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읽은 좋은 책 <도둑들의 도시>와 <차일드 44>. <도둑들의 도시> 데이비드 베니오프라는 작가는 난생 처음 접하는데, 영화화되었다는 <25시>란 영화는 보지 못했고, 그가 시나리오 작업을 한 영화도 본 지가 오래되었거나, 볼 예정인 작품들 뿐이다. 그렇게 기대감을 갖지 않고 우연히 읽기 시작한 책이라 그런지, 의외로 좋았다..^^ 오랫만에 읽는 전쟁 소설-물론 전쟁의 과정을 담은 온전한 전쟁 소설이라고 보긴 어렵지만-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전쟁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평범한 행동 하나가 생사를 결정짓고, 그래서 항상 죽을 각오를 해야하는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아프고도 기쁜지 잊고 있었다. 

 <차일드 44>는 장르를 달리 하지만,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도 좋을 책- 스탈린 치하의 '완벽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범죄가 없는 깨끗하고 살기 좋은 나라에 살고 있다고 믿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범죄 그 자체보다 더 깊게, 와닿았다. 책 분량이 결코 만만치 않으나 버릴 곳이 한 군데도 없다(사실, 라이사를 노리는 음흉한 의사이야기는 없어도 되겠더라만'')고 생각될 만큼 흡입력도 좋은 작품이었다. 

 결국, 아주 유명한 전쟁 소설 <캐치22>를 덜컥 구입- 아직 읽지 않아 좀 부끄러우려나? 그 외에도 스탈린이나 레닌 치하의 소련이 무척 궁금해졌다는.   

 

 

 

  

 

 

 나는 확실히, 단편 보다는 장편이 좋다. 그것은 나라는 사람이, 문체의 힘이라거나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에 무감각하고 대신 서사가 가진 힘에 쉽게 감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 만난 조이스 캐롤 오츠의 <멀베이니 가족>은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굉장한(?) 책이지만, 그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오히려 힘들었다. 글쎄, 모든 일이 벌어졌을 때부터 균열과 몰락과 또다른 화합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화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지나치게 고통스럽고 몰락의 과정이 반복적이어서 읽는 내가 지쳐버렸다는 데 있다. 이미 멀베이니 가족의 아픔에 휘둘리느라 진이 빠져버린 나는 그들이 보여주는 화합에도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조이스 캐롤 오츠의 단편이 문득, 읽고 싶어졌다.   

 

 

 

 

 

 

 

 

 

 <6인의 용의자>는 작가의 전작 <Q&A>를 정말, 감탄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기대를 상당히 많이 한 작품이다. 뭐, 이제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워낙 유명해졌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것이라 생각되지만, 어쨌든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과 재미가 아직도 기억나는 작품^^.. 그에 비해 <6인의 용의자>는 왠지 조금은 심심하달까. 이야기가 얽히고 설켜서 하나의 결론으로 치닫는 구성은 꽤 흥미롭지만, 제목 그대로 6인의 용의자를 각각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집중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결국은 읽는 내내 그래서 어찌된 일이냔 말이다!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작 결말 부분에서는 뭔가 말끔히 해소된 기분보다, 작가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겨우 놓여난 기분이 들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오만과 편견>의 자칭 애독자로서, 아류작!이라는 고정관념 하에 보지 않으려 했으나;;; 읽고 나서는 전혀 후회없었던 작품이다. 만약 읽지 않았다면 후회했겠지. <오만과 편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욕 먹지 않을 정도로, 원작의 캐릭터나 플롯을 잘 살렸다. 읽는 내내 키득거렸고, 원작의 재미를 떠올렸으며,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인물들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덕분에 이 작가가 집필하고 있다는 뱀파이어 헌터인 링컨의 이야기도 엄청 기대! ㅋ  

  

 한 때, 누구나 그랬겠지만 에쿠니 가오리에게 열광했던 적이 있다. 난 항상 바나나보다는 가오리였는데, <반짝반짝 빛나는>과 <낙하하는 저녁>에서 완전히 반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 그냥 딱 거기까지였다. 혹시나 하며 읽어보는 작품들은 그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 <좌안>도 마찬가지. 그냥, 늙어가고 있는 나 자신이 슬펐을 뿐이다.  

 <우안>, 큐의 이야기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츠지 히토나리 미안. 이제 좀 현실적인 이야기 좀 읽고 싶다.  

 

 

 

  

 <13번째 인격>은 단지, 기시 유스케의 작품이라 읽었고 그냥 읽은 것으로 만족한다. 난 원래 다중인격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사건 진행이나 결말 역시 예측하기 쉬운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이니, 풋풋한 그의 필력을 확인하기에는 좋은 작품이다. 이와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이 미미여사의 <크로스파이어>인데, 다중인격은 아니지만 초능력을 가진 여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작품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13번째 인격>의 여자주인공은 타인의 마음 속 목소리를 듣고, <크로스파이어>의 여주인공은 불을 지르는 염화능력을 지녔다는 것 정도의 차이랄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미여사인 줄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몰입되지 않는 주인공이라니ㅠ 철저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천하는 준코가 나중에는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진짜 보기 싫더라.  미미여사님, 그냥 <누군가>시리즈(오래되어서 이름도 잊어버린;;스기무란가?)나 얼른 써 주세요! 

 <파일로밴스의 정의>로 처음 접한 반 다인. 글쎄, 내가 보기에 이 탐정은 내 취향은 아닌 듯. 소설가 김연수의 추천사가 더 좋았을 정도다. 넋을 놓고 읽었는지 나중에는 글의 서술자로 등장하는 '나'가 도대체 누구야!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솔직히 사건 전개에 있어서는 유령과 같은 존재라는. 전집이 나오면 또 살 지는 의문이다.  <녹색은 위험>은 고전적인 매력이 있었지만, 놀랄 정도는 아닌 듯.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은 마음이 좀 아팠다.  

 

 

 

 

 <나폴레옹광>은 내가 어디서 읽은 듯한 작품이 꽤 많아서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 작품이다. 특히 '뻔뻔한 방문객' 편은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내용을 모조리 떠올렸는데, 도대체 어디서 알게 된건지는 알 수가 없어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시소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써내려가서 굉장히 섬뜩한 느낌을 주는 단편들이 빼곡히 실려있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는 결혼과 육아와 여자의 삶에 대한 허무함을 가득 느끼게 하는 작품. 결혼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는. 흐흣.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생각보다는 별로. 이야기를 살짝 언급하고 재미있어지려는 데 끝나버린 느낌이랄까? <정신의 탐험가들>과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순서가 맞는지 모르겠네,, 저주받은 기억력ㅠ)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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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0-0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의 탐험가들>은 프로이드는 글타치고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는 전 마지막 톨스토이 부분이 쪼끔 지루했던 것 같네요. 나머지 두 인물은 재밌었구요. <마리 앙투아네트>는 보셨나요? 전 이 책이 꽤 기억에 남았거든요. ^^

<나폴레옹광> 등의 고전(?) 단편들을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이유는 트릭들이 여기저기서 소비되기 때문이죠. 만화들, 하다못해 서프라이즈 같은데서도 나오기에, 피해가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쳇. 근데, 아토다 타카시 정도면, 결말 알고 두번 세번 읽어도 읽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도둑들의 도시>랑 <차일드44>는 보관함에 넣어요. 캐치-22도 좋은 작품. 의외로 원서가 더 술술 읽혔어요.

전쟁소설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재밌는건 진짜 재밌죠. <독수리는 날아 내렸다eagle has landed> 전 이거 진짜 좋아하는 작품이라 매번 강추하는 소설!



그린네 2009-10-02 21:54   좋아요 0 | URL
<마리 앙투아네트> 때문에 츠바이크 책을 읽기 시작한 걸요! 하이드님 말씀을 듣고 보니, 다른 책을 읽어도 <마리 앙투아네트>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군요- 책더미를 뒤져보니 <메리 스튜어트>도 사두었는데, 이건 좀 기대해도 되려나요? ^^
동서DMB에서 나온 <독수리는~>도 찾아보니, 얼마전에 중고샵에서 샀네요! 상태 최상이라 샀는데 생각보다 안 좋아서 구석에 밀어놨었는데, 바로 읽어야겠어요. 언제나 도움되는 댓글, 고맙습니다^^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4주

  다시 한 번, 은근슬쩍 밀어보는 영화 <산타렐라 패밀리>. 영화가 가진 완성도나 매력에 비해 묻히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08 말라가스페인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성도 인정받은 작품인데 말이다. 개봉날짜를 약간은 잘못 잡은 듯한 아쉬움이 ㅠ

 마드리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맥시는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요리사. 갑자기 나타난 전처와 아이들, 그리고 한 눈에 반한 이웃집 축구선수 출신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이야기.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누구나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니까, 마음껏 웃고 싶을 때 선택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바야흐로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고, 추석,이라면 당연히 우리나라 영화를 봐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불꽃처럼 나비처럼>이거나 <내 사랑 내 곁에>일 것이다. 나 역시 명성황후의 이야기인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관심이 간다. 논문 때문에 지겹도록 파헤쳐야 했던 명성황후의 삶이 어떻게 변용되었을지 궁금하다. 조승우 역시 내가 좋아하는 배우, <와니와 준하>를 정말, 좋게 봤었기 때문에(진짜 싫어했던 김희선을 다시 봤을 정도로;;) 김용균 감독의 작품이 기대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써먹은, 강수연, 최명길길, 이미연의 이미지로 기억되어 있는, 무협소설이 원작이라는, 단점들이 걸린다.   

 <내 사랑 내 곁에> 역시 김명민의 헌신적인 연기로 기대를 한껏 모으로 있는 작품인데, 개봉하기 전 진행되었던 김명민의 인터뷰를 보고 무조건! 봐야지 했던 작품이다. 하지원의 선택 역시 그다지 기대에서 빗나간 적이 없고, 가을,하면 사랑, 아니겠는가.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박진표 감독의 전작 <너는 내 운명>을 너무 재미없게 봤기 때문에ㅠ  

 그래서, 내가 이번 연휴에 주목하고 있는 영화는 <날아라 펭귄>과 <지구에서 사는 법>이라는 두 편의 한국 영화이다. <날아라 펭귄>은 일단, 임순례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듯. <세 친구>에서 시작하여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생순>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었던 감독님이다. 옴니버스식 구성이라는 점, 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인권영화라는 점에서 상업적인 영화와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삶이 감독님 특유의 따뜻한 시선 속에 녹아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높은 교육열에 시달리는 아이의 에피소드도 있다고 하니 가족과 함께 보기에 정말 좋은 영화가 아닌가. 가족이 서로 이해하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지구에서 사는 법>이라는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주인공이 외계인이라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다섯은 너무 많아>로 호평을 받았던 안슬기 감독의 작품이다. 상투적으로 말하자면, '사랑과 전쟁'에서 다룰 불륜의 소재를 외계인이라는 독특한 설정 안에 녹아내고 있는 영화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를 시인이자 공무원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남편은 외계인이고 아내는 비밀요원이다. 그리고 각각, 같은 별의 여인과 조직의 상사와 사랑에 빠져있다. 이들의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가?  

      

  

 개봉은 10월 28일, 전세계 동시개봉이자, 단 2주간 상영되는 특별 공연이라고 한다. 9월 27일부터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고 하니, 마이클 잭슨의 팬이거나, 그의 마지막 리허설을 보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예매를 해야한다.  

 <디스 이즈 잇>은  7월 런던을 시작으로 50일간 예정되어 있던 투어의 정식 명칭이다. 일부 장면은 3D로 표현된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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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3주

 

 이번 주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는 <산타렐라 패밀리>였으나,, 상업주의를 지향하는 우리 동네 영화관에서는 상영하지 않는 바람에 보지 못했다ㅠ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다지 상업적인 영화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스페인 영화이기에 가능성은 적지만, 언젠가 보게 될 날을 꿈꾸며!  

 여건이 허락하는 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길- 다루기 어려운 내용을 유머와 감동의 코드로 잘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고, 평점도 상당히 좋은 편인 영화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영화다. 우리나라의 <동감>이나 <시월애>같은, 시간을 뛰어넘은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영화답게 웜홀을 통해 건너간 휴대전화로 마음을 나누는 남녀가 등장한다. 아니, 남녀의 분위기보다는 제목대로 소년과 소녀의 분위기라고나 할까.  

100년 전 일본 소년의 왠지모를 고지식함도 좋고, 특유의 일본적인 분위기도 잘 녹아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언급하여 친근감을 주기도 한다. 일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알 것 같은 매력적인 배우 카호를 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고(물론 나는 남자배우인 사노 카즈마를 보는 기쁨이 더 컸지만;;),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도 있는 영화다.  

 

 한참 늦은 선택일지도 모르겠지만(개봉일이 8월 6일이었으니까), 왠지 여름이 이대로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경쾌한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룸바는 무도의 노홍철이 도전했던 '사랑의 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 룸바는 그냥, 인생 그 자체다. 대사대신 몸짓으로 표현하는 이 영화는 시종일관 음악이 흐르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전혀 없다.  

 사실은, 아주 아픈 이야기다. 어떻게 이렇게 불행할 수 있는지 생각될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춤으로, 열정으로 극복해 나간다. 그러고보면 춤은 치유의 의미이기도 한 듯하다. 삶에 대한 낙천적인 생각을 하고 싶다면 이 영화, 괜찮다.  

       


 아침에, 아주머니 세 분과 나, 이렇게 네 명이서 본 영화. 극장이 30석도 안 되는 아담한 사이즈였고, 집의 소파와 같이 굉장히 편한 좌석 덕분에 일단 점수를 따고 시작한 영화인데, 사전 정보를 중요시하는 편이 아닌 나는 약간은 법정 영화일 것이란 기대를 하고 갔는데-. 지금보다는 가을에 보면 더 좋은 영화일 듯.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하지만 힘들 때 더욱 강해지는 가족도 있다. 그러한 가족의 힘을 느끼고 싶다면, 인생의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싶다면 봐도 좋을 듯.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미워할 수 없이 귀여운 여자로 등장했던 카메론 디아즈가 많이 나이들어 보여 조금은 씁쓸했던 영화다. 

 

<이태원 살인사건>을 보고 미해결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았다는 평을 듣고 보게 된 영화 <조디악>. 감독판을 봐서 그런지 이야기가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재밌더라. 도대체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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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2주

 요즘 영화에 홀릭 중이다. 한참 일드에 매진하다가 왠만한 유명한 작품들을 보고 나니 그 다음부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때문에 씨네21 정기구독도 시작한 겸,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거이거 또 재미난다. 흐흣  

  서울에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혹은 수도권에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이태원'이라는 공간은 내게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수도권에 거주하시는 남자친구분과 언젠가 이태원엘 갔다가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그것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기억 한 편에 묻어둔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건 왡지, '우리의' 이야기가 된 듯한 기분이다.  

 개봉하자마자 조조로 보러갔다. 몇명 되지도 않는 관객 중에 여자 혼자 보러 온 사람은 나밖에 없더라. 여러 평론가들의 탐탁치 않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여러 관객들의 이게 뭐야 하는 반응에도 불구하고, 나는 억억거리며 보고 나왔다(내가 원래 감정이입이 좀 심한 편이긴 하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동일 서사의 허무한 반복'일 수도 있겠다. 누구의 말처럼 '그것이 알고 싶다'의 극장판으로 보일수도 있다. 미해결사건이라도 얼마든지 '흥미롭게' 연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내게는, 이 영화의 미덕으로 다가왔다(나는 원래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감독이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나는 그 중에서 어처구니 없음, 원통함, 각인. 이 세 가지만을 받아들였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후 기분이 나빴지만, 화도 났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인도판 헬렌켈러라고 하길래 '뻔한 내용'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외면하고 있다가 주위의 사람들이 어찌나 추천('너무' 슬픈 영화예요)을 하던지, 사실은, 울고 싶다,는 마음으로 보았던 영화.  

 헬렌켈러와 아주 닮았지만, 헬렌켈러와는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인생이 중심이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도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로, 누구의 추천처럼 눈물이 '심하게' 나지는 않았지만(오히려 <해운대>를 보고 더 울었던 것 같다는;;), 흘릴만한 값진 눈물을 흘렸다.   

 연기력을 보는 재미, 노력에 의한 필사적인 승리를 이룬 인생에서 오는 감동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이 영화, 추천은 못하겠다. 난 영화사 홍보만 믿고, '최강 액션스릴러'라고 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는 영화라 킬링타임용으로 선택했는데ㅠ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문제는 액션이 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찌나 회상씬이 많은지 넋을 놓고 있다가 가끔씩 과거인지 현재인지 구분이 안 가는 부분도 있었고, 인물관계도 복잡해서 누가 누구인지 계속 헷갈렸다는;;  

그러나, 바다와 남자배우의 기럭지는 꽤 보기 좋다.  

 

 

   

  

 

 

그리고 이런 영화들.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와인이 갑작스레 마시고 싶어졌던 <와인 미라클>, 그냥 보다가 그냥 지나친 장면이 많아 영화 분석평들을 찾아봐야했던 <렛미인>, 정재영이 아니었으면 보지 않았을 것이고, 봤어도 후회했을 <김씨 표류기>, 보는 내내 얼굴이 뜨거웠던 <반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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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에 읽은 책 중에 최고는 단연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이다. 다른 사람들이 최고의 호러소설이라고 꼽았던 <검은 집>은 그저그랬고, 본격추리였던 <유리망치>는 정말 감흥이 없었고, 심리적인 묘사가 압권이었던 <푸른 불꽃>이 그나마 좋았고, <천사의 속삭임>은 정말 최고였던! 내게는 그런 기시 유스케였다. 출간된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분권이라는 이유로 내게서 외면받고 있었고, 솔직히 지나치게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스러움이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름신이 강림하며 여러 리뷰들을 읽고 읽다가 마침내 집어들게 된! (중고샵에서 발견하고 지르려다 간발의 차이로 놓친 것에 대한 분풀이일 수도 있다ㅎ)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초반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는 기분으로 읽어나갔고, 나중에는 완전히 몰입하여 잠도 안 자고 읽었다. 아아, 읽고 읽고 또 읽고 싶다.  

그래서, 시작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에 관심을 갖고 책 몇권을 급하게 구입했고, 13번째 인격은 그냥 딱 봐도 스토리가 뻔할 듯 하여 읽지 않으려 했는데 구입해버렸다.  

 

 

 

 

 

 

 

 기대를 상당히 많이 하고 읽은 세 작품. 기다리기도 많이 기다렸던 작품^^ 결과적으로 내 기대를 충족시켜 준 것은 <항설백물어>밖에 없지 않나 싶다. 여러가지 요괴담이 현대판으로 절묘하게 해석되는 것을 읽으며 얼마나 즐거웠던지! 다음 작품이 얼른 나오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은 그냥 무조건 소장가치 100%!(라고 하면 과장이 심하려나..?)   

 

 

 

   

 사실 이 말이 과장이 아닌 것은, 내 방 책장 한 칸을 메우고 있는 것이 교고쿠 나츠히코의 소설들이기 때문이다.  
<백귀야행>만 빠졌는데, 표지가 너무 무섭기도 하고, 내용 자체도 그럴 것 같아서 구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앞으로도 구입은 안 할 듯 ㅠ )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그 동안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중 가장 실망스러웠던 작품이다. 난 여러 리뷰어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별로라고 했던 <팔묘촌>을 엄청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왠만해선 그의 작품에 실망하는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에도가와 란포를 연상시키는 기괴한 분위기의 스토리!는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것이다ㅠ  

 <신주쿠상어>는 하드보일드라는 이름을 걸고 나왔으나, 왠지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왜, 엄청난 위험에서도 꿋꿋이 혼자 이겨내고 결국은 악당을 퇴치하는 주인공말이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고, 엄청 어린 여자친구가 있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주인공이 단순히 경찰조직에서 따돌림받아 혼자 행동한다는 점 때문에 하드보일드의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더구나 중간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다른 인물의 시선은 흡입력을 떨어뜨렸다.  

 

  

  

 

 

 

 

      

 <신세계에서>를 읽고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에 급관심이 생겨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고른 책이 <전설없는 땅>이다. 예전에 <무지개 골짜기의 5월>이 나오키상을 수상했다는 얘기를 듣고 살까말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일본인 작가가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집필한 작품이라길래 거부감이 들어서 사지 않았었다. <전설없는 땅>이 알고보니 작가가 같더라. 이 작품 역시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하여 쓰여진 작품으로 약간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흡입력은 좋아서 술술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악인들이라, 세상에 이렇게 나쁜 사람이 많은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악인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제시해주거나 했다면 훨씬 나았을 텐데, 그냥 처음부터 무조건 악인이라;; 결말도 마음이 아파서,, 여러모로 좀.. 그랬던 작품이다.  

 

 

 

 

 

 

 

 <핑거스미스>는 그렇게 재미있더니, <벨벳 애무하기>는 생각보다는 그저 그랬다. 노골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주인공이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마음이 아파서 그랬을 수도 있다. 역시 내게는 미스터리를 결합한 <핑거스미스>가 훨씬 낫더라.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는 처음 접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평전으로, 한참 평전에 빠져 있을 때(안네 프랑크, 케네디, 마르크스,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등을 같은 시기에 마구 질러댔었다;;) <메리 스튜어트>와 같이 구입한 책이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이제야 다 읽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옛날 만화인 <베르사유의 장미>로 접한 것이 거의 전부였는데, 그다지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초반은 사건의 나열식이라 별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생생한 심리묘사에 몰입해서 읽었다. <정신의 탐험가들>과 <광기와 우연의 역사>도 주문.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출간당시에는 관심이 없다가, 씨네 21의 기사를 보고 덜컥 구입. 범인이 등장하고 트릭이 깨지느냐 마느냐의 술술 읽히는 재미는 있지만 더 많은 것을 바란다면 실망할 작품. 솔직히 여자주인공이 굉장히 건방진 것 같아 마음에 안 들었다. 여러 독자들이 지적하듯이 동기의 문제도 걸리긴 마찬가지. 하지만 시간보내기엔 좋은 작품이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2>는 본격추리이기도 하고, 중편들을 모아놓은 작품이라 읽었는데 의외로 쏠쏠한 재미가 있더라. 매 작품마다 등장인물 이름이 어찌나 비슷하던지, 그 외에도 트릭이 비슷한 작품도 있었다.  

 <별의 계승자>는 <신세계에서>를 읽고 SF에 급 호감이 생겨서 덜컥 구입해서 읽었는데, 집중이 안되고 왜 어렵다고 느낀 건지;; 머리가 굳어가고 있다ㅠ  

 <본즈: 죽은 자의 증언>은 역시 신간 때 구입했다가 구간이 되어서 읽었는데, 미드로 한 번 볼까, 생각이 들만큼 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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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8-31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을때마다 저랑 취향이 참 비슷하셔서 놀라요. 기시 유스케 작품에 대한 멘트는 특히나 싱크로 100%에요. 그 아래도 쭉- 비슷.

지난번에 차이나 미에빌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추천해드렸는지 긴가민가 한데, 아직 SF가 땡기신다면, 이 작품도 강추합니다. 하인라인의 작품들도 재미나요. 전 SF 책은 많이 사는 편이긴 한데, 딱 재미없는 것과 재미있는 것의 호오가 무척 분명하게 갈려요. <별의 계승자>는 아마 전자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미도리의 책장은 저도 관심은 가는데, 많이 못 읽어봤어요. <은폐수사> 는 독특하니 그럭저럭 재미났고, 지금 <죽음의 샘> 읽고 있는데, 그닥 좋아하는 스타일 아님에도 불구하고, 반전이 기가막히다고 해서 억지로 읽고 있따죠. ㅎ

그린네 2009-09-01 02:3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하이드님 페이퍼 읽을 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기쁘네요^^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은 전혀 몰랐었는데 강추라니, 바로 장바구니로 들어가요- 지난번 추천해주셨던 <나폴레옹광>도 사서 읽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흣.

<죽음의 샘>은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하이드님 평가를 기다렸다가 사야겠네요! 여러모로 제게는 지름신과 같은 존재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