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의 낮잠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39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한수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미셸 게의 작품「유모차 나들이」는 환타지성 성격을 띤 이야기 책이지만 진행되는 스토리 가운데 동물들간의 계층구조가 확연함을 은근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상부구조에 위치한 동물이 나타나면 하부구조에 있는 동물이 슬쩍 자리를 피해버리죠. 하지만「유모차 나들이」는 그런 계층구조를 알려주기 위한 측면의 책이라기 보다는 아이가 자기만의 세계에서 동물들과 교류를 가진다는 환타지계에 속하는 이야기책에 더 가까운 편이지요.

이에 반해「개구리의 낮잠」은 본문 전체에 동물의 계층구조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작가가 이 부분에 착안해서 책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먹이사슬 관계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지요. 개구리로 시작해서 독수리까지 한 단계 한 단계를 거칠 때마다 먹이에 놓이게 되는 개구리의 태연자약이 참 대담하면서도 우습습니다.

사마귀의 억센 톱니발이, 도마뱀의 교활해 보이는 표정이, 한 입에 삼킬만한 쥐의 입이, 두갈래로 갈라진 뱀의 혀가, 날카롭기 그지없는 독수리의 발톱이 개구리를 먹이로 노리지만 정작 개구리는 천연덕스럽게 낮잠만 자고 있을 뿐입니다. 아주 힘없는 류에 속하는 개구리를 두고 정작 옥신각신 하는 것은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동물들입니다. 자고 있는 개구리를 곧 삼킬려고 할 때엔 한껏 커졌다가 힘센 놈앞에서 쪼그라드는 모습이란... 꽁지를 빼고 도망가 버리죠.. 차라리 자고 있는 개구리는 천하태평입니다. 그런 개구리의 모습을 보면서“나중에 도대체 어떻게 할려고 저러나?”싶은데 사건의 해결은 엉뚱한 데서 이루어져 버립니다. 걱정했던 개구리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과는 무관하게 한낮의 낮잠을 즐기고는 기분이 좋아져서 일어나지요.

이렇게 보면 자연의 이치란 힘이 강하다고 절대적인 것도 못되며 또 반대로 힘이 약하다고 매일 숨어지내지만은 않도록 되어있나 봅니다. 힘의 논리로 따지자면 개구리 같은 존재는 이미 지상에서 사라졌을 나약한 존재니까요. 하지만 자연은 이런 힘없는 존재들도 살아갈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개구리에게는 반갑게만 들리는 천둥소리가 독수리에겐 위협적인 소리로 들리니 말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그림으로 부각시킬 요소들만 집중해서 볼수 있도록 간명하게 그린 그림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배가시켜 주네요. 그리고 위협적인 동물이 늘 아래에서만 나타나는 구도를 마지막에 위로 옮겨 버림으로써 아이들로 하여금 예측을 깨뜨리는 의아함도 던져줍니다. 이 책을 읽을 때 더 재미있게 읽는 방법은 두꺼운 글씨로 입혀진 지문인 반복어,“바로 그때..”와 '앗, 00다!'를 아이로 하여금 연출하도록 하는 겁니다. 눈으로 그림을 따라가기만 하는 것보다 훨씬 실감나게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쉬는 항아리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6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2
정병락 글, 박완숙 그림 / 보림 / 1995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예전 살아계시던 할머니댁에 가면 마당 한귀퉁이에 온갖 모양의 옹기들이, 온갖 크기로 옹기종기 모여 있던 모습이 떠올려집니다. 예전엔 빛깔 곱고 화려하기까지 했던 자기류에 밀려서 제 빛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지금은 가벼운데다 깨지지도 않는 스테인리스 그릇이나 플라스틱 그릇의 '실용성(?)'에 밀려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것.「숨쉬는 항아리」는 그렇게 한번도 귀하게 쓰임받지 못했던 옹기중 특히 항아리에 대한 이야기를 의인화된 표현을 빌어 재미있게 아이들에게 다가서려고 합니다.

항아리의 재료는 자연(흙)이라는 것, 손으로 빚기도 하고 물레를 돌려 만들어 진다는 것, 뜨거운 가마에서 구워진다는 것, 이렇듯 어떻게 옹기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 우선 다루어주고 있습니다. 그런 후 의인화된 옹기의 재미난 이야기가 시작되죠. 이쁜 항아리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한 작은 항아리는 '나만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하고 슬퍼합니다. 그렇게 슬퍼하는 중 작은 항아리는 친구 항아리들에게서 새로운 사실을 듣게 되죠. '우리는 숨쉬는 항아리란다.'

그리고 작은 항아리는 드디어 숨쉬기 실습(?)에 들어갑니다. 소금물이 담기고 된장이 될 메주가 담기죠. 작은 항아리는 숨쉬기를 통해서 훌륭하게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내지요.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먹는 된장과 간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 항아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도...

항아리에 담긴 메주가 이렇게 말하죠.
'정말 걱정이야, 우리는 숨을 쉬어야 좋은 된장이 될 텐데.'
메주의 걱정에 대한 항아리의 자신있는 대답,
'걱정마, 까맣고 못생겼지만, 이래봬도 내가 바로 숨쉬는 항아리야.'

비록 까맣고 못생겨서 이쁜 항아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긴 했지만 장식용으로만 쓰이는 항아리들과는 달리 작은 항아리는 우리네들이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먹거리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내는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으니 그런 장식용 항아리들과는 더 이상 견줄바가 안되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겠죠.

'솔거나라 시리즈'에 등장하는 소재가 모두 그렇듯이 이 항아리도 이제 서서히 우리들의 생활에서 조금씩 자취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지는 소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책을 읽는 요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땐 어쩌면 책에서나, 아니면 기억에서나 접할 수 있는 소재가 되지나 않을까 생각됩니다.

책의 제목인「숨쉬는 항아리」에서 엿볼수 있듯이 항아리는 어쩌면 살아있는 생명체인지도 모릅니다. 진흙과 모래알갱이에서 생긴 미세한 틈으로 계속해서 산소를 공급하고 또 속에서 나온 노폐물을 구멍으로 걸러내면서 김치나 된장, 간장 등의 미생물이 섞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생명체, 그래서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그렇게나 열심히 항아리를 닦지 않으셨을까요? 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말예요.

책 뒷부분에 항아리외의 다양한 옹기에 대해 언급해주고 있네요. 양념이나 꿀등을 담는 양념단지, 가정에서 식초를 만들 때 사용하는 촛병, 젓갈류를 담는 젓동이, 소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소줏고리, 인뇨를 담아 밭으로 옮길 때 사용하는 장군... 그 외에 용도와 지방에서 부르는 이름에 따라 대독·중두리·방구리·시루·자배기·서래지·뚝배기·삼중단지 등이 있다고 합니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을 닮은 우리네의 옹기. 제대로 평가를 받기도 전에 생활의 편리성에 밀려 차츰 퇴락해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은 내친구 4
호리 우치 세이치 글 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3세.. 이 시기의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계는 온통 호기심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고 호기심 투성이인 셈이다. 우리아이도 예외가 아니어서 말버릇처럼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바로 “왜??”라는 말이다. 왜 물이 끓으면 김이 나느냐?라는 과학적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해서 왜 끓은 냄비를 냄비받침에 받쳐야 하는지에 대한 시시콜콜한 의구심까지..질문은 끝이 없다.

어느 육아서에 이르기를 이 시기 아이들의 호기심이란 진정한 의미의 지적 호기심이라기보다 단순히 엄마와의 유대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관계의 결속에 더 의미가 크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왜??”라고 물어올 때 가끔은 당황하고 가끔은 간략하게 조차도 설명하지 못하는 난관에 부딪히게 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어떤 것은 대충 머리로는 알지만 그것을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이해시키기가 어찌나 어려운 작업인지 내가 설명하는 설명이 더 어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두손, 두발 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 우리 엄마들에게, 또 그런 아이들에게 정말 안성맞춤의 책이 한림출판사에서 출간한 <과학은 내친구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유아기를 벗어나 유년기를 맞는 아이들에게 생길법한 호기심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림을 그리고 또 간략하면서도 요점을 정리해 주는듯한 이야기형식의 지문이 4세에서 6세에 이르는 아이들에게 딱~!!인 책이다. 그중, 우리아이가 한창 피부 밑에 무엇이 있는지를 궁금해 할 때 내 눈에, 그리고 내 아이의 눈에 딱 걸린 책이 바로 「뼈」이다. 뼈를 설명하기 위해 서점에서 여러 가지 책들을 뒤져보았는데 대개가 백과사전식의 형식을 띠고 있었다.

컷형식의 사진아래에 빽빽한 글씨체로 다양한 뼈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건 어른인 엄마가 보아도 한참을 읽은 후 소화해서 아이에게 리바이블해야 할 형편이니 선뜻 손이 가질 않는데다 책 자체가 4세인 우리아이의 수준에선 그림만 구경해야 할 판국이다. 아이에게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보다 오히려 책을 통해서 질리게 할 역반응이 눈에 선하다. 작가가 일본인이란 점이 아쉽지만 한림출판사의 「뼈」는 그동안 ‘뼈’에 대한 지속적인 호기심을 갖고 있던 내 아이에게 참으로 적격인 책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무심히 먹었던 생선뼈를 통해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뼈가 없는 동물(문어같은)을 등장시켜 뼈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또 뼈와 뼈가 움직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관절이나 근육이라는 전문용어를 들려주고, 뼈의 기능이 무엇인지, 그 뼈는 인간만이 가진 것이 아니라 몸이 발달한 동물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음을, 또 화석이 된 뼈를 통해서 옛날 동물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도 있다는 과학적 사실까지를 다루어 준다. 아주 간략하면서도 ‘뼈’ 라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들은 짚어주고 있다.

처음, 아이가 ‘뼈’ 라는 것에 호기심을 가졌을 때 무시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겨우 몇 살인데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나 싶은 게 나 어릴적 기억을 떠올려 보아도 내가 그랬던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아이의 그런 호기심에 민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찌어찌해서 이 책을 알게 되어 아이에게 읽어주었을 때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었다. 그동안 호기심만 가득했던 것에 대한 사실을 책에서 하나하나 알려주니 얼마나 잘 흡수하던지.. 그 반짝반짝하던 눈빛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가 어렸을 적엔 이런 책들도 없었거니와 아이가 혹~ 호기심을 나타내어도 우리 부모님 세대의 어른들은 유아기 아이의 이런 호기심엔 그리 귀를 기울이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구나~’싶고, 또 이런 환경이 주어진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한편으로 부럽다. 아이의 호기심에 대한 엄마의 대답이 궁해질 때 이렇듯 ‘책’이라는 매체의 힘을 빌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순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2
심미아 글 그림 / 보림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림 창작 그림책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수상한 작품입니다. 최근에 공모한 작품이기에 젊은 작가의 실험성 있는 시도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 재치가 돋보이는 그림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표제지를 보면 노란색 바탕에 꼬질꼬질하게 못생긴(?) 고양이가 무엇을 보았는지 눈에는 생선이 두 마리 걸쳐져 있고 또 한껏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줄줄줄~ 흐르고 있습니다. 이 독특한 캐릭터인 고양이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어떤 호기심에 이끌려 이 책 「고양순」을 집어들지 않을까 싶네요.

이름(양순이)으로 보아 암고양이 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사실 양순이는 게으른데다 엉큼하기까지 한 수고양이랍니다. 이런 양순이가 하루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늘어지게 낮잠자는 것과 심술을 부리는 것, 밥먹을 때 투덜거리는 것, 그러면서도 한톨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는 거 아닙니까.. 어찌 캐릭터의 윤곽이 대충 잡히는지요?

투덜거리면서도 주는 밥을 다 먹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군요. 하는 일이라고는 밥먹고 나무그늘에 누워서 이쑤시는 게 전부인 게으름뱅이 양순이. 늘~ 생각하는 것이라고는 제일 좋아하는 생선을 맛나게 한번 먹어보는 것. 어떻게든 꽁치라도 한 마리 온전히(?) 먹고자 하는 게 소망의 전부랍니다.

그런 양순이 눈에 표제지에서 봤던 것처럼 눈튀어 나올 일이 생긴 겁니다. 그동안 그렇게도 소원하던 물고기. 그것도 고래만한 크기로 양순이 앞에 떡~하니 나타난 거죠. 그 고기 앞에서 양순이 군침부터 삼킵니다. 한마디로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모양새죠. 당장 고기를 잡으러 떠나고 싶지만 그만 날이 저물어서 내일을 기약해야만 합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저녁을 주셔도 내일 먹을 고기를 생각하니 시시해서 눈길도 안갑니다. 고양이 마음이 그새 이렇게 바뀌는군요. 사람처럼...

밤새 한숨도 못잡니다. 악몽까지 꾸는군요. 해가 땅 위로 올라오기도 전에 양순이는 배낭을 매고는 고기를 낚으러 출발~~ 눈은 오로지 고기에 꽂은 채로... 양순이가 매고 가는 배낭 끝에 무엇이 달렸는지 놓치지 마세요. 훗~

드디어 도착한 고기가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서 땀을 비오듯 비실비실 흘립니다. 처음 타는 엘리베이터에서 거의 혼절하기 직전인데도 목전에 둔 먹이에 대한 일념으로 간신히 버티고 드디어 양순이는 신이 났습니다. 밧줄을 타고 고기 가까이로 올라가네요..점점 가까이 점점 더 가까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호랑이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회심의 포크를 찌릅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쨔~~~~~~~쟌~~~~~~~~~~

이 책을 읽으면서 어찌나 웃었던지요. 스토리 전개상 결말이 뻔한 내용인줄을 알면서도 그렇게 웃을 수 있었던 요인은 아마도 양순이라는 캐릭터의 그 변화무쌍한 표정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좀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고양이로 전락시켜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에 걸맞는 모습으로 그림을 그려내어 책을 읽는 동안 그림과 내용이 너무도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정말 순간순간 양순이의 처절한 마음까지 전해져 오더라는 겁니다. 게다가 읽는 이의 이해를 돕고자 여기저기 소도구와 말풍선을 사용해 주고 있는 점은 아이들이 좀 더 쉽게 내용을 이해하고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군요.

책을 모두 읽은 후 다시 표제지를 보면서 아이랑 이야기 합니다. 양순이 눈동자가 왜 고기모양인지.. 왜 침을 흘리고 있는지.. 이제는 완전히 이해가 되지요. 공모전 수상작답게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여기저기 번뜩이고 있어서 책읽는 재미가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외국책들 좋다고들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좋은 작가들이 어린이를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그림책을 펼쳐낼 수 있는 등용의 길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느끼기를 원하는지를 고민하고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을 살찌우는 질좋은 양서가 많이 발간되기를 독자로서 바래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글.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초판 발행년이 1991년이라니 벌써 15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군요. 어쩐지 그림의 유형이 좀 오래된 듯한 티(?)가 묻어나죠.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를 맨처음 본 것은 시댁에서 였는데 작은 조카가 이 책을 들고서는 키득~ 거리며 보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했던 말이 '숙모 이 책 너무 웃겨요~'

작품성을 선호하는 저의 취향에는 좀 어긋난 책이죠. 내용은 재미있는데 그 재미있는 내용이라는 것이 좀 황당스럽기도 하고 또 그림도 어딜 봐도 예쁘다거나 잘 그렸다거나 하지를 않잖아요. 하지만 그런 엄마의 취향과는 달리 저의 아이는 이 책을 무척 좋아했더랬어요.(지금은 저두 추천하는 책 중의 한 권이지만요.^^) 아이들의 취향은 책속의 어느 한곳이 마음에 들어도 단지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특정한 책을 무척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많잖아요. 이 책에는 찾을 거리들이 많이 나오고 또 아이가 좋아하는 '도깨비'가 나오니 좋아할 수 밖에 없겠네요..

어쨌든 아이와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를 한번 살펴 볼까요? 타이틀 페이지에 파란색의 제목과 함께 책의 내용이 바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빨래하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좀 독특한 엄마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려나 봐요~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면 엄마는 예전 우리 엄마들이 빨래하시던 모습처럼 두 팔을 걷어붙인 채 주름결이 들어간 나무 빨래판을 커다란 통에다 비스듬히 세우고는 열심히 빨래를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엄마는 빨래하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잘 해치우(?)는지 나중엔 고양이든 뭐든 빨 수 있는 건 아무거나 찾아오라고 하죠. 이젠 엽기까지..

그 빨래를 널 빨랫줄을 한번 보세요. 숲속 나무를 빌려야 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보세요. 그 빨랫줄에 널려있는 온갖 물건들을요. (그 물건들을 살피는 것만도 눈이 좀 아프려고 하죠..)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랍니다. 금방망이를 찾고 있는 천둥번개도깨비가 그 빨랫줄을 보고는 찾으러 오다가 그만 빨랫줄에 걸리고 맙니다. (이때 도깨비의 몰골을 한번 보세요.) 다른 빨랫감을 찾고 있던 엄마는 마침 잘됐다는 듯이 평생 한번도 씻지 않았을 것 같은 도깨비를 빨래통에 집어던져 버리죠. 얼마나 열심히 빨았던지 도깨비는 눈도 코도 모두 없어지고 몸도 쭈글쭈글해져 버립니다.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분간을 못하겠던지 엄마는 아이들에게 '도깨비 얼굴을 좀 그려 보렴'하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본래의 도깨비와는 대조적인 무척 귀여운 도깨비로 바꾸어 그려버리죠. 빨래통에 던져지기 전의 도깨비와는 전혀 다른 예쁜 아이(?)가 된 도깨비는 매우 만족해 하며 구름을 타고 날아갑니다.

다음날.. 그렇게도 빨래하기를 좋아하는 엄마는 또 빨래통을 꺼내와서는 빨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난리가 났어요. 온갖 더러운 도깨비들이 빼곡이 몰려온 거예요. 그리고는 합창을 하죠.

'빨아주세요, 씻겨 주세요!'
'그려 주세요, 예쁜 아이로 만들어 주세요!'
'어제처럼 또 해 주세요!'
그런 도깨비들의 합창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는 용사처럼..
'좋아, 나에게 맡겨!'라고..

정말 대단한 엄마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피곤한 노동일 수 있는 '빨래'라는 일상을 소재로 이렇게나 위풍당당한 엄마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다니 말예요. 엄마의 당당함은 제목에서처럼 모두가 무서워하는 도깨비마저 꼼짝 못하게 하고는 빨아버리는군요. 게다가 한꺼번에 몰려온 그 도깨비 무리들이란... 그 앞에서 더 당당해진 엄마의 들어올려진 팔뚝..

요즘 엄마들은 아이키우느라 굵어진 팔뚝을 숨기고 싶어하는데 저는 이 책에 나오는 엄마의 굵어진 팔뚝이 무척이나 정감이 가더군요. 그 팔뚝은 바로 엄마가 지닐 수 있는 당당함의 상징처럼 확~ 부각되어 오는 것이 무엇을 맡겨도 감당할 자신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러니 엄마들, 팔뚝 부끄러워하지 맙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