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B는 내게 이 책을 추천할 때 '두 번째 화살' 에 대해 얘기했었다. 그 문장이 특히 가슴에 남아 새기기로 했다며. B가 말했을 당시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말이 정확히 어떻게 쓰여져 있는지 궁금해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책장을 몇 장 넘기지 않아 친구가 말한 두 번째 화살에 대해 읽어볼 수 있었다.



불교에는 '두 번째 화살에 맞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이 준 상처에 죄책감과 분노를 얹어 더 큰 상처를 받지 말라는 뜻이다. 첫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자신을 깎아내리고 엉뚱한 사람에게 분풀이를 하며 또 다른 상처를 만드는 것은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pp.17-18)


역시, 책속에서 문장으로 만나니 더 좋았다. 두 번째 화살에 맞지 않을 것.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상처받기 쉬운 영혼들이 명심하면 좋을 말일테다. 역시 강해지는 게 진리인 듯.


이 책은 아쉽게도,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는 것들을 말해주고 있고 게다가 나는 이 책이 '필요할만큼' 상처받기 쉬운 약한 영혼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게다가 내 자존감과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 그렇다해서 내가 두 번째 화살을 번번이 피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마음 아픈 일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이미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고 있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아는 것' 과 '실천하는 것'에는 거리가 있다. 그러니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다시 한 번 책장을 넘기며 되새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 자신의 힘으로 자존감과 자존심을 굳건히 할 만큼 강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테고.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상처는 서로에게 거는 기대가 큰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크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의 상한 마음을 알아서 보살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떤 명의도 얼굴만 보고 병을 알아맞힐 수는 없는 것이다. (p.25)



사랑하는 것도, 상대를 위하는 것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이란 것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사랑은 대체적으로 대단한 감정이고 많은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텔레파시를 통하게 할 수는 없다. '날 사랑한다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기분과 내 감정과 심지어 내가 지금 갖고 싶은 게 무언지도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사랑을 맹신하는건지 답답할 따름이다. 모른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표정으로 드러날 수 있다해도, 그 표정조차 거짓일 수 있는데, 왜 말하지 않고 상대가 알아주지 않았다며 서운해할까. '상처받았다'는 것들의 아주 많은 부분이 자신이 거는 헛된 기대 때문인 건 아닐까. 사람은 신이 아니고, 사랑은 물론 사람을 신으로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말하지 않아놓고 상대에게 '왜 몰라!' 라며 속상해한다면, 하아- 답이 없다, 진짜. 



사실 우리가 원하는 관계는 민낯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관계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반드시 아이라이너를 그려야 하고 양복과 구두를 갖춰 입어야 한다면 그 관계는 금세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관계는 잘 꾸민 모습도 헝클어진 모습도 똑같이 인정받을 수 있는 관계다. 그건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진심으로 받아들여질때 가능하다. 우월하거나 열등하거나, 둘 중 하나만 존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영원히 힘들게 경쟁만 하다 죽게 될 것이다. (pp.48-49)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관계는 그대로 소중하다. 결국 '최후의 선택'은 편한 상대가 될 것이다. 몇 년전의 내게는 늘 예쁘게 차려입고 만나고 싶은 상대가 있었다. 간혹 그 상대는 미리 약속을 정하지 않고 연락을 해와, 언제나 어디서나 예쁘게 있어야 했다. 빨간색 하이힐과 나풀거리는 원피스 따위를, 매일 차려 입고 모습을 점검하면서, 이정도 차림이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우연히 만나도 자신있어! 하는 마음이 생겼지만,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는 지쳐갔다. 이대로는 더이상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너랑 헤어지는 게 내 삶이 더 윤택해지는 길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생략하고.



받은 상처와 준 상처를 분리하는 것은 어렵고 복잡하다. 세상에는 일방적으로 상처를 주기만 하는 사람도, 당하기만 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찾아온 사람들을 보면 작든 크든 상대방에게 먼저 상처를 준 경우가 많았다. 단지 자신의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 기억하지 않은 것뿐이다. (p.70)



나는 살면서 '상처 받았다' 고 말하는 피해자인 적이 더러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당연히 나는 가해자가 될 생각이 없었고, 가해자가 될 거라고도 역시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상대가 '나는 상처받았어' 라고 피해자로 선언해버린 이상, 나는 자연스레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 그 일이 내게는 어처구니없게 생각되어졌는데, 이미 나는 상대에게 '악인'으로 규정지어져버렸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그 상황을 그 쪽으로부터 먼저 듣게 된다면 나는 잔인한 가해자로만 보일 터였다. 그 때 찾아온 충격이란 대단한 것이었다. 맙소사,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가해자가 되다니. 물론 내가 살면서 상처를 준 사람들은 많이 있을테다. 내가 알게 모르게 그런 일은 많았을텐데, 누군가 그렇게 드러내놓고 피해자가 되어버린 일은 처음이라 한동안 멍했었다. 내가 이런 '지정된 쌍년'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이 일은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내내 우울한 기분을 줬는데, 내가 그렇게 지내는 동안은 상대가 내게 '가해자' 였다. 다만 상대는, 자신이 상처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를 가해자로 만들어 버린 사실이 안중에 없었겠지. 언제나 먼저 상처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약자가 되고 동시에 상대를 가해자로 만들어 버린다. 상처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면서도 그렇다면 '상처 받았다'고 말하기 전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그는, 자신이 그 전에 한 행동에 대해서는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복수는 쾌감을 줄 수는 있지만 고통을 줄여 주지는 않는다. (p.160)



복수란 걸 해보고 싶다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나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음이 종국엔 자랑스러웠다. 나란 인간이 좀 더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느껴졌다. 화나고 분한 일이 생길때마다 번번이 참을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참지 못하고 반응한 뒤 후회한 적도 더러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나는 감정이 최악의 수렁으로 빠졌을 때, 가급적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생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이 책에서도 그럴 때는 시간을 좀 두라고 했는데, 나는 그걸 이 책을 읽기 전에 미리 깨달은 터였다. 음..나 어쩌면 잘 늙어가고 있는지도..




이런 열등감의 표출을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인터넷 악성 댓글이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만나 보면 자신감이 없고 열등감이 심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을 통해 분노와 열등감을 마치 '배설'하듯 쏟아낸다. 특히 유명한 사람이나 성공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우월해진 것 같은 쾌감을 주기 때문에 한 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들은 자기가 간절히 꿈꾸는 삶을 별 노력 없이 얻은 것 같은 연예인들을 비난하고, 악성 루머를 퍼뜨려 모욕감을 줌으로써 열등감을 줄이려고 한다. 현실에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쾌감을 온라인 세상에서라도 느끼고 싶은 것이다. (p.196)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사실은, 유명 연예인의 지저분한 사생활이 폭로된다고 해서, 자신들의 삶이 더 고결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다른 사람이 뚱뚱해진다고 해서 자신이 더 날씬해지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멍청해진다고 해서 자신이 더 똑똑해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아름답고 내가 우아해지기 위해서는 내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건 내가 스스로 만드는거지, 상대를 깔아뭉갠다고 되는 게 아닌것이다. '린제이 로한' 주연의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는 린제이 로한이 학교의 퀸카인 레이첼 맥아담스를 못생기게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 약이라고 속이고 살찌는 약을 준다. 그러나 린제이 로한은 시간이 지나 깨닫게 된다. 레이첼이 뚱뚱해진다고 해서 자신이 날씬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영화속에서 린제이 로한이 깨달았던 것을 하루 속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뭐, 깨닫는 게 누가 깨달으라고 해서 되는 건 아니지만.










상처 입은 상황을 곱씹으며 이랬다면 어땠을까, 저랬다면 어땠을까 고민하고, 분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아무 데나 분풀이를 하는 것은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악몽 속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통스런 기억을 되감기해서 후련하고 당당한 기억으로 덮어버리고 싶겠지만, 당신도 익히 알고 있듯이 현실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는 그저 고통스런 기억만 반복 재생할 수 있을 뿐이다. (p.217)



나도 아직 과거의 일에 대해 수치스러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자유롭지가 못하다. 여전히 뜬금없이 먼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가슴을 뜯어버리고 싶은 상황에 맞닥뜨리곤 한다. 그럴때마다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래, 그 일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라는 자기 최면이다. '나는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을 수 있어' 라고 자꾸 생각한다. 과거의 상처에 붙들려있다보면 현재까지 엉망이 되고, 나는 결코 현재를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현재를 엉망으로 만든다면 미래의 과거가 또 상처투성이가 될 게 아닌가. 고통스런 과거의 기억 때문에 우울한 사람에게 반드시 말해주고 싶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일어난 이상 그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라고.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수는 있다. -카를 바르트 (p.215)



재작년 김장철에 엄마는 작은고모로부터 김치를 얻어왔다. 고모가 먹으라고 정성스레 담가줬다는데, 그 김치엔 굴이 들어 있었고,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굴 들어간 김치를 먹지 않았다. 먹지도 않았는데 왜 받아왔냐고 했더니 주는걸 어떻게 안받느냐고 하며 엄마는 김치통을 바라보고 하염없이 난감해했다. 나는 그 김치 어쩔거냐고 했더니 엄마는 엄마가 먹겠다고 했다. 후아- 답답하다.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고모에게 우리는 굴 들어간 김치를 먹지 않는다고 반드시 말하라고. 엄마가 그 말을 하지 않으면 고모는 엄마가 좋아하는 줄 알고 매번 굴담은 김치를 정성스레 담가줄테고, 엄마는 번번이 이걸 어쩌나 고민하게 될 거라고. 엄마는 그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떻게 담아주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엄마가 이번 한 번 눈 딱감고 아니라고 말하면 고모도 수고를 덜고 엄마도 더이상 난감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엄마가 그 말을 못하면 이것은 악순환이 될 뿐이다, 라고 말했다. 엄마는 결국 말하지 못했지만, 고모는 자신의 의지로 굴 들어있는 김치를 주는 걸 중단했다. 그 때 한 번 담근건가보다. 킁.



'아니오'는 관계를 끊어 버리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떠안지 않아도 될 고민을 차단해 주는 말이다. (p.242)



나는 고민하며 살고 싶지 않고, 이런 내 생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잘 말해오는 태도로 드러난다. 내가 '아니'라는 부정의 말을 하는 순간, 상대는 잠깐 서운하거나 속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만 넘기면 우리는 다가올 악순환을 피할 수 있다. 상대를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아니오를 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계속 같은 고민을 번번이 하게 될 것이다. 상대는 좋아하지도 않는 대상을 위해 번번이 노력하게 되고.





이 책에는 좋은 인용문도 많이 나오는데, 그래서 책을 차곡차곡 보관함에 넣게 된다.




할머니는 언제나 가지를 소금에 절여 물기를 짜낸 다음 요리를 시작했다. 

"왜 가지에 소금을 뿌리시는 거예요?"

"그래야 가지가 울거든. 사람처럼 가지도 울어야 쓴맛이 없어진단다."

-라픽 샤미, 「1001개의 거짓말」(p.15)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의 책 『행복의 정복』에서 남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경쟁하려고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렇게 비유했다. "공작새들은 다른 공작새의 꼬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공작새들은 저마다 자기 꼬리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믿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공작새는 온순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새의 삶은 얼마나 불행할까?" (p.49)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엄청난 위험이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매우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 팔 하나, 다리 하나, 혹은 아내나 그 밖에 사소한 것들은 잃어버리면 그 즉시 알면서 말이다.

-키에르케고르, 「죽음에 이르는 병」(p.59)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이 궁금해졌는데 어떤 책을 읽어야할 지 모르겠다. 대체적으로 평들이 거의 안달려 있어서 이거야 원...이 책을 어느 출판사로 읽으면 좋을지 아시는 분, 추천 좀.. 죄다 읽기 싫게 생겨가지고...orz












R.J. 팔라시오가 쓴 『아름다운 아이』는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열 살 소년 어거스트가 처음 으로 학교에 들어가면서 1년 동안 겪게 되는 일들을 다룬 이야기다. 아이들은 어거스트가 얼마나 똑똑하고 재미있는 아이인지 알기도 전에 겉모습만 보고 무섭다며 피해 버린다. (p.98)





당신을 화나게 한 상대방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계속 그와 입씨름을 한다면, 그것은 마치 불이 붙은 집을 내버려두고 방화범을 잡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 행동이다. -틱낫한, 『화』 (p.153)






어제는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처음으로 미드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이건 뭐 인간승리. <홈즈>도 <트루 블러드>도 이십분인가 보다 그만둬버린 나였는데. 하하하하하. 



컨트리 음악을 오랫동안 한 전설적인 가수(레이나)와 신예 컨트리 가수(줄리엣)가 나오는 얘기인데, 노래도 많이 나오고, 그 노래들 중 어떤건 특히 더 좋아서 재미있게 봤다. 레이나의 아버지는 엄청나게 돈이 많은데 레이나는 그런 아버지가 (어떤 이유로) 싫고, 그래서 아버지로부터는 한 푼의 금전적인 도움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왔으며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와 싸우다가 아버지로부터 '넌 내 돈을 안 받은 줄 알고 자랑스레 생각하지만, 그 가난한 음반회사에서 너 음반 만들 돈을 누가 대줬다고 생각하냐' 라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으..그 때의 기분은 정말이지 어땠을까..


어제 본 1시즌의 1회의 마지막, 바에서 서빙을 하는 '스칼렛'이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노래가 무척 좋다.








크- 2회도 봐야되나...다운받고 인코딩해서 아이폰에 넣는...과정이 정말 드럽게 짜증나는데... ㅠㅠ 귀찮어 ㅠㅠ 안드로이드는 걍 슉슉 들어갔는데 ㅠㅠㅠ 스칼렛의 성장과 쥴리엣의 이야기가 궁금하긴한데...귀차니즘이...날 막고있네 ㅠㅠ


그래도 어쨌든 꺄울,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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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1-10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아...젠장 결국 보관함이 아닌 장바구니로 가게 만드는 이 가공할만한 위력의 페이퍼라니!!!!!!!!!!!

2.어제 소주랑 먹던 피자가 남아서 점심으로 먹으려고 싸왔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몰래 숨어서 먹고 있음 ㅡ..ㅡ

3.그렇습니다. 금요일 인것입니다!!! ^0^

다락방 2014-01-10 12:30   좋아요 0 | URL
1. 전 사람들이 모두 단단하고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요.

2. 저는 김치부침개 싸왔어요. 잠시후 먹을겁니다. 오늘 저녁엔 족발과 와인 약속이 있지롱요~ 사진찍어서 아무개님한테 보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저녁엔 뭘 드실겁니까!!

dreamout 2014-01-1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길사에서 나온 것을 가지고(만) 있어요. 일단 다른 출판사 보단 땟깔이 좋아요. ㅎㅎ

다락방 2014-01-10 12:29   좋아요 0 | URL
저도 한길사에서 나온 걸 지금 막 보관함에 넣어두었습니다. 저 역시 구매하게 되면 가지고만 있게 될 확률이 더 큰데, 그럼에도불구하고 사고싶네요. ㅠㅠ 읽고싶다가 아니라 사고싶다 라니 ㅠㅠ

페크pek0501 2014-01-10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이 책을 제가 구입해 본다면 그건 다락방 님 덕분...ㅋ 꼭 사 볼 거예요.
좋은 인용문이 많아 좋고... 저자가 심리학자, 심리상담가인 것도 맘에 들어요. 그러니 깊은 글도 많이 담고 있을 듯하니까요.

"그 일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라는 자기 최면이다."
- 다락방 님의 이 말이 가장 맘에 듭니다. 그 어떤 인용문보다도... ^^

다락방 2014-01-10 15:57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으로 저자를 처음만났는데<따귀맞은 영혼>이란 책으로 이미 상당히 유명한 저자더라고요. 저는 앞으로 <따귀맞은 영혼>을 읽어볼까 합니다.

전 방금 배고파서 김치부침개 한 장을 흡입했습니다. 집에서 가져왔거든요. 출출할 때 먹으려고. 으흐흐흐흣. 맛있어용~
 

기존에 사무실에서 쓰던 하얀 머그컵을 버리고 알라딘에서 받은 검정색 머그컵을 꺼내두었다. 새로운 컵에 새 기분으로 마시자! 하고. 사실 나는 그간 알라딘의 강아지 그려진 머그컵들이 더 좋다. 이번 컵은 뭐랄까..너무 까페컵 같아서...아, 근데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고. 크- 이 검정색 컵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안에 든 음료가 뭔지 모르겠다는거다. 아침에 물을 따라 마셨을 때도, 지금 커피를 따랐을 때도 색깔이 똑같다 ㅠㅠ 물론 커피를 따르면 연기가 나니 처음엔 알겠지, 코를 들이대면 향이 날테니 뭔지 구분이 되겠지. 그런데 나는 커피를 따라놓고 한참을 잊다가 마시곤 한단 말이다. 내가 마시는 게 뭔지도 모르는 채로 마시게 생겼다 이젠. 아무리 아무리 뚫여져라 쳐다봐도 물이나 커피나 똑.같.다. 녹차를 마셔도 똑같겠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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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4-01-07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저 검정색 머크겁을 받았지요,
책을 구입하고,,ㅎㅎㅎ

다락방 2014-01-07 11:25   좋아요 0 | URL
지저분한 게 눈에 잘 안띌것 같긴한데 써보니 흰색컵이 낫단 생각이 드네요. 후아-

Mephistopheles 2014-01-0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약만 아나라면 만고 땡.....(즈언하아~~ 억울하옵니다아~~)

다락방 2014-01-07 11:26   좋아요 0 | URL
심지어 포도주스도 여기 담겨있으니 뭔지 모르겠네요. 뭐 알고 마시고 있긴 하지만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4-01-0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컵은 흰색이 좋아요.. 저는 사무실에서 이와사키 치히로의 작은새가온날이 그려진 컵을 써요... 애정애정

다락방 2014-01-07 11:26   좋아요 0 | URL
저는 집에서 쓰는 그 개 그려진 알라딘 컵이 제일 좋아요. ㅎㅎ
그리고 휘모리님 말씀대로 컵은 흰색이 진리네요!

saint236 2014-01-0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검정색 컵을 주문했지요.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치명적인 약점은 충분히 감안했던 것이고....

다락방 2014-01-07 11:26   좋아요 0 | URL
아셨단 말입니까? 전 전혀 생각도 못했어요. 그저 컵 자주 안 씻어도 되겠지..란 생각만 했다능..orz

섬사이 2014-01-07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뒤에 세워둔 책(?) 표지의 사람 표정이...
"자, 이 컵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아맞혀봐....."
하는 것 같아요. ^^


다락방 2014-01-07 13:21   좋아요 0 | URL
앗!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정말 그런것 같네요. 어쩐지 절묘해요! ㅎㅎ

moonnight 2014-01-07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컵 두 개 다 받고 싶어서 두 번 주문했어요. ㅎㅎ 내일 도착하는데, 기대돼요. >.<

다락방 2014-01-07 13:22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주문했다면 당연히 검정색을 선택했을텐데, 써보고나서야 아 검정색은 컵으로 엔지구나 싶어졌어요. 뭘 따라도 다 똑같습니다, 문나잇님. 하하하하하

레와 2014-01-0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그럼 이제 흰색 하나 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01-07 15:54   좋아요 0 | URL
그니까. 검정색 컵이 좀 ...사용하기엔 불편하네??

꿈꾸는섬 2014-01-0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검정색 컵의 치명적 단점이네요.

다락방 2014-01-08 16:55   좋아요 0 | URL
네. 엄청나게 후회중입니다. ㅎㅎ

비로그인 2014-01-07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너무 우라*Orz 하지 마세요 ㅎㅎ 우유, 아침햇살 그리고 막걸리가 있자나요.....

다락방 2014-01-08 16:55   좋아요 0 | URL
우유(소화 못시킴), 아침햇살, 막걸리...모두 제가 안 먹는 것들이네요. ㅠㅠ
저는 술, 커피, 물.......만 마십니다. ㅠㅠ 검정색 컵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 여자사람인 겁니다 ㅠㅠㅠ

야클 2014-01-0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마귀와 백로 시조(까마귀 검다고 백로야~~~) 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역으로 '겉 검고 속 하얀' 컵으로 만들어 주길 알라딘에게 요구하는 거죠. ㅎㅎ

다락방 2014-01-08 16:56   좋아요 0 | URL
앗! 저도 그 생각했는데요. 안에는 하얗게 만들어주지. 하고 말이죠. 저는 잘 몰랐는데 저는 시각적인 것에서도 식욕에 민감해지는 여자사람인가봅니다. 하아- 냄새에도 민감한데 흑흑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게다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엔 엄청 성실하게 교회를 다녔지만, 그것은 강제된 것이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그렇게 해야하는줄 알았기 때문에 다녔던 것이지, 내가 뭔가를 알거나 느끼거나 좋아해서 다닌 것은 아니었다. 이런 내가 매일 예배후 성경공부 시간에 참석했다해도 성경에 대해 알 리가 없다. 정확히 열다섯살 때부터였나, 교회 다니는 것을 멈추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고, 나중엔 치를 떨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신에 대해 어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것은 아니다. 다만, 가끔 태초에 신이 어떤 생각으로 이 세상을 만든걸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친가쪽 친척들은 절실한 크리스찬들이라 자녀들의 결혼에 대해서도 '크리스찬이 아니면 절대 안돼' 라는 마인드를 가지신 분들인데, 일전에 나의 엄마가 디스크 수술을 한다고 입원해 계셨을 때 큰아버지가 문병을 오셔서는 '하나님이 다 뜻이 있어서 아프게 한거다' 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남동생과 내가 거품 물고 쓰러질 뻔했던 기억이 있다. 여러가지 일들이 내게 있었고, 그것들중 어떤건 꽤 큰 일이라, 나는 지금 현재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승우의 소설을 읽을 때면 기독교에 대한 나의 생각과는 별개로 성경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한다. 각설하고,


토요일에 경향신문을 읽었다. 읽으면서, 아, 너무 충격적이라 사진을 찍어봤다.




원문은 여기


친구를 만나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읽었는데, 모세가 삼천명가량의 이웃을 죽였다는 출애굽기의 저 말이 사실일까, 한참을 멍했다. 우상을 숭배했다고 삼천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였다고? 진짜? 십계명의 첫번째가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였던가, 그런데 그러했기 때문에, 죽인거야, 정말? 이건...뭔가 부조리하지 않아? 너무 충격적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 실수를 계기로 다음번에 더 나은 행동을 할 수가 있고 또 더 나은 인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신도 그런걸까. 그리고 모세도 그런걸까? 이 부분에서 나는 얼마전에 읽었던 단편집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가 생각났다. 길지만 옮겨보도록 하겠다. '미셸 투르니에'의 <당나귀와 황소> 의 한 부분이다.



"그럼 먼저 아브라함의 희생 제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시험하기 위해 외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순종했죠. 그는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에 있는 산을 올라갔어요. 이삭은 어리둥절했겠죠. 나무도 가져왔고 불과 칼도 가져왔는데 도대체 번제물로 드릴 양이 어디에 있지? 나무, 불, 칼 ‥‥‥. 아니, 이럴 수가. 이것들은 저주받은 인간 운명의 성흔(聖痕)이잖아!"

"그보다 많은 것을 볼 겁니다." 가브리엘은 못과 망치와 가시면류관을 생각하면서 침울하게 말했지요.

"아브라함이 제단을 세우고 나무를 차례차례 쌓은 다음, 이삭을 나무 제단 위에 묶어 놓고 칼을 들어 그 하얀 목덜미에 갖다 댔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천사가 나타나 아브라함의 팔을 붙잡았지요. 그게 바로 나였습니다." 가브리엘이 말허리를 잘랐습니다.

"그렇죠, 물론 착한 천사니까요. 그렇지만 이삭은 친아버지가 자기 목에 칼을 겨눌 때 받은 충격에서 결코 헤어나지 못했어요. 시퍼렇게 번쩍이던 칼날 때문에 이삭은 눈을 다쳐 평생 시력이 좋지 않았으며 결국에는 눈이 완전히 멀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작은 앋르 야곱이 아버지를 속이고 형 에서인 것처럼 행세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렇지만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은 그게 아닙니다. 당신은 어째서 자식 살해를 중단시킨 걸로 만족할 수 없었던 거죠? 피를 꼭 흘려야만 했습니까? 가브리엘, 당신이 아브라함에게 어린 숫양을 번제물로 쓰도록 주지 않았던가요? 하느님은 그날 아침 죽음을 목격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으셨나요?"

"아브라함의 희생 제물이 실패한 혁명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다음번에는 더 잘할겁니다." 가브리엘이 말했다.

"사실, 성스러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야훼의 비밀스러운 열정의 출처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카인과 아벨을 생각해 보죠. 두 형제가 모두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며 각기 자기가 수고해서 얻은 소산물을 바쳤어요. 카인은 땅을 경작하는 농부였으므로 과일과 곡식을 올린 반면에 목동이었던 아벨은 어린 양과 그 기름을 봉헌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죠? 야훼는 카인의 제물은 외면하시고 아벨의 제물은 기쁘게 받으셨어요. 왜 그랬을까요? 어떤 이유에서 그러셨던 거죠? 내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답은 단 한 가지뿐이에요. 야훼는 식물을 싫어하시고 고기를 좋아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우리가 숭배하는 하느님은 육식만 하시는 분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그널 분으로 경배합니다. 화려하고 장엄한 예루살렘 성전을 생각해 보세요. 눈이 부실 정도로 거룩한 하느님의 지성소가 종종 도살장처럼 모락모락 김이 나는 신선한 피로 흠뻑 젖는다는 것을 아셨는지요? 거칠게 깎아 투박하기만 한 커다란 돌덩어리 제단은 모서리마다 뿔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고 희생 제물의 피가 빠질 수 있도록 여기저기에 가로질러 홈을 파 놓았죠. 축제를 베풀어야 할 때면 제사장들은 도살자로 변신하여 온갖 짐승의 무리들을 대량으로 살육합니다. 황소와 숫양과 숫염소, 심지어 비둘기 떼까지 모두 발작적으로 밀려드는 죽음의 고통에 전율하지요. 대리석 탁자 위에서 동물들의 각이 떠지고 내장은 화로로 던져지며 도시 전체가 연기로 자욱합니다. 북풍이라도 불어오는 날이면 내가 사는 그 산속까지 악취가 스며들어 가축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답니다." (pp.270-272)

















이 소설속에서는 당나귀가 화자인데, 그 당나귀는 베들레헴에서 예수가 태어날 당시 마굿간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아기의 탄생을 돕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고 요셉은 태어난 그의 아이가 친자임을 인정하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그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몰려든다. 그리고 사마리아 사람인 사일러스가 찾아오고, 사일러스는 선물을 바치며 위처럼 얘기하는거다.


나는 성경을 잘 모르고, 그러니 인용한 문장에 어떤 오류가 숨어있다해도 사실 찾아낼 수가 없다. 다만, 사일러스의 항의가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특히나 희생 제물에 대해 다음에 더 잘하겠다는 가브리엘의 말은, 이건 소설이지만, 소설임을 알지만, 야속하기 짝이없다. 삶과 죽음을 '실패' 로 다룰 수 있다니, 그것이 '시행착오'가 될 수 있다니. 누구나 실수하지만, 그 모든 실수들이 실수란 이유로 용납될 수 있는걸까. 책을 읽으면서 미셸 투르니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일러스는 동물을 사랑했다. 그래서 가브리엘에게 따졌다. 


"나의 주님이시여, 어떤 사람들은 내가 사람들을 싫어해서 산으로 들어갔다고 말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내가 은둔하게 된 것은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짐승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동물을 사랑한다면 인간의 사악함이나 탐욕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래요, 나는 평범한 농부라고는 할 수 없어요. 나는 가축들을 팔지도 않고 죽이지도 않습니다. 짐승들은 나에게 젖을 주고 나는 그것으로 크림과 버터와 치즈를 만듭니다. 아무것도 팔지 않아요. 이 선물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가난한 살마들에게 나눠 줍니다. 오늘 밤 나를 깨워 별을 보여 준 천사의 말에 순종한 것은 내 마음속에 있는 반항심 때문이에요. 이 세상이 돌아가는 꼴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종교의식에 대한 나의 반항심 때문입니다. 불행하게도 이런 상황은 거의 태고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아주 옛날 부터 있었기 때문에 변화를 불러오려면 엄청난 개혁이 필요할 겁니다." (pp.269-270)



나는 토끼털 장갑을 선물받고 따뜻하다고 생각했고, 고기를 먹으면서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가끔은 불편하다. 내가 특히 더 동물을 사랑하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가끔 불편함이 찾아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나는 인간을 더 사랑한다. 인간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모세가 삼천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인것이 몹시 부당하게 느껴진다. 시행착오라고 말한다면 더 화가날 만큼. 나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할 수있는 만큼만 하자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그런데, 좀 더 해야 하는건 아닐까 싶어지는 것이다. 아 모르겠다. 나도 내가 정확히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이 얘기 했다 저 얘기 했다 뒤죽박죽하는데, 그나마 정확한 표현을 찾자면 사일러스가 말했듯이 '종교의식에 대한 반항심' 정도인 듯하다. 내겐, 그게 있는것 같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모르는 상태로 그저 화만나는, 그런 상태의 반항심.




금요일에는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는데, 한 친구가 자신의 새로운 직업에 대해 설명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프로의 냄새가 폴폴 나서 굉장히 근사하고 멋지게 느껴졌는데, 더 멋있었던 건, 그 친구가 '앞으로의 일' 에 대해서도 구상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지금의 현재도 그 친구의 과거엔 미래였을텐데, 이것도 다 계획하고 있었고. 사람이 다 자기 살 길 찾아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만 멈춰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저마다 잘하는 게 있다면, 그 친구가 잘하는 영역은 감히 내가 넘보지 못할 부분이란 생각도 들었다. 사소한 일화들을 자신의 시선으로 얘기하는 친구를 보며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는데, 같은 사람과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그 친구같은 분석을 내놓을 수 없는건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저 일을 할 만하니까 하고, 잘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했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그 친구의 새로운 일에 대한 얘기를 홀린듯이 들었다. 얘기를 들으면서도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도 뭔가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대로 있으면 안되는 게 아닐까. 저마다 자기 살 길을 찾아가는데, 나만 너무 정지해있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에 몰두하다가,


택시비 21,000 원에 쓰러질 뻔했다. 아, 난 미래 설계 따위 되는 애가 아니다. 당장 닥쳐온 택시비에 멘탈에 충격이 다가왔어. 21,000원이라니. 이 금액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아, 오늘 중고샵에 책 등록하고나니 27,000원이 나오던데, 매입내역 뽑아 상자에 넣으면서, 이걸로 택시비 뽑았다, 하는 생각을 하고야 만것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으로, 오늘 나를 제일 처음, 제일 크게 웃게 한 일.




당신에게 시 한 편을 적어보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다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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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1-0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저도 종교의식에는 반항심이 생기긴 하지만
순수한 '믿음'이런거에는 -특히 이승우 책을 읽다보면- 호기심이 생기는거 같아요.
과거부터 현재까지 종교때문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과 동물이 귀한 생명을 잃고 있는지....

2.채식주의자 까지는 못되더라도 육식을 줄여야하다고 생각은 늘 해요..
담배 끊어야지 이러면서 에휴~하고 한개 찾아 피는것 마냥... ㅜ..ㅜ

다락방 2014-01-07 11:31   좋아요 0 | URL
종교 자체보다는 그 종교를 행하는 의식과 그 의식을 진행하는 신도들 때문에 종교가 본래의 빛을 잃는것 같아요. 전 지하철이나 지하철역에서 큰 목소리로 전도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좀 무서워요. 뭐든 극단적이고 광적인 건 무서운 듯..

채식주의자는 아직까지는 생각도 해보고 있지 못하고 육식에 대해서도 제가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편은 아닌데, 가끔은 불편해요. <샬롯의 거미줄>에 보면 그런 말이 나오거든요. 거미가 잔인하게 파리의 피를 빨아먹지만, 거미줄로 돼지를 구하기도 한다고 말이지요. 세상사가 그런 이치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거리낌이 드는 건 아닌데, 토끼털이나 거위털...에 대한 얘길 들으면 불편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살아있는 동물의 털을 뽑는건 불편하고 왜 잡아먹는건 덜 불편한가..하면 또 모르겠고... ㅠㅠ

모르겠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4-01-0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어느 알라디너 서재에서 <말할 수 없는 애인>이란 시집을 보고, 그 시집 관련 리뷰를 찾아보다가,
거기에서 다락방님의 페이퍼 2개를 읽고, 다락방님 방의 세계 문학 전집 현황을 확인하고,
인용해두신 '겨울 휴관'을 읽고, 아~~ 너무 좋다, 그런 생각을 하고,
그리고, 그 페이퍼가 2013년 1월에 작성된 거라는 걸 알게 되고,
휴~~ 나는 언제 다 읽냐. 이 좋은 책들을, 이 좋은 시집들을..... 하면서.....

이 댓글은 위의 책과 상관이 없네, 하면서... 이러고 있어요. T.T.

다락방 2014-01-07 11:33   좋아요 0 | URL
그 시집은 제목이 참 좋지 않나요, 단발머리님? 저는 누군가의 말할 수 없는 애인인 적이 있고 저 역시 말할 수 없는 애인을 둔 적이 있었던 바, 그 제목을 정말이지 무시할 수가 없더란 말이지요. 아하하하.

<겨울휴관> 은 제가 가장 애정하는 시입니다. 외워지질 않아서 속상한데, 아 정말 좋아요, 그 시!

천천히, 차근차근 읽어나갑시다, 단발머리님.
:)

레와 2014-01-07 14:48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단발머리님의 댓글이 참 좋은데요.
아 .. 뭐라 설명하기 힘든데, 그냥.. 좋네요. ^^

다락방 2014-01-07 15:57   좋아요 0 | URL
응, 나도 좋아요, 좋습니다 ^^

단발머리 2014-01-08 08:05   좋아요 0 | URL
저 여기 있어요 (^^) ㅎㅎㅎ, 레와님~~

다락방 2014-01-08 17:02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____^

Mephistopheles 2014-01-0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 종교에 비해 굉장히 독선, 독단적인 종교가....사실..........개신교죠...^^

다락방 2014-01-07 11:33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런것 같아요. 자기 종교를 타인에게 가장 강요하는 종교 역시 기독교인것 같아요. -_-

moonnight 2014-01-0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카드는 혹시 직접 그린 걸 받으신 건가요? 예뻐요. +_+;

크리스마스에 심혈을 기울여 산타할아버지랑 루돌프를 직접 그린 카드를 조카들에게 줬는데, 한 번 슥 보더니 집어던져버린 아픈기억이 다시. ㅜㅅㅜ;;;;;;;

저는 종교가 없고, 앞으로도 가질 생각이 없는데, 특히나 기독교는 더더욱...;;;;;;;;;;;

다락방 2014-01-07 13:24   좋아요 0 | URL
아뇨. 직접 그린 카드는 아닙니다. 하핫.

저는 이번에 수제카드를 줬는데요(제가 만든게 아니라 산 겁니다), 카드를 펼치면 관람차가 휙 일어나는거에요. 거기에 케이블카가 달려있고요. 그런데 받자마자 케이블카 하나 떨어지고...원래 접혀야하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막 접고... 하하하하하.


저는 현재 자신을 무교라 믿고 살아가고 있는데 앞으로 가지게 된다면, 저 역시 기독교를 갖고 싶진 않아요. -_-

레와 2014-01-07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를 읽으면서 내가 갖고 있던 의문점 하나를 풀었어요.
굉장히 명쾌한 기분이 들어 바로 이거야!! 라고 하면서 포스트잇도 붙였는데..
지금 그게 뭔지 기억이 안나요. 돌머린가봐.. ㅜ_ㅜ

다락방 2014-01-07 15:56   좋아요 0 | URL
ㅎㅎ 울지말고 집에가서 다시 들여다봐요.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아 이거였지, 하면 앞으론 안까먹게 될테니까.

이승우는 짱입니다!!

2014-01-07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8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라딘 중고샵이 생기기 전에는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을 알라딘서재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방출했었더랬다. 그런데 중고샵이 생긴 후부터는 책들을 중고샵에 팔기 시작했다. 꾸준히 팔았고 이번에도 또 팔려고 등록을 하다보니, 말도안되게 저렴한 가격에 매입이 되는 책들이 있었고, 아니, 그런 가격엔 내가 팔 수가 없어! 하는 마음이 되어, 오만년만에, 방출을 하기로 결심했다. 



- 몇 권 되지 않으니 한 분당 한 권(혹은 한 개)만 신청 가능합니다.

- 신청은 반드시 '공개댓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요.

- 누구든 신청 가능합니다. 기존에 저랑 인사 나눈 사이가 아니어도, 알라디너가 아니어도 가능합니다.

- 택배나 등기로 보낼것이므로 주소삼종셋트(이름, 주소, 전화번호) 필요합니다.





아모스 오즈, <시골생활 풍경>

-salt  님께 보냅니다.













 

조너선 트로퍼, <당신 없는 일주일>

-해맑님께 보냅니다.














나딘 고디머 外,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

-감은빛님께 보내드립니다.















레이철 깁슨, <사랑이 틀림없어>

-chandeliier 님께 보내드립니다.













저자 이름 어려운데다 두 명이니 패스, <도시를 보다>

-중고샵으로 보내버림.
















앙리 퀴에코, <화가와 정원사>

-꿈꾸는섬 님께 보냅니다.















이건 DVD 입니다, <투 윅스 노티스>

-중고샵으로 보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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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신밧드 2014-01-06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안녕하세요! 사랑이 틀림없어 제가 침 발라도 될까요? 락방님 페이퍼 보고 읽고 싶었던 책이어요>_<

다락방 2014-01-06 14:45   좋아요 0 | URL
네, 비밀댓글로 주소삼종셋트 남겨주세요!~

감은빛 2014-01-0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책 방출 이벤트라니~~
저 신청할래요.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로요.
고맙습니다! ^^

다락방 2014-01-06 14:48   좋아요 0 | URL
네, 감은빛님도 주소 삼종셋트 적어주세요!

2014-01-07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8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6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4-01-06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번 선물 받고 답례를 못한 관계로 응원 댓글만 남기고 갑니다.

다락방 2014-01-07 08:50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 답례는요, 무슨. 답례 받으려고 하는거 아닌데요. 하핫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itter 2014-01-06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예전부터 다락방님 페이지를 눈팅하다가 나눔 이벤트로 처음 댓글을 달게 됬네요.
여러 블로그들을 전전하다 알라딘으로 옮기려고 한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아. 그리고 저는 조너선 트로퍼의 당신 없는 일주일 신청해도 될까요?

다락방 2014-01-07 08:5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해맑님.
알라딘에 서재를 꾸미신다니, 앞으로가 기대되는데요?
원하시는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비밀댓글로 주소삼종셋트 달아주세요~

단발머리 2014-01-0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번주에 책선물 받은 관계로 감사의 말씀만 전해요.
감사하구요, 책방출 넘 멋져요~~~~

다락방 2014-01-07 08:51   좋아요 0 | URL
하하 단발머리님 신청하셔도 괜찮은데 말이죠!!

꿈꾸는섬 2014-01-06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요.ㅎㅎ 오랜만에 들어와서 책방출에 손들으려니 멋쩍지만요.ㅎㅎ
조너선 트로퍼, <당신 없는 일주일>, 이 책 궁금하네요.^^ 라고 올렸는데 해맑님께서 올리셨군요.
그럼 앙리 퀴에코, <화가와 정원사>로 손들을게요.^^


다락방 2014-01-07 08:51   좋아요 0 | URL
네, 꿈섬님 주소삼종셋트 달아주세요!

2014-01-07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lt 2014-01-0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눈팅만 하고 나가 염치없지만...ㅜ
<시골생활 풍경> 아직 신청자가 없는거 같아 조용히 줄서봅니다...^^

다락방 2014-01-07 11:15   좋아요 0 | URL
네네, 주소삼종셋트 남겨주세요!

2014-01-07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4-01-0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이제야 보다니.. ㅠㅠ 다른 분들께 소중한 선물이 되시겠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4-01-07 16:16   좋아요 0 | URL
받으신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면 좋죠 ^^

관찰자 2014-01-0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하루, 딱! 하루
컴퓨터를 안 켰을 뿐인데..
이런 좋은 선물을 놓치다니요.ㅜㅜ

저도 중고샵에 팔 때,
정말 가격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다시 꽂아 두었던 책들이 있었는데,
이런 방식,
좋네요^^

다락방 2014-01-07 16:17   좋아요 0 | URL
크- 관찰자님. 안타깝네요. 제가 앞으로 언제가 될진 몰라도 또 할테니까 그 때를 노려보세요. ㅎㅎ
싸게 팔아 그 돈 받느니 차라리 읽고 싶은 분들께 선물하는 게 더 나을것 같아서요. 흐흣

2014-01-07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몇 년전에 친구와 만나서 맥주를 마시면서 우리는 서로가 만났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주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입술에 대한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나는 친구에게 '입술 얇은 남자랑 키스했더니 구렸다' 고 얘기를 하며, 그런데 또다른 입술 얇은 남자와도 또 구렸었다고. 나한테 입술 얇은 남자는 사실 전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데, 그건 내가 이런 사람인 줄 알기 때문에 그랬던걸지도 모르겠다. 내 말을 들은 친구는 자신도 입술 얇은 남자랑 키스한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맞다고, 별로 안좋았었다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세 명중에 세 명 모두 키스를 못하다니, 입술 얇은 남자는 키스를 못하는 게 백프로네!


맞네, 라고 깔깔 웃으며 맥주잔을 들어 건배를 했던 기억.



오, 그런데 여기. 나와 내 친구의 취향인줄로만 알았던 것이, 우리만의 취향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여자가 나타났다. 입술 얇은 남자에게 도무지 매력을 찾을 수 없는 우리의 동지!


"우리는 그냥 서로 안 맞더라고요. 케빈은 공화당이에요. 전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고요." 그건 사실이었으나, 진짜 이유는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테이블 저편 남자에게 설명하기엔 너무 개인적인 문제였다. 루체티 반장한테 케빈 입술이 너무 얇아서 육체적으로 끌리지 않더라는 말을 어떻게 한담? 케빈이 처음 키스한 순간 그를 향한 연애 감정은 몽땅 식었다. 하지만 케빈이 입술이 없다 해서 무슨 죄를 지었다거나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p.43)



나도 입술 얇은 남자에 대해서는 전혀 끌리지를 않는다. 호감이 가는 남자의 이마를, 코를, 손을, 어깨를, 팔을 다 보지만 입술도 유심히 본다. 그 입술이 얇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가브리엘의 저 말에 나도 그래요! 라고 동의하고 싶었는데, 그러다가 지하철안에서 피식- 웃고 말았다. '하지만 케빈이 입술이 없다 해서' 라는 표현이 너무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 입술이 없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든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이 엄청난 성적 매력을 가졌듯이, 이 소설속의 '조' 도 그렇다. 다른 여자들의 시선과 찬탄을 받고 눈빛이 강렬하고 입술마저 매력적인 남자. 그러나 가브리엘은 그의 외모에 현혹되지 않기로 굳게 다짐한다.



하지만 가브리엘은 '잘생긴 남자'는 여러 해 전에 끊었다. 만나봤자 육신과 감정, 정신 전반에 커다란 혼란을 불러올 뿐이다. 그런 남자들은 일종의 스니커즈 초콜릿바와 같다. 보기에 좋고 맛도 있지만 절대 균형 잡힌 식사는 될 수 없는 존재. 아직 이따금 당길 때는 있지만 이제 그녀는 남자의 근육질 육체보다는 그 안에 담긴 영혼에 훨씬 관심이 갔다. 맑게 깨인 정신이야말로 가브리엘을 달아오르게 했다. (p.31)



오, 가브리엘. 나도 그래요. 나 역시 잘생긴 남자는 피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끊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억지로 끊지 않으려고 해도 사실 끊을만큼 강한 매력을 지닌 남자가 주변에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도 오래 잘생긴 남자를 끊었더니, 이제는 스니커즈에 대한 강렬한 욕망에 시달리네요. 그의 맑게 깨인 정신이 그와 나 사이를 굳건하고 단단하게 만들고 또 앞으로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주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앓아 누워도 좋으니 육신과 감정, 정신 전반에 커다란 혼란이 좀 찾아 왔으면 합니다. 당신도 그런거죠? 네?




로맨스 소설이 재미있으려면 로맨스 소설속에 등장하는 로맨스가 재미있어야 한다. 그 로맨스가 재미있으려면 남자와 여자, 그 둘 사이에 대화가 핑퐁처럼 왔다갔다해야한다. 당신 말을 듣고 내 말을 하고 내 말을 듣고 당신이 말을 하고, 그런 과정들 사이에 어색하지 않은 침묵이 섞여야 그 연애는 재미있어지고 깊어진다. 그 재미란 것은 물론 농담따먹기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깔깔대고 웃는 대화도 필요하고 가끔은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으로 한단계 더 가까워지기도 한다. 우리가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대화로 알아나갈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더 가깝게 다가간다. 내가 이만큼 말을 했고 또 이만큼 당신의 말을 들어왔기 때문에 당신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 역시 내가 당신을 아는만큼 나를 아는것도 중요하다. 


남녀사이의 핑퐁같은 대화로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건 '줄리아 퀸'이 진짜 잘하는데. <신사와 유리구두>에서는 그 대화가 얼마나 실감이 나던지 나는 그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마치 눈 앞에서 보는것처럼 생생하게 느꼈는데. 물론 이 책, <사랑이 틀림없어>의 레이철 깁슨도 나를 몇 번이나 웃게 했다. 읽으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따위보다 이백배는 낫다고.  ㅎㅎ 




그는 자기 짝을 만나면 바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알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냥 알 거라고. 강한 펀치나 번개를 맞은 듯 미간을 쾅 하고 강타하는 충격이 느껴지리라고, 그럼 그 여자일 거라고.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p.67)



위의 문장을 읽다가 잠깐 책읽기를 중단했다. 정말 내 짝을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험을 선사할 남자를? 강한 펀치나 번개를 맞은 듯 미간을 쾅- 하고 강타하는 충격이 느껴지는 경험은 있었다. 그렇다고 그게 상대가 내 짝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건 그냥 상대에게 반한 거 아닌가 싶다. 반했던거다. 나 역시 손발이 후달릴정도로 심장이 벌렁거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에게 온 에너지를 다 쏟았던 경험이 있었는데, 그는 지금 내 옆에 없으니까. 그 느낌이 '내 짝을 만나' 생긴건 아닌것 같다. 아니, 앞으로 살아가다가 그 때보다 더한 충격적인 만남이 있을 수도 있는걸까? 이건 그전까지와는 확실히 달라, 이건 진짜라고, 리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때가? 그런 상대가? 그래봤자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그땐 그랬지..' 하게 되지 않나? 뭐 여튼 이쯤에서 스니커즈 같은 남자를 만나야 되는데..




크- 암튼간에 저 입술에 대한 부분 때문에 정신이 사납다. 언젠가 내게 얼굴중에서 특히 입술이 압권이라고 말했던 남자가 떠올라서 또 두근두근했어...나 오늘 술마시러 갈건데 이런거 생각나면...또 꽐라 될텐데... 꽐라되면 다음날 피곤한데......그런데 입술이 압권인건, 나보다 그 남자가 더했었지... 크- 나 오늘 꽐라 되겠구나...휴-




이 책을 읽다가 생각한건데, 개인적으로 남자가 서른다섯정도 되고 여자가 스물여덟쯤 되고 그랬으면, 불붙었을 때 여러가지 이유를 대서 중단하는 건 좀 안했으면 좋겠다. 늘 불붙는 게 아닌데 왜 자꾸 참어...붙었으면 태워버려야지..... 나중에 후회한다, 얘들아 ㅠㅠ



역시 오늘 꽐라 되겠구나.



아니 근데 이놈의 알라딘 ㅠㅠ 중고알림문자와서 누가 채갈까봐 후다닥 주문완료했는데 ㅠㅠ 또 다른책의 중고알림이 오면 나 뭐 어쩌라고 ㅠㅠ 주문만 하다 늙어죽으란거냐 ㅠㅠㅠ




알라딘 머그컵에 현혹되어 책을 지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나는 잘생긴 남자대신 알라딘 머그컵을 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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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4-01-03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잘 생긴 남자는 주변에 없기 때문에 끊을 수 있지만 알라딘 머그컵의 유혹은 너무 강렬해요. ㅠ_ㅠ
그나저나 저 책 저도 샀어요. ㅎㅎ (그러나 아직 안 읽었다는-_-;;;)

다락방 2014-01-05 20:41   좋아요 0 | URL
저는 끊고자 하는 마음이라도 생기게 주변에 잘생긴 남자가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강렬한 짝사랑 대상이 없어 삶이 무료합니다. 사랑중의 최고는 짝사랑인데!

전 재미있게 읽었어요, 문나잇님. 남자가 여자 배꼽에 혀를 넣기도 합니다. (큼큼)

에르고숨 2014-01-03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맨스소설은 다락방 님 소개로 그냥 다 때워도 되겠어요. 어찌나 맛나게 읽으시는지ㅋㅋ 그건 그렇고,
축, 꽐라- 미리 건배!

다락방 2014-01-05 20:41   좋아요 0 | URL
아 전 로맨스소설 읽는게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에르고숨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처럼 엉망진창인 게 아니라면 기꺼이 여자주인공에 감정이입할 수 있습니다!! -0-

dreamout 2014-01-0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이런 소설이 나온줄은 또... 전혀 몰랐네요. @@

다락방 2014-01-05 20:4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하이드님 서재 갔다가 알게됐어요. ㅎㅎ
(잠깐 생각한 뒤) 그런데 드림아웃님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가 없네요. ㅎㅎ

가연 2014-01-03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을 보면 알아볼 수는 있는데.. 그 짝이 계속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ㅋㅋㅋ 와 저도 동감. 진짜 동감. 불붙으면 태워버려야죠, 풋.

다락방 2014-01-05 20:42   좋아요 0 | URL
전 제 짝을 알아봤다고 생각했는데 저만 그렇게 생각해서 자꾸 어긋나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어쩐지 눈물이 글썽 ㅠㅠ)

불붙으면 태워버려야 해요, 가연님. 괜히 참으면 나이 들어서 후회가 쓰나미로 몰려들더라고요. ㅠㅠ

무스탕 2014-01-03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내일 중으로 답글이 없으시면 오늘 저녁에 꽐라가 되셨을테고.. ㅎㅎㅎ


다락방 2014-01-05 20:43   좋아요 0 | URL
사흘내내 꽐라가 되어 있었습니다. 무스탕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음주에도 전 또 꽐라가 되겠죠...삶은 이런것인가 봐요. 하하하하하

그렇게혜윰 2014-01-04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달력과 다이어리를 포기하는데에 성공했더니 이번에도 크게 현혹되지 않아요ㅋ 다만 추가적립금에ㅎㅎ

다락방 2014-01-05 20:43   좋아요 0 | URL
전 지난달과 이번달에 하도 돈을 써대가지고 이를 악물고 참기로 계속 결심하고 있어요. 지금도 장바구니에 책 겁나게 많은데 제 책장을 보면서 안읽을 책을 세어가며 버티고 있습니다. ㅠㅠ

마립간 2014-01-04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소한 둘중에 하나가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짝을 알아보기는 했는데, 번개에 맞은 듯한 느낌이 아니라, 올가미에 걸린 느낌....

불붙는 것에 일정 동감하나, 화약 폭발과 같은 불꽃이 아니라 장작불과 같은 은근하면서 꺼지지 않고 오래 가는 그런 불.

남에게 강요할 것은 아니고 제 스타일입니다.

다락방 2014-01-05 20:45   좋아요 0 | URL
저는 은근하면서 꺼지지 않는 불에 좀 질리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불은 활활 타올라야 맛이다, 라는 극단적인 성격을 좀 가지고 있는듯 합니다. 은근하고 단단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도 들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막상 내가 하려면 그런 사랑을 선택하면 쉽게 꺼지더라고요. 이왕 꺼질거면 다 태워버리는 게 나은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물론 살다가 이런 생각 자체가 바뀌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세실 2014-01-0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꽐라가 뭐지? 응? ㅎ

다락방 2014-01-05 20:45   좋아요 0 | URL
저도 정확히 뭐라 설명드릴 수가 없고 음, 유사한 말로는 '상태 메롱' 이 있겠습니다. ㅎㅎ

마노아 2014-01-0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알라딘 머그컵 나왔어요??

다락방 2014-01-05 20:46   좋아요 0 | URL
넵, 나왔습니다, 나왔어요!
이번컵 이쁘다는 반응이 대체적인데, 전 예전처럼 강아지 그려진 컵이 더 좋으네요. 이번건 너무 세련된 느낌이라..

페크pek0501 2014-01-0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경험에 따르면 67쪽의 글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번개를 맞는 걸 느꼈다면 그래서 그걸 짝으로 생각했다면
착각이라고 정확히 말씀 드릴 수 있어요.
아마 번개를 맞는 일이 몇 번쯤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도 결혼은 한 번 할 확률이 높아요.
어쩌면 우리는 그 진실을 죽을 때까지 모를지도 모른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새해에도 다락방 님의 맛있는 글, 기대하겠습니다. ^^

다락방 2014-01-05 20:47   좋아요 0 | URL
저도 번개를 몇 번 맞은적은 있지만, 그 번개가 상대가 짝임을 보장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지금 그들이 제 옆에 있는건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그때 그 번개를 맞았던 느낌은 아직도 강하게 남겨져 있어요. 결혼을 하든 안하든 또 여러번하든 어쨌든지간에 번개도 맞아보고 불에도 타보고 그러는 게 좋은것 같아요. 확실히 저는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인가 봅니다. ㅎㅎ

새해에도 자주 뵈어요, 페크님!

Forgettable. 2014-01-04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도 입술이 두꺼워서 좋아하는 거라고. ㅋㅋㅋ

다락방 2014-01-05 20:48   좋아요 0 | URL
아니 이게 뭔말입니까, 뽀? 뽀 입술이 두꺼워서 내가 뽀를 좋아한다, 뭐 그런 말입니까? ㅎㅎ 뽀 입술 두꺼웠습니까? ㅎㅎ 여자도 입술 두꺼운 쪽이 더 좋긴해요. ㅎㅎㅎㅎㅎ 더 매력적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ㅎㅎ

하양물감 2014-01-0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오랫만에 들립니다. (^^)
나는 입술 두께하고는 별 상관이 없던데요. 하하하....

다락방 2014-01-05 20:48   좋아요 0 | URL
저도 입술이 얇은남자들이 키스를 못했다기 보다는 키스를 못하는 남자들이 입술이 얇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 머릿속에서는 그게 같아져버린거고요.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