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9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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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겨울 밤이 무르익을 때면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들으며 잠들던 기억이 새롭다. 할머니의 그 이야기 보따리는 어찌나 풍성했던지 “또요..또요~”해도 자꾸만 새로운 이야기로 손주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셨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그 멀고도 머언 아주 오랜 옛날~~, 이렇듯 손주들이 이야기에 목달라 하는 마음에 애를 달구는 게 당신의 즐거움인 듯 한참을 뜸들이고서야 이야기는 시작되었지. 눈은 말똥말똥, 귀는 쫑긋~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 전개에 따라 손을 움켜쥔 채 숨을 꼴깍 삼키기도 하고 휴~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하면서 그렇게 겨울밤은 깊어만 갔었다.

내가 어렸을 적엔 옛이야기를 다룬 책이라고는 눈을 닦고 찾아봐도 없던 시절이라 오로지 입담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즉흥이야기를 의지 삼아 이야기의 재미를 즐길 수가 있었다. 그런 우리들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이야 옛이야기를 다룬 많은 그림책들 속에서 듣고만 싶으면 책장에서 빼내와 책을 읽으면 되는 일이지만 그런 문명의 이기 속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갑자기 서글퍼지는 것은 내용이야 훤히 알지언정 정작 우리세대가 가졌던 이야기에 얽힌 추억들은 갖지 못할 것이기에 옛이야기를 읽기는 하나 참 삭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선 그림책으로 접하게 되는 옛이야기 그림책들은 구술로 전해 듣는 이야기의 상상력에 비해 내용이 많이 축약되어지고 이야기가 산만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책을 편집하기 때문에 한 권의 책을 모두 읽지만 어딘가 모자란듯한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옛이야기 책이란 게 활자화된 그림책의 영역에 속하다 보니, 그리고 대상연령이 어린 아이들이다 보니 내용의 충실함 보다는 삽화로 전하는 내용의 전달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삽화란 게 정말 잘 그려진 그림이 아닌 이상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원래 지니고 있는 옛이야기의 맛까지도 떨어뜨릴 우려가 많다.

아직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에 옛이야기 그림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협소하여 아이에게 들려주고픈 이렇다 할 옛이야기 책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는데 몇 년 전 보림의 까치호랑이 시리즈와 웅진닷컴의 「두껍아 두껍아 옛날옛적에」, 보리의 「꼬불꼬불 옛이야기」가 출간되면서 아이들은 예전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그 옛이야기의 묘미를 책으로나마 즐길 수 있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시리즈중 「반쪽이」는 아이가 특히 좋아했던 옛이야기 그림책이다. 군더더기 설명이나 배경그림 없이 전할 내용에만 충실하고 있고 또 옛이야기가 지니는 전형인 반복구조를 띠고 있어 딸아이가 쉽고 재미있게 책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반쪽이」를 하은이에게 읽어주면서 내 나름대로 책을 통해 느낀 건데 만약에 할머니로부터 반쪽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반쪽이의 형상을 과연 어떻게 상상할 것인가?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도 다리도 하나, 입도 반쪽, 코도 반쪽이라는데..

처음 「반쪽이」를 읽을 때 아이는 반쪽이라는 어감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반쪽이라는 건 아무리 상상을 해보아도 제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책을 통해 본 반쪽이는 그리 심각한 모습이 아니다. 심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가다 보면 반쪽이의 용감함과 지혜로움에 반하게 되어 버린다. 게다가 반쪽이에게 닥친 위기상황은 반대로 유머러스하게 전환해 놓아 아이들은 코앞에 닥친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 채 배꼽웃음을 웃는다.

또한 이야기 말미의 영감딸을 업어가는 클라이막스는 반쪽이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남기기에 충분할 정도의 구성이 돋보인다. 반쪽이의 해결방법이 기발한데다 아수라장이 된 사람들의 모양새는 민화풍의 그림이 표현할 수 있는 과장과 재미가 녹아져 있어 반복되는 어구와 함께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내용을 추스르는 전형적인 끝맺음, 잘 먹고 잘 살았대.

옛사람들의 이야기엔 늘상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교훈이 저변에 깔려있어 아이들은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있는 동안 시나브로 착하고 어질게 살아야 함을, 그리고 효도와 우애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것이고 어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드러내어 훈시하지 않아도 옛이야기의 즐거움 속에서 은근히 내 아이가 그렇게 자라기를 바래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으로 바꾸어 놓은 옛이야기. 반쪽이의 이런 재미에도 불구하고 만약 나에게 그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예전 할머니가 꺼내 놓으시던 이야기 보따리 만큼은 지금의 그림책보다 훨씬 재미난 꺼리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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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14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날이야기가 그립다는 님의 말이 맛깔스런 님의 글만큼 정겹습니다.

waho 2004-04-1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 자기 전에 이모에게 반쪽이 애길 들려 달라고 졸르던 기억이 나네요. 왠지 반족이 애기가 너무 좋았던 기억이...

bluetree88 2004-04-1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의 이미지가 바뀌었군요..그동안 안들린 사이에 많은 변화들이 있어서 적응이 잘 안되려고 하는군요..돌아가신 할머니, 무척 보고 싶네요..^^

강릉댁님은 어릴적 반쪽이 애기를 들으셨나 보군요..전 하은이에게 읽어주려고 책을 고르기 전에는 이런 얘기가 있는줄 전혀 몰랐는걸요..할머니 못지않게 이모님도 이야기 보따리가 큼직하셨던 모양이네요..호호~^^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 벨 이마주 12
시마다 유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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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명성(?)만을 들었을 때 바무와 게로가 저는 하나의 이름인줄 알았었답니다. 그래서 구입예정 책 목록에 적을 때도 ‘바무와게로 오늘은~’ 이렇게 적었었지요. 서점에서 직접 이 책을 발견하고 내용을 읽었을 때 그때서야 두 가지의 캐릭터를 일컫는 이름인 줄을 알 수가 있었죠. 이렇게 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착각하는 일이 어찌나 빈번한지.. 그래서 얻게 된 습관중의 하나가 직접 책을 보고 확인한 후 구입하게 되는 습관이 들더군요.

서론이 길었는데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은 ‘바무와 게로’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시장보기’라는 일상의 경험을 개를 닮은 바무와 두꺼비를 닮은듯한 게로릍 통해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쁘게 꾸며놓은 책입니다. 우선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앙증맞음, 박스컷 형식의 그림을 통한 이야기 진행의 깔끔함과 단순함, 시장에 들어차 있는 온갖 가게들에서 볼 수 있는 볼거리들, 그리고 그것을 모티브로 파생돼 나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깃 거리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시장에서 만나는 여러 소재를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입니다. 야채가게 옆에 위치해 있는 ‘별난 가게’는 자리만 깔린 채 호두며 손거울이며 비둘기 모양 피리들이 주인(햄스터??)의 입에서 나오고 있고 ‘신나는 문열기’라는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독특한 모양의 문은 그 문을 열면 온갖 물건들이 나오는데 이 가게들은 현실의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상상속의 시장모습이 아닐런지요. 빈수레로 시장을 들어선 바무와 게로의 시장보기.. 뒷장으로 갈수록 수레에는 장 본 물건들이 하나 둘 쌓이고 이야기를 통해서 나왔던 물건들이 어느새 게로와 카이의 몸에 하나씩 걸쳐져 있지요.

시장보기와 관련한 그림책이 여럿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시장보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란 곳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상상의 세계(물론 실재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도 많지만)와 물건을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인 것 같습니다. 구석구석 등장하는 소품들을 아이와 함께 숨은 그림을 찾듯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또 아이는 무엇을 사고 싶은지 그것에 대한 대화를 나누어 보는 활동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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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i100 2004-11-1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배님의 리뷰를 읽고 아이에게 사준지가 벌써 5개월이 넘었는데,이때가지 전집이나 낱권으로 사준 책보다 가장 좋아하는 책입니다.심지어 사촌조카들에게까지 보여준다고 들고다닌 책이기도 하죠. 소중한 보물을 하나 얻은 기분이랍니다.^^
 
똥벼락 사계절 그림책
김회경 글, 조혜란 그림 / 사계절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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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딸아이이와 신명나게 읽은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이 바로「똥벼락」인데 다섯살인 딸아이에게는 똥’이라는 어감이 재미있는지, 아니면 의미가 재미있는지 책읽는 내내 ‘똥~’만 나오면 꺄르르 꺄르르 웃음꽃이 핍니다. 책의 제목부터 “똥벼락~~~” 그러니까 “똥뷰락이래~~”그러면서 무에가 그리 우스운지 얘기도 시작전인데 벌써 뒤로 넘어갑니다. ‘똥’과 관련한 여러책이 있지만 그중 저의 아이가 가장 아끼고 있는 애장본...「똥벼락」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김 부자는 돌쇠 아버지를 30년 동안 머슴으로 부려먹었습니다. 이야기는 다짜고짜 김 부자가 나쁜 사람임을 비추면서 시작됩니다. 이 한줄로 미루어 김 부자에게 30년 동안이나 부림을 받은 돌쇠 아버지는 아마도 우직하니 마음좋은 사람인가 봅니다.

그렇게 30년이나 부림을 당한 댓가로 돌쇠 아버지가 고약한 김 부자에게 받은 것은 고작 자갈밭입니다. 하지만 착한 돌쇠 아버지는 그것도 감지덕지, 밭의 자갈을 모두 골라내고는 밭에다 뿌릴 거름걱정을 합니다. 여기서부터 슬슬~ ‘똥’이 등장하지요. 돌쇠네는 정말 똥을 금덩이처럼 귀하게 여기면서 온갖 똥을 모읍니다.(아~ 똥이 금덩이와 같은 대우를 받다니~)

어느날 잔칫집엘 간 돌쇠 아버지는 그만 배가 아파서 급히 집으로 가는데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나뭇잎에 싸갈 생각으로 볼 일을 보지요. 그런데 똥과 함께 누었던 오줌이 그만 낮잠 자던 도깨비 얼굴에 쏟아지는 바람에 돌쇠 아버지는 기적과 같은 도깨비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돌쇠 아버지의 딱한 사정을 들은 도깨비는 별 어려울 것도 없다는 듯이 김 부자네 똥을 돌쇠네로 날아다 줍니다. 돌쇠네는 그 똥으로 잘 썩은 똥 거름을 만들어서 밭에 뿌린 덕분에 조며 수수며 고구마 농사를 잘 지었지요.

이제 슬슬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고구마를 캐던 돌쇠 아버지가 금가락지를 발견하고는 김 부자에게 달려갑니다.(아~ 돌쇠 아버지, 정말 우직합니다..그려~) 이야기를 죄다 들은 김 부자는 그 성격 어디갈까요. 돌쇠 아버지를 똥도둑으로 몰아세우고는 훔쳐간 똥을 모두 갚든지, 똥 먹고 자란 곡식을 몽땅 내놓으라고 우격다짐을 합니다.

이실직고하러 갔다가 되려 매만 번 돌쇠 아버지는 하도 막막해서 산도깨비를 찾아가서는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돌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산도깨비는 김 부자의 욕심에 혀를 두르며 드디어 똥벼락을 내립니다.

“수리수리 수수리! 온 세상 똥아, 김 부자네로 날아라!”

똥벼락이 얼마나 클지 거무누르스름한 똥구름이 하늘을 뒤덮고는 온갖 똥덩이가 김 부자 머리 위로 쏟아집니다. 이제 드디어 하은이가 신이 나는 대목이 나옵니다. 산도깨비가 모은 세상의 온갖 종류의 똥이 나열되거든요. 된똥, 진똥, 산똥, 선똥, 피똥, 알똥, 배내똥, 개똥, 소똥, 닭똥, 말똥, 돼지똥... 이 똥들을 다~ 나열하기도 전에 우헤헤~ 우헤헤~

김 부자에게 내린 똥벼락은 똥산이 되고 동네 사람들은 그 산에 쌓인 거름을 가져다 농사를 지어서 풍년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똥산이 돼버린 모습을 보고는 하은이가 묻습니다. 김부자는 어떻게 됐냐고... 똥산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산 귀퉁이에 사람 발자국과 고양이 발자국이 보이는데 아마도 김 부자는 겨우겨우 똥산을 헤집고 나와 똥을 뒤집어쓴 부끄러움에 마을을 떠났을거라고 얘기해 주지요.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가 선악구조의 형식속에 해학과 풍자를 담아내는 틀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어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에게 재미뿐 만이 아니라 선한자와 악한자의 결말에 대한 흥미로움으로 내용을 단번에 읽어내려가는 힘을 주는 듯 합니다.

흔히 ‘똥’이라고 하면 그것의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먼저 생각하고 코를 싸쥐기 일쑤였던 우리네들... 그런 작태에 일침을 놓기라도 하듯「똥벼락」은 똥의 양면을 통해 자연의 순환을 기억하며 똥을 귀하게 여기는 자들에겐 복을 불러오지만 단지 배설물로 여기고 업쑤이 여기는 자들에게는 오히려 화로 작용함을 일러줍니다.

김 부자에게 새경으로 받은 자갈밭이었을 지언정 그 자갈밭을 걱정하기 보다 그 밭에 뿌려질 거름을 걱정하여 온갖 음식물의 찌꺼기이고 냄새나는 배설물을 단지 더럽다 생각않고 귀히 여겼던 돌쇠네, 하늘(산도깨비)은 그런 돌쇠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그 밭에서 입으로 들어가는 온갖 곡식이 열리는 복을 준 것일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똥을 단지 자신의 욕심을 채울 대상으로 생각했던 김 부자는 세상의 온갖 똥의 더러움에 치를 떨었겠지요.「강아지 똥」이 세상에 하잘 것 없는 것은 없음을 말하고 있다면「똥벼락」은 귀한 똥과 더러운 똥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려준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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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1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도 귀한 게 있어요, 정말^^ 이 그림책 재미있더라구요. 벌써 오래 되었네요.
빛그림 슬라이더로도 보았는데 아이들도 아주 재미있어하구요.^^

bluetree88 2004-04-14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혜경님은 벌써 똥벼락이 오래전 이야기가 되셨군요..
요즘 하은이는 똥벼락 자주 들고오거든요..아마도 베스트가 될듯 하네요..
나중에 슬라이더 공연이 있으면 그것도 놓치지 말아야겠군요..감사~^^

다연엉가 2004-04-15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전 슬라이더 공연도 봤는데 정말 재미있어 하더군요.. 그리고 아빠의 굵은 목소리가 아주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bluetree88 2004-04-1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얼마전 하은아빠가 이 책을 읽어주었더랬는데 비위 상해서 혼났다고 하더군요..
전 괜찮던데 오히려 저보다 더 깔끔을 뜬다니까요..
아빠의 굵은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책이라~ 또 그런책 어디 없을까요?
이에 속하는 책들은 모두 아빠에게 일임하게요~^^
 
곰 세 마리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0
폴 갤돈 글 그림, 허은실 옮김 / 보림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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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미권에서 전해오는 '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라는 전래동화를 각색해서 만들어진 책인데 책 내용에 등장하는 금발머리 그러니까 Goldilocks의 등장이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표지의 노란색을 통해 은근히 내비치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뒤표지를 보면 정말 말괄량이처럼 생긴 금발머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독자를 쳐다보고 있다.

「곰 세마리」는 영미권에서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이다. 다른 창작물에서 조차 이 이야기를 빌어쓰는 형식을 취하는 책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니 영어에 입문하려면 이 정도의 이야기는 기본으로 알아두어야만 할 것 같다. 그렇게나 유명한 이야기...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도서시장에도 이 원본의 번역본들을 어렵잖게 만나게 된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 책들은 하나같이 내용을 축약시켜 놓았고 삽화 또한 정성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접하게 된「곰 세마리」. 헝가리 출신의 폴 갤돈이라는 작가가 내용을 쓰고 삽화를 그렸다는데 나는 솔직히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이름이다. 그는 칼데콧 명예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는데... 이런 낯선 느낌으로 표지를 넘기니 대충 그려진듯한 뒷배경에 반해 투박하게 생긴 나무밑둥이 작가가 제법 정성을 기울인 흔적을 지니고 서있다.

다음 장에는 숲속에서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곰세마리의 모습이 나오는데 작가가 배경을 두고 그린 그림은 이게 전부이다. 이후부터는 오직 이야기의 주인공들에만 초점을 맞춘채 배경을 생략해 버린다. 그래서일까... 책에 등장하는 곰세마리는 제법 세밀한 텃치로 표현되어 있다.

한 마리는 조그맣고 조그만 곰,
한 마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곰,
한 마리는 커다랗고 커다란 곰,

이 곰을 표현한 방식은 책을 읽어나가는데 있어 대단한 묘미로 작용하는 것 같다. 원본에는 커다란 곰, 조금 작은곰, 작은곰으로 표현되어 단지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으로 구분짓고 있는데 작가는 읽는재미에 착안해서 중간중간에 이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효과를 통해 그릇, 의자, 침대를 거치면서 엄마가 아이와 이구동성으로 자연스럽게 이 표현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장치해 놓았다.

이렇듯 아이와 엄마가 한참 조그맣고 조그만, 크지도 작지도 않은..을 외치고 있을때 느닷없이 금발머리 소녀가 등장하면서 아이눈은 휘둥그레진다. 금발머리는 게걸스러운 얼굴에서도 알수 있듯이 원래는 곰돌이네 이웃에 사는 말괄량이라고 한다. 이 말괄량이는 도저히 어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데 주인없는 집으로의 침입. 아이니까 그럴수 있지. 하지만 다음에 벌어지는 일들은 더 심각하다. 주인이 먹으려는 죽을 먹고 의자를 부서뜨리고 주인이 없는 집 침대에 누워서 잠까지 잔다.

이 쯤에서 독자들은 어쩌면 말도 안되는 책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교육‘을 염두하고서 책을 읽히는 부모라면 아예 책을 덮어버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곰 세마리'이야기는 엄연히 영국이라는 나라의 전래동화이고 그들은 우리와는 다른 정서를 지니고 있음을 알아야겠다. 전래동화라는 게 우리의 것을 들어도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들이 많은가! 그러니 이야기를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면 동화가 주는 재미를 만끽하지 못한다. 그저 아이의 마음으로 책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빠져 볼일이다.

그렇게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던 금발머리 앞에 곰가족이 나타나고 당황한 금발머리는 창문으로 도망쳐 버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황당하다고? 하지만 그 황당함을 이제부터 이야기의 시작으로 삼으면 된다.

그 뒤로 금발머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라
-글쎄, 정말 아무도 모를까? 금발머리가 다시 곰돌이를 기웃거리지는 않았을까?

곰 세 마리도 금발머리를 다시는 본 적이 없대
-곰 세 마리는 못봤지만 금발머리는 곰돌이네 집 근처에 숨어 있었을지도 몰라

이런식으로 아이랑 다음 이야기를 상상해 보면 되는 것이다. 이「곰 세마리」에서 특별난 재미나 교훈을 찾으려고 한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전래동화는 그저 읽히는 맛과 그때그때 일어나는 사건을 즐기는데서 재미를 찾아야하니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곰 세마리」는 아이의 귀와 입을 즐겁게 해주고 금발머리로 인한 일대소동으로 인한 독특한 재미를 안겨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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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둘이서 아기 그림책 나비잠
김복태 글 그림 / 보림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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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딸아이의 독서력이 부쩍 늘면서 좀 긴글의 책들로 관심을 돌리다가 보림에서 나온「둘이서 둘이서」를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낯익은 서명... 역시나 10년전에 연필과 크레용 시리즈로 초판발행 되었던 책을 판형을 새로이 하면서 여러 가지면을 작가가 새로이 다듬어서 개정판을 내었더군요.

'연필과 크레용'이라고 하면 10여 년전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에 우리 작가의 창작그림책이 드물었던 시절, 순수 우리 작가만을 고집해서 창작그림책을 내놓았던 보림출판사의 야심있는(?) 시리즈였다고 합니다. 그 10년의 명맥을 이어오는 동안 지금의 우리 그림책 시장에선 정말 괄목할 만한 성장을 통해 많은 양질의 그림책들을 심심찮게 접할수 있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시류속에서 예전의 책들은 구(?)티를 벗지 못한 등등의 이유로 그림책 시장에서 자연도태 되어지는 양상을 띠게 되는데「둘이서 둘이서」는 그런 흐름을 파악해서인지, 아니면 작가의 정성때문인지 대상연령을 낮추면서 완전히 새로운 책으로 탈바꿈 하여 개정판이 나왔더군요.

우선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4~6세에 맞추었던 대상을 0~3세로 낮추면서 책의 크기와 장수를 현저하게 줄여놓았습니다. 그림책을 만들때 대상을 어느 연령대에 잡느냐는 책의 외형을 좌우하는데 있어 큰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 판형의 2/3로 줄어든 크기는 우선 다른 나비잠 시리즈에 맞춘듯 하고 이 크기는 아마도 0~3세의 유아가 보기에 적당한 크기로 보여집니다. 생략되어서는 안될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니 오히려 크기가 크다는 점은 유아들에게 불편함만을 가져다 주겠지요.

다음은 예전의 수채화 기법의 그림이 유화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의「둘이서 둘이서」는 책의 성격상 작품성 보다는 재미에 치우친 책인지라 솔직히 그림에 있어서는 메시지만 전하면 되는듯 간단하게 표현되어져 있었지요. 그리고 코끼리나 하마, 부엉이의 색상이 사실과는 많이 떨어진 느낌이었구요. 이번에 새로이 그져진 유화그림은 우선 이 사실성에서 어긋남이 없이 맞추어진 듯 하고 또 대상연령이 낮추어진 점을 고려해서인지 색감에 많이 신경쓴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달라진 점은 지문에 있어서 일정한 운율을 적용했다는 점인데 이전의 책이 글이 늘어지면서 “00게 하면 되잖아. 혼자서는 안돼.”라는 메시지 전달에 더 비중을 두었다면 이번 개정판은 유아대상이란 점을 적극 참작해 내용보다는 오히려 의성어, 의태어를 이용한 운율을 통해 아이들 입에 글귀가 착~ 달라붙도록 구성해 놓았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유아들은 메시지보다는 엄마가 읽어주는 목소리의 흐름을 타는것에 더한 재미를 느낄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다음장에 등장할 동물들을 이전 지면에 희미하게 스치듯 그려넣어 다음장을 예상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재미도 가미해 놓았네요. 하지만 이 기법은 최숙희의「누구 그림자일까」나 아니면 영국작가인 팻 허친즈의「바람이 불었어」에서 익숙한 기법인지라 그리 새롭지만은 않았어요.

10년이 지난 그림책을 시대에 발맞추어 새로이 개정을 한다는게 좀체로 쉽지 않은 일일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품을 새로이 되돌아 보고 좀 더 조화롭게 작업을 해주신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사실 좋은 취지의 그림책이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로 관심의 대상에서 조금씩 멀어진다는게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모리스 샌닥의 그 유명한「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에서는 베스트의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 책의 초판을 읽은 사람들은 지금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서 자기 아이들에게 자신이 어렸을때 읽었던 명작을 다시금 읽히면서 유년을 떠올린다고 하지요.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럴려면 작가들이 좀 더 자신의 작품에 신경을 쓰고 독자들은 좀 더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책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둘이서 둘이서」... 예전 판본에는 “혼자서는 안돼.”라고 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 말이 안 통할 듯합니다. “왜 혼자서는 안돼..??”하면서 이런저런 방법론을 내세울 것만 같습니다. 개정판에서 이 어구가 빠졌듯이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혼자서도 할수 있지만 둘이 하면 힘이 덜들고, 좀 더 빠르고, 혼자때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니? 그러니 둘이가 좋을거야.”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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