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라지만 사실은 이미 결정한거 아니야?
황금 물고기
황시내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은 가사가 있는 노래이다. 멜로디도 좋아야 하고 보이스도 좋아야 하지만 가사도 좋아야 한다. 그래야 내게 와서 닿는다. 그래서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들으면서 그 노래에 내 사연을 싣기도 하고 추억을 끄집어내기도 하고 위로도 받고 안정도 얻는다. 내게 음악은 그런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황시내가 슈만과 슈베르트를 바그너를 얘기할 때 드보르자크와 드비쉬를 얘기할 때 놀랐다. 어떻게 가사도 없는 음악만으로 이토록 긴 얘기들을 할 수 있지? 어떻게 가사도 없는 그 음악들 만으로 가장 좋은 소리를 구분하고 인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지? 이것은 '나와 취향이 달라'와는 좀 더 다른 느낌이다.

 

어떤 곡이든 유명한 연주들을 빠짐없이 들어보고 나서 누구의 연주가 최고라는 결론을 내리는 많은 성실한 음악애호가들에 비해 나에게는 웬만해서는 처음 들은 연주를 모범으로 생각하고 좋아하는, 어찌 보면 좀 게으른 버릇이 있다. 중2 땐가 학교 앞 레코드점에서 난생 처음 돈을 주고 구입한 타마스 봐사리의 쇼팽 연주가 그 한 예로, '쇼팽 하면 타마스 봐사리'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마우리치오 폴리니(실은 훨씬 더 유명한 연주가)의 해석이 봐사리와 비슷하다고 그를 멋진 쇼핑 해석자라 평가하는 정도이니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겠다. (p.137)

 

중2때 쇼팽을 연주한 누군가를 모범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니, 꽤 놀라웠다. 나는 중2때 신해철과 공일오비를 들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을 우상으로 생각했는데. 이건 나는 대중가요편 너는 클래식편 하고 나누는 것과는 다르다. 그때의 내게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클래식은 멀고도 멀었다. 설사 어딘가에서 들려온다 한들 그 음악이 한번도 내 가슴을 파고든 적이 없었던거다.

 

내가 처음 접한 인상주의 음악은 드뷔시의 초기 피아노곡 ,두 개의 아라베스크>(1988)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 그 곡이 하도 인상적으로 아름다워 나는 이후 꼬랜 기간을 인상주의 음악만 들으며 보냈다. (p.145)

 

초등학교 6학년때 수학여행 다녀오던 버스안에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큰 소리로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불렀던 것을 기억한다. 그 때 그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던 같은반 남자아이를 나는 좋아했더랬다. 기타를 가져와서 폼을 잡고 노래를 부르던, 그러나 사실은 기타를 칠 줄 몰라서 기타의 연주와 노래는 전혀 달랐던...

 

 

이 책 한권에 실린 그녀의 에세이는 총 3부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그 중 2부가 음악가와 음악에 관련된 에세이다. 나는 이 책을 처음 시작할 때 시큰둥했다. 그런데 음악에 대해 그녀가 얘기하기 시작하는 2부부터 나는 이 책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내리기 싫을 정도로 여유가 찾아왔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조용하게 이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오늘 출근길에서 내가 바란건 정말이지 그게 전부였다. 게다가 마침 그녀가 커피 얘기를 하고 있잖은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가 커피 맛을 즐기기보다는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것을 실은 더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내가 자주 가던 찻집 '슈베르티아데'와 '슈만과 클라라'등은 모두 좋은 음악을 틀어주기로 장안에서 유명한 곳들이고,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도 우선 CD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물을 끓이기 시작하지 않는가 말이다. (p.170)

 

 

2부에 실린 그녀의 에세이들이 만족스러워서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때 가장 잘 말할 수 있는거라고. 2부에 실린 모든 에세이들이 하나같이 다 흥미롭고 신선하다. 게다가 그 에세이들의 모든 끝문장들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 문장 자체가 아름다운게 아니라, 그 끝문장이 나오기 전까지의 그녀의 글들이 그녀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때부터, 그리고 중학교때도, 결국 전공에 이르기까지 그녀에게 음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녀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자연스럽고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아, 물론 그녀는 클래식만 듣는 사람은 아니다. 그 음악들을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것 뿐이지 그녀라고 가사의 울림이 좋은 노래들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교향곡을 세상 무엇보다 좋아하지만, 나는 시카고 거리를 달리며 그것들을 듣지는 않는다. 19세기 교향곡은 너도밤나무가 무성한 독일의 숲길을 달릴 때 비로소 최상의 퀄리티로 들려온다. 도시의 빌딩숲을 달릴 때는 뭐니 뭐니 해도 재즈가 최고다. (p.284)

 

 

그녀는 나와 전혀 다른 음악을 듣지만, 그 다름 음악들에 대해 누군가가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쓴 글을 읽는다면 그녀도 '아, 이 음악에 대해서는 나는 이렇게까지 좋지는 않았는데' 라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그 열정과 애정만큼은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그 글을 읽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내게 이 책이 그랬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묻어나서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떠올려 보았다. 또한, 내가, 어쩌면, 앞으로 듣게 될지도 모를 베토벤이나 브람스때문에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기로 결심했다.

 

 

2부와 3부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내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사랑하는 글은 3부에 실린 [텅 빈 방]이다. 자신의 방에 쓸데없는 물건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그것들을 버리고 홀가분해하다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텔레비젼을, 식탁을, 시디를 구입하고는 결국 또다시 그 방을 물건들로 가득 채우는 자신을 깨닫게 되는 그녀가 드러나는 글. 그리고 그건 그것대로 또 필요한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합리화 시켜버리는, 나와 전혀 다를바가 없는 그녀의 일상. 이 에피소드는 가장 사랑스럽다.

 

 

LP 판의 추억이라든가 공갈빵의 추억 같은것은 사실 좀 식상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어느 순간 여유가 찾아온다. 내가 탄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서도 나는 내리고 싶지 않을만큼, 딱 그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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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6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7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8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18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2-05-1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책을 읽으면 책속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해서 (사실은 갖고 싶어서!ㅋ) 지름신 대박이던데, 다락방은 그런 욕심 없었어요? ㅎ

다락방 2012-05-17 14:4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들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그때뿐이에요. 책 읽을 때만. ㅋㅋㅋㅋㅋ

Jeanne_Hebuterne 2012-05-16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빗소리는 내게 쇼팽을 데려다 줘요.

2012-05-16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5-17 14:40   좋아요 0 | URL
빗소리와 쇼핑이라. 그 둘의 조합은 어떤건지, 어떤 느낌을 주는건지 전 상상할 수도 없네요.

moonnight 2012-05-1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가사가 없으면 음악이 아니다. -_- 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갖고 있었을 때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슬슬 클래식이 좋아지더니 요즘은 클래식 에프엠을 하루종일 켜놓는 지경까지 이르렀답니다. 물론 요즘도 (다락방님이 추천해주시는^^) 가사가 아름다운 곡들을 음미해보고 신선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지만 희한하게도 이제는 옛날만큼 가사가 귀에 쏙쏙 와 박히지는 않더라구요. 나이들어 감성이 무뎌졌기 때문일까요. ㅠ_ㅠ;

하여간에, 책은 바삐 보관함에 넣습니다. 저도 꼭 읽어볼래요. ^^

다락방 2012-05-16 18: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가사가 없으면 음악이 아니다, 라뇨, 문나잇님. 저 이 댓글 읽고 웃었어요. ㅎㅎ

나이들어 감성이 무뎌졌다기 보다는 생각하고 느끼는게 변하잖아요. 입맛이 변하는것 처럼요. 전 어릴적에 녹차를 왜마시는지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풀 우린걸 대체 왜마시나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이제는 녹차도 마셔요. 음악도 그런게 아닐까요. 일전에 듣지 않았을 것 같은 음악을 듣게 되는거, 어릴적에 들었던 음악을 더이상 듣지 않게 되는거, 그것도 우리가 변하기 때문인것 같아요. 나이 들면서 모든 것들이 서서히 변하긴 하지만 그것이 감성이 '무뎌져서'는 아닐거에요. 덜 좋아지는 것들이 생기는 그 빈 자리에 새롭게 좋아지는 것들이 생겨서 새로 채워지잖아요.
:)

icaru 2012-05-1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르 불문 하고, 음악을 듣는 열정과 애정 만큼은 저자와 그리고 다락방 님과 공감해요!!!
저였대도, 수학여행 때 붉은 노을을 부르자고 했다는 그 남학생이 좋았을 거 같은 이 공감능력은 뭘까요? (,,) ('')

다락방 2012-05-16 18:00   좋아요 0 | URL
그런데요, icaru 는 영어사전 찾아봐도 안나오는데, 아이카루님인가요 이카루님인가요? 갸웃.

그 남자아이는요, 붉은 노을을 부르자고 하기도 했지만, 히히히히, 꽤 잘생겼었어요! 제 뒷자리에 앉았던 녀석이었는데, 저한테 별명도 붙여줬었어요. 88서울올림픽공식지정이마빡 이라구요. 이마가 넓다고 운동해도 되겠다면서요. -_-
 
Jason Mraz - Love Is A Four Letter Word [2CD Deluxe Edition] - 100% 재생용지 3단 에코 디지팩, enhanced CD
제이슨 므라즈 (Jason Mraz) 노래 / 워너뮤직(WEA)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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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사람들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정말 좋아한다면 이유가 없다' 고 하는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든 여자든 내가 좋아할만한 이유가 수백가지 쯤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제도 나는 내가 예뻐라 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혹은 대화를 하면서, 역시 좋아하길 잘했어, 내가 좋아할만 해, 라는 생각을 했다. 나란 여자는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거의 틀림이 없다니까.


제이슨 므라즈의 앨범을 선택한 것도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을만큼 잘한 짓이다. 애초에 제이슨 므라즈를 좋아한것 부터가 잘한짓이다. 앨범을 받아들고 재생했을 때, 첫 곡에서부터 나는 이미 마음이 살랑살랑 거렸다. 퇴근길이었고, 벚꽃잎은 다 떨어져 땅바닥에 가만히 쌓이고 있었고, 나는 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걸었다. 내 발걸음이 가벼운 것은 모두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 덕이다. 

물론, 내가 제이슨 므라즈를 좋아한다고 해서 이 앨범의 모든 곡이 울트라캡숑나이스짱 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떤 곡은 읭? 싶을만큼 별로라서 가볍게 터치해 그 다음곡으로 넘어갈만큼 무시하게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목소리와 발음만으로 나를 들뜨게하고 설레이게 하고 기분좋게 한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가!

게다가 내가 산 앨범의 두번째 CD 는 이 앨범에 별 다섯을 주게 만들어버리는데, 그러니까 그 곡들 중 특히 「you fckn did it」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디딧디딧 하는데 아, 이 곡은 내게 「mudhouse」가 준 기쁨을 그대로 준다. 나는 라이브 앨범을 엄청나게 싫어하는데, 제이슨 므라즈 만큼은 예외라니까! 아, 제이슨 므라즈, 당신은 나를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군요. 당신을 좋아하길 잘했어요. 역시 나란 여자, 틀림이 없어. 흑흑.


언젠가 내 삶이 여유로 가득해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면, 저기 저 미국땅으로 건너가 제이슨 므라즈의 공연이나 쫓아다니면서 지내고 싶다. 


그나저나, 미카는 새 앨범 안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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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4-2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다락방 2012-04-20 13:00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 좋아하세요? 히히 ^_____^

turnleft 2012-04-2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you fckn did it 듣고 엄청 신나했어요. 제이슨 므라즈는 라이브 공연 가면 진짜 재밌을 것 같다니까요.

다락방 2012-04-20 13:08   좋아요 0 | URL
우앗 ^__________________^

제가 좋아하는 턴님이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좋다 하시니 천국에 와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막 기분이 업되는데, 이건 점심에 먹은 삼계탕 탓일까요, 날씨 탓일까요, 턴님의 댓글 탓일까요? 히히히히히

가연 2012-04-20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이슨 므라즈 공연이 부산에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지요. 왜 서울이 아니야! 라고. 막상 지방에 있을때는 왜 지방에 안오는거야! 라고 소리쳤으면서, 풋. 뭐, 매진이라니깐 회사(?)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ㅎㅎ

다락방 2012-04-20 13:13   좋아요 0 | URL
저는 부산에서 한다고 해도 기꺼이 가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금요일이더라구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는 연차내려면 눈치봐야 하는 직딩이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죽기전에 미국가서라도 너의 공연을 보리라, 라고 다짐만 굳게 했어요. 하아-

그런데 가연님도 제이슨 므라즈를 좋아하시는구나! 제이슨 므라즈 안에서 우리는 하나! (읭?) ㅋㅋㅋㅋㅋ

네꼬 2012-04-2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나한테 하는 얘긴 줄 알았네. 흥.

다락방 2012-04-20 13:38   좋아요 0 | URL
어머. 네꼬님한테 하는 얘기, 맞아요! ♡

마늘빵 2012-04-2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미 표는 매진되었고. 나는 쌀아저씨 담으로 좋아요.

다락방 2012-04-20 13:55   좋아요 0 | URL
나는 미카 앨범 나오면 미카가 제일 좋고 제이슨 므라즈 앨범 나오면 제이슨 므라즈가 제일 좋아요. 히히.

아프는 앨범 안내도 좋아요.

하루 2012-04-2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앨범은 먼가 조근조근한 기분이랄까.
전 Everything is sound를 들으면서 참 좋았더랍니다. Regina Sepector(철자가 맞나?) 같은 기분? :)

다락방 2012-04-20 14:45   좋아요 0 | URL
오늘 퇴근길에는 하루님이 말씀하신 곡을 유심히 들어볼게요.
:)

프레이야 2012-04-2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어제 왔더라구요. 한참 듣고 있어요.
재생용지팩도 좋고 다 좋아요. 근데 포스트잇은 안 주는 걸로 ㅠ
가까이서도 예매실패해 못가는 전 뭐래요.ㅠㅠ 워낙 손이 드뎌.
디비디나 보고 떼워야지요 ㅎㅎ

다락방 2012-04-20 14:51   좋아요 0 | URL
전 포스트잇 안주는건 마음 전혀 안상하는데 또 포스터가 같이 와서 미치겠어요. 이건 너무 아까워요. 원하는 사람만 선택해서 받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전 그대로 버린단 말이에요. 흑흑 ㅠㅠ

음악은 어때요, 프레이야님? 라이브앨범이 참 좋아요! 후훗

moonnight 2012-04-2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제이슨 므라즈. +_+ (보관함으로 직행;)

다락방 2012-04-20 18:13   좋아요 0 | URL
직행 직행! ㅎㅎㅎㅎㅎ

니나 2012-04-2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 :)

다락방 2012-04-22 10:30   좋아요 0 | URL
우잉, 니나네! ♡

비로그인 2012-04-21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음악 쪽으로 좋아하는 가수를 하나 물색해봐야겠어요. 그리고 돈을 마련해서 CD 플레이어를 장만하고~ 앨범도 손에 꼽아서 사고~ 하교길에 몸 살살 흔들거리면서 듣고 싶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2-04-22 10:30   좋아요 0 | URL
그래요, 수다쟁이님. 사요, 사요! 시디도 사고 플레이어도 사고 살랑살랑 다녀요~~ ㅎㅎㅎㅎㅎ

dreamout 2012-04-2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거 CD가 2개군요. 라이브가 끼어져 있었네요. 철푸덕.
걍 mp3로 다운 받아 버렸는데...

저는 어떤 가수/밴드던 라이브앨범이 더 좋을 때가 많았거든요.

다락방 2012-04-22 22:40   좋아요 0 | URL
어머! 이 시디가 두개가 있더라구요. 하나는 라이브앨범 포함이고 하나는 포함되지 않았구요. 저는 그중에 2cd 앨범으로 산거랍니다. 제이슨 므라즈의 라이브는 몹시도 사랑스러우니까요. 후훗.
 
집으로 가는 길 - 아웃케이스 없음
장예모 감독, 장지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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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보기 위해 나는 더 먼 길로 돌아오고 당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나는 문 밖에서 기다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당신을 마주칠지도 모를 그 단 한순간을 위해 나는 몇시간이고 당신이 가는 길목에서 기다리며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 당신의 흔적을 찾곤 하죠. 그러다 당신의 눈을 드디어 마주치게 되면 내 심장은 얼마나 콩닥콩닥 뛰는지!

 

이 영화의 결말은 감동을 주기위해 너무 연출한 것 같아 '그러지는 말지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연정을 품고나서 느끼는 그 모든 감정들이 고스란히 다 들어가 있다. 예쁜 장쯔이의 모습을 보는것은 이 영화의 덤일 뿐이다.

 

게다가 영화 내내 흐르는 그 음악이라니! 이 영화는 여자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많은 말을 할 필요가 결코 없었다. 음악이 그녀와 또 그가 하고 싶은 모든말들을 대신했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말 없이, 풍경과 표정과 음악만으로 애틋함을 전할 수 있다니!

 

연정을 품은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아름다운 표정이 가득한 이 영화의 가장 큰 부작용은 내 마음속에 품은 연정을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꾹꾹 눌러왔었는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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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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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데 대체 왜 안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수 없었다. 단순히 취향이라고 말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왜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지 아주 명확하게 깨달았다.

 

나는 다른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일상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싶고 알고싶지만 '나는 이렇다'의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것이었다. 만약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소설의 주인공이나 조연들을 내세워 들려준다면 나는 거기에 공감하고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있고 이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노라면 공감이 잘 되지를 않는것이다. 심지어 그건 좀 아닌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혹여라도 '이것이 맞다'고 조금이라도 강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확 거부반응이 드는 것이다.

 

목수정의 이 책에서, 나는 그녀가 프랑스에서 느끼는 그 모든 자유와 찬탄에 대해서도 같이 찬탄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육아에 대해서는 어느 부분에서는 거부반응이 들었다. 그녀가 일을 시작하고 또 그만두는 과정에 대해서는 '내'가 쓰는 '나의 이야기'는 순전히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서만의 이야기라는 한계를 포함하고 있는 이상 철저히 자신위주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말하는 정치와 문화 또 정당의 문제제기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녀가 '내가 옳다'고 강제한게 아니란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여러가지 면에서'그녀가 옳은걸까? 정말 그런걸까?'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되고, 그래서 이 책은 재미없다.

 

목수정을 만나는건 경향신문의 칼럼으로만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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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2-04-1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런거죠. 비판적 시각으로 읽어내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사료되옵니다.

다락방 2012-04-15 23:59   좋아요 0 | URL
딱히 비판적이 되려고 했던건 아닌데 제가 너무 고집이 세서 그런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핫;;

일요일 밤이네요 라일라님. 상큼한 월요일 보낼수있게 좋은꿈꿔요! :)

푸른바다 2012-04-16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설적인 표현보단 은유적이고 우화적인 것을 좋아하시는 군요! 다락방님이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

다락방 2012-04-16 09:06   좋아요 0 | URL
아, 그런걸까요? 저는 제가 직설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것은 직설적이지 않은것인가 보군요. 흐음. 저는..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게 책이든 블로그의 글이든 영 별로더라구요.

네꼬 2012-04-16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 나 다락님 너무 좋아.

네꼬 2012-04-16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러니까 다락님아, 나 진짜 좋다고, 다락님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본 다음에 이 리뷰 썼어요? 응?)

다락방 2012-04-16 09:07   좋아요 0 | URL
오, 네꼬님도 이 책 읽었어요? 네꼬님도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하하하. 나도 네꼬님이 좋아요. 알죠? 네꼬님은 내가 알아본 멋진 여자! 히히

Arch 2012-04-16 13:28   좋아요 0 | URL
칫~(괜히 질투한다.ㅋㅋ)

책 읽을 때는 와와, 너무 좋다 이랬는데 곱씹어보면 다락방 말대로 뭔가 마뜩치 않는 부분들이 있었어요.(귀 얇은 아치) 언뜻 생각나기론 아기가 기저귀를 가는걸 부끄러워한다고 좀 과할 정도로 예쁘다고 하는 부분. 그게 또 왜 그렇냐고 물으면 잘 설명할 재간은 없지만 좀 그랬어요.

다락방 2012-04-16 13:36   좋아요 0 | URL
아치, 나도 그 부분이 좀 그랬어요. 목수정의 말이 틀린건 아닌데 이사람 저사람 물어봐가며 니가 우리애한테 부끄러움을 가르쳤냐고 묻는게 좀..그리고 자기 아이 먹을 유기농 간식만 싸들려 보내는것도 참...도무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처음엔 급식도 안먹게 했었는데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간식만 싸들려 보낸다고...그게 어느정도 사회생활에서 적응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때 그러니까 자신이 처신할 수 있는 상황이 됐을때, 나는 유기농만 먹겠어 하고 자기가 싸가는게 아니라, 너는 유기농 간식을 먹어야 해, 라고 해서 그 공동체 속에 혼자 보내는게 저는 오히려 더 폭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유기농을 먹는것'은 자신의 선택이고 또 좋다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어린이집에서 내 아이 혼자 먹을 유기농 간식을 싸들려 보내는 것'은 전 좀...뭔가 어긋나 보였어요.

Arch 2012-04-16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오늘 보니 다락방은 천재!!!!!!(턴님 서재 보고 따라함)

다락방 2012-04-16 17:56   좋아요 0 | URL
아니...그게 왜 천재야 ㅋㅋㅋㅋㅋ
봄이에요, 아치. 이 봄에 아치, 좋은 사람들 만나서 즐겁게 지내도록해요! 히죽히죽. ^_____^

이진 2012-04-1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세이 신간평가단으로 화...활동하고는 있지만 에세이가 좋지 않아요.
에세이를 읽는다는 건 힘들어요. 이질감이 든달까? 남이 살아온 인생을, 다녀온 여행기를 읽고 제가 대체 무슨 재미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건지 ....하

다락방 2012-04-17 13:20   좋아요 0 | URL
아, 소이진님도 그렇군요. 저도 다른 사람이 여행한 이야기를 읽으면 딱히 재미도 없고 얻는것도 없더라구요. 소이진님, 그래도 우리에겐 소설이 있잖습니까! 소설 짱!! ㅎㅎ

jdclub 2015-11-2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굉장히 공감이 갑니다.
 
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
로렌 올리버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애쉬톤 커쳐' 주연의 『나비 효과』에서 남자는 지금 일어난 나쁜 일을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과거로 돌아가서 그는 이 나쁜일이 일어날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바꾸고자 한다. 그러면 시간이 흘러도 그런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겠지. 그러나 그 원인을 바꿔도 반드시 다른 나쁜 일이 일어나고 그래서 그는 다시 조금 더 과거로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이 영화는 그간 애쉬톤 커쳐의 코믹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진지한 이미지를 보여줘서도 인상깊지만, 영화의 내용 자체도 꽤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지인에게 말을 했더니 자신이 그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그가 불행을 막기 위해 과거로 돌아갔던게 단 한순간도 자기 자신을 위한건 아니었다는 사실이란다. 맞다, 그랬다. 그는 휠체어를 타게 될지언정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불행을 막기 위해 자꾸만 과거로 돌아갔다. 


이 책, 『일곱 번째 내가 죽던 날』은 내내 그 영화, 『나비 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책 속에서 여자는 같은 날을 일곱 번 반복해 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처음에 일어났던 나쁜 일을 막기 위해 그 원인이라 생각했던 일을 고쳐나가려고 하는데, 다음날은 다른 나쁜일이 생기고 또다른 걸 바꾸면 다른 일이 벌어진다. 반복되는 마지막 날들을 보내면서 그녀는 감추어져 있던 가장 친한친구의 비밀을 알게되고, 좋아하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그녀는 이제 자신과 또 죽음을 앞에 둔 다른 친구의 인생 자체를 구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단 하루만 반복되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뿌리뽑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이 쌓여 이루어진 지금이 어떻게 단 하루만에 뒤집힐 수 있겠는가.


작가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겠다. 이 책의 결말은 중간 이상까지 이 책을 재미없게 읽었으면서도 꽤 여운을 준다. 잘했다고 해야할지 잘못했다고 해야할지 모를 그 결말. 잘했다고 할 수도 없고 잘못했다고도 할 수도 없어서 나는 자꾸만 자꾸만 곱씹어본다. 그게 최선이었을까? 잘한것도 잘못한것도 아닌것 같지만, 나였어도 별 수 없지 않았을까 싶다. 나라고 책 속의 여주인공 샘 보다 더 나은 결말을 낼 수 있었을까. 아니, 나는 그보다 못한 결말을 진행시켰을것 같다.


매일매일 가야하는 학교와 직장이, 그 안에서의 생활이 지독하게 괴롭다면 죽음 말고는 다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을까? 그게 유일한 방법일까? 그 괴로운 시간이 과연 언젠가는 끝이 날까? 인기를 끌기 위해 자신을 억지로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 그렇게 중요할까? 피해자도 고통스럽지만 가해자도 고통스러워진다는 것을, 그들은, 가해자라는 낙인이 찍혀야만 깨달을 수 있게 될까?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의욕이 너무 앞섰던 것 같다. 주인공들만 하이틴인게 아니라 작가도 하이틴인듯 느껴진다. 유머(혹은 발랄함)와 로맨스는 과장되어있다-처음엔 몇장 읽다가 그만둘까 싶어졌다-. 그러나 이 이야기, 바꿔 말하자면,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한 아이의 삶을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 그 계기가 어떤 사소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나이또래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때 가장 현실감있고 가장 설득력있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이 이야기는 말하여질 필요가 있었고 쓰여질 필요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로 의미가 있다. 


죽음만이 끝낼 수 있는 고통이라면, 그것은 그 일에 연관된 모두에게 지독하게 끔찍하고 잔인하다. 그것을 큰 일로 받아들인 사람에게도 그리고 그것을 사소하고 우습게 받아들인 사람에게도. 그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그것을 너무 늦게 안다. 그게 문제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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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4-06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이상한? 병이 있는데, 아무도 댓글을 쓰지 않은 글에 첫 댓글을 남기고 싶은 충동...
그리고 아무도 추천을 누르지 않은 글에 첫 추천을 누르고 싶은 충동...ㅋㅋ

마지막 문단 세 줄에 꽂힙니다. 잘 읽었어요.

다락방 2012-04-09 08:34   좋아요 0 | URL
페크님의 이상한(?!) 병 덕에 이 리뷰에 무플이 방지되었군요. 하핫.
월요일이에요 히잉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