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5주

    

2010년 1월 7일 개봉 <더 로드>

 1. 원작소설  

 코맥 매카시의 <로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2008년에 출간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고, 알라딘에선 블로거들이 뽑은 외국소설 1위를 하기도 했던 소설이다.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이라는 광고문구에 질타(?)도 많이 받았던 화제작 <로드>는 코맥 매카시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하루만에 잿더미로 변한 땅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약간의 식량과 물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사투가 주된 줄거리다. 처절하고 급박한 상황과 다르게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에 많은 사람들이 먹먹함을 느꼈다는 소설이었다.   

2. 감독과 배우  

 영화 <더 로드>는 <프로퍼지션>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연출한 존 힐코트가 감독을 맡았는데, 감독의 역량이 입증되지 않은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라 작품성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입증된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를 보는 것은 하나의 매력일 것이다. <반지의 제왕>시리즈와, <폭력의 역사>등으로 인지도를 높인 비고 모텐슨이 아들을 구하기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를 연기했는데, 사실성을 높이기위해 20kg을 감량했다고 한다. 그가 지키려는 아들 역할을 맡은 코디 스미트 맥피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어 영화의 균형을 잡는다고 한다. <렛미인>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작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영화로 눈도장을 찍어두면 좋을 듯 하다. 더구나 회상씬에서 등장하는 아내 역할에 샤를리즈 테론, 작은 역할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로버트 듀발과 가이 피어스까지 볼 수 있는 영화다.  

  

2008년 2월 21일 개봉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원작소설 

  코맥 매카시의 이름이 우리 나라에 알려진 것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영화가 개봉하는 것과 동시에 소설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소설의 영화화'라기 보다는 '영화의 원작소설'로 더욱 알려진 소설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다. 사막의 살인 현장에서 거액이 담긴 돈가방을 우연히 발견한 모스,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살인자 시거, 세상살이가 모두 귀찮은 듯한 보안관 벨. 세 명의 남자가 쫓고 쫓기면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영화처럼 스릴이 넘치지 않지만 영화보다 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2. 감독과 배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이제껏 영화화된 코맥 매카시의 작품 중에 작품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2008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영화의 감독은 코엔 형제이다.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코엔 형제에 대한 찬사는 끝없이 이어질 뿐이다.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원작소설의 재해석과 긴장감 있는 연출로 훌륭한 스릴러로 재탄생했고, 그것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 배우들이다. 이 영화에서 진정한 연기력을 뽐내게 된 토미 리 존스는 허무주의자인 듯 하지만 세상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움을 지닌 보안관 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진정으로 빛나는 배우는 하비에르 바르뎀이다. <씨 인사이드>와 같은 작품으로 내게 얼굴을 알린 그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냉혹한 살인마 시거를 연기하여 온갖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싹쓸이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특이한 헤어스타일로 소름돋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01년 8월 비디오 출시 <올 더 프리티 호시즈>

1. 원작소설 

  영화가 개봉되지 않고 바로 비디오로 출시되었기 때문에(아마도 국내에 코맥 매카시라는 작가가 소개되지 않아 큰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화되었다는 것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영화보다 훨씬 늦은 2008년에 국내에 출간된 <모두 다 예쁜 말들>은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로 이어지는 '국경 3부작'의 첫 작품이다. 미국에서조차 대중적이지 못했던 코맥 매카시를 대중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하는데, 역시 서부를 배경으로 엄마와 마찰을 빚고 멕시코 국경을 넘은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2. 감독과 배우  

 영화 <올 더 프리티 호시즈>는 배우로 더 유명한 빌리 밥 손튼이 감독으로서 두 번째로 연출한 작품이다. 빌리 밥 손튼은 <슬링 블레이드>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했는데(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기도 했다), 코맥 매카시의 작품을 각색하여 영화화한 것(더구나 처음이라는 부담감도 작용하지 않았을까)은 지나친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문체로 더 유명한 매카시의 작품을 사건 위주로 전달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산만한 경향이 없지 않다.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운 영화지만, 맷 데이먼과 페넬로페 크루즈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호연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해서 즐거운 영화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4주

 

히스 레저, 그의 모습이 보고 싶어요! 

 2008년 1월 22일, 히스 레저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에 아파하는 외로운 청년이었던 히스 레저의 죽음은 너무나 급작스러웠고, 그가 없는 영화는 황량했다. 관객들은 히스 레저의 유작인 <다크 나이트>에서 암울하고 잔혹한 조커로 변신한 그의 연기에 감탄했지만, 더이상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를 보고 싶어하던 사람들에게 아주 반가울 영화가 바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다. 40%의 촬영만이 진행된 상황에서 히스 레저의 죽음을 맞이한 이 영화는, 히스 레저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을 위해 그를 고스란히 남겨두고 그의 또다른 모습을 가장한 세 배우를 기용해 완성되었다. 조니 뎁, 콜린 파웰, 주드 로가, 거울을 통해 선과 악을 넘나드는 토니의 여러 모습을 표현해냈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상상극장, 히스 레저를 다시 보고 싶어하던 관객의 꿈을 실현해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정말 딱 들어맞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슈퍼 히어로, 우리나라에는 없나요?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을 비롯해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도 끝까지 살아남는, 혹은 지구를 구하는 슈퍼 히어로는 모두 외국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한국영화에는 이렇다할 영웅이 등장하지 않으므로(굳이 꼽으라면, 최근에 개봉했던 <홍길동의 후예>라든가 이미 묻혀버린 <흡혈형사 나도열> 정도가 아닐까? 사실, 슈퍼 히어로라 부르기도 민망한 캐릭터들이다) 누구나 한국형 슈퍼 히어로를 상상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족시켜 줄 영화가 바로 <전우치>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통해 세상을 속이는(혹은 세상을 휘어잡는) 주인공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최동훈 감독이 이제는 <전우치>를 통해 익살스럽고 재치만점에 도술을 부려 요괴를 퇴치하는 한국의 슈퍼 히어로를 만들어냈다. 하늘을 나는 공중부양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고 여러 도술과 도구를 통한 힘의 극대화, 영웅이라면 갖추어야 할 잘생긴 얼굴과 풍부한 매력, 그를 우상시하는 미모의 여성까지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제대로 갖추었다. 우리는 이제, 우리만의 슈퍼히어로인 전우치의 활약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재활용 밴드'의 환상적인 음악을 실제로 듣고 싶어요 

 10여년 전 중,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혹은 감수성이 예민했던 대학생이라면 천계영의 만화 <오디션>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생생한 캐릭터와 풍부한 감정 묘사, 아름다운 그림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오디션>. 국철은 소매치기로, 류미끼는 댄스가수의 백댄서로, 장달봉은 중국집 배달원으로, 황보래용은 조울증에 시달리는 고등학생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이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은 송송그룹의 외동딸 송명자. 이들의 재능을 알아본 송송그룹 회장의 유언 때문이었다. 마침내 결성한 밴드의 이름은 '재활용밴드'.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수많은 밴드들을 물리치고 오디션을 차례차례 통과해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꿈을 가진 그 시절 우리의 우상이었다. 만화를 돌려읽고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에게 머릿속으로 '재활용 밴드'가 부르는 노래를 상상하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런 와중에 들려왔던 <오디션>의 애니매이션화 소식. 팬들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상했고, 주인공들이 어떤 목소리를 가질지 상상했고(가상 캐스팅도 이루어진 것으로 기억된다), '재활용 밴드'가 부르는 노래가 실제로 어떠할지 꿈꿨다. 10년이 지나고 이제 드디어 그 꿈이 실현되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추억을 되살리는 기분으로, 내 상상이 어디까지 이루어졌는지 확인해보는 마음으로 기꺼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3주

 

눈 대신 아름다운 소리로 세상을 보는 아이, 미르코 

1. <천국의 속삭임>이 특별한 이유 

 포스터에서 보다시피, 미르코는 행복하게 웃고 있다. 그의 뒤에는 밝은 빛이 비춰지고 있어 미르코의 표정과 함께 눈이 부시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은 이 영화, <천국의 속삭임>이 일반적인 장애를 가진 인물을 다루는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를 소재로 한 일반적인 영화의 공식은,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러움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관객은 오랫동안 주인공과 함께 그 고통을 겪어왔기 때문에 마침내 극복했을 때, 감동하고 행복해한다. 하지만 <천국의 속삭임>은 다르다. 미르코는 상당히 긍정적인 아이로, 부모님은 이해심 많고 자상하며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고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운이 좋은 아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시종일관 밝고 명랑하다. '눈물'보다는 '미소'를 주는 이야기, 미르코의 미소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자.  

2. 성장 영화의 매력  

 미르코는 이탈리아 음향 감독인 실존 인물, 미르코 멘카치를 모델로 하고 있어 더욱 감동을 준다. 눈 대신 소리로 세상을 알아가는 기쁨을 알게 된 미르코에게 보는 연극이 아닌 듣는 연극을 공연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꿈을 찾고 작게나마 꿈을 이루는 마르코의 모습에서, 지난 시절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했던 <시네마 천국>의 토토를 떠올린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한마디로,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찾은 이탈리아 소년 미르코의 성장 영화라고나 할까.  

  

보고 듣는 즐거움을 아는 즐거움으로 대신하는 미셸 

1. <블랙>이 특별한 이유  

 이 영화는 장애를 극복하는 데서 오는 감동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린 시절 그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던 미셸을 응석받이에서 제대로 된 사람으로 바꾼 것이 바로 스승 사하이. 보고 듣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그녀가 아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사람이 바로 사하이였던 것이다.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는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되어 미셸은 자신을 떠난 사하이 선생님을 항상 그리워하며 지낸다. 그런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난 선생님은 마치 예전의 미셸의 모습처럼 보이고, 미셸은 선생님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모든 마음을 쏟아 선생님을 치유하려고 한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않아도 다행이라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신을 도왔던 사람을 도우려고 한다는 설정. 그것처럼 훌륭한 극복기가 어디 있을까.  

2. 인도 영화의 매력 

  산제이 릴라 반살리라는 감독의 이름, 라니 무커르지라는 이름의 여주인공, 아미타브 밧찬이라는 이름의 남주인공. 모두 낯선 이름과 낯선 얼굴의 소유자다. 인도라는 나라에서 만든 영화는 우리에게, 솔직히, 재미없는 영화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블랙>을 통해, 인도 영화도 얼마든지 상업적일 수 있고 우리의 감성에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히려 인도인의 매력적인 느낌이 영화에 반영되어 다른 인도 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세상을 달리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난 초원이 

1. <말아톤>이 특별한 이유  

 한국영화에서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흔치 않다.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던 묘사로 조금은 불편했던 <오아시스>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영화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 <말아톤>으로 한국영화의 소재는 좀더 풍성해졌다. 그전까지 정신지체와 관련된 인물의 이야기는 웃음을 주는 코믹한 요소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혹은 텔레비전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신체적인 장애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보는 '일반인' 관객에게, 평범한 삶에서는 외면당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길을 받아야 하는 초원이가 달리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폐증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였다(물론 실제 인물인 배형진씨의 이야기가 플러스 요인이 되었을 터다). 더구나 아픈 이야기를 아프게만 표현하지 않고, 따뜻한 감성과 코믹한 에피소드로 표현해 가족드라마로까지 나아간 점은 많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본다.   

2. 배우 조승우의 매력 

 솔직히 나는 이 영화 이전의 조승우를 더 좋아한다. 메이저 배우가 아니라 마이너 배우였을 당시의 그, 매니아 층은 있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부족했던 그 시절의 조승우(연기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다 좋았다고 본다). <말아톤>은 대중에게 조승우라는 배우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던 작품이고, 그의 연기력을 비로소 인정받게 된 작품이다. 청춘배우로 소녀들의 환호를 받을 시기에, 자폐증에 걸린 5살 정신연령의 스무살 초원이를 연기하기는 그다지 쉽지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선택했고, 해냈고, 영화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조승우가 아니었다면 도대체 어느 배우가, 달리기를 통해 세상과 대화하는 해맑은 초원이를 표현해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월에 이루어진 지나친 지출, 알라딘에 뜨겁게 몰아치는 불매운동 여파에도 불구하고 12월이 되자마자 시작된 책 구매는 그칠 줄을 모른다. 비워내도 비워내도 계속 차는 내 보관함ㅠ 

<구매한 책들> 

   

 

 

 

재미있다는 얘기에 <밀레니엄>을 일단 사긴 샀는데, 읽어보지도 않고 시리즈를 전부 사는 건 왠지 찜찜한 지라 3부는 안 샀다. 근데 또 3부가 없으니 읽기 시작하기도 뭣해서 그냥 쌓아두기만 하는 중이다. 아무래도 3부를 사야겠지..?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은 일단 봐야지,하고 사두고 두툼한 두께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감상 중. <도착의 사각>은 구입하자마자 얼른 읽고 중고샵에 벌써 팔았고,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는 중고책 사면서 그냥 충동 구매했다. 이시모치 아사미는 딱히 끌리지는 않는데 그닥 재미없다고 느끼지도 않는 작가라 한 번만 더 읽어 보려고 생각 중이다. <4의 비밀>과 <죽은 자는 알고 있다>는 어느 분 리뷰를 봤는데, 내 스타일은 아닌 듯해서 관심 없다가 극찬하는 걸 보니 호기심 발동.  

 

 

 

 

 난 요즘, 내 주관보다 다른 사람의 감상평에 혹하는 경향이 많은 듯하다. <피아노 교사>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난 일단 한국계 작가, 이런 식으로 홍보하는 컨셉을 싫어한다) 괜찮다는 사람들이 많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구입. <네덜란드>는 그냥 마음 아픈 이야기가 읽고 싶어서. <모든 것이 밝혀졌다>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작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사실 그저그랬지만, 소설은 좀더 다르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화이트 타이거>는 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인도 출신 작가의 작품이라서 구입. <적절한 균형>을 읽은 뒤로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탈주자>와 <추적자>는 킬링타임용. 요즘에 마이클 코넬리를 읽으며 외국 스릴러에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아빠가 결혼했다>는 가벼운 문체로 무거운 내용을 다뤘다길래 궁금해서, 역시 요즘은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소설이 끌린다. <소녀 수집하는 노인>은 말할 것도 없이 벼르고 있던 조이스 캐롤 오츠의 작품이다.  

 

 정말로 벼르고 벼르던 책은 이 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자서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이다. 713페이지의 양장본 페이지에, 무게는 상당히 가벼운 책으로 꽤 잘 만들어졌지 싶다. 마르케스 아저씨(?)의 얼굴도 꽤 매력적이고,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기가 펼쳐질지 읽기가 아까울 정도로 조금 설렌다 으하.  

 

<보관함의 책들>  

 

 

 

 

 

 

  

 

 할런 코벤은 안 읽은지 좀 됐는데, 이왕 외국 스릴러에 혹한 김에 한 번 읽어보고 싶고, 이사카 고타로는 <모던 타임스>도 너무 코믹한 설정인 것 같아 패스했지만 <그래스호퍼>는 왠지 <골든 슬럼버>스러운 느낌이 들어 보관함으로. 근데 표지가 좀 마음에 안 든다. <싱글맨>은 영화 원작이라는데 영화보다 원작이 훨씬 낫다는(대부분이 그렇지만) 말을 듣고,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은 마이클 셰이본이 퓰리처 상을 받은 책이라고 해서 관심이 가는데, 분권이라 망설이는 중. <크림슨 미궁>은 기시 유스케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고, <스탈린, 강철권력>은 몇 달째 보관만 하고 있는 중이라 이번 달에는 반드시 사야지 마음 먹었다.   

여름에만 나온다고 생각했던 요코미조 세이시의 <밤산책>도 나왔는데! 기리노 나쓰오의 책은 언제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1-06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2주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상처, <엘라의 계곡> 

1. 감독 폴 해기스, <크래쉬>로 세상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감독. 그러나 감독으로서의 이름보다 각본을 잘 쓰는 각본가로서의 이름이 더욱 익숙하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봤던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떠올리면 무조건 생각나는 이름이 폴 해기스다. 더구나 굵직한 전쟁 영화였던 <아버지의 깃발>이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와 같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와 인연이 깊었던 그가 연장선상에서 감독과 각본을 맡은 작품이라니 왠지 꼭 봐야 할 것 같다.  

2. 연기 잘 하는 배우 토미 리 존스, 샤를리즈 테론, 수잔 서랜든. 토미 리 존스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 연기력에 감탄하게 되었는데(그 전까지만 해도 그저그런 중견배우라 생각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엘라의 계곡>에서 아들을 전쟁에 보낸 완고한 아버지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끌어간다. 이 영화에서도 연기력을 한껏 뿜어내는 장면이 있다고 하니 기대된다. 샤를리즈 테론 역시 연기파 배우로 정평이 나 있으니 말할 것 없고(<몬스터>보기 전에는 몸집만 큰 여배우라고 '잠깐' 생각했었더랬다), 이 영화에서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수사관으로 등장한다. 수잔 서랜든은 비중이 적지만, 이름 하나만으로도 영화를 보게 만드는 묘한 힘의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3. <엘라의 계곡>은, 완고한 아버지 행크 디어필드(토미 리 존스)가 아들 마이크를 찾아나서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이크는 이라크전에 파병되었는데, 귀환 중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아버지가 접하면서 '불명예'스러운 탈영병이 될 위기에 처한 아들의 '명예'를 찾기 위해 사건을 파헤친다. 아버지는 원래,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완고한 애국주의자이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 앞에, 사건의 진실 앞에 그 가치관이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아내를 잃은 남편의 상처, 엄마를 잃은 딸들의 상처 

 1. 배우 존 쿠삭 , 그 이름 하나만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의 작품을 선택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를 이끌고 가는 중심축이 존 쿠삭이기 때문에, 그의 연기가 어느 영화보다 중요했다. <2012>에서 뛰어다니고 헤엄쳐다니고 운전하는 존 쿠삭도 나쁘지 않았지만, <세런디피티>의 어쩔 줄 몰라하는 눈빛도 좋았지만, <굿바이 그레이스>에서의 절제된 남자 존 쿠삭도 참 좋았다.  

 2. 잔잔함 속에 스며든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영화다. 존 쿠삭은 더이상 영웅처럼 보이지도 않고, 삶에 지친 평범한 남자이자 아버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딸들에게 '엄마가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돌아가셨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야하는 엄청난 짐을 지고 있는 남자다. 당연히 국민이라면 나라를 위해 싸워야한다(이건 미국이 그리는 이상적인 국민형인지)고 생각하는 스탠리(존 쿠삭) 역시 군인이었다. 직업군인인 아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러 간 것이라 믿었던 그에게 닥친 불행으로 그는 어떤 생활을 하게 될 것인지. 딸들에게 엄마의 부재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남편을 찾아 인생을 버리고 떠난 아내의 상처 

1. 감독 이준익의 이름은 '무조건'이다. <왕의 남자>부터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까지 인생에 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던 그의 작품이라면, 무조건이다. 그의 전작보다 못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지만, 그의 이름에 거는 기대감이 커서 그런 것이 아닐까.  

2. 배우 정진영은 이준익 감독의 작품에는 꽤 많이 함께 하는 편이다. 카리스마 있는 배우이기도 하고, 튀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묵직한 배우이기도 하다. <님은 먼 곳에>에서는 베트남에 위문공연을 갈 밴드를 결성하고 단원을 모집하는 리더 정만의 역할을 맡아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 또 한 명의 배우는 수애. 그저 다소곳하고 예쁜 줄만 알았던 그녀는 이 영화에서 '연기'라는 것을 보여주고 '노래'라는 것을 부른다. 잘 부르는 노래는 아닌데,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울리더라는.  

3.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찾아서 떠난 길, 남편 상길(엄태웅)은 첫사랑을 잊지 못해 정작 아내인 순이(수애)에게는 눈길 조차 주지 않는다. 그런 남편이 홧김에, 혹은 사랑을 잊기 위해, 혹은 잊지 못해 죽기 위해 참전한 베트남 전쟁. 죽을 지도 모르는 그 길을 순이가 밴드 보컬이 되어 '써니'라는 이름으로 따라 떠난다. 순수하고 순진했던 그녀는 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또 애를 쓴다. 그녀가 전쟁을 통해 잃은 것은, 순수했던 마음과 남편의 사랑에 대한 믿음. 그래서 그녀는 이제껏 살아왔던 인생을 모두 잃고 상처받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