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물의 연인들 - 김선우 장편소설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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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당황스러웠다. 이건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라고 확신하는데, 나는 시처럼 쓰여진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의 프롤로그는 마치 손에 잡히지 않는 안개같고 구름같은 것이어서 당황스러웠다.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딛고 서 있는 느낌의 글이 아니라 붕 떠올려진 느낌. 이런식으로 감정적인 글에는 난 몰입할 수가 없는데. 내가 물론 이야기보다 문장에 더 끌릴지언정, 그것이 문장에 집착하느라 내용파악이 힘들어서는 결코 안되는것이지 않은가. 이 책을 더 읽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프롤로그만 읽고 다시 생각해보아야 했다.


그러나, 프롤로그만 그랬다. 그 붕- 떠있는 문장들은. 프롤로그를 지나고나서부터는 땅에 좀 더 가까이 내려온 느낌이었고, 곧 단단히 설 수 있을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래서 이제 읽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중간까지는 그랬다. 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건가, 하고 내용 파악보다는 시처럼 쓰여진 문장들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중간을 지나고나서부터야, 이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어렴풋하게 알 수 있었고, 그 때부터는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렇다고해서 이 책이 재미있다는 건 아니다. 이 책은 마치 시 같고, 책 속의 사랑은 현실의 사랑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이 사랑은 실재하는 사랑이라기 보다는 철저하게 환상이 만들어낸게 아닐까 싶어지는거다. 그러니 이 책의 주요한 배경이 되고 목적이 되고 모든것이 시작되고 끝나는 와이강이 파헤쳐진다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것은 철저하게 만들어진 이야기, 더도 덜도 아니었다. 



홍수를 막아야아? 홍수는 막는 게 아니라 피해 사는 거다. 해서 우리 조상님네들 홍수터엔 집 안 짓고 살았다. 홍수 나면 넘치는 거 알면서 전망 좋다고 그 땅에 기득기득 금 긋고 막아서 쪼빗하게 제방 쌓고 길 닦고 집 지어 팔고 하니 피해지. 큰 비 와서 물 넘치는 땅은 사람들 게 아니라 강의 것이라. 그렇게 한 번씩 물이 넘쳐야 땅도 좋고 강물도 몸 풀어서 깨끗해지고 하는 거지. 그래야 또 거기서 온갖 것들이 살고. 그게 순리라. 하늘이 하는 일을 사람이 제 잇속만 차리느라 금 긋고 둑 쌓았다 무너지는 게 사람 잘못이지 하늘 잘못이냐? 두고 봐라. 물길 막은 저놈의 댐 때문에 언젠가 사방에서 피눈물 흘리는 날이 올 거다. 물 많이 저장한다고? 허우구, 저렇게 강바닥 모래 퍼내서 물 많아지면 사람도 쑥 빠져 죽는 깊은 물만 있어 가지고 물 것들 날것들은 어째 살아? 깊은 물만 있으면 물 것들은 못 산다. 무릎 아래 오는 요래 야트막하게 흐르는 여울이라야 피라미, 모래무지, 송사리, 버들치 같은 게 살지. 사람 키 훌쩍 넘는 깊은 물에 살 수 있는 물고기는 많지 않은 법이다. 물 것들한텐 강바닥 모래랑 자갈이 집인데 그거 싹 긁어 가 버리면 알은 어디다 낳고? 새들도 얕은 물이라야 요래 걸어 다니면서 먹이를 잡지 쑥 빠지는 깊은 물만 있으면 먹이를 어째 잡아? 강변 모래밭, 자갈밭 수풀에 알 낳는 새들은 또 어쩌고. 강바닥 다 긁어 버리고 콘크리트 퍼부어 네모 번듯한 둑이랑 문으로 막아 놓으면 물이 많아져 서울 사람들 좋아하는 유람선은 뜨겠다만, 허이구, 아무것도 못 사는 더러운 물만 있는 그게 강이냐? 물이 흐르지 못하면 썩는 게 당연한 이친데 썩은 물이 바다처럼 많으면 뭘 해. 물 것들 다 죽어 없어지고 엔간히 더러운 물에도 참고 살 수 있는 잉어, 붕어만 득시글하게 남겠구만. 물을 그래 저장해 가지고 그 물을 다 먹나? 한강? 그 똥물 나도 봤다. 시멘트 벽 만들어 딱 가둬 놓은 한강 물 그래 양이 많은데 그 물은 왜 안 먹나? 안 먹는지 못 먹는지 왜 그 물은 유람선 띄우는 데나 쓰고 먹는 물은 멀찌가니 딴 데서 끌어다 먹고 이젠 그 짓도 모자라 이런 데까지 그 꼴 마들려 하는지. 온 나라 강들을 다 그래 만들어 가지고 썩은 물만 많아지면 참말로 먹는 물은 어쩔려고!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고? 나 같은 늙은이도 가만 앉아 생각해보면 아는 이치를 많이 배운 사람들이 하늘 무서운지 왜 모르는지, 참말! (pp.200-201)



책 속 무위암 할머니의 말들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유경의 어머니가 당하는 폭력과도 맞닿는다. 약하고 힘이 없어 아버지에게 늘 당하기만 해야했던 어머니. 이 책에 내가 별 하나를 더 줄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폭력과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자연에 대한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에 대한 공통점을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해설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경은 10대 소녀였던 어머니 한지숙을 강간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아버지의 평생에 걸친 폭력이 바로 '생명의 강 살리기'로 포장된 '녹색 뉴딜' 정책을 닮았음을 간파한다. 아버지가 '저 여자는 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지른 온갖 폭력은, '내가 저 강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 와이강에 저지르고 있는 폭력과 너무도 유사했던 것이다. (p.272, 작품해설 中)



새삼 작가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없었던 인물을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써내려간다는 것이, 그것을 하고 싶은말과 연결한다는 것이, 나로서는 결코 흉내내지 못할 일들인 것만 같아서. 게다가 인쇄되어 책으로 나온이상 이 책은 불특정 다수가 읽을 수 있다. 한 명이 읽을 수도 있고 전 국민이 다 읽을 수도 있다. 그런점에서 작가가 '책'을 통해 하는 말은 얼마나 힘이 센가. 이 책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조금 더 단단하게 쓰여졌다면 지금보다 훨씬 힘이 센 책이 됐을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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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10-2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 내기가 쉽지 않으셨나 봅니다.

시처럼 쓰여진 소설이라....흠흠


다락방 2012-10-29 11:23   좋아요 0 | URL
중간까지는 몇 번의 갈등을 겪었어요. 그만 읽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다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Mephistopheles 2012-10-2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하자면 "공주부양" 스타일 소설이군요.

다락방 2012-10-29 11:24   좋아요 0 | URL
프롤로그가 너무 안개같았어요;;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렇지만 중간부터는 잘 읽혔답니다. ㅎㅎ

레와 2012-10-29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중이 안되다가 어느순간 빠져들고 있음. 해서 락방 리뷰는 책 다 읽고 보겠음! ^^

다락방 2012-10-29 13:03   좋아요 0 | URL
ㅇㅇ 이 리뷰에 별 말 없어요. 다 읽고 구매자평 남겨봐요, 레와님. 꼭!!

moonnight 2012-10-2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시인으로 데뷔했다가 소설도 쓰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유경은 행복해졌나요? +_+;

다락방 2012-10-29 13:04   좋아요 0 | URL
흐음. 행복해졌다기 보다는 '행복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쯤으로 말하는게 나을것 같아요. 지금은 결코 행복하지 않네요, 책 속의 유경은. ㅠㅠ

야클 2012-10-2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이름은 일단 마음에 드네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2-10-29 13:13   좋아요 0 | URL
그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12-10-3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이름은 맘에 들어요2 ㅎㅎ 일단은 대략 감 잡았어요. ㅋㅋ 근데 요새 단감이 단단하고 맛나요. 썰렁^^

다락방 2012-10-30 12:5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이 책은 저보다는 프레이야님이 훨씬 더 잘 읽어내실 것 같아요. 프레이야님의 마음에 드는 책이 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전 확 좋진 않네요. ㅎㅎ 주인공 이름은 저도 마음에 듭니다. ( ")
 
마거릿 켄트의 연애와 결혼의 원칙
마거릿 켄트 지음, 나선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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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이 책이 인문서인줄 알았다. 아니, 인문서 비슷한(?)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목이 그냥 『연애와 결혼의 원칙』이 아니라 그 앞에 『'마거릿 켄트의' 연애와 결혼의 원칙』이라 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론이라든가 연구 결과 라든가 하는건줄 알았단 말이다. 정말이지, 이런 책일줄 몰랐다.


이 책은 누가 봐도 평범함 여자들이 좋은 남편감을 갖게 된 비밀을 알려 준다. 남자를 만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 당신이 선택한 그 남자와 결혼에 이르는 특별한 전략을 배워 보자. (프롤로그, p.16)



오, 맙소사! 내가 지금..무슨 책을 읽으려고 하는거야? 남자를 유혹해서 결혼하는 기술..을 책을 통해 배우려고 하는거야, 내가, 지금? 멘탈 붕괴가 찾아왔다. 이게 이런 연애 실용서일줄은 몰랐다. 나로 말하자면 자기계발류의 서적 읽기를 꺼려하고, 연애지침서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시큰둥한 사람인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책 소개좀 자세히 읽어볼 걸, 제목만 믿고 너무 내 마음대로 생각했잖아! 그래서 나는 잠깐 고민했다. 출근길 버스안이었다. 이걸 계속 읽을 것인가, 말것인가. 일단 출근길 버스안에서 내가 준비한 책은 이 책 한 권 뿐이라 출근하는 동안만이라도 읽기로 했다.



이 책의 결혼 전략을 활용하면 많은 남자들이 당신 주위에 모여들 것이다. 단 당신이 원하는 남자에게만 지속적으로 활용하라. (중략) 이 전략은 18세 이상의 모든 연령 대 여성들이 언제든지 활용 가능하다. (pp.30-31)



그래, 한 번 읽어보자 싶었다. 연애와 결혼이 삶의 목표가 아니라한들, 많은 남자들이 내 주위에 모여든다면 뭐, 별로 나쁠것도 없고. 많은 남자들과 재미있게 인생을 사는건 유쾌하지 않겠는가 말이지. 게다가 하하하하, 이 작가의 조언을 듣고 결혼에 성공하게 된 사람들의 수가 어마어마하단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뭐, 어쨌든 그래서 이 책을 계속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물론 유용한 부분들도 많았고. 특히나 남성들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는 여성들에게 '이국의 여행자처럼 대하라' 고 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여행 광인데, 여행 중에는 어떤 남자에게든 쉽게 다가가 방향을 물어보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길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 그의 습관이나 꿈, 문화에 대해 물을 수도 있다. 외지에서 낯선 여행자가 되면 고향 땅의 비논리적인 금기 사항에서 자유로워진다. (p.64)


정말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엔 수줍어서 남성들과 말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는 여성이지만 여행가서는 그게 얼마나 자유로운가. 마찬가지로 본국에 돌아왔을 때도 마치 여행자인 듯 행동해보라는 거다. 그래서 차츰 이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꽤 실용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최대한 많은 남자를 만나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지만, 가능한 한 빨리 솎아내는 과정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p.67)는건 지나치게 결혼 지향적인듯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를 거침없이 차버려야 하는건 기정사실이다. 정에 이끌리고 동정심에 이끌리는건 상대와 나에게 둘 다 못할짓이니까. 


그러니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 내가 알고 있고 내가 생각한 그대로를 보여준다. 이러한 사항들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만큼 당연한 얘기들을 수록해두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실행'이지 '알고 있는 지식' 이 아니니까. 게다가 내가 가장 절실하게 공감하는 부분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게 중요하다는 부분과 또 하나, 교제하는 남자와 여자의 활력이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싶어 하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p.131)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몸이 약한 남자들과 교제를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보다 먼저 술에 취해서 헤롱거리는 걸 보면 일종의 죄책감마저 든다. 아, 나만 쌩쌩해서 완전 미안하네, 하는 기분. 같은 거리를 걸었는데 남자가 먼저 다리 아프다고 하면 한숨부터 난다. 무얼하든 나보다 먼저 지치는 남자라면 나는 그 남자와 오래 지속할 마음이 별로 없다. 달리는 모습이 '총총'과 가깝다고 느꼈을 때도 나는 순간, 애정이 식는걸 느꼈다. 겨울에 늘 스노보드를 타러가자는게 아니라, 허구헌날 조깅을 하자는게 아니라, 기본적인 체력 만큼은 갖추어야 그나마 스트레스 받지 않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체력이 딸리는 다른 한 쪽을 언제나 눈감아 주는건 연애 초기뿐이다.



물론 이 책에 실린 말들이 다 맞다고 생각되어지는 건 아니다. 세상천지에 어떻게 다른 사람의 모든 말이 구구절절 옳을수가 있겠는가. 열두번쯤 데이트했을 때 섹스하기에 적당하다는 말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고, 내가 관심있는 남자의 직업에 대해 조금은 알아두라는 것도 고개가 끄덕여지진 않았다. 물론 나는 내가 정말 좋아했던 남자의 직업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았던 적은 있다. 그의 모든걸 알고 싶었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게 필요할까?



그 남자가 목수라면 우선 그가 사용하는 톱의 종류를 알아라. 나중에 드릴에 끼우는 날이나 목재, 금속과 디자인에 대해서도 알아보라. (p.156)



목수, 변호사, 피자 가게 직원, 치과 의사, 실업자등에 대한 식으로 남자의 직업에 대해 어느 정도의 상식을 보유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건 음, 물론 알면 좋을 것 같지만, 딱히 수긍이 되지는 않는다. 나도 내 일에 대해서 상대에게 시시콜콜 알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이건 그러니까 나의 개인적인 성향 탓인걸까? 어떤 사람들에 있어서는 그들의 직업에 대해 기본 지식을 쌓고 대응해준다면 감동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건 아니지만. 가장 뜨악했던 부분은 그를 비난할 때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이용하라는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동료 한 명을 그가 꽤 인식하고 있다면, '당신이 그 고객을 놓친 걸 알면 동료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p.198) 라는 등으로 시도하라는 거다. 이건 아무리봐도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끔 풋- 하고 웃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의사라면 의학용어의 아주 기초적인 것들쯤은 알아두라고 저자는 조언하는 부분에서도 그랬다. 의사들이 전문적인 용어를 쓰는 이유를 얘기하면서 이런 예를 든다.



"당신의 유방이 부어 있는데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당신이 젖꼭지를 긁었거나 안에서 뭔가 잘못 되었을 수 있다." 라고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유선염이 있는 것 같군요. 유륜의 찰과상이나 세균 감염이 그 원인일 수 있습니다." 확실히 전문적인 인상을 주지 않는가? (p.158)



음..확실히 전문적으로 느껴지는구나. 



게다가 이런 말들은 무섭기까지 하다!


스물다섯 넘은 여자가 아직 처녀이고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키겠다고 주장한다면, 처녀로 죽게 될 가능성이 있다. (p.226)



이 책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재미만으로 읽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그렇게 확 재미를 보장해주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이 책을 정말로 '연애와 결혼은 내 인생의 최고 목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연애를 늘 원해왔지만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것 같다. 또한 연애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어떤말을 해야할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할지를 알려주니 역시 도움이 될 수 있을것 같다. 결혼하고 싶어 미치겠는 여성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읽지 않는 것보다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연애와 결혼이 내 인생의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 여성이라면, 이 책 대신 [레 미제라블]을 읽는 쪽이 오백 배쯤 낫다.



나름 유용할 것 같은 이 책에 자꾸 인상이 구겨지는건 간혹 튀어나오는 멍청한 문장들 때문이다. 


넣을 때건 와인을 구입할 때건 가격이 가장 중요한 구매 기준인가? (p.124) 


뭘....넣는단 말인가? 앞에 주어가 빠진것 같은데, 주어가 빠진 다음의 단어가 이상야릇한 상상을 불러오는 단어다. '넣을 때건' 이라니. 삼십대 중반의 여성은 이럴때 자꾸만 이상한 상상을 하게된다.


사랑을 다치지 않는 언쟁의 요령 (p.206)


이 문장은 이백 번 읽어도 이해 안된다. 사랑을 다치지 않는, 이라니. '사랑을 다치게 하지 않는' 쯤으로 고쳐야 하는게 아닐까. 이렇게 괴상한 문장들이 여럿 있는데 이 책이 1판 9쇄이더라. 다음번에는 교정을 다시 보고 내는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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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10-1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의 리뷰가 재미있네요! 그래도 난 [레미제라블]을 읽겠어요. ^^

다락방 2012-10-10 13:01   좋아요 0 | URL
[레 미제라블]이 훨씬 더 좋아요. ㅎㅎㅎㅎㅎ 뭔가 이상한 비교이긴 하지만, 뭐, 내 맘이니까. ㅋㅋ

비로그인 2012-10-1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제목만 봤을때 타라 파커포프의 연애와 결혼의 과학으로 착각했었어요. 전략,지속,활용 등등의 단어만 봐도 좀 무서운데요~ㅎ 현실은 잔인할 뿐이고...ㅋ

다락방 2012-10-10 13:02   좋아요 0 | URL
프롤로그 읽으면서 완전 패닉이었어요. 내가 어쩌자고 이런책을 읽고 싶어한건가...하면서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 소개라도 조금 읽어볼걸 그랬지 뭐에요.

사람들은 외로운결 견딜 수 없는것 같아요. 책을 읽어서라도 찾으려고 하는걸 보면 말이지요. 뭔가 슬프기도 한것같고..

댈러웨이 2012-10-1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오, 맙소사! 내가 지금..무슨 책을 읽으려고 하는거야?' 그러셨다면, 저는 이 리뷰 읽으면서 '오, 맙소사 다락방님이 무슨 책을 읽으신 거야?' 그랬어요. ㅎㅎ 에너지 넘치는 분들이 많이 부러운데 다락방님을 봐도 역시 답은 육고기라는 결론!

^________________^

다락방 2012-10-10 13:04   좋아요 0 | URL
저는 막 운동을 좋아해서 달리고 산에 오르고 보드타고 그러는 사람은 결코 아니지만(!!!!) 체력만큼은 좀 빵빵한것 같아요. 그게 다 고기의 힘(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ㅎㅎ 먹어도 너무 먹으니까요.

그나저나 이 책은 말이죠, 댈러웨이님, 지하철에서 출퇴근길에 읽으려니 조금 부끄럽더라구요. 구석에 숨어서 읽고 싶었어요. 하하하하하

무해한모리군 2012-10-1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보다 다락방님 리뷰가 더 재미있다는데 오백원 겁니다 ㅎㅎ (심지어 더 유용할지도...)

다락방 2012-10-11 10:25   좋아요 0 | URL
음..제가 생각하기에도 제 리뷰가 더 재미있는것 같긴해요. ㅎㅎㅎㅎㅎ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9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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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피아노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그것을 가지고 이사해 본 사람들만이 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첫 부분에서 이런 문장을 만난다.

 

아무리 절실해도 함부로 독스를 손볼 순 없었다. 그가 나무 아래에 밤색 토러스를 세워놓고 나를 감시한다 해도, 다른 좋은 방법이 떠오를 때까진 아무일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해결책이라곤 하늘에서 피아노가 뚝 떨어져 그를 깔아뭉개는 정도였다. 불행하게도 그런 행운을 기다리는 것 외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p.42)

 

 

하늘에서 피아노가 떨어지다니, 대단히 참신하지 않은가!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대체 어디있단 말인가. 나는 피아노가 얼마나 무거운지 안다. 그러니 그 피아노 아래에 깔린다면 말 그대로 '깔아뭉개질 수 밖에'없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독스에 대한 증오심, 그를 없애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바라는 부질 없는 기도가 그대로 느껴져서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

 

 

덱스터는 살인 본능을 가진 남자다. 스스로는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고, 자신이 정상이 아님을 안다. 그래서 그는 규칙을 정한다. 자신의 살인 본능을 평소에는 억누르고 정상적인 인간처럼 살되, 연쇄살인범에 대해서는 자신의 본능대로 할 것. 그래서 그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달밤에 응징한다. 특히나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을 그는 용서할 수 없다. 그는 가차없이 그들 앞에 나타나 결코 용서하는 법이 없다.

 

 

나는 이런 그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 내 안 어딘가에서도 역시 그들은 죽어 마땅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하면서도 이런 그를 응원할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이 드라마로 나왔을 때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아닐까. 그러나 전편을 읽고도 느꼈던 것처럼 이토록 흥미진진한 소재가 책으로는 그다지 훌륭하게 쓰여져 있질 못하다. 전 편에서는 무조건 '본능적으로' 살인범이 어디서 죄를 저지르는지를 알아내곤 하는게 영 찜찜했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가 아무리 저주하는 상대였다한들, 그가 아무리 그의 위로 피아노가 떨어지길 바랐던 상대라 한들, 엄청난 살인범에게 잡혀간 독스를 구하러 가지 않는 그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는 독스에게 '너가 인질이 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지 않았던가. 이 책을 끝까지 읽었던 건, 어느틈엔가는 덱스터가 독스를 향해 달려가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덱스터는 보통 사람들처럼 감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하지만, 나는 독스를 그대로 둔 덱스터가 정말이지 마음에 들질 않았다.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책의 등장인물들이 당연히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 책의 '내용상'으로 책을 싫어하게 되는 일은 뭔가 부조리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덱스터에게 이별을 고했다.

 

 

안녕, 덱스터. 당신하고는 이제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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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10-0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께 절교선언을 듣다니!!! 덱스터 큰일 났네요. ㅋㅋ

다락방 2012-10-08 13:4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덱스터도 좋아할지도 몰라요. ㅋㅋㅋㅋㅋ
 
탐닉
아니 에르노 지음, 조용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본문은 345페이지에서 끝나는데 나는 192페이지까지 읽다가 포기했음을 미리 밝힌다.

 

 

이 책은 아니 에르노의 일기다. 그녀는 소련 외교관인 S 를 만나는동안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를 만나면서 그녀가 경험하게 되는 욕망과 집착과 불안과 고통에 대한 것들. 아니 에르노는 역시나 자신의 감정을 밝히는데 거침이 없다. 그녀는 그녀의 다른책에서 그랬던것처럼 이 책에서도 더할나위없이 솔직하다. 불편할만큼.

 

그녀가 다른 사람들보다 유별난 감정을 가져서 불편한게 아니다. 나는 그녀가 쓰는 감정이 내가 갖게 되는 감정과 지나치게 같아서 불편하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는 거침이 없어, 하고 읽어가다가 그만, 포기하고 만다. 이토록 솔직한 글들을 '더는' 읽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에 대한 기억들이 '허구'가 아니어서 더 불편하다. 그녀가 기록한 것들에 '그 남자의 아내'에 대한 묘사가 있는것이 나를 못견디게 만든다. 내가 하지 않아도 좋을 걱정들이 자꾸 생긴다. 맙소사. 적어도 S 와 S 주변의 사람들이라면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얘기인지 혹은 누구의 얘기인지 알 수 있을텐데. 이 책을 읽는 S 의 아내는 어떤 기분을 느껴야할까. 나는 아니 에르노가 느낀 감정에 내 감정을 덧씌워 읽으려다가도 자꾸만 튕겨져 나오고 만다. 이토록 솔직한 책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걸까. 나는 겨우 절반을 가까스로 읽어내고 이 책을 읽기를 포기했다.

 

 

오래전 나의 연인은 내게 '지나치게 솔직한게 좋은건 아니야' 라고 했다. 아니, '솔직한게 꼭 좋은것만은 아냐' 라고 했던가. 아니 에르노는 나를 불편하게 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게 아닌데 나는 불편한 것처럼, 나 역시 의도하지 않았는데 나의 솔직함으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들에 가끔 놓이게 된다. 어쩌면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 더, 나와 같은 아니 에르노의 감정들을 읽어내기 버거운건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이 책을 읽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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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0-0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를 포기한 다락방님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은 그런 경험이 있어서 책 읽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거든요.

다락방 2012-10-08 09:53   좋아요 0 | URL
책을 포기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죠. 이번처럼 힘들어서일 수도 있고 대체적으로는 재미 없어서 포기하곤 하죠. 저는 재미없다는 이유로 책을 포기할 때가 여러번 있었어요. ㅎㅎ

blanca 2012-10-0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지독하게 솔직하죠. 때로 민망할 정도로요. 혼자 읽고 있는데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고. 저도 주변 인물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런 류의 책을 처음 봐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하여 담담하게 읊조리던 아니 에르노와 연결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끝가지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눈물나는 결말이랍니다.

다락방 2012-10-08 09:53   좋아요 0 | URL
윽, 블랑카님. 이 솔직한 누군가의 일기를 이만큼 읽은것도 많이 읽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단순한 열정] 이나 [집착] 정도의 분량이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탐닉]은 정말이지 너무 길더라구요. 그런데 눈물나는 결말이라니..궁금해지잖아요!! 흐음..다시..시도해볼까요? 휴..

프레이야 2012-10-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도 회자하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하나도 읽지않아서 더 호기심 나요. 이 책은 전에 불랑카님 리뷰인가로도 담아두긴 한 책인데 다락방님이 그만 뒀다는 그 이유가 더 끌리게 만드네요. 역시 불편할까요ㅠ

다락방 2012-10-08 12:04   좋아요 0 | URL
소설이었다면, 허구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더 잘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레이야님. 실제의 이야기, 실존 인물이라는 게 자꾸만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아서 내내 불편하더라구요. 아니 에르노의 글은 죄다 이렇게 솔직하거든요. 그나마 [집착]과 [단순한 열정]은 분량이 얇아서 읽어내기에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이 [탐닉]은 그것들의 두 배 분량이에요. 누군가의 지독하게 솔직한 일기를 그만큼 읽어내기가 제게는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런데 블랑카님의 댓글을 보니 마저 읽어보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프레이야님도 한 번 읽어보세요. 아니 에르노의 글을 프레이야님은 결코 싫어하시지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그녀의 내면을 아주 잘 캐치하실 것 같아요.

moonnight 2012-10-0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을 때 참 괴로웠던 기억이 나네요.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 안 남. 단지 괴로웠던 것만 -_-;;;

다락방 2012-10-08 13:44   좋아요 0 | URL
끝까지 읽어야하나 지금 또다시 망설이고 있어요. 너무 솔직한 글이 분량이 많으니까 참 지독한 기분이..orz
 
첫사랑
페르 닐손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언제나 어른인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더 먹는다고 해서 내 사랑이 언제나 더 현명해지는 건 아니었던거다.

 

여기, '그'가 있다. 미국에 있는 한 달 동안 스웨덴에 있는 그녀에게 열두 통의 편지를 보낸 그. 그녀가 그의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던 그.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자신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그녀를 보고, 그녀의 집에서 바지의 단추를 잠그며 나타나는 다른 남자를 보고, 그리고 그녀가 그의 침대에서 함께 누웠던 일을 '실수'라고 말했던 일을 떠올리며, 그는 이제 파란 알약 한 통을 준비해놓는다. 그는 자신의 비극적인 사랑을 견뎌낼 수 없었으니까.

 

 

단순히 첫사랑이어서 이 사랑이 비극이었을까? 첫사랑이어서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한쪽은 사랑이라 말하고 한쪽은 영원히 오래오래 알고 지내고 싶은 친구이길 원한다면 이건 어떤 식으로 결론지어져야 할까. 그는 알약통을 눈 앞에 두고, 그녀와의 추억을 하나씩 지워가면서 그리고 전화기를 바라본다.

 

 

분명 나도 사랑의 비극에 있어서 가해자가 된 적이 있다. 내가 아팠던 만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 적이 있다. 그 모든 비극들속에 내가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 만큼 누군가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비극들이 있기 전, 거기에는 햇살 찬란한 기억들이 분명히 존재하지 않았나. 우리는 우리를 비극으로 몰아넣은 상대를 용서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 비극 역시도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지고 말것이다. 사랑을 잊고 상대조차도 잊혀지는 순간들. 그건 십 대여도 삼십대여도 마찬가지. '햇빛 가득한 어떤 기억'(p.188) 이 그를 녹여준다. 그는 알약통을 눈 앞에서 치운다. 사노라면 다시 눈 앞에 알약통을 꺼내고 싶은 충동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통을 다시 치우게 되는 기억들을 불러낼 수 있다. 햇빛 가득한 일들은 다시 찾아와서 켜켜이 기억으로 쌓일테니까.

 

 

 

그의 몸속에 있는 커다랗고 무거운 덩어리는 콘크리트로 된 것이 아니었다. 얼음으로 되어 있었다. 그의 햇빛 찬란한 기억이 덩어리를 녹이기 시작하는 지금, 그는 그 사실을 깨닫는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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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10-08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받았던 상처보다는 내가 상처를 줬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커져가더군요.

도서관에 신청한 '소수의견'이 얼마전에 왔길래 주말에 읽었어요. 법률쪽으로 공부한 사람도 아닌데 작가가 쓰면서 공부 많이 한듯 하더군요. 전 소설이 너무 현실적이면 '에잇, 소설에서라도 좀 비현실적이게 해피앤딩이면 안돼?' 이러다가도 또 해피앤딩의 소설을 만나면 '뭐냐 이게 너무 비현실적이잖아. 세상에 해피앤딩이 어딨어?'이러면서 혼자 투정을 부려요. 소수의견도 그랬답니다 '에잇!!!'하고 말이에요.

월욜 아침부터 머그잔을 씻다가 놓쳐서 홀랑 깨뜨려 먹었네요. 에잇!!

다락방 2012-10-08 09:55   좋아요 0 | URL
마중물님, 저도 그랬어요. [소수의견]을 읽을 때, 에잇, 소설에서만이라도 좀 다르게 끝나면 좋잖아, 했다가 아니 그러면 현실적이질 못하지, 현실은 이따위인거야, 하고.

아니, 그나저나 머그컵을 깨버리셨다니!! 흑흑. 그런 기억은 빨리 잊으세요, 빨리. 마중물님 다음 책은 어떤걸 읽으려고 골라두셨나요?

아무개 2012-10-08 10:11   좋아요 0 | URL
<생의 이면> <굿바이 카뮈> <인간의 굴레에서> <이반데니소 비치,수용소의 하루>를 대출해왔어요.
지금 회사에서 읽고 있는 책은 <굿바이 카뮈>입니다.

머그컵이 깨져서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까봐 신경쓰였는데
'김치찌개'를 먹고싶다는 생각으로 올인 되버렸습니다.
다락방님 덕.분.입.니.다! ^^

다락방 2012-10-08 12:05   좋아요 0 | URL
[굿바이 카뮈]는..뭔가요. 제목 되게 어렵게 생겼어요. ㅎㅎ [인간의 굴레에서] 도 어려울 것 같고. ㅎㅎ

저는 어이없게도 [연애와 결혼의 원칙]을 시작했어요. 이게 좀 황당한게, 이런 책(?)인줄 모르고 읽었는데 이런 책(?)이라서 당황스러워요. 그런데 좀 재미있기도 해서 일단 끝까지 읽어보려구요. ㅎㅎ

moonnight 2012-10-0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책부터 보관함에 넣고;;
저는요. (뜬금없지만;;) 파란 알약 한 통. 이 무척 부럽습니다. 뭐랄까.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해질 것 같아요.

다락방 2012-10-08 12:36   좋아요 0 | URL
전화벨 소리를 기다리면서 파란 알약을 한 통 준비해놓은 주인공 때문에 애가탔어요, 문나잇님. 이것은 그의 첫사랑이었고 또 아팠죠. 그가 이 순간을 견뎌내야하는데, 그걸 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더라구요. 애잔하다고 해야하나, 여운이 있는 책이에요, 문나잇님. 게다가 아주 빠르게 읽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