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3주

 페르소나(persona)는 배우들이 연극을 할때 쓰던 가면을 일컫던 말로, 자아와 외부세계가 관계를 맺도록 기능하는 사회적 얼굴을 뜻한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감독의 영화에 여러 편 출연하며 감독의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이번 주에 기대할 만한 영화로 <브로큰 임브레이스>가 가장 눈에 띄는데, 사실 '페르소나' 배우를 내가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작품을 같이 한 감독과 배우들을 엮어보고 싶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페넬로페 크루즈와의 네 번째 만남이다. <라이브 플래쉬>,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귀향>에 이어 <브로큰 임브레이스>까지. 페넬로페 크루즈를 매력적인 여인에서 삶을 연기하는 배우로 바꿔놓은 것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이었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이국적인 외모로(혹은 섹시함으로) 일단 시선을 끄는 배우지만, 영화 속에서 그녀는 주인공이 아니라 관객을 사로잡는 '팜므 파탈'에 가깝다.  

 인생이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는 여자이기도 하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여인(<귀향>의 라이문다)이기도 하며, 뭇 남성들에게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연약한 여자(<내 어머니의 모든 것>의 수녀 로사)이기도 하다. 그 어떤 모습이든 관객들은 페넬로페 크루즈에게서 '매력'을 느끼는데, 그것은 결국 그녀가 이제까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에서 쌓아왔던 이미지와도 관련이 있다.   

 <브로큰 임브레이스>에서 페넬로페 크루즈는 백만장자의 정부로 살면서 여배우의 꿈을 버리지 않는 여인 레나 역을 맡았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선택한 길에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지만, 자신을 돈으로 붙잡고 있던 남자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녀는 아마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할 듯 하다(이제껏 그녀는 영화에서 행복한 결말을 맞은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속에서 그녀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빛나지 않을까.  

    

 이번에 개봉하는 <귀없는 토끼>는 틸 슈바이거가 제작, 감독, 각본, 주연까지 모두 다 겸한 작품이다. 낯설지도 모를 독일 배우는 사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쓸쓸한 인생으로 주목받은 유명한 배우이고, 얼마 전에 개봉했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도 열연한 바 있다. 감독과 배우가 동일한 인물이라면, 이보다 더한 페르소나가 어디 있겠는가. 틸 슈바이거는 이제껏 3편의 영화를 감독으로서 연출했는데, <맨발>이 그 첫 작품이고 그 다음이 <귀 없는 토끼>, 그리고 최근에 <귀 없는 토끼2>를 연출했다. 모든 작품에서 그가 감독과 각본, 주연을 도맡아 했다. 그러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의 연기력과 연출력으로 표현한 것이다.  

 틸 슈바이거가 추구하는 것은 한 마디로 '사랑'이다. <맨발>에서는 자유를 꿈꾸던 여자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면서 그 자유를 포기하고 싶다고 느끼는 이야기를, <귀 없는 토끼>에서도 역시, 티격태격하던 바람둥이(?) 남자와 고지식한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후속편인 <귀 없는 토끼2>에서도 마찬가지. 다만, <맨발>에서 평범하지 않고 튀는 듯 했던(정신병원에서 만난 두 주인공의 이야기다 보니) 주인공들이 <귀 없는 토끼>에서 평범한 인물로 순화된 것이 차이라고나 할까. 진정한 사랑을 찾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평범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12월에 개봉할 영화 중에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영화가 바로 <전우치>다. 얼마 전에 예고편이 공개되어 더욱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는데, 이 영화는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로 유명한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다. 주연 배우는 박신양에서 조승우로, 이번엔 강동원으로 바뀌었지만,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서 항상(세 작품이니까 '항상'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볼 수 있는 두 명의 배우가 있다. 바로 백윤식과 김윤석이라는 굵직한 두 중견(?) 배우.  

 백윤식이라는 배우는 <범죄의 재구성>에 출연하기 전에는 그저 TV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는, 약간은 코믹한 그런 배우라는 인상이 강했으나,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약간은 느슨하기도 하지만 엄격한 전문가의 역할을 거듭하면서 진짜 배우로 거듭났다. 김윤석 역시 마찬가지.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형사 역할로 나와서 다른 주,조연들에게 밀려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역할은 <타짜>의 아귀였다. 진정한 연기파 배우라는 칭송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리게 된 배우 김윤석. 그들은 모두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통해 성장했고, 지금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번 영화 <전우치>에서 백윤식과 김윤석 모두 최고의 도술을 가진 도인의 역할을 맡았지만, 백윤식은 전우치의 스승인 천관대사로, 김윤석은 전우치와 대적하는 화담으로 등장한다. 이제까지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서와 같은 구도이다. 이분법적 구조로 단순화시키면, 백윤식은 주인공의 편이고 김윤석은 주인공의 반대편이라는 것이다. 이 단순한 구조 속에서도,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서 빛을 발했던, 연기력이 뛰어난 두 명의 배우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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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1-18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유럽영화제에서 틸 슈바이거가 제작과 주연을 맡은 <환상통>을 봤었는데요 (감독은 귀없는 토끼 작가던가 무튼 연관 있는 사람이었구요) 아직 이야기 못했지만, 유럽 영화제 영화들 중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착하고 따뜻하고 희망적인 독일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정말 옛날에 종로던가 어느 극장에서 보면서 OST까지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ㅎ
<귀없는 토끼>가 작년 유럽영화제 마지막 영화였는데, 그러고보면 틸 슈바이거도 유럽영화제 단골이라는.


오늘 <바스터즈> 보러 가는데, 틸 슈바이거 나오는 줄은 몰랐네요. 기대되는군요. ^^

페넬로페 크루즈는 정말 존재 자체가 여신. 농반진반으로 여배우들한테 '여신' 칭호를 붙이는데, 정말 '여신'에 가까운 배우가 있다면, 페넬로페 크루즈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예쁘장한 배우에서 어느새 그런 아우라를 가지게 되었는지 ..

그린네 2009-11-19 01:02   좋아요 0 | URL
저도 하이드님처럼 유럽영화제 같은 행사 찾아다니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부럽기만 하네요^^ 저도 <환상통>은 보고 싶어요! 찾아보니 넥플(넥스트 플러스) 영화 축제에서 상영작으로 선정된 것 같은데, 대구군요. 흣ㅠ

페넬로페 크루즈에 대한 코멘트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2주 당첨자 발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재난영화 전문 감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제까지의 작품이 한 장르에 치중되어 왔다. 충격적인 스펙터클함을 보여주었던 <인디펜던스데이>로부터 시작하여, <고질라>, <투모로우>, <10000BC>까지 모두,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고난을 겪고 이겨내면서 행복하게 된다는 내용의 재난 영화들이다. 그런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가장 최근작, <2012>가 기대반, 우려반 속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펙터클의 면에서는 이제까지의 어떤 작품보다도 뛰어나다고 한다. 이미 공개된 LA침몰 장면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기대감이 상당히 상승된 듯 하다. CG면에서는 그동안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보여주었던 재난영화를 압축해 놓은 듯 하다고 하니, 스펙터클함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볼거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영웅"보다는 '보통 사람'이 어떻게 재난을 극복하는가가 주된 감동 코드인 재난 영화에서 존 쿠삭은 '비정한' 보통 사람으로 등장한다고 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선별된 사람만을 피신시키려는 정부의 정책을 알아채고 자신의 가족을 챙겨 대피하는 소설가 역할을 맡았다는데,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더 크게 표현되는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큰 기대는 버리고, 화산 폭발과 쓰나미에서 결국은 살아날 주인공의 고군분투기를 '가볍게' 즐기러 가자.  

  

 재난 영화를 왠만큼 본 사람들이면 안 울고는 못 배겼다는, 그 영화 <투모로우>의 감독 역시 롤랜드 에머리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지구 전체가 빙하로 덮이게 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 잭 홀 박사(데니스 퀘이드)의 말대로 지구에 이상현상이 나타나면서 일어나게 되는 재난을 다루고 있는 영화로, CG도 흠잡을 데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던 감동 코드가 잘 살아있는 영화라 개인적으로는 롤랜드 에머리히의 최고작이라 꼽고 싶다. 아들을 찾아 죽음을 무릅쓰고 길을 떠나는 아버지의 부성애가 이만큼 잘 표현될 수 있을까. 단지 미소가 아름다운 남자배우라고 생각하고 있던 데니스 퀘이드를 다시 보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 재난 영화가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만약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이란 가정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투모로우>는 그 어떤 재난 영화보다도 설득력이 있는데, 우리가 미래의 최대 문제로 꼽고 있는 환경문제로 인한 재난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보는 내내, 언젠가 우리에게도 저런 일이 닥칠 지 몰라.라고 생각하며. 거대한 얼음덩이들을 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과도한 영웅주의와 미국 중심주의로 비판을 받은 영화지만,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을 지금에 이르게 한 작품이고, 70년대 이후 사그라들었던 재난 영화의 부활을 알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이다. 괴 비행물체의 출현과 함께 잿더미가 되어가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외계인에 대항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CG의 향연과 함께 펼쳐진다. 물론, 미국대통령이 지구 전체의 일을 결정하고, 목숨을 건 사람들이 미국인이라는 점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지구를 지키기 위해(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인물들의 모습에는 감동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재난 영화에는 공식처럼 비슷한 서사구조가 반복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것이 재난 영화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에서 시도했던 재난 영화 <해운대> 역시 잠깐의 CG와 감동, 그리고 유머를 뒤섞어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던가. <10000BC>로 처참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공식을 깼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2012>에서는 멋진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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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1주

 

 사실 포스터가 조금 바뀌어야 하지 않았을까.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으로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김교위(박인환)와 차교사(조재현)다. 김교위는 사형수와 친구가 되고 여러 명의 사형수를 자신의 손으로 보내면서 '사형제도'에 대해 회의를 가지게 된다. 사형수와 장기를 두며 담소를 나누고, 음식을 싸다주는 김교위는 관객에게 감동과 눈물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선(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차교사는 사형수는 사람을 죽인 범죄자이므로 처리해야 할 쓰레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교도관이다. 그는 죄수와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불로 죄수의 입을 틀어막고 곤봉을 휘두르는 인물로, '분노'외에는 죄수에게 보여주는 감정이 없으므로 인간적인 면에서 악(惡)을 상징한다.  

하지만 시각을 바꾸어 자신이 맡은 책임의 무게를 그대로 짊어지려는 사람이 누군가라는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누가 선한 사람이고 누가 악한 인물이 될 것인가. 사형수가 자신의 죄를 뉘우쳤다고 해서 그를 선한 사람이라고 판단해도 될 것인지, 과거에 그가 저지른 죄는 용서가 되는 것인지. 도대체 선이 무엇이고 악이 무엇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집행자>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은 <집행자>보다는 좀더 명확한 대립구조를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미 평가를 받은 히틀러를 위시한 나치 일당은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그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단지 '위대한 독일인'이 아니라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나치 일당은 분명 '악'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한스 란다(크로스토프 왈츠)일 것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속이는 비열함도 감수하고,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자신의 손을 더럽히기도 하고, 명예를 거짓으로 꾸며내려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한스 란다와 대립하는 인물이 엘도 레인(브래드 피트)이나, 쇼사나(멜라니 로랑)일 텐데, 엘도 레인은 단지 한스 란다와 반대쪽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을 상징하는 인물이 된다. 한스 란다에게 부모님을 잃은 쇼사나의 복수와 달리, 엘도 레인의 행동은 어찌 보면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정의나 선의 실현이라는 거창한 목표보다 단지 나치가 싫어서, 자신들의 명성에 명성을 더하기 위해, 그들을 죽이고 머릿가죽을 벗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결국, 이런 전쟁에서 선과 악이란 '내가 누구 편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은 우리편의 승리라는 통쾌함은 주지만, 선과 악의 겅계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은 잃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저녁의 게임>은, 어느 것이 선이고 어느 것이 악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영화가 아니다. 어린시절부터 이어져 온 아버지의 폭행으로 인해 청력을 상실하게 된 딸의 이야기다. 치매 증세가 온 늙은 아버지(정재진)는 자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 딸(하희경)을 보살피는 자상한 아버지가 아니다. 딸을 여자로 보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애쓰고, 자신의 수족처럼 거느리는, 어떤 면을 보아도 좋은 아버지라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관객은 철저히 딸의 입장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며 증오하기도 하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한 사람'인 것이다.  

 딸 성재는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오히려 절망한 듯 하다. 벗어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은 채 살아간다. 도피할 곳을 찾지 못해 자신의 생각 속으로 도피하는 그녀는,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다. 그러고보면 <저녁의 게임>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결코 보기 편한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선이 악에게 이기지 못하는 것이 우리가 직시해야 할 오늘날의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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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2009-11-0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린네님 ㅡ서재를 오늘 처음 알게 되어서 아직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ㅡ 영화소개 책감상들이 재미 있어요.^^ 요즘 갑자기 소설,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참이어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저녁의 게임도 급 보고 싶군요.^^

그린네 2009-11-07 00:00   좋아요 0 | URL
하하,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느낌만 잔뜩 적은 글이라 진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뻐요!
 

 

 

 

 

 

 

 

 이런 연애소설은 오랜만이다. 사실, 연애소설(순수하게 '연애'만 다룬 소설말이다) 읽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그동안 추리소설에 빠져 살아서,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들이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다. 가슴 두근거리는 느낌, 킥킥대며 웃게 하는 그 감정들이 참 그리워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메일을 통한 그들의 만남이 시작되었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보다는 그 뒷 이야기 <일곱번째 파도>가 감흥은 덜했지만, 내가 원하는 결말이 이루어져서 그냥 좋았다. <일곱번째 파도>가 번역되기 전에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읽은 사람들은 그 뒷 이야기를 어떻게 기다릴 수 있었을까.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의 이미지를 넣어야 하는데;; 알라딘에 없는 상품이라고 나온다. 이런일이(오륜가?). 나중에 수정해서 넣기로 하고ㅜ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은 정말 끝내주게(?)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판타지의 느낌이 상당히 강한 내용인데, 원래 상상력이 부족해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지 못하는 내가 어찌나 생생하게 이미지를 그릴 수가 있던지, 읽는 내내 오싹오싹 했더랬다(근데 주인공은 왜 계속 늘씬한 공부벌레로 각인되던지 모르겠다. 2권에 넘어가서야 그의 몸집을 겨우 인지했다). 물론 우리와 상당히 다른 종족들이 많이 등장해서 한계를 느끼기도 했지만;; 여타 소설과 달리 가볍게 끝나지 않고 상당히 여운을 남기는 결말을 맺어서 가슴 한 구석이 찡하게 아파오기도 했다.    

 

 

 

 

 

 

 

 

 <피플 오브 더 북> 역시, 견줄 수야 없지만 나름 괜찮았던 작품. 원래 팩션이란 장르 자체를 싫어하는데 유대인의 경전에 얽힌 '팩션'이라는 사실을 구입 후 깨닫고 경악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있는 듯해서 심하게 거부반응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책에 남겨진 하나의 얼룩 등으로 인해 과거의 사실들이 논리적인 고증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술술 서술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아쉬웠다. <천사의 게임>은 나름 많이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는데, 내가 생각할 때는, 전작 <바람의 그림자>에 조금도 미치지 못한 느낌이었다. 환상적인 느낌을 주려고 애를 많이 썼지만 개연성이 없고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도 강했고. 적어도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라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조금은 실망이었다.  

 

 

 

 

 

 

  

 <고백>은 알사탕 1000개에 혹해서 구입한 작품으로 얇은 분량이라 쉽게 읽혔고, 어려운 내용도 없어서 가독성이 좋다. 각각 다른 사람의 시점을 취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성이라 지루함이 덜한 것도 있었다(일반적으로는 싫어하는 구성이지만). 이 작품이 다른 소년범죄를 다룬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피해자의 가족이 스스로 복수(?)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랄까. 사실 법이 보장해줄 수 없는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니 통쾌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복수의 방식도 꽤 신선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가슴이나 머리를 강타하는 뭔가가 없어서, 그냥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남들에게 강력추천!까지는 못하겠다.  

 제프리 디버는 <본콜렉터>와 <열두번째 카드>의 링컨라임시리즈 말고는 접한 적이 없는데, 리뷰들이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길래 읽은 책. 사실 얼마나 띄엄띄엄 읽었는지 거의 10월 한 달 내내 집에서는 이 책을 부여잡고 있었는데(진도가 안 나가서가 아니라, 할 일이 많아서;;),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박진감 넘치게 읽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장면을 교차 서술하고 있는데, 흥미가 반감되기는 커녕 점점 더해가는 이상한(?) 소설이다. 반전은 그닥 충격적이지 않았지만, 요즘 읽은 스릴러 소설(생각해보니 요즘 스릴러는 안 읽었던 것 같기도;;) 중에서는 최고!

   

 드디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끝없는 자유와 진정한 인생을 갈구하는 조르바를 만났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화자인 '나'에 감정이입되어 경탄하고, 부러워하고, 애쓰면서 조르바를 바라보았다. 삶에 얽매이고, 책에 얼굴을 쳐박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를 등한시하던 '나'는 어쩌면 저렇게 자유로울 수가 있는가, 생각했다. 동화되어가다가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고만 것은 그는 '조르바'이고, 나는 '나'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리스는 사람을 '조르바'처럼 살게 하는 곳일까?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은, 사실 내 취향이 아니다. 젊은 시절, 어느 여름, 젊음에 취해 무엇인들 못하겠느냐,는 마약이나 동성애나 난잡한 성생활이나 폭음이나, 이런 일 말고도 발산할 기회가 많은 데 말이다(아, 나 왠지 할머니가 되어가는 느낌;;). 가독성은 좋고, 사실 읽을 때에도 지루하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결말로 향할 수록 내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는 것도 그렇고. 읽고 난 뒤에 남는 게 없다는 점도 좀 걸린다. 마이클 셰이본은 <유대인 경찰연합>을 읽어볼까 해서 관심을 가졌던 작가인데, 이 작품으로 급하락하고 있다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가 그렇게 인기가 있다길래(출간만 하면 베스트셀러에, 모두들 찬양(?)하고 있으니), 뭔가 있어보이는(?) 제목의 책을 입문용(?)으로 골랐다. 오늘 물음표가 많군. 원래 사회적인 소재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 책을 읽고 <밤은 노래한다>도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무한 보류. 내 머리가 정말 굳어버린 것인지, 읽을 때에는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던 것들이 읽고 나니 거미줄처럼 엉켜버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얘긴가? 소제목 하나하나는 참 마음에 든다. 지인에게 읽고 설명해달라고 책을 넘겼는데, 그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단어 하나하나를 내게 묻는다. 으헉.   

  

 

 

 

 

 

 

 <붉은 수금>과 <그 여자의 살인법>도 넣기가 안되는군.  <붉은 수금>은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라 믿고 샀는데 지뢰를 밟은 듯. <그 여자의 살인법>은 읽는 내내 불편해서 그렇지 썩 나쁘지는 않았다. 나름 반전도 있고, 누구나 예상하는 결말로 귀착되지도 않고 말이다. 근데 표지가 좀,, 성의없이 만든 티가 역력해서 소장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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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5주

 홍보 그대로, <파주>는 '금지된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중식과 은모는 형부와 처제 사이. 중식의 아내이자 은모의 언니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세상에 달랑 남겨진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을 깨닫고, 허락받지 못한 사랑임을 알기에 감정을 억누르고, 그 감정을 다른 일에 쏟으려고 한다. 중식은 파주 개발을 반대하는 철거민 대책 위원장으로 활약하며, 은모는 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 하며.  

 하지만, 소재가 그렇다해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가득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해다. 이 영화 <파주>는, 아름다운 영상과 혼란스러운 두 사람의 감정, 머물 곳을 잃을 지도 모를 사람들과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세력의 사회적 문제까지 어울려 복잡한 양상을 띤다. 그래서, 오히려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기 보다는 아름답고 슬프고 서정적이다. 하긴, 형부와 처제 사이의 사랑이라는 이야기 자체가 가진 슬픔일 수도 있겠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도 사랑은 있다. 몇 년전, 나치로부터 부모님이 무참히 살해된 현장에서 겨우 도망친 쇼사나 드레이퍼스(멜라니 로랑)와 나치의 영웅 프레드릭 졸러 일병(다니엘 브륄)이 그 주인공이다. 쇼사나는 유대인인 것을 숨기고 영화관을 운영하며 프랑스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녀 앞에 프레드릭이 나타나며 모든 것이 뒤바뀐다. 프레드릭은 혼자 200명에 가까운 사람을 죽인 나치의 영웅으로, 쇼사나에게 한 눈에 반한 것. 싫다는 거부의 표현을 가볍게 넘기며 자신의 명성을 뽐내고 끈질기게 구애하는 프레드릭으로 인해, 쇼사나는 무엇인가를 결심하게 된다.  

 여자는 유대인이다. 남자는 여자의 부모를 죽인 나치와 같은 일당이다. 여자는 알지만, 남자는 알지 못한다. 여자는 증오하고 있지만, 남자는 사랑하고 있다. 비극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은 얼키고 설켜서 충격과 눈물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사랑했던 여자 태희(이은주)와 닮은 점이 너무 많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것도 자신의 학생으로. 현빈(여현수)은 태희와 인우(이병현)가 나눈 둘만의 이야기도 알고 있고, 태희의 사소한 습관도 똑같이 가지고 있어서, 인우는 현빈을 볼 때마다 태희가 생각난다. 급기야 태희와 현빈을 동일시하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현빈을 야속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인우는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인식될 뿐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 연인. 사회에서 허락해주지 않는 관계. 그들의 선택은 슬프지만, 손을 꼭 잡고,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기에 한편으로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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