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 - 트럼프에 관한 가장 치명적이고 은밀한 정신분석 보고서
메리 트럼프 지음, 문수혜.조율리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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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직에 속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조직 내에서 가장 힘이 센 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험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직장이라면 그 힘센 자가 인사권을 쥐고 있을 것이고, 혹여라도 내가 이곳에서 근무하는데 불이익을 당할까 싶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섣불리 말하지 못한 채로 침묵한 적이 여러번일 것이다. 나에게 올 불이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힘이 센 자가 내 말을 들어줄 리 없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업무상 회의라도 하려고 여러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가장 권력자가 엉뚱한 소리를 해도, 그 자리의 참석자들이 그게 엉뚱한 소리라는 걸 알아도, 그러나 아무도 반박하지 않고 권력자의 말이 그대로 실행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권력자의 의견은 그러므로 절대적이고, 권력자는 누구도 자신의 말에 거절이나 거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 옳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그걸 고칠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다. 반대되는 의견을 들은 적이 없으므로.


아주 많은 사람들은 힘에 굴복하고 조용히 입을 닫고 산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이란, 권력이란, 곧 돈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아주 힘이 센 사람이다. 그가 가진 자본만큼이나 그가 가진 힘도 세다. 그는 부자여서 힘이 셌는데, 부자이기 때문에 아주 많은 사람들을 자신과 자신의 회사를 위해 일하도록 할 수 있었고 그들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었으므로, 그의 옆에는 그의 말을 그대로 듣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차마 그에게 거부할 수가 없어서 그의 말을 듣고 그를 떠받들어 주는 사람들. 그가 가진 힘은 다른 힘있는 자와 손을 잡고 여러 군데에 그가 힘을 쓸 수 있도록 도왔지만, 그가 계속 그 자리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 건 수많은 힘없는 자들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있는 자가 곧 힘있는 자라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런 그가 소시오패스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체적으로 큰 기업의 보쓰들이 딱히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도덕적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우리가 하지 않기는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경우에는 그들보다 더 심한 경우였다. 그는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가치판단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고, 자기 자신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공감능력의 결여는 그를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을 보란듯이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는데, 그에게는 자신 조차도 어쩔 수 없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이 책의 저자 '메리 트럼프'는 도널드 트럼프의 조카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형인 '프레디'의 딸. 그런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삼촌에 대한 기록이 이 책이다. 그녀는 고모와 엄마 그리고 할머니로부터 도널드 트럼프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다. 메리 트럼프는 임상심리학자인 만큼 어린 시절이 성인이 되어서도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아직 아기였을 때, 도널드 트럼프를 보호해주는 어른이 없었다. 사랑해주고 돌봐주는 어른이 없이 방치되어야만 했다. 그건 도널드 트럼프 형제들 모두에게 같은 조건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형이나 누나보다 어렸다는 데에 좀 더 차이가 있다. 물론 개인이 타고난 것도 있었을 것이고.


아파서 자신 조차 돌보기 힘든 어머니와 공감능력이 전혀 없이 모든건 다 잘되고 있다고 긍정 확신에 찬 아버지 사이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했다. 아버지의 뜻과 반하는 삶을 사는 형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면서 도널드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설정했다. 도널드의 형제자매들이 모두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는채로 자신의 욕망을 죽여가며 살았는데,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했던 그 어린시절부터의 욕망은 이 형제들을 아주 오래 사로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들을 쉽게 인정하지도 않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이 형제들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도 않았다. 행복하지 않은 개개인이 행복한 가족으로 연결될 리도 없다. 그들 모두는 서로 친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았고 의무적으로 크리스마스 때 모이는 게 전부인 가족이었다. 물론, 아버지의 돈과 회사 그리고 직위로부터 그들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어린 시절에 방치되었던 아이를 보는 것은 괴로웠다. 도널드 트럼프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는 초반에는 그에 대한 연민이 생겼다. 아이고, 내 안에 자라는 이 연민을 도대체 어쩌면 좋담, 하면서 만약 다른 어린 시절을 살았다면 그에게도 다른 삶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해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어린 시절이 없었다면 그에게는 지금의 대통령이란 권력도 주어지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한채 방치되어 자란 아이가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른다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살면서 아주 많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학교에서 선생님을,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직장에서 동료를 만나기도 하며, 동호회의 친구, 그리고 또 연인을 만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가족보다 저 진한 정을 나누는 관계를 새로이 형성하기도 하고, 어린시절이 마치 보상받는 것 같은 큰 애정을 주고 받기도 한다. 사랑받은 적 없던 사람이 아 이런 것이 사랑이구나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하고, 우정과 신뢰를 나누면서 점차 자신 안에 있던 상처를 극복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 어른으로 살게 된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꼭 그런 건 아니라는 거다. 세상에는 악한 인간들도 있지만 선한 인간들이 더 많고, 자기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가 사는 세상에서 우리가 조직에 속하고 또 개인대 개인을 만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도 자라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진실한 우정, 사랑을 나누고 연대를 느끼고, 신뢰라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어릴 때부터 돈이 있었다. 돈이 있었고 돈은 곧 힘이었기에 그에게는 '그렇게 살면 안된다' 라든가 '그건 틀렸다' 라고 말해줄 사람이 현저히 적었다. 이 아이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았던 엄마는 아들보다 힘이 약해 아들을 통제할 수 없었고, 아버지는 심지어 이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했다. 큰아들로부터 얻지 못했던 성공에 대한 욕망과 성취를 이 작은 아들로부터 본 것이다. 그렇게 이미 부를 가지고 태어나 부를 더 쌓아가고 있는 사람에게는 잘못되고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적을 뿐더러, 설사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고 해도 트럼프는 이미 잘했다고 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다른 의견에 귀를 열지 못한다. 초반에 그에 대해 생긴 연민이 아직 저기 어디에 희미하게 남아있긴 하지만, 끝까지 그에게 연민을 가져갈 수가 없는건, 그가 그러면 안되는 행위를 권력자로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 트럼프'는 언급했다시피, 도널드 트럼프의 조카이다. 대통령이라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자에게, 모든 포지션이 더 약자인 사람으로서, 젊은 여성이자 조카이자 성소수자인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늙은 백인 이성애자 남성!!-에 대해 반하는 글을 결국은 책으로 냈다는 것이 내게는 너무 짜릿했다. 권력에의 도전은 내게 언제나 짜릿함을 준단 말이지. 트럼프의 출판금지 가처분 소송까지 이겨내고 나온 책이라니, 이 얼마나 튼튼하고 단단하게 어마어마한 의지와 분노로 여기온 것인가. 나는 권력에 맞서는 자에게 언제나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 짜릿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그러나 이 책이 새롭지도 않고 충격적이지도 않다. 겉에서 보이는 트럼프에 대한 인상과 딱히 별로 다를 바 없는 내용이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트럼프나 미국에 대한 인상을 새로이 받게 되는 것도 아니다. 가족 내에서도 유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몰랐지만-트럼프에게 다른 형제가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내게 없었다-, 그것은 돈 있는 집에서라면(사실 돈 별로 없어도)늘 일어나는 일이 아니던가. 이 책의 내용을 미국에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가진 사람들이 몰랐을까, 라고 한다면 그도 아닐 것 같다. 이미 알고 있는 일들을 책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이 아니었다고 해도 사람들은 트럼프에 대해 모르지 않았을 거라는 거다. 이미 알면서도 여기까지 끌어온 것이고, 이 책이 나왔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결과가 펼쳐질 것 같지도 않다.


트럼프에게는 이 책이 나온게 달랐을까? 그러니까 자신을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자기의 조카가 자기의 정체를 폭로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책이 나온게, 그에겐 어땠을까? 잘 모르겠다. 이제 앞으로 트럼프의 삶은 어떻게 될까? 잘 모르겠다. 그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변할 필요조차 못느낄 것 같다. 그러니 그의 삶이 뭐 크게 달라질까, 라고 한다면 그럴 것 같지도 않다.



이 책이 내가 기대한만큼 특별한 건 아니어서 별은 세개반을 주고 싶은데, 알라딘은 별 반개가 없고, 그렇다면 올릴까 내릴까 기로에 서서, 권력에의 도전에 별 반개를 더 실어주자, 하고 네 개를 준다.



늘 그렇듯 도널드는 이야기가 진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앞에서 진실은 쉽게 희생당했다. 거짓말을 통해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잇을 때 특히 더 그랬다. - P21

고모와 삼촌의 생각과 달리, 나는 돈을 뜯어내거나 복수를 하기 위해 이 책을 쓰지 않았다. 그러한 의도가 있었다면 그가 연쇄 파산한 사업가이자 얼토당토않은 리얼리티쇼 진행자라는 자신의 명성을 백악관 입성에 써먹기 훨신 전에 이미 출간했을 것이다. 삼촌이 내부 고발자들과 자신을 비판하는 인물을 위험에 빠뜨릴 만한 위치가 아니었을 때 책을 내는 편이 훨씬 더 안전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일어난 사건들을 보며, 나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이 책이 출간될 때쯤이면 수십만 미국인의 삶이 도널드의 자만심과 의도적인 무시의 제단에 희생되어 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종말을 맞을 것이다. - P37

메리 할머니는 애정에 굶주린 사람이었던 데 반해, 프레드 할아버지는 감정의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사실 할아버지는 고기능 소시오패스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소시오패스의 수는 전체 인구의 3퍼센트에 달할 만큼 적지 않다(소시오패스 판정을 받은 사람 중 75퍼센트가 남성이다). 소시오패스의 증상으로는 공감 능력 결여,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는 능력, 옳고 그름에 대한 무감각, 학대 행위, 타인의 권리에 대한 관심 부족 등이 있다. 이런 소시오패스인 양육자 밑에서 자란다는 것은, 게다가 그 양육자가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켜줄 사람이 부재한 환경에서 자란다는 것은 아동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세상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 엄청난 혼란을 초래한다. - P46

도널드는 세 살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그에게는 성장·학습·발달 능력이 없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능력도 없으며, 자신의 반응을 절제하거나 정보를 받아들여 취합할 기술도 없다. 그는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큰 나머지, 자신의 지지자 중 대다수가 유세 현장이 아닌 곳에서 만났다면 그와 말도 섞지 않았을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 P299

세상으로부터 도널드를 보호해주던 값비싸고 튼튼한 ‘벽 보호대‘(환자가 벽에 머리를 박아 다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미국 정신 병동 벽에 설치해 놓은 보호대-옮긴이)가 무너지고 있다. 도널드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도널드보다 힘ㅇ 없고 겁이 많지만, 도널드만큼 필사적이다. 이 사람들의 미래는 도널드으 성공과 총애에 직접적으로 달렸다(자신의 운명이 과거 도널드에게 충성했던 사람들과 같아질 거라는 걸 전혀 알지 못하거나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도널드가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신념을 영구화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은 박수부대의 일원이 되어 도널드의 무능함을 감춰주었다. 애초에 도널드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건 힘있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자리를 지키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은 도널드보다 더 유약한 이들이다. - P302

도널드는 무관심에 대한 공포와, 형을 파멸로 이끌었던 실패에 대한 공포 사이의 어두운 공간에서 부유하고 있다. 형을 끌어내리는 데까지는 42년이 걸렸지만, 형을 끌어내리기 위한 밑 작업은 그전에 이미 끝나 있었다. 도널드가 트라우마로 힘들어할 때 형이 무너지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도널드가 목격한 일과 직접 경험한 일의 조합은 도널드를 고립시키고 공포에 떨게 했다. 어린 시절에 느낀 두려움의 기제가 성인이 돼서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리고 두려움이 지금까지도 도널드를 압도한다는 사실은 그 감정의 뿌리가 60년 전, 하우스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증명한다. - P305

그로부터 50년 후,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결정과 대책 없는 소통 방식은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을 죽어나게 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연방정부에 직접 인공호흡기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쏟아졌을 때조차 도널드는 주지사가 자신에게 충분히 충성하지 않는다면 그 주에는 재정적 지원을 끊고 구명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난 이 소식을 듣고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소시오패스처럼 대놓고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와 한 사람의 행동이 불러올 수 있는 결과에 단체로 침묵하는 행위는, 내게 다시 한번 어린 시절에 겪었던 절망의 나락을 상기시켜줌과 동시에 진짜 문제는 도널드가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명확히 확인시켜주었다.
이 모든 것은 도널드가 상황을 빠져나갈수록 주변에서 계속해서 도와준 결과이다. 또한 전통과 존엄성, 법과 인간에게 죄를 저질러온 한 사람에게 보상으로 반응해온 최종 결과물이기도 하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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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1-19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싶어요!
트럼프는 지금처럼 어렸을 때도 악동이었겠지만, 그래도 궁금하네요. 전 도서관 책으로 읽어보겠어요 ㅎㅎㅎㅎ

다락방 2020-11-19 16:36   좋아요 0 | URL
악동은 너무 귀여운 표현인 것 같습니다!! 참... 여러가지로 안됐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복잡한 마음이에요. 인간의 삶이란 게 개개인으로 놓고 보면 다들 저마다 나름나름으로 불행하고 안됐기도 하고 그렇지만....트럼프는, 다른 인간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냥 끝까지 트럼프일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ㅜㅜ

수이 2020-11-20 09:32   좋아요 0 | URL
악동 말고 악당........ 트럼프에게는 아까운 표현;;;;; 트럼프 넘 시러요.....

다락방 2020-11-20 09:39   좋아요 0 | URL
보기만해도 너무 징그러워요 ㅜㅜ

이 책 읽다보면 메리가 18살 때 수영복 입은 거 보고 ‘오 가슴 죽이는데!‘ 하는 게 나와요. 너무 끔직해 ㅠㅠ
 
한겨레21 제1336호 : 2020.11.09
한겨레21 편집부 지음 / 한겨레신문사(잡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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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폭력 활동가 마녀' 님 글을 읽기 위해 응원하는 마음으로 샀다. 이번 주제는 '보복성 고소'에 관한 것이었는데 읽다가 밑줄을 그었고 아직 반성폭력 활동가 마녀 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주었다. 지금은 트윗에서 'D'님으로 활동중이신데,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재판에 연대자로 함께 해주시며 또한 트윗 내에서도 발언을 늘 해주신다. 그 분이 가장 많이 하는 발언은, '어떻게든 살아만 있으라'는 것. 어떻게든 살아만 있으면 돕겠다고 연대하겠다고 해주시는 거다.


최근에는 자살 협박을 이용해 여성들을 유인, 성폭행 했던 시인이 마녀님께 대드는 걸 보면서 세상 뻔뻔하기 이를데 없다고 생각했는데,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던 미성년자 성폭행 전과자부터 시작해서 왜이렇게 이 남자들은 뻔뻔함으로 무장되어 있을까 생각했다. 후...


마녀님의 말씀대로 늘 주장하시는 바대로,

여자들아 어떻게든 살아 있자. 그러면 다른 여자들의 연대로 그 다음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자살협박하는 자들에게 달려가지 말자. 누군가 자살로 유인을 한다면 경찰에 신고하자. 그 사람의 자살은 당신의 책임이 아니다.

너가 지금 오지 않으면 나는 죽을 것 같아, 한다면 무조건 경찰에 신고하자.

그리고 당신이 가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죽었다해도, 다시 말하지만 당신 탓이 아니다. 정말 아니다.

많은 경우 경찰들은 여자 피해자의 말들을 들어주지 않고 가볍게 취급하지만,

남자가 자살한다고 한다면 달려갈 것이다.

누군가 자살할 것 같다고 와달라고 하면 거기에 달려가는 대신 경찰에 신고하자.

그리고 살자, 여자들아. 살아남자.

살아남아서, 그 다음 세대의 여자들이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

우리 그렇게 하자.

뻔뻔한 남자들을 가볍게 즈려밟고 그렇게 살자.





보복성 고소란 ‘역고소‘ ‘맞고소‘ 등으로 불리는 성폭력 가해자들의 대응 전략이다. 성범죄 전문 법인에서 가해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이 방식은, 피해자 입을 틀어 막고 지지와 연대 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통상 피해자가 고소·신고하면 무고, 명예훼손, 모욕, 업무방해, 공갈, 협박 등의 조명으로, 피해자가 폭로만 했을 때는 무고를 뺀 나머지 죄명으로 고소한다. 게시물과 기사, 방송 내용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민사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피해를 입었음이도 피고소인 신분으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아야 한다. 자시느이 피해 사실 입증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며, 가해자 쪽 고소 취하·합의 종용에 끌려가게 된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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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1-16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해자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그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인간에 대한 기대를 자꾸 저버리게 되네요.
우리 그래도 살아봐요. 우리 여자들아, 어떻게든 살아남자!

다락방 2020-11-16 09:15   좋아요 0 | URL
살아남아야 합니다. 살아 남아야 해요. 우리 어떻게든 살아남아요, 단발머리님!!

수이 2020-11-1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에 어디 기사인지 깜박했는데 오마이뉴스 였던 거 같기도;; 데이트 폭력으로 아니 데이트 살인이라고 해야할까 그 통계를 보았는데 모조리 살릴 수 있었어요, 그 무고한 죽음들이 전남편이나 남편이나 애인들에의해서 행해졌고_ 법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야.... 살 수 있는 여자들을 일부러 죽음으로 몰아가는 거 아닌가 현 법망은. 열불나서 또 씩씩거리는 아침

다락방 2020-11-16 10:31   좋아요 1 | URL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여자들은 남성들에 의해 죽음의 공포를 겪죠. 이에 대해 바깥으로 얘기하면 다들 과한 생각이라고 여자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결국 남성에 의한 여성 살인은 반복되죠. 이에 대해 리베카 솔닛도 얘기한 적이 있어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에 이런 구절이 나오거든요.

<신뢰성은 생존의 기본 도구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페미니즘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알아가기 시작하던 시절에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핵물리학자 삼촌이 있었다. 어느 크리스마스에 그 삼촌은 우리에게 핵폭탄 연구자들이 사는 교외의 자기 동네에서 한 이웃집 부인이 한밤중에 알몸으로 집을 뛰쳐나와서는 남편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비명을 질러댔다는 이야기를-마치 가볍고 재미난 대화 소재인 것처럼-들려주었다. 나는 물었다. 남편이 진짜로 아내를 죽이려 한 게 아니란 걸 어떻게 아셨어요? 그는 내게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그 사람들은 점잖은 중산층 가정이었다고, 따라서 남편이 아내를 죽이려 했다는 말은 여자가 남편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외치면서 집을 뛰쳐나온 데 대한 설명으로서 믿을 만하지 않다고, 오히려 여자가 정신 나간 거라고 ‥‥‥(p.18)>


매일매일 화나는 아침과 낮, 밤입니다.


수이 2020-11-16 11:28   좋아요 0 | URL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읽을 게 넘 많아..... 그래서 더 좋고
 
하리오 드립필터 - 3~4인용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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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마시는 똑같은 커피를 집에서 내려마시면 묘하게 불쾌한 향이 났다. 강한 향은 아니었고 커피향도 여전했지만, 뭔지 모르게 계속 거슬리는 향이었다. 회사에서 마시는 것과 같은 종류지만 로스팅 날짜가 달라서 그런걸까 싶어 며칠전에는 회사의 커피를 그대로 들고 가 내려마셨는데도 그 거슬리는 향은 여전했다. 이상하다, 커피는 똑같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 하다가 여과지를 의심하게 됐다. 그렇게 여과지만 꺼내어 냄새를 맡아보니 여과지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흐음, 아닌데, 하고 다시 내렸는데도 역시나 불쾌한 향이 났다.


나는 고민끝에 알라딘에서 이 여과지를 주문했다. 1-2인용을 사무실에서 쓰고 있는데 3-4인용을 집에서 쓰기 위해 새로 주문한 것. 토요일 오전, 여과지를 배송받기 전에 집에서 내려마시면서 아, 역시나 거슬리는 향이 난다.. 했는데, 오후에 이 여과지를 받고 다시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그 거슬리는 향이 전혀, 전혀 나지 않았다. 아, 역시나 여과지 문제였구나. 아니, 그런데 여과지 자체만 맡으면 아무 냄새도 안나는데, 왜 내려서 마실 때는 뭔가 거슬리는게 섞인 것 같은걸까? 알 수 없지만, 몇 장 남지 않은 그 여과지는 버렸다. 그 향을 또 견디기가 싫었다. 새로운 여과지로 상큼하게 커피를 내려마시면 되는데, 왜 그것을 견디는가.


알라딘의 이 하리오 드립필터는 커피를, 커피맛을 그리고 커피향을 제대로 즐기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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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프랑스 책벌레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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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책의 제목에 확 끌리지 않을까. 제목부터 너무 재미있지 않나.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니. 책벌레로부터 쏟아져나오는 에피소드는 또 얼마나 공감이 될까. 그런데, 와, 책벌레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없다니, 당황했다. 중간쯤 읽고 책장을 덮은 뒤에 다 읽을까 말까를 오지게 고민했는데, 너무 재미도 없고 스트레스를 내가 너무 받기 때문이었다. 책벌레는 작가 남편인 프랑스 남자의 가장 큰 특징이겠지만, 그러니 제목으로 정했을 것이겠지만, 책벌레라서 재미있는게 아니라 민폐되는 상황들이 너무 나오는거다. 수시로 물건을 잃어버리는 게 다반사라 일주일만에 핸드폰을 새로 사는것도 그렇고 돈도 막 떨어뜨리고 다니고, 여행 갈 때는 책 때문에 짐이 엄청 많아지고, 벽에 못 박아달라는 것도 미루고 미루면서 책을 읽고, 집안 어지르는 것과 치우는 것도 아내와 개념이 다르고... 이런걸 읽는데 나는 진짜 너무 스트레스 ㅠㅠ 싫어 ㅠㅠ 재미있는 지점이 나는 정말이지 하나도 없는거다.


둘이어서 좋겠구나, 아내도 열심히 책 읽는 사람이니 책으로 대화를 할 수 있어 좋겠구나 싶지만, 역시 가장 편하려면 혼자 사는 삶이 최고구먼... 했다. 방금 이 책의 리뷰를 검색했는데 다들 너무 재미있다고 별다섯 준 거 보고 또 아아... 나는 무엇인가...충격....


이 책 보다는 네이버웹툰 <모죠의 일지>가 훨씬 재미있다. 집에 있는 게 제일 좋다고 하는 모죠의 삶이, 엄마와 개그로 콤비를 이루고 사는 모죠의 삶이 건강해보이고 재미도 있어. 모죠의 일지 응원합니다.



그리고 책벌레 싫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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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0-1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뉘신가....했습니다. 프로필 사진이 달라져서 ㅎㅎㅎ

다락방 2020-10-15 09:17   좋아요 0 | URL
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새 프로필을 달고 이제 프로이트 글을 쓰러 갑니다. 그럼 이만 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0-1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어 당황되는 이 책의 리뷰도.... 다락방님이 쓰면 재미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0-15 11:37   좋아요 0 | URL
아이고 별말씀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 책 제목만 보고 재미 백프로 보장일 줄 알았다가 정말 당황했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본컬렉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 링컨 라임 시리즈 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제프리 디버'의 《본컬렉터》를 어제 다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열심히 읽었지만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 중에도 걸어가면서 읽었다. 일전에 '혹시 저 알츠하이머 초기 아닐까요?' 라고 상담받으러 갔을 적에 닥터가 내게 걸으면서 책 보지 말라고 했었는데, 나는 의사의 말을 금세 어기고 걸으면서 또 책을 보았고..집 앞 횡단보도에 이르러서야 책장을 덮었다. 날이 너무 어두워져 글씨를 보기가 힘들었어..

그렇게 집에 가서는 자기 전에 침대 위에서 책을 펼쳤다. 뒤에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마저 다 읽고 자고 싶어서. 그런데 뒤로 넘길수록 반전에 또 깜짝 놀랄 반전이... 우와. 이 사람도 이야기를 참 잘 만들어내는구나! 검색해보니 이 시리즈가 국내에 10권 이상 번역되어 있던데,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다 써냈을까? 어쩌면 작가란 타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고로 몸을 쓸 수 없고 침대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링컨 라임'은 뉴욕형사들의 부탁으로 연쇄살인범을 함께 찾아주기로 한다. 증인은 잘못 볼 수도 있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만 증거는 언제나 사실만을 말한다고 생각한 그는, 사고를 당하기 전에 언제나 뉴욕 시내를 걸어다니고 책을 읽으면서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것을 머리에 넣어두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현장의 증거들로 그는 상황을 그리고 범죄자의 심리를 짐작할 수 있고 이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가 건강해서 직접 현장에 가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처지라, 그는 이번 살인사건 현장을 가장 먼저 발견한 순찰 경관 '아멜리아 색스'를 불러 현장 요원이 되어달라 부탁한다. 아멜리아 색스는 그렇게 링컨 라임의 눈과 발이 되어 처음으로 현장을 관찰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하게 된다.


라임은 순찰경관이면서 사건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색스의 처음 담대한 결정에 그를 현장 요원으로 부른건데, 단순히 조용하게 순찰경관으로 살고 싶었던 색스는 갑자기 현장요원으로 불려간 게 너무 부담이 되고 싫다. 그러면서 폭력과 살인에 노출된 피해자를 보는 것도 너무 끔찍하고. 라임과 색스는 그래서 처음엔 불화한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해 가는 시간동안 그들은 점점 서로의 생각을 읽게 되고 친밀해진다. 라임도 언급하는데, 어쩌면 뛰어난 미모의 색스가 자신이 남자로서 그녀에게 위협이 될 수 없을걸 인지하기 때문에 그녀 역시 자신을 편하게 생각한거라고 추측하게 된다.


색스가 현장 증거 수집에 더 능숙해지는 것 그러니까 실력이 향상되는 걸 보는건 즐겁다. 두렵지만 자꾸 앞으로 가려고 하는 것도 짜릿하게 좋고. 이미 능숙한 중년의 남자와 이제 시작인 젊은 여자를 배치한 건 너무나 뻔한 설정이고 또 그녀가 누가 봐도 다시 돌아볼만한 미인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남자작가의 한계인가 싶지만, 색스는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주장을 펼치고 사과해야 할 때는 사과를 하며 반항해야 할 때는 반항을 한다. 고집스런 여성인 것이다. 점점 더 실력이 향상되어가고 성장하는 여주인공 색스인 것은 너무나 좋지만, 다시 남자 작가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은, 그런 그녀 조차도 다른 사람을 욕하기 위해 그리고 흉보기 위해 '계집애같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물론 여자도 여자를 비하하고 혐오할 수 있지만, 이렇게나 주체적이고 피해자의 입장에 서는 그녀가 툭하면 '계집애같이'라며 다른 남자 형사들에 대해 생각할 때면, '색스, 당신에게 계집애는 어떤 사람인데요?' 묻고 싶었다. 계집애는 대체 뭔데 비하와 멸시의 용어가 되는것일까? 계집애는 어떤데요, 제프리 디버? 계집애가 뭐가 어쨌길래요?



무엇보다 좋은 건 색스가 끝까지 피해자의 편이라는 것이다. 연쇄적인 살인에 결국 FBI 가 수사권을 가져가게 됐을때, FBI 요원은 범인을 찾기 위해 모든 기술을 총동원하고 에너지를 쏟지만, 그러나 지금 어딘가에서 피해를 당하고 있을 피해자에 대한 색스의 언급에는 '범인을 잡으면 구할 수 있다'고 하는 거다. FBI 요원에게는 범인을 잡는게 가장 우선이었고, 그것은 당연하지만 그러나 색스는 이미 어딘가에서 죽어가고 있을 피해자를 살리는 게 급선무다. 결국 그녀는 모든 증거를 가지고 다시 라임에게로 몰래 도망와서는 피해자를 찾아보자고 그래서 구하자고 한다. 그녀가 피해자를 결국 구해내는 장면장면들은 그녀의 의지였다. 피해자를 구해야한다, 라는 그녀의 생각이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 자신을 지휘하는 사람에게도 "피해자는요?" 라고 물을 수 있는 그 지점이 너무 좋다.


또한 연쇄살인범이 등장하지만 모든 피해자가 계속 죽어나가는 게 아니다. 그 점도 너무 좋다. 일전에 그 뭣이냐..그 일본 소설..머리에 비듬 가득한 탐정 나오는 소설에서는 죽고 또 죽고 죽어도 해결을 못하는 이야기라 너무 싫었는데, 제프리 디버는 그의 소설 속에서 수사하고 추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는 것을 피한다. 윽 죽지마, 그렇게 죽이지말란 말이야, 라는 간절한 바람이 작가에게 들린것 같았달까.


여담이지만, 어딘가에서 본 제프리 디버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이와 동물을 해치지 않고 성폭행을 다루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고 했다. 살인이나 고문장면은 실제로 묘사하지 않는다고. 그러면서도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범죄소설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그의 능력이다. 그래, 아이와 동물을 해치지 않고 성폭행을 다루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하다!



제프리 디버는 이 연속된 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만으로 이야기꾼이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여기선 이제 어떡하지' 하는 지점에서도 그 다음 장면들을 착착 펼쳐낸다. 이를테면, 침대에 누워있어야만 하는, 목 위를 제외한 몸이 마비된 자가 위험에 처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될것인가, 아니, 이제 이 사람이 어떡하나, 할 때 조차도 그 다음장면들을 그려낸다.



색스가 굳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미인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고 읽기 전에는 이 둘이 결국 로맨스로 끝난다는 누군가의 리뷰에 뜨악했었다. 굳이 이 둘에게 로맨스를 줘야했나 싶은거다. 그런데 읽고나니 이 둘에게 있는 것은 우정 쪽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상처를 갖고 있고,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을 알아보며 가까워지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니. 이 둘에게는 그런 식의 친밀함이나 우정이 찾아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다. 이미 라임의 머릿속에는 색스를 보면서 미인, 미인의 권력 이란 단어 같은 것들이 떠올랐으니까. 앞으로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 둘 사이에 로맨스가 찾아온다면 그건 또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감당할 밖에..



나는 이 책의 다음 시리즈를 주문했고 지금 내게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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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 자고 갈게.
    from 마지막 키스 2020-10-07 10:11 
    이 책을 다 읽으면 옮긴이가 그런 얘길 한다. 영화로 보면 그 영화속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된다고.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닌데 내가 책이 지금 없어가지고 아무튼 그런 뉘앙스의 글이었는데, 그러면서 옮긴이는 덧붙인다. 링컨 라임 역의 덴젤 워싱턴이야 그렇지 않지만, 색스 역의 안젤리나 졸리를 이미 본 이상 시리즈를 읽어가며 색스 역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게 불가했다고. 나 역시도 그렇다. 링컨 라임이 사건을 해결하는 '머리
 
 
moonnight 2020-10-0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서 졸리씨와 워싱턴씨 커플이 자동연상 되어요 호호^^ 참 잘 어울렸는데♡

다락방 2020-10-07 10:47   좋아요 0 | URL
저 2,3권 주문했어요. 으하하하하.
영화 너무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안나더라고요. 다시 봐야겠어요. 아 책 재미있어요. 저 링컨 라임 시리즈 다 읽을거에요!!

바람돌이 2020-10-07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12권에서 링컨 라임 너무 멋있거든요. 전 남녀관계에서 저렇게 교과서적으로 쿨하고 멋진 남자 처음 봤어요. ㅎㅎ 그니까 꼭 12권까지 보세용... ㅎㅎ

다락방 2020-10-08 09:33   좋아요 0 | URL
저 이제 2,3권 샀는데 12권까지 언제보죠?
그런데 4권이 품절이에요 ㅠㅠ 중고 사면 되니까 뭐 ㅠㅠ 그런데 깨끗한거 사고 싶다 ㅠㅠ 아무튼 12권까지 달려보겠습니다. 그 길에 함께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