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가 너무 예쁜데 글자가 가운데 너무 떡- 하니 들어가있네. 어쨌든.

이 영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나에게도 마찬가지이고. 보면서, 아 이런 영화는 살면서 한 번쯤 봐 줄 필요가 있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눈물을 흘리게 된 장면도 있었지만, 그 장면조차 인생의 한 부분이고,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일상을 보내고, 틈틈이 오늘을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는 억지스럽지 않게 잘 나타난다. 저절로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행복했고, 데이트를 하고 싶었고, 즐거웠으며, 영화를 보느라 극장에 앉아있는 그 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일상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웃는 것이야말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이고, 우리는 조금 더 많이, 그렇게 보낼 수도 있다. 우리가 그러고 싶어하기만 한다면.


언제나 그렇지만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데이트를 시작하고 사랑을 느끼고 섹스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가장 좋은 순간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 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속에서 여자에게 첫 눈에 반한 남자가 본격적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함께 살게 되는 순간보다, 처음 만나 데이트를 하면서 여자의 집까지 같이 걷는 그 장면이 그렇게나 좋았다. 여자도 남자에게 호감이 있던터라, 데이트를 마치며 자신이 차를 세운 데까지 함께 걷자고 한다. 남자는 오케이하는데, 그 거리가 꽤 먼 거다. 알고보니 여자는 자신의 집 앞에 차를 세워뒀던 것. 맛있는 걸 함께 먹고 밤에 함께 거리를 걷는 남자와 여자를 보는 것이 무척이나 설레이고 신났다. 저렇게 걷는동안, 상대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은, 그게 무엇이든 기억에 남고 웃을 수 있는 것들이 되겠지.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좋아서' 웃는 게, 바로 그 시점에서 가능하다. 


또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남자가 여자와 함께 살고있는데, 우연히 자신의 첫사랑을 맞닥뜨리게 되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첫사랑은 그에게 함께 식사하기를 청하고, 그들은 사케집으로 가 술잔을 건배하며 맛있는 걸(당연히 맛있겠지!) 먹으며,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는다. 첫사랑도 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지만, 그는 거기에 응하는 대신, 자신의 애인에게로 달려간다. 그를 초대한 것이 불발로 끝났을지언정, 함께 먹고 마시는 그 장면이, 마주보고 웃고 이야기하던 그 장면이 아주,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설레이고 행복한 마음은 함께 서로를 알아나가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 과정속에서 극대화 되는 것 같다. 옷을 벗기는 과정보다, 함께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라는 마음을 가지고 함께 마주보고 이야기하고 함께 걷는 그 시간. 나는 그 시간을, 그 순간을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길고도 긴 연애까지는 해내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살고 싶은대로 살기 마련이니까. 내가 택하는 건 최종적으로 안정감 보다는 설레임인가 보다. 



영화에 삽입된 음악이 무척 좋았다. OST 가 있어서 다행이다.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참 좋아서, 모두에게 부담없이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DVD 사두고, 우울할 때마다 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러브 액츄얼리>가 있으니, 뭐, 그러진 않아도 될것이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이 영화속의 남자주인공은, 영화 <안나 카레니나>에서 '레빈' 역을 맡았던 배우다. 아 깜짝이야!! >.<







영화를 다 본후 함께 본 친구가 이 노래를 찾아서 들려줬다. 영화의 삽입곡 중 하나. 와- 듣는데 너무 좋아서, 다 듣고난 후 한 번 더 틀어달라고 했다. 영화보기 전에 이 친구는 내게 하워드 진의 책들이 어떤건지 알려줬고(내가 물어봤다, 뭘로 시작하면 좋을까?),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이 음악을 들려줬다. 문득 대화가 통한다는 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금요일엔 여러사람들과 한 자리에서 만났다. 그중 어떤 이는 그들 모두를 처음 보고, 어떤 이는 몇 명만 알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더랬다. 처음엔 모두 인사하고 명함을 돌리고, 다소 어색한듯 하긴 했지만, 나름 자신의 옆자리 사람과 또 앞자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건배를 하는데, 아우, 또 너무 좋은거다. ㅠㅠ 이 사람들 왜이래, 왜이렇게 다 좋아 ㅠㅠ 나는 뭔가 어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이 자리를 즐겁게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내가 그러지 않아도 그들 모두가 다 너무 잘 먹고 잘 마셔서(나 외에 다른 사람들을 알지 못하는 상태의 한 친구는, 그럼에도불구하고 밥 한 공기를 다 비워냈다), 막 신나고 고마웠다. 차 시간 때문에 먼저 갔던 친구는, 돌아가던 중에 내게 전화를 걸어 '넌 참 인복이 있다'고 말해줬다. 나는 딱 이렇게만 살고 싶다. 지금처럼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가끔 만나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렇게 살면 정말 좋겠다. 흑흑. 어쩌다가 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걸까.



그나저나, 목요일인가 금요일에 도착한 알라딘 택배 상자를 어제야 뜯어보았는데, 우잉, 내가 책을 네 권이나 샀나? 하고 네 권의 책을 꺼내들며 깜짝 놀랐다. 뭘 산거지? 하며 한 권씩 보다가, 어이쿠야, 이런것도 샀군, 했는데, 지금 그 책들이 뭐였는지 링크를 걸고 싶어도, 단 한 권밖에 기억이 안난다. 참나원. 게다가 내가 요즘 읽고 있는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내가 사둔 지 한 7년쯤 되는 책인 것 같다. 사두고 이렇게나 오래 묵혀 두다가 읽기 시작하다니, 어제는 갑자기 스스로에게 쯧쯧거렸는데, 생각해보니 지금 사둔 책들은 앞으로 7년후가 뭐냐, 12년 후쯤 읽게 되진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나는 책을 더이상 사지 않아도 좋을텐데, 몇 년간 읽을 책들이 이렇게나 쌓여있는데, 게다가 어제 박스에서 꺼낸 네 권의 책들은, 오늘 아침에 보니 방 한 가운데에 떠억- 하니 놓여있길래 발로 저만치 밀어다 놨는데, 왜 나는 또 책을 사고 싶은가... 사람이 먹고 싶은걸 다 먹고 살 수도 없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도 없듯이, 사고 싶은 걸 다 사고 살 수도 없다. 그러니...이제 진짜...책을 사지 않도록....해봐야겠다. 쩝..이젠 집에 무슨 책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며칠전에 여동생도 남동생도, 자신의 친구들로부터 받아왔다며 내게 책을 내밀었다. 잘 읽었다고 돌려준다며. 헐. 내가..그들한테도 책을 빌려줬었어? 동생들을 통해 빌려줬던 모양인데, 그중에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왜 책장에 그 책이 없지? 싶어서 한 권 또 사놨던 터였다. 제길. 회사에도 한 권 있고 집에 두 권이...생겨버렸........그렇게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도 내게 돌아왔다. 이게..거기 가있었구나. 아하하하하하하하. 난 내가 팔아버린 줄 알았네. 뭔가 책들의 리스트 작업이 필요할 듯 싶다. 



오십분 후엔 점심시간.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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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12-0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 케이브....사실 이 뮤지션...굉장히 음울하고 칙칙한 선율의 주인공인데....ㅋㅋㅋ

(우리동네엔 고기파는 집에서 점심시간에 한정으로 파는 4900원짜리 김치찌게가 있어요. 김치찌게 하나 먹는데 정성스럽게 숯까지 내오고 커다란 양은냄비에 김치를 포기째 넣고 고기!!!! 도 덩어리째 넣어서 바글바글 끓여 먹죠. 더 재미있는 건 가게 한쪽에 계란을 판째로 쌓아 놓고 부루스타에 알아서 후라이 해먹으라고 셀프코너까지 만들어 놨다죠. 착한 가격에 배두둘기며 나올 수 있는 시스템. 얼마나 남길까도 생각해보긴 했는데...일종의 서비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다락방 2013-12-09 13:53   좋아요 0 | URL
네, 저 음악 찾아 들려준 친구도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골때리는 가수라고 ㅎㅎ

아니 4,900원 김치찌개라니. 천사의 음식인가요. ㅎㅎ 계란후라이라니..좋다 ㅠㅠ 저 점심에 김치찌개 먹었는데 6천원짜리였어요. 그나마 저렴한 거라는...아..지금은 배부릅니다.

관찰자 2013-12-09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저도 친구에게(지금은 절교한;;) 선물 받고,
아직까지 한번도 들춰보지 않은 채 한.. 7년쯤 지난 것 같은데.

책이 무슨 죄가 있나요.
기념으로 나도 한번 읽어봐야지.

점심엔 김치찌개를 드셨나요?ㅋㅋ

다락방 2013-12-09 13:54   좋아요 0 | URL
근데 요즘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자느라고 책 읽는 진도가 나가질 않네요. 얼른 읽고 싶은데 말예요. 이 책을 이미 오래전에 읽었던 친구가 어제 제게 그랬거든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정말 압권이라고. 그 말 듣는순간 마지막 장 먼저 펴볼까 하다가 꾹 참았기 때문에, 얼른 읽고 싶어요. 엉엉.

네, 점심엔 김치찌개를 먹었습니다. 배가 불러용. 호호

레와 2013-12-0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같은 날씨엔 김치찌게에 소주가 딱인데... ( ")


Mephistopheles 2013-12-09 13:42   좋아요 0 | URL
막걸리+파전도 딱.

다락방 2013-12-09 13:52   좋아요 0 | URL
전 매운 족발에 소주를 생각했습니다. ㅎㅎㅎ

다락방 2013-12-09 13:54   좋아요 0 | URL
아..족발 먹고싶네 ㅠㅠ

레와 2013-12-09 14:14   좋아요 0 | URL
술을 부르는 날씨가 싫습니다. 난 왜 여기 있는걸까요. 엉엉..ㅠ_ㅠ

다락방 2013-12-09 14:14   좋아요 0 | URL
이...이...이러지마 ㅠㅠ 나도 자꾸 술 땡기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Mephistopheles 2013-12-09 14:55   좋아요 0 | URL
난 오늘 맛있는 막걸리에 안주 먹으러 갈까 생각 중........가까운데로..

다락방 2013-12-09 15:30   좋아요 0 | URL
전 아무래도 결국 족발을 선택할까봐요...흐음.

아무개 2013-12-0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다락방 2013-12-09 14:04   좋아요 0 | URL
이 눈물의 의미는..무엇?

자작나무 2013-12-09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보고 영화사에서 연말에 사람들이 보고싶어 하는 요소들만 조합하여 만들어낸 지극히 계산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 첫사랑의 유혹을 거절한채 여친한테 달려가 청혼하는 장면은 모든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의 모습을 인위적으로 연출해낸 신이 아니었을지. 하하하하.
근데 금요일에 전 왜 안불렀어요?

다락방 2013-12-09 17:29   좋아요 0 | URL
저는 계산적인 영화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더라고요. 훅- 빨려들어가서 봤네요. 눈물도 한 방울 또르르 흐르고. 첫사랑의 유혹을 거절하고 애인에게 달려가는 장면은 사실 좀 환상으로 느껴지긴 했어요. 아니, 그런 여자와의 하룻밤을 마다할 수 있다니. 세상에 저런 남자가 정말 존재하는걸까. 뭐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하핫.

금요일에 대한 답은, 패쓰-

2013-12-09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12-09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보면서 다락방님 떠올렸어요. 제가 상상하는 다락방님 (성격) 이랑 주인공 여자랑 어딘가 닮은데가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요. 순전히 저 혼자 상상이니까 부담느끼지 마시고요~ ^^
겨우 지난 주에 봤는데 벌써 내용의 50% 는 잊어버린것 같아요. 치매인가봐요 ㅠㅠ

다락방 2013-12-10 09:36   좋아요 0 | URL
오오, 여자 주인공과 제가 어디에서 닮았을까요? 생긴 게 닮았으면 좋겠다는 뜬금없는 바람이 생기네요.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다르게 생겼지만 말입니다. 나인님도 이 영화를 따뜻하게 보셨나요? 보는 내내 따뜻하고 행복하더라고요. 누군가가 행복한 걸 본다는 게 내 자신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도 겨우 지난주에 봤고, 아주 많이 잊었습니다, 나인님. 그 때 제가 행복했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아요. 하핫

poptrash 2013-12-10 0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봤어요. 그리고 지금은 마침 OST를 듣고 있는 중. 저는 how long will i love you?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다락방 님 잘 지내시죠? 책 출간 소식은 진즉에 알았는데 이제야 인사드리네요. 축하드려요! ^-^ (책은 오늘 주문했어요 ㅎㅎ)

다락방 2013-12-10 09:37   좋아요 0 | URL
앗 어제 친구가 how long will i love you 가 좋다고 건네줬는데 아직 못들어봤네요. 오늘 들어봐야겠어요. 책에 대한건 킁킁, 패쓰입니다. 이건, 참말로, 참말로, 참 부끄럽고 오글거려서 말이죠. 하핫;;

얼음장수 2013-12-12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봤어요. 따뜻하고 유머의 온도도 적당했으며 음악은 정말 끝내줬어요.
어쩌면 진부할 수 있는 삶에 대한 메시지가 억지스럽지 않았다는 데 100% 동감해요.
그런데 정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잠시만요. 전 잠옷으로 갈아 입을 거에요. 1분 뒤에 벗겨주세요"네요.
좋아하는 여자가 저런 대사를 한다면 진짜 꼼짝 못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락방 2013-12-12 13:2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기억나는 대사가 바로 그거라니, 저는 전보다 얼음장수님이 조금 더 좋아지네요. 하하하하하.

저는 작가의 의도 혹은 감독의 의도가 바로 드러나는 그런 작품들은 좀 싫어라 하는데, 이 영화는 억지스럽지 않아서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노래들이 나올때마다 와 이것도 좋아 이노래도 좋네 했던 기억도 나네요.

으흐흐흐. 말씀하신 대사는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꼭 써먹어(응?)봐야겠네요. 하하하하하
 

아...오늘은 상사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이 매우 구렸다. 매우. 동료가 커피를 한 잔 사줘서 히융 씐나- 하고 있었는데, 그 기분을 상사가 다 망쳐버렸어.....끔찍할 정도로 싫다, 아...싫어. 기분이 매우 구려. 알라딘에 들어와서 신간 뭐 나왔나, 하고 새로 나온 책들을 훑어보는데, 오, 요즘에도 할리퀸 로맨스 소설이 나오는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 할리퀸 로맨스는 예전에, 그러니까 내가 읽기를 멈춘 그 순간까지만 나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마지막으로 읽은지 한 이십년은 된 것 같은데, 고등학교 영어시간에, 교과서에 숨기고 보다가(사이즈가 작아서 가능했다), 영어 선생님한테 걸려서, 선생님이 하필 내가 읽던 페이지를 애들한테 읽어줬던, 아주 부끄러운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때 그 페이지에 '추파'라는 단어가 나와서, 선생님이 나와 아이들에게, "너 추파란 단어가 나오는 책을 읽고 말이야, 이게 뭐니?" 했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쓰고나니 참으로 부끄럽구나. 


아니, 그런데 요즘 나오는 할리퀸 로맨스 소설 좀 봐라. 표지가 예술이다. 대박 ㅠㅠ 다 사고 싶어졌어. 




<알라딘 책소개>


린 레이 해리스의 로맨스 소설. 한창 여동생의 약혼 파티를 즐기던 세기의 플레이보이 레오는 한 여자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그녀가 파티에 어울리지 않게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자가 바로 자신의 동생에게 약혼자를 빼앗긴 비운의 공주 애나라는 것을 알아차린 레오. 그는 스러질 듯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자리를 지키는 그녀의 고지식함에 묘한 호기심을 느끼는데….










<알라딘 책소개>


캐롤 모티머의 로맨스 소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금이야 옥이야 키워 온 여동생이 웬 놈팡이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먹은 드미트리. 그 원수 같은 자식의 누나 릴리가 로마에 왔다는 정보를 얻게 된 드미트리는 릴리를 납치해서 여동생이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인질로 삼을 계획인데...










<알라딘 책소개>


타우니 웨버의 로맨스 소설.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 구입한 꿈의 섬을 최고의 리조트로 만들기 위해 고민, 또 고민을 거듭하던 부동산 중개업자 미치. 그러던 중 그는 한 이벤트 기획자가 가져온 기획서를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눈앞에 펼쳐진 기획서의 내용은 입에 담기도 민망한 ‘19금 성인용 리조트’를 만들자는 것!









<알라딘 책소개>

맥신 설리반의 할리퀸 로맨스 소설. 기부를 위해 소아 병동을 찾은 테이트는 깜짝 놀랐다. 그에게 아픈 상처를 주고 떠난 전 연인 젬마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과거는 다 잊었다는 듯이 몰염치하게 제 앞에 나타난 그녀로 인해 기분이 상한 그는 우연히 그녀의 아이가 이곳에 입원해 있다는 말을 듣고 더 큰 충격에 빠진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충동적으로 병실에 난입해 젬마의 한 살배기 아들과 마주한 테이트. 그 순간 그는 그 아이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마는데….






아. 기분이 너무 꿀꿀한데 이 표지들과 내용들을 보니 죄다 사고 싶어졌다. 사서,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쯤에, 배깔고 엎드려 다리 흔들면서 찌릿찌릿 읽고 싶다. 뭔가 간식도 먹으면서. 반나절만에, 그러니까 오후 동안에 저 네 권 다 읽을 수 있을것 같아. 아, 오랜만에 보는 남자의 하오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릴리의 얼굴이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간단하오, 현재 당신 남동생이 우리 둘과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당신의 휴대전화요. 그러니 나한테 그 휴대전화를 넘기고 이곳을 떠나겠소?” 

“싫어요!” 

“그럴 거라 생각했소.” 
드미트리가 가볍게 대꾸했다. 
“지금 이 순간 내 누이동생이 오로지 당신 동생에게 운명을 맡기고 있는 거라면 나 또한 그 누나의 운명을 맡아야겠지.” 

릴리는 드미트리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제대로 알아들은 게 아니기를 바랐다. 
“무슨 뜻인지 직설적으로 말해 보시죠.” 

“당신 남동생이 내 여동생을 나한테 보낼 때까지 당신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거요.” -<크리스마스는 당신과 함께> 중에서




저 하오체를 보노라니, 어제 본 드라마 <상속자들>의 영도 생각이 난다. 영도(김우빈)는 차은상(박신혜)을 좋아하고 있는데, 어제 은상으로부터 차였다. 영도는 이에 작별을 고하는데 은상이가 '너와 나는 친구는 될 수없는 거니' 라고 묻는거다. 그러자 영도는 될 수 없다고 답한다. 이렇게.



"넌 처음부터 나한테 여자였고 지금도 나한테 여자야. 앞으론 첫사랑일거고."



히융 - 좋앙 - 나도 영도한테 여자이고 싶다. 그렇지만 고딩이니까....위법......이지? 어제 드라마에서 김탄(이민호)이 차은상한테 백허그를 했는데, 캬, 요즘 고딩들은 백허그도 하고 키스도 하고..그렇게 사는구나. 세대차이 난다. 내가 고딩이었을 때, 나는 진짜 뻥안치고, 아는 남자가 한 명도 없었다. 여중, 여고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일전에도 말햇듯이 축제가 열려도 교문앞에서 초대장도 받지 못하는.. 난 그런 여학생이었으니까........아- 눈물이 앞을 가려. 힝.



남동생과 맥주를 마시면서 그 드라마를 함께 보다가, 야 박신혜 이쁘다, 나도 차은상처럼 머리 길려야지, 라고 하자 남동생이 풋- 하고 뿜어버렸다... 머리 길게 한다고 저렇게 되냐면서....



야, 안될게 뭐있냐. 쟤나 나나 다른게 뭐 있어. 도찐개찐이지.



그러자 남동생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또이또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또이또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휴. 누군가는 날 괴롭히고 누군가는 날 웃게하고. 이렇게 사는건가보다, 인생이란게. 후아-


그나저나 저 할리퀸 로맨스..사,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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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12-06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아마도 제가 읽은 로맨스 소설은 거의 다락방님 때문에 읽게 된거 같네요.
세벽 세시, 내 연애의 모든것, 지구에서 한아뿐, A가 X에게,목사의 딸들....이런거 로맨스 소설 맞나요?
다락방님 아녔음 절대 읽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껍니다 ㅋㅋ

2.나는 그렇다치고 다락방님은 왜 꿀꿀해요. 즐거운 금요일 맛나거 드시고 재미있게 보내셔야죠!!!

3. 화사에 와이파이가 안되서 결제가 바로 안되니 충동구매는 안하게 되니 좋네요.
벌써 사버리신거 아니죠? ^^::::::


다락방 2013-12-06 14:20   좋아요 0 | URL
냐하하.. 우리 아무개님, 로맨스 소설 안읽어보셨구나! 언급하신 작품들 말고, 장르소설로 로맨스 소설이 있어요. 할리퀸로맨스는 그 시초라고 해야할까 가장 기초적이라고 해야할까, 뭐 여튼. 제가 할리퀸 로맨스 사서 한 권 읽고 아무개님께 선물 해야겠네요. 로맨스가 무엇인지 보여드리리다. 아무개님 취향이 아닐것 같긴 하지만. 히히. 안되겠다. 아무개님 드리기 위해서라도 일단 한 권 사서 읽어야겠다. 우히히히히

가넷 2013-12-0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유없이 꾸릿꾸릿해요. 이걸 어쩌나... 아직 5시간 정도 더 남았고... 어서 퇴근후 집에 박혀서 달달한 쇼콜라 케이크나 먹으면서 따뜻한 방에서 책이나 읽고 싶네요...ㅠㅠ;

그런데, 박신혜는 확실히 예뻐요. 상속자들 보지는 않지만. ㅎㅎ

다락방 2013-12-06 14:21   좋아요 0 | URL
우황청심원 먹으면 기분이 나아지려나 싶어서 지금 검색창에 우황청심원 넣고 검색해봤어요. 긴장감도 풀리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데, 나가서 사먹고올까...하고 계속 고민하고 있네요. 고민만 하다가 퇴근시간 다가오겠죠...

이놈의 직장, 진짜 때려치고 싶네요. ㅠㅠ

레와 2013-12-0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나 한테 왜이러는 거요. 책값도 착하네?! 하아.............;;;

점심은 뭘 드셨오?
요즘 나는 회사언니네에서 가져온 김장 김치로 밥먹고 있다오. 김치는 언제나 옳다오! ㅎㅎㅎㅎㅎㅎ

이제 4시간 30분만 버티면 되오! 아자아자!!!

다락방 2013-12-06 14:22   좋아요 0 | URL
점심은 김치찌개. 먹다 말았소. 맛이 없는건 아니었는데, 내가 입맛이 없었소. 오전에 까페모카를 먹었기 때문인지, 기분이 너무 꾸리꾸리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소.

나 역시 김치는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고 있소. 레와님도 그렇다니 반갑구려. 그래, 조금만 더 버텨봅시다. 조금만 더 버티면 불금의 밤이니 말이오.

레와 2013-12-06 15:02   좋아요 0 | URL
먹다 말았다니, 먹다 말았다니!!!!!!! 이건 있을수 없는 일이 아니오!!!
아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극심했으니.... (토닥토닥)

이제 3시간 남았소!

다락방 2013-12-09 08:38   좋아요 0 | URL
월요일이에요 레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paviana 2013-12-0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별의 빨간장미를 혹시 기억하시나요? ㅋㅋ

전 박신혜는 시도할 생각조차 안합니다요. 김희애를 보면서 좌절에 빠져서 sk를 쓰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혼자 생각만 하고 있어요. 담주면 상속자들이 끝나네요. 넘 슬퍼요.

다락방 2013-12-09 08:37   좋아요 0 | URL
<이별의 빨간장미>는 뭐지, 하고 검색했더니 주드 데브루의 소설과 할리퀸 한 권이 나오네요. 뭐든 하나 사서 읽어볼까 싶었는데 두 권다 품절입니다. ㅎㅎㅎㅎㅎ

전 지지난달이었나, 캐리 멀리건 사진 들고 미장원 가서 잘라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원장님은 그렇게 해주셨습니다. 네, 비슷하게 해주셨어요. 문제는 제가 캐리 멀리건이 아니라는..사실이었죠.

Mephistopheles 2013-12-06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릅니다...!!! (단호하게)

다락방 2013-12-09 08:37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님 나빠요!!!!!!!!!!!!!!!!!!!!(울며 뛰어나간다)

2013-12-06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9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3-12-0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리퀸 로맨스 한권 쓰실 생각은 없나요?

다락방 2013-12-09 11:21   좋아요 0 | URL
흐음. 한 번 써볼까요, 그럼?
 

세월이 흐른 후 시(詩)의 연금술로 이상화된 소녀가 정말로 어땠는지를 기억하려고 애썼을 때, 그는 그녀의 모습을 가슴이 찢어질 듯했던 당시의 황혼과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녀를 지켜보았을 때, 그러니까 첫 번째 편지에 대한 답신을 기다리고 있던 때, 일년 사시사철 항상 4월이던 아몬드 나무들이 꽃비를 내리던 오후 2시의 가물거리는 햇빛 속에서 아름답게 변한 그녀를 보곤 했었다. (p.115)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페르미나 다사'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 매일 그녀를 보기 위해 그녀의 집앞을 서성이고 그녀에게 건네줄 편지를 적는다. 그녀를 연모하는 마음을 그녀에게도 전하고, 그 사랑이 잠깐동안 서로에게 타올랐고, 결국은 불발로 끝났지만, 그는 그녀를 평생 사랑한다. 


그가 그녀를 얼마나 황홀에찬 아름다움으로 지켜봤는지, 그녀는 그에게 얼마나 진한 환상이었을 지, 나는 '아몬드 나무'의 등장에서 실감한다. 아몬드 나무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위의 인용된 문장을 읽었을 때, 아몬드 나무의 등장과 함께 눈 앞에, 화악- 하고, 고흐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라는 그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탕의 저 청록빛이, 그 청록빛 안에서의 저 꽃이 그대로 눈앞에 살아나고, 내게 페르미나 다사는, 바로 정확히, 저 그림 밑에서 있는 것으로 그려졌다. 만약 그녀의 외모가 아름답지 못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 저 그림 밑에 서 있는 그녀는 아름답게 느껴졌을 것이고, 만약 그녀가 아름답다면(물론 그녀는 아름답다) 저 아몬드 나무 그림 밑에서 더, 더 아름답게 느껴졌을 것이다. 청록빛의 세상에 아몬드나무가 뻗어 있고, 그 밑에 한 여자가 서 있다면, 세상 어느 누가 본다해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아직 1권밖에 읽지 못했고, 읽다보면 이 책은 '빨간 빛' 일것 같은데, 책장을 덮고 나서도 내게 이 책은 청록빛으로만 기억될 것 같다.


실제 아몬드나무가 어떤지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봤다. (출처는 다음의 동산묘목까페)




아, 꽃도 예쁘네. 벚꽃 나무와 비슷한 느낌일 듯하다. 그래도 고흐 그림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고흐 그림 아래 서있는 여자가 더 환상적으로 느껴진다. 정말로, 세상이 온통 청록빛인데 아몬드 나무 아래 서 있다면, 와우- 얼마나 근사하고 아름다울까. 그 장면은 사랑이 없다해도, 평생 잊지 못할 한 컷이 되지 않을까.






조카 둘이 함께 와있었던 엊그제. 엄마는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 덜컥 겁이 나셨단다. 이제 막 50일이 된 갓난아기에게 감기가 옮을까 걱정이 되셨던 것. 마침 저녁 약속이 있던터라, 그 약속에 나가 소주를 세 잔 드시고 돌아오신 엄마는, 유자차까지 내리 두 잔을 따뜻하게 드셨다. 찾아오려는 감기 기운을 떨쳐내고자 하셨던 것. 그러나 소주는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되었고, 결국 엄마는 새벽 네시, 내 방으로 들어와 타이레놀을 달라셨다. 타이레놀을 한 알 드시고는 뜨거운 찜질로 팩을 해서 땀을 흠뻑 내셨다. 다음날 아침, 어제보다는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고 하셨는데, 마침 그런참에, 이 책에서 이런 부분을 읽었다.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장례식이 끝날 때가지 머무른 몇 안 되는 사람중의 하나였다. 그는 속옷까지 흠뻑 젖어 있었는데, 오랫동안 철저하게 건강을 관리하고 지나칠 정도로 예방에 신경을 써왔는데 그날 오후의 일로 폐렴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브랜디를 몇 방울 떨어뜨린 따뜻한 레모네이드를 준비한 다음 침대에 앉아 두 개의 아스피린과 함께 그것을 마시고는 양모 담요를 덮고 비 오듯이 땀을 흘렸다. 그러고 난 후에 몸이 제 상태로 돌아왔음을 알았다. 상갓집으로 돌아갈 무렵, 그는 기력을 완전히 되찾은 기분이었다. (p.91)



몸에 이상기운이 느껴질 때, 알코올을 섭취하고 땀을 내서 그것을 떨쳐내고자 하는 게, 우리 엄마만이 알고 있는 방식이 아니라니, 새삼 신기하고 반가웠다. 문득, 사람들은 자신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저마다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것들이 처음이라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럽겠지만, 어떤 아픔이나 고통이 재차 찾아왔을 때, 아 난 이럴 때 이렇게 하면 돼, 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서 헤쳐나오게 되는 것 같다. 미국에 잠깐 여행을 갔을 때, 사흘째 되던날 속이 더부룩했는데, 그 때 친구의 남편이 한인이 운영하는 고기집으로 데려가 갈비와 소주를 사주었다. 그 분은 내가 속이 편하지 않다는 걸 알지 못한 상황이었고, 나는 그자리에서 먹지 못해 불편한 분위기가 되는 게 싫어, 억지로 그 고기와 소주를 먹었는데, 소주를 먹고나자 놀랍게도 속이 편해지는 거였다. 마치 언제 속이 불편했냐는 듯 쳇증이 확 내려간 그런 기분. 너무 신나서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들떠있었던 기억. 아, 물론 술 취해서 들뜬것도 있겠지만.. 그 뒤로 나는 속이 불편하다 싶으면 자꾸 소주를 마시고 싶어진다. 



속이 안 불편해도 소주를 마시고 싶어지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그러나 엄마는 어제 오후, 결국 심하게 아파져서 병원에 가야했고, 나 역시 토요일 밤, 체한 속을 양주로 다스렸다가 다음날 호되게 앓아 누워야 했다. 아, 이 방법이 능사는 아니구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소주를 마셨어야 하는데 양주를 마셔서 그런것 같다. 





아, 다시 아몬드 나무 얘기로 돌아가자면, 그도 그녀에게 흠뻑 빠졌고 그녀도 그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 아버지의 성에 차지 못한 남자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데리고 장기간 여행을 한다. 그를 잊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러나 그 기간동안 그녀의 사랑은 더 견고해지고, 그들은 서로에게 전보를 쳐서 연락을 하고 사랑을 맹세한다. 그녀는 분명 사랑에 빠졌고, 아버지가 뭐라한들 그 사랑을 이뤄내고자 했다. 마음속으로 자신은 이미 그의 아내라고 생각도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그녀는, 시장을 구경하면서 그를 위해 이것저것 음식들을 구입한다. 그의 마음속에는 그가 가득 차 있었으므로. 신나는 마음으로 사랑에 빠진 여자는 나는 듯이 걷고 있었는데, 몰래 그녀의 뒤를 따르던 그가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난 순간, 그녀의 사랑은 와르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여긴 왕관을 쓴 여신이 올 곳이 아니에요."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자기 눈에서 두 뼘 정도 떨어진 곳에서 차가운 눈과 창백한 얼굴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굳어진 입술을 보았다. 그와 처음으로 가까이 있었던 자정 미사의 군중 틈에서 보았던 모습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녀는 당시와는 달리 사랑의 감동이 아닌 환멸의 심연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왜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열정적으로 이런 망상을 키워왔는지 모르겠다고 놀란 마음으로 질문했다. 그녀는 가까스로 '하느님 맙소사! 이 불쌍한 사람!' 이라는 생각만 떠올릴 수 있었다.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미소를 짓고서 무언가를 말하려 하면서 그녀를 뒤쫓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자기 인생에서 지워버렸다는 손짓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발 부탁인데, 이제 그만 잊어버려요."

그날 오후, 아버지가 낮잠을 자고 있는 틈을 이용해 그녀는 갈라 플라시디아 편으로 두 줄짜리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오늘 당신을 보자 우리의 사랑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라고 적혀 있었다. (p.181)




아!

그녀도 그를 사랑했다.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 생각도 했을만큼. 그러나 그녀가 사랑한 그는, 그녀와 '편지를 주고 받던', '전보를 주고 받던', 다시말해 그녀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던거지, '그'는 아니었던가 보다. 그를 생각하며 즐겁게 걸을수도 있고 즐겁게 쇼핑할 수도 있고, 마음속에 그를 향한 사랑의 맹세를 새길 수도 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눈 앞에 있는 그를 사랑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는 그에게 평생 아몬드 나무 아래 서있던 여자인데, 그녀에게 그는, 군중속의 사람들 중 더 볼품없는 사람에 불과했다.



나 역시 '연애를 위한 연애'를 했던 적이 있던 바, 그녀가 느낀 절망과 수치심, 그 순간의 환멸이 손에 잡힐 듯했다. 그를 두번째 만나던 날이었던가,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를 보는데, 아 맙소사, 나 지금 저 남자 만나러 여기까지 온건가, 하는 생각이 든거다. 그러나 나는 페르미나 다사 처럼 그 환멸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에게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말하지도 못했다. 나는, 내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데이트하는 그 저녁 내내, 그에게서 좋은 점만 보기위해 안간힘을 썼고, 내가 잘했다고 나 스스로를 타일러가며 더 많이 웃었다. 나는 행복하다고, 내가 잘못 선택했을 리가 없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고, 그 때의 행동들은 그로 하여금, 나를 아몬드 나무 아래에 서 있게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그가 아니라 '연애'를 지키고 싶었다. 나는 몇 번의 연애들 속에서 나쁜 남자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내가 나쁜 여자였던 적은 더러 있었던 것 같다. 이럴 때마다 나는 '수키시리즈'의 '수키'가 되어, 수키가 적에게 내뱉었던 욕을 내 자신에게 내뱉고 싶어진다. 쌍년. 환멸을 느껴놓고 그것을 억지로 속 깊이 감춰두는 것은, 쌍년이 되는 지름길이다. 




오, 그러나 이 불쌍한 남자를 보라. 그녀는 그에게 환멸을 느꼈을지언정, 그는 그녀를 여전히 아몬드 나무 아래에 세워두고 있다. 거기에서 그녀는 더 아름답고 더 빛나고 있다. 그럴수록 자기 자신은 점점 더 열등해진다.



그녀의 모든 것은 예전과 달랐고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녀는 전에 없이 아름답고 젊어 보였지만, 그는 전에 없이 그녀가 더 이상 자신의 여자가 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리고 실크 튜닉 아래로 그녀의 배가 둥근 곡선을 띠고 잇는 것을 보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임신 육 개월째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충격을 준 것은 그녀와 남편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것과 두 사람이 너무나 여유 있게 세상을 살고 잇어서 마치 현실의 위험과는 상관없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질투나 분노를 느끼지 않았다. 대신 자신에 대한 경멸감만을 느낄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불쌍하고 추악하며 열등하다고 생각했고, 그녀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그 어떤 여자에게도 부족한 남자라고 느꼈다. (p.268)



하아- 그는 그녀를 아몬드 나무 아래에 늘, 항상 세워두었건만, 그녀는 그를 꽃처럼 한 철만 사랑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럴거라면, 처음부터, 사랑이라고 손바닥이나 마주치지 말것이지, 왜 그렇게 반짝, 그를 들었다놨다놨다놨다놨다 한거냐고. 흑흑. 그러나 환멸을 느끼기 전까지, 그녀는 자신이 그를 사랑해마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사랑이 어느 순간에는, 잠깐이나마 존재했다. 그 사실이 그 누구에게도 위안이 되진 않겠지만.









조퇴하고 싶구나. 조퇴해서 이 책의 2권을 어서 빨리 시작하고 싶구나. 흑흑. 오십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그의 이야기가 나는 궁금하단 말이다. 흑흑. 나를 여기서 내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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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5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5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3-12-05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손가락에 꼽을만한 소설!!
정말, 정신없이 빨려들었어요. 이 소설 읽었던, 녹음이 짙어져오던 그 계절 그 카페도 생각나네요. ^^

다락방 2013-12-06 14:15   좋아요 0 | URL
다 늙고난 후, 오십년이 지난후에 남자가 찾아왔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너무 궁금해요. 빨리 읽고 싶은데 회사에요. 엉엉 ㅠㅠ

Forgettable. 2013-12-0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 소환 페이퍼랄까? 아 좋네요. 다시 읽고싶어지게 만드는 글입니다. 인용 구문을 읽으니까 잊고 있던 글임에도 손에 잡힐 듯 그려지네요. 하.. 근데 이거 영화는 구리다고. ㅋㅋ

다락방 2013-12-06 14:16   좋아요 0 | URL
흐미. 이거 영화도 있어요? 구리다고 해도 좀 궁금한데요? ㅋㅋ
일단 책부터 끝까지 읽고나서 생각해야징.
아하하하. 뽀 소환 페이퍼라니, 좋당. ㅋㅋ

가연 2013-12-05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레놀과 술은 같이 먹지 말라고 하더군요. 타이레놀 주의사항 중 하나가 술이랑 같이 먹지 말라.. 거든요.

다락방 2013-12-06 14:16   좋아요 0 | URL
어제 술 마시면서 엄마께 가연님 이 댓글 전해드렸어요. 엄마, 타이레놀은 술하고 같이 마시면 안된대, 하고요. 엄마가 감기약 드시는데 거기에 타이레놀 있다고 한 것 같아서 말이죠. 고마워요, 가연님.

네꼬 2013-12-05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약속에 나가 소주를 세 잔 드시고 돌아오신 엄마는"

약속에 나가 소주 세 잔을 마시고 온 건 다락님일 줄 알았어요. 어머니 멋찌다!

다락방 2013-12-06 14:17   좋아요 0 | URL
울 엄마 술꾼이 다 됐다능! 큰딸이 술꾼 만들었다고 늘 절 원망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엄마한테 잠재적으로 술욕심이 있었어요...저는 그걸 톡- 하고 건드려 발현해주었을 뿐. 아하하하하.

섬사이 2013-12-05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아침에 읽고 지금 또 다시 읽었어요.
고흐의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기도 하거니와
그 나무 밑에 아름다운 여자가 서있으면 어쩌라고,, 하는 마음이에요.
읽을 책은 쌓여 있는데 자꾸 저 아몬드 나무에, 저 책에 한눈을 팔고 있으니
나도 참 구제불능이구나, 하고 있어요. ㅠ,ㅠ

다락방 2013-12-06 14:19   좋아요 0 | URL
아, 섬사이님도 상상이 되세요? 아몬드 나무 밑에 아름다운 여자..되게 환상적이죠? 자꾸자꾸 생각이 나고 좋더라고요. 제가 고흐의 저 그림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더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하는 게 가능했으니 말이죠. 제가 저 그림을 알지 못했다면 추상적으로 이미지를 그렸을텐데, 저 그림 덕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었고, 그게 무척이나 아름다웠어요.
 

왜 출근길은 그토록 오랜시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도 않으며 좋아지지도 않을까. 요즘 책읽기가 더딘 까닭은 지하철만 탔다하면 스르르 선잠이 들기 때문인데, 잠이라기보다는 사실 조는것에 가깝지만, 여튼, 어제오늘, 방송에서 양재역이란 안내가 나올때마다 눈물이 글썽거린다. 내리기 싫어...이대로 눈감고 앉아서 더 가고 싶어, 한 바퀴 돌고 싶어. 엉엉. 눈물나 진짜. ㅠㅠ


게다가 오늘 새벽에 꿈도 정말이지 대단했다. 이건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계속 곱씹게 되는 꿈이었는데, 그러니까 꿈에 우리 식구들은 단독주택에 살았으며, 새끼 표범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새끼지만 어쨌든 표. 범. 우어어어. 우리 식구들은 그 표범을 굉장히 예뻐했는데, 표범이 눈이 컸던게, 아마도 내 조카를 닮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쩌면 성격..까지도. 잠깐 조카 얘기를 하자면, 요것이, 이제 41개월이 되었으면서, 고작 그만큼을 살았으면서도, 어젯밤엔 나를 보고 "나는 이모가 있어서 고맙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고 나는 마치 세상을 다 얻은듯 좋아서 실성한 년 처럼 깔깔댔는데, 제 입으로 그렇게 말한 지 삼십분도 채 안되어 "이모 싫어!" 하고 악을 버럭버럭 쓰는거다. 아이고. 요것이 그냥 이모를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 하네. 여튼, 다시 꿈 얘기로 돌아가서, 새끼 표범이 귀여우면서도 포악스러운 게 내 조카를 닮았........뭐, 할 얘기는 이게 아니니까. 그러던 어느날, 우리 식구가 새끼 표범을 데리고 외출하려는 데, 마당에 커다란 표범 한 마리가 떠억- 하니 앉아있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이 정말이지 포스가 대단해서, 감히 근처에 갈 수가 없는거다. 우리 식구들은 그 표범을 보고 너무 놀라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저것이 우리 새끼 표범의 엄마인걸까, 그래서 애를 찾으러 온걸까, 하고 궁금해했다. 만약 그렇다면 어미한테 주는 게 맞겠지, 그렇지만 아니라면 꼭 줄 필요는 없지않나, 우리가 키워도 되잖아, 막 이런 얘기를 하면서, 우리 그냥 저 표범 무시하고 나가보자, 하고 대문으로 나가려는데, 이 커다란 표범이 일어나서 우리쪽으로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아, 저것이 어미가 아니라면 우리 마당에 나타날 리가 없다. 그러니 어미일 것이다. 새끼 표범, 주기 싫지만, 제 어미에게 보내자, 하고 그 새끼를 두고 우리 식구들은 외출을 했다. 네 어미 따라가라, 하고. 외출후 돌아와보니 우리 집에 새끼 표범도 엄마 표범도 없어서, 아 데리고 갔구나, 하면서 우리는 서운해했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새벽이었다. 우와, 표범 두마리의 색깔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서, 대체 이게 뭔 꿈이냐, 웬꿈이냐, 한 것이다. 아니, 대체 왜 표범 꿈을 꾸지, 카운슬러에는 치타가 나왔던것 같은데, 그거 본 지 오래됐는데, 하고 물을 한 잔 마시고 다시 잠을 청했는데 꿈에 또! 표범이 나온거다. 그 뒷이야기로.



새끼 표범이 엄마 표범으로부터 도망쳐서 우리에게 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 표범이 엄마가 아닐 확률이 크다. 우리는 이대로 새끼표범을 보낼 수가 없고, 그렇다면 우리가 키워야 할 것인데, 엄마 표범이 우리 집을 알고 있는 이상 우리 식구들도, 이 표범도 위험해, 우리는 이 표범을 데리고 외국으로 도망치기로 했다. 그래서 뭔가 이동수단을 타고서는 그 즉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표범의 눈에 띌까 두려워, 우리는 멀리멀리 가기로 했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싶었는데, 집집마다 방문이며 창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우리를 내다보지도 않았다. 자칫 잘못해서 표범의 목표가 자기들이 될까봐.....도망가다 깼어.......



오늘 아침엔 지하철에서 꾸벅 졸면서, 대체 왜 이런 꿈을 꾼걸까, 하다가 어제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잠깐 읽었던 책의 내용이 그제서야 퍼뜩 떠올랐다. 그 책에서는, 주인공 부부가 키우는 사냥개가 광견병에 걸려, 부부가 외출한 사이, 집 안의 모든 동물들을 물어뜯어서 여기저기 피를 묻혀놓았던 것이다(이건 무슨 책일까~~~아요?). 아, 그 장면 때문이었나보다, 그래서 표범 꿈을 꿨나봐..





영화 <인사이드 르윈> 을 보면 삶이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비루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 삶은 치사스럽지만, 누군가에게는 더 크게 후려갈기는 것 같다. 음악을 그토록 좋아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으로는 그 어디에서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고, 매일 어디서 자야할 지를 고민하는 르윈에게, 르윈의 누나는 배 타러 나가서 돈을 벌기를 권유한다. 이 말은 수치스럽고 모욕적으로 들리는데, 결국 르윈을 받아주는 곳이 아무데도 없자, 르윈은 배타러 나가기로 결심하고 선원 명단에 제 이름을 올려달라고 한다. 배를 타는 일이 수치스러운 일이어서가 아니라, 음악을 하고 있고, 그 음악으로 먹고 살고 싶었고, 그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은 사람한테 '배 타러 가' 라고 했으니, 그것이 수치스러운 것이다. 이게 아니라 그걸 해야하는 게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인데, 삶은 그에게 '그래도 너 배 타야할 걸' 하고 자꾸 몽둥이를 휘둘러대니, 그는 자존심과 자신감을 모두 내팽개친 채, '그걸' 선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삶이 반복되는 것이다. 크- 치사스러워... 르윈에게 삶은, 하나 밖에 없는 젖은 신발 같았고, 젖은 양말 같았다. 날도 추운데 축축하게 젖어버렸지만, 차마 그걸 벗고 걸을 수조차 없는, 그런 젖은 신발, 젖은 양말. 영화속에서 클로즈업 되던 그의 젖은 신발은, 그것이 그의 삶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아, 무슨 삶이 이래. 왜 푹 젖어버린 신발 같은거냐고.



아, 인간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가. 나는 그 영화를 보고 르윈의 젖어버린 신발같은 삶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르윈이 우리집에 자러 와도 되겠냐고 물을까봐 조마조마했다. 거침없이 '싫어' 라고 말할 내 자신 때문에...내가 그렇게 말한다면, 젖어버린 신발로 뺨 까지 때리는 격이겠지만...






꿈에서 그리던 사람을 만나게 되면, 투명하게 흐르던 시간이 그 사람의 머리카락에 색을 들이고 형태 없이 흐르던 세월이 그 사람의 입술을 도드라지게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내 인연임을 알아보게 되는 법이다. 사만다도 내게 그런 존재였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정해진 분량만큼의 사랑만 할당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p.89)












꿈에서 그리던 사람이라고, 그 사람이 내 인연이라고, 그러니 이 애정은 끝이 없는 거라고 확신했던 순간이 분명 있었는데, 그 순간 조차도 결국엔 사라지고 만다는 생각을, 오늘은 했다. 이만큼이었구나, 그를 향한 나의 애정은. 이만큼만 할당되었었구나, 하고. 그가 내 인연이 아님을,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그렇게 오래 싸인을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온몸으로 거부했고, 그 많은 싸인들이 이제는 한 번에 후려치는 느낌이랄까. 예전엔 그가 열 번 실망을 주면, 한 번 웃게 한걸로 충분했는데, 이제는 한 번 웃게 한것보다 실망이 쌓이는 횟수를 세고 있다. 그에 대한 애정 할당량은 여기까지였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하는 아침. 애정도 식었고, 커피도 식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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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곰 2013-12-03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ㅡ 삶은 젖어버린 신발이라니.. 너무 철학적이잖아요 ㅎㅎ
전 오늘 하루종일 이 말을 하고 돌아다닐 것 같아요. 늘 그렇지만 오늘은 공감을 314개 드리고 싶어요^^

다락방 2013-12-03 17:33   좋아요 0 | URL
영화속에서 르윈의 젖은 신발이 클로즈업 되거든요.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신고 있기도 뭣한, 뭐랄까,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계속 강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에요. 계속 그 젖은 신발이 생각나네요.

공감 314개, 모조리 다 받겠습니다. ㅎㅎ

2013-12-03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3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3-12-0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이 너무 지독하다... 하아.. ( ")

다락방 2013-12-03 17:34   좋아요 0 | URL
나는 퇴근하다가 곤드레밥 먹고 들어가려고요. -_-

2013-12-03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5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3-12-03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을 이어서 꾸는 경우가 있다더니...젖은 하루 밤잠 자며 잘 말리시길...꿈에 드라이기 나오려나요?^^

다락방 2013-12-05 11:48   좋아요 0 | URL
그 다음날 꿈은 악몽이었어요. 제가 귀신이 되어 사람들에게 안보이는 꿈 ㅠㅠ 대체 왜 이런 꿈을 꾸는걸까요..사춘기인가 ㅠㅠ

2013-12-03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5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3-12-0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르르 눈이 감기는...그러나 다락방님과는 달리 표범은 고사하고 개미새끼 한마리도 안나온다는...

다락방 2013-12-05 11:50   좋아요 0 | URL
겨울이라 히터 틀고 이래서 공기가 무척 건조하잖아요. 그래서 눈이 쉬이 피로해지고 자꾸 눈을 감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오늘은 '건조함과의 전쟁'을 저 나름대로 선포해서, 사무실안의 화분에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가습기도 틀고, 걸레도 빨아놓고요. 어휴.

마노아 2013-12-04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범 얘기 태몽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이미 둘째 조카도 태어났는데 무슨 태몽이지? 이러다가 책 이야기 듣고서 아하! 했어요.
아아, 그나저나 젖은 신발 같은 삶이라니... 이렇게 확 와닿는 표현이 또 있을까 싶네요. 그저 축축합니다.ㅜㅜ

다락방 2013-12-05 11:50   좋아요 0 | URL
책은 책이고, 저도 역시 태몽을 생각했는데,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질 않아요. 누구 태몽이지? 정말 모르겠어요. 나을 사람은 다 나았고, 내 경우엔 안 나을 사람..인데. 흐음.

자작나무 2013-12-0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몽입니다. 이번에는 조카가 아니예요.

다락방 2013-12-05 11:51   좋아요 0 | URL
그럼 누구란 말입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3-12-0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링크건 화면.. 심규선을 심보선'으로 이해하고는 야, 이 사람 도대체 안 가진 게 뭐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얼굴도 잘생겼지, 글도 잘 쓰지, 머리도 좋지. 닝기미... 이제 노래도 부르는구나.... 하다가
여자 목소리가 나와서.. 그래, 신은 한 인간에게 모든 재능을 주지는 않지 했습니다. 다행이다.. 아, 다행이다 !!!

다락방 2013-12-05 11:52   좋아요 0 | URL
신은 한 인간에게 모든 재능을 주지는 않을테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신이 모두에게 하나씩의 재능을 주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아예 재능도 미모도 안주시는 듯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직업에는 여러가지가 있고, 그 직업들은 다시, 보람을 주는 직업과 안정감을 주는 직업, 단순히 돈만 벌게 해주는 직업으로 나뉠 수 있을것이다. 뭐, 이건 나누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텐데, 어떤 직업은 '남들이 보기에도 근사하고 자기 자신도 만족하는' 직업으로 보일 수도 있고, 어떤 직업은 '남들이 보기에는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자기 자신은 만족하는' 직업으로 보일 수 있을것이다. 이것 역시 나누는 사람, 보는 사람의 기준이겠다. 예를 들면, 내 기준에서는 통역을 한다거나 번역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남들이 보기에도 근사하고 자기 자신도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헬쓰장 트레이너에 대해서는 남들이 보기에 근사해 보이는 건 아닌데 자기 자신은 만족할 수 있을것 같은 직업이란 생각이 든다. 그건 자기 자신이 만족해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란 생각이 내겐 있었다. 



어제.

식구들과 모여앉아 티븨 채널을 돌리다가 암환자에게 운동이 얼마나 좋은지를 말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한 달이 지나고나자 몰라보게 몸이 좋아졌다고들 말하고 있었다. 환자 대부분이 나이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이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하자, 그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트레이너들이 그들에게 운동하는 방법을 옆에서 코치해주었다. 


나는 아픈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한 것보다, 그들의 운동을 돕는 트레이너들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 직업이, 아주 좋아 보이는거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이 삶과 아주 다르게 보이는 삶. 아프고 병든 자들을 좀 더 건강한 삶으로 이끌기 위해 프로그램을 짜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코치해주는 그 트레이너들이 무척이나 근사해 보이는거다. 일반적인 대형 헬쓰장처럼 거기엔, 열정 혹은 혈기로 들끓는 젊은이들이 왔다갔다 하지 않는다. 가끔 눈둘 곳을 모를만큼 근사한 차림새의 젊은이들이 바글거리지도 않는다. 혹시 잠깐 시간을 내어 커피 한 잔 할 수 있겠느냐는 은밀한 작업이 그곳엔 없다. 거기엔 남은 삶을 어떻게든 조금 더 이어보고자, 그 삶을 조금 더 건강하게 이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고, 젊음의 시간은 이미 다 보내 버린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곳에서 그들에게 동작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트레이너들을 보니, 뭐랄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이상적으로 보이는거다. 


그들에겐 성취감이 있을것이다. 물론, 그들이 잘하는 일일 것이고. 빠르고 급하게, 라는 게 거기엔 없을것이다. 퇴근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그 트레이너들의 머릿속에 뭐, 내 생각과 별반 다를바 없는 생각이 들어있을 확률이 크겠지만, 그 트레이너들의 직업이 아주 오래 이어갈 수 있는, 그런 완벽한 직업으로 느껴졌다. 나는 운동에 별 관심이 없고 잘 하지도 못해서 그 직업으로 옮겨간다거나 하진 못하겠지만, 만약 삶의 목표가 '돈 잘 벌고 출세하고 이름을 떨치는' 게 아닌 남자사람과 여자사람이라면, 그러니까 자신의 삶의 목표가 '조용하고 안정적이며 보람있는' 거라면, 그런 직업은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권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나는 겉에서만 본 거니, 그 직업으로 막상 뛰어들면 어떤 치열함이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어제 티븨를 보는 동안에는, 그들이 완벽해 보였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난 지금의 이 직장을, 이 직업을 오래오래 갖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난 뭘하며 먹고 살아야 할까? 





깨끗한 식사



어떤 이는 눈망울 있는 것들 차마 먹을 수 없어 채

식주의자가 되었다는데 내 접시 위의 풀들 깊고 말간

천 개의 눈망울로 빤히 나를 쳐다보기 일쑤, 이 고요

한 사냥감들에도 핏물 자박거리고 꿈틀거리며 욕망

하던 뒤안 있으니 내 앉은 접시나 그들 앉은 접시나

매일반. 천년 전이나 만년 전이나 생식을 할 때나 화

식을 할 때나 육식이나 채식이나 매일반.



문제는 내가 떨림을 잃어간다는 것인데, 일테면 만

년 전의 내 할아버지가 알락꼬리암사슴의 목을 돌도

끼로 내려치기 전, 두렵고 고마운 마음으로 올리던

기도가 지금 내게 없고 (시장에도 없고) 내 할머니들

이 돌칼로 어린 죽순 밑등을 끊어내는 순간,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없고 (상품과 화폐만 있

고) 사뭇 괴로운 포즈만 남았다는 것.



내 몸에 무언가 공급하기 위해 나 아닌 것의 숨을

끊을 때 머리 가죽부터 한 터럭 뿌리까지 남김없이

고맙게, 두렵게 잡숫는 법을 잃었으니 이제 참으로

두려운 것은 내 올라앉은 육중한 접시가 언제쯤 깨끗

하게 비워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도대체

이 무거운, 토막 난 몸을 끌고 어디까지!





어휴, 이 시는  아주 그냥 강하게 내려치는구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시랄까. 직설적으로 강하게 확- 내려쳐서 턱, 하게 되는 기분. 이래서 강신주가 그토록 김선우를 좋아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휙- 확- 내려쳐서, 내다꽂아서.




















이 시집을 펼쳐 절반쯤을 읽었는데, 또 모르겠는 시 투성인거라, 아아, 이것이 나의 문제야. 내가 시 조차도 너무 빨리 읽으려고 해서 그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시집을 덮었다. 생각날 때마다 천천히, 하나씩 둘 씩, 그렇게 천천히 야금야금 읽어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뭐든 빨리 읽으려고 하는 성격이 급한 나라도,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천천히 읽게 되는 글들도 있다고. 이를테면, 


코맥 매카시라든가, 줌파 라히리라든가, 앙드레 드 리쇼의 글이 그랬다고. 누가 권하지 않아도 천천히, 씹고 싶었다고, 그렇게. 그래도 다시,


천천히, 시를 천천히 읽어봐야지. 뭐, 천천히 읽는다고 내가 더 잘 이해할 것같진 않지만. -_-




정확히 뭘 어떻게 말하는건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는 않는데, 확실히, 그러니까, 음, 뜨거움을 주는 것 같은 이런 시는, 좀 아득하지만, 아름다운 것 같은 느낌.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이 시는, 현재 내가 읽고 있는 소설책보다 더 은밀함과 질펀한 감정을 깨우는데,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처음부터 성욕, 섹스 라는 단어를 남발하고 있어도, 이 시에서 주는 기운을 따라올라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소설도 절반 정도 읽었으니, 끝까지 읽어보기는 하겠다. 어쨌든 그래도 뭘 어떻게 설명하는건지 잘 모르겠어서, 참말이지, 강의라도 듣고 싶은 심정이다. ㅎㅅㅊ님 만나면, 이 시에 대한 해석이나 부탁해야 할까보다.




그나저나 오늘 검색창에 신동엽 아이큐가 160이라고 떴던데, 오, 신동엽은 그럴만도 하지, 싶다가.... 흥. 대한민국 머리 좋은 사람들은 죄다 연예인만 하나보다. 연예인들은 아이큐만 공개했다하면 다들 그렇게 높더라. 다시 한 번 검사해보라고 하고 싶다. 늬들, 늬들이 말한 아이큐 안나오기만 해봐, 이 구라쟁이들아.




암튼간에 오늘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용히 생각 좀 해봐야겠어..난 머리도 나쁘니까 말이야..



나도 내 프로필 사진에 있는 안젤리나졸리처럼, 저 코트를 입고 저 가방을 들고 저 핏이 나오는 여자였으면 좋겠다. ㅠㅠ

졸리는 치맥을 안하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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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3-11-28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김선우 좋아해요~!!
그녀의 산문집들은 한때 저를 점령했었어요. ^^
얼마 전에는 <거꾸로 가는 삶>이라는 시가 한동안 저를 멍~하게 만들었구요.
다락방님한테 김선우 시인의 이야기가 나오니까
다른 날보다 열 배쯤 더 반가워요.,

추운 아침이에요.
이런 날엔 스타일 생각말고 두툼하게 따뜻하게 입고 출근해야 하니까
안젤리나 졸리는 잠시 생각하지 말아요.
감기 조심하세요.

다락방 2013-11-28 12:12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의 댓글 읽고 검색해봤어요. 이런 시네요.


거꾸로 가는 생 - 김선우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나이 서른에 나는 이미 너무 늙었고 혹은 그렇게 느끼고
나이 마흔의 누이는 가을 낙엽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어도
갈래머리 여고생처럼 후르륵 가슴을 쓸어 내리고
예순 넘은 엄마는 병들어 누웠어도
춘삼월만 오면 꽃 질라 아까워라
꽃구경 가자 꽃구경 가자 일곱 살배기 아이처럼 졸라대고
여든에 죽은 할머니는 기저귀 차고
아들 등에 업혀 침 흘리며 잠 들곤 했네 말 배우는 아기처럼
배냇니도 없이 옹알이를 하였네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머리를 거꾸로 처박으며 아기들은 자꾸 태어나고
골목길 걷다 우연히 넘본 키작은 담장 안에선
머리가 하얀 부부가 소꿉을 놀 듯
이렇게 고운 동백을 마당에 심었으니 저 영감 평생 여색이 분분하지
구기자 덩굴 만지작거리며 영감님 흠흠, 웃기만 하고
애증이랄지 하는 것도 다 걷혀
마치 이즈음이 그러기로 했다는 듯
붉은 동백 기진하여 땅으로 곤두박질 칠 때
그들도 즐거이 그러하리라는 듯

즐거워라 거꾸로 가는 생은
예기치 않게 거꾸로 흐르는 스위치백 철로
객차와 객차 사이에서 느닷없이 눈물이 터저 나오는
강릉 가는 기차가 미끄러지며 고갯마루를 한순간 밀어 올리네
세상의 아름다운 빛들은 거꾸로 떨어지네


좋으네요. 김선우의 산문집을 검색해봐야 겠어요. (섬사이님 앞으로 자주 오시는 거 맞죠? 맞죠?)

2013-11-28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3-11-2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넌 대체 누구울 보고 있는 거야..내가 지금 여기 눈 앞에 서 있는데.......-by Jason Statham-

(정말 이렇다면 꿈만같은 일...)

다락방 2013-11-28 12:12   좋아요 0 | URL
므흐흐흐흐흐흐흐흐. 어제는 스맛폰으로 재이슨 스태덤 검색해서 아빠께 보여드렸어요.

아빠, 이 남자가 내가 좋아하는 남자야, 하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Mephistopheles 2013-11-28 13:40   좋아요 0 | URL
아버님께선...자연스럽게..."12시 통근길에 대머리 총각~~" 이란 노래가 떠오르셨을 껍니다.

다락방 2013-11-28 17:37   좋아요 0 | URL
므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밤늦게까지 재이슨 스태덤하고 같이 있는 상상했어요. 므흐흐흐흐흐흐흐흐

hnine 2013-11-2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대 중반쯤, 제가 제일 자주 한 생각이 그거였던 것 같아요. 이 직업을 평생 계속하기엔 너무 재미가 없다...직업을 재미로 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저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몇년 후, 그 직장을 그만 뒀지요 ^^
신동엽 IQ는 160 '이었다' 더군요, 지금 160 이 아니라요 (IQ는 같은 연령대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기때문에 계속 변할 수 있어요). 계속 10씩 떨어지고 있다면서요 ㅋㅋ
운동하는 암환자에 대부분 시선을 두고 있을때, 운동을 시켜주는 트레이너에도 시선을 돌리는 사람. 그런 사람 좋지요!

다락방 2013-11-28 12:16   좋아요 0 | URL
저는 재미도 없고 불만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계속 쭉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현실안주형인가봐요.

아, 그런데 아이큐가 그런거에요? 같은 연령대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는? 그래서 계속 변하는거에요? 아, 저 정말 몰랐어요. 그렇다면 신동엽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하는 것도 근거가 있는 말이겠네요? 물론 본인은 농담으로 했을지도 모르지만요. 마찬가지로, 아이큐가 예전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는 거겠군요.
연예인들이 아이큐 공개할때 다들 그러더라고요. 중학교 때 150 나왔다, 학생때 148 나왔다, 이렇게요. 150이나 148이면 정말이지 천재인데, 천재는 세상에 흔치 않은데, 그들 모두 다 연예인이 된거란 말인가....뭔가 신빙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건 아마도 천재이지 못한 제 불만...때문일지도 모르지만요.

제가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었다면, 저 직업을 심각하게 생각해봤을것 같아요. 이직을 하는쪽으로 말이지요.

단발머리 2013-11-2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강신주가 그토록 김선우를 좋아하는건가'에서 의문 하나.

다락방님은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어디서 아셨을까. 혹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에서 알게 되셨다면, 그 책을 읽은 나는 왜 기억이... 안 나는 걸까.

'안젤리나 졸리는 치맥을 안 하나'에 의문 둘.

졸리는 아마도 몸매를 위해 안 먹을듯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 그럴 수 없나? 하는 생각에
코트를 바꾸면 된다는 생각. 검정색에, 단정하고, 몸을 다 가리며, 날씬해보이는 코트로.
올 겨울 유행한다는 매니쉬 코트. 오케이바리~

다락방 2013-11-28 12:17   좋아요 0 | URL
네. ㅎㅎㅎㅎㅎ <맨얼굴의 철학~>에서 읽었어요. 그 책 반만 읽고 계속 멈춰있는 상태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젤리나 졸리는 치맥을 안하는것 같고, 저는 어제도 치맥을 했고....그러니까 저런 코트는 걍 쳐다보기만 해야하는 거...인거죠? ㅜㅜ
뚱띵이 파카나 입고 다닐랍니다. Orz

2013-11-28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9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3-11-2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우하면 저는 <물의 연인들>밖에 생각나질 않아요.
아쉬워요. 끝내 못 읽어냈거든요. 지금이라면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김선우의 산문투는 제가 좋아하는 게 아니어서 더욱 못 읽은 거 같더라구요.
요즘 신경숙의 문투가 그렇게 느껴지는데.... 이게 다 한강 탓이라구요. 이제 한강 글이 아니면 읽히질 않는... 아우

어떻게 해야하죠 다락방님? 여성적이면서 유쾌한 소설 어디 없나요. 어서 이 여성성에서 벗어나야 겠어요. 유쾌를 통해서.

다락방 2013-11-29 09:19   좋아요 0 | URL
전 일전에 김선우의 [캔들플라워]를 몇 장 읽다 포기했기 때문에, 산문집은 어떤걸로 읽을까 고민해보다가 또 포기하게 되고 그러네요. 산문집을 하나쯤 읽어보면 좋을것 같긴 한데 말이죠. 이건 천천히..

여성적이면서 유쾌한 국내여자작가..라면 정말이지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도, 하나도 없네요. 아는 작가들의 이름을 떠올려봐도 모두들 하나같이 우울..하기만 하네요. 흐음. 꼭 국내여자작가..에 한정된 게 아니라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을 한 번 읽고 기분 전환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그 작품은 유쾌하고 따뜻하니까요. 검색해보니 무려 지금 반값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