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까치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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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 삼십대 초반 잡지 앙앙에 연재한 것을 모은 에세이집. 낮에 장거리 기차 안에서 밀크티 마시며, 읽기에 딱 좋음. 내가 읽은 하루키 에세이 중에서 단연 팔랑팔랑~산다는건 싱그러운 일이라고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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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5-0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다는건 싱그러운 일이라고 느끼게 해준다구요!! 좀 싱그럽다는 느낌이 들어봤음 좋겠어요;;
하루키 에세이를 딱 2권 (정확히는 1권 반) 읽었는데 [달리기를 말할 때..]는 참 좋았더랬어요. 잡문집은 읽다가 팔아버렸고.. 이 책과 [먼북소리]를 읽어야겠군요~~

icaru 2012-05-10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달리기를 말할 때,, 는 참 좋더라고요. 그 느낌을 기대하면서 잡문집도 샀다가는 정말 문장에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이게 처음부터 착착 잘 맞으며, 끝까지 쥐고 읽는데, 자꾸 삑사리 나니까, 별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내가 요즘 감성지수가 최저인가, 여유가 없나.. 하루키 에세이가 도통 안 와 박힌다.' 그래서 치워뒀는데, 잡문집 너 어디갔냐? 안 보여요. 주황빛나는 빨강의 책 표지가 나름 개성 만점이라 누가 눈독들이다가 집어갔나봐요. 대신 같은 모양의 미니어처 메모수첩은 잘 쓰고 있는데..

무라카미 라디오도 작가의 다른 책들과 달리 가벼운 게 또 다른 의미로 참 괜찮아서, 비슷한 시기에 엮었다는 다른 에세이 <하루키의 일상 고백> 같은 걸 사서 읽었는데, 라디오가 더 낫더라고요~ 뭐든 처음이..

기억의집 2012-05-10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저는 자연사 박물관을 지금 어디다 두고 찾고 있는데..그게 표지가 엄청 이쁘더라구요. 그래서 밖에 나가선 절대 안 읽는데 집에서 어디다 두었는지 몰라 지금 몇 주째 못 읽고 있어요. 하루키의 잡문님 이쁘긴 하죠. 인테리어로 굿인것 같아요. 회사에 책을 두고 읽으시군요. 하루키의 에세이 소설 다 좋아해서 읽었는데...에세이중에서 어떤 글은 정말 잡문이죠. 에세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icaru 2012-05-11 08:50   좋아요 0 | URL
자연사 박물관 책을 절대 밖에 나가서 안 읽는다는 말씀에, 기억 님의 책 사랑이 아주 절실하게 와 닿았어요!! ㅋㅋㅋ
전, 집에서도 두고 읽고, 아주 가끔은 회사에 갖다 두고도 읽는데, 따라서 집에서는 범인으로 추측되는 이가 둘(남편과 자주 울집에 들르는 여동생) 있고, 회사는 모르겠지만요~ 하~ 네~ 저도 하루키의 에세이 소설 다 좋아해요!! 이런 건 이유도 딱히 말할 수 없고, 좋으니까 좋지 뭐.
먼 북소리하고, 슬픈 외국어도 좋았어요!

2012-05-18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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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살, 두 살, 한 살의 자녀와 아내를 두고, 세상을 하직하는 이의 마음.  20여년 인생을 더 살면서 차차 자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인생 이야기, 자식들과 함께 하고픈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비교적 젊은 나이에 카네기멜론 대학의 종신교수가 되었지만, 47살이던 2007년에 은퇴를 하게 되고, 즈음 췌장암 선고를 받게 된다. 시한부인생을 살게 되면서 남은 마지막 순간들을 아이들과 아내와 보내는데 고스란히 쓰지 않고, 자신의 학생들과 일반 청중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강의를 준비를 한다. 이것은  그 자신은 보지 못하게 될 미래로 가는 한 방법이며, 강연에 모인 사람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에게 남기는 것이었다.

2007년 9월 18일 "Really Achieving Your Childhood Dream(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는 것)"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의는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재이에게 아이들의 나이를 상기시켰다. 다섯 살, 두 살, 그리고 한 살, "생각해봐" 난 입을 열었다.

"아마 딜런은 아버지에 관한 몇 개의 기억을  지니고 성장하겠지. 그렇지만 그게 얼마나 갈 수 있겠어. 우리를 봐. 다섯 살 때 기억이 남아 있기는 해? 내가 딜런과 어떻게 놀아쓴지, 무엇을 두고 같이 웃었는지. 그런 것들을 먼 훗날 딜런이 기억해줄까? 흐릿하게나마 남아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 로건과 클로이는 어떨까? 아무것도 기억 못할 확률이 더 높지. 특히 클로이는 더욱! 이것만은 분명하게 말해 줄 수 있어. 아이들이 더 자란 후에 분명 한 번쯤은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마음 시리도록 절절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ㅇ게 될 거야. '나으이 아버지는 누구였을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 강의가 어쩌면 아이들에게 답이 되어줄 수도 있어." 난 재이에게 카네기멜론대학에 강의 녹화를 책임지우겠다고 말했다. "DVD로 가져다줄게. 아이들이 더 크고 나면 당신이 보여줘. 그러면 아이들은 내가 누구였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가졌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재이는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너무나 당연한 질문을 던졌다.

"만약 당신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충고가 있다면, 여기 이 거실에다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설치한 다음에 녹화를 해도 되잖아요."

어쩌면 이 쯤에서 그녀가 이긴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져주기로 한 것일지도, 정글에서 사는 사자처럼 나의 활동 근거지는 누가 뭐래도 대학 캠퍼스였고 학생들 앞이었다. 내 설명이 이어졌다.

"내가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부모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거야. 만약 내가 적재적소에서 청중들의 웃음과 박수를 유도할 수 있다면 아이들엥게 하려는 내 말에 더 무게가 실릴 수도 있지 않겠어?"




나는 이 강의가 내게 닥친 불행, 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내 의식적 무용담은 무용담일 뿐이고, 게다가 나는 이미 여런 그 이야기를 반복했다. 가령 내가 어떻게 병을 견디어 왔고, 또 이 병이 나에게 어떤 새로운 관점을 심어주었는지 등에 관한 강연에는 흥미가 없었다. 아마 대다수 사람들은 내게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재이는 말을 아꼈으므로 강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선 내 자신부터 정직하게 들여다봐야 했다. 왜 이 강의가 그렇게 중요한가. 혹시 내 자신에게나 주변사람들에게 난 여전히 잘 살아 있다고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강의를 해낼 만한 강인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과시하려는, 주목 받기 좋아하는 사람의 충동이 아닐까? 모든 질문의 답은 “예스”였다.

난 재이에게 호소했다. “다친 사자라도 여전히 으르렁거릴 수 있는지 알고 싶은 거야. 자만심하고는 다른, 인간에 대한 존엄성, 자부심 같은 것이라고.”







 아버지는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주장을 어떻게 협상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결정을 늦추어라.” 그리고 일에서나 사람관계에서나 설령 내 쪽에 힘이 있다 해도 언제나 공평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 운전석에 앉았다고 해서, 사람들을 치고 다닐 필요는 없는 거니까.”




 아버지는 아이들이 다른 모든 걸 떠나서 부모가 자신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나에게 당부하셨을 것이다. 그걸 알게 해주기 위해 꼭 살아 있어야만 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




 기초부터 알기. 그것은 그레이엄 코치가 우리에게 준 커다란 선물이었다. 기초, 기초, 기초.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많은 학생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이 점을 무시하는 것을 보아 왔다. 당신은 반드시 기초부터 제대로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화려한 것도 해낼 수가 없다. (중략) 당신은 반드시 기초부터 제대로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화려한 것도 해낼 수가 없다. (중략)  드디어 모든 훈련이 끝났을 때, 보조 코치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와 위로를 했다. “그레이엄 코치가 널 꽤나 힘들게 길들이지?‘ 그가 말했다. 나는 ”네“라는 대답조차도 하기가 힘들었다.

“그건 좋은 거야.” 보조 코치가 말했다. “네가 잘못하고 있는 데도 더 이상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그건 널 포기했다는 뜻이야.”

이 말은 그날 이후로 평생 내게 깊이 각인되었다. 만약 당신이 일을 잘못 처리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데 아무도 당신에게 한마디 해줄 생각조차 안 한다면, 그거야말로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일지라고, 당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대부분 당신을 진정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며 당신을 좀 더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자녀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자신감은 당신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키워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레이엄 코치는 나약할 틈을 없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감을 발달시키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방법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도처지 가능해 보이지 않는 과제를 내주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게 이끈다. 그리고 계속 그 과정을 반복하라.




 나는 의사들에게 그들이 어떤 수술 무기를 들이댄다 해도 기꺼이 견딜 것이며 약품 선반의 어떤 약을 주더라도 다 삼켜버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재이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오래 살고 싶었다. 나는 외과의사 허브 제와의 첫 번째 진료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확실히 합시다. 내 목표는 살아서 10년 뒤 당신 병원 팸플릿에 등장하는 것입니다."




 울프 박사는 가능한 긍정적인 문장을 구사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가 "죽기까지 얼마나 남았지요?"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마도 석 달에서 여섯 달은 좋은 건강을 유지할 것입니다." 그 말은 내가 디즈니에 있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디즈니월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공원은 언제 닫아요?" 그러면 이런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놀이공원은 여덟시까지 '열려' 있어요." 







 진료실을 떠나면서 나는 어제 워터파크에서 쾌속 미끄럼틀을 즐긴 후 그 감흥을 간직한 채 재이에게 했던 말을 생각했다. "만약 내일 결과가 안 좋아도, 살아서 오늘 여기에 당신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내가 아주 행복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우리가 어떤 결과를 들을지라도 그 순간 당장 죽지는 않아.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러니까 오늘 바로 여기만 생각해. 기가 막힌 날이잖아. 내가 얼마나 즐거운지 당신도 알았으면 좋겠어."




 장벽은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걸러내려고 존재합니다. 장벽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이지요.




 장벽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장벽은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고난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한 번도 "이건 불공평한 일이야."라는 말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그냥 앞으로 나갔다.




 나는 그녀의 다른 꿈들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렇게 할 수 있게 내게 더 많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우리의 아이들이야말로 그녀가 꾸었던 꿈의 위대한 실현이고 우리 두 사람은 그 점에서 큰 위안을 받는다....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인 두 딸들..그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




 인생을 살면서 나는 시간을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었다. 나도 내가 많은 부분에서 과도하게 논리적이라는 건 인정하고 있지만, 시간 관리에 대한 나의 집착은 꽤 괜찮은 버릇 중 하나라고 굳게 믿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시간 관리에 대해 자주 강조한다. 그것에 대해 긴 강연도 했었다. 평소의 태도가 그런 까닭에 나는 시간 관리에 아주 능했고, 덕분에 갑자기 수명이 단축되었다는 통고를 받고도 남은 시간에 막대한 인생을 쑤셔 넣을 있었다고 믿는다.

여기 내가 아는 것들이 있다.




시간은 명쾌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마치 돈처럼.

계획은 늘 바뀔 수 있지만, 단 분명할 때만 바꿔라.

스스로에게 물어라. 옳은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가?

체계적인 파일 시스템을 만들어라.

전화를 사용하기 전 다시 생각해봐라.

위임해라.

제대로 쉬어라.

(중략)

 시간은 당신이 가진 전부다.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놓고 불평을 하며 인생을 허비한다. 불평하는 데 쏟는 에너지의 10분의 1만 문제 해결에 쏟아도 얼마나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지 스스로도 놀라게 될 것이다.







 현명한 학생들은 나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내가 근본적인 원리들을 가르치려 노력한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것은 그레이엄 코치가 연습에 공을 가져오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여기 나의 팁의 일부를 소개한다.




정중하게 사람들을 대해라.

공통점을 찾아라.

최적의 만남 조건을 만들어라.

모두가 이야기하게 해라.

문 앞에서 나를 버려라.

서로를 칭찬해라.

대안을 내놓으려면 질문 형식으로 해라.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완전히 무시해버리고 오직 그들이 하는 행동만 집중해서 보면 되지요




 나는 클리셰 (판에 박은 듯한 문구 또는 진부한 표현을 가리킨다. 상투어 199각주)를 좋아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을, 나는 오래된 클리셰들에 큰 존경심을 품고 있다. 내 생각에 클리셰들이 그토록 자주 반복되는 이유는 많은 경우 그 말들이 정곡을 찌르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교육자들은 클레셰들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면 아이들은 그런 표현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새로운 청중이고, 진부한 말들에도 영감을 받는다. 나는 그런 일을 내 수업에서 여러 번 경험했다.

너를 데리고 간 사람과 춤추어라. 부모님이 항상 내게 이야기했던 말이다. 물론 졸업파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나 학교에서나, 그리고 가정에서든 명심해야 할 진언이다. 이 말은 충성심과 감사하는 마음을 상기시킨다.

행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날 때 생기는 것이다. 이 말은 B.C. 5년에 태어난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한 말이다. 앞으로 적어도 2000면은 더 반복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든, 당신이 옳다.  새로 들어 온 학생들을 위해 내가 자주 하는 클리셰 레퍼토리다.

그것 말고는, 링컨 부인, 연극은 어떠셨습니까? 내가 학생들에게 큰 문제를 제쳐두고 작은 문제들에 연연하지 말라는 뜻으로 자주 하는 말이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미래에 다가올 실패를 피하는 방법을 안다. 성공가도만 달린 사람은 뜻하지 않은 모든 위험들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경험이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얻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경험은 당신이 가진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




223 만약 조언을 하려는데 나에게 오직 세 단어만 허용된다면 단연 '진실만을 말하라 Tell the Truth'를 택할 것이다. 그리고도 세 단어가 더 허용된다면 나는 거기에 '언제나 All the Time'를 더 하겠다. 부모님은 언제나 '말은 곧 네 자신이다'라고 가르쳤는데 위의 말에 관해 이보다 더 낳은 설명은 없다. 정직함은 도덕적으로만 옳은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기도 한 것이다. 모두들 진실을 말하는 세상에 산다면 재확인하느라 허비하는 많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결합되었을 때, 우리는 보다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내 생각에 부모의 임무란, 아이들이 일생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꿈을 열정적으로 좇을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다. .. 나는 아이들이 꿈의 성취로 가는 자기만의 길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없을 것이므로,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다. 얘들아, 아버지가 너희들이 무엇이 되기 바랐는지 알려고 하지 마라. 나는 너희들이 되고 싶은 것이면 그게 무엇이든, 바로 그것을 이루기를 바랄 뿐이다.(중략)  나의 수업을 거쳐 가는 많은 학생들의 경우를 보면 대다수 부모들이 그들이 뱉은 말의 위력에 대해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의 나이와 자아감에 따라 엄마나 아빠가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가 불도저의 밀침과 같이 느껴질 수 있다. .... 로건의 인생은 로건의 것이다. 나는 다만 아이들이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게 격려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내가 그들과 같이 있는 것처럼 느끼기를 바란다.  

 

내가 떠나고 난 후 올로 남게 될 재이의 삶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서로 상의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행운’이란 단어는 지금 나의 상황과는 좀 어울리지 않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버스에 치여 죽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행운처럼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암은 나에게 만약 내 운명이 심장마비나 교통사고였다면 불가능 했을, 재이와 중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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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일상의 여백 - 마라톤, 고양이 그리고 여행과 책 읽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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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들처럼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인간은 자신의 일을 하나에서 열까지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고, 또 그걸 위해서는 다이어트든 신체 단련이든, 자신의 신체를 어느정도 정확히 파악해서 방향성을 통해 자기 관리를 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거기에는 하나의 고유한 체계나 철학이 필요하게 된다.물론 그 방법이나 철학이 보편적으로 타인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나는 학교를 졸업한 이래 어떤 조직에서도 속하는 일 없이 혼자서 꾸준히 살아왔지만, 그 20여년 동안 몸으로 터득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개인과 조직이 싸움을 하면 틀림없이 조직이 이긴다'는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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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는 어떤 집에서 살까 - 특별하지 않게 특별하게 사는 집 스토리
김인철, 김진애 외 지음, 김재경 사진 / 서울포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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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스개 소리이지만, 그런 이야기 합니다.  

아들 중, 한 놈은 건축가 시키고 한 놈은 파일럿 시킬거야. 

하나는 닿지도 않을(전공도 그 분야와는 무관하고요... 단지,,, 아주 단지..멋진 집에 대한 동경이 원체 크다는 것 땜에?...) 머릿속 제 직업 로망이 담긴 것이었고, 하나는 아빠의 그것이지요. 

이 책 속에 나오는 건축가들의 집 정말 멋지고, 건축가들도 직함 말석에 예술가 라고 파 넣어야 할 만큼 그들의 철학은 집 만큼이나 멋집니다. 좀 슬프기도 했어요. 제 일평생 그런 집은 그림 속 맛좋은 떡일 뿐이고, 그런 분야는 돈 좀 있어야 내 꿈을 펼쳐라 하면 펼칠(시킬) 수 있는 직업 세계일 것 같더라고요. (뭐 눈엔 뭣만 보이나 봐요. 왜 이런 식으로 생각할까 저도 제가 마음에 안 듦)

두 남자의 집짓기를 쓴 땅콩집 이현욱 씨의 스승님으로 언급되었던 건축가 김원 씨 집이 나와서 다시 한번 들춰봤네요.  

그리고 나서 알라딘 중고 서점에 팔았습니다.  

지금 보니, 품절이야... 

에이 거지같은 패배의식 좀만 눅일 걸... 아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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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3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검색을 하다 들어오게 되었는데요.
전 지금 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지만, 마음속에 파일럿의 꿈을 담고 있는 학생입니다.
두 아들에게 시키고 싶다고 하신게 공교롭게도 저와 같아서 댓글 남겨요. ㅎㅎ
아드님들이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멋있을 것 같네요!

icaru 2011-11-15 08:44   좋아요 0 | URL
님, 꿈을 꼭~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생각 - 장정일 단상
장정일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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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각이 변해 간다 혹은 굳어간다, 혹은 나이를 먹는 증거다, 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점들 말이다. 장정일의 독특한 생각과 라이프 스타일에 어떤 것은 궤변 이상으로는 의미를 부여하기가 힘든 것, 내가 장정일 마누라였다면 1년도 못 채우고 이혼했겠다 싶은 것. 

그러니까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고, ‘괴짜구나, 파격미가 있구나, 발상 재밌구나’ 뭐 이랬었다는. 그럼에도 옮겨온 구절들...

"해변가의 모래밭에서 햇볕을 쬐거나 물장구치기, 산에 올라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는 거나 절 구경을 하는 것, 강아지나 고양이와 뒹굴며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맛있는 음식이나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것, 공원의 벤치에 누워 햇빛에 물든 나뭇잎의 변화무쌍한 푸름을 즐기는 것,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하는 것, 분홍신을 구해 신고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갈 정도로 춤을 추는 것,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록 세 끼 식사를 걸러가며 사랑하는 사람과 긴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온종일 입맞추는 것 등등. 음악은 좀 다른 경우에 속하지만 책이나 영화에서 훔치고자 하는 즐거움은 앞서의 즐거움을 대신하는 빈약한 대체물일 따름이다. 열거한 즐거움들을 이웃과 함께 나누거나 다른 사람들도 누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확고한 원칙과 각오만 되어 있다면 철저히 개인적으로 사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오직 개인적인 만족과 즐거움만을 위해 주위에 눈을 돌리지 않고 사는 일이, 민족과 국가의 이름을 빌어 개인적인 사욕을 키우는 사람들보다 더 신뢰가 간다."

"마빈 해리스라는 꽤 저명한 인류학자는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에서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다.’고 장담을 한 바 있다. "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해석이 있어 왔지만, 나에게 영화란 명확하게 규정된다. “두 번 본 것”만이 영화다. 한번 보고 만 것은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길거리에서 우연하게 목격하게 된 교통 사고와 같은 것. "

"또 다른 탈주의 방법으로서 수면의 리듬을 바꾸는 것은 사회적 고립의 가장 중요한 수단 들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의 내적 시계는 취침과 기상 시간에서 조금의 변화밖에 용납하지 않는 커다란 규칙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거나 단계가 늦는 경우, 일상적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이때 몇 시간 앞서거나 늦는 것이다. 단계가 앞선 것은 20시나 21시로 잠을 앞당기는 것에 해당하는데, 이것은 오히려 사회 질서에 극도로 순응하거나, 삶의 어려움에 복종하거나, 아니면 잠속으로 도피한다는 징후이다. 반대로 단계가 늦는 것은 밤을 지새우며 밤에 어떤 활동을 추구하고, 매우 늦게 또는 새벽에 잠자리에 들고 낮에 잠을 자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이것은 사회 생활의 리듬과 양립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단호한 의지나 어떤 필요성에 의해 많은 창조자들이 영감을 되찾기 위해 밤의 침묵이나 불면의 순간을 이용하여  단계의 늦음을 나타낸다. (...) 평생 고용주의 노예로 살기로 작정한 사람만이 일찍 일어난다.

       - 천재와 광기, P브루노(동문선) -

"핸드폰에 벨소리로 저장해 놓는 음악들은 모두 잡음이다.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 그게 어떤 것이건, 그게 음악으로 들릴 리가 없을 게 분명한데도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음악을 잡음으로 만든다. 대체 그 잡음들을 들려 주면서, 당신은 당신이 어떤 사람으로 비쳐지기를 원하는 거야? 나는 뚜~뚜~뚜~ 하는 단순한 신호를 좋아한다. 그 계측 가능한 신호음은 음악을 똥으로 만들지도 않으며, 당신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도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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