까지 하다니까요. 이거 보면서 지하철에서 눈물 두르륵 했었거든요.
글로 보는 것과 실제 그 사람이랑 놀랍게 다르다지만, 속내는 저 글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이거나 나랑은 하등 상관없건만 ㅋㅋㅋ

icaru 2005-10-2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로 보는 것과 실제 그 사람이랑 놀랍게 다르다지만, 아하~ 험프티는 어떠우? 나도 글로 보는 나와 실제로 보는 나가 다르다고들 하더군... 뭐 실제의 내가 훨훨...어리버리하다는 이야기들~
 
자라지 않는 아이
펄 벅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펄 벅은 네 살 이후 정신적 성장을 멈춘 딸 아이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고, 중국에서 미국으로 백방으로 아이를 데리고 유명 정신과의를 찾아다닌다. 아이의 장애를 처음엔 받아들일 수 없어했다. 그리고 아이가 음악적 재능을 타고 났고, 아이의 존재 그 자체가 인류에 무언가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아이들을 입양하고 그 중 한 아이가 펄벅이 죽어서 그 이후까지 살아 있을 그녀의 딸 캐롤을 돌볼 수 있게 연줄을 만들어 놓는다.

무엇보다도 펄 벅의 양녀이자, 펄 벅의 장애아 친딸 캐롤이 죽는 순간까지 지켜본 제니스의 후기를 보면, 그녀는 양모(펄 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위대한 여인, 나의 어머니는 그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업적을 남겼지만, 그런 한편 상처받은 삶을 남겨 두고 떠났다. 내 형제들과 내가, 생부와 생모에게 버림받은 우리들이 나중에는 우리 양모인 펄에게 버림받았다고 느꼈다는 것은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


사람이 환경의 동물인 게 맞긴 맞나보다. 아마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위와 같은 이야기들에 시선이 더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엄마로서 한 여인 펄 벅을 본다. 장애아를 둔 엄마의 마음. 그 어쩌지를 못하는 슬픔을 본다.

펄 벅의 행동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 심정을 십분은 들여다 볼 수 있다.  펄벅의 딸 캐롤이 다닌 학교에 몸은 40살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일곱 살 밖에 되지 않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부유하고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 인사였다. 그렇지만 그는 한 번도 아들을 만나러 오지 않았다. 아이의 어머니는 죽었다. 누군가가 아버지를 찾아가서 새로운 연구를 위해 기부금을 요청하면 그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한 푼도 줄 수 없고! 내 돈은 정상적인 사람들한테만 쓸 거요!”

냉담하다고 할까? 그러나 펄 벅은 말한다. 그는 냉담한 사람이 아니라고. 그의 가슴은 찢어지고 자긍심은 무녀져 내리고 있을 것이기에 . 내 아들이 정박아라니, 내 아들이. 그는 내내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이 잃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해 왔기 때문에, 아이에게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아이가 발달 장애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부모들은 하나 같이 “왜”, “무엇이”라는 의문을 갖는다. 왜 내 아이가? 왜 하필 우리 가족에게?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됐나? 내가 어떻게 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까?

 

이 책 <자라지 않는 아이>에서도 펄 벅은 이 가슴 아픈 의문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젊은 부모들. 그들이 겪어오고 앞으로 겪어내야 할 고통과 절망감을 위로해 주고,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개인적인 이야기 하나를 꺼내본다. 내 동생 중에 하나는 어릴 적에 유독 혀 짧은 소리를 했다. 나를 또영(소영) 언니라 불렀고  두통약 사리돈을 사이돈이라고 불렀다. 동생이 일곱 살 적 일이다. 이웃집에 동생과 또래 여자 아이가 살았는데 한번은 우리집에 놀러 와서 동생과 놀다가 우리 엄마에게 이러는거다. "우리 엄마는 xx(내동생)랑 놀지 말라고 그랬어요. xx가 바보처럼 말한다고요.“ 

그 때 무던하신 우리 엄마는 아주 많이 상심해하셨다는 것만 기억나고 다른 건 다 잊었다.  

정상적인 아이도 어릴 적에 조금 지체되는 모습을 보이면, 대번 또래 친구 엄마들이 놀지 말아라 어쩌라 저 야단법석인데....!


장애아를 가진 부모는 아이가 무시당하고 거절당할까봐서 세상에 아이를 내놓는 일은 당연 주저하게 될 것이다. 세상이 바뀌려면 지체아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우리 모두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상적인 아이도 누구나 다 자기만큼 운 좋은 것이 아님을 배워야 하고, 그 만큼 운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힘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명성 뒤에 가리워진 펄 벅 개인의 삶도 조금 보았다. 여성으로서 최초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 모두를 받았던 그녀는 자존심이 강하고 완벽주의자처럼 보인다. 그런 그녀의 개인 삶은 다른 입양자녀들에게 때론 냉담하게 느껴질 만큼, 아기자기함을 갖지 못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삶에 있어서 의미가 있었던 것은 보다 공적인 삶, 그러니까 스스로 발언할 수 없는 사람들을(그녀의 딸과 같은,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세상의 소수자나 억압받는 사람들) 대변하는 일이었던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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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15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이들의 열악한 교육환경에 관해서 핏대를 올린 적은 있어도 존재에 관해서는 일부러 생각해본 적두,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는데 그들을 통해서 기쁨을 얻을 수 있다니..자신의 혈육에게 참 끔찍한 사람들 보면 낯설고 신기하고 애틋하고 그랬어요. 특히 대상이 장애아, 라면. 근데 사회에 도태되지 않도록 아이의 장애를 이기게 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어머니들이에요. 이 세상에 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필요로 하는지..제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미래란 이번 생에서는 없을 거 같아요.

진주 2005-09-15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펄벅여사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었네요.아, 그렇게 살다 갔구나...

hanicare 2005-09-15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기억. 펄벅은 수학을 좋아했다지요. 그래서 골치가 아프면 수학문제를 풀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나요. 중1때 펄벅여사의 숨은 꽃이란 책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보았는데 그 후 그 책을 어디서도 본 적이 없어요.
자기 아이를 위해 버림받은 아이를 입양했다....그 아이가 후에 펄벅에게서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했다....아주 어려운 문제네요.남편때문에 원치 않은 입양을 한 어떤 훌륭한 여성이 차이나게 두 아이를 대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인간이란 생각해보면 입과 같아서 아름답고 정교하게 나풀나풀 나는 그 입술 속에 세균과 악취가 나는 구강이 있다고 생각하면 제가 인간이란 것이 진저리 날 때가 있습니다만....동물의 가죽부대 속에 불멸의 무엇을 꿈꾸는 인간이란 것은 얼마나 모순되고 어찌보면 가증스러우면서 불쌍하기도 한 물체인지.

잉크냄새 2005-09-15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펄벅여사를 비롯한 장애아를 가진 부모를 그렇게 몰아세운 것은 암암리에 칼날같이 날카로와진 사회적 시각이겠지요. 참 버리기 어려운 편견들이지요. 버림으로써 가치를 가지는 것들이 참 많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죠. 그릇은 그 가운데를 비움으로써 그릇으로 가치가 생긴다죠.

2005-09-15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속에 책 2005-09-1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역시 장애아를 아들로 둔 일본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문득 떠오르네요..두 작가 모두 문학적으로 정말 뛰어난 사람이면서 장애아 자녀를 두었다는 점에서 비슷하니까요. 그런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이 그 사실을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였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읽어봐야겠네요..이 책^^

icaru 2005-09-1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언냐.. 음..펄벅도 그랬습니다.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시설로 보내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그녀는 보다 더 가열차게 작업(글쓰는 일)을 했고, 더 목표를 가지고 밀어붙이며 강해졌습니다.... 흐..근데 왜왜....왜요~ 전..님도 저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미래가 이번 생에 있었으면..... ^^


진주 님.. 저도 그래요~ 그녀의 다른 책도 많이 궁금해졌습니다..

하니케어 님.. “자기 아이를 위해 버림받은 아이를 입양했다....그 아이가 후에 펄벅에게서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아주 어려운 문제죠.. 하지만...모든 부모가 저런 합리화...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은 또 아닌지... 흠.. 저는 어떤 부모가 될 수 있을지... 흠..마냥 자신이 없어지는 것은 왜일까요....


잉크냄새 님.. 맞습니다... 책을 보니...그래도 중국 사회는 좀 다르더군요... 미국이나 서양에선 자녀에게 장애가 있으면... 부모의 유전적인 요인을 따지고... 편견을 갖고... 아이를 집 안에서 숨기듯 키우고...하는데... 중국은(1920~30년대 이야기겠지만..) 다양한 장애를 안고 하늘에서 그렇게 내린 것을 ... 어쩔 수 없다는 듯... 운명에 맡기며 탓하지 않으며 사는 분위기라... 펄벅은 중국 사람들의 천성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해요......

속삭님 고맙수... 이 책 읽게 해 줘서~ 이 책은 담담하니..인간 승리의 드라마 같은 요소는 전혀 없었지만... 나에겐 너무 남다른 책이었다우...
아... 그 가수가 그런 사연을 갖고 있다는 건 몰랐다우... 원망이나 농담 섞인 말투가 아니었다니...그게 더 안쓰럽네... 음...

Daydreamer 님 반가워요~ 낮에 단꿈 꾸시는 분이시군요! 흐흐 이것두 초면에 농담이랍시고.. 하고 있네요~ 그렇잖아도 마침 ... 다음에 읽을 책으로 오에겐자부로의 <개인적 체험>을 준비했답니다... 그러고 보니...펄벅의 <대지>에서도 왕룽의 큰 아들에게 장애가 있었지요...아마...

2005-09-15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15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은요......그 분께 ...위안과 힘이 될 거라고 생각 들어요..
1950년도쯤에 펄벅이 이 글을 썼고...그동안 표면에 드러나지 않던 많은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편지와 공감이 밀려들었다고 하더군요... 조언과 자문을 구하는...

국경을넘어 2005-09-1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펄벅에게 그러한 개인사가 있었군요. 근데 서태후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펄벅의 <서태후>를 읽던 학생 하나가 꺄우뚱하더군요. 소설에서는 그렇지 않고 아름답게 묘사되었다고. 그래서 조금 놀랜 적이 있습니다.

플레져 2005-09-1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들을 위해 혹은 말 할 수 없는 침묵을 지키는 이들을 위해 대변인을 자처한다는 건 참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용기, 는 그런거겠지요. 왠지 슬퍼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9-1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고 나니까 생각이 많아져요. 아이를 낳기 전과 낳은 후는 또 다르던데요, 전. 껴안고 살아야 할 슬픔, 이라는 말도 상황에 따라 달리 느끼겠죠. 그러고 보면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참 어려워요. 추석, 이군요. 즐겁게... ^^ 이카루님,

icaru 2005-09-20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 님...플레져 님.... 펄벅은 서태우를 아름답게 묘사했나보군요~
펄벅의 글쓰기가...저도 내심 많이 궁금하답니다...
펄벅이라는 인물 그러니까 장애아를 둔 어머니가 딸을 돌보는 데 필요한 돈을 벌 방법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 이 책에 나와요... 돈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었던 글쓰기... 글의 주제는 당연 그녀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장 가깝게 느꼈던 사람들이었죠. 살아가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싸우는 것을 보아 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하지만...역으로 글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에...가족(아이)를 돌보기는 더 힘들어졌다고 해요...경제적인 문제는 해결이 되었지만...


이안님...저는 낳기 전과 낳은 후...님의 생각이 무척 많이 궁금하답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어렵다는 말도...정말 공감해요...대외적인 삶의 모습과 개인 내면과 가족 내부가 갖는 풍경이 이렇게 다르듯이~

2005-09-26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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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 많이 했다. 어설픈 감상 몇 줄 나열할 바에야, 밑줄 긋기 리뷰로 내 마음에도 서재에도 남겨 놓는 것이 본질을 흐리지 않는 일이 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몇 자 적기로 한다.

 언젠가  일요일밤 시사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노동자 인권 개선과 망명자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전단지를 돌리는 한 파키스탄인을 취재한 적이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단지 조차 받으려 하지 않았다. 리포터가 그 사람들을 따라가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어들은 대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나라에도 아직 못 먹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부터도 넉넉하지 못한 살림 형편이기도 하고. 그런즉, 우리 나라부터 잘 살고 나야, 다른 나라의 기아니 뭐니에 대해 눈을 돌릴 여유도 생길 것이 아닌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그저 비난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야 말로 속이 상해 그러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인간의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라고 한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하는 데 더러는 평생이 걸리기도 하는 것 같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 중에 아직도 굶주림에 떠는 사람이 있다 해도, 지구의 한 켠에서는 3만 5천명의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것, 단 하루만이 아니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날마다 3만 5천 명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2억 5천 명의 아이들이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것에는 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일단 나는, 불만 같지 않은 불만족스러움 몇 가닥을 뭔 투정이 그리도 많았는지, 나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었다. 또, 석유업자 몇 명의 배를 채우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미사일을 쏘아 대는 무리들, 그리하여 수백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키는 상황들, 양심 없고 비인간적인 정치 세력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수많은 아이들이 총알받이가 되어 쓰러져가고 있는 상황들... 설상가상으로 이것을 방송과 신문들은 해외 단신으로만 내보내고, 무의미한 토크쇼로 말도 안 되는 오락거리로 황금 시간대를 채우고 사람들을 점점 저속하게 만들면서 정작 우리가 귀기울여야 할 이야기는 사람들이 다 잠든 시간에 내보내야만 하는 상황들... 그 모든 상황들을 그저 원망스러웠다.  나 개인의 무력함을 이렇게 외부의 탓으로 돌려 본다.

생각의 차이, 종교의 차이, 능력의 차이, 피부의 차이는 필요하다. 그건 다양성의 차원이다. 하지만, 먹을 것과 입을 것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그것은 나눠 가져야 한다.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회에서는 먹을 것을 훔쳐가는 것은 죄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누군가를 먹을 것이 없게 만든 그 사회가 잘못이라 여겼다고... 최소한 굶어 죽지만은 않게 해야 한다고, 일단은 그 사회라는 것이 비단 난민을 속출시킨 정부만 지칭하는 말일까.

한 여인이 있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녀는 신에게 항의했다.

“왜 당신은 이 사람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가요?

그러자 신이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널 보내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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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6-0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인간의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라고 한다. >
이제야 알았어요. 제 삶의 가장 먼 거리를...사물의 본질을 알았으니 이제 좁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책은 연예인이 썼다는 면에서 좀 부정적이었는데, 올라오는 리뷰들을 보니까 괜찮은것 같네요.
PS)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사슴도 그 거리 때문에 그리 먼곳만 본 모양입니다.^^ - 노천명 대변인 -

미네르바 2005-06-09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 흘렸던 기억이 나요. 전 리뷰는 쓰지 않았지만 그냥, 가슴이 먹먹해져 왔던 기억은 여전히 나네요. <그래서 내가 널 보내지 않았는가?> 이 글이 다시 저를 때리는군요. 난 지금 뭘하고 있지?? 하면서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6-10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그런 원망도 하지 않는 이들이 대다수죠. 그러니 원망하는 자는 그런 되물음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봐야 할까요?

icaru 2005-06-1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모든 것은 거리 문제일까요~ 저 책은 김혜자가 오래도록 틈틈히 써서 완성한 것이라 하더라고요...그리고....10년 동안의 책에 대한 인세가 모두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고 하고요... 꼭 권하고 싶은데 ^^

미네르바 님... 마음을 편안하게 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던 게...분명하죠... 음...예에...저도 그랬어요...

이 안 님... 원망만 하고 행동이 없으면.... 아니함만 못할텐데.... 그래서... 저 걱정입니다... 음..

비로그인 2005-06-1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어떤 의구심 같은 것이 들었어요. 김회장님댁 안방마님이 양촌리를 떠나 아프리카 아이를 끌어안고 눈물짓는 모습을 보니까 저거저거, 혹시 무쉰 행사치레같은 거 아니냐, 단순한 홍보성 영상물 같은 걸거야, 라고 생각했었거덩요. 저 자신도 내부에서 검은 것에 대한 편견같은 것이 세습되어 있나봅니다. 파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피부색 다른 아이들을 과연 자기 자식처럼, 돌볼 수 있을까, 라는 매우 인종차별적인 의구심 같은 거 말입니다. 저, 나쁜 사람 맞는 거죠?

kleinsusun 2005-06-10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죠.
"우리나라에도 굶어 죽는 사람들 많다."
"우리도 이렇게 어려운데 북한에 비료는 왜 보내냐?"
또 제인구달 같은 동물 보호자들에게는
" 사람도 학대 받는데 사치다. 사람 먼저 구해라."
이렇게 말하면서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어려우니 너네도 어려워라?
국민소득 2만불 시대가 되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여유가 생길 수 있을까요???


비로그인 2005-06-10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클라인수선님의 말씀을 들으니 쫍니다. 무, 물론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니깐요. 정말이라니깐요. 그러니까,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연예인에 대한 반감같은 건데 혜자 아줌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분이라니깐요, 녜녜..

icaru 2005-06-10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복돌언냐... 클라인 수선 님은 제 글에 인터뷰어들이 하는 말... 말하는 거랑게.. 복돌언니가 한 말 말고시롱~!!! ㅋㅋㅋ

icaru 2005-06-10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복돌언냐 알고 있다고요...네네 고롭요!
수선 님...저 책에서는 애완견 키울 돈 얼마면 굶어죽는 아이들을 먹일 수 있다는 말을 읽을 때...제가 또...복순이 생각 땜에... !

중요한 것은 행동이지요! 맞아요... !

icaru 2005-06-10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언냐...글죠...저도 처음엔 뭐, 그런 건 줄 알았었어요...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요~~
언냐 근데 그 블로그에서 사진을 볼 수없어 당최 눈이 심심해갖고 어디 원!!!

플레져 2005-06-10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이 보내셨는데도 소임을 못하고 있어 민망하다는......... =3 =3 =3 =3

2005-06-10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yonara 2005-06-1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의 가까운 이웃부터 먼저 도와보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아프리카 아이들의 몇 달치 밥값이 될 수 있는 가격의 음식을 (자칭 미식가라면서) 쉽게 넘기는 사람들...
누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해야만 할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세상이 어찌도 이렇게 비논리적이고 무감각한지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icaru 2005-06-1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라게 말이죠...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