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룸메이트 관계인 두 여자 '리아'와 '한나'는 대학을 다니면서 매춘을 한다. 매춘을 하기 위해 테스트를 받으면서 그들은 기대로 부풀었다.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훨씬 더 짧은 시간에 벌 수 있다며. 누군가의 집으로, 모텔로, 엘리베이터로, 차로 불려가면서 그들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신나게 먹고 마신다. 식당에서 쫓겨날 지경으로 신나게 깔깔대고 웃었던 그녀들이, 그러다가 돌연 울음을 터뜨린다. 돌연 울음을 터뜨리고, 이걸 관두자, 고 말한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할 수도 없는 이 일을, 관두자고.


성(sex)을 판다는 것은 내게 언제나 풀지 못할 숙제로 여겨졌다. 그것이 정당한가 정당하지 않은가를 생각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그걸 내가 어떻게 판단하느냐 하는 답이 돌아왔다.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팔고, 가진게 몸뿐인 사람들은 자신의 육체적 노동을 판다. 가진게 자신의 성 뿐이라 그걸 판다, 라고 했을 때, 그걸 과연 '그건 안돼!' 라고 말할 수 있는걸까? 여기서 나는 늘 대답을 못하겠는거다. 그건 좀 다르지, 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대체 뭐가 다른건데, 라고 다시 되물으면 대답할 수가 없는거다. 아이디어를 파는 건 되고 성을 파는건 왜 안돼? 막연하게 '안되는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댈 수가 없는거다. 



그러나 영화속에서 여자들이 웃다가 울어버리는 그때부터 성을 파는 일이 다른 일과 같지 않다는 걸 생각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일. 사회적 인식 때문이 아니라 내 자신이 당당하지 못해지는 그런 일. 그렇다면 그 일을 왜 하게 되는가. 돈 때문이었다. 돈이 필요해서 한 일이었다. 먹고 마시기 위한, 살아가기 위한 돈. 그 돈을 위해 그녀들은 깔깔대고 웃었지만 종국엔 울게되고, 남자친구에게 정체가 탄로났을 때 절망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는데, 그 돈이 수중에 들어와도 기쁘지가 않다. 게다가 다른 일보다 더, 모멸감을 견뎌야 한다. 발가벗겨진채로 남자들 앞에 서야하고, 그들이 시키는대로 옷을 입고, 만져달라는 대로 만져주고. 그 돈이 기쁠 수 없는 이유였다. 그 돈은 성을 팔아 얻은 대가가 아니라, 모멸감을 견딘 대가였다. 모멸감과 수치심을 견딘 대가. 돈이 아니었다면 이 일을 했을 것인가? 라고 물었을 때 '아니'라는 대답이 가장 먼저 나올 직업이라면, 그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직업이 아닌가.  다 돈 때문이었다. 돈이 가진 힘이 너무 세서, 우리는 그 돈에 휘둘려서 이랬다가 저랬다가 웃다가 울다가 한다. 돈 따위, 무시하고 싶지만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었고, 돈이 가진 힘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그 힘을 갖고 싶은거였다. 돈 때문에 일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돈의 노예가 된다. 노예 따위, 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서 삶이, 



어렵다. 늘 당당하고 싶지만, 늘 당당하게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끔 그렇게 의도치않게 노예가 되어버려서. 노예가 되어 굴복할 수밖에 없어서. 무릎 꿇을 수밖에 없어서. 감정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우리는 노예가 되곤 한다. 결국 성을 팔도록 하는 사회, 그런 환경이라면, 더이상 도망갈 데가 없었다는 건 아닐까. 저 모멸감과 수치심을 선택했다는 건 결국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게 아닌가. 우리는 사람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아서는 안되는 게 아닐까. 막다른 골목에서도 도망칠 수 있도록, 벽에 최소한 구멍을 뚫어줘야 되는건 아닐까. 막다른 골목에서, 더이상 갈 데가 없어서 선택한 거라면, 그건 선택하지 않는 쪽이 더 좋은게 아닌가.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저 포스터의 '오늘밤은 누구랑 할까?' 라니...안습이다. 쩝.












(왼쪽은 양장, 오른쪽은 반양장)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일상을 버텨나간다. 그리고 저마다의 기준으로 책을, 음식을, 영화를, 음악을, 사랑을 선택한다. 사랑을 선택함에 있어서 누군가는 예쁘고 잘생기면 용서가 되기 때문에 상대의 단점을 눈감아주려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예쁘고 잘생긴건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그의 성정을 봐야한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뜨겁고 열정적인 상대를 만났을 때 그 상대와 불같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몸소 뛰어드는 사람도 있고, 훗날에 다가올 고통이 두려워 이를 악물고 그 열정을 피해가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내가 어떤 사람이든, 나이 들면서 내 성향 자체가 변하기도 한다.


지금의 나는 오래전의 나와 또 달라서, 사랑을 선택할 때 많은 걸 고려하지도 않고 재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 좋으면 사귀는거지, 라고 사귀다가 뭔가 불편한 게 생기면 헤어지는거지, 하고 헤어진다. 어차피 사랑이란 감정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보고, 내가 가장 편하기 위해서는 내가 혼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래전의 나는 그렇지 않았다. 무모하게 덤벼들기 보다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느라,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좋아했던 사람, 가장 열정적으로 다가왔던 사람을 놓치고 말았다. 그게 내내 아쉽고 후회가 되서, 그때 내가 왜그랬을까, 아직까지도 내 머리를 쥐어박고 싶어지지만, 한 편으로는 만약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해도, 지금에와서 거기에 따른 결과를 가지고 아쉬워할거란 생각이 든다.



클레브 공작부인은 그때의 나같았다. 그녀는 클레브 공작과 결혼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남편인 클레브 공작은 부인이 자신을 열정적으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아내를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반해있고, 아내인 동시에 애인처럼 사랑하는데, 아내는 그저 남편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것. 그에 대한 하소연을 들을라치면 클레브 공작부인은 그게 대체 무슨말이냐, 대꾸하곤 했지만, 느무르 공을 만난 뒤의 공작부인은 아, 이것이 남편이 말한 그것이었구나, 하는걸 깨닫는다. 그래, 클레브 공작부인의 열정적 사랑은 남편이 아닌 느무르 공을 만나서 침투하고, 폭발해버린 것이다. 아무리 그 열정을 잠재우려고 해도, 가라앉히려고 해도 도무지 되질 않는다. 그를 잊고 지우는 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힘든 일이다.



그의 뒷모습을 망연자실 바라보던 클레브 공작부인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불길이 다시 거세게 일어났다. 그녀는 하릴없이 느무르 공이 방금 누워 있다가 떠난 자리에 가서 앉았다. 무엇인가에 압도당한 채 그곳에서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아, 이 남자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서 느무르 공은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스러웠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오래전부터 그녀만을 성실히 사랑해온 남자,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녀의 고통마저 존중하여 그녀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그녀를 보러 오는 남자, 재미를 누리던 궁을 떠나 그녀를 가두고 있는 벽들을 바라보러 오는 남자. 그녀를 만나지도 못할 곳에 와서 홀로 몽상에 젖는 남자. 이런 애정만으로도 그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지 않은가. 설령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도 이젠 그녀가 그를 사랑하겠다고 할 만큼.(pp.202-203)



당신은 당신을 보기 전에는 제가 알지 못했던 감정을 제게 불러일으켰어요. 저는 처음에는 놀랍고 그 후에는 동요와 흥분을 일으키는 그런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덜 부끄러운 마음으로 그걸 고백할 수 있어요. (p.209)



연애에 도통했던 느무르 공은 자신의 그간 연애생활을 싹 정리할만큼 클레브 공작부인을 사랑했다. 한번이라도 더 그녀를 보기위해 갖은 애를 쓰고, 그녀의 모든 행동과 말에 신경을 쓴다. 혹여라도 자신의 어떤것이 그녀에게 상처를 주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혹여라도 그녀의 어떤것이 자신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않을까 애를 태운다. 그러니 그의 사랑을 그녀가 알고, 또 그녀가 그를 사랑하는 걸 알게 된이상, 이 사랑이 불발로 끝날리는 없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된다. 불태울 수있을만큼 불태우겠지, 그게 느무르 공과 내가 했던 생각이다. 게다가 어느 순간, 느무르 공에겐 장애물이라 여겨질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유부녀'란 신분이 자유로워진다. 그러니 그들을 가로막는 건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그들에겐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일 달콤한 순간들만이 기다릴거라고, 느무르 공과 내가 생각한다. 그러나, 클레브 공작부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클레브 공작부인은 겁을 먹었다. 클레브 공작부인은 아프고 싶지 않았다. 클레브 공작부인은 자신이 열정을 불태운 후에 기다리는 것이 고통일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그야말로 사랑의 본질을 궤뚫고 있던 셈이다. 지금의 나라면, 이여자야 나중에 어떻게 되든 일단 할때까지 해보라고, 가보란 말야, 안하고 후회하느니 저질러보라고! 하겠지만, 언젠가의 나도 저질러버리지 못했던 사람인지라 섣불리 그녀에게 충고할 수 없다. 지금은 자신있게 안해보고 후회하느니 저질러보고 고통받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 고통을 차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저는 제 감정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당신에게 보여주는 것은 당신의 애정에 대한 너무 약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제 감정을 자유롭게 다 드러내는 것은 제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일 거예요. 당신의 사랑을 더는 받지 못하는 일은 제게도 참 끔찍한 불행이라고 저는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저는 그 힘든 의무를 지켜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런 불행에 저를 내맡기기로 결정했지만,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자유롭고 저 역시 자유로우니 우리가 함께해도 사람들은 당신을 비난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남자들이 영원한 약속 안에서 그 열정을 계속 간직할 수 있을까요? 그런 기적이 제게 일어날까요? 제 모든 행복이 될 그 열정이 결국에는 사그라지는걸 분명 지켜봐야 할 거예요. (중략) 저는 우리 사이의 장애물이 당신을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걸요. 그 장애물이 당신으로 하여금 승리의 의지를 불태우게 했고, 의도적이지 않았던 제 행동으로 혹은 우연으로 당신이 알게 된 것들 때문에 물러서지 않을 희망이 생긴 거지요." (p.212)



느무르 공과 절대 결혼하지 않기로 한 이유들은 의무로 볼 때는 매우 당연한 것이었지만, 마음의 평화로 볼 때는 매우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면 반드시 질투라는 고통이 올 것이고 느무르 공의 사랑도 반드시 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자신이 빠질 불행의 심연이 어떨지 눈에 보이는 듯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남자의 존재를 거부하는 것이 도덕도 예의도 어쩌지 못하는 불가능한 시도라는 것도 잘 알았다. 그녀는 오로지 떨어져 있으면서 시간이 지나는 것만이 자신에게 힘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심뿐만 아니라, 느무르 공을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떠나 철저히 은둔하며 살기 위해 아주 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pp.218-219)



그녀가 생각한 사랑의 본질은, 그래, 정확히 궤뚫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이 가져오는 열정, 열정이 가져온 사랑은 일시적이고 유효하다. 그 열정 그대로 오랜 기간을 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가 감당할 수 없을거라 생각한 열정뒤의 고통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지금의 나는 그녀같은 선택을 하지 않겠다 장담하지만, 막상 그 사랑 앞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나조차도 모르는 거다. 그렇지만, 그 유효한, 일시적인 사랑을 하는 상대에 따라 그 사랑은 다른 성격으로 변할 수 있다. 열정으로 시작된것이 안정적이고 탄탄한 관계를 만들 수 있고, 그녀가 그토록 두려워한 질투도, 어쩌면 겪지 않게 됐을런지도 모른다. 미리부터 겁을 먹고 그 안으로 기꺼이 뛰어들지 않았기에, 그녀는 질투도, 열정이 식는 고통도 겪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랬기에 그 열정이 주는 뜨거움과 짜릿함 그리고 그 뒤에 어떤식으로 이어질지 모를, 어쩌면 밝은 미래까지 포기한 셈이다. 또한 그 사랑에 뛰어들지 못했다는 자책과 후회가 먼훗날 도무지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다가와, 아플때 아프더라도 기꺼이 한 몸 불사를 걸 그랬다고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게 될것이다. 또한, 그와 그 사랑을 하지 않고 마음에 품으며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남은 평생 다른 사랑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내안의 열정을 불사르고 그걸 해내고 고통스러워하고 잊어야, 또다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건 자명한 사실이다. 누군가를 내내 가슴속에 품고 있다면, 다가올 다른 사랑도 하지 못할 확률이 매우 크다. 그녀는, 그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그 사랑을 해내고, 앞으로 나아갔어야 했다. 그러나 이건 옆에서 지켜보는 나의 선택인 것이지, 그 사랑에 허우적대고 있는 그녀의 것이 아니다. 그것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불린다한들, 깊은 수렁에 빠진 사람은 일단 거기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먼훗날을 생각하지 못하니까.



사랑의 노예,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한 선택이 열정으로 들어가는 것이든 빠져나오려는 것이든, 어떤 선택을 하든 그녀는 지금 사랑이란 감정에 휘둘리는 사랑의 노예라고. 우리는 가끔, 그렇게 사랑의 노예가 된다. 사랑이 시키는대로 하고, 사랑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 하는, 노예.






지난 주말엔 여동생 집에 다녀왔다. 나는 그날밤을 조카와 둘이 잤는데, 여태 조카랑 둘이 자본적이 없던터라, 무척 좋았다. 새벽에 몇차례 조카가 깨길래 그 때마다 토닥토닥 이모 여기있어, 라고 해주고 다시 자는데, 새액새액- 잠든 조카의 규칙적인 숨소리를 듣는게 그렇게나 좋더라. 집으로 돌아가기전, 조카에게 말했다. 이모는, 조카랑 잔게 가장 기억에 남아. 너무 좋아. 조카는 이모 와있어서 뭐가 제일 좋았어? 그러자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



응. 이모랑 쉬한 거.


아니........왜 쉬한게 제일 좋아. ㅠㅠ 

1박2일 있으면서 조카랑 놀았는데, 고작 그만큼을 있으면서 온 몸의 에너지가 다 소진되더라. 결국 집에 돌아오자마자 샤워하고 떡실신했다. 고작 1박2일에 이지경이 되었는데,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대체 매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걸까. 게다가 돌봐야 할 어린 아이들이 둘씩 셋씩 된다면. 하아- 세상의 모든, 육아에 힘쓰고 있는 엄마와 아빠들에게 진심을 담아 격한 응원을 보낸다. 



내 핸드폰의 비밀번호는 이 세상에 나 말고 단 한사람, 조카만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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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03-12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인용해 주신 대목을 읽으니 이 책을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이 되살아 나서 참 좋네요. 아, 조카는 커서 이모의 따뜻함을 정말 아름답게 추억할 것 같아요. '이모'란 존재는 참 특별한 것 같아요. 엄마와는 다른.. 육아를 힘들다고 이야기해 주는 글이 왠지 지지가 되는 것 같아 좋네요.

다락방 2014-03-13 09:32   좋아요 0 | URL
클레브공작 부인이 이해되면서 안타깝고 그렇더라고요. 그 격렬한 감정을 한발 더 내딛지 못하는게 답답한데, 그랬기 때문에 그 감정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이해되고요.

조카가 과연 시간이 흘러도 절 기억하고 추억하고 그럴까요? 이제 학교 들어가면 흥, 이모따위! 하는거 아닐까요? 흑흑. 제가 조카랑 함께 술 마시려면 십오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니, 저는 노년이 되어있겠더라고요. 슬퍼.. ㅠㅠ

육아는 감히 제가 시도 해볼 생각도 못해요, 블랑카님. 제겐 너무나 벅차게 느껴지는 일이라서요. 블랑카님 정말 대단하신거에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2014-03-12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3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3-13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찜합니다. 제가 요즘 [오래오래] 읽거든요. [프랑스 중위의 여자]랑 [오래오래]랑 모두 결혼 제도 밖에서 사랑을 찾는 여인네들이 계속 나와서요. 이러다가 자유부인될까 걱정스럽지만서도, 다락방님 멋진 리뷰에 이 책을 안 읽을래야, 안 읽을 수가 없네요. 특히, 이 구절이요.

저는 제 감정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당신에게 보여주는 것은 당신의 애정에 대한 너무 약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제 감정을 자유롭게 다 드러내는 것은 제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일 거예요. 당신의 사랑을 더는 받지 못하는 일은 제게도 참 끔찍한 불행이라고 저는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저는 그 힘든 의무를 지켜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런 불행에 저를 내맡기기로 결정했지만,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자유롭고 저 역시 자유로우니 우리가 함께해도 사람들은 당신을 비난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남자들이 영원한 약속 안에서 그 열정을 계속 간직할 수 있을까요? 그런 기적이 제게 일어날까요? 제 모든 행복이 될 그 열정이 결국에는 사그라지는걸 분명 지켜봐야 할 거예요.

키햐~~ 넘 근사한데요. 도전합니다, 도전!

아무개 2014-03-13 09:10   좋아요 0 | URL
저도 읽지 않았으면서 <오래오래>를 다락방님께 저도 권했던 기억이 나네요 ^^

다락방 2014-03-13 09:39   좋아요 0 | URL
제가 그간 읽어온 여자들은 결혼 제도 밖에서 사랑을 만나고 그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이 책, <클레브공작 부인>은 자신의 감정을 선택할지언정 그 상대와 '함께' 가는 것을 선택하지는 않아요. 이해되면서 인상적이고 답답하면서 공감도 되고 .. 독특한 캐릭터였어요. 독특한데, 충분히 그럴만하달까요.

<오래오래>는 처음 책 나왔을 때부터 찜해두고 있었는데 아무개님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여즉 구입도 안하고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엔 구입할 책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

단발머리 2014-03-13 16:00   좋아요 0 | URL
음... 그렇군요.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서 여주인공은 결혼제도 안으로 막 들어서려는 남자를 막아서서 자신을 사랑하게 해놓고, "저는 당신과 결혼할 수 없어요."하고 떠나더라구요. 처음엔 이해가 안 됐죠. 그녀는 결혼의 억압 가능성을 미리 간파했다고 할까요. 어찌보면 클레브 공작 부인과 비슷한것 같아요.

"남자들이 영원한 약속 안에서 그 열정을 계속 간직할 수 있을까요?"고 묻잖아요.
저는 아니라는 쪽에, 남자만 그런게 아니라 여자도 아니라는 쪽이거든요.
그러니, 결국엔 그 사람을 떠날 수 밖에요. 그럼, 어쩌자는 건지요.
사랑하고, 떠나고, 또 사랑하고 떠나고. 그런거예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4-03-14 11:12   좋아요 0 | URL
저도 '아니'라는 쪽에 거는 사람입니다. ㅎㅎ
결국 인간은 누군가를 떠나고 사랑하고 떠나고 사랑하고 반복하기 때문에, 그리고 저같은 사람에겐 그게 남들보다 더 쉽게 반복되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법적으로 정착을 매듭짓는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는 각자가 찾아내야 할것 같아요. 자, 그럼 나는 어쩔것이냐, 하고요. 인간은 정말 불완전한 존재에요, 단발머리님. 그치요?

자작나무 2014-03-13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아쉬운 것은 갈수록 사라져가는 무언가에 대한 열정, 그것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다락방 님의 사랑에 대한 태도에 대하여 동의합니다

다락방 2014-03-14 11:10   좋아요 0 | URL
제 열정도 많이 사그러든것 같아요. 예전같지 않다고 종종 느껴요. 열정은 그 특성상 한 사람안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면, 나는 그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는 내 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면 나 역시 그(녀)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은 상대가 혹은 내가 알 필요가 전혀 없지만, 좋아하는 감정은 알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는거야 본인의 자유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건 꽤 자랑스럽고 근사한 일이니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하는채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채로 일상을 버티게 하고 싶지 않다. 좋아하는 감정이라면, 사랑하는 감정이라면 그것이 반드시 동거라든가 결혼, 연애등의 관계로 이어지는게 아니라 할지라도 아는게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잘 하는 편이다. 상대의 기분 좋게해주자고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좋아한다는 거짓을 말하는 건 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한다고 말함으로써 우리 관계가 더 끈적해진다거나 더 찐득해진다거나 하길 바라는 게 아니다. 다만, 나는 당신이, 이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 물론 그 관계가 끈적거리고 찐득해져도 좋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어린 에이프릴, 이 작은 꼬마가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과 함께 사는 고양이가 자신의 사랑을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고양이가 자신의 사랑을 모르는 채로 사는 건 슬픈 일이라고 생각하고,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고양이를 '선택'한다. 이 사랑을 알게 해야해!















에이프릴은 목이 메어 왔습니다. 가슴 아픈 장면을 상상했거든요. 불쌍한 시바! 돌봐 줄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외딴 곳에 버려져서, 겁에 질려 울부짖겠지. 에이프릴은 시바가 식구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 느낄 슬픔과 절망을 그려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에이프릴이 더 이상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건 정말로 참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에이프릴은 갑자기 마음을 바꿨습니다. 별수없어, 시바 대신 브렌다를 헬렌 이모네로 보내는 수밖에. 헬렌 이모는 브렌다를 기르고 싶어했으니까 친절하게 잘 보살펴 줄 거야. (페이지 수를 모르겠...지금 책이 없어서.....패쓰. 어쨌든 이 책의 본문 인용)




시바는 에이프릴과 함께 사는 고양이인데, 이번에 새끼를 세 마리 낳았다. 새끼들은 너무 깜찍하고 귀여워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다. 에이프릴의 집이 너무너무 좁아 에이프릴의 아버지는 고양이 세마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입양 보내기로 하고, 에이프릴이 가장 좋아하는 새끼고양이 브렌다를 남겨두기로 한다. 그러나 입양보내기 전날 밤, 에이프릴은 잠들지 못한 상황에서 부모님의 대화를 듣게 된다. 헬렌 이모네로 가게 되어있는 시바는, 큰 고양이이기 때문에 덜 사랑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에 에이프릴은 슬퍼한다. 에이프릴은 시바를 사랑하는데, 그 사실을 시바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데, 그걸 알지 못하는 채로 시바가 외로워할 생각을 하니 견딜 수가 없는거다. 결국 에이프릴은 아빠와 엄마에게 자신이 시바를 맡겠다고 한다. 브렌다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으니, 브렌다를 보내자고..



나는 그간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와 상관없이, 한 대상에 대한 애정과, 그 애정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에이프릴의 간절한 마음이 전달되었다. 시바는 충분히 에이프릴의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이미 아담스가 섹시한 춤을 춘다고 해서 이 영화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게다가 이 명배우들의 출연이라니. 그러나 영화는 그렇게까지 재미있진 않았고, 에이미 아담스는 아주 짧은 시간만 춤을 춘지라 딱히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제니퍼 로렌스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나는 <헝거 게임>을 보지 않았지만, 헝거 게임을 봤던 사람들이 과연 짐작이나 했을까, 그녀가 이토록 멋진 여성이 될 거라고. 며칠전에 제니퍼 로렌스의 인터뷰 글귀가 트윗에서 여러차례 리트윗 된 걸 본 적 있는데, 거기에서 그녀는 자신이 헐리우드에서 많이 먹는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은 굶지 않을 것이고 계속 이렇게 지낼거라고 했다. 완전 쑝갔다. 나랑 마인드가 똑같어...



마인드만..






 

시간은 참말이지, 잘도 흘러간다. 월요일 부터 매일, 매시간 모든것들이 벅차게 느껴지고 버겁기만 했는데, 오늘 아침 눈을 떴더니 목요일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벌써 목요일이 되었네, 하고 스맛폰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착각하는 건 아닌가 해서. 목요일이 맞았고, 그 사실이 기뻤다. 그러나 지하철 안에서 또다시 양재역이란 안내 멘트가 들려온 순간 왈칵, 슬픔이 차올랐다. 싫다...


반나절만 더 버티면 금요일을 맞이할 수 있고, 금요일이 되면 어떤 술을 마실지 지금부터 고민 좀 해봐야겠다. 소주를 마실까, 와인을 마실까. 거기에 따라 안주는 돼지가 됐다가 소가 됐다가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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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6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6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7 0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4-03-06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재역을 지나치시는군요. 저는 양재역에서 환승합니다. 전철 안에서 독서 중인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다락방님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를 찾으려 하지는 마세요.)

다락방 2014-03-06 15:01   좋아요 0 | URL
전철 안에서 독서 중인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저로 생각하시는 것에는 대찬성이지만, 절대 말을 걸지는 마세요. 그럼 모두에게(그 여인, 마립간님, 저..) 상처가 됩니다... ㅎㅎㅎㅎ

비연 2014-03-0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돼지입니다... 족발로다가..ㅎㅎ 쏘주랑.

다락방 2014-03-06 15:01   좋아요 0 | URL
아 .. 갑자기 눈 앞에 족발이 둥둥 떠다니네요..

관찰자 2014-03-06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본적으로는 '굶지 않겠다'에 찬성하고,
실제로 아이를 낳고는 굶으면 죽을 것 같아 '못' 굶지만서도.

건강하고 이쁜 여자의 몸이 되고픈 열망은 정말이지 포기하기가 어렵네요.ㅠㅠ

저렇게 말하는 제니퍼 로랜스는 건강하게 아름다운 몸이지요??ㅠㅠ

다락방 2014-03-06 15:48   좋아요 0 | URL
네, 제니퍼 로렌스는 건강하게 아름다운 몸이지요.
저는 먹는걸 선택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몸과는 아주아주 거리가 먼 육체를 소유하고 있고요. 하핫.
세상은 잔인하기 땜시롱 제니퍼 로렌스가 굶지 않고 먹는 것과 다락방이 굶지 않고 먹는 것에 차이를 두셨습니다.
-_-

moonnight 2014-03-06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니퍼 로렌스도 에이미 아담스도 건강한 아름다움이라 너무 예뻐요. 요즘 아카데미 시상식을 조금씩 다시 보고 있는데, 제니퍼 로렌스, 진짜 예쁘더라구요. 정말 밝고 긍정적인 사람 같았어요. 얼굴도 몸매도 예쁜데 성격까지 좋다니! ^^

그나저나 전 금요일엔 보쓰와의 저녁식사가 예약되어 있어서 울적. ㅠ_ㅠ 다른 동료들도 함께 하니 그나마 좀 낫긴 하지만 불금의 기분이 전혀 안 난다는. ㅠ_ㅠ;

다락방 2014-03-06 17:34   좋아요 0 | URL
아..보쓰....하필이면 불금의 저녁 식사를 보쓰와... ㅠㅠ
전 친구랑 술마시기로 했어요. 기대기대. 히히히.

제니퍼 로렌스 너무 예뻐요. 전 저렇게 건강미 철철 넘치는 여자가 너무너무 좋아요!! >.<

마노아 2014-03-0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참 좋다. 좋아요, 다락방님! ^^
저도 이 영화에서 제니퍼 로렌스가 참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건강한 미인이에요.
에이미 아담스는 내내 가슴 가운데를 노출했는데 안 예쁘더라구요.
그런데 영화 300에서 에바 그린의 가슴은 정말 쑝 가게 아름다운 거예요. 아, 영화 보다가 헉!했어요.

다락방 2014-03-07 15:12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전자렌지에 은박접시 넣을 때 진짜 빵터졌어요. 금속을 넣지 말라고? 흥 내가 넣어도 된다는 걸 보여주겠어(이런 뉘앙스)로 넣다가 펑- 하고 터져버리는데 ㅎㅎㅎㅎ

에이미 아담스 가슴 가운데 노출한 것도 전 괜찮더라고요. 자연스럽다고 해야하나. 쳐진 가슴을 보는데 안도감이 찾아왔어요. -0-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읽고 재미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어제 읽은 책 『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에서 요네하라 마리에 관련된 부분을 읽고 웃겨가지고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무얼 하나 더 사서 읽어볼까, 하고 생각했다.


"인간의 머리회전도 같은 거야. 뇌수도 가장 멍청하고 유익한 뇌세포의 속도보다 빨리 회전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어. '알코올을 너무 섭취하면 뇌세포를 파괴한다. 그러니 음주는 적당해 해라.' 따위의 그럴듯한 논리를 늘어놓는 자들이 있는데, 물소 무리와 마찬가지로 알코올 때문에 파괴되는 건 가장 약하고 느린 뇌세포야. 말하자면, 매일 술을 마시면 느린 뇌세포를 파괴해주니까 결과적으로 뇌수 전체의 움직임은 빠르고 효과적으로 되는 거야."

"아버지, 머리 회전이 너무 빠르면 힘들잖아."

"그러니까 그걸 담배로 조절하는 거잖아."

-요네하라 마리, 『속담 인류학』중에서 (p.34)










인용된 책이 <속담 인류학> 이니, 그걸로 할까? 하하하하하.


저자 류민해는 이 책에서 각 에피소드마다 자신이 읽은 책의 인용을 덧붙여 얘기하는데, 요네하라 마리 부분에서도 그렇고, 어떤 책은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일상과 곁들어 읽는게 더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루쉰도 궁금해져서 뭔가 좀 찾아 읽어봐야겠다. 사실 어떤 글들은 이미 그녀의 블로그에서도 읽었던 바 익숙한 것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으면서 역시 그 때처럼 애틋했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읽기 힘들었다고 해도 좋을, 그러면서 가장 많이 안도한 부분.


눈이 많이 온 날, 큰 아이를 잃고 헤매다가 다시 찾는 과정에서, 아이가 엄마를 보고 으앙, 울음을 터뜨리는 그 장면에서 어휴, 안도하고 힘들고를 반복했다. 조카가 생기고난 후 더더욱 나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엄마가 고통 당하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어진다. 



이제 치카치카 안 한다고, 밥 먹을 때 딴짓하고 어린이집 갈때 꾸무럭거려서 맨날 지각한다고, 같은 반 아이들 다 쓰는 자기 이름 석 자 혼자 못 쓴다고 구박하지 말자.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 옆에만 있어준다면, 건강하게 이렇게 있어만 있어준다면 (그런데 이 부분은 이 책에서 가끔 보이는 오타인듯. '있어만 있어준다면' 이라니.) 그걸로 감사하잖아.

그렇게 집으로 올라오는 사이, 아이는 벌써 아까 일을 잊어버렸는지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고 나를 조른다. 그래, 만들자. 우리 진서가 이렇게 건강하게 웃어줄 수 있다면 이 추위쯤이야, 내 몸 힘든 것쯤이야. (pp.100-101)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여동생과 남동생과 조카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백화점을 갔다가 밥을 먹고 조카가 뽀로로음료수를 사달라고 해서 데리고 식품 매장으로 간거다. 손을 꼭 잡고 식품매장엘 가고, 음료수를 선택했지만 계산할 때는 잠시 손을 놓아야 했다. 타미야, 잠깐만 그대로 서있어 어디가지말고, 라고 말하며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내려는 그 찰나, 아이는 손을 놓자마자 부리나케 뛰었다. 아. 쓰다보니 또 눈물나. 나는 계산대 아주머니께 잠시만요, 라고 말하고 미친듯이 뛰어갔다. 아, 그 어린 아이가 얼마나 빠른지! 나는 이렇게 애가 타는데 얘는 매대사이를 돌아다니며 깔깔대고 웃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튼 가까스로 아이를 붙잡았는데, 이런 우리가 걱정됐는지 매대에 서계시던 분도 잡았어요?(아니, 찾았어요? 였을지도) 라고 물으시며 나를 따라오셨다. 어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동생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고, 그 당시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무척이나 겁나고 두려웠는데 ㅠㅠ 이런 부분을 읽는건 역시 너무나 힘들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떨어져 있으면서 두려움을 느낄 아이 때문에,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겁먹고 당황하는 엄마 때문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당연히 그런면에서 가장 무서움을 안겨줬던 이 책이 떠오른다.





이 책에서는 엄마를 잃은 아이가 나온다. 그 아이가 엄마를 잃은 과정이 소름끼치는데,


아이와 엄마가 함께 지하철을 탔다. 내려야할 역에서 엄마가 먼저 내렸고, 아이가 내리지 않았다는 걸 안 순간 지하철안을 들여다보았고, 내리지 못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지만 지하철 문은 이미 닫혔고, 그 사실을 인식한 순간 지하철은 떠나버린 거다.







아, 너무나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무서웠다. 힘들어서 책장을 덮었던 기억이 난다. 자꾸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닫힌 지하철문 사이, 그 경계, 그 안과밖으로 서서 눈이 마주치는 엄마와 아이. 이게 소설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이 땅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미치게 무서웠다. 엉엉. 쓰다가 또 울고싶어 ㅠㅠ 이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서 뭔가 이걸 잊게 해줄 알약 같은게 있으면 먹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ㅠㅠ 



아무것도 갖지 않고,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편할지도 모르겠다. 갖는 순간, 사랑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자라나기 시작하고, 그 지점이 바로 나에게 약점이 생기는 부분이니까. 그렇기에 '옆에 있는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저자의 말이 아주 강하게 후려쳤다. 내가 와인을 마시면서 읽었기 때문에 그 말이 더 감성적으로 들린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의 식구들을, 친구들을, 그간 나를 거쳐갔던 애인들을 떠올리며, 그들이 옆에 있어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중 어떤이들은 여전히 옆에 있기 때문에 고맙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자란 아니지 애인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가 하는거니, 있는 동안에만 감사하면 될 일이지만, 내 식구들과 친구들은 지금처럼 계속 그렇게 쭉,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옆에 있다는 사실에 가끔 감사하면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와인 한 잔을 마셔서 가슴속이 뜨거워지며 취기가 돌  때, 마침 친구들이 채팅창으로 일상적인 대화들을 보내왔고, 나는 그들에게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메세지를 보냈다. 진심이었다. 물론 우리의 육체는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놓여있었지만.





그나저나, 육아가 더 쉬워지는 방법은 없는걸까?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돕는 일이니 어려운 게 당연한걸까?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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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4-03-05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큰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 한 5살쯤 되었을때쯤,
지하에 있는 생활용품 판매장에서 우산을 사려고 잠시 손을 놓았는데,
아이가 여기저기 잔뜩 쌓여있는 다양한 물건들에 정신이 팔려 막 구경하느라 돌아다니더라구요.
그래봤자 지하 매장이니, 지가 가면 어딜가겠어 싶어서 놔뒀는데,
계산을 끝내고 찾아도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때 저 끝 진열대 복도를 우다다다 크게 소리내며 달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아빠를 부르며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녀석이 예쁜 거 찾아 돌아다니다가 진열대 사이에서 길을 잃고,
정신을 차리곤 겁이 나서 나를 찾아 막 뛰어다닌 거였어요.
웬지 다락방님 상황과 조금 비슷한 것 같네요.

단발머리 2014-03-0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저희 집에 책이 별로 없지만(자랑?) 요네하라 마리 책은 몇 권 있어요. 전 '차이와 사이'를 읽었던것 같아요. 옆에 있어줘서 고마운 사람이 좋아해서요. 읽는 거는 못 봐지만서도^^ 저도 '속담인류학'이 읽고 싶네요. 집에 없는 책만 읽고 싶은 이 묘한~~~ 거시기....

2. 빠른 어린이를 위해 저는 외출시 거의 '운동화'를 착화합니다.
어린이가 참 빠르지요. 뛰기 시작할 때, 거의 동시에 같이 뛰어야 합니다. 아이들 막 뛰어갈 때, 뒤에서 "어~~ 뛰지 마!"하는 엄마들 많은데, 사실 참 위험하거든요. 저희집 둘째는 키가 작아서 도로에서 막 뛰면 사실 운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아서요, 전 같이 뜁니다. 저는 키도 크고, 달리기도..... 잘..... 합니다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

건조기후 2014-03-0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7살 때 제주도에서 미아될 뻔했던 기억 나네요. 큰집에서 고모네로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빠가 잠시 우유를 사러 간 사이에 혼자 버스를 타버린 거예요. 무섭거나 울었던 기억은 없고(내가 내 발로 탄 거니까;) 그냥 이 버스를 타면 고모네 갈 수 있고 아빠도 고모집을 아니까 따라 올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제가 없어진 걸 알고 놀란 아빠는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한테 물어서 제가 버스를 탄 걸 알고 무작정 택시를 타고 쫓아오셨죠. 결국 부녀가 상봉하긴 했는데.. 아빠는 놀랐던 것보다, 미친듯이 쫓아온 아빠를 보고도 멀뚱멀뚱 가만히 있던 제가 더 기가 차셨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는 그냥 아빠가 예상대로 따라 온 거였는데.. ;; 하여간 그 일로 멍충이 곰탱이 오만 꾸중은 다 들었는데, 당시에는 버스 먼저 탄 게 이렇게 욕을 먹을 일인가 얼마나 억울했는지 몰라요. ㅎㅎㅎ 지금은, 아이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부모 심정이 어떨지 생각만해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지만요.

moonnight 2014-03-0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진짜잘하네요.@_@;;;(너무 당연한 얘기ㅎㅎ)

아기를 놓친다는 거,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에요ㅠㅠ
첫째조카가 네살쯤이었을 때 새언니랑 조카 데리고 쇼핑 갔었어요. 계산하는 곳이 좀 떨어져 있어서 조카는 새언니랑 두고 갔는데 줄서서 기다렸다 계산하려는데 누가 엉덩이를 만지길래-_- 돌아봤더니 조카가 그새 저 찾으러 온거에요. 새언니가 잠깐 옷구경하는새 사라진거라 새언니는 완전 사색이 되어서 정신나간 상태 ㅠㅠ 제 엉덩이를 잘 찾았기에 천만다행이지-_- 딴사람 따라갔으면 어쩔뻔했나 싶어서 아직도 생각하면 무섭ㅠㅠ

달사르 2014-03-0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요네하라 마리.
덕분에 안심하고 술을 계속 마실 수 있겠어요. ^^

아무개 2014-03-0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릴적에 엄마가 저를 버스에 두고 내려서
택시 타고 다음 정류장까지 쫒아갔었다고...

그리고
간장 사오라고 바로 대문 앞 구멍가게에 보냈더니
큰 다리를 건너 큰 시장 과일가게에서
바나나를 먹고 있다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그리고
아버지가 사다준 핫도그를
너무 맛나게 먹다가 목에 걸려서 파랗게 질렸는데
놀란 아버지가 저를 들쳐 업고 뛰어 병원으로 가던중
아버지 등에서 '꺼억' 트름과 동시에 '나 소화 다 됐어요'를 했다고

그리고
처마에서 떨어진 물이 얼어서 물기둥이 되었는데
주머니에 손 넣고 뛰다가 얼음에 턱을 그대로 박아서
숨구멍이 보일정도로 찢어져 지금도 흉터가 있다는.

그리고
동네 남자애한테 둔기(?)를 휘둘러 그애의 눈가가 찢어져
욕도 엄청 먹고 치료비도 물어주었지만
그후로 한동안 내내 골목대장이였다는....

저는 참 얌전한 아이였습니다. 으흐흐흐

아...어제 마신 술이 아직 안깨요...힘드러 ㅠ..ㅠ
 





<정사 2013 (원제: MONA)>은 일자리라곤 도축장이 전부인 작은 시골 마을이 배경이었다. 나는 주인공 모나가 아니지만, 모나의 선택을 이해하지만, 나였으면 도시로 나와 일자리를 찾고 다른식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으려고 애를 썼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침체된 공간, 침체된 사람들이 그 작은 시골안에 있었다면 이 영화 <어느 멋진 순간 (원제: A Good Year)>에서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시골이 있다. 시골과 전원이란 단어가 주는 그 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이 영화에서 보여진다고 하면 될까. 모나에서는 도시로 나가는 게 답일 것 같은 반면, 이 영화에서는 전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삶의 궁극적 해답으로 보였다. 


주인공 '맥스'는 삼촌이 돌아가시고 나자 그 집을 처분하기 위해 런던에서의 바쁜 일정을 쪼개어 프로방스로 날아간다. 거기, 프로방스에는 아주아주 큰 집이 있고, 라벤더가 놓여진 베란다가 있고, 넓고도 넓은 포도밭이 있고, 수영장과 테니스장이 있고, 와인이 가득 저장된 와인 창고가 있었다. 그뿐인가. 포도밭을 관리해주는 아저씨와 매 끼니를 사랑스럽게 챙겨주는 아주머니도 있다. 대체 이런 저택과 풍경을 마다할 이유가 무엇인가. 서재에서 글을 쓸 수도 있고 바깥 정원에 나가 일광욕을 할 수도 있다. 아주머니가 차려주는 식사는 풍성하고도 풍성하며 집안 곳곳에는 와인들이 놓여져 있다. 게다가 차를 몰고 조금만 나가면 아름다운 여자가 일하고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도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풍경에 흠뻑 빠져 젠장, 삶은 결국은 프로방스에서 마무리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영국에도 집이 있고 프로방스에도 집이 있는 사람의 에세이를 읽다가 빡친적이 있었는데, 빡은 빡이고 나 역시 프로방스에 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진짜 많이 생각했다. 지하실로 내려가 아무때고 원하는 와인을 꺼내올 수 있는 삶이라면, 창밖으로 내다보는 풍경이 마치 천국의 그것과 같다면, 식탁에는 언제나 맛깔스런 음식들이 풍부하게 차려진다면, 아 이 얼마나 완벽한 삶인가 말이다. 맥스가 이곳에서의 삶을 선택하고자 할 때, 그의 변호사는 그에게 충고한다. 그 삶이 결국은 지겨워질거라고, 후회하게 될거라고. 물론 그럴 것 같다. 어떤 정기적인 일을 하지 않는한 그저 놀고 먹고 풍경만 감상하는 삶이 그런대로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쯤은 어떻게든 조율할 수 있지 않을까. 일주일에 사흘만 일한다거나, 재택근무를 한다든가 하면서. 진짜 포도밭과 수영장과 테니스장과 와인창고와 엄청나게 큰 저택을 보면서, 프로방스의 저런 집을 가진 남자가 있다면 그 남자가 누구든간에 당장 결혼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내가 마음을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남자도 같이 마음을 먹어야....쿨럭.



굳이 다른 사람에 의존할 꿈을 꾼 까닭은 지금 내 형편으로는 프로방스에 집을 마련하는 게 말도 안되는 일이란 걸 내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듯 성실하게 꼬박꼬박 직장을 앞으로 십년간 더 다닌다고 한들, 다니면서 술도 끊고 책도 끊는다고 한들, 과연 프로방스에 저런 집을 살 돈이 모여질까? 개똥같은 소리겠지. 설사 로또라도 당첨이 된다면 가능하려나. 아니, 로또당첨으로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또 설사 어찌어찌 저런 어마어마한 저택을 내 소유로 했다한들, 관리비는 어쩔것이냐. 그 큰 집을 관리해줄 일꾼들이 필요한데 그 월급을 무슨 수로 충당해. 아아- 프로방스의 저택이란 실로 대한민국의 월급쟁이가 꿈 꿀 수 없는 아득히 멀고도 먼 곳에 있는 것이구나. 이렇게 영화로 봐야만 하는 곳이구나. 환상의 장소로구나.



한 달만이라도 살다 오는건 가능하려나. 로또 당첨되면 한 달만 머물다 와야겠다. 그러려면 오늘 퇴근길에 일단 로또를 사야겠구나. 아, 이 미친 로또. 괜히 있어가지고 사람을 이지경을 만들어놔. 왜 코털같은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하는거야. 쓰읍-



될 놈은 어떻게든 된다는 게 이 영화의 교훈이다. 어떤 놈은 도시에서 떼돈을 벌고 전망 좋은 고층 아파트에 살았는데, 그 직장을 때려치고 시골로 가도 거기에 어마어마한 포도밭과 으리으리한 저택이 있고 그 마을에서 누구나 뻑가게 아름다운 여자를 애인으로 사귀게도 된다. 인생은 애시당초 불공평한 것이고, 내 몫으로는 프로방스의 땅 한 뙈기도 배정되어 있질 않았다. 



싸구려 와인이나 사다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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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3-0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간 여행으로 묵을수 있다면 정말 부러운 곳이겠지만
글쎄요...삼겹살과 파절이 그리고 소주도 없이
다락방님이 어떻게 저기서 평생 살수 있겠어요? ^^:::



이래저래 답답하니 더욱더 여행 가고 싶은 날들입니다.

다락방 2014-03-04 11:15   좋아요 0 | URL
네, 여행으로 다녀오는 게 더 좋을것 같아요. 미국에 있는 부자친구가 프로방스에 집 하나 사두기로 했습니다.(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삼겹살과 파절이는 없겠지만 와인과 스테이크가 있을테니 괜찮을 것 같아요. 문제는 한국남자가 없다는건데....뭐, 외국남자가 있을테니 그것도 뭐 그런대로..

저도 엄청 바다 보러 가고 싶어요. 돌아버릴 지경이에요. 혼자 훌쩍 다녀올까, 그런 생각을 하는 날들입니다.

자작나무 2014-03-0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방스에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만도 감사할 일이라 위안해 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과장님에겐 좋은 가족들과 친구들, 착한 애인, 야한 동영상이 있지 않습니까. 자신이 가진 것은 공기와 같아서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없어질 때 비로소 인식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와인은 생리전증후군을 악화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락방 2014-03-04 11:22   좋아요 0 | URL
프로방스에서 태어났다면 자작나무님이 말씀하신대로 그곳이 바로 공기와 같은 일상을 주었을테니 감사한 줄 모르고 살았겠죠. 아마 거기에서 다른곳을 향한 꿈을 꿨을 듯요. 제게 좋은 가족들과 야한 동영상이 있는건 맞지만, 그렇다고 내가 있지 않은 다른 곳을 꿈꾸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전 착한 애인은 필요 없습니다. 지금은 프로방스에 집있는 애인이 필요합니다. 하다못해 제주도라도...말타고 해변을 뛰어다니게.....하하하하하.

와인과 함께 갈거라면 생리전증후군도 계속 함께 가야겠네요. 어쩔수없이..

moonnight 2014-03-0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방스에 저런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사람은 (천만다행으로;) 제 주변엔 아무도 없군요. ㅎㅎ
프로방스에 대한 책과 영화들을 보다보면 햇빛과 친하지 않은 저도 한 번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

다락방 2014-03-04 16:59   좋아요 0 | URL
너무 아름다워서 저절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가서 '사느냐' 하는건 또 다른 문제겠지만 말예요. 전 며칠간 아무것도 안하고 뒹굴거리며 맛있는 것 먹고 와인 마시고 지내보고 싶어요. 흑흑

Mephistopheles 2014-03-04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프로방스에 있는 포도밭이 넓게 있고 지하실에 와인이 가득가득한 거대한 대저택의........

"포도 따는 아낙네 #1"도 괜찮치 않을까요...??

다락방 2014-03-04 16:58   좋아요 0 | URL
오! 완전 현실가능성 더 있는 훌륭한 제안이네요. 포도 따는 아낙네 1 이 되어서 대저택의 주인을 유혹하면 되는거잖아요!!!!!!!!!!!!!!!!!!!!!!!!!!!!!!!!!!!!!!!!!!!!!!!!!!!!!!!!!!!!!!!!!!!!!!!!!!!!!!!!!!!

Mephistopheles 2014-03-05 09:36   좋아요 0 | URL
모든 결론은 유혹과 에로스로 종결짓는 에로에로다락방님이시군요...ㅋㅋㅋ

다락방 2014-03-05 10:17   좋아요 0 | URL
결국은 그렇게 되어버리고 마는군요.. ( ")
 



(이 글은 스포일러 덩어리-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이 다 들어가있음-이므로 영화를 보실 분들, 특히나 '재미있게' 보실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나을겁니다.)


삼촌의 죽음으로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라트비아의 작은 마을에 도착한 남자는, 삼촌의 집에 자신의 방이 있었다는 이 마을의 초미녀 '모나'를 알게되고 이내 그녀를 갈망하게 된다. 그녀만 졸졸 쫓아다니고 그녀를 안고 싶고 어떻게든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일도, 아내도 다 내팽개치고 오직 그녀, 모나를 가질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모나는 그의 곁을 맴돌면서 마치 그의 품에 안길듯 안길듯 좀처럼 안기질 않고 그럴수록 그는 더 애가 탄다. 



(모나가 평소에 구경만 하던 구두를 남자는 사서 선물한다. 여자는 비싸다고 안받는데, 이 구두 예쁘더라. 나나 줬으면..)




모나가 살고 있는 시골의 일자리는 도축장 뿐이고, 모나는 도축장에서 일하긴 죽기보다 싫다. 남자에게 남자가 도시에 가있는동안 자신이 이 집을 관리해주면 어떻겠냐고 말을 하고 남자는 그렇게 하라고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아는 그 작고 한적한 장소에서 일터라고 해봐야 뻔하고 누가 누구에게 호감을 가진것도 뻔히 모두가 다 알게되는 그 상황이 나로서는 좀처럼 적응하기 힘든 불편한 느낌을 갖게 했다. 실제로 남자가 삼촌의 죽음 때문에 찾아오고 모나에게 열을 올리게 되는것도 마을 전체가 다 알고 있으니까. 게다가 남자는 도축장에서 일하는 모나의 애인을 무시한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고 있긴하되 자신들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있는데, 거기에 나타나서 도축을 하는 사람들은 다음 생에 도축당하는 동물로 태어나고 똑같이 죽음을 맞는다는 말을 하는 이 남자가, 정말이지 잔인하게 느껴졌다. 말 뿐만이 아니라 이 영화의 장면 장면 틈틈이 도축장의 모습이 비춰진다. 바닥에 흥건히 떨어진 피, 잘려져나가는 동물들의 몸통. 


모나 역시 남자에게 끌리고, 결국엔 그의 집으로 찾아가 그에게 안겨들지만, 그녀는 자신이 시골 여자이고 남자가 도시 남자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다. 당신은 나를 가끔만 찾아오겠죠, 일요일에만 오겠죠, 하고. 그들의 다른 평범한 부부들처럼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는것이다. 남자는 일 때문에 다시 도시로 또 도시의 생활로 돌아왔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더이상 모나를 떠나서는 살 수 없게 되서, 자꾸 모나 생각이 나서 모나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눈이 많이 쌓인 그 날, 그는 차를 끌고 충동적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모나를 향해 달려간다. 가는 도중에 아내로부터 핸드폰이 울리자 그 핸드폰을 냅다 눈쌓인 바깥으로 던져버린다. 아마 그는 도시의 모든걸 포기할 심산이었으리라. 그러나 겨우 당도한 그 곳에서, 그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나를 보게된다. 모나가 선택한 건 결국, 자신이 있는 곳에서 자신이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 그 삶을 줄 수 있는 남자였으리라. 


영화는 별로 재미없다. 나는 제목에서 주는 선정성에 기대어 잔뜩 야한 영화를 상상했는데, 이건 종일 썸만타다 끝나버린...어찌나 허탈한지. 영화의 원제목은 <MONA> 인데 왜 우리나라 번역 제목이 <정사 2013>이 된걸까?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래도 나같은 사람들 보게 할라고 그런듯. 어제 잠들기전에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이 영화를 보고 훅끈 달아올라 야한 꿈을 한 번 꾸기 위함이었는데 어휴, 야하긴 개뿔, 화딱지만 났다. 게다가 틈틈이 나오는 도축장면들 때문에 악몽을 꾸지 않을까도 걱정이 되었고. 여자주인공 모나는 매력적이긴 한데 음, 잘 안씻는 여자 같은 느낌을 줬다. 머리가 계속 떡져있는 느낌이랄까. 예전에 윤상이 한창 인기있을 때 내가 윤상을 좀처럼 좋아할 수 없었던 이유도 머리를 잘 안감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는데, 이 여자도 그렇다. 머리를 안감고 떡져있는 것 같아.. 




어쨌든 라트비아의 한적한 풍경이 아름답고 분위기도 독특했지만 전혀 야하지는 않은 영화였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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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3-0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구두 갖고 싶다.. ㅠㅠ

관찰자 2014-03-0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윤상이' 인기있을 때라고 하여서
" 잉? '윤상이'가 누구지? 나만 모르나?" 하며 계속 읽다가
'떡진 머리'라는 대목에서, "아, '윤상이'가 아니고 '윤상'이구나!" 하면서
저,
빵 터졌어요.

어쩜.
나도 '윤상'의 머리는 늘 떡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ㅠㅠ
갑자기 너무 웃겨요. 크.하하하.

(윤상 님, 미안!!)

다락방 2014-03-03 17:04   좋아요 0 | URL
윤상은 엄청 인기가 많았는데 저처럼 떡진 머리로 기억하는 분이 여기 계시군요!! ㅎㅎㅎㅎㅎ
사람이 참 지저분해 보였어요. 안씻는 것 같은 느낌...그런 느낌 싫어요. -0-

자작나무 2014-03-0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가 원하는 건 결국 안정인데, 라트비아 여자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

다락방 2014-03-03 17:04   좋아요 0 | URL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게 안정일까요? 모두다? 그건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남자를 통해서 안정을 취하고자 한다면 선택의 폭은 좁아지는 것 같아요. 안정을 취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게 더 행복해지는 길인 것 같습니다.

moonnight 2014-03-0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 예뻐요. +_+;;;;

다락방 2014-03-03 17:01   좋아요 0 | URL
너무 예쁘죠! 물끄러미 쳐다보고 사고싶다..생각하고 있어요. 저건 어디에서 팔까요? 아 예뻐요. 봄이니까 새 구두 장만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감은빛 2014-03-03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제목을 정하는 방식이 참 거시가하죠~
그에 비해 외국의 원제는 의외로 사람 이름이거나, 단순한 경우가 많은 듯.
이번 영화도 그런 경우로군요.

다락방님은 가수 윤상을 떡진 머리로 연상하시는 군요.
제겐 '가려진 시간 사이로'라는 노래로 기억하는 이름이예요.

다락방 2014-03-03 17:00   좋아요 0 | URL
당연히 가려진 시간 사이로 라는 노래도 기억합니다. 가려진 시간 사이로~ 하면서 노래도 부를 수 있어요. ㅎㅎ 이별의 그늘인가, 그 노래도 잘 기억하고요. 그렇지만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떡진머리에요. -0-

제목을 저렇게 정해놔서 너무 짜증나지만, 제목을 저렇게 정해놨기 때문에 제가 본 것 같아요. 그러니 제목을 잘 정한걸지도...Orz

Mephistopheles 2014-03-0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X등급~XXX등급 사이를 찾으셨어야죠...

다락방 2014-03-03 16:59   좋아요 0 | URL
아시다시피 제가 이런쪽으로는 전혀 아는바가 없어놔서 말이죠.........................킁.

Mephistopheles 2014-03-03 17:01   좋아요 0 | URL
아......정녕!!!!!! 그렇군요.....(알려줄까말까알려줄까말까...)

다락방 2014-03-03 17:43   좋아요 0 | URL
실망하지 않을만한 영화로다가 추천 받습니다. 내용과 이야기가 없이 그냥 벗기만 하는건 싫고요...재미도 있으면서 그런걸로요. (응?)

단발머리 2014-03-0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 진짜 예뻐요. 역시 봄에는 빨간 구두^^

나도 갖고 싶당~~~

다락방 2014-03-06 15:51   좋아요 0 | URL
저 구두 어디서 파는지만 안다면 사고 싶어요. 물론 비싸면...포기하겠지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