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혀

 

                                     정 호승

 

한때는 내 혀가
작설이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으나
가난한 벗들의
침묵의 향기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으나
우습도다
땀 흘리지 않은 나의 혀여
이제는 작살이 나기를
작살이 나 기어가다가
길 위에 눈물이나 있으면 몇 방울 찍어 먹기를
달팽이를 만나면 큰 절을 하고
쇠똥이나 있으면 핥아먹기를
저녁안개에 섞여 앞산에 어둠이 몰려오고
어머니가 허리 굽혀 군불을 땔 때
여물통에 들어가 죽음을 기다리기를
내 한때 내 혀가
진실의 향기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으나

 

(작설이 되지도 못하고, 침묵의 향기, 진실의 향기는 더더욱 되지 못하는 혀를 가진 사람으로서 위안이 되는 시라서 적어본다. 땀 흘리지 않은 모든 것들은 겸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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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0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이 시 가져갈게요^^
땀 흘리지 않은 모든 것들은 겸손할 것!

hnine 2007-05-0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저는 오늘도 땀 흘리지 않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왔습니다 흑 흑...
섬사이님, 하루를 정리하며 오늘 내 입에서 나간 말들을 돌이켜 보면, 솔직히 끔찍할 때가 많아요. 더구나, 아이 앞에서 한 말들 중에도 말입니다.
 

어긋나는 것들

                                                    조 은 (1960~  )

 

포식하고 싶을 때 굶주렸다
행복을 생각할 때 불행했다
일해야 할 때 쉬어야 했다

어긋나는 삶
어긋나는 빛

결코 내게서 싹틀 수 없는 것들이
버석거리는 내 몸에
또다시

 

사는게 뭐 이런가 생각될 때가 있다. 나는 왜 되는 일이 없냐고.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그런 말 하는 횟수가 줄어간다.
내 인생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기 때문인가보다.
오히려 감사하고 살자고 스스로 다독인다.
감사하며 살아야할 이유가 넘치도록 많지 않은가.
그래도 안다. 나를 둘러싸고 어긋나는 삶을 피부로 느낄 때의 그 쓴 맛을.
쉽게 격려나 위로를 할 수 없는 그 순간을 안다.

김 서령의 '가(家)'란 책에서 이 시인의 사직동 그 조그맣고 정갈한 집을 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오늘에야 직접 그녀의 시집을 손에 넣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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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도서관 학습법 (도서관 노트 포함)
이현 지음 / 화니북스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달리 친구도 많지 않고, 집에서 책 읽는 데 시간을 더 많이 보내던 나는, 몇 권 안되는 집의 책은 겨우 며칠이면 다 읽을 분량이었고, 부모님은 그리 책을 많이 사주시는 편이 아니었다 (어찌 지금과 비교하랴). 도서관이라는 곳에 가면 책을 무료로 빌려준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듣고, 그런 곳이 도대체 어디 있을까 가보고 싶어하던 중, 동네 시장 어귀에서 'x x독서실' 이라는 간판을 보았다. '아! 저기가 도서관이다!' 독서실을 도서관으로 착각한 나는 용기를 내어 건물의 3층인가 4층을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알았다, 그곳은 내가 찾던, 책을 무료로 빌려준다는 그 도서관이 아니라는 것을.
정작 '진짜' 도서관이라는 곳을 이용해본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였으니, 그동안 도서관을 모르고 지낸 시간들이 아쉽기만 하여 지금은 도서관이라면 우선 반가운 마음부터 들고 아이 데리고 가기 좋아하는 제 1의 장소가 되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또하나의 기쁨이고 만족을 주고도 남음이었으니.
도서관이라는 보물창고에서 우리가 건져 올릴 수 있는 보물은 얼마나 다양한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에서 열까지 알려주는 책. 도서관은 이제 내가 어릴 때 생각하던 그, 책을 무료로 빌려주는 곳일 뿐 아니라, 한 사람의 사고 체계를 형성시킬 수 있는 곳이며, 무한한 상상력이 자라날 수 있는 곳, 외동 아이가 대부분인 아이들에게 있어 사회를 배울 수 있는 곳, '왜?'라는 질문을 끝도 없이 해대는 아이의 호기심이 충족될 수 있는 곳이다. 
사방이 갖가지 책으로 둘러 싸인 장소에 들어 앉아 맘껏 책을 찾고 읽는 즐거움을 나도 만끽하고 아이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책을 읽는 동안 더욱 절실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료 검색에 책보다 인터넷에 더 먼저 손이 가고, 도서관보다는 책상위의 컴퓨터가 더 가까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웬지 컴퓨터 모니터는 눈으로 읽는 느낌, 책은 머리로 읽는 느낌이 드는 건 나만 그런 것인지. 또한 책을 읽으며 느끼는 공감과 깨달음을 책이 아닌 그 어디서 찾을수 있으랴. 책은 결코 삐지지 않는 친구이며, 있다가 사라질 염려가 없는, 언제가도 그 자리에 있는 즐겨찾는 장소이며, 오래된 애인이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내용중의 사례가 너무 저자와 저자 아이들의 경우에만 국한되어 있어, 좀더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되었더라면 하는 것과, 물론 저자의 의도가 아니었을거라 생각하지만 제목의 '우리 아이 우등생 만드는' 이라는 말머리가 붙어 있지 않았더라면 더 맘에 들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용자 측을 향한 당부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지만, 우리 나라 도서관 행정 면에서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분야별로 전문 라이브러리안 (Librarian)이 있는 외국의 도서관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우리나라 도서관의 사서분들은 늘 바쁘다. 적은 일손으로 처리해야할 업무가 많은 탓이겠지. 하지만 요즘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이용하는 방법도 다양해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 정도만 해도 어디냐 감사하게 생각 하며, 이 도서관이라는 시설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누구일까...이 아침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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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5-01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구여워라. '추셔간'... ^ ^
 
속 깊은 이성 친구
장자끄 상뻬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A4용지 크기만한 큰 책이다.
시리즈로 나온 책 '꼬마 니꼴라'를 대형 서점에서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선 채로 몇 권씩 읽어치우던 기억, 그리고 '좀머씨 이야기', '까트린 이야기' 책 속의 삽화 등으로 기억되는 작가 장 자끄 상뻬의 그림과  글 모음집이다.
데생에 가까운 그림, 그리고 연한 초록, 연한 핑크, 연한 보라, 연한 파랑....온통 연한 색으로 밑그림이 보이게 채색된, 색이 결코 스케치를 넘어서지 않는, 충실한 수채화. 배경이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인물은 그에 비하면 아주 작게 그려져 있는데도 마치 조명을 비추듯이 그 인물에로 눈길이 가게 만드는 재주. 그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다.
'대화의 분위기는, 오래 전부터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어쩌면 너무 오래 전부터 약한 불 위에 올려 놓은 어떤 음식이 설핏한 저녁 햇살 속에서 천천히 익어 가고 있는 시골 부엌의 분위기만큼이나 아늑했다.' 본문 중에서 뽑은 이 문장에서 보듯이, 장 자끄 상뻬의 글 역시 어딘지 그의 그림을 닮았다고 생각했따. 그림을 그려나가는 듯한 표현. 그리고 프랑스어는 잘 모르지만, 번역자의 내공도 엿보이는 듯한.

특별한 내용이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그의 그림을 보고 즐기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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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4-2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글보다는 그림이 더 돋보이는 책이었어요.
글쓰는 화가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지요. 황주리, 김점선... 그림만큼이나 글도 각기 개성이 있는 것 같아요.
섬사이님, 오늘 날씨 무척 좋은데, 좋은 하루되세요...

마노아 2007-04-2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된 책이군요. 상뻬 너무 좋아요!

hnine 2007-04-29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예, 전 도서관에서 빌려 봤어요. 꼬마 니꼴라도 한번 더 봤으면 좋겠어요.
 
스타일 북 - 서은영과 장윤주의 스타일리시한 이야기
서은영.장윤주 지음 / 시공사 / 2006년 8월
평점 :
일시품절


작년 가을이었던가. 한동안 베스트셀러 대열에서 내려올 줄 모르던 책이었다. 디자이너 서은영과 모델 장윤주, 두 사람이 패션에 관해 쓴 책 '스타일 북'. 스타일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 사랑, 그리고 옷 입는 요령,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법 등이 가벼운 문체로 쓰여져 있다.

읽으면서 문득 의문이 생긴다. 어떤 사람의 스타일이라는 것은 과연 일부러 노력하여 만들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그 사람의 인격, 성품, 기호 등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나오는 것인가. 후자가 기본이 되겠지만, 어느 정도의 노력도 필요하리라. 최소한 무조건 다른 사람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으로부터 피하려면, 나의 스타일에 대한 어느 정도 생각이 있고, 의식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언제부턴가 명품이 트렌드로 둔갑해버렸다. 사람들은 명품의 진정한 가치를 모른 채 그저 남의 눈을 의식하며 자랑스레 몸에 걸치고 다닌다. 그것도 브랜드가 어디 것인지 꼭 알려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피나는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로고가 가득한 벨트와 가방과 신발로 치장하고. (101쪽)'

개인적으로 나와는 거리가 멀지만, 저런 사람들을 마주쳐도 그냥 그 사람의 경향이려니 한다. 명품을 마다할 사람,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명품을 명품답게, 잘 맞춰서 입으라는 말인 것 같다.

'명품을 입을 때나 로고로 가득한 옷을 입을 때 언제나 명심해야 할 것은, 자신이 말하고 표현하고 싶은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연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101쪽).'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던 해,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차밍스쿨엘 등록해서 다닌 적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해본, 나와 가장 안 어울리는 일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으나, 나는 내가 담 쌓고 지내던 어떤 분야에 뚫고 들어가 보고 싶었다. 나의 편견과 선입관을 깨보고 싶었다. 친구는 왜 진즉 이런 강좌를 듣지 못했던가 거의 열광하며 끝까지 다녔고, 나는 마치 학교 수업을 듣듯이, 출석율은 좋았으나 강좌가 끝나고 난 후 달라진 점은 별로 없었다. 내게는 알아서 나쁠 것은 없겠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이,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매력적이고 평생 업으로 삼는 분야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겠다.

나의 스타일을 갖는다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다. 그것이 비주얼 뿐 아니라, 말, 행동, 표정 등 모두를 포함한다면 더욱 더.

책이 조금더 진지하게 쓰여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으로 별 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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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4-25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니가 중학교 2학년이라고 했지요? 조숙한 편인가봐요 ^ ^
제 스타일은 뭘까 읽으면서 저도 잠시 생각해보았어요. 제가 대학교때 별명이 '아동복'이었다는 것이 떠올라 잠시 머쓱해지기도 했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