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석훈의 해제에 나온 것처럼, 이 책은 얼마되지 않은 어린이 기아 관련 서적 중에서도 가장 전문성과 객관성(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뜬구름 잡는 식의 정서적 대응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을 갖춘 책인 것 같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아이들에게 먼저 읽혀야 할 것 같다. 내 자식 세대에게까지 읽혀야 하는 현실(그떄까지 기아문제가 별반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데...)은 싫지만, 아마 그래야 할 가능성이 높다.ㅡ.ㅜ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인 아버지가 아들의 보편적이고, 마땅한 질문에 대답을 해 주는 형식이라서 기아 문제에 대한 배경 지식의 유무를 떠나 기아 문제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있다면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 


기아를 무기로 사용하는 다국적 기업

새로 알게 된 사실 가운데 놀라웠던 것은 단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식 그리고 분유회사(슈퍼마켓에 가면 유기농 식품이라고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회사들과 국제 기아 문제와 관련하여 이윤과 관련된 작동 방식이었다. 이 책에서는 스위스 네슬레가 나왔다. - 대표적인 예로 1970년대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하여 당면한 어린이 기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칠레 아옌데 대통령의 죽음(CIA와 결탁한 군부들이 대통령궁에 습격)-이다.


기아에 관해 가르치지 않는 학교, 불편해서 외면하고자 하는 진실.

기아 상황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어떤 수단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토론하는 수업 같은 것이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에서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도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걸림돌인 것 같다. 전쟁과 정치적 알력 관계로 인해 구호 조치조차 의미가 없어지는 현실, 구호 조직들이 구호 활동을 할 때 빠지게 되는 딜레마 그리고 사막화와 삼림 파괴(원인 제공자는 누구?) 언급하지 않고, 그냥 입을 닫아버림으로써 생기는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고.

 

 배고픔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어서, 기아와 그 끔찍한 결과는 세부적이고 정확한 분석을 필요로 하건만 학교는 침묵하고 있단다. "그들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하지 않고 있지. 그런 탓에 학생들은 모호한 이상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애를 가지고 졸업할 뿐 기아를 초래하는 구체적인 원인과 그 끔찍한 결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단다."


 "<기아의 지리학>에서 조슈에 데 카스트로는 "사람들이 기아의 실태를 아는 것을 대단히 부끄럽게 여긴다“는 거야. 그래서 그 지식 위에 침묵의 외투를 걸친다는 거야. 오늘날 학교와 정부와 대다수의 시민들도 이런 수치심을 가지고 있단다."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자연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제거한다는 거야.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가 담겨 있는 말."


"맬서스 이론은 근본적으로 틀렸지만, 심리적 기능을 충족시키거든. 날마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구호 시설에서 웅크린 채 죽어가는 아이들... 수단의 덤불 속을 비쩍 마른 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거든. "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지정시키고,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신화를, 끔찍한 사태를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을 신봉하기 이른다고.


 

피난민 엄마들은 난민 캠프 앞에서 아이들을 안고 있었지. 아이를 싼 누더기 천이 아이가 갸날픈 숨을 몰아쉴 때마다 위아래로 들썩이는 모습은 정말 가슴이 아팠단다.


"기아는 부드러운 죽음이다. 점차 소약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통이 없이 죽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빠 자신을 세뇌시키고 있었어. 그런데 그게 아니었단다. 누더기 속에서 일그러진 작은 얼굴들은 그들이 가공할 고통을 겪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어. 작은 몸들이 흐느끼며 오그라들고 있었지. 어만 누이들은 때로 숨진 아이의 얼굴에 가만히 수건을 덮었어.




특히, 불평등을 더욱 부채질하는 금융과두지배.....

 

남반구에는 기아 희생자들의 피라미드가 쌓이고 있고, 북반구에서는 다국적 금융자본과 그 과두제가 부를 쌓아가고 있다. 경제의 유일한 견인차는 이윤지상주의라는 입장. 신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 두면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는 허구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이 이 시대의 급박한 과제인 셈이다.

 

글로벌화한 금융 자본은 결코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금융 전략가들을 천문학자에 비유한다. 천문학자가 천체 앞에 서 있는 것처럼 경제학자는 경제적 현상 앞에 서 있다. 천문학자는 자기장을 측정하여 별들이 궤도를 계산하고, 학문적 활동을 객관화한다. 오늘날 금융 전략가는 천문학자처럼, 자연 법칙을 들먹인다. 그들의 눈에는 현실을 변화사키고 역사를 창조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게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저자는 서서히 변화하는 공공 의식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예전만해도 수천만 명이 기아 또 사망하고 수억 명이 만성적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이 아주 자연스런 일로,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여겨져 왔지만 현재는 그 주범이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 경제 질서라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에.

 

오늘날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인간적인 지구를 만들기 위해 이제 한 걸음만 더 앞으로 나가면 된다. 이를 위해 자연 도태설이나 멜서스의 인구론 같은 따위는 없어져야 한다. “잘못된 것 안에 올바른 삶은 없다.”고 했던 아도르노의 말처럼,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다. 이런 땅에서의 행복이 과연 행복일까? 저자의 말처럼, 인류의 6분의 1을 파멸로 몰아넣는 세계 질서에 동의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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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2:0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잉크냄새 2007-04-1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도태설에 그토록 무서운 의미가 담겨있었군요. 모호한 이성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애만 가질뿐 그 구체적 원인이나 끔찍한 결과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모습, 우리 자신의 모습일수도 있겠네요. 보관함에 담긴 책인데, 얼른 구매해서 읽어봐야겠어요.

비로그인 2007-04-1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한 이카루님표 리뷰 잘 읽었습니다 :)

달팽이 2007-04-1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타인의 고통이 어떻게 우리의 고통이 되는지..
외면할 수 없는지..
잘 쓰셨습니다.

icaru 2007-04-1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강력추천여요. 보관함에서 속히 나와~ 잉 과장님 두 손으로 가 있기를!!
체셔 고양2 님.. 님께서 꼼꼼하게 읽어주신거쥬~ 전 어릴적에 동생들이 네슬레에서 나온 쎄레락이라는 이유식을 먹는 걸 보았는데.. 여튼 우리가 기아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세계적인 악덕 기업과 공생했다는 것에서... 아주 묘한 느낌이 왔어요...

달팽이 님... 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사랑'과 '더 큰 공동체를 받아들이라'는 인생의 지침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어요!

2007-04-20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인터뷰 특강 시리즈 3
김동광, 정희진,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지나가던 A모씨 무슨 책이냐며 관심을 보여서, “거짓말”을 주제로 각계의 사람들을 불러다 인터뷰식 특강을 하고 그 내용을 책으로 낸 거라고 간략 설명해 주자, 이런 말을 한다.

“책 만들기 참 쉽네.”

이 책 만들기 쉬웠을까? 연사가 말한 것을 정리만 하면 되니까, 어쩌커나 책 만드는 사람들 수고의 경중은 논외로 치고, 이 책은 유익했고 재밌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출전은 기억하고 있다. 장정일의 <공부> 서문에서였을 거다.

말이 좋아 “중용”이지, 사람이 어떤 입장을 제대로 표명하지 않고 중용을 지키는 것은 무식해서(사안에 대해 지식이 없기 때문에)인거라고...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한다며 블라블라의 포문을 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 나는 내 자신의 모호함과 우물쭈물하는 것 같은 태도에 마뜩해하던 차, 도무지 나란 사람이 명쾌하지가 않은 거. 장정일은 "네가 무식해서 그랬던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또 드는 생각, “모호한 것 참아내지 못하는 건, 파쇼가 되는 지름길이다.”


정혜신 편

이 사람의 특강부터 수록된 것(특강 인터뷰 일자 순서로 차례를 구성했겠지만)은 참 적절했다. -지금껏 정혜신을 주말 아침 방송에 고정 패널로 나와서 웰빙 식단을 강조하는 피부과 의사와 혼동하고 있었는데...  첫 장부터 마음 관리가 부족해서 겪는 불쌍한 현대인들이 빠지기 쉬운 딜레마를 잘 짚어 주고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숨통을 불어넣어주고.


“사람이 모호한 것을 못 참다 보면, 친숙한 것에 매달리고 미리 가지고 있는 단순한 고정관념만 더 강화시키는 일종의 질병 상태가 됩니다.”는 내가 꼽은 명문. 


또 하나, 파커라고 하는 유명한 포도주 감정사가 있는데, 이 사람은 본래 변호사였는데, 아주 섬세하게 발달한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라고 한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 세계 최고의 와인 권력이 주어졌고, 아예 이 사람이 포도주에 매기는 등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고 한다.

 결국에는 그 사람의 입맛에 맞춘 포도주가 만들어졌다는 것.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몰입하는 경우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 




김동광 편

황우석 사태에 대해 진단할 수 있었는데 “과학에 대해 다양한 가치가 부여되지 못하고 오로지 경제 개발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되다 보니, 거기에 너무도 쉽게 애국주의와 민족주의가 결합하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면역이라고 하는 현상은 나와 남을 구분하는 현상.. 즉 나와 내가 아닌 것을 구분해서 내가 아닌 것이 내 몸속으로 들어올 경우에 그걸 공격하는 현상.. 이것은 생명의 본질.. 그러니까 기술적으로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명의 본질과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극복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름." 


한홍구*박노자 편

자신이 진보적인 인물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역사의 굽이굽이에서 굉장히 진보적인 역할을 했던 백범에 대해서, 안창호와 신채호에 대한 재조명,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우리 역사 교과서에 소수자 문제가 역사 속에 포함돼야 한다는 건 아주 당연한 건데, 문제는 역사학이 소수자 문제에 관해 쓸 내용을 과연 얼마만큼이나 갖고 있느냐는 것... 예를 들어 역사 속에서 여성들의 모습을 찾아내 역사 교과서에 실을 만한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가공하는 작업, 역사 논문화시키고 책으로 내는 작업들이 축적되어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여성에 대한 역사가 없음을 지적했다. 장애인에 대한 역사도 없고, 소수자에 대한 역사도 없다. 



“역사 교과서 안에서 여성의 위치가 분명히 격상되어야 합니다. 실제 역사 속에 나타나는 사람들이 거의 남성 일색 아닙니까. 교과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성은 너무나 적습니다. 남들에게 그것도 부정적인 타자들에게 희생당한 유관순이 민족주의적 담론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나타나든지 아니면 왜장을 안고 뛰어내렸다는 논개처럼 실제로 임진왜란 당시 기록에는 전혀 보이지 않다가 17세기 초반에 유몽인 선생이 쓴 내용이 조금 각색돼서 영웅으로 나타나는 정도”


결국 말을 하면서 생기는 거짓말도 있지만, 언급하지 않고, 그냥 입을 닫아버림으로써 생기는 거짓말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무서움을 알게 된다. 그런 식으로 한국의 역사는 친일파들에게 지배당하고, 인권이나 생존권 같은 부분들이 계속 짓밟혀 왔다는 말이다.


“저는 일본과 관련된 역사에서 느끼는 콤플렉스 같은 것들은 우리가 얼마만큼 민주화를 이루고, 평화를 이루고, 지금까지 이룬 경제 발전 위에 평등과 복지를 쌓아올리고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을 담아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아차차 그리고 이들의 대화 속에서 알게 된 사실...

호떡집 불났다는 말의 유래. --기니까 생략


김두식 

실제로 강연을 들었더라면 폭소를 연발하며 즐거워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을 복원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이 자기 성찰과 고백이라고 한다. 거짓말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은 자기를 속이는 거라고... 자기 기만이 계속되다 보면 나중에는 자기가 누군지조차 잊어버린다. 이런 사람을 정신적 외계인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살다 보면 이처럼 자기가 누군지도 잊어버리고 정신이 아예 안드로메다로 출장을 떠나는 경우가 생긴다고.


지하철 파업했을 때, 우리들이 흔히 갖는 생각을 지배 계급이 피지배 계급에게 교육이나 선전을 통해서 끊임없이 강자의 입장을 주입하고 강자와 동일시하게 해서 결국 그렇게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도록 세뇌시킨 것과 연관지어 설명한 것이 그럴 듯 했고, 다른 강의자들도 강조한 것이긴 하지만, 다시 반복하자면 합리적인 의심... 근거가 있는 의심을 하자고. 


그런데 다른 강의자들에게서 보다 더, 거짓말 안 하고 사는 것, 거짓말에 속지 않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느끼며, 잘 해보자! 라기 보다는 되려, '무력감'이랄까 하는 것이 심히 느껴졌다. 거짓말 안 하고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것은 바깥으로부터 나에게 주입되는 모든 것을 내 기준으로 재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니까. 그게 좀 힘든가? 그렇게 해서 진실을 말했다치자. 그러나 그 진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는, 그런 사회니까.

실천을 위해서는 왕따가 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용기의 근원이 될 수 있는 뭔가를 갖는 것이 중요한 듯 여겨졌다. 김두식은 자신에게 그것이 신앙이라고 했다. 나에게는..



정희진 편

 

기존의 사회를 왕따시키자!

이들의 인터뷰 강의 중에서 정희진 선생님 편은 보았다. 현장에서 본 건 아니고 한겨레 문화 센터의 동영상으로, 아무튼 사진과 글로만 상상하던 인물과는 많이 달랐다.( 현장 강의가 주는 재미와 만족일 거다. ) 김미화 씨하고 스텐딩 개그를 해보자는 제의를 방송국 피디로부터 받기도 했다는데, 조금은 촐싹 맞다 싶게 하이톤의 발랄한 목소리. “제가 소심하고 권위에 또 잘 복종적이거든요. 모임에서는 제가 나이가 많아도 회계나 총무를 하고 그래요.” 하던 웃긴 정희진 선생님. 

 

“너의 고통이 내게 지혜와 통찰을 준다거나, 너보다 내가 더 희생자라는 식으로 불행을 경쟁하는 소통 방식, 즉 결핍을 부정하고 메우려는 생각보다는 너의 결핍과 나의 결핍을 우리 자신의 일부로 긍정하고, 서로의 타자성과 연대하고 소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자 또는 다른 언어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아쉬운 것. 정희진 선생님은 강의 중에 그런 말을 한다. 자신은 강의할 때, 자기 강의를 한번 들은 사람과 다섯 번 들은 사람이 있다면, 후자에 맞게 강의를 한다고 했는데...

강의를 듣고 나서 그의 책 <페미니즘의 도전>은 강연의 해설본 같았다.  아, 책하고 강연은 다르지?

 


프리풀 비드와이


인도가 현재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의 가장 큰 이유가 인도의 지도자들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의 지도자들은 토지 개혁을 감행할 용기가 없었고, 그나마 있는 자원들을 빈곤층에게 분배할 욕구도 없었다고.  무엇보다도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릴만한 그런 용기가 없단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 부문에서 식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사실상 공공 의료 체계를 만들지도 않았고 심지어 인도 사람들이 마시고 있는 식수의 80퍼센트는 오염된 물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금도 걷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이 우선 순위마저 뒤로 밀리다 보니까, 나라 재정도 엉망이고 공공 부문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인도의 지도자들을 항상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 때 지름길로 가려고 한단다. 구조적인 개혁을 추진한다기보다 단기적으로 처방해서 어떻게든 빨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특권층과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싸움에서 일반인들이 승리를 한다면 인도의 미래를 밝아지겠고, 비단 인도만이 아닐거라.  

 

"저는 여러 사람들이 각 분야나 계급, 어떤 부문을 넘어서서 좀더 전체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하루하루 삶을 위해서 생계형으로 싸우는 사람들도 있겠고, 시민 단체도 있겠고, 더욱 숭고한 인간의 이상을 위해서 싸우는 단체들도 있겠지만, 그들이 다같이 힘을 합쳐서 진정한 진보를 이루는 데 함께 나갔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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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읏-
김두식 교수님 참 좋아라하는데... ^^ 리뷰 잘 읽었습니다 춧천!!! :)

icaru 2007-04-10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2 님 그러게 요롷게나 재밌는 분인줄은 저도 몰랐죠 . 기쁨 두배 고맙슴다.
핫푸드 님 에 씨도 그랬군요. 님도 기쁨 두배 고맙슴다.

책읽기는즐거움 2007-04-1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드는 생각.....
모호한 것을 못참으면서 동시에 친숙한 것에 매달리지 않을 수는 없나요?;;;

icaru 2007-04-1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는즐거움 님...^^ 댓글 주셔서 반갑고 또 고마워요....혹시 님이 그런 상태신가요? 모호한 것도 못 참고, 친숙한 것에 매달리지도 않는다...
대단히 쿨한 상태인 건가요? 잘 몰겠시요..ㅡ.ㅡ

책읽기는즐거움 2007-04-10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현재 그런 상태이기보다는 이 글을 읽기 전부터 저도 모르게(잠재의식 속에서?;;;) 그런 상태를 지향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이게 쿨한 상태이면 저는 좋은 거죠ㅋㅋ^^
저도 댓글 고맙습니다ㅋ

잉크냄새 2007-04-1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군요. 나인것과 내가 아닌것, 친숙한것과 모호한것...모두를 담고 있네요.
아, 근데 안드로메다 라는 표현도 쓰시다니...쿄쿄쿄 -,.-

icaru 2007-04-1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게 아무리 팍팍해도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출장 보내는 일은 없으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종합선물세트! 딱 맞는 표현입네다. 이 책 읽고,, 거짓말 하지말고 거짓말에 속지 말자 눈부릅뜨게 됐구요. 쪼금 똑똑해진 것도 같은데...
그게 머 착각같은걸지라두..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생각한다. (오늘 하루는 쉬었으면 좋겠구만..)

지치고 힘들어서 그러냐고 묻는다면, “아니오.” 라고 해야 할 터. 에너지를 잃어버린 거다. 어딘가에 쏟아부어서 아름답게 소진된 것이 아니다. 뭘 했다고 떽!

누수가 되서 조금씩 줄줄 샌 것 같다.

도데체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


오늘 어디서... 이런 문구를 읽었다.


“인생이란 질 걸 빤히 아는 게임” 같은 거라고.

어차피 언젠가 죽을 걸 알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허구헌날 지더라도 떳떳하고 정정당당하게 살아야겠다.  최선을.....


한비야 님의 글은 언제 무얼 읽어도 감동인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첫째, 참으로 실감나게 쓰며, 그녀가 발산하는  평범함(특출난 재능과 감각, 좋은 집안 배경 등속의 것들을 타고 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냥 주변에 알고 지내는 편안한 언니 같은 느낌을 주니)때문에 그녀가 하는 말에 감정 이입이 잘 된다는 거다.

둘째, 책상머리에서 이론으로 점철된 무엇이 아닌, 현장의 소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자신이 자신의 실체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이름을 날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음, 한마디로 내숭이 없다는 것? ) 사람이다. 아름다움이나 성공,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에게서 과도하게(?) 찬양 받기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데 반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월드비전 내에서 수혜국에서 지원국이 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건 대단한 희망의 메시지다.


나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한계와 틀 안에서만 살 수가 없다. 안전하고 먹이도 주고 사람들이 가끔씩 쳐다보며 예쁘다고 하는 새장 속의 삶. 경계선이 분명한 지도 안에서만 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사실 긴급구호는 때때로 대단히 기운 빠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 근본 원인을 막는 것이 백 배, 천 배, 만 배 중요하다. 그래서 언젠가는 복도 치우는 일보다 수도꼭지 잠그는 일을 하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구호 일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기술을 습득하느냐 보단 어떤 삶을 살기로 결정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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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7-03-28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부분 인용 글은 보라색 글씨로 하고 싶었는데...
중간 중간에 절대 안 바뀌는 글씨색은 웬 똥고집이라암... ㅜ.ㅡ

2007-03-28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7-03-28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님에 공감하는 부분에 머리를 끄덕거리게 되는군요. 단, 한가지는 동의할수 없어요. 비야 언니 -> 비야 누나

하루살이 2007-03-29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읽고 당장 월드비전에 가입했다니까요. 대단한 삐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 우중충한 날씨 때문일지도 몰라요. 힘 내세요.

미설 2007-03-29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정!

icaru 2007-04-0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이나 나나 국거리 때문에 시장 좀 봐야겠소요..!

잉크 님... 비야 누님 책 리뷰로~ 상 받고 상품권 타셨었죠? 제가 고론 건 잘 기억한다는...
하루살이 님 ... 맞슴다~ 전 근데 한비야니깐 월드비전이어야는데...어쩌다보니 전 유니세프로...ㅋ 글고 고맙슴다! 한마디 말씀만으로도 힘이 난다께롱요~

미설 님!!! 오! 열정!! 딱이에요!!

2007-04-04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0 1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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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7-04-1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도 몰랐는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의 맨 뒤쪽에 보니까...구호기금이 참 많더라고..
 
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수식어 붙은 경제학( *** 경제학,  경제학 *** 등등)에 알러지가 있는건지, 경제학 콘서트도 끝까지 못 읽었다. ‘괴짜’스러운 것을 아무리 즐긴다 한들 그게 경제학을 수식하는 단어라면, 일단 장막을 하나 치고 대할 수밖에.

그런데 어떻게 이 책을? 그것도 끝까지 무척 흥미롭게 읽어냈을까?

 

우연히 알게 되었다. 저자가 첫 아이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폐규균으로 하늘나라에 보냈다는 사실을, 그것도 아기가 한살을 갓 넘겼을 때.

아닌 게 아니라, 경제학자라는 저자의 이 책 삼분의 일 분량이 부모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좋은 질문이지만 지독하게 복잡한 질문이기도 한 - 물음에 답을 찾고 있다.

일례로 '부모와 아이 성적'의 상관 관계를 찾는 것이 그것인데...

사회 통념이 틀렸을지도 모르는 부분을 알아차리기 위해 이기적이고 조잡한 사고의 흔적을 뒤지고- 회귀 분석(다른 모든 점에서는 비슷하고 한 가지에서만 다른 두 아이를 조사하여 그 한 가지 요소 때문에 아이의 학교 성적에 차지가 나는지 알아보는 것)- 해서 드디어 나온 결론은 ‘아이의 성공을 위해 부모가 무언가를 해 주려는 노력’과 실제 아이의 성공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똑똑한 아이는 그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결정지어진다는 의미다.)

노력을 통해서 부모들로서는 적어도 양육에 최선을 다한다는 위안을 줄 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납득이 어렵다고 발끈해도 헛수고다. 스티브 레빗 왈, '데이터가 그렇다'고 말을 하고 있으니...


 전반적으로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 그리고 전문가 집단에 대해 회의를 품으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아무런 소득도 가져다 주지 않을지언정 사물이 겉보기와는 어떻게 다른지 단서를 찾아 헤매며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져 보라고. (그리하면 모든 숨겨진 의미를 파헤질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낭패감이 들고, 때로는 빨대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그랬을 때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아이디어 몇몇은 그것의 비윤리적인 성격(일테면, 낙태를 허용하는 게 범죄를 줄이는 길이라는 결론을 도출) 때문에 우리에게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지만, 어차피 윤리학이 이상 세계를 반영한다면 경제학은 현실 세계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30~31

 

이 책은 아주 특별한 시각으로 쓰였으며, 그 기저에는 몇 가지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

첫째, 인센티브는 현대의 삶을 지탱하는 초석이다. 그리고 인센티브를 이해하는 것, 혹은 그것을 탐색하는 것이야말로 폭력범죄에서 스포츠 부정 행위, 온라인 데이트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다.

둘째,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사회 통념 가운데는 잘못된 것들이 많다.

셋째, 전혀 예상치 못한 극적인 결과는 흔히 거리가 멀고 미묘한 요인을 원인으로 한다.

넷째, 범죄학에서 부동산 중계업자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전문가'들은 정보의 우위라는 강점을 자신의 아젠다를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이들은 스스로의 게임에서 패배할 수도 이쓴데,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말미암아 정보의 우위가 매일매일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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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7-02-01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이 책, 매번 보관함에서 간당거리고 있었는데 이카루님한테 땡스투하면 되겠어요! 다음번엔 꼭. ^^ 그런데 아이의 성공을 위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작가의 의견에는 웃음이 좀 나는군요. 부정할 수 없는 데이터로 반론을 막았다고요. 하하.

icaru 2007-02-01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웃음이 나는지 잘 알아요~ 이 이야기를 옆지기한테 했는데... 옆지기는 아예 흥분을 하며 언성을 높이더라고요. 내 견해도 아닌데..^^;;;ㅋㅋ 그러면서 이 책을 자기도 읽어봐야겠다고!!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중3 담임인 동생은 이미 방학이 시작되었어도 마음은 그닥 홀가분하지 않아 보인다. 입시에서 떨어진 아이들의 원서를 써 주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어느 날인가는 수심이 얼굴에 가득해서 물어보니 한 아이의 아버지가 자식이 입시에서 떨어지면 다른 지역에 다시 지원하지 않고, 아예 고등 학교를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댄다. (이 아버지는 딸아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애를 심하게 때려서인지, 아이에게는 멍이 가실 날이 없으며, 어딘가 늘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거나 속없이 배시시 웃는다고 한다.)

그 동안은 아이의 어머니와 상담을 했었는데, 지난 신정에는 집에 방문한 친인척들을 등에 업고 엄마가 넌지시 ‘딸아이가 다른 지역에 원서를 넣어야 할 것 같다고, 이 지역(과천안양)에 넣으면 떨어질 거라고 선생님이 전하더라’는 말을 했었나보다.

그러자 되려 친인척들 다 보는 앞에서 아이를 뺨과 몸을 무차별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고. 그러면서 만약 아이가 선생님이 하는 말과 달리 학교에 붙기라도 하는 날엔 떨어질거라고 말한 담임도 가만 놔두지 않겠다고 했단다.

 

동생은 이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하여, 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낼지 고민하였다.


“아버님, 정신 분석가에게 상담 한번 받아 보시라고 해.”


딱! 이 말을 해 주고 싶었다.


비단 이 아버지만의 특별히 앓고 있는 질환이라 그런 게 아니고 모든 인간들에겐 마음 관리가 필요하고 자기 치유의 경험을 여러 차례 갖는 것이 중요할 터. 게다가 이 경우 딸과 아내의 관계까지 두루 행복*불행이 엮여 있지 않은가.


아이는 부모로부터 그토록 폭력적인 일을 당해도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아버지의 학대를 회피하기 위해 가출을 하고 무단결석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분노를 참고 마음 깊숙이 억누른다. 분노를 품고 있기가 너무 고통스러우면 아예 분노가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에서 지워버린다.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그런 분노가 있다. 이런 분노 때문에 아이는 전적으로 무력하고 의존적이며 미숙한 생존법을 가진 성장기를 보내게 된다.


내면의 분노는 분석 치료의 출발점 혹은 중점에 두어야 하리라는 생각이다. 내면의 그 분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질은 판이하게 달라지니까.


 

억압된 내면의 분노는 생의 에너지를 앗아가며, 일하는 분야에서 능력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게으르고 무기력한 일상을 영위하거나, 타인을 의심하고 세상을 믿지 못하거나, 냉소적이고 신경질적인 말투를 갖거나, 자신과 무관한 일에서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이유가 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믿을 만한 사람에게 표출되어 친밀한 관계를 망가뜨리곤 한다.


 

이 책은 분노를 해결하는 방법을 의식적으로 행하는 단계를 보여 준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표현하기 그 단계 다음으로 타인에게 표현하기, 타인에게 표현하기의 좋은 예로 텔레비전 토크쇼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이들을 들었다.


모든 인간은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불안하고 부족한 존재이지 않은가. 때로는 ‘좋은 사람’이라는 자기 이미지를 적극 포기할 줄 알아야 하고, 순진하고 순수하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도, 또한 우리가 생각만큼 긍정적인 존재는 아니기에 우리의 부정적인 면을 성숙한 자아가 알아차리고 돌봐줄 필요도 있다. 내면에서 시기하고 분노하는 마음은 성장기에 상처 입은 어린 자기라고 하니까.


내가 나인 것이 좋아야겠다. 주변 정리정돈을 잘 못해도, 엄마 노릇 제대로 못해도, 직장에서 유능하지 못해도 괜찮다. 설령 남들로부터 비난이나 비판을 듣더라도, 남들이 하는 그런 종류의 얘기는 대체로 그들 내면이 투사된 현상이거나 그들의 시기심일 뿐인지 모른다고도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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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2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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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4 17: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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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1-2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님 동생분께서 중학교 교사였군요..
삶의 상처와 갈등은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든지
기본적인 인격과 사랑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온 세상 어떤 사람하고도 공감하고 살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이
절실해지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나도 절실해집니다.
새해에는 글로 복 많이 지으시기를...

2007-01-15 08: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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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5 1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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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2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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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23: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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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7-01-2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셨어요? ^^

마이리뷰 뽑히신 거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7-01-20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멋진 리뷰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어요.
담대함과 겸손함을 겸비하고 싶어요.^^

humpty 2007-01-2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메일에 떡하니 뜨네. 반가워라, 축하축하!!

icaru 2007-01-2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1-19 23:16에 속삭님.
저도 받아볼까 하는 마음은 늘 있는데,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내 마음 관리하는 일인 거 같아요. 그리고 고마워요!!

01-04 17:29에 속삭님.
토요일에 아이가 제대로 몸을 뒤집었어요!!! 한시름 놓았네요. ㅡ.ㅡ;;;



달팽이 님. 님도 새해에는 글로 복 많이 지으세요. 늘 한결같으셔서 부럽고, 또 배워야지 한답니다.

01-15 08:06에 속삭 님
어떻게 아셨어요? 그 아버지는 정부청사 고위공무원이래요. 딸이 둘인데, 큰애만 그렇게 잡는다더군요.

01-19 22:08에 속삭 님.
야구의 세계에 포옥~ 빠지셨군요. ㅎㅎ 그 아이는 지금 기아 소속이거든요~ 연고지는 인천인데...ㅋㅋ

야클 님..의 선녀 이야기 잘 읽고 있어요.
추어탕과 장어구이였던가? 저도 좋아하는 메뉴인데 ^^

배혜경 님!!! 저도요~ 참, 이기회에 드리고 싶은 말씀...님의 “옆지기사진이 물고 온 짧은생각” 페이퍼 너무 좋아요.

humpty! 자네에게 제대로 한턱 내야 할듯헌데~~~

Kel 님! 고맙고, 또 반갑습네다~ 거의 1년만이어요. 이렇게 댓글을 보게 된 지가....

2007-01-22 1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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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1-2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제야...늦었지만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