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활동 하시는 분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23-05-01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게 다 여울님 작품인가요?
훌륭하네요. 전시장이 어딘가요?
근데 벌써 끝났군요.~

hnine 2023-05-01 15:10   좋아요 4 | URL
네, 어제가 마지막 날이었어요.
전시장은 대전이었고요. 저도 대전에 살긴 하지만 한번도 안가본 대전의 예전 도심에 있는 곳이라 지도 보며 찾아갔어요. 전시도 좋고, 전시장이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도 참 좋았어요. 전시장이 예전 교회 건물인데 건물 자체를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여울님 서재 가면 작품과 함께 설명까지 다 보실 수 있어요.

여울 2023-05-01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가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가족손님들과 식사하러 간 사이 들르신 듯요. 얼굴 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좀 아쉬웠어요. 고맙고 감사드려요^^

hnine 2023-05-02 01:55   좋아요 1 | URL
놓치지 않고 마지막 날이나마 갈수 있어서 좋았어요.
보여지는 것은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작품이지만 그 뒤에 여울님께서 들이신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보며 보았답니다. 회화뿐 아니라 조각, 판화, 꼴라쥬에, 쓰신 재료도 다양하고, 정말 감탄했습니다.
 


봄에 피는 꽃이 한둘이랴마는

나는 이 꽃을 봐야 봄을 지냈다 싶다




지난 주 낙안읍성에서 본 할미꽃이다.



매년 봄이면 다시 들춰보는 시집으로 고영민의 시집 <공손한 손> 과 유영금의 시집 <봄날 불지르다> 가 있다.




    




































이번에도 이 시집을 꺼내다가 이번엔 옆에 꽂혀 있는 오태환의 시집을 대신 꺼내보게 되었다. 아마 시집 제목때문에 눈이 갔나보다.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
























오태환의 시는 우리 말의 숲속을 헤치며 걷는 기분으로 읽는다.

숲속을 뛰어가지 않고, 빠른 걸음도 아니며, 두리번 두리번 덩굴 헤치며 나가듯 읽어야 한다. 겨우 헤쳐나가야 한다. 언어 감각이 거의 묘기에 가깝다고 해야할까.







너밋골 달빛





하릅강아지 누렁강아지 귀때기처럼 돋는 달빛


양지머리 뒷사태 근 (斤) 가웃 맑은 국거리로 한소끔씩 뜨는 달빛


으슥한 도린결 도린결만 뒤지고 다니는 따라지 달빛


마른 장마 맞춰 벼르다 벼르다 듣는 감또개 같고 감꽃 새끼 같은 달빛


잘 잡순 개밥그릇이나 설거지하듯 살강살강 부시는 달빛






여기서 '감또개'는 꽃과 함께 떨어진 어린 감, '도린결'은 사람이 별로 가지 않는 외진 곳. '가웃'은 어떤 분량의 반 정도 양. 근 가웃이라고 했으니 양지 머리나 뒷사태 반근 정도 분량으로 끓인 맑은 국이라는 뜻일 것이다. 

네째 행의 '벼르다'는 방울져 떨어진다는 뜻.

달빛도 빛이되 몇 룩스의 밝기로 강렬하게 어두운 곳을 드러내게 하지 않고,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구석 구석 우리 눈에 잘 안띄는 곳으로 스며드는 빛이다



이왕이면 책 제목이 된 시도 읽고 넘어가야지 싶어.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




삐뚜로만 피었다가 지는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가 

백금 (白金)의 물소리와 청금 (靑金)의 새소리가 맡기고 간 자리 연분홍의 떼가, 

저렇게 세살장지 미닫이문에 여닫이창까지 

옻칠경대 빼닫이서랍까지 

죄다 열어젖혀버린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가

맨살로 삐뚜로만 삐뚜로만 저질러 놓고, 

다시 소름같이 돋는 참 난처한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가

발바닥에서 겨드랑이까지 해끗한 달빛도 사늘한 그늘도 없는데, 

맨몸으로 숭어리째 저질러 놓고 

호미걸이로 한사코 벼랑처럼 뛰어내리는 애먼 그리움, 

천지간의 우수리, 

금니 (金泥)도 다 삭은 연분홍 연분홍떼의





(원문은 행의 구분이 없다)


죄다열어젖힌 그리움, 소름같이 돋는 참 난처한 그리움이라고 할 만큼 복사꽃은 숨어서 필 수 없는 꽃, 무리 지어 만발하여 자태를 드러내고야 마는 꽃이 아닐까 한다. 숭어리째 저질러 놓듯 피어 드러내는 꽃.

다만, '호미걸이로 한사코 벼랑처럼 뛰어내리는' 이란 구절의 뜻을 확실히 알수 없어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있다.


물소리는 백금, 새소리는 청금이란다. 이왕 금에 비유를 했으니 복사꽃도 금과 연관을 지어 마무리 했나보다. 마지막 연 '금니도 다 삭은' 이라고 했다.




당신의 봄엔 무엇이 있는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23-04-3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봄이 되면 이천 ‘화담숲‘이 생각날듯 합니다.
올 봄엔 두번 다녀왔거든요.
자작나무 새잎이랑, 수선화가 어찌나 곱던지요.
hnine님께 화담숲도 추천합니다.
앗! 시는 생각안나요.ㅎㅎ

hnine 2023-05-01 00:04   좋아요 1 | URL
화담숲은 들어만보고 가보진 못했어요. 올봄에만 벌써 두번 다녀오셨다고요. 저도 꼭 기회를 만들어보아야겠네요.
고영민 시인과 유영금 시인의 시집은 제가 다른 포스팅에서도 아마 소개했을거예요.
오태환 시인의 시들은 언어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저도 추천드릴께요.

Jeremy 2023-05-0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미꽃 생각보다 너무 예쁜데요.
hnine 님, 시집 많이 읽으시는군요.
페이퍼에 언급해주신 시집들 둘러봅니다.
제가 한국소설책 표절 사건 이후로는 거들떠도 안 보면서
한국 시집도 관심을 끊었는데 올려주신 시들은 너무 좋네요.
봄은 역시 시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계절인가 봅니다.

hnine 2023-05-01 12:03   좋아요 1 | URL
할미꽃은 피어도 일부러 찾지 않으면 눈에 잘 안띄더라고요. 키도 작고 색도 튀지 않고 꽃은 금방 저렇게 하얀 수염이 되어 버리고요. 할미꽃의 학명을 보면 종명이 koreana 인것도 특별하지요.
시집은 일부러 읽는다기 보다 그냥 좋아서 읽고 있네요. 다른 문학 장르와 구별되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어서 어떤 시 한줄에서 책 한권 읽은 것 같은 깨우침을 얻기도 하고요, 저도 갖고 있던 무형의 생각을 어떤 시인은 이렇게 그들의 언어로 유형화 시키는구나 라고 알게되는 놀라움과 기쁨도 있고요.
 
겸손한 공감 - 정신건강을 돌보는 이의 속 깊은 사람 탐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김병수는 정신의학과 전문의로서 병원 진료뿐 아니라 책도 여러 권 냈고 대외 활동도 꽤 활발히 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얼굴을 보면 알만한 사람이다. 나는 이전에 그의 저서와 강의를 들어본 경험도 있고 특히 얼마 전에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최근작을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정신의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을 때 모든 병원이나 의사가 다 같은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와 잘 맞는 의사가 있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의사 마다 전문 분야가 따로 있고 같은 연령의 같은 문제점을 가진 환자라 할지라도 그 상태를 해석하고 치료하는 방법이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내가 만약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으러 간다면 이 의사와는 코드가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든 의사이기도 하다. 

자기의 MBTI 결과는 수년째 INFP라며 세속적 성공보단 이상을 좇고, 큰 성취를 바라기 보다는 화합하길 좋아한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그의 예전 책들과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읽혔다. 환자들의 사례를 설명하고 그에 따른 전문의로서의 도움말을 다는 식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던 기존의 양식에서, 저자 자신의 예가 많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마치 일기장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지 모르겠다. 읽다보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 존재하는 벽의 두께가 얇아지고, 정신과 의사란 아무런 정신의학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한다 할지라도 능숙하게 제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 발생하는 문제들을 잘 보듬고 받아들이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내가 요즘 주의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인데, 함부로 조언하려 들지 말자는 것이다. 나에게 어려움을 털어놓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원하는 것은 누군가의 공감이지 지시나 조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문제점을 털어놓는다고 해서 내가 그보다 더 우위에 있거나 현명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조언하기 보다 그냥 옆에 존재함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오히려 좋은 위로가 된다고 했다. 정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겠다면 단정적인 말보다는 이렇게 말하라고 한다. "내가 도와주고 싶은데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라고. 

하루 종일 환자들의 문제점과 고민을 들어주다가 저녁 8시 무렵이나 되어 병원 문을 잠그고 나오는 그의 모습을 묘사한 곳을 읽어 보면 그 또한 우울한 또 한사람의 모습 다름 없어보였다. 그럴때 그는 마음의 온도를 다시 높이기 위해 헬스장으로 가서 걷고 뛴다고 한다. 별다른 처방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친 몸을 더 지치게, 재미있지는 않아도 몸을 억지로라도 움직이게 하여 마음의 온도를 다시 높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책의 여기 저기에서 마음을 치료하는데는 몸을 움직이는게 중요하고, 생각보다 행동이 효과 있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활동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기, 세수하기, 산책 5분 하기, 낮에는 누워 있지 않기, 하루 한 줄씩 성경이나 불경 읽기, 집에 있어도 손님이 찾아와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옷차림은 하고 있기, 배고프지 않아도 때가 되면 한 숟가락만이라도 밥 먹기. 이 정도의 활동이면 된다. 우울증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해버리며 변화는 더디 찾아온다. 우울한 사람이 우울하지 않게 바뀌려면 마음이 아니라 행동이 변해야 한다.

위에 예시한 활동들을 꼭 하라는 것이 아니라 솔루션은 이렇게 소소한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동해보는 것 외에는 어떤 선택이 옳은지 미리 알아낼 방도가 없다. 멘토나 권위자 혹은 전문가에게 묻는 것은 결과가 두렵고 후회하게 될까 봐 회피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상상력' 그리고 '용기'. 그것이 최근 자기의 화두라면서, 이것들이 나를 지탱하는데 어떻게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써놓았다. 

생각을 하는 것, 성찰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나를 잠식해버릴 수위에 오를때면 차라리 생각을 접고 무조건 뛰라는 말은 단순하고 명료해서 좋다. 인적없는 바닷가를 걸을 때, 왜 사는가, 인생이란 무엇일까 사유하지 않아도 "그래, 지금 내가 살아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었다면서.


그가 책 속에 인용한 시인 민병도의 <삶이란> 이란 시를 옮기면서 되새겨본다.



풀꽃에게 삶을 물었다

흔들리는 일이라 했다



물에게 삶을 물었다

흐르는 일이라 했다



산에게 삶을 물었다

견디는 일이라 했다



누가 나에게 삶을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모른다고 하지 않기 위해, 나만의 대답, 나 다운 대답을 내 힘으로 찾기 위해, 오늘도 삶을 이어나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특이해서 이 책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다. 그러다가 직접 읽어보기로 한데는 얼마전 본 뉴스때문이었다.

이 책이 우리 나라도 아니고 영국에서, 출판 여섯달 만에 10만부가 팔렸다는 것이다. 유명 작가의 소설도 아니고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그것도 에세이가 해외에서 올린 성공 소식은 놀랄만했다. 






저자 백세희는 1990년 생 젊은 작가. 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일했다. 출판사 들어가기 훨씬 전 대학 시절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하여 내 책을 내고 싶다는 소망을 오래 가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일 잘하고 섬세한 직장인이었지만 속은 곪아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분부전장애'라고 하는데 심각한 정도의 우울장애와 달리, 가벼운 우울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저자의 경우 이 기분부전장애를 10년 이상 겪어오며 정신과를 전전하다가 2017년에서야 자신에게 잘 맞는 병원을 찾게 되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게 되었고 그 상담기록을 모아서 만든 것이 이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다 (현재 2권도 나와 있다.).


우울함의 극단의 감정은 살기 싫다는 것, 죽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알게 된다. 그런 기분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도 문득 친구들이 던져주는 농담 한마디에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금방 다시 되돌아올지언정), 배가 고파지면 반사적으로 좋아하는 떡볶이가 머리 속에 떠오르기도 한다는 것을. 그걸 알게 된 순간 사람에게는 이렇게 여러 가지 감정들이 한번에 일어날 수 있고, 그러니까 우울하다, 행복하다라고 나의 상태를 한마디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떡볶이 하나로도 뒤집어질 수 있는 이 기분이라는 것에 너무 휘둘리며 인생의 일부분을 소모하는 것 아닐까.


정신과에 다니며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받아온지 오래이지만 자기에게 맞는 의사를 만나는 것은 한번에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마침내 본인에게 맞는 의사를 만났다고 생각이 들자 저자는 집에 와서도 상담 내용을 되돌아보고 되새겨보기 위해 담당 의사의 양해를 구하고 상담 내용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늘 자기 책을 내고 싶다는 평소의 소망때문이었을까. 점점 나아져 가는 듯한 자신의 치료 과정의 기록이 된 녹음 자료를 가지고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인 '나'와 '선생님'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우울증은 나와 전혀 무관한 분야라고 자신할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울증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우울감은 이제 어느 특정한 사람들의, 특정 시기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실제로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의사에게 털어놓는 말이 마치 내가 하는 말인양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저자는 일에서 더 인정받고 싶고 더 잘 하고 싶지만 실상은 늘 그렇지 못한 것이 자신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더 잘하고 싶은 생각에 압박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사는 일종의 의존성향이라고 말한다. 일에 의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성과를 낼 때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안도하는 의존성향이다. 그래서 그런 성과를 내지 못할땐 실패감을 느끼고 그런 실패감을 느끼는 기간이 오래가면 정서 자체가 우울함이 되는 것이라고.

목표가 있는 것은 좋지만 너무나 높은 목표를 정해놓고 단기간에 이루고자 하며 이루지 못하고 있는 그 모든 시간들은 우울한 감정으로 채워버리는, 그런 짓을 나도, 우리도 하고 있지 않는가?

일탈이 필요해요. 우울과 좌절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도전해보는 게 좋아요.


허전하고 허탈하여 어쩔 줄 모르는 시간엔 폭식으로 자신을 괴롭힌다는 고백도 있다.

일상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가장 원시적인 퇴행으로 돌아가요. 먹고 자는 본능적인 거로요. 만족감의 중추를 가장 편한 곳에서 찾는 거죠. 하지만 먹는건 만족감이 오래가지 않아요. 운동이나 프로젝트 같은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장기적인 목표를 통해 극복하는게 좋지요. 


내 말에 상대방 반응이 나만큼 되지 않으면 저는 반만 즐거워요, 상대방도 재미있어해야 저는 완전히 즐거워요, 이런 제가 찐따 같아요라고 저자가 털어놓자 상담의사는 대답한다.

타인을 배려하는 게 부정적인 건 아니죠. 그게 지나쳐서 눈치를 살피면 문제가 되는데, 지금은 눈치를 살피는 행동이에요.

저자를 비롯해 우리 중에는 억지로라도 자기의 문제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내 탓이오' 운동이 유행한 적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지나치게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으려고 해서 문제를 더하는 경우이다. 


편안함을 누리세요. 편안한데도 '이 약이 내 몸에 안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더 부담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 나한테 선물을 주면 '나도 언젠가는 갚아야 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기뻐하고 현재를 즐기세요.

이유없는 허전함에 시달리며 살지 말자.


저자가 던지는 질문과 고민도 공감이 갔지만, 그에 대해 상담의사가 해주는 답변과 조언도 동시에 공감이 되었고 무척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책을 읽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상담을 받는 사람의 입장도 되었다가 상담을 해주는 사람의 입장도 되어 볼 수 있다는 것. 일단 내가 그 둘 중 어느 한편에 완전히 속해 있기 전에 말이다. 그렇다면 양쪽 말을 객관적으로 듣기 어려워질테니까. 


언젠가 이 책과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형식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작가 김동영과 정신과 의사 김병수의 7년 동안의 치료와 상담 내용을 서로 번갈아가며 기록한 책 <당신이라는 안정제> 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04-19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님은 이 책 괜찮게 보셨군요.
제목이 중요하긴 하죠?
우리나라는 좀 그런데 해외에서는 먹어주는 제목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영국의 출판계는 어떤 제목들을 쓰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hnine 2023-04-19 23:54   좋아요 1 | URL
그런대로 재미있더라고요. 저자가 저자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도 눈여겨 보게 되고 그에 대해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조언해주는지 읽어가는 재미도 있었어요. 우울증이라는게 자신을 너무 돌보아서 생기는지 너무 돌보지 않아서 생기는지 생각해보게도 되고요. 그런데 제일 독창적이고 참신한 것은 역시 제목 같아요 어떻게 저런 제목을 생각해낼 수 있었는지. 제목을 짓는 것도 작가적 기질에서 비롯되나보다 생각도 들었답니다.

yamoo 2023-04-2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엣지나인 님이 백세희 작가의 소설을 읽으셨네요...근데 무려 별4개..공감이 많이 가셨나봐요~~~

hnine 2023-04-26 20:46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소설 아니고요, 상담 기록을 담은 에세이에 더 가까워요
제목이 그냥 눈길 끌기 목적으로만 붙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별4개 줬어요.
 
나의 엄지손가락 숨쉬는책공장 청소년 문학 4
이주현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 손가락 빠는 버릇 있던 바로 아래 여동생이 생각났다. 애정 결핍 증상일 수 있다는 얘길 듣고 엄마는 동생에게 각별히 더 신경을 쓰셨었고 지금도 그 얘기를 하시곤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남자 중학생 서준. 긴장이 되거나 불안할 땐 엄지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 깨무는 버릇이 있다. 학교에서 친구를 못 사귀고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가해자로 살아가던 서준은 힘든 학교생활을 더 이상 계속 할 수 없게 되자 부모와 합의하여 갑작스럽지만 중국으로 유학을 가기로 결정한다. 중국에 처음 도착한 곳은 한국인이 적다는 하얼빈 이었지만 그곳에서도 서준은 유학 와 있는 한국 아이들 사이에서 은따를 당하고 누명까지 쓰게 되자 하얼빈을 떠나 중국의 다른 도시 항저우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기로 한다. 이런 배경 하에 혼자 중국의 항저우 공항에 도착한 서준. 그런데 공항에 마중 나오기로 한 친구는 나오지 않고 이후 과정에 대해 준비가 안되어 있어 당장 갈 곳이 없는 긴장된 상황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혼자 외국 생활과 학업을 헤쳐나가기에 어린 나이이고, 갑작스럽게 결정된 유학이었으며 그래서 말도 서툴고 모든 것에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한국 에서의 힘든 학교 생활 때문에 떠나온 것이데 중국에 와서 첫 도착지 하얼빈에서조차 이미 안좋은 경험을 한 서준이 너무 안스러웠다. 아들을 그렇게 혼자 중국 땅에 보내놓고 한국에 있는 엄마의 마음은 어떠햇을까 자연스럽게 떠올려보게 되었다. 더구나 서준의 엄마는 서준을 비혼모의 신분으로 낳아 혼자 키워오다가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상황. 엄마의 입장으로 써도 또다른 소설 한편이 나올만하다.

체구도 작고 심성도 여린 서준은 중국에서의 유학 생활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한국과 하얼빈에서 친구 사귀기와 학교 생활에 실패했던 경험과 상처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줄거리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분류하자면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캐모마일 차 마실래?>에서 시작하여 <외톨이>, <안녕, 바이칼틸>에 이어 이 책 <나의 엄지손가락>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청소년 소설에 대한 애정을 알고 있다. 

실제 경험을 밑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소설들은 무리 없이 자연스럽고 구체적이라 읽는데 편하기는 하지만, 픽션이 보여주는 획기적이거나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팍팍 터져주진 않는다. 서준의 청소년 시기 전체를 담고 있지 않음에도 시작과 끝이 적절하다. 서준의 독백대로 케이오스처럼 시작된 유학이 자리 잡아가기 까지 길지 않은 어느 한 기간에 불과하는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그 한 기간은 과거의 한 시기, 앞으로 살아가게 될 어떤 한 시기보다 값질 수 있다. 대단한 것을 이룰 가능성이 있어서가 아니다. 홀로 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더 나이가 들어서, 더 나이 먹고 몸은 커져도 혼자 아무것도 결정 못하고 실행 못하는 애어른들과 서준은 분명 다른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쓰는 작가의 의도도 그러했는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