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한권으로열다 1
박혜정 지음 / 열다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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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업소에 다녀왔던 경험을 남자들은 부끄럽지도 않게 떠벌린다. 성매매가 불법인 우리 나라에서 성매매를 하고 벌금을 냈던 일들이 매스컴에 터져 나와도, 남자 연예인은 다시 활동을 재기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남자 연예인들은 남자들이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편들어주기 바쁘다.


성매매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면 많은 남자들이 '그러면 강간이 늘어날 거다' 라고 말하며 반대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성매매업소 없어지면 너는 여자들 강간하고 다닐거야?"


나로부터 그 물음을 들었던 남자들은 백이면 백, 그게 누구든, '나는 아니지!'라고 흥분하며 대답한다. 그러면 나는 다시 되묻는다.


"그런데 왜 다른 남자들은 그럴 거라고 생각해?"



여기에는 또다른 모순도 있다. 만약 성매매 업소가 사라져서 강간을 할거라면, 성매매를 하는 것 자체는 강간을 대신한다는 게 아닌가. 이 책의 저자 '박혜정'은 성매매를 '상업적인 성착취'라고 칭한다. 그것은 성매매에 대한 적확한 용어라고 생각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도 그것은 증명된다. 성매매가 있기 때문에 강간을 하지 않는다면, 성매매는 과연 뭐란 말인가. 강간하지 않기 위한 수단 혹은 장치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강간과 무엇이 다른가? '성매매 못하게 하면 남자들이 강간한다'는 것은, 성매매가 강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불과 5.6년전만 해도 나 역시 성매매 비범죄화를 찬성하는 쪽이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지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거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에게는 분명 선한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 그들에게 낙인을 찍어서는 안된다는. 그 선한 의도는 그러나 결국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생각이었을까? 그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와 그들을 분리하는 것은 아니었나.


일전에 나는 포르노를 보거나 만드는 남성들 뿐만 아니라, 포르노를 보지 않는 여성들도 포르노 세상을 살 수밖에 없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성매매 역시 마찬가지.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성을 파는 것에 대해 묵인하는 것은, 성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전제를 허락하는 셈이다. 그 안에서 과연 나는 성착취 당하는 여성들과 아예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그런 삶을 산다면 세상의 모든 다른 여자들도 그런 세상을 살게 된다. 성판매 여성보다 성구매 남성이 훨씬 숫자가 많은데, 자랑하듯 성매매 후기도 올리는 나라에서, 과연 그들이 자신의 가족이나 동료를 포함한 다른 여자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게 될까? 돈 주고 살 수 있는 여자와 돈 주고 살 수 없는 여자라는 구분 자체를 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성매매되는 세상 안에서 구성원 전체를 그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는게 아닌가.



우에노 치즈코는 자신의 책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를 빌어, 아동 포르노는 안되고 폭력적인 포르노는 안되지만, 포르노 자체를 불허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여줬다. 어떤 건 안되지만 어떤 건 허락해도 되지, 라고 한다면, 그 기준은 과연 누가 정할 수 있을까. 아동을 실제 배우로 쓰는 포르노는 안되지만, 그러나 성인을 배우로 쓴다면 아동화 시켜 내보이는 것은 괜찮은가? 어떤 포르노는 되고 어떤 포르노는 안된다면, 우리는 그 안에 안되는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있는 게 아닌가.


성노동을 주장하는 이들도 성매매 안에서 폭력이 일어난다는 걸 알고 있고, 그것이 나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러나 그들이 자발적으로 노동하는 것을 불법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데, 그 자발적인것과 강압적인 것은 과연 누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레이첼 모랜'은 《페이드 포》에서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돈을 받으면서 스스로가 허락한 것보다 더한 것들을 수용해야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 항의할 수도 신고할 수도 없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자유의지일까. 그것이 자유의지라는 걸 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성매매(상업화된 성착취)에 있어서 이건 되지만 저렇게 하면 안되지, 라는 기준은 과연 누가 어떻게 적용하고 그것을 구분할 수 있을까? 과연 그 구분은 성착취 피해 여성들에게 얼마만큼의 효용이 있을까?



나는 성매매를 성노동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선한 의도는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성을 사고파는 것이라는 것에 전제하는 셈이며, 성착취를 하는 남자들을 가해자로 부르는 대신 구매자로 부르게 되는게 아닌가. 선한 의도는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가. 그리고 그 선한 의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선한 의도였을까. 성매매 여성을 성노동자로 부르는 자신에 대한 선한 의도는 아니었을까. 성매매를 성노동이라 칭하고 그 안에서 폭력적인 것에 대해서만 처벌하자고 하면, 그러면 성매매가 순수하게 안전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실질적으로 이 세상을 남자들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여성이라면, 단순히 선한 의도를 갖는 게 아닌, 정말로 여자들을 위한 게 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성적대상이 아니라, 물화되는 게 아니라, 여성도 남성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과연 선한 의도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오히려 성착취가 일어나는 걸 막을 수 없다면, 그것은 과연 '선한' 의도일까?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선한 의도일까?



책 한 권 전체에 밑줄을 긋고 싶었다.




쉽게 말해서 돈 몇만 원을 내고 여자를 자기 배 밑에 깔고 자기 멋대로 이용해 그 여자의 가장 사적인 부분을 침해해 본 남자가 직장에서 자기 여자 동료를, 가정에서 자기 아내나 누이 혹은 딸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 P11

내가 레즈비언 임에도 게이 남자들이나 트랜스젠더의 여성혐오를 이야기하면 소수자 혐오라거나 폭력적이라는 평가를 들었고, 이런 환경에서 퀴어 정치학이 ‘성노동‘ 담론과 연결되는 지점에 대한 토론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 P16

첫째로 성착취는 남자가 여자를 보고 대하는 방식을 결정하고, 둘째로 여자 전반의 성생활과 건강을 침해하며, 셋째로 ‘당해도 싼‘ 여자 집단을 만들어 모든 여자의 행동을 통제한다. - P25

여자를 성적으로 대상화하여 상품화하는 대중 매체, 그리고 그 극단인 포르노에 노출되면서 남자들은 여성의 신체를 물화시키는 데서 성적으로 흥분을 느끼도록 사회화 된다. - P26

포르노로 학습한 여성 신체 비하를 몸소 실천해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상업화된 성착취다. - P27

상업화된 성착취(성매매)는 남자들이 이처럼 취약한 상태에 있는 여성들에게 돈을 내고 그들의 성적 경계를 침범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 영향은 해당 여성 뿐 아니라 모든 여성들에게 끼친다. - P31

상업화된 성착취는 강간을 당해도 괜찮다고 전제되는, 성폭력에 저항할 수 없는 여성 집단을 만들어 남자 지배 체제가 전체 여성을 비하하고 통제하는데 사용한다. 예전에 성착취 집결지에서 만난 피해 여성이 "남자들이 길거리에서 아무 여자나 잡아다 강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데가 없으면 안된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나는 활동가로 일하는 동안 이 말을 여러 여성에게서 들었는데, 이는 여성들만이 아니라 성착취의 존속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주장이다. 성착취 피해 여성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은 여성들이 이런 사회적 시각을 내면화해 자신의 고통과 비참함을 위로하는 데 사용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여성들이 받는 ‘손님‘이라는 남자들이 하는 행위가 사실상 강간버모가 다르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 P31

수전 브러운밀러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에서 "모든 여성은 강간의 피해자다. 실제로 강간당했든 당하지 않았든, 여성들에게는 언제 강간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도사리고 있다. 강간 가능성만으로 여성의 행동 반경은 위축된다"라고 하며남자 지배 사회가 여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강간을 사용함을 지적했다. 강간 뿐만 아니라 상업화된 성착취도 마찬가지다. 아무 남자나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창녀‘취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여자들은 남자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재단한다. 헤어진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이나 성관계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도 이 여성을 아무 남자에게나 ‘딸감‘(남자의 자위에 사용되는 도구)으로 소비될 수 있는 여자로 ‘창녀화‘시키는 폭력 행위이다. 이런 행위를 통해 남자는 여자에게 "네가 나의 요구를 거부하면 나는 너를 ‘창녀‘로 만들 수 있다"는 권력을 보여준다. - P32

성착취 생존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낸 작가 봄날은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에서 이렇게 말한다.

성폭력은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던 나의 일상에서는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것이 폭력이라고 느끼지도 못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참아내야 했던 순간들이었다. 세상은 구매자들이 그 돈으로 나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알려고 들지 않았다. 돈을 받은 나에게 잘못이 있다고 손가락질했다. 그 돈은 구매자들의 권력이다. 구매자들은 그 돈으로 내 영혼까지 산 것처럼 굴었다.

성폭력을 당해도 저항할 수 없는 여자, 저항해도 세상이 피해자로 보아주지 않는 여자. 이런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여성들에게 엄청난 공포다. - P35

반성착취 단체에서는 여성들이 아래에서 설명하는 여러 기제로부터 해방되어 성착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법률 지원, 의료 지원, 직업훈련 지원, 상담 지원 등을 한다. 보통 피해자들은 한 가지 지원만이 아니라 여러 지원을 동시에 요하는 경우가 많다. 상업화된 성착취를 직업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세상 어느 직업도 그 직업에서 빠져나오기 우해 이토록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없다. 여성들을 성착취에 묶어 두는 아래와 같은 장치들을 살펴보다 보면 상업화된 성착취는 일이나 직업이 아니라 착취라는 것, 그리고 여성 개인이 가진 모든 자원을 갉아먹고 황폐화시키는 구조적 여성 폭력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P47

사실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 대부분이 자신을 피해자로 여기지 않는다. 자신이 당하고 있는 일들을 피해로 인지하기 시작하면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이고, 주변 누구도 자기를 피해자로 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기 피해가 이해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피해를 신고하러 경찰서에 가도 경찰이 여성을 피해자로 보지 않고 "자기 선택으로, 자기가 좋아서 성매매하다가 빚 갚기 싫어서 피해를 주장하는 여자"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성노동론자들이 여성들을 ‘피해자화‘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피해자가 아무리 자신이 피해자라고 말해도 들어주지 않는 사회에서 누가 이 여성들을 ‘피해자화‘ 할 수 있단 말인가? - P60

상업화된 성착취는 다른 직업과는 다르게 여성이 일을 오래 할수록 낮게 평가되고 값이 떨어진다. 그래서 업소에서 오래 일한 여성일수록 피해 경험이 누적되었음에도 오히려 포주에 대한 심적 의지나 충성도는 커질 수 있다. 대우가 더 나은 업소를 가기 힘들고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 P70

남자의 여자에 대한 성적 지배, 그리고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을 위해 고안되고 창조된 상업화된 성착취에서는 이런 목적에 순응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자는 있을 수가 없다. 이 공간의 창조와 유지를 추동하는 것은 남성 수요이며 여자는 동원되고 이용된다. 상업화된 성착취는 구조적으로 남자의 지배와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팔리는 여자는 일할수록 자원이 없어지고 피해가 누적된다. 따라서 문제를 제공하는 자, 즉 수요자로서 성착취 산업을 추동하는 남자와 이용당하며 피해를 감당하는 여자를 구분해서 취급해야 한다. - P71

성착취 경험이 있는 남성 101명을 인터뷰한 연구에 따르면 성착취를 단념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남자들은 성법죄자 등록을 들었고 그 다음으로는 구속 수감이었다. 자신의 성착취 사실이 가족이나 직장, 공공에 알려지는 것, 그로 인해 불이익을 보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구속 수감 기간에 대해서 3일 수감에 대해서는 71%가, 3주 수감에 대해서는 83%가, 한 달 수감에 대해서는 100%가 단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연구에서 보듯 사회봉사 명령이나 교육으로는 단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 P77

소위 섹스 치료서들은 노골적으로 여자들에게 성착취의 재현물인 포르노를 보고 따라하도록 조언하는가 하면, 남자의 성적 요구에 맞춰 주기 위해 여자들에게 일정 성행위가 유발하는 불쾌감이나 고통을 간과하거나 참으라고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남자에게 구강 섹스를 해 줄 때 구역질이 나지 않도록 여자들에게 미리 술을 마시거나 인후염용 사탕을 먹어서 목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이런 책들은 하나같이 여자들에게 능동적으로 섹스를 추구하고 섹스를 즐기라고 말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남자의 쾌락을 위해 여자가 자신의 욕구를 부차시하도록 주문하고 있으며 자신이 느끼는 고통이나 불쾌감조차 무시하거나 참아내도록 하고 있다. - P92

수백 명의 성착취 피해 여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원해 온 사람으로서, 나는 이들이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성노동‘을 주장하는 데 심히 모욕감을 느꼈다. 페미니즘은 여자도 인간이라는 주장이고 여자가 성착취를 당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여자가 남자에 의해 대상화되고 물화되는 남성지배체제를 해체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중요한 목표인데, 이들은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여자가 남자에게 성착취 당하는 것을 ‘디폴트(기본값)‘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 P102

여성들의 행위성이 무시될까 봐 걱정하는 학자들의 우려와는 정반대로,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를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여성단체에, 경찰에 말하는 일은 ‘나는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신 더 큰 용기와 위험 부담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는 돈 없는 여성이 몸 파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피해라고 여지기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이 자신이 피해자라고 말하는 순간 포주와 성착취남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그들에게 맞서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는 그들의 폭력을 직접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엄청 무섭고 어려운 일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미디어와 친‘성노동‘페미니스트들은 포주와 성산업에 맞서는 여성들이 아니라 성산업에 순응하고 포주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당사자‘만을 당당한 주체로 묘사한다. - P106

피해자가 피해를 말하는 것은 가해자를 지목하는 행위이므로 그 자체로 저항성을 가진다. 이들의 목소리를 주체적인 저항이 아니라 ‘피해자 서사‘로 규정하고 무시하면 남자 지배 체제에 이로울 뿐이다. - P107

성착취 근절주의자들이 상업화된 성착취는 본질적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근절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성노동‘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인신매매는 나쁘지만 ‘자발적인 성매매‘는 괜찮다고 한다. 성착취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은 나쁘지만 ‘성매매‘ 자체는 괜찮다고 한다.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매매‘는 나쁘지만 성인의 ‘성매매‘는 용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성착취를 용인할 수 있는 ‘성매매‘와 그렇지 않은 ‘성매매‘로 나누는 것은, 상업화된 성착취 자체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지 않기 위하미다. 근절주의자의 시각으로 보면 이런 주장은 괜찮은 성폭력과 나쁜 성폭력을 구분하자는 말만큼이나 말이 되지 않는다. - P113

상업화된 성착취를 인신매매와 ‘자발적 성매매‘로 나누어 일부를 합법화하는 것이 성착취를 줄이는 데 전혀 소용이 없는 것은, 성산업을 좌지우지하는 남자 수요, 즉 ‘손님‘들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돈을 내고 신체 침해권을 갖게 된 여자가 합법적으로 등록한 ‘성노동자‘인지, 다른 나라에서 인신매매되어 온 여자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착취남의 목적은 자신이 돈을 낸 시간 내에서 여자의 신체를 이용해 사정하는 것이며, 같은 돈을 주고 성착취를 한다면 그 제한된 시간 안에 가능한 한 여자의 신체를 많이 침해하는 것이 이들에게 이익이다. - P119

성착취남들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가성비 좋게‘여자를 침해할까이지, 그 여자가 어떤 인생사와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다. 성착취 경험이 있는 남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점이 드러난다. 이들의 3분의 2는 성착취 피해 여성 다수가 포주에게 꼬임을 당하거나 속아서, 또는 인신매매 당해서 성산업으로 유입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P120

우리가 ‘성매매‘를 그 현실에 맞게 성착취로 개념화하고 성착취로 부르기 시작할 때, ‘윤리적인 성착취‘와 같은 모순적인 말이 성립할 수 없음을 깨달을 수 있다. 이래서 문제의 본질을 짚는 것, 그 본질에 맞는 제대로 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운동에서 매우 중요하다. 성착취 문제를 ‘성매매‘라고 부르면 윤리적인 성매매도, 성매매 합법화도 가능하게 여겨지지만 윤리적인 성착취, 성착취 합법화는 말 자체로 모순이 되어 버린다. - P123

우리나라는 유흥주점, 룸살롱에서 여자를 접대부로 고용하는 것이 합법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남자가 여자를 옆에 앉혀 놓고 술 따르게 하고 성희롱을 하는 행위가 합법이다. 우리나라는 1962년에 제정된 식품위생법 및 그 시행규칙에서 유흥종사자를 처음 명시했고, 현재 유흥종사자는 법에서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로 정의되어 있다. 법 규정상의 순화된 언어와는 달리, 실제로는 남자들이 얌전히 접대부 옆에 앉아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거나 접대부에게 정중히 노래나 춤을 요청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유흥주점이 ‘성매매‘가 이루어지거나 알선, 연결되는 장소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사실 법 제정자들도 유흥주점이 성착취의 장소라는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위생분야 종사자 등의 건강진단 규칙‘에 따르면 유흥접대부는 의무적으로 성병 검사를 받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 P137

실제로 성착취 피해 여성들을 때리고 살해하는 것은 성착취남들이지만 성노동론자들은 여성들을 죽이는 것은 사회적 낙인이라며 남자가 여자를 성착취 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판단도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성노동자‘ 운동이라고 하면서 포주들도 ‘성산업인‘이라며 ‘성노동자‘에 포함시키고 그들의 후원을 받는다. 또한 성노동론은 성착취가 가지는 폭력적 성격을 무시하고 이를 ‘노동‘으로 포장하여 피해자들이 피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말하지 못하게 한다. - P167

근절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성착취 문제를 논할 때 ‘억압‘, ‘착취‘, ‘폭력‘, ‘가해‘, ‘피해‘ 등 남성 수요와 포주에 대한 적대가 분명한 단어들을 사용하는데 비해, 입장이 없거나 친‘성노동‘인 페미니스트들은 ‘낙인‘, ‘차별‘, ‘소수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남성 수요와 포주의 폭력적, 착취적 본질을 가리고 ‘성판매자‘들이 건강권이나 기타 시민적 권리에서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하자는 쪽으로 슬쩍 화살을 돌려 버리게 만든다. ‘소수자‘와 ‘차별‘의 관점으로 성착취 문제를 보는 것은 성착취 자체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고 ‘성노동자‘, 또는 ‘성판매자‘가 당하는 차별 대우만 문제시하며 근절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다. - P174

여성을 ‘피해자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포주와 성착취남을 ‘가해자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연결된다. 저자(원미혜)는 글에서(「성판매 여성의 ‘인권‘탐색을 위한 시론」‘성판매 여성‘이라는 용어가 더 중립적이라서 이 용어를 쓴다고 했는데, ‘성판매 여성‘이라는 말은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 ‘성판매‘는 성이 사고 팔릴 수 있는 것을 전제하는 단어이며 성착취 피해자들이 돈을 받고 자신의 몸을 타인이 성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 폭력 피해나 피착취가 아니라 ‘거래‘행위임을 전제하는 용어이다. 가해자, 착취자들을 지우고 여성들의자발성, 행위성만을 가해자의 시각에서 분석하는 것은 페미니즘 학문이 아니다. - P179

‘성노동자‘ 운동 진영은 성착취 근절주의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스워프SWERF‘라는 단어를 만들어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성노동자를 배제하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라는 뜻이다. - P183

게이 남성들은 일면식도 없는 다수의 타인과 즉석에서 하는 성관계를 추구하는 것에 대해, 게이 활동가들은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낙인 때문에 벽장 안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조건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같은 동성애자이지만 레즈비언들은 이러한 찜방 문화가 없다는 데서, 이것이 동성애자라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남성성‘에서 오는 문제임을 알 수 있다. - P193

이제 반동 세력은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라는 언어를 사용해 남자들의 성착취 및 남성우월주의적 섹슈얼리티의 정상화를 정당화한다. 이들은 여자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성을 팔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여성을 위한 것,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성별 권력을 행사하는 남자들을 가려주고 결국 남자들이 더 많은 여자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고 착취할 기회를 보장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많은 사람들이 성착취 피해자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그들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는 선한 의도에서 ‘성노동자‘나‘ 성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런 용어가 착취를 서비스 소비로 둔갑시켜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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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9-02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목을 통해 아주 정확히 보여주는 것 같아요. 성매매는 노동이 아니라 착취다.
저도 곧 이 책을 읽게 될 것 같아요^^
앞뒤 살펴보니 열다북스 책이네요. <여자는 인질이다>, <젠더는 해롭다>, <포르노랜드>의 열다북스가 열일하네요.
힘내라, 열다북스!!!

다락방 2020-09-02 16:24   좋아요 0 | URL
제목부터 아주 세지요?
책 한 권 전부 밑줄 긋고 싶은 책이었어요. 읽노라면 우리가 이미 읽었던 [페이드 포], [포르노랜드], [섹슈얼리티의 매춘화]가 계속 생각난답니다, 단발머리님.
저에게 이 책을 읽는 건 좋은 독서였는데 단발머리님께도 그런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플린 베리 지음, 황금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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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는 주말이면 으레 그랬던 것처럼 언니 레이첼의 집에 놀러간다. 원래 가기로 했던 시간보다 좀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언니네 집에 언니를 만나러 가는 건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이다. 그런데 언니가 역에 마중 나와 있질 않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렇게 언니네 집에 도착한 노라는 거기에서 언니가 키우던 개가 잔인하게 학살당한 걸 목격하게 되고, 놀랄 틈도 없이 언니의 시체도 마주하게 된다. 그 후부터 노라는 언니를 죽인 살인자가 누구일지 제 손으로 꼭 잡고 싶다고 생각하며 언니 집 주변을 관찰하고 이웃 사람들을 따라다닌다.


언니 레이첼은 십대 시절 파티에 참석했다 돌아가는 길에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새벽 시간이라 주변에 사람이 없었고 그 남자는 갑자기 나타나 폭력을 심하게 가한 뒤에 사라진 것-아마 우리나라 뉴스라면 묻지마 폭력이라 칭했을 것이다-. 레이첼은 그 뒤로 몇 년간 그 사람을 찾아 헤맸다. 경찰에서 체포해주지도 않았던 남자, 그 남자를 찾아 직접 자신의 손으로 응징하고 싶었기에. 그러나 그로부터 십년 이상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남자를 잡지 못했고, 언니와 그 남자를 찾아내고 잡는 것을 함께 했던 노라에게 언니는 언젠가 이제 그 일을 그만뒀다, 이제 그 일이 없던 것처럼 살자, 라고 말했더랬다. 어쩌면 언니를 살해한 건 그 남자일까? 언니가 그 남자를 찾아낸걸까? 언니는 나에게 남자친구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남자가 있었던걸까? 언니와 결혼까지 약속했던 그 남자에겐 알리바이가 있나? 경찰은 모든 용의자들에게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진걸까?



영화 《더 컨덕터》는 지휘자가 되길 꿈꾸는 여자 '안토니아'가 등장한다. 뉴욕필 하모니 최초의 여성 지휘자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데, 안토니아가 베를린에서 지휘를 공부하고 지휘자가 되기까지도 여자라서 힘들었고 주변 사람들 모두 그녀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베를린에서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하며 지휘자의 길을 열심히 밟고 있던 중에, 베를린 오페라 지휘를 최초로 한 여성이 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나 그 여성은 남편의 기부금으로 지휘자 자리를 차지하게 된거였고, 그 공연은 사람들의 야유와 환불요청으로 마무리 되며, 다음날 신문 기사는 '역시 여자는 지휘자가 될 수 없다'고 실린다. 뇌물과 실력없음으로 그 자리에 섰던 '그 여자' 한 명은 그 사람으로 평가되기 보다 '여자 전체'를 대표하게 됐다.이 기사를 보여주며 안토니아의 스승은 '이게 앞으로 너에게 일어날 일' 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런 일을 수도 없이 마주치게 된다. 사소하게는 사무실에서도 생긴다. 여자들은 잘못하면 울기나 하고, 라는 말 따위 듣기 싫어서 화장실이나 비상구 계단에 가 우는 일도 생기지 않는가. 여자들은 야근 안하려고 하잖아, 여자들은 힘든일 안하려고 하잖아 등등, 한 사람의 어떤 특징은 그 사람 개인의 일이 되기보다 전체 여자에 대한 대표성을 띠기 때문에 여자들은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내가 여기서 이러면 또 여자들은~ 이라는 말이 나오겠지.



한 여자가 개인으로 인정받기보다 전체 여자의 대표성을 띠는 것처럼,

한 여자의 행동 하나, 혹은 잘못 하나는, 그 여자 자체를 표현하는 대표성을 띠기도 한다.



이 책에서도 레이첼이 폭력을 당해 온 몸이 상처 투성이가 되고, 피를 흘리고 경찰에 신고했을 때 경찰은 '술을 마셨냐', '그 시간에 거긴 왜 갔냐' 등으로 마치 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폭력을 유도한 것처럼 얘길한다. 감옥에 혹시 가해자일지도 모를 사람을 만나러 갈 때 배꼽티를 입은 언니가 노라는 영 못마땅하다. 여기에서 주는 인상이 언니 자체를 '그런 여자'로 볼까봐. 여자들은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드러나는 한 면으로 '그런 여자'가 되어버리곤 하니까.



노라는 언니를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고 경찰에 얘기했지만 경찰은 믿지 않았다. 이웃집 남자가 영 의심스러운데 결국 그 남자가 언니와 불륜관계였던 걸 밝혀낸 것은 노라의 끈질긴 추적과 그로 인한 아내의 의심이었다. 노라는 이제 언니를 죽인 용의자가 되었다. 노라가 언니랑 싸웠던 시간들이 분명 있었고(많았고) 언니가 동생을 나쁜년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으며, 남자 취향도 같았기 때문에.. 그렇다면 노라가 언니를 죽인걸까?



언니의 살인자를 찾는 게 이 책의 내용인지라 때로는 집요하게 느껴진다. 언니가 살해당했으므로 동생이 제정신일 리 없지, 편집증적이야, 라는 생각도 나도 모르게 들게 된다. 그러나 읽을수록 한 여자 개인이 여자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한 여자가 지닌 어떤 면이 그 여자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언니는 유부남과 잤고, 때로 배꼽티를 입기도 했지만, 그러나 언니는 폭력을 당한 여자에게 연대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여자들이 그렇듯이. 병원에 찾아온 여자의 상처가 교통사고의 상처가 아니라는 걸 눈치챘던 사람이었고, 그 여자가 위기에 처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 상황에서 피해자를 구출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자, 그렇다면 레이첼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상황에서도 한 명의 여자가 어떤 실수로 인해서 혹은 어떤 잘못으로 인해서, '그런 여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여자'라고 칭하기에 그녀는-여자 한 개인은- 아주 다른 많은 면들을 가지고 있다. 가까이서 늘 자주 만나는 동생이 그 누구보다 알고 있는 면들이 많지만, 그런 동생조차도 몰랐던 면들이 그녀에게 있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리고 스스로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들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게 그 여자 한 개인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여자'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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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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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선'의 사망 10주기를 앞두고 가족들은 제사를 지내기로 한다. 죽은 사람 위해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제사에 반대했고 그런고로 자신을 위한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살아생전 말한 심시선이었기에 가족들은 여태 제사를 안지내고 살아왔지만, 10주기에는 지내보자, 한 것. 물론 전통적인 제사가 아니라 이 가족 고유의 방식으로 하기로 한다.


자, 일단 엄마(이자 할머니이자 장모님)가 젊었을 때 살았던 하와이로 가는거야, 거기에서 온 가족이 각자 취향대로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깊고 좋은 걸 상에 올리기로 하자. 이 특이한 제사는 가족들의 환영을 받고 그렇게 누군가는 하와이의 훌라춤을, 누군가는 하와이의 무지개를, 누군가는 커피를, 파도를, 핫케익을 각자의 마음을 담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심시선이 과거에 썼던 글들과 교차하여 가족 구성원 개인의 히스토리도 보여진다. 이야기는 재미있고 탄탄하며 인물마다 캐릭터도 살아있다.



그간 정세랑의 소설을 거의 다 읽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깜짝 놀랄정도로 문장에 감탄했다. 정세랑, 이렇게나 글 잘 썼었나? 하고 몇 번이나 놀랄 정도로 문장력이 좋았다. 게다가 그녀는 시대의 흐름을 분명하게 읽는 작가인지라, 이슈가 되는 모든 것들을 이 책안에 다 박아넣었다. 남자의 여자에 대한 염산테러, 제사, 가스라이팅, 디지털 성폭력, 퀴어, 비혼, 인종차별, 제국주의, 환경문제 등등. 정세랑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책 내내 흐른다. 어떤 세상에 살아도 정세랑은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작가일 것 같다. 정세랑 월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세랑은 점점 더 힘이 세지는 작가인데 그건 너무나 마땅하고 당연해 보인다. 지금 이 시대에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이름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좋은 책이고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이 책은 책장을 팔랑팔랑 잘도 넘길 수 있을 것이며, 베스트셀러가 되어 마땅한 책이다. 눈살 찌푸릴 인간 하나 나오지 않고 오히려 심시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그리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판타지적인 요소도 있지만 어쨌든 매우 착한 소설이다. 좋은 소설이냐 물으면 좋은 소설이라 망설임없이 대답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정말이지, 흠잡을 데 없는 소설이다.



흠잡을 데가 하나도, 하나도 없다. 정말이지 하나도 없어. 착하고 바르고 좋은 소설이다. 그런데,


매력이 없다.


왜 매력이 없는가에 대해서 내가 어제 책장을 덮고서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답을 내릴 수가 없다. 매력이 없어. 책장을 덮고 나서 내가 소설에게 기대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나 생각의 연장이 일어나지 않는다. 책장을 덮으면 뚝, 끊긴다. 착하고 바른게 나쁜게 아니고 착하고 바른 소설은 분명 존재해야 하지만, 다시 한 번 좋은 소설이라는 데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하겠지만, 좋은 소설이라고 해서 좋아하는 소설이 될 순 없는 것 같다. 누가 내게 이 책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해? 라고 물어보면 응, 이라고 답하겠지만, 네가 좋아하는 소설이야? 물으면 아니, 라고 답할 것 같다.



좋아하는 소설이 뭐냐고 물어보면 지옥 천국을, 올리브 키터리지를,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컷글라스 보울을 얘기하겠지만, 시선으로부터를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 착하고 바른 소설을 왜 좋아하지 못하는가 스스로 물었지만 거기에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다. 착하고 바르고 좋은 소설인데 뭐가 문제인가, 라고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나도 그 뭔가 이 어떤 매력없음...이 어떤 지점에서 나오는건지를 잘 모르겠단 말이야?



이만 여기서 마친다.




일 년에 한 번, 혹은 두 번 딸을 만났고 그것은 이제 살면서 운이 좋아야 서른 번 남짓 더 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우윤이 돌아오기로 마음먹거나, 난정이 미국으로 향하지 않는다면…… 같은 상황에서 울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보라고 해, 난정은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댔다. - P28

빛나는 재능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누군가는 유전적인 것이나 환경적인 것을, 또는 그 모든 걸 넘어서는 노력을 재능이라 부르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 것. 수십 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같은 주제에 수백수천 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
사실 그들은 계속 같은 일을 했다. 그리고 조각하고 빚고 찍고…… 아득할 정도의 반복이었다. 예외는 있지만 주제도 한둘이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질문 하나에 온 평생으로 대답하는 것은 질리기 쉬운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대가들일수록 질려하지 않았다. 즐거워했다는 게 아니다. 즐거워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어떤 일에 뛰어난 것 같은데 얼마 동안 해보니 질린다면, 그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 P288

당장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도해볼 만하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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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8-28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흠.... 착하고 바르고 좋은 소설이라는 거죠? 하지만 다락방님이 좋아하는 소설은 아닌....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나도 정세랑을 읽어봐야겠어요. 문목하도 읽어야 하는데..... 쩝

다락방 2020-08-28 10:08   좋아요 2 | URL
네 사람들, 특히나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장점을 잔뜩 가진 소설이에요. 그런데 저는 소설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너무 큰가 봅니다. 씅에 안차요. ㅎㅎㅎㅎㅎ
내가 소설에 바라는 게 뭔가, 왜 이렇게 흠잡을 데 없는 소설에 대해서 별 다섯을 줄 수 없는가.. 계속 생각해보고 있어요. 단발머리님은 한 번 시도해보세요! 문목하는 너무 좋습니다, 단발머리님.

잠자냥 2020-08-28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시대에 정세랑 소설 단 한 권도 안 읽은 사람..... 접니다. (혹시나 하는 말씀입니다만, 올리브 키터리지 때처럼 책 보내지 마세요! 반사! ㅋㅋㅋㅋㅋㅋ)
동생 집에 여러 권 있는데도, 그토록 인기가 많은 작가인데도! 저는 이상하게 손이 안 가네요;;;;
요즘 다락방 님이 정세랑 책 읽는 거 알아서 리뷰 올라오는 거 읽고 한 번 도전해 볼까도 싶었으나.... 걍 그만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0-08-28 10:09   좋아요 1 | URL
제가 정세랑의 이 책을 읽으면서 잠자냥 님과 폴스타프 님 생각을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뜬금없게도 ㅋㅋㅋㅋㅋㅋㅋㅋ모두가 좋아하는 소설이겠지만 어쩐지 잠자냥 님과 폴스타프 님은 이 책을 좋아하진 않을 것 같다....같은 생각을 한 것입니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보다는 천 배 낫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8-28 10:12   좋아요 0 | URL
이햐~~~~ 알라딘 이웃이 좋아하지 않을 소설일것이다,를 알아채는 정도면 도대체 무슨 사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I가 울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8-28 10:16   좋아요 1 | URL
무슨 사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이분들이 책을 선택해서 읽고 리뷰를 쓴 데이터를 종합하여 분석해 내린 결론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8-28 10:20   좋아요 0 | URL
Al보다 똑똑한 락방 님~

단발머리 2020-08-28 10:21   좋아요 0 | URL
AI, 알라딘 추천마법사보다 나음 ㅋㅋㅋㅋㅋㅋㅋㅋ 고객 맞춤용 서비스 ㅋㅋㅋㅋㅋㅋㅋ 신청 안 해도 서비스 해줌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8-28 10:30   좋아요 1 | URL
제가 이 구역의 똑똑함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엣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8-28 12:18   좋아요 0 | URL
저도 정세랑 책 한번도 안 봤는데... 알라딘 AI 다락방님의 진단은 어떨지? ㅎㅎㅎㅎ

다락방 2020-08-28 12:36   좋아요 1 | URL
비연님은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ㅎㅎ

잠자냥 2020-08-28 12:37   좋아요 0 | URL
오오... 이거 점점 궁금해집니다. 추천 마법사 락방의 추천은 적중할 것인가!

비연 2020-08-28 12:41   좋아요 0 | URL
오케!

잠자냥 2020-08-2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추천마법사보다 다락방 님이 훨씬 제 취향 잘 아는 듯합니다. 알라딘 추천마법사 좀 이상해요. 가끔 보면 좀 정신차리라고 꼬집어 주고 싶음 ㅋㅋㅋㅋㅋ 근데 폴스타프 님이 저보다는 더 독서 스펙트럼이 넓은 거 같습니다. 전 책 고르기 전에 편견도 많고, 지독한 고전주의자(세월의 검증이 꽤 필요함;;)라서..;; 근데 폴스타프 님은 한국 현대 소설도 꽤 읽으시더라고요. 저보다 깊고 넓게 읽는 분이 틀림없습니다. 그분 (기독교인도 아니면서) 심지어 성경도 읽........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8-28 10: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성경도 읽으셨더라고요. 저도 교회 안다니지만 성격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이 생각만 몇 년째 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폴스타프님도 이 책을 읽고나서 좋아하시진 않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랬는데 읽고 막 인생책이라고 하시면 어떡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 추천마법사의 추천을 저는 신뢰하지 않습니다. 아마 다들 그렇겠지만.... ㅋㅋㅋㅋㅋ
오늘도 책을 샀고 읽을 책 너무 많아서 미치겠네요. ㅋㅋㅋㅋㅋ 이놈의 회사생활 때문에 사놓고 안읽은 책이 쌓여가요. 아놔.... 진짜... 회사를 때려쳐야지, 원. ㅋㅋㅋㅋㅋ

제이 2020-08-2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쪽 넘어가니 감흥도 없고 지루해져서 어쩌나 하는 중입니다. 다 때려박아 놔서 매력이 없어요ㅠ 동감입니다.

다락방 2020-08-28 11:48   좋아요 0 | URL
매력을 못느끼는 독자가 저 뿐만은 아니군요!

Alex 2020-09-0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독후감) 정말 좋아합니다.^^ 꼭 사서 읽어보고 댓글 달겠습니다.

다락방 2020-09-07 17:10   좋아요 0 | URL
아니, 보잘것 없는 글인데 좋다고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2020-12-25 0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5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7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8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2-01-10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하고 바른데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재미가 없었네요 ㅎㅎㅎ

맞아요.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었어요..

다락방 2022-01-11 09:41   좋아요 1 | URL
너무 착하고 너무 이것저것 다 담아버려서 매력이 반감된 것 같아요. 그 왜 토이 노래 중에 <좋은 사람> 있잖아요. 오빤 너무 좋은 사람이야~ 할 때의 그 좋은 사람.. 그 느낌이었어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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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전에 친구들과 함께 '알라딘에서 가장 많이 읽었어요 표시된 책이 뭘까'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있다. 저마다 생각나는 책들을 찾아 보았다. 김영하의 책을, 연금술사를 찾아보았는데, 우연히 이 책에 대해 읽었어요가 만 개 넘게 표시되어있다는 걸 알고 뭐여.. 했더랬다. 내가 읽어볼 생각도 안한 책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고? 어린왕자야 이것저것 버젼이 달라져서 나오니 이것보다 횟수가 적을 수 있을 것인데, 이 책은 리커버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에 표시가 엄청 큰 것이다. 물론 이 책이 가장 많이 읽힌 책인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책들의 '읽었어요'를 살펴보지 않았으니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인데 나는 안읽었다니, 도대체 사람들 이 책 왜 이렇게 많이 읽었나 궁금해져서 이 책을 읽어봐야 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책을 잘 안읽는 사람의 집에 갔다가 그 집 책장에 이 책이 꽂힌 걸 보고 빌려오게 됐다. 그렇다. 일 년에 한 권 이상 읽을까 말까 한 사람도 이 책을 사서 읽고 자기 집 그 작은 책장에 꽂아둔 것이었다. 책을 안읽는 사람들도 사서 읽는 책이라니, 도대체 이 책안에 어떤 매력이 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네.. 그렇게 빌려왔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재미도 없고 후졌다. 60쪽 까지 읽었을 때 이미 나랑 맞지 않는 책이라는 걸 알고 한 번 책장을 덮었다. 더 읽으면 '아하 역시 베스트셀러가 될만하구나' 라는 무엇이 나올까? 에 대해 생각했지만 딱히 그럴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읽지말까... 고민하다가, 아니야 빌려왔으니까 누구나 다 읽은 책이니까 하고 끝까지 읽으면서 몇 번이나 후졌다, 구리다고 생각해야 했다.



나미야 잡화점에는 고민을 상담해주는 할아버지가 있다.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잡화점 우편함으로 편지를 넣으면 다음날까지 할아버지는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을 우유 박스에 담아둔다. 이미 할아버지가 오래전에 돌아가셨는데 좀도둑들이 폐가와도 마찬가지인 잡화점에 숨어들었다가 문을 닫고 과거의 시간을 살게 되면서 고민을 상담해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좀도둑들은 자기들을 반성하고.... 권선징악..... 해피엔딩.......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봐도 될듯한데, 후졌다. 이렇게 뻔하다니 돌아버리겠다. 게다가 이 책을 쓰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남자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겠다. 에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읽었다면 많이도 읽었는데 어느 순간 뚝 끊어버린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손에 쥐고 으으 후졌다, 구리다를 반복했다.

사람들이 많이 읽어서 놀랐고 평이 좋은 것에 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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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8-2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엔 그 후지다가 아닌 오묘하고 심오한 뜻이 있는 줄 알았어요.
저 이 책 안 읽은 사람임! 음하하.

다락방 2020-08-24 10:25   좋아요 0 | URL
저도 모두가 읽은 이 책 안읽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는데... 하아- 인생이란 무엇인가.....

얼음장수 2020-08-2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에서 재일 재미없는데 제일 많이 읽힌 것 같죠? 다른 시장인들 다르겠냐만 출판시장은 진짜 모르겠어요.

다락방 2020-08-24 10:26   좋아요 0 | URL
오만년전에 [용의자 X의 헌신] 참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나중에 소개팅한 남자랑 사귀기로 하고 그 책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헤어졌어요. TMI), 어쩌다 이렇게 후진 책 쓰는 히가시노 되었나요..... 미래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Falstaff 2020-08-2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볼 생각 1도 하지 않은 1인입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0-08-24 10:30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하지 마세요, 폴스타프님. 폴스타프님의 독서력은 이 책을 용서할 수 없을 겁니다!! ㅎㅎ

그렇게혜윰 2020-08-2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꾹 참다가 얼마전 중고로 샀는데....ㅋㅋㅋ 히가시노가 기복이 심한데 이 책은 그럼 왜 베스트셀러가 된 걸까요???

다락방 2020-08-24 13:28   좋아요 0 | URL
정말 알 수 없어요.
이 책 많이 읽은 만큼 리뷰나 백자평도 많이 달려있는데 저처럼 후지다고 한 사람도 드문드문 보이지만 대부분 다 좋게 읽었더라고요. 취향은 다 다른것이니 그렇게혜윰님에겐 좀 좋은 책일 수도 있을거고요. 아 저는 근데 너무 후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20-08-2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저도 전에 동료가 읽길래 (책 잘 안 보는 분 ㅋㅋ) 저사람도 보니까 재밌나 보다 하고 빌려 읽었다가 개 실망 ㅋㅋㅋ 책 잘 안 보는 분들이 재밌다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그때 통렬하게 깨우쳤습니다. ㅠ

다락방 2020-08-24 14:29   좋아요 0 | URL
진짜 어이없는 책이었어요. 아 너무 후졌어..라는 말만 나오는 그런 책인 것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제 안읽어요!! 아오..

blanca 2020-08-2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는 이게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줄도 몰랐네요. 어마무시하게 팔리지 않았나요? 다락방님 ㅋㅋㅋ 빵 터졌어요. 히가시노 게이고가 혹시 여기 와서 화 내고 가는 것 아니예요? ㅋㅋㅋ

다락방 2020-08-24 14:30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많이 읽는 것 같긴했지만 이렇게나 많이 읽었을 줄 몰랐어요. 알라딘에서 <읽었어요> 표시만 해도 만 명이 넘더라고요. 누구나 다 읽는 책인것인가 싶은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너무 후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블랑카님, 이거 읽지 마세요. 다른 책 읽으세요!!
히가시노 게이고가 설마 알라딘의 이 변방까지 와서 이 리뷰 읽고 화내겠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자기 책 얼마나 많이 팔아줬는데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syo 2020-08-2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이름이 ‘후지다 신고‘랄지 뭐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8-24 15:26   좋아요 0 | URL
이 상상력 풍부한 분들...그저 후졌다고 말했을 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0-08-24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사춘기 애들이 책을 읽어줘야 돼요. 이 책 10대들도 많이 읽어요. 딱 10대 감성에 맞지 않던가요? ㅎㅎ

다락방 2020-08-25 08:0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10대 애들이 많이 읽을 책 같긴 했어요. 그렇지만 딱히 건전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마지막에 호스티스 나올 때는 너무 짜증났어요. 이 남자들은 왜 호스티스를 놓지 못하나..싶고요. 아 저는 정말 별로인 책이었어요. ㅎㅎ

han22598 2020-08-26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책 재밌게 읽고선 히가시노 게이고 다른 책 읽으면서 깨달았어요..내가 나미야 읽었을때 힘들었었구나 ㅎㅎ

다락방 2020-08-26 11:01   좋아요 1 | URL
책이 사람에게 모두 다르게 다가가잖아요. 정말로 읽는 이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나쁜 책도 또 누군가에겐 읽는 때에 따라서 어느 한 구절 때문에 좋은 책이 될 수도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한 권의 책에 대해서 감상 혹은 평가도 마구 갈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책 특히나 소설에 대해서는 뭐랄까, 얄짤 없는 인간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봐주는 거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혹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an22598 2020-08-27 00:27   좋아요 0 | URL
알짝없지 않아요. 전혀 가혹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오히려 백이면 백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것이 더 소름끼치는 일인 것 같은데요.ㅎㅎㅎ 지금까지도 그러셨던 것 처럼 앞으로도..솔직하고 유쾌, 명쾌한 다락방님으로 남아주세요 ^^

다락방 2020-08-27 08:14   좋아요 0 | URL
히히 감사합니다. *^^*
 
이토록 멋진 곤충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니나 마리 앤더슨 그림, 조은영 옮김, 최재천 감수 / 단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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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어릴 적에 [파브르 곤충기]를 읽었었다. 꼬맹이어서 내가 읽었었단 사실만 기억날 뿐 그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처럼 곤충에 대해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은 이 책을 보는게 좋을 것이다. 친절하고 다정한 설명과 그림은 내가 곤충에 대해 알지 못했던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준다. 학창시절 곤충은 머리,가슴,배로 나뉘고 다리가 여섯개라는 걸 배워 알고 있었지만, 거미는 곤충이 아닌것을 다리가 8개인 걸로 알 수 있다고 해서 엇, 정말 그렇네! 했다.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조카 생각이 나서 이 책을 부러 구입했다. 나는 곤충에 대해 알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오늘 새벽에도 벌떡 일어나 모기랑 싸웠고 내가 졌다 ㅠㅠ), 조카는 제아빠와 집 앞에 매미 구경하러도 잘가고 어릴 때 걷다가 쪼그리고 앉아 개미도 한참 보았던 터라, 이거 주면 재미있게 보겠구나 싶어 사서 조카에게 주기 위해 구매했는데, 먼저 읽어보길 잘했다. 모르는 거 많이 알게 되어서 좋아. 그렇지만, 어떤 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더라. 이를테면 진딧물 .. 에 대한 거. 아아, 진딧물 너무 무서워요. 좀비같아....




이거봐.. 암컷이 자신을 복제해 수컷이 없어도 새끼를 낳을 수 있는데 다 자란 진딧물을 낳고..그 새끼 진딧물 뱃속에는 또 새끼 진딧물이... 아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고 있구나. 잘살자... (응?)



내가 곤충에 대해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좀 더 알게 되었다고 해서 바퀴벌레가 좀 더 좋아지거나 하진 않았다. 다른 곤충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존재를 모르면서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릇된 면이 있지만 안다고 해도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곤충을 관찰하고 애정어린 눈으로 봐주고 공존하길 원하는 마음에 이렇게 책을 써주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조금 따뜻하게 느껴진다.



좀 더 많은 곤충을 얘기하는 좀 더 두꺼운 책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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