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눈에 안보이는 사랑

그것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생각할때면

나는 언제나

박형진 시인의 시 <사랑>

그 시 속에서 답을 찾아왔다.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길을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있음의 제 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저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사랑에 대해 얘기할때

저 시 이상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새벽

그에 버금하는 또 다른 시 한편을 만났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 베르톨트 브레히트 -




정신 차리고 길을 걷게 하는 것

정신 차리고 계속 살아갈 힘을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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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22-11-10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떨어지는 낙엽에라도 다칠세라 몸조심해라.‘ 퇴직 앞둔 공무원들이 하는 말이에요. 순전히 졔몸사리는 이기적인 생각이지요. 근데 저 말이 굉장히 의미심장 하게 다가와요. 아차하면 한순간에 날아가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거든요.
그냥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hnine 2022-11-10 21:50   좋아요 0 | URL
아차하면 한순간에 날아갈수 있다... 글로 읽어도 바짝 긴장이 되는걸요. 직접 그 상황을 지나고 있는 당사자라면 더 그렇겠지요.
긴장 풀고 대충 살자 하고 있다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그 한마디, 누군가에게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자각에 정신 차리고 살게 되는 그런 사랑. 이런 힘을 주는 사랑이라면 절대 놓치면 안될것 같아요.

호우 2022-11-10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 차리고 계속 걷는 것, 계속 살아가는 것. 이 마음이 사랑이로군요. 그저 버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랑이었다니. 마음이 조금 따뜻해집니다. 박형진 시인의 시도 좋군요. 시인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른 거 같습니다.

hnine 2022-11-10 21:52   좋아요 1 | URL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모든 경우 그렇지는 않겠지요. 때로 파괴적이고 무책임한 사랑도 있으니까요.
박형진 시인의 시, 좋지요? 사랑 그 이상의, 물아의 세계를 말하고 있다는 생각에 제가 참 좋아하는 시랍니다.
 
60, 외국어 하기 딱 좋은 나이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양지연 옮김 / 사계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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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명이 늘어나 100세 수명 운운하는 때에 살면서, 60세에 무엇을 새로 시작하는 것을 유별나게 볼 일은 아니다. 나이를 핑계 삼아 새로 배우기에 너무 늦었다는 말도 섣불리 하지 말아야 한다. 나이보다는 의지력의 문제이고 용기가 부족한 것을 나이를 앞세워 핑계삼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나이 든 할머니가 60세에 외국어를 공부하는 분투기 쯤으로 보고, 노년을 저렇게 생기 발랄하게 보낼 수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보면 오산일수 있다. 이분은 와세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와세다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일본어를 영어로 번역한 여러 권의 번역서를 낸 바 있는 전문번역인이기도 하다. 미국 문학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어 속에 침투해있는 스페인어의 흔적을 무시할 수 없었고 다양한 언어를 해 보고 싶다는 순수 동기도 작용하여 우선은 일본 자국내에서 NHK 라디오 어학강좌로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자꾸 미루게 되고 진척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7년부터 스페인어가 쓰이고 있는 현장을 답사해보고 싶은 마음에 멕시코, 쿠바 등을 여행하기 시작했으며, 2010년에는 드디어 멕시코에서 열 달 머무를 기회가 생겼는데, 어학 연수와 홈스테이를 함께 할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고 일년도 아니고 일주일 단위로 등록할 수 있는 편리성이 있다는 것에 이끌려 마침내 스페인어가 사용되고 있는 나라에서 스페인어 배우기를 시작하게 된다. 멕시코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과달라하라 (Guadalajara) 에서였다. 30대인 1980년대 중반에 스페인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이후로 30년 후 나이 60세때 일이다. 

이 책은 어렵게 쓰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신변잡기나 여행기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학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답게 미국 영어에 스페인어가 많이 들어와 쓰이고 있게 된 배경, 그러자니 미국과 스페인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해놓았고 멕시코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페인어와 스페인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페인어가 어떻게 다른지, 왜 다르게 되었는지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놓았다. 역시 한 나라의 언어는 역사이고 문화이고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진지하게 스페인어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으나 관광차 왔다가 머무는 동안 스페인어도 한번 배워볼까 하여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 그래서 수업 기간도 1주일 단위로 적용하는 학원이 많은 것이다. 형편에 맞는 기간 만큼 배우고 가면 되고, 원하면 나중에 또 와서 연계해서 더 배울 수도 있다. 이건 일종의 관광상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어라고 하니까 우리는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먼저 떠올리지만 전세계에서 스페인어 사용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1위는 멕시코, 2위가 미국, 3위가 스페인이라고 한다. 스페인어는 스페인 이외의 국가에서, 즉 미국과 중남미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는 것이다 (참고로 4위는 콜롬비아). 

멕시코의 국경일로 독립기념일이 있는데, 어디로부터의 독립일까? 바로 스페인이다. 2만년에 걸친 멕시코 역사의 대부분은 과거 아시아 대륙에서 건너온 사람들, 즉 인디오의 역사이고 이들은 마야, 아즈텍 이라는 고도의 문명까지 발전시켰던 민족이다. 1521년 스페인이 아즈텍제국을 정복하면서 토착민 세계는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다. 그러다가 1821년에 스페인에서 독립하였지만 과거 인디오들이 다시 멕시코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현재, 멕시코 국민의 80%가 인디오와 스페인인의 혼혈이라고 한다.

멕시코의 스페인어가 스페인의 스페인어보다 문법적으로 조금 더 단순화되어 있다는 것은 나도 스페인어 공부를 어줍잖게 나마 해오면서 알고 있던 것이다. 나야말로 아무 특별한 목적없이 어느 날 스마트폰에 앱 하나 다운 받고 혼자서 스페인어를 연습해온지 1년이 좀 넘었다. 아마 이 책도 그래서 더 눈에 들어왔는지 모른다.

저자가 멕시코에서 홈스테이하던 집 주인에게 나처럼 나이 많은 학생을 받은 건 처음 아니냐고 묻자, 이전에 80살 노부부가 온 적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직 50대인 나는 배우고 싶은 것만 있으면 된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고, 떠나지 못하게 발목 잡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사서 걱정을 하자면, 배우고 싶은 것이 없어질까봐, 그것이다. 그건 시간 없어서, 돈 없어서 못 배우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일테니까.










제목 Cielito Lindo. 예쁜 연인이라는 뜻.
스페인어를 몰라도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멕시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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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22-11-09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테말라의 안티구아는 여행자들이 일정기간 머무르면서 스페인어를 배우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저도 찍어둔 곳인데 언제 갈런지요. 다리도 아파오는데...

hnine 2022-11-09 19:35   좋아요 0 | URL
어학연수가 마치 관광상품처럼 되어 있다는 인상이 드네요. 나쁘지 않죠.
nama님도 배우고 싶은게 많으실 것 같아요. 절반 정도 계획도 가지고 계시고요.
말씀하신대로 제일 문제가 될 것은 건강일텐데, 꾸준히 관리하고, 필요하면 치료받고, 그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scott 2022-11-0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재밌을것 같네요
전 브라질 포루투갈어로 배웠는데 리스본에 가니 독일어처럼 들렸어요
스페인어는 정통으로 배워서 칠레 아르헨티나에서 쓰이는 어휘나 어법이 달라서 놀랬습니다
언어는 현지에서 부딪치면서 배우는게 가장좋지만 요즘은 팟캐스트 어학공부 틈틈이 해도
좋죠 ^^

hnine 2022-11-09 19:38   좋아요 0 | URL
제목이 좀 장난스럽다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는 학구열도 높고 연수 프로그램이 어떠하든 본인은 제대로 잘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분이었어요. 완벽주의 기질도 있어보이고요.
스페인의 스페인어보다 멕시코의 스페인어가 16% 더 저렴하다는 (더 쉽다는) 말이 본문 중에 나오더군요. 멕시코에서 배우길 잘 했다면서요.
요즘은 말씀하신 팟캐스트도 있고 앱이 좋은게 많아서 심지어 제가 제대로 발음을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체크해주더라고요.
 
볕뉘의 시간을 너에게 웅진 당신의 그림책 6
마르틴 스마타나 지음, 정회성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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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꼭 잘 그려야 그림책을 만들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 같아서 일부러 구입해서 보았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긴장과 우울 속에 자유를 저당 잡히며 몇 년을 버텨내는 동안 누군가는 그 속에서도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모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생각을 한다. 지어낸 희망이 아니라 지구상의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모으고, 그 내용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꾸몄다. 그런데 붓이나 펜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다.






















 


털실, 헌 옷 조각, 단추, 골판지, 솜, 지푸라기, 펠트지 같은 폐품을 이용하여 오리고 붙여서, 그림을 '만들었다'. 

사진 상으로는 잘 안 나타나는지 모르지만 책의 큰 그림으로 보면 재료의 질감이 바로 느껴져 마치 손으로 만지면 어떤 부분은 폭신폭신할것 같고 어떤 부분은 거칠거칠 할 것만 같다. 


이렇게 책을 만든 저자의 이름은 마르틴 스마타나. 슬로바키아 사람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이면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의 원제는 A Year of Good News. 평범한 제목이다. 오히려 우리말 제목이 더 눈에 띈다. 제목의 '볕뉘'란, 작은 틈을 통하여 잠깐 비치는 햇볕이란 뜻. 

책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QR코드를 이용하면 이 책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볼 수 있다고 작가 설명이 있기에 들어가봤더니 웃고 있는 작가의 얼굴, 그리고 이 책의52가지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인터뷰, 혹은 영상들이 일련번호를 붙여 수록되어 있었다. 


좋은 소식은 나쁜 소식에 가려 잘 들리지 않기 마련이지만, 사실 세상에는 마음을 따듯하게 덥히는 이야기가 아주 많아요.

작가의 말대로 좋은 소식들이 드문 것이 아니라 나쁜 소식에 가려서 잘 들리지 않는 것뿐이라면 좋겠다.

그림에 자신이 없더라도 이렇게 꼴라쥬 기법을 이용하여 더 독특한 그림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게 하는 또 하나의 Good news가 되어주지 않는가? 작가는 이래 저래 기쁜 소식을 전달하는 사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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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8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0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0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0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11-08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이쁘고, 그림들도 이쁘네요.^^
이런 형태의 그림책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그림책 작가의 창의성은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종종 듭니다.
재료들만 가지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니~~^^

hnine 2022-11-08 13:53   좋아요 2 | URL
이상하게 나이 들면서 그림책의 매력을 더 발견해나가는 것 같아요. 글만 있는 책보다 아무래도 더 전달력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글보다 더 자신 없는게 그림이라 그냥 꿈으로 생각했는데, 이런 그림책은 그림을 못그린다는 핑계도 통하지 않으니...^^
우리는 창작의 세계에 대해 너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2-11-08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꼴라쥬 사랑스럽네요.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이 계절에 잘 어울립니다. 볕뉘의 시간을 너에게 ~ 아휴 제목도 난로 같아요.

hnine 2022-11-08 13:55   좋아요 2 | URL
맞아요.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 딱 그거예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소식들이, 볕뉘의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네요.
직접 가지않고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식들을 다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은 SNS 의 위력이겠지요.
꼴라쥬도 얼마나 사랑스럽게 만들었는지, 소장하고 싶어서 구입했답니다.

바람돌이 2022-11-08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꼴라쥬 작품 만드는거 왠만한 감각으로는 힘들듯요. 주변에 저런 물건이 널려 있다고 다 만들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
따뜻한 느낌의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네요.

hnine 2022-11-09 04:20   좋아요 2 | URL
기술 대신 감각! 일단 저는 솔깃했거든요 ^^
요즘 어두운 소식들 속에 파묻혀 살다보니 저런 따뜻하고 사랑스런 그림책에 더 마음이 가나봅니다.
저자가 만든 ˝연˝이라는 영화도 한번 보고 싶어요.
 
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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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읽었던 책을 7년만에 다시 읽었다. (이전 리뷰 https://blog.aladin.co.kr/hnine/7870254)

저자 강상중은 1950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 도쿄대학 대학원 교수로 재직 당시에 이 책을 썼으며 이미 전작 <고민하는 힘>으로 일본은 물론 우리 나라에까지 이름을 알린 후였다. 

"왜 태어난 것인가?" 라고 물으며 번민과 고민을 거듭하던 저자의 아들이 세상을 떠나는 참변을 당하고, 바로 이어 일본의 3.11 대지진을 겪으며 그 자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묻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다. 진지하고 진실되게 살고 싶어한 사람이다. 그는 과연 어디에서 답을 찾는가.

7년만에 다시 읽는 책은 처음 읽을 때와 사뭇 달랐다. 이 다름이 신선하다. 처음 읽을 때보다 훨신 공감도가 높아진 듯, 이해가 잘 되었다.

사고와 행동의 제약은 지금보다 더 컸을지라도 신의 섭리 속에서 살던 때 인간은 더 행복하고 안전했다. 덜 고민했고 덜 불안했다. 근대에 이르러 신의 자리에 과학이 들어오고 개인의 자유 추구 의지가 생겨남에 따라 인간의 고뇌는 깊어졌고 의문이 많아졌으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되었다. 새로운 특권이 역으로 구속의 도구가 되어 시도 때도 없이 인간의 삶을 짓누르게 되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들어갈 수도, 돌아설 수도 없는 문 아래 서다" (60쪽)


저자는 이러한 인간 유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호모 파티엔스)" 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렀다. 고통이나 괴로움을 어물어물 격려나 위로로 잊게 해주는 발명된 행복방정식이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근대 이래 가장 본질적인 인간의 존재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기 실현이라는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인간, 지금의 자기가 아닌 진짜 자기를 찾는데 몰두하는 인간은 2012년 당시 100만명의 우울증 환자와 연간 3만명의 자살자라는 통계 수치를 남겼다. 이런 말기적 현상을 낳을 정도로 자아 실현에 과몰입되는데 일조한 요인으로 저자는 두가지를 들었다.

첫째,글로벌 자본주의 안에서 인간은 모두 대체 가능하고 교체 가능한 균질한 '상품'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과,

둘째, '진짜 자기를 찾아라' 라는 담론이 마치 구호처럼 흘러 넘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자기를 찾아라 라고 외치며 우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로 인용하고 있는 세 사람이 있는데 일본의 소설가 나스메 소세키, 독일의사회학자 막스 베버, 미국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이다. 이들은 고민의 선구자격이었던 사람들이다. 


옛날에는 주술이나 종교가 고민거리를 해소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어쩌면 철학에 그것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그에 필적하는 역할이 기대되고 있는 것은 과학입니다. (110쪽)


그러다가 일본의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등의 큰 사건을 겪으며 과학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고 과학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19세기말 많은 사람들에게 이전에 종교가 차지하던 위치를 점하고 있던 과학에 대한 신뢰를 잃고나자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고 무엇을 목표로 살아야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종교, 과학 그 무엇을 믿든, 그 믿음을 잃어버린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믿음의 대상이 나타나기 전, 즉 새로운 대상을 그 자리에 대체품으로 세우기 전엔 방황하고 고민하며 살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믿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이토록 크고 무거운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물음, 의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을 하며 현재를 견디어야 할까?

답을 구하기 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를 강조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 한다. 태도란 단순히 수동적인 것으로 간주하면 안되고 세계를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초의미'의 존재로 인식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대해 하나하나 책임을 갖고 결단해 나가는 것, 이것이 태도라는 것이고, 그저 시키는 대로 받아들이는 '운명'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이렇게 거듭나는 인생을 오래 오래 즐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왜 살아야 하는가 이유를 찾는 생각의 힘은 그 답만 구하는데서 헤어나오지 못하는데 머물지 않고, 그 문제 자체를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이고, 거듭나기로 들어가는 문턱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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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21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 오랜만의 리뷰 반갑습니다
두번째 독서군요. 오래전 이 책 낭독하며 제게 무척 힘이 되었던 책입니다. 사는 일에 혼란과 갈등이 올 때 그 의미를 짚어 주었던 아스름한 기억이 납니다. 저자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던가 그랬지요. 글 좋아서 사랑할 것,도 샀더랬죠. 철학의 자리를 과학으로. 고민하는 사람 그 너머로 거듭나야 하는데 말이죠.

hnine 2022-10-21 15:50   좋아요 2 | URL
잠깐 참고하려고 들췄다가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고 말았어요. 이런거 보면 앞으로 새책을 읽는 시간을 줄이고 한번 읽었던 책들 중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들을 읽는데 시간을 할애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제 우리 나이에 하는 질문들은 답이 있는 질문보다는 ˝왜 살아야 하는가˝ 같은, 답을 구하는 방식을 달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저 책을 첫번 읽을때는 못했던 것 같아요.

stella.K 2022-10-21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말로 오랜만이네요. 왜 일케 오랜만이십니까?
뭔일이 있으셨던 건 아니구요?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안 나네요. 어렵고 지루하다는 기억밖엔.
저도 다시 한 번 읽어 볼 걸 그랬나요? 그런데 없는 것 같아요.
있으면 한 번 더 읽어 볼텐데.ㅋ
누구는 그러더군요. 책은 세번은 읽어 줘야한다고.
뭐 그러면 좋겠지만 적어도 한 번은 더 읽어줘야하는 것 같습니다.

서재 이미지 바꾸셨네요?
그러고 보니 h님 직접 그린 그림인가 봅니다.
좋은데요?
h님네 강아지 잘 있죠?^^

hnine 2022-10-21 20:33   좋아요 1 | URL
아까 급하게 올리고 다시 검토를 안했더니 지금 보니까 오자 남발이군요 ㅋㅋ
저 오랜만이죠? 책을 별로 안읽었어요 ^^ 잘 안읽히더라고요. 이 책 저도 처음 읽을땐 만만치 않았어요. 이번에 다시 읽는데 덜 어려운걸 보니 나이는 헛먹은게 아닌가봐요. 저자가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더 잘 공감이 되고요.
서재 이미지는 헝가리 화가의 두남매라는 그림을 제가 따라그려본거랍니다.
반가와해주셔서 고마워요 stella님.
(우리 강아지 이제 노견이 되어가요. 같이 늙어간다고 해야할까요 ㅠㅠ)
 





















서울 전시를 놓치고

도록이라도 갖고 있어야지.

냉큼 구입했다.



요즘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들이 주인공인지라

거의 모든 그림이 마음을 끌었으나

그 중 이 두 그림은

더 많이

마음을 끌었다.
















위의 라이너스 반 데 벨데의 그림,

그리고 아래 데이비드 살레의 그림.

공통점은 바로 현대인의 자화상 같은 것 아닐까.

샘으로 가서 물을 마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물병으로 날라가 물을 마시는 편을 택하고

가까이 얼굴을 보고 있지만 모자를 벗어 인사를 나누는 것도 쉽지 않도록 그 사이엔 나무 가지가 얼키고 설켜 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땅속의 저 복잡한 것들의 정체는 또 뭐람?

보고 또 보는 중.



책을 잘 안 읽고 있는 요즘

그림보고 멍 때리기가 취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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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9-2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 와서 그런 거죠? 나인님.^^
너무 오랜만입니다.
그림은 역시 좋아하고 계셨네요ㅋㅋ

hnine 2022-09-22 15:16   좋아요 2 | URL
2022년 가을이요? 아니면 인생의 가을? ^^
책읽는 나무님의 포스팅은 그래도 계속 따라가며 보고 있답니다.
책 손에서 놓은지 오래되었어요. 이러다 또 불붙으면 돌아갈겁니다.

페크pek0501 2022-09-2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의 영화 감상, 좋습니다. 응원합니다!!!
그림을 잘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색감이 좋습니다요.^^

hnine 2022-09-22 15:18   좋아요 1 | URL
영화도 잘 안봐요 요즘. 보고 싶은 영화가 별로 없어서요.
그림은 저도 그리는건 영 아닌데 보고 맘대로 해석하는 재미에 맛들렸습니다.
책 읽을 시간에 미술관 구경하러 다니고 있답니다.

scott 2022-09-2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대전에 이번에 피카소등 명화들 전시 시작한다고 합니다!ㅎㅎ

꼭 가보세요!

시립에서도 뭔가 열린다고 합니다 !^^

hnine 2022-09-22 16:17   좋아요 1 | URL
최근 가본 전시 중엔 석남정 서울미술관 전시, 과천현대미술관의 한국채색화, 마이아트뮤지엄 호안 미로전 등이 좋았는데 역시 최고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 기증품 전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