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비자림 > 알라딘 폐인 연수를 다녀와서

사실 알라딘 폐인 연수가 있다길래 잔뜩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연수를 잘 이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밤 12시 30분에 물만두님 서재에 다 모이라고 하는데 나는 1시 정도면 졸릴 시간이라 연수 받으며 졸지나 않을 지 염려스러웠다.

이번 연수에 지명된 사람은 나, 씩씩하니님, 전호인님 다해서 셋이다. 씩씩하니님은 세실님으로부터 사전 정보를 다 입수해 놓은 상태라 나는 씩씩하니님한테 최대한 잘 보여 하나라도 소스를 건지려고 노력하였다. 근데 씩씩하니님은 특유의 씩씩함으로 너무 빨리 달려 오시다가 그만 물만두님 서재로 가지 않고 물만두님 집으로 직행하고 말았다. 만순님과 만돌님이 육포를 뜯고 있다가 깜짝 놀라는 표정에 다시 허위허위 뛰어 왔다는 하니님을 보며 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리곤 물어 보았다. "만두는 안 먹고 있었나요?"

전호인님은 천안에서 오느라고 조금 피곤한 표정을 지었는데 만두님 서재 앞에서 칼을 내려 놓고 들어 오라는 말에 자꾸 머뭇머뭇 거려 우리는 늦을 뻔 했다. 아, 왜 그렇게 칼을 좋아하는지. 쯧쯧.

사회자는 스텔라님이었다. 우선 서재 달인들의 면면과 서재의 특징, 최근 서재의 이벤트 경향과 알라딘 마을의 중요 쟁점 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해 주었다. 난 열심히 밑줄 그으며 듣고 있었는데 전호인님이 옆구리를 툭툭 치며 뒤를 돌아 보라고 말하여 뒤를 돌아보다가 그만 깜짝 놀랐다.

세상에, 자명한 산책님이 애인님과 산책을 나오는 길에 물만두님 서재에 들른 것이었다. 오오 선남선녀의 모습이란! 게다가 저기 있는 저 미남 미녀는 누구인지 낯이 익었다. 악 춤추는 인생님과 푸하님과 야클님,그리고 아프락사스님! 오오 이십대의 젊음이란 저런 것인가? 장난꾸러기 전호인님이 왕년에 자기도 저런 얼굴이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팍 삭았다는 말에 졸고 있던 씩씩하니님이 눈을 떴다.

다음은 물만두님의 본격적인 서재 브리핑 시간. 우리는 살살 졸리기 시작했는데 물만두님이 옥상으로 올라오라고 할까봐 긴장되어 다들 허벅지를 꼬집으며 강의를 들었다. 알라딘 폐인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리뷰 폐인, 페이퍼 폐인. 물만두님은 나를 넌즈시 보시면서 알라딘의 본질은 리뷰에 있으니 리뷰를 많이 올리도록 애써야 하며 특히 추리소설 리뷰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소리 높여 말씀하셨다.

나는 쫌 찔렸지만 안 그런 척 맹숭맹숭한 표정으로 계속 강의를 들었다. 그 때 어린왕자의 별님이 다시 서재에 음악을 올린 듯 알라딘 마을에 달콤한 뉴에이지 음악이 흘러 넘쳤다.

잠시 쉬는시간, 우리를 응원하러 온 배꽃님, 해리포터님, 배혜경님,한샘님, hnine님들이 저기 뒤에서 손짓하는 게 보였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가져 왔다고 하는데 난 막 뛰어 가다가 마태우스님을 목격했다. 마태우스님은 야클님과 재밌게 축구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님 눈치 보며 밤 마실을 나온 메피스토님과 커피 마시러 가는 중이었다. 마태우스님 팬클럽에 준회원으로 정확히 이름이 올라갔는지 확인하러 잠시 마태우스님에게 달려 갔따 왔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발마스님과 로쟈님이 웃고 있었다. 아, 저 지적인 분들의 웃음은 어째 웃음조차도 난해할까? 생각하며 전호인님이 다 먹기 전에 얼른 가서 앉아 나도 맛있게 아이스크림 하나 먹었다. 

다음은 바람구두님의 이벤트 특강이 있었다. 바람구두님은 예의 그윽한 눈빛으로 우리를 돌아보았다. 씩씩하니님과 나는 바람구두님의 구두가 참 독특하게 생겼다는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조선인님이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 왔다.

다음은 마지막 강의. 글샘님의 강의다. 글샘님이 강단에 오르자 모든 사람들이 조용히 님의 얼굴에 주목했다. 님은 글을 쓰는 사람의 철학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는데 원고와 강의가 정말 근사했다.

이제 알라딘 폐인 연수는 끝났다. 무사히 연수를 마친 우리들에게 선배님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상기된 얼굴로 나오는 나에게 달팽이님이 다가왔다. "이제 집에 가서 인디언 음반 들으세요. 마음이 편안해질 거에요."

그렇게 나는 알라딘 폐인이 되었다.

참, 보슬비님의 정성어린 축전이 왔다는 걸 깜빡 했다.

집에 와서 쉬고 있는데 기인님이 축하 메시지가 왔다. 오, 논문을 쓰는 바쁜 와중에.. 감격스러웠다.

 

뱀꼬리: 점심시간에 끄적거렸습니다. 여러 알라딘 동지님들의 이름이 허락없이 거명된 점을 양해해 주시길.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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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7-0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알라딘에 스멀스멀 기어들어와 자리잡은게 잘했다 생각한다..
가는곳마다 귀에 번뜩이는 음악에
눈에 쏘옥 들어오는 사진과 그림들.
이런 이런 깜찍 발랄페이퍼도 너무나 좋타..
난 역시 알라딘체질인가봐..
영원히 떠날 수 없을꺼 같다...
 
 전출처 : 한샘 > (퍼온글)사내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아이를 망친다

2006년 7월 3일 (월) 08:49   사이언스타임즈

사내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아이를 망친다



▲ 윌리엄 폴락 교수의 베스트셀러 ‘진짜 소년’의 영문판 표지 ⓒ
“사나이가 왜 그래?” “사내자식이 계집애처럼 울기는.” 아마 어렸을 적에 이런 얘기를 듣지 않고 자란 사내는 없을 것이다. 나도 이런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고 자랐다. 사내답다는 것은 늘 좋은 것이고 계집애처럼 행동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소년들은 귀가 따갑게 교육을 받고 자란다.

하지만 사내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소년들을 망치고 있다는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남자 아이를 잘못 기르고 있다고 비판한 책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 미국에서 이런 주제로 나온 책만 해도 6권이 넘는다. 남자 아이들의 정서 불안과 탈선이 미국 가정과 학교의 큰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몇 년 전 콜로라도 주 스프링필드에서 있었던 총기 난사 사고가 미국 사회에는 큰 충격이었다. 미국에서는 문제아를 모아 가르치는 특수반을 따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 특수반 학생들의 67%가 소년이다. 자살률도 소년이 소녀보다 5배나 높다. 또한 미국 교육부의 평가에 따르면 소년들은 읽기와 쓰기에서 소녀에 비해 각각 7점, 13점이나 뒤졌다. 반면 과학과 수학은 소녀가 소년을 거의 따라잡았다.

소년의 비행과 탈선이 심각한 우리로서도 미국인이 왜 요즘 부쩍 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는지 주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하버드 대학 의대의 심리학자이자 매클린 병원의 남성 및 소년 센터 소장인 윌리엄 폴락 교수는 1998년 ‘진짜 소년: 소년기의 신화에서 우리 아들을 구출해야’에서 소년들이 19세기의 시대 착오적인 남성관을 강요받으며 자라는 데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가 인터뷰했던 한 남자 아이가 여자 친구에게 차였습니다. 내가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어찌할지를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정말로 외롭겠구나’ 하고 말하자 그는 ‘고통스러웠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바로 사내가 해야 하는 행동이니까요.’라고 대답했습니다.”

폴락 교수는 이 남자 아이가 사내다운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된 문화적 환경을 ‘보이 코드’(Boy Code)라고 정의한다. 소년들은 놀이터에서,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동료, 코치, 선생 그리고 부모로부터 알게 모르게 보이 코드를 배운다는 것이다.

남자 아이들이 강요받는 보이 코드는 크게 네 가지. 첫째 남자는 냉정해야 하고, 둘째 위험을 무릅쓸 수 있어야 하며, 셋째 지위를 얻고 지배해야 하며, 넷째 여자 아이들처럼 행동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여성 파워가 강해지면서 가정은 강하고 부드러운 남자의 모습을 가르쳤지만, 이런 교육은 아이들에게 혼란을 가중시켰을 뿐이다. 폴락 교수는 낡은 남성상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세 가지의 잘못된 통념 때문이라고 본다.

첫째는 “사내애들은 어쩔 수 없다”(Boys will be boys)라는 고정관념, 즉 본성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사내들이 있는 곳에는 테스토스테론이 있고, 테스토스테론이 있는 곳에 공격성과 폭력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폴락 교수는 “테스토스테론이 소년과 소녀를 다르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미미한 차이일 뿐 소년들의 행동도 대부분은 소녀들처럼 환경과 사랑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둘째는 “사내는 사내다워야 한다”(Boys should be boys)는 통념이다. 즉 진정한 남자나 소년이 되는 길은 존 웨인이나 포천 잡지에 나오는 5백대 기업가들처럼 한두 가지만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폴락 교수는 남자가 되는 길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잘못된 통념은 “남자 아이들은 해롭다”(Boys are toxic)는 것. 따라서 천성이 공격적인 남자 아이들은 교화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폴락 교수는 이것도 상투적인 생각일 뿐 오히려 남자 아이들이 동정심이나 풍부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폴락 교수는 “출생 직후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더 감정이 풍부하고, 엄마와 상호 작용도 많다”고 말한다. 그런데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면 남자 아이들은 고통을 숨기고 자신의 기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사회에서 보이 코드를 알게 모르게 배우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에서 크면서 남자 아이들은 쉽게 흥분하고 화를 잘 내는 소년이 된다. 슬픔이나 약한 모습은 표현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일 슬픔이 아주 크면 아이들은 고립되거나 우울해지고 살인처럼 극단적인 길로 빠지기도 한다. 폴락 교수는 “화를 내는 소년의 허장성세의 이면에는 슬픔이나 상처받기 쉬운 감정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폴락 교수는 초등학교 취학기가 소년이 정신적 외상을 가장 많이 받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이때 아이들은 의지해 왔던 엄마로부터 멀어지면서 큰 고립감을 느끼지만 사내가 되기를 원하는 주변의 분위기 때문에 약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게다가 엄마들은 아이가 마마 보이가 될 것이란 염려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오해 때문에 철이 들 때쯤이면 의도적으로 아이와 거리를 두려고 해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폴락 교수는 소년이라 하더라도 엄마의 사랑은 아무리 많이 받아도 지나치지 않다고 주장한다. 엄마의 사랑을 지나치게 받으면 아이가 경쟁을 싫어하고, 영웅심을 잃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엄마와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남자일수록 자라서 성공하고, 정서적으로도 건강하며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위기를 맞은 아들과 이야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까? 폴락 교수는 액션 토크(Action Talk)를 하라고 권한다. 함께 무언가 같이 하면서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다.

“우선 아들이 아무도 조롱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찾아라. 둘째는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아라. 장기든 농구든 어떤 것이든 좋다. 놀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요즘 기분이 어떤지 질문해 본다. ‘어제부터 조용한데 무슨 일이 있는 거니?’라고 물을 수도 있다.

부모는 액션 토크를 통해 소년들이 마음을 열어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그러면 아버지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는 더 강해졌다는 얘기를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대화를 통해 당신의 아들이 결코 고통을 혼자 겪고 있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 당신과의 결속력은 강해지고, 아이는 자신의 감정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폴락 교수는 남녀공학 학교가 남자 아이들에게 해로운 장소가 되었다며, 남녀공학이더라도 남자와 여자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과 공간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남녀공학 학교에서는 여자 아이들이 질문과 대답을 잘하는 반면 남자 아이들은 자신이 어리석게 보이지는 않을까 염려해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과 달리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만지고 조작할 때 더 배우지만, 학교는 그런 짓을 나쁜 행동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학교에 남자 아이들의 모델이 될 만한 남자 선생의 숫자가 여자 선생에 비해 매우 적은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과 달리 ‘좋은 남자애’(A Fine Young Man)의 저자인 마이클 구리언은 남자가 정서적으로 본래 불안정하다는 이론을 편다. 수만 년 동안 사냥꾼으로 진화하면서 남자에게 중요한 것은 공격하고 문제를 빨리 푸는 능력이었지, 채집이나 육아를 맡은 여자들처럼 정서적인 데이터를 다루도록 뇌가 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사냥꾼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행동 특성과 변화된 환경 사이의 모순을 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신동호 뉴스와이어 편집장
전자신문,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과학동아 편집장을 역임했다. 서울대 건축학과와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나이트 사이언스 저널리즘 펠로우쉽을 수료했다. 현재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해주는 상업통신사인 뉴스와이어의 편집장 겸 이사직을 맡고 있다.



신동호 뉴스와이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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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한여름밤의 꿈 >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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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꿈 2006-07-0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감삿합니다.제서재를 방문해주시다니요 너무좋네요

해리포터7 2006-07-03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답방도 해주시구 한여름밤의 꿈님 님의 사진이 저를 부르던걸요~^^
 
 전출처 : 미미달 > 산도르 마라이

산도르 마라이

 원명 Sandor Marai
 1900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령의 카사우에서 출생
 1922년 부인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이주
 1927년 중동 여행기 <신들의 흔적을 좇아 : 여행 소설> 출간
 1934년 자전적 소설 <어느 시민의 고백> 발표
 1939년 <유언> 발표
 1942년 <열정> 발표
 1948년 헝가리를 떠나 나폴리에 정착
 1952년 뉴욕으로 이주
 1989년 미국 샌디에고에서 자살
저자 홈페이지 : http://www.randomhouse.com/knopf/authors/marai/
저자 Email :

 
산도르 마라이는 1900년 4월 11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령이었던 카샤우에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독일의 라이프치히베를린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는데, 학문에 재능이 없다는 교수의 충고에 따라 학업을 중단한 뒤, 「프랑크푸르트 신문」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23세 때 마라이는 부인과 함께 파리로 이주한다. 그곳에서도 「프랑크푸르트 신문」에 계속 기사를 쓰는 한편,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을 찾아 읽었다. 카프카에 대한 헝가리 최초의 비평을 써 1922년 「카샤우 신문」에 실었고, 1927년엔 중동 여행기 <신들의 흔적을 좇아>을 출간했다.

1920년대 후반 마라이는 고국으로 돌아간다. 헝가리어로 글을 쓰기 위해서. 그는 <어는 시민의 고백>에서 '작가는 모국어 속에서만 살고 일할 수 있으며, 나의 모국어는 헝가리 말이었다'라고 고백한다. 1930~1939년까지 무려 16편의 작품을 발표하는데, 이중에서 <영원한 이방인>(1935)은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제2차 대전이 끝난 후 수립된 공산정권 하에서, 마라이는 자신의 글쓰기가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루카치가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공격한 것. 그는 존재와 정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1948년 조국을 떠나 기나긴 망명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마라이는 이탈리아.미국.스위스 등을 전전한다. 그는 헝가리 망명인사들의 모임에도 참여하지 않고, 헝가리 문인협회가 정치적 화해의 표시로 발송한 초대장도 거절한다. 헝가리에서의 자신의 희곡 상연과 작품 출판도 금지했다.

그는 1943년부터 83년까지 일지를 썼는데, 이 기록은 그의 문학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987년 1월 그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식물인간에 가까운 생활. 집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는다. 노쇠한 몸 때문에 몇 걸음 걸은 뒤엔 곧바로 앉아서 쉬어야 한다... 가끔 편지를 쓴다, 간결하게. 그리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밤에 불을 끄기 전에 읽고 싶은 책들-소포클레스, 세르반테스-은 몇달 전부터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다. '문학'이라는 말이 떠오르면 신물이 난다. 모든 말은 진실을 감출 뿐, 진실을 드러내지 못한다."

1977년 양자 아모스가 살던 샌디에고에 정착한 마라이는, 아내와 양자가 세상을 떠나자 1989년 2월 21일 권총자살했다. 죽은 후 헝가리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코수트상'을 수상했다.

마라이는 20세기에 태어난 작가중에 정말 드물게도, '영혼' 혹은 '운명'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가이다. 그는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가였던 것.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문장 하나하나에 삶의 진실이 눅진하게 배어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국내에는 그의 작품 중 <열정>과 <유언> 등이 소개되었는데, 두 작품은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 있다. 두 소설 모두, 삶이 저물어갈 무렵 단 하룻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내용의 전부이다. 인물들의 대화가 주를 이루며, 치밀하면서도 신중한 묘사는 나무랄데가 없다.

용감하게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삶에 대해 빚을 진 것이라 말하는 <유언>이나, 오로지 죽은 자만이 진실을 말할 수 있다고 말하는 <열정>을 통해, 마라이는 운명의 불가해한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연히 닥치는 불행이 아니라, 가늠할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관계의 피할 수 없는 결과'가 운명이라는 것.

그 운명에 대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 그것밖에 없다고 말하는 마라이. 그는 함정인 줄 알면서도 빠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혹의 순간. 삶을 소진시키는 동시에 이어가게도 하는 힘-바로 그 감정의 정체를 발견한 것이다.

남자와 여자, 사랑과 우정, 운명과 기다림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장인의 솜씨로 빚어내어, 독자를 존재의 심연으로 이끄는 산도르 마라이. 다음 문장이 그의 문학의 가치를 한마디로 압축해 설명한다. "우리는 벌써 오래전부터 그를 알았어야 했다. - Die Zeit"

파스칼.횔덜린.니체를 파괴했듯이, 고독은 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유혹한 다음 무덤 속에 내팽개치는 세상에 아첨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실패, 붕괴가 사색하는 인간에게 더 어울린다... 혼자 남아 대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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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프레이야 > [퍼온글] 드라마? 네 멋대로 써라

인정옥 No. 8
"사는 동안 살고, 죽는 동안 죽어요. 살 때 죽어있지 말고, 죽을 때 살아있지 마요. 그냥 그렇게 살면 돼요. 과거 돌리면서 추억하지도 말고, 미래 예상하면서 걱정도 말고. 지금 사는 것처럼 지금을 살아요. 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전경(이나영)의 이 대사는 얼마나 많은 청춘을 구원했을까.?진짜 사랑을 하고 진짜 삶을 산다는 것. 간단한, 그러나 우리가 거의 잊고 사는 진리를 그렇게 절절한 말로 들려준 이는 작가 인정옥이었다.


영화판에서 일하다가 "돈이 너무 안 돼서"영화 <여고괴담>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던 인정옥은 방송국 코미디 작가를 거쳐 드라마 작가가 되었다. 과작인 탓에 아직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작품들이 전부지만 이미 <네 멋대로 해라> 한 편만으로도 그는 드라마의 새로운 어법을 제시했다. 모나고 외로운 사람들, 그러나 사랑과 죽음 앞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전경과 복수에게 수많은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인정옥은 또다시 상처투성이 고독한 인간들의 만남과 소통의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 낯설면서도 친근하고, 쿨하면서도 따뜻한 그의 드라마에는 항상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습기가 감돈다.


<매거진 T>에서는 지난 6월 9일 창간 기념 이벤트로 인정옥 작가와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특유의 솔직한 말투로 '현재'의 진심을 담아 성실하게 이야기했던 인정옥 작가의 이야기를 여기에 모았다.
 
출처 : http://www.magazinet.co.kr/Articles/article_cover.php?mm=0130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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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7-0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이주의 리뷰에 뽑히셨어요.. 대단..대단 축하드립니다...

해리포터7 2006-07-0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유스또님 고맙사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