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편지 -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손거울 같은 책
윤석미 지음 / 포북(for book)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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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달팽이가 되고 싶었다.

연초에 뭐 많이 계획하고 작심한건 없지만

신이 나에게 허락한 하루의 삶에 감사하며 집중하여 살려고 애썼다.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돌보고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그러다보니 양력의 한 해 막바지에 섰다.

새롭게 만난 인연들, 새롭게 시작한 일, 새롭게 알게 된 모든 것들을 뒤돌아 보고

이미 익숙해 소중함이 조금은 퇴색된 것들에도 익숙한 만큼의 깊이를 담은 살뜰함이 필요한 시기. 

지난 소중한 것들을 잘 갈무리해 꽁꽁 감싼 내공으로 다가오는 시간을 맞이하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에 [달팽이 편지]를 만나 느림보 달팽이가 되었다.

 

달팽이는 한편 한편 주옥같은 글들에서 '삶'과 '시간'과 '사람'을 돌아보고

내쳐 '나'에 귀결하여 보여주는 '내면'의 여러 모습에 맞닥뜨린다.

조급함, 불안함, 덧없음, 기다림, 안타까움과 같은 절명의 순간부터

소중함, 찬란함, 사랑스러움, 깨달음, 운명까지.

인생의 족적에서 만나는 여러 상황에 용기낼 수 있도록,

그리고 겸손할 수 있도록, 때론 남보다 먼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손마주 잡아 일으켜주는 단단한 요술지팡이 같으다.

예전에 읽은 법륜스님의 저서에서 만난 소중한 글귀가 떠오른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남으로부터 내가 사랑받는 길이고,

내가 남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출발점'이라는 말씀.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걸어가고 있는 '나'.

사소한 것에 달뜨지 않고 허황된 만족을 바라지 않는 지혜를

그래서 인생의 도착점에서 환히 웃을수 있을것 같은 예감을 달팽이는 배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제 아무리 어둠이 진해도 강은 거기 있다.

분명한 존재는 어둠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가려 있을 뿐이다. 이 세상엔 보이는 것보다

가려 있는 것이 더 많다.

진실도, 사랑도, 감추어져 있는 것이 더 많으리라 -p.220 

 

 

 ☞ 2011년 12월 3일 초판 오타

     -p.236  上1줄, 물는→물

     -p.249  下4줄, 밀어 두었던→미뤄 두었던

 

 함께 읽기를 권함

 

날마다 웃는 집

법륜
200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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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남자들! 문학동네 청소년 10
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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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남자'가 아니면 '여자'로 갈리던 관점을
세상의 모든 사람은 '나'와 '내가 아닌 사람들'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소설.
책에는 할아버지, 남자친구, 아빠친구, 선생님, 동아리선배, 오빠, 친구를 좋아하는 동급생,
아빠, 변태,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이렇게 열가지류의 남자들이 소챕터를 이루며 이야기가 엮어진다.
나열해 놓고보니 남자류도 참 다양하고 많으네.
금영이는 노래방을 운영하고 계시는 부모님 밑에서 전문계고를 다니는 그저 평범한 여고생이다.
금영의 절친으로 등장하는 마루와 현지, 최강태진이 한데 어우러진 이야기는
마루에게로 갔다가 현지에게로 갔다가 또 이들과 엮여져 다른 주변인물로도 옮겨다닌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다보니 처음엔 어찌나 방방뜨는지 청소년들의 재기발랄함이
그들이 내뱉는 대화속에 그대로 들어차있어 한껏 미소지으며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엔 이렇게까지 방방~ 뜨는게 요즘 트렌든가 싶어 살짝 거부감이 일려고도 했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기면서 이야기는 갈등단계에 이르고 그에 따라 이 말놀이 같던
언어구사도 조금씩 차분해지면서 내용을 충실히 따라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작가의 경쾌한 문체는 끝까지 이야기의 묘미를 살려준다.)

대개의 청소년 소설을 보면 입시스트레스나 왕따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반해
전문계고 졸업후 진로를 고민하고 어렴풋하지만 자신의 꿈을 찾아 당당하게 첫발을 내딛는 이야기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대학진학만이 정도(正道)가 아니며 그보다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심을 주문하고 있어
신선한 자극이 되어준다.
그리고 학업성적이 부진해서 인문계 고등학교와 대학교라는 진학을 포기하는게 아닌 설정 또한 기존의 선입견에서 탈피해 있어 긍정적이다.
노래방 출입제한 시간 여덟 시 이후의 시간이 금영이에게는 충격이었고 외면하고 싶은 세상일 것이다.
변 모씨는 여덟 시 이후의 세계에서 겪은 사건이다. 
여덟 시를 기점으로 예전의 자기로부터 떠나오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금영.
이 여덟 시 이후의 세상에서 혼자인듯 외로움을 느낀다. 

예전의 나로부터 훌쩍 멀리 떠나와 버린 것만  같았다.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외로워졌다.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외롭게 했다. -p.276
그러나 그 시간의 경계 너머엔 혼자 있는게 아니었다.
이미 중학교때 경계를 넘어와 버린 현지가 있고 마루가 있고 최강태진이 있다.
경계를 넘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지금 서 있는 세계를 직시하며 잘 살아가면 된다.
세상엔 여자가 아니면 남자가 있다고, 남자가 아니면 여자가 있다는식의 논리는 이제 여덟 시 이전의 세상이었다.
경계를 넘어오며 아픔도 있었지만 넘어온 이 세상을 보는 금영의 눈은
'나'와 '내가 아닌 사람들'로 나 아닌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졌다.
그리고 내가 아닌 사람들에는 남자도 있지만 현지나 마루, 엄마와 같은 여자도 있는 것이다.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던 여덟 시 이전의 세상을 벗어난 여덟 시 이후의 세상 초입은 끔찍하고 당황스러웠지만 이후의 세상에서 금영과 친구들은 한단계 더 성장해 갈 것이다
혼자면 힘들지 모르지만 '함께'이기에 희망적이다.

 
지금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지금의 내가 믿고 있는 무언가를 향해
자신 있게 움직이는 시간들. 그럴 수 있다면, 앞으로 다가올 그 모든 시간들도 내 것이 될 것이다.
9256번. 오늘의 첫 곡이다.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나의 노래.
<혼자가 아닌 나>는 모두와 함께 부를 것이다. 나의 친구들, 나의 선배들, 그리고 먼 자유를 찾아
날아오를 나의 선생님과 함께. -p.293

자유를 찾아 날아오른 세상의 '내가 아닌 사람들'...모두에게 힘찬 화이팅을 외친다. 



나에게도 교복이 로망인 시저이 있었다. 초등학교 육 학년 때였다. 물론, 중학교에 입학하는 즉시 교복이란 초등학생들에게만 그럴싸해 보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어린이의 자유도, 선택할 수 있는 어른의 자유도 없는, 교복은 자유의 결핍에 시달리는 우리의 처지를 상징할 따름이다. -p.92

식탁 위에 놓인 케이크 표면이 번들거렸다. 더운 날씨에 초콜릿이 녹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케이크에 꽂아 둔 양초를 뺐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육군사관학교에 실패했다고 해서 오빠에게 이 양초가 쓸모없는 것은 아닐 테니까. 오빠에게는 앞으로 축하해야 할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남았다. 육사가 아니라도 다른 대학에 얼마든지 갈 수 있고, 여동생에게는 까칠한 오빠지만 어여쁜 여자 친구를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을 테고. -p.155

"너무 그러지 마라,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대한민국의 모든 아들딸은 제 아빠 때문에 헛구역질하며 살아야 될 거다. 너희아빠가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쓴다고? 그래서 뭐? 그럼 그 도우미를 부르는 사람들은 뭔데? 너희 노래방에서 도우미 불러 달라고 신용카드 내미는 아저씨들은 아들딸 없을 거 같아? 그런 아저씨들은 특별히 이상한 사람들인 줄 알아? 다들 그냥 직장다니고 뭐 그런 사람들이야. 누구네 아빠, 누구네 삼촌, 이렇게 말하면 억울한 사람도 있겠지. 세상에 왜 착한 아저씨들이 없겠니? 하지만 난 그런 가능성은 접어 두기로 했다. 괜히 그런 기대하면 실망만 커지잖아."
마루의 의기양양하던 말투가 시무룩했다. 무엇에 실망했던걸까. 얼마나 실망하고서 저런 말을 하게 된 걸까. 나는 가슴으로 아픔이 번지는 걸 느꼈다. 나의 아픔인지 마루의 아픔인지 알 수 없었다. -p.226~227 

여덟 시 이후의 세계를 몰랐던 그 시간들은 어제 내게 완벽한 과거가 되었다. 예전의 나로부터 훌쩍 멀리 떠나와 버린 것만 같았다.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외로워졌다.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외롭게 했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뒤미처 무언가를 깨닫고 그로 인해 조금씩 더 외로워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27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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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밖으로 달리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6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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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보호구역'이라 지정해 모든 설정을 1840년에 맞추어 놓은 클리프턴 마을.
각자의 이유로 이 마을에는 1세대라 불리는 어른들이 입주해 살고 있다.
문제는 그 1세대에서 태어난 자녀들...
이야기의 주인공인 열세살 소녀 제시도 클리프턴에서 태어나
거기서 살게된 모든 것이 세상의 전부인줄 알았다.
그러나 클리프턴 마을을 세운 본래의 취지는 다른 이유.
마을에는 위기가 닥치고 그 위기를 벗어날 유일한 방법을 제시에게 맡길수 밖에 없는 상황.
제시의 엄마는 클리프턴 마을을 둘러싼 배경을 제시에게 고백하는데
제시의 충격이란...
1840년에 맞추어진 마을을 벗어나니 등장한 세계는 1996년...
제시가 시간 밖을 달려나와 맞게되는 여러 문화적, 문명적 충격을 극복하면서
과연 위기에 빠진 마을을 구해 낼 수 있을까...
 

한번씩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우주 그 넓은 세계는 어쩌면 지구 문명보다 더 멀리가 있든지
아니면 한없이 뒤떨어져 있든지..
그런데 그 어느곳도 아닌 이 지구, 그것도 2000년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가
나에게 허락된 시간인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긴 어느곳, 어느 시점에서 살든 환경에 적응해가며 잘 살아가겠지..
문제는 시공간을 뛰어넘을 때.
적어도 내게는 그럴일이 없겠거니 안도하면서도 글쎄
세상어디에선가 혹시 그런 시도를 하고잇거나
아니면 기술발달의 어느 시점에 그럴일이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겠구나 싶은..
그럼 그땐 그게 마냥 좋은 것일수 있을까...
발달의 끝은 어디인가?? 뭐 이런 생각이 가지에 가지를 뻗친다. 

주인공이 열세살이고 청소년 대상 책이라
초등 고학년부터 고등까지 소화할수 있을듯 하다.
소설이긴 하지만 제법 있을법도 한 이야기인지라
나처럼 공상? 상상? 망상??이 들 수도 있겠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뛰어내리는 건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결국은 안전하게 땅으로 내려올 거라는 걸 제시는 믿었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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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 박원순 세기의 재판이야기
박원순 지음 / 한겨레신문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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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느 시대의 법정은 죄를 규명하는 장소가 아닌
시대가 요구하는 희생자를 처형하는 도구로써 사용되곤 했다.
(지금의 법정은 이제 그러하지 아니한가...??)
이 책은
프랑스 비시정권의 수반, 필리페 페탱과
D.H. 로렌스의 저서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제외한
여덟편의 이야기(소크라테스, 예수, 잔 다르크, 토머스 모어, 마녀재판, 갈릴레오 갈릴레이,
드레퓌스, 로젠버그 부부)를 들려줌으로써 
지난날 법정에서 벌어졌던 정의와 불의, 진실과 허위, 무고와 희생, 억압과 저항의 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맞섰으며
이 드라마틱한 순간에 어떤 이들이, 어떻게 주인공과 주변인 역할을 담당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제시하고
이후 역사는 이들을 어떻게 판명하고 기억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였다.

책에 등장한 인물들은 모함에 의해서든 자신의 신념에 의해서든
법정의 판결에 따라 죽음을 향하여 의연히 걸어갔다.
그들의 이런 모습은 마치 순교자와 같아서 훗날 시대는 이들을 '영웅'이라 부른다.
진실을 외면한채 권력과 이해관계에 타협했던 이들은 잠시 죽음을 미루고 한때의 호시절을 누렸을지언정
역사는 결코 그들을 묵인하지 않았다.
사람의 법정은 정직을 오도하고 진실을 외면할 수 있었을지언정
오늘 역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필귀정이라는 그 명쾌한 판결에 금치 못할 전율을 느끼고 말것이다.
  

크리톤: 탈출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은 돈을 요구하지 않네. <중략>
소크라테스: 우리는 단순히 사는 것을 소중히 여길 게 아니라 잘 사는 것을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야 하네. 우리가 평생토록 진지한 논의를 통해 동의했던 그 모든 것들을, 이 나이의 우리가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며칠 동안에 내동댕이쳐 버려야겠는가? <중략> -p.33  


소크라테스가 평생 추구한 것은 선과 덕이었다. 그는 사형선고 직후에 단언하였다.
"어려운 것은 죽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피하는 것"이라고. "악에게 붙잡히지 않는 것은 죽음에 붙잡히지 않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악은 죽음보다 발걸음이 빠르기 때문"이라고. "지금 나는 늙고 발걸음이 느리기 때문에 그 느린것(죽음)에 붙잡혔지만 나를 고소한 사람들은 영리하고 발걸음이 빠르기 때문에 그 빠른 것(악)에 붙잡혔다."고. 그래서 독백처럼, 그러나 자신만만하게 말하였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각기 우리의 길을 가야 합니다. 나는 죽기 위해. 여러분은 살기 위해. 그러나 어느 쪽이 좋은지는 신만이 알고 계십니다." -p.36 (소크라테스의 재판中) 

클레망소는 드레퓌스 사건에 관하여 약 800편의 글을 썼다. 매일 매일 그는 굽힐 수 없는 논리로 <오로르>지에 드레쉬스를 변호하는 힘찬 글을 썼다. 그에게는 불법성 자체가 불의의 한  형태였다.
국가이익-그것이 법을 위반할 힘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법에 관해 말하지 말라. 자의적인 권력이 법을 대신할 것이다. 오늘 그것은 드레퓌스를 치고 있지만 내일은 다른 자를 칠 것이며, 국가이익은 이성을 잃은 채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반대자를 비웃으며 쓸어 버릴 것이고, 군중은 겁에 질린 채 쳐다만 볼 것이다. 정권이 국가이익을 내세우기 시작하면 끝이 없게 마련이다. 그것은 모든 것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의 차이를 허용치 않고 차이를 감내하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드레퓌스에게 적용된다면, 다른 누구에게도 적용될 게 분명하다. 새시대의 동이 터올 때, 대혁명이 보인 첫 행동은 국가이익의 저 거대한 요새, 바스티유를 쳐부수는 것이었다. -p.230 (드레퓌스의 재판中)

프랑스가 부역자 처리 문제에서 보여주었던 단호함은 우리의 귀감이 될 만하다. 프랑스는 자신의 어두운 역사와 부끄러운 과거를 과감하게 도려내는 역사적 과업을 수행함으로써 민족적 정통성을 곧추세웠다. '클라우스 바르비' '폴 투비에르' '모리스 파퐁' 사건 등 최근까지도 공소시효를 배제한 채 나치 부역자에 대한 재판을 계속해왔다. 친일파 청산에 실패한 우리로서는 부러움과 부끄럼을 함께 느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p.268 (필리페 페팽의 재판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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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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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몽환적 느낌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죽음의 문턱에선 할아버지를 통해
보여주기를 원하는데
내포와 상징의 모호함과 지나침으로 의미가 청소년 수준에 맞게 잘 전달될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
정서적으로 다른 이질감이나 이들의 생활도 우리네와는 너무 달라
(그렇지만 이러함에도 어떤책은 스토리의 탄탄함이 이를 극복하게 이끌어주기도 하는데)
상황을 이해하거나 감정에 몰입하거나 하는데 장애적 요소가 되는건 분명한 사실.
그럼에도 이런 장애를 넘어 의미를 따라가 파악해 내고 감동까지 이어가기엔 헉~~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열 다섯살 소녀 제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면서 느껴야할 이별의 슬픔과 그리움의 고통 또한
할아버지의 죽음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며
할아버지의 죽음후 깊은 슬픔에 잠겨있지만 결국은 더 많은 내일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한다.  
이런 메세지를 전하기 위한 이야기 구성치고는 아주 모호한 점이 많아
책장을 덮고도 뭔가 이해되지 못한 찝찝함이 남겨졌다.
할아버지와 리버보이와의 관계성이 무엇인지..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계속 호기심만 불러일으키며 지루한 장면을 반복하는데
참 지치게 만드는 부분도 많다.
그럼 리버보이와 제스의 관계성은 무엇일까?
이것도 결국 모호하게 끝나버린다.
전개될듯 될듯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하는 이야기자체가
참 답답했고
이런 메세지를 주는 더 좋은 문학을 차치하고
이 책이 명성을 날리는건 단순히 베스트셀러의 함정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한다.
소지루한 책읽기였다.

 



"사람의 일생을 보는 것 같지?"
"일생이라고?"
"강의 일생일 수도 있고."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어떻게?"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아름답지 않은 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
"삶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 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p.19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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