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요요마
마리나 마 외 지음, 전원경 옮김 / 동아일보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사기 전에 몇 가지 우려를 했습니다.(기우였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기우는 이런 것이었죠. 이 책은 요요마의 어머니가 아들에 대해 말한 것을, 요요마 열 살 때부터 마 가족을 지켜봐온 랄로 박사가 기록 정리한 것입니다.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함함하다는데...부모가 자식에 대한 객관적인 잣대를 잃어, 생기는 칭찬 일색이면 그것도 좀 거시기라서요... 게다가 이 책은 성인이 된 요요마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요. 마리나의 말 마따나, 그것은 사생활이고 존중받아야 할 성질의 것이니까. 없을 수 있다 합니다. 여러 가지 우려에도 결정적으로 책을 산 이유는 번역자에 대한 믿음이었어요.... 전원경씨가 음악 전문지 객석의 기자였다는 것은 차치하고, 그의 다른 책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를 정말 행복하게 읽은 기억 때문에요.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이 책의 공동 집필자인 랄로박사는 요요마 가족과 오래도록 알고 지내던 사람으로, 끊임없이 요요마의 어머니에게 요요마의 성장 시절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출간하는 것을 제의해 왔으나 요요마의 어머니 마리나는 선뜻 행동하지 못했고, 그러던 중 요요마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게 되자, 어떤 절박함으로 이 책을 쓸 결심을 합니다.

어머니 마리나의 이야기 고무 젖꼭지 사건, 잔디밭 화재 사건 등을 통해서, 어린 소년 요요마가 얼마나 천진한 개구쟁이었으며, 또 고집은 얼마나 세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 누나 요우쳉보다 바이올린을 잘할 자신이 없어 더 큰 악기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군요. 바이올린으로는 이미 오래전에 바이올린 레슨을 시작한 누나 요우쳉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어린 꼬마는 참 보통내기가 아녔구나 하는 것에 앞서, 어린 요요마 녀석(?) 자기다운 악기를 찾기 위해 고집을 부렸던 걸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요요마의 부모는 모두 중국인이었으며, 두 분 모두 음악 공부를 위해 파리 유학을 하는 상태에서 두 남매를 낳았지요. 유학 생활이라는 것이 그렇듯 궁핍했지만...아내와 남매를 거느린 음악학 박사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음악 공부를 시키지요. 부모의 못다이룬 꿈을 자식들에게 지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요요마는 한마디로 광속의 스피드로 첼로를 배우는 천재 소년이었습니다.

이들 남매는 남다른 귀와 기억력, 뛰어난 반사 능력, 탁월한 조직력, 지성, 통찰력 등을 한 몸에 지니고 태어나는 아이들였지요. 이런 아이들이 자라나서 위대한 연주자가 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요요마의 아버지는 자신의 어린이 오케스트라를 설립하고, 각기 첼로와 바이올린 파트에서 두 남매를 수석으로 둡니다. 그는 다만 연주법을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함께 음악을 창조하는 과정을 가르쳐야 한다고 늘 주장하는데 이 대목에서 요요마가 오늘날 어떤 교향악이나 다른 연주자들과의 협연을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유 같은 것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과 함께 3대 악기로 꼽히면서도 첼로는 독주회 레퍼토리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협주곡, 소나타 독주곡 등을 다 꼽아 보아도 30여곡 내외일 것이라네요. 실제로 유명한 첼로 레퍼토리는 ‘첼로의 성서’라고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들, 슈페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보케리니, 하이든, 드보르자크와 엘가의 첼로 협주곡,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피아니스트가 100년간 연주를 계속해도 피아노 레퍼토리를 다 연주할 수 없는데 반해서 말입니다.

 

미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인도 아닌, 요요마.


완전무결한 테크닉과 거칠 것 없는 연주력, 한계를 모르는 레파토리 등 그를 비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말들은 너무 쉽게 연주해서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라든가. 감정이 지나치게 풍부해 감정 과잉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는 정도였답니다.

그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경우에도 그런 평이 있었는데,  아무리 천재적인 연주자라고 해도 20대(그는 어렵다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20대의 나이에 녹음해버림...)의 의식 구조에서 도달할 수 있는 음악적 깊이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그의 음반들은 ‘이 음악의 결정판'이라고 격찬을 보내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듯하지만, 아름답고 서정적이라는 면에서는 흠집을 찾을 수 없습니다. 마치 요요 마 본인의 온화하고 모나지 않은 성격이 음악에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음악가들은 최근 설문 조사를 통해 가장 협연하고 싶은 연주자로 요요마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내한 공연차 한국에 왔을 때, 협연하였던 서울 시향 단원들도 그의 공손하면서도 쾌활한 태도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고,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요요 마는 자신의 음악 작업을 ‘웨이터’에 비유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훌륭한 연주자가 된다는 것은 훌륭한 웨이터가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죠. 연주자는 요리사가 아닙니다. 요리사의 역할은 작곡가가 하니까요. 그러나 웨이터의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음식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연주자와 웨이터는 비슷하죠.”


요요마 만한 연주력을 가진 첼리스트는 또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의 성실하고도 겸손한 인간성, 세계를 향한 끊임없는 관심과 지성, 청중과 음악의 기쁨을 같이 나누려는 그의 태도는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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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5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5-25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 야심한 시각에 야식 반찬으로 땡초가 나왔답니다. 이래도 되는겁니까? 입안이 얼얼~~~ 쌩뚱맞은 폭스 다녀갑니다. ^^

2005-05-25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5-25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이 사람은 공동작업을 참 좋아하는 듯싶긴 해요. 요요마를 처음 들은 게 바비 맥퍼린과 함께 연주한 paper music이었는데 정말 둘 다 못 말릴 사람들이란 생각에 바비 맥퍼린의 것 하나 요요마 것 하나 따로 구입해서 들은 적이 있었죠. 요요마는 경계라는 걸 허물어뜨리는 사람인 듯도 해요. 정통 클래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영역의 음악과도 선뜻 손을 잡는 걸 보면. 별로 눈에 띄지 않던 책인데 님 리뷰 보니까 되게 보고 싶어지네요. ^^
거참, 아침 설거지를 하는데 갑자기 댓글로 남긴 paper music이 생각나서 들어보려는데요. 혹시 님 모르셨다면 수정할게요. 페이퍼 뮤직은 바비 맥퍼린 혼자 작업한 건데 말이죠. Hush예요. 제가 처음 접했다는 거. 이제 기억력이 바닥을 보이는군요. ^^

진주 2005-05-2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한 해 겨울은 요요마가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에 흠뻑 빠져서 아침부터 밤까지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이............

아영엄마 2005-05-2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그런데 이 안님이 아침 설거지도 하시는군요..@@;;(워낙 글을 잘 쓰시니 손 끝에 물은 안 묻히고 책이랑 펜, 자판만 닿을 것 같거든요.헤헤~)

hanicare 2005-05-25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요마처럼 온화한 리뷰네요. 잘 읽었습니다라고 쓰려다가 아영엄마님의 재미있는 댓글보고 웃다가...정신차리고 보니 이카루님 서재네요.저도 헤헤~)

비로그인 2005-05-2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건 없지만..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은 카잘스, 모리스 장 드롱, 요요마 정도 들어봤는데요. 아무래도 거장이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게 아..라는 탄성이 나오는 걸 보면 카잘스의 웅장하고 유려한 선율이 백미는 백미인갑더라구요. 모리스 장 드롱도 훌륭하지만 지나치게 교과서적인, 요요마는..음..섬세한 감성의 흐름이 좋았던 거 같아요. 저도 좀 듣고 싶어지는데 여기 언니집이라 들을 수가 없어요.
근데 부모가 음악을 가르쳐주기 전에 어린 요요마는 부모의 끼를 진즉부터 이어받았나 봅니다.

icaru 2005-05-25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그러게요... 꼭 음악에 관한 것 때문이 아니라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한번쯤 귀담아 들어봄직한 말들도 좀 되고요...^^

님... 땡초가 무어라굽쇼^^ 폭스바겐 님..생급스러우시다 ^^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금방 배운따끈따근한 단어입니다......^^)

코니88 님
흐흐...전 요요마 좋더라고요~!

이안님...설거지하시다가 다시 들어와 수정을 하셨군요...히히히... 저도요...저도,, 허쉬 앨범 있어요 ^^ 자켓 사진이 하얀 바탕에... 맥퍼린이었나가 이쁜 빨간 쉐타를 입은...ㅋㅋㅋ 바비 맥퍼린은 입이 악기예요 ^^ 저도 지금 다시 듣고 싶네요... 비발디 곡을 작업한 거였던가요?
페이퍼 뮤직은 바비 맥퍼린 혼자 작업한 거구만요 ... 요요마 못지 않게 바비 맥퍼린도 공동작업을 좋아하는지... 맥퍼린하고 칙코리아 하고 같이 내놓은 작품도 갖고 있는데...
이 책 살 땐, 진짜 충동적이어서,,, 사고나서 한참... 에고 뭘 사기까지 했을까 했답니다....그런데 읽으면서... 요요마 가족 사진 보는 재미도 있고, 전원경씨의 인터뷰 기사가 부록으로 달려 있기도 했고... 좋았어요 ^^

진주 님도... 요요마에 대한, 정확히 말해,,,, 바흐 무반주 첼로에 대한 진한 에스프레소가 있으시구나...! (에스프레소?? 써놓고도...이거 맞는건가, 합니다... (이궁 유식한 척..ㅋㅋ)


아영엄마님.. 하하...! 물 한 방울...차이입니다!!!

hanicare님도 헤갈리시니... 헤헤...


복돌이언냐... 언냐가 아는 게 왜 없어!!! 요...
이렇게 세 거장을 비교하심서 들어보셨는데...
역쉬..카잘스가 젤로 깊이가 있고만요...
이 책 중에서... 요요마 아버지가 한 말 중에 그런 말이 있거든요...
좋은 음악가가 태어나려면 3세대의 노력이 필요하다. 1세대는 자녀에게 양질의 음악 교육을 시킬 만한 돈을 모아야한다. 2세대는 그 돈으로 최상급의 음악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3세대에 이르러서야 바람직한 환경과 뛰어난 유전자 모두를 갖춘, 그야말고 천부적인 음악가가 탄생한다..
말하자면 요요마는 3세대였던 거죠...

icaru 2005-05-25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제게 오탈자를 친절히 지적해 주시고...
수면 부족을 헤아려 주신 님... 왜...댓글 지웠어요!!
돌려놔유!!!

icaru 2005-05-25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도 족족....지적해 주셔야 합니다!!!

2005-05-25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5-2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가문에서도 좋은 음악가 나오긴 텃어요 ^^
1세대는 언제 될것이며...1세대가 2세대를 양산하리라는 보장없고...3세대는 더더욱 어려운 확률...ㅋㅋ
님...그나저나... 홧팅입니다... 힘내세요!!!

icaru 2005-05-2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님... 님은 읽은 책을 모두 리뷰화하지 않으시지요...
님도 재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어떤 울림이 없으면, 리뷰를 작성하지 않으시는 거 아냐요?
근데...저는 좀 강박적이거든요... 몹쓸병이지요... 읽은 것은 책의 울림 유무 양질 고하를 막론하고요.... 그래서...일거예요..

비로그인 2005-05-27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이 제가 세대를 선택할 수 있다면 돈 모으다 실패한 1. 5세대 하겠습니다. ^^ 1, 2, 3세대 다 힘들어 보여요. 나 안 할래!!

내가없는 이 안 2005-05-27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아영엄마님 농담 한번 찐하게 하셨네~ 저도 가사노동에 허덕이면서 허리 휘는 사람이라구요. ^^

icaru 2005-05-27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언니.. ㅎㅎ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이 안 님... 인정하시어야 합니다...! 농담이 아니라...진짜 그래보이걸랑요 ㅋㅋㅋ
유진 오닐을 검색해 보았어요.. 밤으로의 긴 여로를 장바구니 쏙!!!! 넣습니다. ㅋㅋ

히피드림~ 2005-10-13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카테고리에 좋은 글들이 많네요. 이런 책도 있었네요. ^^;;

winniejeon 2005-10-3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전원경입니다. 과찬의 리뷰에 감사드립니다. 가끔 저도 알라딘 사이트에 들어와서 제 책에 대한 서평을 볼 때가 있는데요... 감사하기도 하고,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믿어주시는 만큼, 더 좋은 책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icaru 2005-11-1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책이 나오면 또~ 읽게 될 거 같습니다! 전원경 님 홧팅이에요!!!
 
소리의 황홀 - 윤광준의 오디오이야기
윤광준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사운드를 내는 스피커는 어떻게 가려내는가 하는 질문에,  ‘비올라의 음색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가의 차이이다.’ 라고 어디서 주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말에 나는 그런 의문을 품었었다.  비올라 소리인지, 바이올린 혹은 첼로의 음색인지 구별해 내는 능력은 스피커가 만들어 내 주는 것이 아니라 비올라가 어떤 소리를 낸다~ 하는 지각, 인식 같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맨눈으로도 저것이 비올라인지 바이얼린인지 구분을 못하는 판국이라면 더더욱.
나는 이렇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오디오에는 좀 ‘무식한’이다. 내로라 하는 오디오 파일인 윤광준은 오디오 기기를 바꾸는 과정에서 음악과 기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세 축을 정교히 하지만, 나는 음악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청각도 원체 무감각스럽고.....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97년 첫 월급을 타서 내 소유의 미니컴포넌트를 샀었다. 그 전까지는 룸메이트의 대형 라디오를 귀동냥이나 하는 신세였다. (귓동냥의 설움을 아시는지, 피아니시모 부분에서는 볼륨을 약간 높여 듣고, 포르테시모 부분에서는 순발력을 발휘 볼륨을 최대한 줄여 듣는 경지를 말한다.) 아무튼 그때 샀던 그 제품은 97년이었는데도 LG가 아니라 ‘골드스타’라는 브랜드명이 박혀 있었다. 흐흐... 갓 출시된 따끈한 신제품이 아니었던 탓에 비교적 싸게 구입했던 거다. 99년 초 직장을 옮길 때, 전 직장의 퇴직금을 탈탈 털어 지금까지 내 좋은 벗이 되어 주고 있는 롯데 오디오를 구비했다. (아마 기계가 망가져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 기기를 바꾸지 않을 성 싶은데..)

이 오디오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치 제1 바이올린 연주자의 분주한 손놀림이 보이는 듯하고, 중앙 위쪽에 위치한 금관 악기 소리 특유의 뻗어가는 듯한 에너지가 각인되듯이 귀에 들어온다. 무대 저 뒤편에서 바닥을 설설설 기는 듯이 낮게 깔려오는 베이스는 공기의 간질거림으로 전달된다. 콘트라베이스의 잔향이 묵직한 여운의 꼬리를 남기며 공간 속으로 사라져간다. 여리고 유약한 부분이 전혀 없다.

확실히 이 녀석은 첫 월급을 탔을 때 샀던 골드스타 컴포넌트하고의 확연한 차이를 주며, 실로 접신의 황홀경을 주었다. 나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등골이 오싹하는 전율. 자신을 잊어버린다는 것, 그것은 원래는 저 선율 속에 살았는데.... 이 밖에 있는 나는 내가 아닌 거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한번 수준이 높아진 귀는 점점 고급으로만 치닫는다 하니, 귀가 둔감한 척 애써 점잔을 빼며, 더 좋은 오디오에 대한 갈망을 감추고 살아야 할까 보다. 비용이 많이 드니까.

그가 언급한 명기들 골드문트나 마크 레빈슨 따위의 하드엔드 기기들 잘 모른다. 따라서 윤광준이 선정한 10대 명기 이야기인 3부 ‘하이엔드 오디오의 세계’는 사실 오디오 사진만 감상하면서, 눈이 호강하는 데만 그쳤다.
2부 ‘오디오 더 깊이 사랑하기’는 앰프, 스피커, 플레이어 등 각 파트별로 구체적인 이해를 도모하는 항목이다. 사실 이 책과 같은 전문 서적은 아는 사람에게는 물고기 물 만난 듯 반갑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어렵게만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이 장을 읽다보면 윤광준이 오디오를 잘 모르는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의 글은 친절하고 편안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맨 앞 1부 ‘추억과 열정의 오디오 편력기’ 편이다. 여기서는 그 기기를 만든 수많은 사람들의 취향과 고뇌가 얽혀 있는 오디오 이면의 고군분투하는 숱한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의 열정과 도전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뭔가에 미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이 책에는 인간에게 유보시킬 행복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머뭇거리고 망설이다보면 결국 아무 것도 못하는 것이 사람의 삶이 때문이다. 꼭 오디오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빠져 있는 만큼 생은 행복할 것이다.

 

오디오에 조예나 관심은 전무하지만 음악은 진지하게 듣고 싶은 이들이나, 인간의 다양성 만큼이나 다양한 오디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자신을 소멸하고 몰두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소리에 미쳐 있는 사람의 정신 세계를 엿보고 싶으신 분들이 이 책을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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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메모....

 

“글렌 굴드의 명연주로 널리 사랑받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엔 굴드 특유의 흥얼거림이 녹음되어 있다. 피아노 연주 도중 간간이 튀어나오는 그의 음성은 연주의 감흥을 높여 준다. 이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피아노의 음이 아니라 굴드의 목소리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곡은 스피커를 바꾸었을 때 굴드의 목소리는 더욱 분명하고 끊어짐이 없이 들린다고. 오디오의 기기가 음의 디테일와 뉘앙스를 더해 준다는 것이리라.” 

 
“영국제 스피커들은 보기와는 아주 다른 유려하고 매끈한 음을 들려 준다. 고유한 울림이 잘 반영되어 있다.”

 

아 이 책에서는 저자 윤광준의 친구로 김갑수 시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라디오 디제이이자, 시인인 김갑수도 한 오디오파일이라 한다. 얼마나 돈을 아끼고 아껴서 오디오와 음악에 투자했는지 화장지를 살 돈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일을 본 후에는 샤워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째, 물값이 더 들겠다 싶은 거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러갈 시간이 없어서 아녔을까 싶은데..ㅋ 아무튼 그만큼 남 눈치 안 보고 좋아하는 것에 미쳐 있었다는 뜻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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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6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3-1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들린 친구의 방 한쪽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던 LD 판과 한쪽 구석에 자리한 턴 테이블이 생각나네요. 얼마나 부럽던지요. 저는 첫 월급을 타서 산 것이 삐삐와 소니 휴대용 카세트였답니다. 미니컴포넌트와 카세트...음악적 수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네요.^^

하루살이 2005-03-16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저는 도대체 음감이 빵점이라. 노래방도 제일 가기 싫어하는 곳.
그런데 소리의 색감을 이해한다는 건. ^^;
저도 콤포넌트를 구입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직 DVD와의 연결을 위한 값싼 선택. 그래도 인켈이면 됐지 하면서 자족하고선 아직도 그 작은 보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데... 욕심도 알아야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알면서도 초탈하면 크게 해탈?

내가없는 이 안 2005-03-17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첫번째 오디오가 롯데였어요. 대학 입학 선물이어서 부모님 취향이긴 했는데 아주아주 오랫동안 친구로 잘 지냈죠. 그런데 혹시 그런 거 아세요? 사실 아는 거 쥐뿔도 없는데 남들이 조금 기대해줄 때 느끼는 당혹감. 피아노 쬐금 칠 줄 알고 음악을 쬐금 듣는다 해서 회사 동료가 어느날 갑자기 오디오 사러가는 데 도와달라는 통에 나서긴 했는데, 그 친구가 바라는 저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난감했던 경험. 미안도 하고 진땀도 나고. ^^ 복순이언니님은 참 독서폭도 넓어요. 감탄. 감탄. ^^

hanicare 2005-03-1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에게 이문세5집을 선물했던 기억이 나는군요.느릿느릿 넘실거리며 돌아가던 턴테이블과 몇 번을 거듭 들어도 줄어들지 않던 한가한 오후도.지금 우리집 인켈은 턴테이블도 없고, 있다해도 바늘을 갈아줄 사람도 없습니다...

icaru 2005-03-1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 님~ 고등학교 적 님의 친구분... 대단하네요~ 열몇살에... 엘피 음반에 그토록 깊은 열정을 갖고 있기란... 혹시...부모님 꺼 아니었을까요?? 전 지인들네집 가면...음반을 주욱 뒤지고 다녔었요... 어떤 친구들을 자기가 가진 음반을 자랑할 기회가 생겨... 이것 저것 보여 주면 자랑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을 그렇게 유심히 들여다 보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요.... 첫 월급으로 사람들은 참...많은 의미를 주는 것들을 삽니다~ 님은 휴대용 워크맨을... 저는 그 당시 뭘 또 샀나 더듬어보니... 엄마아빠 잠옷도 샀었네요... 재미난 건...집에 가보니까요... 엄마 입으시라고 고른 베이지 색 잠옷을 주로 아빠가 입고 계시고...아빠 입으시라고 산 네이비블루 색 잠옷은 장롱 속에 고이!~ 잠자고 있더군요.... 제가 부모님 취향을 몰라도 한참 몰랐던 건가봐요...


하루살이 님.. “오직 DVD와의 연결을 위한 값싼 선택!!” 탁월하심다 ~ ! 그래도 작은 보물이라고 말씀하시잖아요... 단순히 값싼 선택이 아녔던 게야요~

이안 님~ 님도 롯데!! 저도요... 그런데 부모님 정말 쿨~ 하세요... 입학을 축하하는 기념으로 오디오를 선물해 주시는 부모님... 님이 갖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계셨던 가봐요...!
저도.. 아는 거 하나 없는데... 오디오 어떤 게 좋겠냐고 골라달라는 친구 따라 매장엘 간 적이 있었어요...몇년 얼추 1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제가 뭘 알아야죠... 친구가 뽑은 예산에 가장 걸맞는 걸 골라줬죠... 고른 이유는 디자인이 튀어서였어요... 밝은 야광색이 도는 청록색...아...그것도 롯데였는데..히히..

하니케어 님... 무척 시적인 표현입니다. “몇 번을 거듭 들어도 줄어들지 않던 한가한 오후도” ...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체감 오후는 짧아져만 가네요.... 지금은 퇴근을 기다리는 조바심 나는 오후입니다~

2005-03-19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19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님..저도 이 시간에 잠안자고 이러고 있어요...앗...지금 넘어갑니다~

2005-03-31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2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하하...님도 효녀시구낭.. 와아...전국 대학생 음악경연대회 요? 와...언제 그 에피소드 꼭 듣고파요...님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동문선 현대신서 102
미셸 슈나이더 지음, 이창실 옮김 / 동문선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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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사람에게도 스타일이라는 게 있다면, 그 중에서도 리뷰를 쓰는 스타일이라는 게 있다면, 그 중에서도 내가 정말 써낼 수 없는, 그러니까 책이 뿜어내는 내공에 깔려버려, 쉽게 리뷰 형식으로 쓰지 못하는, 억지로라도 서평으로 옮겼을 땐 그저 변죽만 울리고 마는 꼴이 될 거 같아 저어하게 되는 책이 있다면, 그런 독서를 위한 책이 아니라, 책 자체를 위한 책을 꼽으라면, 나는 너무나 절박하게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라고 말할 것이다.

어느 지인의 말씀처럼, 이 책은 ‘새끼를 치는’ 책이다. 책이 책을 부르고, 음악 앨범을 불러들이는 책이다. 굴드라는 한 사람을 비로소 이해하려면, 그와 힘든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하는 책이다.

 

아름다움은 견딜 수 없고 냉혹하다. 그것은 무자비하게 우리의 눈길을 후려친다. 굴드는 특히 피아노 테크닉의 견딜 수 없는 순수성으로 우리의 제압한다. 페달을 사용하고 낭만주의적인 프레이징을 만들어 나가는 호로비츠의 연주와는 절대 닮지 않은 굴드의 연주. 굴드의 음색은 겸손한 자, 헐벗은 사물, 집착하지 않는 낮은 상태의 음색이다.

 

미셸 슈나이더가 표현한 굴드와 피아노의 다음과 같은 대화를 보면


굴드는 피아노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본다. “네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너는 아주 분명한 분석적인 개념을 가지고 내게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더없이 추잡한 것이 되어 버릴 것이다.” 피아노는 대답하지 않고 질문한다. “이것이 정말 네가 바라는 것인가?” 라고 물으면서 그 너머로 나아가도록 다그친다. 굴드는 피아노의 이 같은 점을 좋아했다. 그의 방해물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 너머로 나아가도록 다그치는 것. 그 때 번번히 방해물이 되는 바로 자기 자신. 이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이 굴드의 음악가로서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라고 말해본다. 음악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굴드는 자주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인간이라는 종의 야만성 광증을 용서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사실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개념을 발명했다는 점이다.’라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란 바로 ‘음악’을 말하는 것이다. 음악은 두려움의 원천이고 과학 중에 가장 덜 과학적인 것 실체 중에 가장 실체를 지니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과학적이지도 못하고 실체를 지니지도 못한, 이 음악에 우리가 이토록 감동하는 것, 음악이 우리에게 깊은 영향을 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그렇게 하듯이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주머니를 뒤집어보고, 책상의 서랍을 열어본다. ‘왜 죽었을까’에서 ‘그 사람의 성생활을 어땠을까’에 이르기까지 숱한 질문들을 채워 넣는다. 그 괴팍한 음악가 굴드가 죽었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일생에 대해 너무 깊이 조명하고, 상품화시키고 과장하며, 높이 기리려 들었을 것이다. 거기엔 분명 잘못된 것이 있다. (일례로 굴드는 평생 홀과 콘서트의 적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연주홀에 그의 이름을 붙이고, 굴드는 더없이 과격한 말로 ‘음악 경연대회’를 비난했는데, 사람들은 글렌 굴드 피아노 콩쿠르를 제정해 놓고 있다.) 그래서 그의 오로지 뒷이야기에만 관심이 있는 미디어들은 우리의 머릿속에 굴드에 대한 여러 명상들은 심어 주었는데,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글의 작가 미셸 슈나이더는 그 부류가 명명백백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뒤집어 굴드를 낭만적인 이야기의 인물로 여겼던 것 같다.


미셸 슈나이더를 전기 작가로 보는게 맞을까. 글쎄. 미셸 슈나이더는 전기의 정확성과 지식 전달의 측면에서 굴드를 구출해 내어, 허구의 질서, 진실의 질서로 들어가도록 했던 사람 같다.


누가 진실 속에 있는 것일까? 누가 알겠는가? 그걸 알아야 할까? 사랑하려면 알아야 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사랑에는 아니면 단지 귀기울이는 데에는 전기적인 앎과는 다른 앎이 있다. 설령 안다는 것이 사랑을 확장시키고 활력을 줄 수 있다손 치더라도 절대로 사랑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이해하려면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우리들 각자와 마찬가지로 굴드 역시 전기로는 씌어질 수 없는 무엇을 위해 살았을 뿐이다.

 

 

우리의 가슴을 찢어 놓는 어떤 하늘, 우리를 바꾸어 놓는 한 권의 책, 선물처럼 주어지는 어떤 미소. 그리고 아무데도 없는 곳을 되뇌면서 음악으로서 사라져서 다른 무엇이 되는 시벨리우스의 음악, 어떤 빈터, 어떤 눈길, 어떤 생각. 전기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에 대해 거의 가르쳐 주는 바가 없으며 창조자에 대해선 더더욱 입을 굳게 다문다. 각자는 자신만의 광기와 비밀스럽거나 눈에 띄는 편집증들, 기록된 삶의 페이지들 사이에서만 찾아지는 광범위한, 혹은 미미한 균열들만을 소유할 따름이다. 


굴드는 어떤 사람이었지. 그는  대단한 심기증 환자였다. 가벼운 스침을 부딪침과 혼동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고통스러워할 만큼 예민했고, 마치 타인의 몸이 그에겐 오로지 상처나 감염의 원인에 불과한 것처럼-- 이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그렇다면 이 예술가의 이같은 별난 행동들을 기인의 전설로 치부해버리고 용서해 주어야 한다고 말할 것인가?


미셸 슈나이더는 굴드의 육신의 병, 이 공포가 음악가에게 기계의 작동에 대한 극도의 예민함과 섬세한 조음 감각 그리고 그의 세련된 연주를 가능하게 했다고 믿었다.


굴드는 20세기 피아노의 신동 호로비츠처럼 굴드 역시 비행기를 몹시 싫어했으며, 파이노 앞에서 팔꿈치가 건반 아래로 내려가도록 매우 낮은 자세로 연주를 했고, 아주 엄격한 식이요법을 따랐다. 또한 다른 이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주 은거했으며, 감염을 두려워했고, 타성적으로 연주회를 갖는 걸 싫어해서 자주 연주회 일정을 취소하고 연주회를 멀리한 경력이 있었던 것이다. 우울증, 자기 혐오, 타인들로부터의 시달림. 


굴드는 청중은 이미 무시했던지라 연주회에선 종종 청중에게 등을 돌린 모습이었다. 청중들은 굴드가 ‘나를 위해 연주하고 있다. 나를 감동시키기 원한다’라고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다. 그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연주했으며, 이 사실은 그가 선택한 음향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이따금 ‘불시에 사로잡는 듯한’ 음향, 먼 데서 오는 이 소리는 우리에게 건넨 소리가 아닌 듯이 들린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


굴드는 왜 콘서트를 꺼리고 비난했을까. 미셸 슈나이더는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자신을 벗어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기분 전환과 황홀경. 굴드가 콘서트를 비난했던 가장 큰 이유는 청중의 존재로 인해 그의 연주가 왜곡된다는 점이었다. 연주자는 바흐의 다성 음악의 고전적인 절제를 어쩔 수 없이 변형시켜 과장된 웅변이 되도록 한다. 물론 그도 예술가는 대중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음악가의 강력한 요구들을 기분 전환을 요구하는 사회의 요구와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가장 사적인 영역, 창조의 영역 안에서 예술이 그것의 수신자들의 접촉을 통해 변질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아는 것이다. 급속하고 화려한 악구를 늘이고, 자신을 투사하고, 자신을 상실하는 것. 이렇게 될 때 자신으로부터의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적어도 이런 방식으로 자신 밖으로 추방되는 것을 혐오했다. 자신의 자아가 사랑스럽다고 믿어서도, 혹은 기분 전환을 완전히 피하려 했기 때문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기 자신이 되지 않고 보내는 시간들이 그처럼 달콤한 것일까?


황홀경은 다른 이들에 의해서가 아닌 ‘타자’에 의해 자신 밖으로 내쫓기는 것이다. 그것은 기분 전환이 되는 장소에서 볼거리를 만나는 게 아니고, 명명백백한 증거와의 만남이다.

어떤 이들에겐 고독이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얼굴을 가졌으며, 어떤 이들에겐 얼굴도 형체도 없는 무엇이다. 고독 속에서 “나는 혼자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나’가 없으며, 그 말을 들어줄 상대방도 없다. 설령 착각으로 그가 상대방에게서 독자성을 끌어내더라도 상대방 역시 그런 독자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는 동공 속에 말하자면 끝도 없이 떠도는.......


기분 전환은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떼어 놓지만, 황홀경은 반대로 자신에게로 돌아가게 한다. 신들의 열망에 의해 쫓겨난 자를 ‘나 자신’으로부터 탈취하여 환희에 넘겨 줌으로써라고 그리스인들은 말했다.


‘전기를 쓰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변명은, 그가 누구인가를 이야기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우리가 누구인가를 찾도록 만든다는 것’이라고, 미셜 슈나이더는 말한다. 미셸 슈나이더의 말을 빌려 이 리뷰 쓰기를 표현하자면, ‘미셸 슈나이더가 말한 굴드를 이야기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나는 누구인가를 찾게 된’ 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훗날 이 책을 다시 읽고, 굳이 또 리뷰라는 걸 쓰게 된다면 나는 지금의 것과는 또 다른 리뷰를 쓰게 될 것이다. 그렇게 책은 매번 나에게 다르게 읽혀질 것이고, 나는 매번 다른 리뷰를 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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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1 1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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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1 1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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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5-03-02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셸 슈나이더는 참으로 묘한 방식으로 굴드를 이야기한 듯해요. 굴드를 말하고 있으나 굴드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가 스스로 자신을 꿰뚫어보게 하는 방식을 쓰고 있으니. 복순이언니님 버전 리뷰, 역시 책 전반을 아우르는 상냥한 글이에요. ^^

icaru 2005-03-0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 님.. 님이 표현이 딱 맞습니다..
"굴드를 말하고 있으나 굴드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가 스스로 자신을 꿰뚫어보게 하는 방식"이요..
삼일절 아침에 일어나 저 리뷰를 쓰고 났는데... 정말 쓰고 나서...척. 하고 늘어졌었어요...
님처럼 멋지게 소화해 쓸려면 한참 멀었지만... ^^
그래도... 쓰고 나니, 이상하죠... 마음 한켠이 홀가분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고맙습니다...다시한번 꾸벅..

michelle 2005-03-14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읽고 있으면 막 책을 읽고 쓰시는게 아닐까 생각해요. 바로 읽고 난 후의 감동이나 생생함이 느껴지거든요.

icaru 2005-03-16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책을 읽고 일주일 안에 리뷰를 쓰려고 하거든요~ 게다가 책 내용을 인용을 많이 하니까...(말 지어내는 재주가 없는 사람들의 특징 아닐지...^^;;) 더 그렇게 느껴지셨나봐요~ 생생함...이 말은 칭찬이지요? michelle 님?

 
Kitaro - Best Of Silk Road
키타로 (Kitaro) 연주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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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교 고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텔레비전에서 시리즈물로 실크로드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주었던 것이.... 아이들이 보기에는 좀 늦은 밤 시간에 방영을 했었고, 기타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그 프로를 진득하니 앉아서 제대로 보지는 않았지만, 장엄했던 테마 음악만큼은 뚜렷이 기억한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키타로의 실크로드 음반 테잎을 샀고, 정신 몽롱해지고, 테잎이 느슨해질만큼 자주 들었다. 그 당시에 소지로의 대황하나, 기타로의 실크로드처럼 오카리나 소리에 신디사이저 음이 더해진 것 같은 음반들이 인기였었다.
키타로의 실크로드는 새벽에 듣고 있으면 딱 유치환의 '생명의 서'라는 시가 생각났다.

 
생명의 서(書)       유 치 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 ㅡ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기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먼지가 일어나는 실크로드 사막에서 운명처럼 본연의 ‘나’와 만나는 느낌. 칡흙처럼 짙게 조용한 동굴 속에 혼자 들어 앉아, 동굴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앉아 있는 것과 같은 느낌. 모두가 잠든 새벽에 실크로드를 듣고 있으면, 어떤 땐 무서워지기도 했다. 끝 간 데 모를 명상의 자리가 그리고 뼈가 시리도록 고독해지는 듯한 이 느낌이, 결코 가벼울 수 없지 않겠나. 

어느덧 15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실크로드. 이 앨범은 22년만의 오리지널 실크로드와 , 그 출발점인 서안에서의 음악 봉납시의 연주를 수록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와호장룡이나 영웅과 같은 중국물 영화에서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으로 쓰였을 법한 중국풍의 새로운 음악도 몇 개 들어 있고, 나머지는 기존의 실크로드를 리마스터링하여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싸아~함이 예전 것만 못한 것도 같고, 그런 대신에 화려한 기교와 스케일 때문에 더 세련되어진 것도 같고 여러 느낌이다.

 

특정 버섯 속에 들어 있다는 실로시빈이라는 환각제. 예전에 심리학자 매슬로가 대조군 실험을 신학생 20명을 대상으로 했었는데, 25년 후 도블린이 이 실험에 참가했던 19명을 수소문하여 인터뷰를 했다. 결론은

“실로시빈 복용자들은 이휘의 장기간 후속 연구에 참가했을 때에도 하나같이 잣니들의 애초 경험에는 진정 신비한 부분이 있었으며, 그것이 자신의 영적 삶에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소중한 기여를 해주었다고 여겼단다. 다음은 한 참가자의 그 때 경험담.


“어느 순간 갑자기 제가 몸에서 쓱 빠져나와 무한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제 마음과의 고리가 툭 끊어져 버렸어요. 저는 삼라만상의 광대한 세계 속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 때로 기도를 하러 갔다가 고개를 들어 제단 위의 불빛을 올려다보면,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눈이 멀어버리는 듯한 순간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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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2-22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카리나는 소지로의 대황하로 알게 되었어요. 그 당시엔 거의 환장했죠. 고 작은 물체에서 영혼을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는 것에 금방 매료 되었는데, 키타로도 거의 마찬가지였습니다. 님도 좋아하신다니 괜히 제가 흐뭇합니다.^^

잉크냄새 2005-02-2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다큐멘타리 저도 기억나네요. 역동하는 대황하를 떠올리면 소지로의 오카리나 소리는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참, 유치환의 < 생명의 서 > 오랫만에 읽는데, 예전에는 단락의 마지막 구절만을 외웠던 기억이 나네요.

2005-02-23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2-2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 님 님도 음악 실크로드 좋아하셨다니... 우째 이리 반갑습니까...으쓱으쓱... 바로 그 현장에 가서 ... 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원이 없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잉크냄새 님..생명의 서, 이 시는 마지막 구절이 결정체 같아요...그런 마지막 구절만이라도 우짠튼 외우셨다니..역시 방랑자 김 삿갓이셨던게야..
...사실...전...한 줄도 외우는 구절은 없고...이미지만 뭉뜽그려 생각나...적어와 봤다지요...

속삭이신 님... 너무 반가워요... ㅠ.ㅡ* 이 시가 한때 님의 키우셨다니...갑자기 생명의 서가...더 사랑스러워지려 합니다.... 요즘 글렌 굴드의 책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만만찮은 내공을 뿜어내는 책입니다...자켓 위에 뽀얗게 먼지만 싸여 가던 ...굴드의 골드베르크를 먼지를 싹 걷어내고... 요즘...집에서 한참을 넋을 팔고...듣고 있는 저를 보게 되네요...!

2005-02-24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2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 사람들에게 ... 내가 실크로드를 좋아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해 주면...곧잘들 이런다...
"너는 조그만할 때부터 애늙은이 같았구나!"

조용히살자 2006-03-1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시절 추억으로 실크로드 다큐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저말고도 많은 것 같아 기쁩니다. 늦은 밤 뭐에 끌렸길래 드라마, 코메디도 아닌 프로를 어린 제가 그리 손꼽아 기다려가며 봤을까요... 장엄한 목소리의 남자 나레이터의 나레이션 아래 흘러나오는 오카리나의 선율이 지금도 귀에 선합니다.

icaru 2006-03-1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사시는 님이시군요~
아! 맞아요맞아요~
근데 요전날에도...한참... 신 실크로드라고 해서... 3개국 방송사(우리나라 일본 중국) 합작 다큐를 해 주는 거 같던데... 제가 또 일찍 잠자리에 드느라 챙겨 보진 못했었어요..
 
Suite For Flute And Jazz Piano Trio
끌로드 볼링 (Claude Bolling) 노래 / 굿인터내셔널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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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의 나부낌에도 음악이 있다. 시냇물의 흐름에도 음악이 있다. 귀가 있다면 누구나 모든 사물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바이런


이 세상엔 정말 알 수 없는 것이 많은데, 그 중의 하나는 음악의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감동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클로드 볼링의 피아노와 장 피에르 랑팔의 플룻 선율이 만난 이 재즈 트리오 또한 뭐라 설명하기 힘든 그들만의 색깔과 스타일이 살아 있다.

그리고 그 스타일이라는 것이 마치 잔잔한 물이 흘러가는 질서를 파악하고 그것의 시각적인 모양새를 청각적인 음악으로 들려 주는 듯한.


'센티멘탈'은 귀에 감겨드는 느낌이 이루말할 수 없이 감미롭다. 밝고도 사뭇 관조적인 이 곡이 왜 '센티멘탈'이라 붙여졌는지~ 진짜, 알쏭달쏭하다.

앨범 자켓을 읽어보니, 주로 끌로드 볼링 위주의 헌사를 남겼다. 그의 출생, 재즈피아노의 신동으로 알려짐, 각종 콩클의 수상 이력. 등

나 같은 경우 장 피에르 랑팔의 플룻도 위상이 크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앨범 제목마저도 '클로드 볼링의...' 로 되어 있어, 앨범을 검색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오륙년전 센티멘탈이라는 제목 하나만 가지고, 이 음반을 백방으로 수소문하였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장 피에르 랑팔’과 ‘센티멘탈’이라는 키워드만 가지고 였다. 혹, 센티멘탈이라는 제목을 잘못 알고 있는건가 싶어, 랑팔의 플룻앨범을 여러 샀었는데 센티멘탈은 없고, 죄다 바하의 곡을 플룻으로 연주한 것들이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생각지도 않은데서 바하의 플룻곡을 만날 수 있어 나름으론 좋았다. 그리고 곧 센티멘탈은 잊었다. 그러나 우리의 인연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만날 음악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보자 하니, 이 앨범엔 센티멘탈만 좋은 게 아니다. 귀에 익은 음악들이 제법이다.


지금은 전혀 그게 아니라 그립기만한, 음... 내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귀에 꽂힌 음악이 있으면 동네의 음반 가게를 샅샅이 뒤지고 아니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안되면 기차도 타고 멀리 원하던 것을 찾아 음반 순례를 다니던 호시절이.

책을 일삼아 읽는 취미가 생긴 건 사실 최근 일이년 사이의 일이고, 오랜 시절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음반 찾아 삼만리였던 거다. 변변한 로션 하나 사바르는 것도 벌벌 떨던(샘플로 주는 게 이렇게 숱한데 멀쩡한 큰 통에 들은 걸 왜 사냐구...,) 나였지만, 음반을 살 때는 살짝 맛이 갔었다.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데 돈에 개념이 있었을라고. 음. 그 당시에는 강남과 종각 쪽에 타워레코드가 2~3층 이상으로 매장을 꾸리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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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2-0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개월만에 음반리뷰를 올리시는군요. 플룻은 단독으로 연주하는 곡이 많지 않은가봐요. 대부분 협주곡 형식이더만요. 게다 바흐의 소나타가 보편적으로 쓰이더라구요. 매우 서정적이고 부드럽고 감미롭고..흘..아릅답죠. 그 분야에선 상관 없지만 센티멘탈이라고 말씀하시니까 '센티멘탈 워크', 라고 또 엔니오 모리꼬네의 곡도 생각나요. 근데 찾다찾다 음반이 없으면 꽤 허탈하지 않았어요? 복순 아짐두 발품 많이 팔으셨구나..전 좀 편집증 같은 증세가 있긴 한데 흥분만 잘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또 구하고 싶은 음반을 잊어버리게 돼서..으흐흐..저도 마니아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잘 안 돼요!복순 아짐, 우리 마니아 해요! 아쒸..공공근로로 얼마나 번다고 마니아라니..정신 차리자..

icaru 2005-02-01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개월만이라...그러네요...
님은 마니아 맞아요...꾸준히 신보를 접하시잖나요~ 전...예전 것만 듣네요...귀에 익은 것만요..

2005-02-01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네르바 2005-02-0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님은 음반 찾아 삼만리 했군요. 저도 대학교 때 잠깐 그랬어요. 그 때 음반들이 지금은 창고 속에 그냥 방치되어 있네요. 요즘은 음악을 듣기보다는(아니, 귀에 익은 음악들은 여전히 좋아하지요)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갈대의 나부낌에도 음악이 있다. 시냇물의 흐름에도 음악이 있다. 귀가 있다면 누구나 모든 사물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 바이런의 이 글을 읽으니 내가 참 메마르게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드네요. 모든 사물에서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전 소음처럼 들리고 있으니... 그런데 자연의 소리는 예외인 듯 싶네요.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새소리 등은 여전히 음악처럼 들리니까요^^

잉크냄새 2005-02-0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이런의 글에 눈이 확 꽂히네요. 음...전 음반에 대한 그런 애정을 가져보지 못하고 산것 같네요. 음악, 있으면 듣고 없으면 안듣는 스타일이라서....근데, 막걸리집의 가야금 소리에는 혹~ 하는 필을 받곤 합니다.^^

icaru 2005-02-0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님 플룻까지...별거별거 다 배우셨었네요~ 5개월 정도 배우면 무슨 곡을 연주할 수 있는가요? 히야~

미네르바 님 ^^ 님이 그 말씀하시니...파도소리 듣고 파요~ 해변에서 갯돌을 마지막으로 주워본 게 언제였든가...아흐.. 전,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음악은 스피커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한창 나이에 너무 이어폰으로 크게 음악을 들어서... 지금 가는귀가 먹은듯해요... ㅠ.ㅜ

잉크냄새님.... 막걸리집의 가야금 소리라!! 이 국면에서 님이 자주 찾으시는 주가가...두둥....

내가없는 이 안 2005-02-02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끌로드 볼링의 자켓은 몇 개 들은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나네요. 내 돈 내고 사다가 들은 건 기억해도 동생 것을 빌려다 들은 건 죽어도 기억을 못하는. ^^ 그런데 사람 귀가 참 이상해요. 클래식만 귀에 꽂다 보면 가끔 차 안에서 대중가요나 뽕짝 메들리를 틀어놓을 때 귀에 거칠거칠하게 들리데요. 그것도 사실 이것저것 듣지 못하는 귀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겠지만...

2005-02-02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02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02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2-0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 음...제말이요~
요즘...뭔바람이 불었는가...예전에 듣던 음반들을 듣고 있는데...이것저것 듣다가...새삼스레 트레비스라는 그룹이 들려 주는 음악에...절절히 빠져 지낸답니다... 보컬의 '꺾는 음'이 이리도 애잔하게 들리다니... 제가 나이를 먹는건가요...귀만 말랑말랑해진건가요, ,,,

2005-02-05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