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버스커 - 정규 1집
버스커버스커(Busker Busker)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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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 나는 친구를 만나러 낯선 도시로 갔다. 낯선 도시에는 나의 친구만 있는게 아니었다. 바다도 있었다. 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바다를 앞에 두고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친구는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메세지를 보내왔다. 나는 친구를 기다리며 홀로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나는 바다를 특별히 좋아한다거나 바다에 가고 싶다고나 하는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았었는데, 친구를 기다리는 20분 가량, 바다 앞에 홀로 서 있는 내가,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바다가 무척 좋았다. 행복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웃게 됐다. 아, 좋은데? 나는 잠시 서 있다가 잠시 걷다가 그렇게 바다 옆에 있었다. 그리고는 참지 못해 바다의 사진을 찍었고, 또다른 낯선 도시에 있는 이에게 바다의 사진을 첨부한 메세지를 보냈다. '바다' . 사진 밑에 첨부한 메세지는 그게 전부였던가, 더 있었던가. 


친구가 도착했고 우리는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머릿속 한 구석엔 내가 보낸 바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을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름이 되었다. 나에게 바다 사진을 받았던 사람으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바다의 사진을 첨부한 메세지였고, 메세지의 내용은 간략했다. '나도 바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에 같은 바다를 보았고 그 바다에서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어디있는지를 알렸다. 그리고, 며칠전의 어느 늦은 밤,


「여수 밤바다」를  들었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中)


이 노래를 듣는데 그동안 잊고 지냈던 바다 메세지 생각이 났다. 아 그래, 나는 그에게 바다 사진을 찍어 보냈지. 그도 내게 바다 사진을 찍어 보냈어. 나는 「여수 밤바다」를 듣는 동안 그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고, 그 시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깊은 밤, 나도 모르게 굳게 결심했다. 바다에 가자, 바다에 가자. 바다에 갈테야. 그래, 여수 밤바다에 가야지, 여수 밤바다에 갈거야. 바다에 가고 싶었고, 바다를 보고 싶었고, 다시 한번 바다에서 누군가를 떠올리고 싶었다. 너를 생각해, 라는 메세지를 띄워 보내지 않아도 좋으니 바다로 가고 싶었다. 내가 바다에 간다면, 이제는 여수 밤바다로 가보자. 그때의 그 바다가 아니라 여수 밤바다로.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한 곡이 나를 이렇게 상념에 젖게 만들었다. 음악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흥얼거리게 만드는 것, 함께하게 만드는 것, 울게 만드는 것, 고단을 치유하게 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의 음악이 역할이라면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도 음악의 역할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들은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든것이 아닌가.


나는 어떡하죠 아직 서툰데(첫사랑), 라고 노래하는 그들이지만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전혀 서툴지 않다. 첫사랑의 설레임과 서투름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그들을 어떻게 서투르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목소리는 앨범 전체를 한꺼번에 다 들을 수 있을만큼 내게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개성이 넘치고, 내가 좋아할 만한 색깔은 아니지만 색깔이 분명하다. 이 앨범의 전까지는 그들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고 또 나는 그들이 출연했다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본 적도 없지만, 이렇듯 숨어있는 가수를 찾아내는 것을 오디션 프로그램이 해내는 것이라면, 그 프로그램은 오, 괜찮은 프로그램이 아닌가. 가수를 '만들어' 파는 이 때에 '숨어있던 가수를 찾아내'다니, 이 얼마나 기쁜일인가!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바람 불면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벚꽃 엔딩 中)



참 이상하다. 목소리도 가사도 세련되기 보다는 촌스러운 쪽에 가깝게 느껴지는데 그런 목소리와 가사가 어우러진 노래가 듣기에 좋다. 이것이야말로 노래가 아닌가 싶어지는거다. 나는 그들의 앨범중에서는 특히나 「여수 밤바다」와 「첫사랑」이 좋다.  혼자 바닷가에 가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그들의 노래나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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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4-0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첫곡 '봄바람'이 너무 좋아요. 지금 핸드폰 벨소리도 이곡이에요.^^

올해 봄은 이 곡이 있으니깐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들어요.

다락방 2012-04-04 11:42   좋아요 0 | URL
난 첫곡 봄바람은 그냥 바로 패쓰해버리는데 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이들의 노래를 들었더니 오늘 아주 남자 생각이 쓰나미로 밀려오네요. 이 남자 저 남자...미치겠어요.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2-04-04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수밤바다에 가보고 싶더라구요. >.<
버스커버스커는 슈스케에 나왔을때도 심사위원들에게 보컬이 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네요. ^^; 기교를 부리지 않는 솔직담백한 목소리가 좋아요. 다락방님 덕분에 좋은 곡들 많이 듣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12-04-04 11:41   좋아요 0 | URL
전 이 봄이 가기전에 여수 밤바다에 기필코!! 가고야 말겠습니다. 불끈!
여수 밤바다에 가면 사진 찍어 문나잇님께 보내드릴게요. 히히. 그때까지 즐겁게 지내고 있으셔야 해요, 문나잇님!

turnleft 2012-04-0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별로였어요. 서툴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 음악적 맥락이 저하고 맞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저로서는 80년대 감성의 복고를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12-04-04 11:40   좋아요 0 | URL
우앗, 정말요? 저는 저보다는 턴님이 이들의 앨범을 더 좋아할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아니었군요. 저는 이들의 음악이 좋기는 한데 앨범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지는 못하겠어요. 목소리가 음, 뭐랄까, 앨범 전체를 듣기엔 좀 질려요. 너무 개성이 강한 목소리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비로그인 2012-04-0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수 가보고 싶어요. 한강의 소설 「여수의 사랑」에서 주인공이 바다 내음에 몸서리치는 대목에서 아, 나도 몸서리든 진저리든 일단 가서 느껴보고 싶다 했답니다. 여수에는 박람회도 하고 있고, 봄 맞아 꽃도 만발할 것이고, 정말 훌쩍 떠나고 싶어요. 버스커버스커는 잠깐 들으면 좋은데 계속 듣고 싶지는 않아요. 복고풍이더라도 왜 그런 목소리 있잖아요. 조금 더 진하고 청승떠는 블루지한 목소리. 저는 그런 게 좋아요 ^^

다락방 2012-04-04 17:37   좋아요 0 | URL
우앗, 한강의 소설 [여수의 사랑]은 ... 뭐죠? 저는 박람회 하지 않을 때 가고 싶어요. 한적하게. 꽃은 만발하겠네요. 아.. 좋다. 꼭 가보겠습니다! 밤바다는 아니더라도 낮바다라도 보고 오겠어요. 불끈. 저녁엔 술에 취하겠어요. 계속 불끈! ㅎㅎ

수다쟁이님도 그랬군요! 버스커버스커 말예요. 저도 계속 듣지를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목소리 궁합이 나랑 안맞는가보다, 이런 생각도 했어요. 하핫.

2012-04-04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6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2-04-04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봄바람 살랑 불어오니 자꾸 남자 생각이 나지 말입니다. 안그래도 버스커 음반 주문할려고 알라딘 들어왔는데 다락방님은 이미 사셨군요. 히. (빨랑 사서 나도 남자 생각에 홀딱 빠져볼랍니다욧. ( ")

다락방님은 쟤네들 나오는 오디션 못 보셨군요. 저도 쟤네들 덕분에 처음으로 오디션프로 보는 재미가 생겼었거든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숨어 있는 가수' 란 표현에 왕공감.

다락방 2012-04-06 09:03   좋아요 0 | URL
봄바람 살랑 불어오는데 대체 어떤 사람이 남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응?) ㅎㅎ 뭐, 사실 저로 말하자면,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겨울이든 늘 남자 생각을 하는 여자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후훗.

달사르님도 여수밤바다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저는 오디션도 못봤을뿐더러 이들의 앨범이 나온것도 몰랐는데 직장 동료가 엄청 좋다고 들어보라고 하더라구요. 신선했어요!

2012-04-04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6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2-04-05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수 밤바다에 대한 기억이 있어요. 여수를 거쳐 거문도로 가야했지만 결국 개도에 걸려 넘어진 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섬에서 홀로 보낸 그 어느 봄날의 기억. 다락방님, 왜 모든 봄은 사라지고 마는 걸까요?

다락방 2012-04-06 09:04   좋아요 0 | URL
팝트래시님, 왜냐하면 모든 여름이 찾아오기 때문이지요. 모든 가을과 또 모든 겨울이 찾아오니까요. 그러니 모든 봄은 사라질 밖에요.

paviana 2012-04-0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노래 듣고 전 이제까지 여수밤바다도 못보고 뭐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어요.
밤바다 보고 전화해주는 전화해주는 남자도 없었다니...흑흑

그 전주까지는 존 박 노래를 자기 전에 들으면서 잤는데, 지난주부터는 버스커 버스커 노래를 틀어놓고 잠들고 있어요.

다락방 2012-04-06 09:05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에요, 파비아나님. 저는 여태 왜 한번도 여수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을까요? 바다는 부산에만 있는줄 알았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전 이번에는 여수 바다를 보러 갈 예정입니다! 꼭 가보겠습니다! (불끈)

마노아 2012-04-0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너무 좋았어요. 저는 제 친구가 여수에서 결혼해서 정장 입고 7시간 기차 탔던 기억이 납니다. 밤 10시에 출발해서 새벽 5시에 도착했어요.ㅋㅋㅋㅋ

다락방 2012-04-09 08:35   좋아요 0 | URL
헉. 친구랑 여수에 가자고 말해두었는데 기차로 일곱 시간이나 걸리는..........곳입니까, 정녕? 흐음.. 오고 가는데 시간 다 빼앗기겠군요. 어쩜....흐음................

마노아 2012-04-09 12:15   좋아요 0 | URL
십년도 더 전에 무궁화호 탔을 때 이야기에요. 요새는 반으로 줄었을 거예요.^^ㅎㅎㅎ
그때 예식장이 있던 곳이 바다가 보이는 절벽 사면이었는데, 지금은 장례식장이 되었어요...;;;;;

가연 2012-04-09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노래 좋네요. 여수밤바다 들으면서 글을 읽고 있었어요. 저는 겨울 바다를 정말 좋아하는데.. 해산물을 싫어해서ㅋㅋ 바닷가에서 음식은 거의 안먹지만[..] 바다에 앉아서 몇 분이고(차마 몇 시간이라고는 못말하겠...) 쳐다보는 시간이 정말 좋았었답니다.

다락방 2012-04-10 09:49   좋아요 0 | URL
앗 저도 해산물을 싫어해요. 친구랑 제부도에 가서도 바지락칼국수 안먹고 조개구이 안먹고 제부도 빠져나와서 바로 갈비 먹었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친구도 해산물을 별로 안좋아해서 말이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수밤바다 노래 좋죠? 히히히히히. 전 이들의 노래중 [첫사랑]도 좋아요!

프레이야 2012-05-1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수는 스무살에 간 적이 있어요. 여수 돌산대교에서 찍은 풋풋한 사진도 있어요.ㅎㅎ
여수밤바다는 가본 적이 없네요. 가봐야지 하고 별르고 있어요. 여수 엑스포 기간 동안이 되겠죠.
엑스포보다 밤바다지만요.^^ 당선 축하해요 다락방님, 우연히 보고 뒤늦게 이 글 찾아왔어요.
부산밤바다보다 여수밤바다, 그렇게 부르니까 왜 이렇게 낭만적으로 느껴지죠.^^
부산밤바다는 왠지 범죄의 온상 같은..ㅋ 아무래도 영화 탓인가 봐요.ㅋ

다락방 2012-05-15 11:05   좋아요 0 | URL
저 부산 바다에 몇차례 가본적 있는데 거긴 진짜 외국인들 많더라구요. 서울보다 더 외국인이 많은곳이 부산인것 같아요. 그러게요, 프레이야님. 여수밤바다, 부산밤바다, 이렇게 부르니까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그냥 바다라고 부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네요. 히히
저는 여수에 처음 가봤거든요. 바다가 아주 고요하고 조용했어요. 파도가 전혀 치지 않는 그런 바다였어요.
 
러브 앤 프렌즈
루크 그린필드 감독, 존 크라신스키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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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 사랑일까요?』에서 애쉬톤 커쳐는 아만다 피트의 집 앞에 찾아가 '본 조비'의 노래, [i'll be there]를 부르며 사랑을 고백한다. 그 사랑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애쉬톤 커쳐는 '나중에 늙어 할아버지가 됐을 때 고백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 위하여' 고백을 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애쉬톤 커쳐와 꼭 같은 마음으로 사랑을 고백한 적이 있다. 그것이 받아들여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사람에게 그토록 좋아했던 감정을 말하는 것이 말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을거라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것은 상대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았던 까닭이기도 할 것이고 또 고백한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쩌면 내 고백의 타이밍은 조금 더 일찍 찾아왔어야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결과는 달라졌을거라 확신 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자꾸만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을 곱씹으며 조금 더 일찍 고백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가능성을 혼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확실히 그때 내 고백의 타이밍은 늦었다.


It's too late.


이 영화속의 여자도 고백을 했다. 안된다고 생각하고 혼자 끙끙대면서 6년전에 자신이 고백하지 않아서 놓쳐버린 그를 떠올리며 다시 뒤돌아 비를 맞고 흠뻑 젖어서는 큰 마음을 먹고 사실은 너를 사랑한다고 고백을 한다. 사랑을 고백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고백하기까지 숱한 불면의 밤을 보내야 하고 수만가지의 가능성을 머리에 떠올려봐야 한다. 거절 당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안해볼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게 고백했다고 해서 그것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는 상대 나름의 이유로 나를 거절하기도 한다. 내가 힘들게 고백했다고 해서 상대가 그것을 반드시 예스라고 할 이유는 없다. 여자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힘들게 고백했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남자는 이미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까.


It's too late.



영화의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 나는 이 영화가 무척 슬펐다. 이미 다른 여자-그것도 여자의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하기로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가 너무나 슬퍼서. 그 남자로부터 사랑한다는 속삭임을 듣는 그 달콤함에 푹 파묻혔다가도 금세 다시 그를 약혼녀에게 돌려보내야 하는 그 마음이 안타까워서. 하루에도 열 두번씩 그와는 끝내는게 맞다고 결심하다가 이내 다시 무너져버리는 그녀의 마음이 너무 아파서. 잊어야한다고 생각하다가도 바로 눈 앞에서 친구와 다정한 그 남자를 보는 여자의 마음은 대체 어땠을까. 남자 역시 마찬가지.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연애했던 여자와 결혼을 약속했고 그것은 순탄해 보였으나, 한 순간을 계기로 6년전에 자신이 사랑했던 그 여자도 자신을 사랑했었음을 알게 되고 갈등하게 된다. 이미 결혼을 하겠다고 모두에게 밝혔지만, 그의 눈이 좇는건 약혼녀가 아니다. 약혼녀가 아닌 여자를 만나고 싶고 그러나 약혼한 여자가 있고. 그런 남자가 우유부단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 그 상황에서 어느 누가 우유부단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지 않을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우유부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고 우유부단은 내 성격에 별로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내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약속한 상황에서, 내가 사랑을 고백했던 상대가 나타나 나를 뒤흔든다면, 결혼을 뒤집을 수도 없고(나의 선택이었으니!), 이 남자를 만나는 것도 도무지 포기가 안되서, 약혼자에게도 그리고 남자에게도 못할짓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사람은 반드시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쇼윈도의 마네킹과 똑같은 옷을 입고 싶다면 칼로리가 높은 근사한 저녁식사를 포기해야 한다. 영어를 잘 하고 싶다면 노는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 양쪽을 모두 선택할 수 없고 양쪽을 모두 손에 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영화속 남자에게도 그리고 영화속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에게도, 선택의 순간은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 결정을 빨리 하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그리고 내가 선택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다.



영화는 내가 생각하는 뻔한 결말에 이르지는 않지만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는 지나치게 뻔한 우연들이 존재한다. 쳇, 마음의 찜찜함을 덜어주려는 설정이군, 하고 시큰둥하게 만들어 버리니까. 특별할 것 없는 영화지만 영화의 공간적 배경과 시간적 배경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높은 빌딩 사이를 돌아다니는 바쁜 사람들, 집 앞에 찾아온 남자와 함께 걸을 수 있는 거리, 친한 친구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벤치와,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지금 현재. 이런 것들이 내게는 몹시 사랑스럽다.



덧붙이자면,

고백은, 

상대로부터 It's too late 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하지 않는것 보다는 하는게 낫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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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2-03-2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빵터짐ㅋㅋㅋ 저 오늘 운전해서 학원왔어용ㅋㅋㅋ

다락방 2012-03-29 13:47   좋아요 0 | URL
위의 비로그인 댓글 받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비로그인 댓글 앞으로 차단할까 엄청 고민했네요. -_-

오, 운전이라니! 짱 멋지다, 뽀! 난 운전은 생각도 안하는데 ㅎㅎㅎㅎ 멋져요 멋져!! ♡

Forgettable. 2012-03-29 14:14   좋아요 0 | URL
요즘 유일한 스트레스가 운전 ㅡㅡ;;; 거리의 무법자들이 많아요!! ㅠ 덜덜덜
익숙해지면 드라이브 시켜주겠음ㅋㅋ

다락방 2012-03-29 15:03   좋아요 0 | URL
뽀도 거리의 무법자가 되어버려요!! ㅎㅎㅎㅎㅎ
그런데 나 말이죠, 꼭 뽀의 차를 타야 해요?

=3=3=3=3=3=3=3=3=3=3=3=3=3=3=3=3=3=3

아무개 2012-03-2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사랑해라는 비로그인 손님의 고백보다 뽀님의 차를 타는게 더 겁나시나봐요 ^^:::
비로긴 댓글의 고백에 대한 답글입니다... It's too late!!! ㅋㅎㅎㅎ


다락방 2012-03-29 16:15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마중물님, 제 대신 대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________^

(속닥속닥, 뽀님이 말이죠 성격이 막 차분하고 그렇질 않거든요. ㅎㅎㅎㅎㅎ)

Forgettable. 2012-03-29 22:59   좋아요 0 | URL
뽀=조신녀 넘사임

다락방 2012-03-30 13:06   좋아요 0 | URL
조...................조.................조신녀..orz

뽀는 조신녀의 뜻을 잘못알고 있는건 아닌가요? 네? ( '')

신지 2012-03-29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로그인 댓글은 단 적이 없습니다.
'이상한' 댓글이 달리면 저라고 생각하실까 봐 ㅠ

다락방 2012-03-29 22:0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아니에요, 신지님. 신지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편해 지셔도 되요!!!

가연 2012-03-29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무도가 결방이라서 보는 예능을 힐링캠프로 갈아탔는데, 최근 힐링캠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후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한 일에 대한 후회이고, 다른 것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라고 하던데, 이 중에 악질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래요. 일단 하고 나면 어떻게든 합리화를 하지만, 아예 안했던 일은 합리화할 수가 없으니..ㅋㅋ 참 와닿는 말이었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내용은 19금이 빵빵 터졌지만(예능프로그램 상단에 19동그라미 그려놓은거 처음 봤어요ㅋㅋ) 고백도 비슷하지 않으려나요?? 하지만 저는 왠지 고백을 마음 깊이 삭힐 것 같네요.. 랄까, 지금은 고백할 상대도 없..고 앞으로도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다락방 2012-03-30 13:05   좋아요 0 | URL
우잉 가연님이닷! 최고로 반가운 가연님 ㅎㅎㅎㅎ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구요. 안해보고 후회하는 일에 대해서는 정말 돌이킬 수가 없잖아요. 여든살이 되었을 때, 그 때 고백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된다해도 그래서 그때 해봐야겠다고 생각해도 상대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지금 현재 내가 숨 쉬고 있을 때, 숨 쉬고 있는 상대에게 고백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나를 거절했을지언정, 사십년 쯤 지난후에, 아, 그때 내게도 고백하던 여자가 있었지, 하고 돌이켜 볼 수 있는 추억을 저는 그에게 만들어 준거잖아요. 참 근사한 일인 것 같아요. 잘했다고 제가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요.

저 역시 지금은 고백할 상대가 없고 앞으로도 생길지.....확신할 수 없지만, 설사 생긴다한들 이제 다시 고백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 시간이 올까요, 가연님? 가연님에게도 제게도? 왔으면 좋겠어요. 두근두근하는 건, 꽤 근사하니까요.
:)

버벌 2012-03-30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제대로.. 고백을 해봐야겠구나. 제 이야기에요.

다락방 2012-03-30 13:01   좋아요 0 | URL
그 후의 일들이 암담하고 참담하고 눈물로 지속되는 시간들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회복의 시간이 오는만큼, 고백을 해보는 것은 꽤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스가 아니어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그 상대에게 드러낼 수 있다는 건 참 근사하지 않아요? 전 그 후에 많은 시간을 울며 보냈지만 그렇게 했던걸 후회하지는 않아요. 나중에 나중에 조카한테도 말해주고 싶어요. 이모는 그런 시간들을 보냈었단다, 하고 말이지요.

꼬마요정 2012-03-3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본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 떠오르네요... 사람과의 관계가, 마음들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더 감성적이 되고... 아... 자꾸 비 탓만 하고 있네요 아침부터..ㅋㅋㅋ

다락방 2012-03-30 13:00   좋아요 0 | URL
비는 참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들어요. 멜랑콜리하게 ㅎㅎ 저는 비도 그렇지만 봄바람도 그래요. 요즘엔 아주 가슴속에 사랑이 살랑살랑 거려서 ㅎㅎㅎㅎㅎ 봄바람도 무섭고 봄처녀도 무섭고. ( '')

사람과의 관계가 정말 그렇죠, 꼬마요정님. 전혀 쉽지가 않아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저를 힘들게 해요. 그게 가장 힘든일인 것 같아요, 꼬마요정님.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 상대의 마음이라고 내 마음대로 될까요. 휴우.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그림이나 사진이 많이 들어가있는 책을 좋아하질 않는다. 블로그의 글들을 묶어서 책으로 만드는 것도 역시 좋아하질 않는다. 연예인들의 에세이를 좋아하질 않고 여행기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 책들의 대부분이 사진들이 수두룩한 가운데(특히 연예인 사진들 수두룩하면 돌아버릴 지경이 되어버림..orz), 글은 지독하게 짧고 감상에만 치우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사놓고 한동안 읽지를 못했다. 몇 년전, 신문의 신간코너에서 보고 보관함에 넣어둔지 오래였는데도 섣불리 구입하지 못했던 이유와 마찬가지, 책마을 여행기라면 사진만 가득하고 글은 별로일 것이니 다 읽지 못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오!! 달랐다.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 책속에 가득한 사진은 연예인의 얼굴도 아니고(만세!), 내가 그다지 감흥을 얻지 못하는 자연 풍경도 아니었다. 꺄울. 이 책속에는 책과 책이 있는 풍경과 거리,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맙소사.


유럽 여러나라의 책마을을 작가는 찾아다니면서 글을 썼다. 그 중에는 이렇게 책 마을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문구를 벽에 적어둔 곳도 있고 (빅토르 위고의 문장-책에는 뜻이 있었던 것 같은데 미처 메모해오지 못했음),




부엌에도 책을 가득 꽂아둔  곳도 있었으며, 책을 어지러이 꽂아둔 곳도 있었다. 와...좋아 ㅠㅠ  어딜 펼쳐도 책 사진들이 가득해서 마음이 흡족해진다. 바깥에 마련해둔 곳도 있다. 와- 



이런 곳이라면 한번쯤 들러보아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마일스는 친구와 함께 포도농장을 돌아다니면서 와인을 시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영화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르면서 나도 한적하게 영국과 벨기에로 프랑스와 독일의 책마을을 돌아다니며 이 책 저 책을 한번씩 들추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슬렁 어슬렁. 때로는 책마을에 마련된 유일한 숙박업소에 머무르기도 하면서.




잠시 포르투갈에 들러 프란세시냐를 먹어도 좋을테지.(응?) 



게다가 책을 읽는 사람들, 내가 그 사람들을 대체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단 말인가. 아이도 엄마도 그리고 길을 지나던 양복입은 직장인도 책을 고르고, 책을 읽는 사진들이 이 책 속에 있다.




서점 앞에서 책을 읽는 주황색 옷을 입은 꼬마, 기차안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 서점 앞에 멈추어 서서 책을 고르는 직장인. 아- 너무나 근사하지 않은가! 물론 가장 근사한 사진은 바로 이 사진이다. 책을 읽는 청년!



머리는 좀 벗겨진 것 같지만...아저씨가 아니라 청년이라고 해야 어쩐지 로망실현...이 되니까.....( '') 기차안에서 홀로 앉아 책을 읽는 남자사람이라니. 아, 진짜 멋있잖아. 나는 기차를 탈 일이 가끔 있어서 늘 책을 챙겨가곤 하는데, 내가 연출하고 싶은 장면도 바로 위와 같은 장면이다. 와, 책을 읽는 여자사람이라니, 근사하다! 하는 그런 생각을 내 주변의 승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단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잔인한 법. 기차만 탔다하면 나는 잠이 쏟아져서..책을 두 권씩 챙겨가지만 두 장도 채 읽지 못한채로 그대로 가지고 오기 일쑤다. 위의 책을 읽는 남자사람의 사진을 보노라니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욕망이 또 잠시 쳐들어온다. 곧 사라지겠지, 그러겠지.


물론 책을 '읽기만' 하는 사람들만 등장하는 건 아니다. 책 사이를 마구 활보하는 아이의 사진도 있다.



가운데, 자전거를 타고 책장 사이를 누비는 꼬마. 하하하하하. 



그러나 이 책이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작가가 관심을 가진 책은 내 관심과는 달라서 나는 그가 흥미를 느끼는 책에 그다지 흥미가 느껴지질 않았다. 작가는 음악과 예술에 조예가 깊어서 그런 책들을 발견할 때마다 흥분하곤 했는데, 나는 그 책들을 발견한 순간들의 흥분에 대해서는 짐작하고도 남지만, 그 책들에 같이 흥분하게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때로 그의 글을 읽는것은 지루하게 여겨졌다. 소설 얘기도 좀 해주지, 내가 아는 작가의 얘기도 좀 해주지 싶었던거다. 유럽의 책 마을이 애초에 신간을 위주로 파는 서점이 아닌만큼 소설은 없는건지, 아니면 소설도 역시 마찬가지로 가득가득하지만 작가가 흥미를 느낀 분야가 아니어서 별로 언급이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다 읽기'는 내게 쉽지 않았다. 이토록 내 마음을 끄는 사진들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아, 중간에 그가 프랑스에서 만난 청년이 그에게 이승우의 소설을 읽었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작가는 이승우의 작품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그 부분을 읽는데 나는 갑자기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갔다. 후훗, 나는 읽었는데! 그 청년은 내가 만났어야 되는데. 국제결혼 한번 해줘야 되는데. 그러면 멋지게 페이퍼도 쓸 수 있었을 텐데. 이승우가 연결시켜준 프랑스 청년, 이라는 제목으로. 이국땅의 청년과 사랑하고 연애하는 과정을 멋지게 내가 글로 쓸 수도 있었을텐데! 아, 그런데 내가 불어를 못하니까 이승우라는 단어만 알아듣고 그저 땅만 쳤으려나.....



이곳 사람들에게 보트를 타고 스카제락 해협을 가로질러 한 권의 책을 찾아 이 항구에 상륙하는 일은 그저 소박한 일상이다. 곳곳에서 여개선이 운항하고 있다. 더 그럴싸한 것은 자기 보트를 몰고 이곳으로 올라온 다음, 곧장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갑판에 누워 절인 대구포나 고래포를 씹으며 독서를 즐길 수도 있다. 아니면 주말을 앞 섬 민박집에서 책과 함께 뒹굴든가 ‥‥‥(pp.217-218)


아, 어느 나라였는지 메모를 안해두었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보트를 타고 책을 읽는것은 안하겠지만, 민박집에서 책과 함께 뒹구는 며칠쯤은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생각은 고래포 에 있었다. 고래로 포를 만든다고? 얼마전에 읽은 '존 코널리'의 소설 『모든 죽은 것』에서는 악어튀김을 먹었다는 얘기가 나와서 이게 작가의 장난인지 실제로 악어튀김이 존재하는지 몰라서 구글로 검색을 했었다. 악어 튀김은 정말 존재하더라! 악어 튀김이라니! 그런데 이번엔 고래포란다. 고래포.. 검색해봤지만 고래포의 이미지는 찾을 수 없었다. 아 궁금한데..



책은 이래서 좋다. 내가 알지도 못했던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음식들의 존재를 내게 알려준다. 내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악어 튀김을 어떻게 알 것이며 고래포를 어떻게 알 것인가. 아, 그건그렇고,


사진이 가득한 이 책을 나는 책장에 얌전히 꽂아둘 것이다. 이 책 속의 사진들을 나는 수시로 보고 싶어지게 될 것 같다. 그럴때마다 꺼내볼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의 사진도 함께. 그 사진들을 보는 순간 나는 한결 여유로워질 것 같다.



(소근소근- 그런데 지금 이 책, 반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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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2-03-2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은 이제 좀 뻔하다고 생각했는데....! 으앙, 사야 되잖아. ㅠㅠ (장바구니 열었음)

다락방 2012-03-27 11:20   좋아요 0 | URL
네꼬님, 전 이런 책을 별로 읽어보질 않았어요. ㅎㅎ 작가가 관심을 가진 책에 저는 관심을 가질 수 없어서 유감이고 좀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책 읽는 꼬마라니, 참 귀엽지 않아요? 히히.

레와 2012-03-2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럽, 여행 그리고 책!
좋아하는 것들만 모아놓았네..ㅋ



다락방 2012-03-27 11:1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말입니다. 레와님 혹시라도 유럽여행 가게 된다면 고래포를 먹어줘요. 그리고 그 맛이 어땠는지 내게 꼭 말해줘요. 어쩐지 난 먹을 수 없을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12-03-2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란세시냐... 푸핫...

중간에 다락방님이 국제결혼까지 불사를 정도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승우의 소설을 읽었다고 말한 프랑스 청년의 사진은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2-03-27 11:17   좋아요 0 | URL
그게 그러니까 그 청년의 사진은 실려있질 않아서....그렇지만 저는 혼자 나름대로 그가 하이킥의 쥘리앵처럼 생겼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저랑 결혼을.....( '')

하루 2012-03-26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항상 갈등하는데, 다락방님때문에 읽겠어요!

다락방 2012-03-27 11:16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망설이다가 집어든건데 사진들이 참 좋더라구요. 책이 가득가득해서 말이죠. 아, 저도 책 구경하러 유럽가고 싶어요! >.<

2012-03-26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7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12-03-27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종종 까페에 앉아서 책 읽는 남자 모습을 연출하는데, 아무도 저한테 관심 안 가지던데요 ㅠ_ㅠ

다락방 2012-03-27 11:13   좋아요 0 | URL
저라면 반드시 관심을 가졌을 겁니다! (단호)

숲노래 2012-03-27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의나무' 출판사가 부도 내서 사라졌잖아요.
흠...

다락방 2012-03-27 11:1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토니 2012-03-2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잘 지내셨나요? 책이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몇 주 전에 받았는데 제가 신종플루로 너무 (정말 너무) 아파서 오늘 겨우 기숙사 사무실서 책을 찾아왔어요. 너무 감사해요. 일주일 남짓되는 봄방학 기숙사에 있는 한국 친구들이랑 돌려가며 잘 읽을께요. 여름에 한국에서 뵐께요. 아프고 나니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다락방님도 건강 유의하세요.

다락방 2012-03-27 11:14   좋아요 0 | URL
잘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토니님. 안그래도 받을 때가 지났다고 생각하고는 있었거든요. 지금은 좀 괜찮으신 거에요? 얼른 회복하세요. 그리고 다시는 아프지 마시구요.

moonnight 2012-03-2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 책, 사놓고 아직 못 읽었는데 반값행사하네요. 그런 책이 한둘이 아니에요. (ㅠ_ㅠ)
요즘 책조차 읽히지 않는 심란한 일이 있어요. -_-;;;; 책사진들 들여다보면 좀 안정이 되려나. 집에 가서 살펴봐야겠어요. (어디쯤 꽂혀있을런지 -_-;;;;;;;)

다락방 2012-03-28 13:53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들 사진이 참 좋더라구요. 막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지요. 저도 사놓고 반값 행사하는 책들이 많고 또 사고나서 알사탕 행사하기도 하고 이래가지고 ㅎㅎㅎㅎㅎ 요즘에는 가급적 책을 사지 말자, 있는 책이나 부지런히 읽자 하고 있어요. 이 책도 사놓은지 오래된 책이었어요. 하핫

기억의집 2012-03-27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팔아버렸는데,,, 다락방님처럼 글쓴이가 좋아하는 분야가 맞지 않아서 그 부분에선 흥이 나지 않더라구요. 대신 사진이 이쁘고 나중에 유럽가면(도대체 언제갈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가 본 곳에 가봐야지 했는데, 결국 읽고 팔았지요.

다락방 2012-03-28 13:55   좋아요 0 | URL
네, 기억의집님. 사진은 기대이상으로 좋아서 마음이 흡족해지는데, 글에는 도무지 흥미가 생기질 않더라구요. 유익한 글인듯 하고 작가의 흥분도 전해져오는데, 제가 흥분할 수가 없어서 지루해져버렸어요. 저도 '언젠가' 여기에 가봐야지, 라고 마음은 먹었는데 그 날이 과연 오기는 올까요? ㅎㅎ

읽기전에는 저도 이 책을 팔아버릴 생각이었는데 읽고 나서는 팔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icaru 2012-03-2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제 결혼 함 해줘야 되는데" ㅎㅎㅎ
저도 님처럼 아무데나 펼쳐도 책사진이 가득한 책을 원해서,,, '책과 집'이라는 책을 보고 있답니다~ 같은 맥락에서 추천해요 ㅎ

다락방 2012-03-28 14:22   좋아요 0 | URL
아, 안그래도 저도 그 책 살까 어쩔까 계속 고민중이긴 했어요. ㅎㅎ 그 책 보면 기분이 막 좋을것 같아서요. 서점에서 보니 그 책은 디자인 인테리어 쪽으로 분류되어 있더라구요. 그 책도 사서 가끔 들춰볼까요? ㅎㅎ

국제결혼하게 되면 청첩장 보내드리겠습니다. 하하핫

나그네 2012-05-2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십니까. '책마을' 저자는 우리 'documentor' 회원입니다. 제가 다락방 님 글을 보고 말씀드렸더니,
아주 재밌어 하셨지요. 그러면서 앙비에를 편에 있는 독사진 '다비드'라는 청년이 실려 있다고 합니다. 이승우 소설을
읽었다는... 그러면서 다비드에 대해 궁금하다면 또 고래포에 대해서도 궁금하시면 위의 이메일 주소로
연락주시면 가능한 정보를 드리겠다 했습니다. 저자 정진국 씨는 온라인이나 전자통신에 서툰 양반입니다.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2-05-22 14:02   좋아요 0 | URL
아, 안녕하세요, 나그네님.
온라인에 글을 쓰니 이렇게 놀라운 일이 생기네요. 저자의 지인이 지나가다 이 글을 읽게되는 그런 경우 말입니다. 하하.

그냥 지나치지 않아주셔서, 그리고 저자에게도 기쁘게 전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_________^

나그네 2012-05-2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 님
정진국 회원의 주소는 naguenet@hotmail.com. 입니다.
질문하시면 좋아하실 겁니다...
참고로 '다큐멘토'는 사진 서클입니다.
 
인피니트 - 정규 1집 스페셜 리패키지 Paradise
인피니트 (Infinite) 노래 / 울림 엔터테인먼트(Woollim)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더이상 중고샵에 팔 책이 없어서 시디를 팔기 시작했다. 아, 시디를 사주는 중고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대체 예전에 내가 듣던, 그러나 더이상 듣지 않게 된 시디를 팔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가진 여덟장의 '신화'의 시디를 팔지는 못했다. 아니, 팔지 않았다. 더이상 듣지 않을게 거의 확실하지만, 그 시디를 파는 것은 어쩐지 아쉬워서. 그들의 음악이 아쉬운게 아니라, 그 음악을 듣던 내 젊은 날의 추억을 팔아버리는 것 같아서. 언제고 쉰 살이 됐을때 시디진열장을 둘러보다가, 아, 내가 이십대에 이 음악들과 더불어 살았는데, 이때는 이 음악이 내게 큰 힘이었어, 하게 될 것 같았으며 그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노래방에 가서 그 어린날, 얼마나 [해결사]를 불러댔던가! 내 주변의 모두가 H.O.T 에 열광하고 있을 때, 나는 늘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신화의 노래를 따라불렀던 것이다. 시디를 사는 일은 그래서 단순히 그 음악을 사는게 아니라 그 음악을 듣던 한 시절을 보관하는 일인 것이다.

 

신화가 마지막이었을까. 나는 언제부턴가 아이돌의 시디를 사지 않게 되었다. 내 삶의 백뮤직에 아이돌은 없었다. 굳이 아이돌이 껴들 일도 없었다. 세상에 음악은 넘치듯 많았고, 그 안에는 내가 들으며 좋아할 만한 음악이 당연히 무수히 존재했으니까.

 

그러나 요즘의 내게 인피니트의 음악은 힘이었고 위로였다. 나는 '검정치마' 에게서도 '노 리플라이'에게서도 받지 못했던 위로를(그냥 내 마음대로 닥치는대로 비교) 인피니트로부터 받았다. 오! 어젯밤엔 술취해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내내 인피니트의 영상을 찾아 보고 들으며, 아,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은 인피니트의 영상을 언제나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고 기계의 발달에 건배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니 망설이던 인피니트의 시디를 사는일이 내게는 필요했다. 더이상은 뒤로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두근두근, 아이돌의 시디를 주문해놓고 나는 설레였다. 그런데, 배송되어 온 박스가 크다. 으응? 왜 시디하나 책 한 권을 샀을 뿐인데 이렇게 넓적한 박스에 오지? 그리고 상자를 풀자 거기에선 보통의 시디보다 큰 박스가 나왔다. 오, 이게 뭐야! 그 박스를 풀었더니 시디 케이스 대신 얇은 책자가 한 권 나온다.

 

 

 

 

 

(크기 비교를 위해 실예 네가드의 시디를 얹어 보았다.) 보통의 시디케이스보다 훌쩍 큰 저 책자는 대체 무엇인가, 화보집인가 가사집인가, 시디는 대체 어디에 들어있는가, 하고 열어보니, 맨 뒷장의 책날개에 시디가 꽂혀있다. 케이스도 없이! 케이스도 없이!!!

 

 

 

 

보이는가. 오른쪽에 저 '꽂혀있는' 시디가! 아...얘네들이 장난하나. 시디를 이렇게 종이 사이에 끼워주면 나더러 보관을 어떻게 하란말이야! 나는 화가났다. 예쁜 일흔 살의 할머니가 되어서 시디진열장 앞에 서서 시디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중에 하나를 빼어들고, 아, 나의 삼십 대 중반, 그 우울의 끝에 있을 때 그 때 이 아이들의 시디가 내게는 위로였지, 그땐 그랬어, 라고 되뇌이고 싶었는데, 이렇게 커가지고는 다른 시디들과 함께 꽂을수가 없잖아! 대체 종이에 꽂힌 이 시디를 어떻게 보관하란 말이야! 아..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책자를 넘겨보니 이것은 가사집인 동시에 화보집이다.

 

 

 

 

 

 

 

 

 

내가 이들의 영상을 즐겨본다한들, 이들의 사진을 넘겨보고 싶은 마음은 애시당초 있지도 않았다. 아...화나...게다가 박스 안에는 접혀진 종이도 한 장 들어있다. 나는 이건 무엇? 하고 펼쳐보았다. 거기서는 대빵 큰 포스터가 나왔다.

 

 

 

왼쪽 아래에 실예 네가드의 시디 케이스와 이들의 화보집이 보이는가. 포스터는 이렇듯 크다. 나는 대부분의 시디에 딸려오는 포스터를 심하게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포스터를 방에다 붙여놓고 좋아하고 만족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내게 오면 그 포스터들은 재활용으로 분리수거 될 뿐, 종이 낭비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시디구매 이벤트로 포스터를 주는 것은 제발 선택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만족이고 행복이 될 거라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나는 아니란 말이다, 쫌! 아니나 다를까, 이 큰 종이는 재활용으로 분리수거 되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당장 별 두개짜리 리뷰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엊그제 읽은 육아서에서 그랬잖은가. 한 시간만 하루만 참아보라고. 나는 충실하게 나의 화를 다스렸고, 그들의 시디를 내 방 안의 미니 컴포넌트에 넣어 재생시켰다.

 

오오, 신났다. 역시 좋았다. 내꺼하자 도 좋고 패러다이스는 보석같다. 패러다이스는 힘이 넘친다. 물론 너 힘든거 보기 싫으니 이젠 그만 내꺼하자 라고 하는 그들의 가사는 유치하기 짝이없지만 그래도 일곱명의 남자들의 목소리로 그 노래를 들으니 설거지 하는데 덜 짜증난다. 거실과 부엌을 걸레질하면서 듣는 패러다이스는 모든 행동을 멈추게 한다. 아, 좋아. 니가 있어야만 여기가 패러다이스~ 하는데 진짜 미치게 좋다.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나 혼자만 있는 집에서 이들의 시디를 크게 틀어놓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일은 퍽 만족스럽다. 그 두곡 말고도 그들의 노래는 가사를 알아들을 수 있는,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뜻 모를 노래들이 아니다. 유치하지만 최소한 알아들을 수는 있다. 심지어 패러다이스의 가사에는 깊게 감명받기도 하니까. 오후에 sbs 인기가요를 보는데 다른 아이돌들의 가사를 하나도 알아먹을수가 없는거다. 영어 가사만 계속해서 반복해서 읊어대니 그들이 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지를 모르겠는거다. 그러나 인피니트의 노래는 알아들을 수가 있더란 말이지. 게다가 히든트랙은 예상외로 피식 웃음이 나게 만든다. 그들의 중얼거림은 오글거려서 으윽, 이러지마, 소녀팬들은 이런걸 좋아하는거니, 싶었지만 오, 그런데 중얼거림 뒤로 나오는 노래는 괜찮네? 상큼해. 너희들, 노래도 쫌 하는구나!

 

 

그래서 이 시디의 별점은 다시 상승한다. 시디는 역시 음악으로 평가받아야 하니까. 이 시디의 음악들은 누가 뭐라해도 나에게는 지금 힘이고 위로니까. 그리고 가만히 다시 살펴보니 이 시디는 내가 살 때도 분명히 옆에 표시되어 있었다. special repackage 라고. 그러니까 이건, 이런 사이즈로, 이런 화보로 이 시디를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을 타켓으로 만든 시디렸다. 그들이 이 앨범을 만들 때 삼십 대 중반의 어느 이름 모를 한 여성을 타겟으로 하지는 않았을 터. 그러니 내 불만은 이들의 시디가 아니라 이 사회로 향해야.....는 아니고...........아, 내 불만을 누구 탓으로 돌려야하나. 어쨌든 내가 그들-인피니트와, 인피니트의 앨범을 제작하는 모든 관계자들-의 타겟이 아니었음은 분명할테지. 그러니 이런걸로 시디의 점수를 깎는 일은 하지 않는쪽이 바람직할 것 같다는 마음으로 새로이 별을 준다. 뭐, 별이 크게 소중한 것 같진 않지만. 

 

케이스는 영 마음에 들질 않지만(화보도 필요없고!), 이들의 시디를 중고샵에 팔지는 않겠다. 먼훗날 돌이켜보면 지금의 이 시디에 대한 감상도 웃으며 떠올리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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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3-18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다락방님을 볼때마다 양미경이 주연을 맡았던 '주부 김광자의 제 3활동'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납니다. 양미경이 주부로 나오는데 딸은 사춘기라 자신에게 늘 까칠하고, 남편도 무관심합니다. 그렇게 여느 주부처럼 외롭게 살아가다가 한 아이돌의 노래를 듣고서는 힘을 얻게 되었어요! 이분도 아이돌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를 들으며 삶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풀고, 다락방님도 그렇겠지요!

비로그인 2012-03-18 21:49   좋아요 0 | URL
오.. 그런 드라마가 있었나요? 찾아보고 싶은 충동이!!

이진 2012-03-19 06:24   좋아요 0 | URL
아마 특집극으로 꾸며진 1부작 일거랍니다!! 찾아서 보세요. 가슴 따뜻해지는 내용이랍니다...

다락방 2012-03-19 15:3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는 아이돌을 좋아하기도 해요. 인피니트 일곱명이 양복입고 춤추고 노래부르는 거 보면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면서................................. 이런 아이돌은 여태껏 없었다! 하는 마음이 되어가지고 가슴에 봄이 찾아와요. ㅎㅎㅎㅎㅎ

LAYLA 2012-03-18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년에 주황겅쥬☆ 셨어요?ㅋㅋㅋㅋ

다락방 2012-03-19 15:31   좋아요 0 | URL
저 주황겅쥬 검색해봤어요. ㅋㅋㅋㅋㅋ 아뇨, 라일라님, 저는 팬클럽과는 거리가 먼 여자사람. ㅋㅋㅋㅋㅋ 아 검색해보고 완전 빵터졌네요! ㅎㅎㅎㅎ

dreamout 2012-03-1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가리키는 바가 아주 의미심장하군요. ㅋㅋ

다락방 2012-03-19 15:31   좋아요 0 | URL
저는 타겟이 되고 싶은걸까요? ( '')

2012-03-19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9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벌 2012-03-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사셨군요~ 우우`~ 사셨군요~~~ ㅋㅋ 갖고싶어. ㅠㅠ

다락방 2012-03-22 14:45   좋아요 0 | URL
저는 인피니트랑 같이 살고 싶습니다! ㅎㅎㅎㅎㅎ

2012-03-28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8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의 '트윗 육아'
서천석 지음 / BBbooks(서울문화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많은 부모들이 육아서적을 고를때는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혹은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하는 마음. 나는 아직 부모가 되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지만,  한 번쯤 육아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조카에게 좋은 이모가 되고 싶은 바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인문서나 교양서의 역할을 기대한 것이 더 크다.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잘 읽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내게 좋은 책으로 남을것인가 하는 의문을 책을 펼쳐보기 전에 가졌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런 대답을 할 수 있다. 끝까지 읽었고, 잘 읽었으며, 나쁘지 않은 책으로 남을 것이다, 하는. 


뻔하고 착한 책이면 어쩌나 했는데, 이 책은 뻔하고 착하지만 가끔 기대 이상의 생각들을 보여준다. 이 책이 내내 강조하는 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된다는 가르침 보다는, 부모 자신이 일단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아이는 그런 나의 모습을 시종일관 옆에서 지켜볼 것이고, 그런 나와 함께 살면 아이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것이고, 저절로 나는 좋은 부모가 되어 있을거라는 것. '부모'로서 잘하기 이전에 하나의 괜찮은 인간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맞다,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육아서에서는 어떤 말들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이런 얘기를 해주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아이 키우기는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어려운 건 인생 그 자체지요. 아이는 가장 솔직한 내 모습을 봅니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고, 내 날것의 모습이 다 드러나지요. 이것이 뼈아픕니다. 숨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자기 자신과 정면으로 맞서기 어려워 육아가 어려운 겁니다. (p.37)

사실 몇 장 넘기지도 않고 위로를 받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받는 스트레스의 절반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는 데서 옵니다. 걱정에 에너지를 모두 써서 아이와의 소중한 현재를 즐기지 못합니다. (p.11)

지극히 당연한 얘기고 모르는 바도 아니었지만, 새삼 위로가 됐다. 이런 고민이 대부분의 많은 어른들에게 찾아오는 고민이구나, 이런 불안을 다른 사람들도 갖고 있어, 하는데서 오는 위로. 그런데도 아이를 낳고 또 기른다니, 부모란 얼마나 대단한가. 

아이는 자기가 왜 짜증이 나는지 모릅니다. 부모는 "왜 짜증을 내는데?"라고 묻지요. 아이는 모르는데 자꾸 물으니 더 짜증을 냅니다. 이때 한 대 때리면 밖으로 내는 짜증은 멈추죠. 대신 아이는 이제 자기 내면을 찔러 상처를 냅니다. 부드럽게 넘기세요.(p.39)

'부드럽게 넘기세요'가 좋은 대응인줄은 알겠으나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걸 모두가 알고있지 않은가. 그래서 '부드럽게 넘기세요'를 보는데 좀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뭐야, 이걸 몰라서 못하는 건 아니잖아, 했기 때문에. 이 책은 과연 얼마나 실용적일 수 있을것인가. 그런데 나는 이 단락을 읽으면서 갑자기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나 역시도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이유 없는 짜증을 부리곤 했는데, 그 때 나를 보는 우리 엄마는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웠을까, 하고. 바깥에 나갔다 들어와서는 엄마에게 틱틱거리고 짜증이나 내고 있으니, 엄마는 영문을 알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왜그러냐 물으면 딸이란 게 고작 하는거라곤 이유를 말해주기 보다는 더 큰 신경질이니. 짜증에 휩싸인 딸을 바라보는 우리 엄마는 그 숱한 세월들을 어떻게 버티고 견뎠을까. 우리 엄마는 육아서를 읽지도 않았는데. 트윗을 하지도 않았는데. 문화센터에 다니지도 않았는데.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이라든가, 아이와 잘 대화하는 법이라든가 하는등의 교육을 받은것도 아닌데, 우리 엄마는 나를 또 내 동생들을 여기까지 어떻게 키워온걸까. 엄마의 속에는 몇개의 상처가 곪아있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 좋은 부모가 된다거나, 아이를 잘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은 널리고 널렸는데 왜 좋은 자식이 되는 방법에 대한 책은 없는걸까, 하는. 왜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책을 읽고 자식들은 부모를 위해 책을 읽지 않을까.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책은 부모들이 가장 간과하기 쉬운 사실에 대해 일깨워준다. 

'너는 특별하단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면 이 멋진 문장에 단어 하나를 추가하세요.
'너는 '나에겐' 특별하단다.'
여섯 살이면 아이에게도 가족을 벗어난 사회가 생깁니다. 사회 속에서 살기 위해선 현실을 알아야 하죠. 특별한 대우를 받기 원하는 '나 잘난' 아이는 환영받지 못하니까요. 이제 겸손도 배울 때입니다. (p.13)

이 책은 육아서라기보다는 일종의 철학서나 심리서적에 가까운 듯하다. 책장에 꽂아두고 간혹 꺼내어 보면 짧은 글들 만으로 조용히 생각을 해보거나 반성하는 것이 가능해 보이니까. 그러나 이 책의 모든 말들에 대해서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자신이 조절할 수 있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좋고 옳은 방법이라고 하는 것이 모든 아이에게 올바르게 적용될만한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나는 확신할 수 없으니까. 

 

때로 이 책은 단순히 아이들을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러니까 어른들을 위해서도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참는 힘은 중요합니다. 1분을 참으면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1시간을 참으면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루를 참으면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조절은 우리에게 시간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우리이게 지혜를 줍니다. (p.224)


물론 참는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있는 바지만,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바로 흥분을 하고 반응하는 것과 시간을 좀 둔 다음에 반응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는 것도 역시 알고 있다. 후회는 항상 '바로 흥분하고 반응했을 때' 찾아왔다. 화가 나고 가슴이 뛰고 신경질이 났을때, 그때는 내가 너무 그 문제에 깊숙하게 빠져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그 문제에서 빠져나와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그랬을 때의 나의 대응은 조금 더 현명할 수 있었다. 



 

 

비교는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 부모가 비교 안 해도 아이 스스로 합니다. (p.46)

 

 

그렇다. 비교는 누가 나를 향해 하고 있지 않아도 나 스스로 하고 있다. 이미 충분히 스스로 열등감을 혹은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그것을 거들어줄 필요는 없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너무나도 당연한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시한채로 지내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는 건, 그래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너 또 잊고 있었지, 잊지마, 하는 뜻에서.


 

나는 이 책을 내 여동생에게 건넬것이다. '이 책은 니가 아이를 키우는데 좋은 지침이 될거야' 의 의미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다가 지치고 힘들때 이 책을 꺼내어보면 때로는 도움이 될거야'라는 의미로.

 

별을 셋을 줄까 넷을 줄까 한참을 망설였다. 착하고 뻔해서 별 셋 이었다가, 그래도 그보다 더 나아가니까 넷이었다가, 저자의 유머감각이 영 나한테 통하지를 않고 그렇다고 그것이 아이들에게도 통할 것 같지는 않아서 다시 셋이었다가, 이 모든것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것이 읽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넷으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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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6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8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03-1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부모가 되도록 이끄는 책이란,
어른들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기를 잊었기 때문에
스스로 되돌아보려고 고른다고 느껴요.

아이들은 처음 태어날 때부터
오롯이 선 사람이었으니
굳이 '좋은 아이'가 될 까닭이 없어요.

어른이 된 사람은 똑같이 아이였던 때가 있지만,
'오롯이 서던 한 사람'인 줄을 잊었기에
'좋은 부모'라는 틀을 새로 세워서 자꾸 좇아가는 셈이에요.

다락방 2012-03-18 18:59   좋아요 0 | URL
된장님 말씀처럼 저자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처음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아니었으니 완벽하고 좋은 아이이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말이죠. 아이가 잘 자라도록 부모는 도와야 한다고. 된장님의 댓글을 읽노라니, 된장님은 이 육아서에서 말하는 바를 이미 실천하고 계신 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moonnight 2012-03-1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그 자체로 사랑하고 아이와 함께 하는 현재를 즐길 수 있는 것. 참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예전에 빌 브라이슨 책에서, 작가가 글을 바쁘게 쓰고 있는데 일곱살인가 여섯살인가 하는 막내아들이 다가와서 함께 캐치볼을 하자고 했을 때,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하자. 고 말하려다가 이 아이의 일곱살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대목이 있었어요. 마음이 괜스레 찡해지더라고요. 맞아요. 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는 것만은 잊지 말아야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가끔은 잊게 되어요. ㅠ_ㅠ)

이모로서 타미를 생각하는 마음이 절절히 묻어나는 리뷰예요. 잘 읽었습니다. ^^

다락방 2012-03-18 19:01   좋아요 0 | URL
갑자기 빌 브라이슨의 책을 사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나잇님. 저는 빌 브라이슨의 책은 두 권 밖에 읽어보질 않아서 앞으로 읽어볼 그의 책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호주 여행기였나, 그것도 장바구니에 내내 들어있는데 결제는 안하고 있네요. ㅎㅎㅎㅎ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상처없이 트라우마 없이 자랐으면 좋겠어요. 사랑과 기쁨과 행복만 느끼면서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자라되, 어쩔 수 없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문나잇님, 우리 좋은 이모, 고모가 되어요! 흑흑

2012-03-17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8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7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8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3-17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아서를 읽어보면 그게 아이 키우는 책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다락방 2012-03-18 19:04   좋아요 0 | URL
다른 육아서를 읽어도 그런 느낌이 드는가보군요, 나인님. 저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아니지만,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