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마의 수도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
스탕달 지음, 원윤수.임미경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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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이탈리아라고 하는 나라가 지금처럼 하나의 국가로 통일된 것은 200년이 채 못된다. 이전까지는 여러개의 도시 국가가 복작복작 이탈리아 반도 땅을 나눠갖고 있는 형태였다. 파르마 공국도 그 중 하나로서 이탈리아 반도의 북부에 위치한 나라였고 파르마가 수도였다. 스탕달은 프랑스 태생임에도 불구하고 군인이 되어 이탈리아로 떠났던 것을 계기로 이후로도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많이 하였다. 파르마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 <파르마의 수도원>은 <적과 흑>보다 9년 늦게 발표한 작품으로서 스탕달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되었다. 스탕달이 이탈리아에서 영사로 있던 때인 1833년에서 1834년 사이 로마를 방문했다가 16세기 르네상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문서를 몇 편 접하게 된다. 그 중에서 <파르네제 가문의 위대함의 기원>이라는 글에 특히 흥미를 느낀 스탕달은 이 얘기를 16세기 배경에서 19세기 배경으로 바꾸고 일부 내용을 첨삭하여 하나의 소설을 탄생시키는데 이것이  바로 <파르마의 수도원>이다.

19세기 초 이탈리아 밀라노 공국 (파르마 공국은 이야기의 나중에 등장). 델 동고 후작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는데 그 중 둘째 아들 파브리스가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나폴레옹을 숭배하는 젊은이이다. 적과 흑에서도 그러더니 나폴레옹 얘기가 빠지질 않는다 (스탕달 자신이 나폴레옹 군대에 지원하여 참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어느 날 나폴레옹 꿈을 꾸고 나더니 나폴레옹 황제의 군대에 들어가겠다고, 이건 운명이라는 듯이 고모인 백작 부인에게 설파하는 내용이 소설의 초입에 펼쳐진다. 결국 전쟁터에 투입되어 전쟁에 임하는 모습이 허세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전쟁에 대한 환타지를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아, 드디어 난 전쟁터에 왔구나!" 그는 생각했다. "난 포화를 본 거야." 그는 만족스러운 심정이 되어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다. "나는 이제 진짜 군인이야." 그 순간에도 호위대는 쏜살같이 질주하고 있었다. 우리 주인공은 사방에서 흙덩어리가 날아오르는 이유가 바로 포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72쪽)

어수룩하게 전쟁 구경만 하다시피하고 돌아온 파브리스를 기다리는 건 그가 자유주의자라는 혐의를 씌운 친형의 음모였다. 다행이 파브리스를 너무나 사랑하는 공작부인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이 공작부인은 파브리스의 친고모이다. 그런데 조카 파브리스에 대한 감정이 고모와 조카 사이의 친밀도 그 이상이다. 우리 정서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고모의 나이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었고 결혼 생활에 만족하는 편도 아닌데다가 조카 파브리스 말고도 여러 남자들의 추앙을 받는 미모를 지닌 것으로 나온다. 단, 파브리스 역시 고모와 같은 감정을 지녔는지는 확실하지 않은데 사랑의 감정보다는 숭배에 가까운 것이라고 보여지는 것은 다음과 같은 대목때문이다. 

그는 공작부인에게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녀를 향해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세한 것이다. 이 순간 그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부인에 대한 감정은 숭배에 가까운 것이었으므로 사랑이란 말은 옳지 않은 것이다. 그는 부인에 대항 사랑이란 단어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햐면 사람들이 사랑이라 부르는 이 정열은 그에게는 낯선 것이니까. 지금 그는 고귀하고 너그러운 감정이 솟아오르는 가운데 더 없는 행복을 느꼈다. (230쪽)

이런 파브리스의 성격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된 부분이 더 있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면 그 주위를 수없이 맴돌기만 할 뿐, 그 문제를 뛰어넘을 줄은 몰랐다. 그는 아직도 너무 젊었던 것이다. 한가할 때면 그의 마음은 상상력이 언제라도 꾸며내 주는 소설적인 상황에 빠져들어 그 감각을 맛보는 데 정신 없이 몰두하곤 했다. 사물의 실제적인 특성을, 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성찰하는 일에 시간을 쓰는 적은 없었다. (232쪽)

이후로 소설의 주 갈등 요소를 제공하는 사건으로, 파브리스와 떠돌이 극단의 여배우 마리에타의 연애 사건이 등장한다. 마리에타에게는 이미 정부 (情夫)가 있었고 파브리스에게 시비를 거는 정부와 싸움이 붙은 끝에 그만 그를 죽이게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감옥게 갇히게 된 파브리스는 와중에 감옥이 있는 성채 사령관의 딸인 클렐리아와 사랑에 빠지고, 파브리스를 감옥에서 빼내기위한 고모인 공작부인의 온갖 노력으로 가까스로 탈출하지만 파브리스의 마음은 클렐리아에게서 떠나질 않는다. 

이후 클렐리아는 결국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고 절망한 파브리스는 파르마의 란드리아니 대주교의 수석 보좌주교를 거쳐 부주교의 지위에까지 오르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고 오로지 클렐리아 생각 뿐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그동안 철없는 젊은이가 중심이 되어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랑 타령 이야기라 생각하며 가볍게 읽어오던 것을 홱 돌려놓을 만큼 급격하고 불행하게 맺는다. 제목이 파르마의 수도원인 것은 파브리스가 마지막으로 은둔에 가까운 생활로 정착하게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1, 2권에 걸친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소수의 행복한 사람들에게 바친다.

To the happy few


행복은 소수에게만 있다는 이 말이 오늘 따라 더 쓸쓸하게 마음에 닿는다. 

파르마의 수도원이 출판된 후 발자크는 이 작품에 찬사를 보내는 평문을 쓰기도 했다. 이 작품을 출간하고 3년 후 스탕달은 뇌졸중 발작으로 쓰러져 다음 날 새벽에 사망하였다. 그의 나이 59세. 

소설 구성이 다소 산만하고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더라는 의견들에 충분히 공감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말이 이렇게 될 것이라면 살아있는 동안의 크고 작은 일들은 그저 꿈 같기도 하고 행복을 쫒는 놀이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나 저나 행복이란 현실보다 꿈에 가까운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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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 고독한 방구석 피아니스트들을 위하여
임승수 지음 / 낮은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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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나 전공으로 하지 않으면서 취미로 즐겨 하는 사람을 아마추어라고 한다. 그게 예술 분야일때는 딜레당뜨 (dilettante) 라는 말도 있다. 아마추어나 딜레당뜨라고 하면 기술적인 숙련도나 깊이는 프로에 못미친다는 의미가 우선 떠오르지만, 그래서 더 부담없이 맘껏 즐길 수 있는게 아마추어의 특권이지 않을까.

자기 전공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것도 가치 있고 존경스러운 일이지만, 자기 전공 아닌 분야에서, 즉 돈 되는 일도 아니면서 오랜 세월 진심인 사람은 멋진 사람이다. 이 책 저자 처럼 말이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좋아해서 레슨을 받고 있었지만 분야의 특성상 일찍 진로를 결정하고 진학을 해야하는 기로에서 뒤로 물러서고만다. 끓는 점인 100도 까지 오르지 못하고 99도에서 훅 꺾였다고 저자가 썼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피아노에 대한 열정은 계속 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레슨을 받고 좋은 피아노를 찾아 다니며 쳐보고 사이버대학교 피아노과를 알아보고, 30평대 아파트에 중고 그랜드 피아노를 들여놓고, 시간이 날때마다 피아노를 친다. 





그가 연습하는 곡 중에는 악마에게 혼이라도 팔아서 잘 치고 싶다는 곡도 있고 (바흐의 부조니 샤콘느), 연습이 제대로 안풀려 답답할때 치면 위로가 되어주는 진정제 같은 곡도 있으며 (브람스의 인터메조),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아낌없이 주는 곡도 있다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 




저자의 부인 ('기울어진 미술관'을 쓴 이유리 작가)이 책을 내고서 출판 기념회를 겸하여 저자의 미니 연주회를 마련, 그 유명한 스타인웨이 앤 존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은 그가 책에서 넌지시 알려준 그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서 보게 되었다. 슈베르트의 즉흥환상곡을 정확한 터치로 흐트러짐없이 (정신 안차리고 치면 흐트러지기 쉬운 곡인 것을 아는 입장에서) 쳐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참 좋은 세상인 것이, 그가 책 속에서 소개하고 언급했던 곡들이 내가 따로 찾아볼 필요도 없이 책 뒤에 바로 QR코드로 실려 있다. 






스마트폰의 QR코드 리더를 갖다 대면 바로 이 곡의 동영상 연주 페이지로 연결되어 들을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나오기도 전, 훨씬 오래 전부터 역시 피아노에 몹시도 진심인 한 방송국 PD가 팝 캐스트를 통해 자신의 피아노 사랑을 얘기하고 자신의 연주도 올리더니 (나도 구독자였다) 다음과 같은 책도 냈었다. 




--> [알라딘서재]모든 아마추어들이여, 부러워하라 (aladin.co.kr)  (그때 올린 리뷰)


프로만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프로가 되는 순간, 그 일의 완성도에 신경을 써야 하고 실수가 생기지 않기 위해 집중해야 하며, 온전한 마음으로 즐기는 순간으로 되돌아가지는 못하리라. 

아마추어로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주워섬기고 있는 나도 역시 피아노에 관해서 아마추어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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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23-07-2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평대 집에 중고 그랜드피아노라니...대단하네요.
악마에게 혼이라도 판다.
그 열정도 부러워요. 음..
요즘은 뭔가 하고 싶은게 없어요.

hnine 2023-07-22 21:06   좋아요 0 | URL
세실님, 우리 나이쯤 되면 일부러 찾아보거나 만들지 않는 한, 뭔가 하고 싶은게 많은 시기는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리고 예전에 써놓은 글이나 일기장을 들춰보면 분명히 생각나는게 있으실걸요.
일에 너무 치여서 몸과 마음의 여력이 없으셔서 그러실지도 모르고요.

icaru 2023-07-27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 피아노 아마추어와 전문가 사이 어드메쯤인 거 저 잘 알잖아요!
쇼팽의 야상곡 중에서 한 곡을 연주하여 올리신 유튜브 영상 보고 놀라서 넘어갔잖아요!
ㅎㅎㅎㅎ 여전하시죠?

저 또한 요즘엔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읽고 싶은 것도 없는 상태인데, 히사이시 조와 류이치 사카모토의 에세이를 충동적으로 구매한 것을 보면, 마음이 음악 언저리에 가 있기는 한 것도 같고 그래용 ㅎㅎ

icaru 2023-07-27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재작년엔가 백건우가 연주하는 슈만을 주제로 한 피아노 독주회에 갔다가 엄청난 감화를 받고 왔던 기억이 있어요,
노익장의 무르익은 연주란 이런 것이다. 했어요. 듣고 있는데, 순식간에 내 얼굴은 눈물 콧물 범벅.시간 맞춰서 간 공연이라 미처 프로그램북을 챙기지 못했다가 인터미션에 나와서 줄서서 구매하고, 원래 그런 사람 아닌데,,,프로그램북도 얼마나 만듦새가 좋다며 감탄감탄하고요 ㅎㅎㅎ 그 이후로 저는 슈만의 환타지 c장조 작품번호 17에 3악장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어요! ㅎㅎ;; 나인 님 서재에서 사연을 풀어내는 저는 또 왜 이러는 것인지 ㅎㅎ

hnine 2023-07-28 18:56   좋아요 0 | URL
아이쿠, 창피해라. 지금 다시 유튜브 들어가보니 제가 듣기에도 아니다 싶었는지 그 곡은 내리고 없네요 ㅋㅋ. 남아있는 몇 곡들도 별 차이 없지만요.
피아노는 저에겐 대나무숲 같은 것이라서 위로나 위안이 필요할때 마다 피아노를 뚱땅거렸더니 아파트에서 민원이 들어왔어요 ㅠㅠ 그런데 지금은 민원을 넣었다는 그 분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사일런트 피아노를 지르고 말았으니까요. 지금은 아무때나 마음 놓고 피아노를 칠 수 있어요.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지금처럼 조성진 임윤찬 선우예권 없던 시절에 피아니스트의 대명사 같은 분이었지요. 그 온화한 얼굴 하며 격정을 다 소화시켜 풀어내는 명상같은 음악.
얼마전엔 손민수 피아니스트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연주 보러 통영까지다녀왔답니다. 제가 사는 대전에서도 통영은 먼 거리인데 무리를 했지요. 저도 눈물 콧물 범벅 하면서 숨 죽여가며 보았답니다.
icaru님 ,저 좀 말려주세요. 댓글에 답글 다는 핑계로 저야말로 수다가 길어지고 있네요.
위에 피아노홀릭 쓴 김영욱 pd야 말로 피아노 실력이 전문가 수준이어요. 말은 또 얼마나 재미있게 잘 하는지. 시간 되실때 한번 들어가보세요.https://youtu.be/CBWRLTpCjJI


icaru 2023-07-2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민수라면 윤찬 군의 스승님 역시 그 제자의 그 스승님이시네요!! 김영욱 피디 링크해 주신 것 꾹!!! 눌러 들어가보겠습니다~

보물선 2023-07-3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취향 공동체시군요! 반가워요~~~

hnine 2023-08-01 00:0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
 







밥 할때 넣으려고 며칠 전 장에서 사온 얼룩이 강낭콩 (호랑이 강낭콩) 봉지를 열어보니 비닐 봉지 속에서 두 녀석이 벌써 싹을 티우고 있었다.

'기왕 싹을 티우고 있는데 한번 키워볼까?'


젖은 수건 위에 싹트기 시작한 콩 두개를 올려 놓고, 

비교를 위해 싹트지 않은 콩도 두개 골라 나란히 올려놓았다.


정말 하루 사이에 쑥쑥 크는게 보였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싹트지 않은 상태에서 키우기 시작한 콩도 싹을 티우고 자라기 시작했다.


'이제 흙으로 옮겨주어야겠지?'


빈 화분이 있어 흙을 담고 버팀대도 미리 마련해두고서

수건에서 콩을 옮기려고 들어올리는 순간,

콩의 잔뿌리들이 수건과 딱 붙어 안떨어지려고 하는 것이다.

그새 이 둘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어 버린 것. 생존을 위해.


달리 방법이 없어 뿌리 일부는 잘라져 가며 분리시켜 흙으로 옮겨주는 수 밖에 없었다.










싹이 나있지 않은 상태에서 키우기 시작한 콩들도 많이 자라있었지만 지금은 흙에 묻혀서 안보인다. 









이쯤 되니

'아, 그 책!' 하고 생각나는 책이 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 중 하나.






리네아가 할아버지와 함께 강낭콩을 심어 키우는 페이지를 찾아서 다시 보았다.











'이 책 정말 잘 만들었단 말이야.'

콩들 끼리 올림픽 시합을 시켜보고 어떤 콩이 빨리 자라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왜 일등과 꼴찌의 차이가 생겼는제 생각해보는 대목이다. 그런게 과학이 아닐까?





























이건 우리 집 한구석에서 다른 방식으로 자라고 있는 루꼴라이다.

전기를 꽂아주면 LED 조명이 14시간 간격으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자란 것들을 뜯어서 먹어보았는데 사먹는 루꼴라와 맛의 차이가 없다.







지난 주 가까운 곳에서 수국 정원 축제가 있다기에 산책 삼아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축제 행사를 위해 대량 동원된 꽃에서는 큰 감동을 못느끼겠다.





한때 산책 삼아 자주 가던 연못인데 이맘때쯤 수련이 피지 않았을까 해서 가보았더니 역시, 하얀 수련이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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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7-0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이 원래 저렇게나 큼직, 탐스러운 꽃이군요!
상자에 담겨 배송되어 온 꽃으로만, 최근 만났더니 야생의 거대함을 잊을 뻔했어요

이렇게 활기 넘치는 초록 사진 많이 올려주셨는데
제눈에는 스캇 펫의 <거짓의 사람들>이 확들어오네요. 워낙 충격 받으며 읽었던지라^^

hnine 2023-07-10 02:59   좋아요 0 | URL
수국 꽃이 크고 탐스럽고, 색도 흰색에서 분홍, 파랑, 보라에 까지 다 예쁘지요.
얄라님, 저도 오래전에 읽었는데도 <거짓의 사람들> 충격이 지금도 기억나요. <그럼에도 아직고 가야할 길>도 내쳐 읽어야했어요.

다락방 2023-07-09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루꼴라는 저렇게 키워야 하는 식물인가요? 저도 어제 오후에 검은콩 네 알 수확했습니다. 더이상 할 수 없게 식물이 죽어버려서 다 뽑아버렸지만.. 저는 요즘 바질 크는 재미에 삽니다. 후훗.

hnine 2023-07-10 03:04   좋아요 0 | URL
루꼴라가 꼭 저렇게 키워야 하는 식물인건 아니고요, 요즘 저렇게 미니 실험실처럼 식물 키우는 키트를 팔더라고요. 루꼴라, 메리골드, 비타민 (식물이름) 등이 출시되어 나와있는 것 같은데, 저도 제가 직접 구입한 건 아니고 누가 키워보라고 주기에 시작해보았어요.
검은 콩 수확하셨군요 ^^ 바질 같은 허브를 외국에서는 아예 작은 화분째 구입해서 부엌 한켠에 두고 키워가면서 먹어가면서, 그러더라고요. 식물 일단 키우기 시작하면 아침이 눈 뜨면 하는 일 중 하나가 얼마나 자랐나 들여다보는 것이지요.

페크pek0501 2023-07-1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화초에 빠져 지내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의 시간들을 떠올리게 되네요.
화초가 자라 작은 화분에서 큰 화분으로 옮겨 주곤 했고 좋은 흙을 사서 넣어 주곤 했어요.
그땐 그게 참 재밌더라고요. 길을 가다가도 화초만 보여 화초 가게가 보이면 꼭 들어가 보곤 했어요.
예쁘다 싶은 건 사오고 말이죠. 식물에 관한 책을 보고 공부도 했답니다. 신기한 게 많았어요.^^

hnine 2023-07-10 22:23   좋아요 1 | URL
페크님께 많이 배워야겠네요. 저희 친정 아버지께서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하셔서 저 어려서부터 집에 늘 식물들이 많았는데 저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가니까 식물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잘 키우는 편은 못되서 죽이는게 많답니다.

icaru 2023-07-1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트잇의 글씨 왤케 예쁜가요@@!
산책 삼아 갈 수 있는 곳에 저렇게 시원하고 소담한 수련이!!
좋은 곳에 사시네요~~

hnine 2023-07-12 18:01   좋아요 1 | URL
예쁜가요? (좋아서 짱구처럼 춤추고 있는거 보이시나요? ^^) 오래되서 포스트잇 색깔이 바랬네요.
집 근처에 작은 대학교가 하나 있어요. 그 학교 캠퍼스에 있는 연못이랍니다.
좀 있으면 수련이 더 많이 핀답니다.
 
적과 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5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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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적과 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스탕달 자신은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여러 의견들이 분분한 가운데 , 즉 붉은 색은 복장 색깔로서 군인계급을, 은 성직, 사제직을 상징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의견이다. 스탕달이 이 작품을 쓸 당시 프랑스는 평민이 신분을 상승시켜 출세할 수 있는 두개의 주요 루트가 군인 계급과 성직이었다.


1783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태어난 스탕달의 본명은 앙리 벨. 스탕달은 그의 필명이다. 어려서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어둡고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파리로 갔다가 우여 곡절 끝에 나폴레옹이 지휘하는 군대의 소위로 임관받고 이탈리아 원정에 참관한다.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그의 지위도 소용없게 되었으나 이탈리아를 좋아했던 스탕달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체류하며 크고 작은 관료직에 종사하며 경제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으나 풍족하지는 못했다. 몇 명의 여성들과 연애 사건도 겪지만 실연과 정치적 이유로 밀라노를 떠나게 되고 프랑스로 돌아와 작품들을 출판한다. 적과 흑은 1830년 그의 나이 47세때 파리에서 발표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프랑스 베리에르라는 소도시에서 목수일을 하는 아버지를 둔 아들 쥘리엥 소렐. 

변변치 않은 신분, 가족들과 원만치 않은 관계 등으로 쥘리엥은 구차한 상황을 탈피하여 출세해볼 목적으로 베리에르 시의 시장인 드 레날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쥘리엥이 자기보다 어린 나이에도 박식해보이지만 넉넉치 못한 가정 형편인 것을 알게 되고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 드 레날 시장 부인의 마음을 알게 된 쥘리엥은 곧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다른 가족들 몰래 만남을 갖는다. 매력적인 청년 쥘리엥에게 마음이 있던 이집 하녀 엘리자는 쥘리엥에게 프로포즈를 하지만 드 레날 부인과 좋아하는 쥘리엥은 하녀 엘리자의 청을 거절한다. 이에 대한 복수심으로 엘리자는 드 레날 부인과 쥘리엥과의 사이를 주위에 폭로하고 쥘리엥은 그 집에서 쫓겨나 브장송이라는 곳의 신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다행히 쥘리엥은 신학교에서 실력을 인정 받지만 수입을 좀 더 챙겨볼 요량으로 파리의 대귀족인 드 라 몰 후작의 비서로 일해주기로 하는데, 여기서 그는 또 드 라 몰 후작의 딸 마틸드와 눈이 맞는다. 드 레날 부인과 달리 거만하고 일상이 권태롭기만 했던 마틸드의 눈에 쥘리엥은 어딘가 달라보여 마음을 끌게 한다. 쥘리엥은 서슴없이 접근해오는 마틸드와 밀고 당기고를 반복하며 비밀스런 연애를 벌이다가 마틸드를 임신시키게 되고, 딸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후작은 어쩔 수 없이 둘의 결혼을 허락하는데, 여기서 쥘리엥의 과거는 또 그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데.


계급과 신분의 굴레가 팽배했던 사회에서, 출세가 인생의 목적이었던, 야심찼지만 동시에 심약하기도 했던 청년 쥘리엥과, 부르조아 신분의 여유가 넘쳐 권태 속 일상을 보내고 있던 마틸드는 그 당시 프랑스 사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소설이 배경이 되었던 사건이 있었는데 1827년의 일명 '베르테 사건'이다. 법정 신문에 상세하게 게재되기도 했던 이 사건은 베르테라는 청년이 가정 교사로 들어간 집의 부인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의심받게 되자 억울하다고 생각한 베르테는 앙심을 품어 살해를 시도하여 결국 사형 선고를 받아 처형된 사건이다. 이런 것을 보면 스탕달의 이 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이 단지 그가 지어낸 한 청년의 연애 사건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연애 소설이라고 보기엔 스토리가 너무 뻔하다. 상류 계급 여자와 하류 계급 출신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애증과 복수가 얽혀 비극으로 마치는 얘기가 참신하다고 볼수는 없으니까. 작품 속 쥘리엥이 나폴레옹을 지지하는 입장을 나타내듯이 스탕달 자신이 실제로 나폴레옹 군대에 지원했던 경험이 있고, 수년간 이탈리아와 파리를 오가며 사회에 팽배해있는 신분과 계급의 격차, 출세의 장벽 등을 실감하며 고발하고 싶은 것들을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그 나름의 폭로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출세를 지향하는 쥘리엥의 처지 뿐 아니라 쥘리엥을 사랑했던 여자들이 속한 두 가문을 통해서, 사랑에 임하는 그 여자들의 심리 묘사를 통해서, 귀족 신분을 가진 사람들의 그 알맹이는 없고 허세와 권태만 있는 생활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순서를 다 기억못할 정도로 혁명에 혁명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던 프랑스 혁명 시대, 극과 극의 체제 변화를 겪으며 불안한 가운데 개인의 성공과 안위를 모색해야했던 시대상이 잘 찾아보면 보이는 것도 같다.


스탕달 하면 이 '적과 흑', 그리고 '파르마의 수도원'을 대표작으로 꼽는다.

파르마의 수도원이 마침 집에 있으니 다음 번 읽을 책으로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 Rothko, Right red over bla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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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23-06-2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아! 적과 흑이지! ㅋㅋ
알은체를 하고 갑니다!!

뭇사람들에겐 읽지 않았지만 읽은 것만 같은 고전들을 묵묵히 읽어내시는 저력!! 존경스러워요!!

hnine 2023-06-22 23:51   좋아요 0 | URL
icaru님처럼 알아봐주시는 분이 계셔서 좋습니다 !
연관짓기 좋아하는게 제 취미라서 ^^
읽고 싶은 신간들도 많지만 고전 중에서 책을 골라들땐 ‘이 책 괜찮을까?‘ 갈등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솔직히 적과 흑은 제게 책장이 빨리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지만 내친김에 스탕달의 대표작 양대산맥인 파르마의 수도원, 그것도 두권 짜리인데 읽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이고요.
 
하루 10분 명문 낭독 영어 스피킹 100 - 조이스 박이 엄선한 삶의 문장들, 개정판
조이스 박 지음 / 로그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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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머리글에서 이 책의 용도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읽고 들은 다음 입을 열어 따라해보고 핵심 메시지를 영어문장으로 말해보는 구조를 매 꼭지마다 만들어 놓았습니다. 책의 구성은 그렇게 10분씩 눈으로 읽고 한 문장씩 듣고 따라하고 전체 문단을 듣고 따라하고 응용 메시지를 영어로 말해보는 4단계를 따라가면 됩니다."


처음 구입해서 일단 어떤 명문들이 올라와있나 쭉 훑어 보았다. 말 그대로 유명인사들이다. 대부분 미국의 작가, 정치가, 배우, 가수 등 들으면 알 만한 사람들이고 대학 졸업식에서의 연설문, 저서 중 일부 발췌문, 인터뷰 중 발췌문 등으로 되어 있다. 100개의 꼭지로 되어 있는데 한 꼭지가 1두세 페이지 정도로 되어 있어 10분 정도 분량이라는 말에 부합하게 그리 길지 않다. 

요즘은 책의 페이지 위에 큐알코드가 인쇄되어 있어 그 페이지의 내용을 바로 듣기 모드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는 책들도 많은데 이 책은 그렇게 되어 있지는 않고 MP3음원을 들으라고 되어 있는데 youtube에서도 검색이 되어 나는 주로 youtube를 통해 들어보았다. 이 책은 믈론 오디오북으로도 판매되고 있으나 내가 구입한 것은 오직 종이책뿐이므로.


그렇게 착실하게 저자님 말씀하신대로 읽고 듣고 하면서 반 정도 왔을때 손에서 놓고 한참이 지났다. 다시 시작하려니 youtube 찾아 듣고 읽고 하자니 귀찮고 끝까지 보긴 봐야겠고 해서 말하기와 듣기 연습이라는 저자님의 말씀을 안듣고 따라쓰면서라도 끝까지 다 읽자고 방향을 전환해서 아무튼 끝까지 다 가긴 갔다.














저자의 의도대로 이용하진 못했으나 따라 써보는 동안 책의 내용을 더 확인하고 의미를 새길 수 있었다는 장점은 취득한 셈이다. 일부러 시간을 낸다기 보다는 짜투리 시간에, 다른 어떤 무거운 책 읽고 있던 도중 읽는데 집중이 잘 안될때, 잠시 이런 책 꺼내어 따라써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The most difficult thing is the decision to act, the rest is merely tenacity. The fears are paper tigers. You can do anything you deceide to do. You can act to change and control your life: and the procedure, the process is its own reward.


가장 어려운 일은 행동하겠다는 결정이다. 나머지는 그저 집요함일 뿐이다. 공포는 종이호랑이다. 하기로 결정한 일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삶을 바꾸고 통제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절차, 그 과정이 그 자체로 보상이 된다. 

아멜리아 에어하트 (Amelia Earhart)라는, 미국의 여성 파일럿이자 작가의 말이다. 


각 꼭지의 문장들이 그리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말대로 좋은 메시지를 지닌 내용들이 많으며 100개 구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책도 그리 두껍지 않다. 부담없이 한번 보기에 적당할 것 같다.

문제는 이런 류의 책이 너무나 많다는 것. 그래도 나처럼 이렇게 구입해서 보는 사람이 여전히 있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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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3-06-18 0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hnine님, 핸드롸이팅이 정말 좋네요 ^^ 깜짝 놀랐어요!!

hnine 2023-06-18 04:24   좋아요 1 | URL
제 연식이 나오는데, 저 중학교 들어갈때는 영어 처음 배울때 인쇄체 대문자 소문자, 필기체 대문자 소문자, 이렇게 배우기 시작했답니다. 연습노트 같은 것도 팔았고요.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

Jeremy 2023-07-22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cursive 예술!

hnine 2023-07-22 16:10   좋아요 0 | URL
심심하니까 별걸 다 해봅니다 ㅋㅋ
예술이라고까지 칭찬해주시니 감사해요. 사실 글자를 쓰고 있는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모르는 느낌으로 페이지 채워나갈때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