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하려고 지하철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외국인이 말을 걸어왔다. 익스큐즈미, 하며. 이 열차 타면 '길동' 에 가느냐고 내게 물었다.


5호선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방화행>이 있고,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마천행>과 <상일동행>이 있다. '강동역'에서 갈라지며 하나는 마천을 향해, 하나는 상일동을 향해 가는 것. 





그 외국인이 물어온 '길동'에 가기 위해서는(우리집도 길동역이다) '상일동행'을 타야하고, 지금 들어올 열차는 '마천행' 이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맞다, 여기에서 타면 길동에 간다. 다만 이번에 들어올 열차는 마천행이니 안되고 그 다음에 들어올 상일동행 열차를 타야한다.'



그런데 도무지 이 말이 문장이 되어 생각나질 않았고, 결국 나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예스. 디스 트레인 노. 넥스트 트레인 오케이."



외국인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내게 다시 물었다. '너도 길동에 가니?' 나는 답했다.



"노"



하아- 중고등학교와 대학교틀 통틀어 십년간 영어를 배워왔지만 대체 왜 내 영어실력은 이따구인가...왜 제대로된 문장 하나를 만들어내질 못하는가. 영어 공부좀 다시 해야하나. 나는 언제나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동경해왔고, 외국어 잘하는게 진리이며 최고라고 생각해왔는데, 왜 내 외국어 실력은 이따위이며 결국 동경만 하다 마는가. 작년 연말에 사주본 게 틈틈이 자꾸 생각나는데, 그 때 그 분은 묻지도 않았는데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기 때문이다. '락방씨는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에 대한 큰 동경을 가지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외국어를 못하네요. 끈기가 없어서.'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눈물이 앞을 가린다. 다시 영어공부를 좀 해볼까, 아니 독일어 공부 해보고 싶은데..아니 영어도 못하는데 무슨 독일어야, 아니 꼭 영어를 잘해야 독일어하나? 그런 고정관념을 버려! 이래가지고 오스트리아에 가면 물이나 제대로 사마실 수 있겠어? 영어를 이렇게 못해서야, 아니 영어는 포기하고 독일어를 시작해보자니까, 라는 생각들로 머릿속 복잡한 채 양재역에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다가, 문득 이런 깨달음이 왔다.




그런데, 그 외국인이 내 말 알아먹었잖아? 




그렇다. 그는 내 말 알아먹었고 그래서 내가 타는 마천행 열차에 타지 않았다. 지금 가진 실력만으로 충분히 가야할 곳을 찾아가도록 도울수 있는데, 굳이 스트레스 받아가며 공부해야 하나? 대체적으로 대한민국에 머무르는데, 대한민국에서 살기에는 이정도 영어실력이면 문제 없잖아? 지하철 뭐 타는지 알려줄 수 있으면 뭐 충분하지 않나?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고 해도, 뭐 잠깐이고, 그 때도 지하철 역은 어디에 있냐, 이것이 물이냐 정도만 물을 수 있으면, 뭐 되지 않나? 



스트레스 받지말고 걍 공부 포기하자, 내게는 공부를 포기하는 쪽이 더 잘맞다.




이런 결론을 내린 오늘, 떨리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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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2-0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o you know "hong GIL-DONG"? 이 질문 아니었을까요???

(뭐 파란눈에 늘씬하고 대머리이며 슈트가 제법 잘어울리면서 영국식 영어를 하는 외국인이 물어봤다면...
당연히 떨리는 아침이겠죠..)

다락방 2014-02-05 09:38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다면 저도 맞다고 마침 길동에 가는 길이었다며 그를 따라갔을지도 모를일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4-02-05 09:42   좋아요 0 | URL
아 좋다 222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4-02-05 09:46   좋아요 0 | URL
따라가기만 했을라고요....

그 남자를 집으로 끌고 들어가며...한마디 하셨겠죠..~~

"마더 파더~~!!! 아임~~~ 메리드~!!!!"

다락방 2014-02-05 16:14   좋아요 0 | URL
노노노노 메피스토님 저에 대해 잘 모르시네요. 저는 집으로 데리고 가 아임 메리드 하기 전에 그를 데리고 일단 가까운 호텔로...............=3=3=3=3=3=3=3=3=3=3=3=3

중요한 건 함께 사는게 아니니깐요. 킁. (그럼 뭐?!!)

세실 2014-02-0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귀여우셔라~~ 어쩜 다락방님은 나랑 비슷한 면이 있다니깐^^
저도 외국 다녀오면 '영어 꼭 배워야지' 하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딱히 쓸 일도 없고, 사는데 불편함도 없어서 그냥 잊어버려요. 그리고 또 외국가면 고민스럽고..... 도서관엔 외국인 안오네요. 다행......

다락방 2014-02-05 16:15   좋아요 0 | URL
저런 기본적인 문장조차 만들어내지 못하다니...참 스스로 한심해지더라고요. 부끄럽고.
그렇지만 한국어를 모르기는 그 외국인도 마찬가지인데, 대체 우리나라 교육은 왜 저로하여금 영어 못하는 걸 부끄럽게 느끼도록 만든걸까요? 흥! 영어 몰라도 사는데 그다지 지장 없으니 전 공부를 포기....하렵니다. Orz

다크아이즈 2014-02-0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후, 폭풍 공감이요.
저 몇 년 째 영어 회화 배웠는데(이제 안 배워요. 안 늘어서ㅠ) 저 따구(죄송해요. 다락방님~~)로 해요.
근데 소통 안 될 것 같지만 급하면 영어 못해도 소통이 되더라구요. 쪽 팔려서 그렇지...
근데도 아직 영어 배우고 싶단 욕심은 있어요. 요즘도 아침에 텔레비전 틀면 수능 영어 나오면 저절로 보게 되어요.
문법이든 어휘든, 이게 무슨 소용이간디요?

퇴근하실 땐 학씰한 영어 구사하셔서 오리지널 토종의 위엄을 보여주시어요^^*

다락방 2014-02-05 16:1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 따위로 영어 해도 소통이 됩니다. 뭐, 깊은 감정을 나누는 데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처음 본 외국인과 깊은 감정을 나눌 일은 별로 없고, 뭔가 뻑가게 생겨 깊은 감정을 나누고 싶어지는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면 그 때 한번 미친듯이 배워봐도 될테고....

그렇지만 영어는 확실히 인생의 숙제 같은 느낌이 들어요 ㅠㅠ

아무개 2014-02-05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겠지만 제 직업상 영어가 무지 중요한데...
중요하지만 안해도 버틸수 있으니 안하게 되네요.

오늘 아침에도 영어책을 꺼내려다 걍 덮고 딴 책 읽고 있네요.
하아...한심해...

다락방 2014-02-05 16:18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은 결코 한심하다고 느낄만한 영어실력은 아닐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엔 약간 엄살...이신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퇴근하고 싶어 미치고팔짝뛰겠습니다 ㅠㅠ

감은빛 2014-02-0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뜻이 통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외국어 공부라는 게 뭐 별건가요?
자꾸 이런 상황을 겪어가면서 저절로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것이
외국어를 잘하게 되는거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저도 외국어를 지지리도 못하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말하는 거랍니다. -_-;;

다락방 2014-02-05 16:18   좋아요 0 | URL
자꾸 이런 상황도 좀 안겪는게 좋지 않을까요? 겪으니까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가지고 -0-

뭐,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되어지는 때가 오겠지요. 그 때 하면 되겠지요. 그 때가 안오면...그냥 계속 이대로 살면 될테고요. ( ")

달사르 2014-02-05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래도 다락방 님은 외국인이 영어로 물어본 거를 알아들었다는 말이잖아요. 와. 대단.
난 그 정도도 안되요.ㅠ.ㅠ

그나저나 답변은 제 생각과 꼭같네요. ^^
아, 영어 참 쉽지 말입니다. ( '')

다락방 2014-02-07 11:21   좋아요 0 | URL
그 외국인도 쉽게 질문한 것 같아요. 키워드만 골라서요. 길동 이라고만 말해도 알아먹잖아요. 아, 너 길동에 가길 원하는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 뒤에 뭐라뭐라 또 묻는데 그건 못알아먹어가지고 그냥 했던 말 또했어요. 디스 트레인 노 넥스트 트레인 오케이. -.-

무스탕 2014-02-05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10년전에요, 외국애들(몽골애들, 인도네시아애들) 이랑 1년을 공부할때 대화의 50% 정도를 영어로 했는데요,
제가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영어가 되는 사랍입니까? 우리말도 어버버하는 사람이..
근데요, 이게 또 되더라 이겁니다.
영어, 결코 까다롭거나 무섭지 않더라구요. (푸하핫~~~)

다락방님은 오늘 아주 퍼팩트하게 고급 영어로 친절한 안내를 해 주신거에요. ㅎㅎㅎ

다락방 2014-02-07 11:22   좋아요 0 | URL
우리가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는 건 아니지만, 문법 따위 내다버렸지만, 그래도 중요한 단어들을 알고 있으니 기본적인 대화는...되는 것 같습니다. (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정도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외국어를 잘하면 더 좋겠지만, 못해도 그것이 스트레스 받을 일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요. ㅎㅎ

고급영어라뇨, 무스탕님. 아무리 그래도그렇지, 고급영어..는 좀 심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립간 2014-02-0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회학자나 철학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영어의 의미는 의사 소통 언어로서의 본질적 의미 이외에 서열화를 위한 수단으로써 영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위의 상황에서 의사 소통의 언어로서 생활영어는 다락방님께서 하신 (이따구 또는 저따위) 정도의 영어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다른 상황 예를 들어 미국에 이론물리학을 배우러 유학을 간 상황이라면 의사 소통을 위해 생활영어로써의 완전한 문장이 아니라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하는 영어가 필요합니다. (지식을 갖고 있은 갑이 지식이 없는 을을 배려해 주지 않으니까요.)

영어공부 포기자의 한탄입니다.

다락방 2014-02-07 11:23   좋아요 0 | URL
미국에 이론물리학을 배우러 유학을 간 상황이라면 행간의 의미와 전치사, 관사의 모든 의미까지 낱낱이 알아야 하겠지요. 이렇게 써놓고나니 제가 미국에 이론물리학을 배우러 간 상황이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핫

그나저나 마립간님이 영어공부 포기자라니, 믿기지 않는데요! 엄청 잘하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겸손한 거 아니십니까, 혹시?

2014-02-06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7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8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0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2-0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그의 질문을 알아들었고,
다락방님의 대답은 적절하고, 정확했습니다.

근데, 좀 슬퍼요.
저, 영어 공부 다시 한 번 해볼까요?

다락방 2014-02-07 11:2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이라면 다시 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알았던 걸 잊어버린 사람하고 아예 모르는 사람하고는 공부하고 나타나는 효과 자체가 다를테니까요. 단발머리님은 휙- 실력이 향상될듯요!

건조기후 2014-02-0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연말에 성시경 콘서트보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 갔는데요, 마천행을 타야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친구랑 얘기하느라 정신이 팔려 상일동행을 탔고 심지어 종점까지 갔답니다. ㅡㅡ 공연시간은 다가오고 완전 똥줄타서 미친듯이 역을 나가 택시 타고 날랐더랬죠 ㅜ 결국 10분 늦었지만 다행히 공연도 좀 늦게 시작해서 무사히 잘 보고 왔는데, 정말 중간에 찢어지는 5호선도 밉고 멍청해빠진 저 자신은 더 미웠던 ㅜㅜ

저 예전에 헬스장에서 있었던 일 생각나네요. 샤워실 보일러가 고장난 적이 있었는데, 외국인이 무슨 일이 생겼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머리는 막 복잡해지는데 입이 그냥 막 내뱉았어요. 핫 워러 노 ㅋㅋㅋㅋㅋ

에혀 ;; 우리 정말 영어공부 합시다 다락방님 ㅜㅜ

다락방 2014-02-07 11:29   좋아요 0 | URL
저는 술마시고 간혹 마천행타고 둔촌역에서 내려 어머나 여긴 어디야, 이러면서 택시 타고 집에 간 적이 몇 번 있습니다. -0- 저희집은 상일동행 타고 길동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말이지요. ㅠㅠㅠㅠㅠ 술이 웬수...킁킁. 공연이 늦게 시작해 무사히 콘서트를 보셨다니 다행입니다만, 아니 대체 왜 콘서트들은 다들 그렇게 늦게 시작한답니까? 시작한다고 하는 시간에 딱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콘서트든 영화든 말입니다. 흥!

건조기후님의 헬쓰장 사연을 보노라니, 저였어도 똑같이 답했을 것 같네요. 핫 워터 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공부하기 싫어욧!-0-

치니 2014-02-06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거슨 어쩌면 국제 연애의 서설인가! 아무튼 수많은 이들 중 다락방 님을 콕 찍어 골라 질문을 했고 너도 길동에 가냐고 물었으니 ..... 오. 분명 관심이 있었던 듯!

다락방 2014-02-07 11:30   좋아요 0 | URL
뒷모습 보고 다가온건데...엉덩이가 커서 그랬을까요? ㅋㅋㅋㅋㅋ 그치만 제가 사귀고 싶어하는 외모의 외국인이 아니었습니다!!! 브래드 피트 정도의 외모는 되어줘야....쿨럭 ( ")

2014-02-07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7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2-07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폭풍 공감!!
오래전 아이들 중학교 원어민 교사 홈스테이 할 때, 교통카드를 사면 뭐가 좋으냐고 묻는데~ 교통비 50원 할인에 1회 무료 환승할 수 있다는 걸 설명할 수 없어서 난감했던 기억!!!ㅠ
그런데, 애들은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려니가 입이 안 떨어지는데,
무식하고 용감한 제3인종 아줌마인 나는 어법에 맞는 문장구사를 포기하고 단어만 들이대도 뜻은 통하더라고요.ㅋㅋ
아주아주 오랜만에 다락방님 서재에 댓글 남기네요. 책도 잘 읽었어요~ ^^

다락방 2014-02-10 17:27   좋아요 0 | URL
오, 책 읽으셨군요. 부족한 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흑.

이게 영어가 그렇더라고요. 완벽한 문장, 제대로 된 문장으로 말하려고 하면 입이 안떨어지는거에요. 그러면 결국 한마디도 못하게 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일단 걍 아는 단어 쏟아내봐야 뭔가 의사소통이 되는것 같아요. 그렇게 의사소통했으니 다행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흑, 좀 더 잘하고 싶어요. 공부는 안하면서 잘하고 싶은 이 욕심 Orz
 

그는 회식이나 약속이 있는 날에도 꼭 짬을 내 나에게로 왔다. 그러고는 카페라테 톨 사이즈가 다 식어갈 때까지 두 눈을 마주한 채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찍 퇴근한 날도 일단 카페라테 톨 사이즈가 다 식어갈 때까지 두 눈을 붙잡고 오늘 있었던 일을 죄다 이야기하는, 카페라테처럼 거품 많고 열량 높은 의식을 치르고나서야 밥을 먹든가 영화를 보든가 했다. 한 달 동안 뮤지컬도 네 편이나 보았는데, 그는 마치 데이트 전문가코스를 이수한 사람처럼 매사에 능숙했다. 그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완벽한 사람이었다. 성격도 좋을뿐더러 아무리 봐도 미남이었다. (p.12)



'아무리 봐도 미남'이라는 건 주관적인 느낌이고 기준 자체가 다를 수 있으니 논외로 하더라도, 퇴근후 꼬박꼬박 만나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를 사랑하지 않기란 힘들다. 아니지, 일단 저렇게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서로 마음이 끌린다는 증거가 아닐까. 어떻게든 짬을 내어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 나랑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면 대체 왜 짬을 내 나에게로 온단 말인가? 그러니 당연히 그런 남자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을거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일은 그 한 달의 마지막 날에 일어났는데, 그가 카페라테 톨 사이즈의 반도 다 마시지 않았는데 대뜸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는 축하해달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더듬거리며 적당한 단어를 찾다가 포기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p.13)



아....진짜.....개자식이다. 친절하고 사려깊고 다정한 성격탓에 별 의도없이 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도, 나랑 이야기를 나누는 건 그 자체로 즐거웠지 나랑 사랑한게 아니라고 해도, 일단 그의 행동은 나로 하여금 '사랑'이란 감정으로 오해하게 했다. 그것이 오해라면 말이다. 왜 어딜가나 이런 놈이 있을까. 나도 이런 놈을 만나봤던 봐, 이 단편,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를 읽는데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뭐 이런 개똥같은 경우가 다있어. 

















여자는 그 소식에 놀라고 허망해 스스로를 원망한다. 내가 어쩌자고 착각한걸까, 왜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한걸까, 하고. 나 역시 나를 향한 그의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고, 그는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해 내게 말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였기에 내가 먼저 고백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아니'라고 했고, 그 때 내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나도 나를 원망했다. 자책했다. 내가 어쩌자고 '착.각.' 했을까. 내가 병신이었고 내가 등신이었구나. 그는 나를 그저 속 깊은 이성친구로 생각했는데 나는 그를 사랑하는 이성으로 생각한거구나. 우리가 향한 감정의 방향이 달랐구나. 달랐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렇지만 그것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남동생 덕에 알았다. 내가 고백한다고 했을 때 남동생은 잘 생각해보라고 해주었었고, 그것이 실패로 끝나 절망에 빠졌을 때 내 남동생은 내가 아닌 그에게 화를 냈다. 남동생은 그 때 분노하며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누나가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냥 고백했겠어? 누나도 뭔가 느껴서 그런거잖아? 그건 그새끼가 그렇게 한거잖아?


그 말을 듣고보니 그랬다. 나로 하여금 그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게끔, 그걸 그가 했다. 물론 그것이 내 기준이었음을 안다. 내가 한쪽 손을 들어 올리는게 사랑한다는 표현이라면 그가 한쪽 손을 들어 올리는 것도 사랑이라는 표현이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한 부분도 있지만, 그러나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우리 사이에 켜켜이 쌓인 사연들이 그것을 사랑이라고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내가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듯이 그도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여자는 그에 대한 마음이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아프다. 자꾸 그의 생각만 난다. 그와 '헤어져' 지내고 두달뒤, 그로부터 안부전화가 온다. 허허 그것참. 안부전화라니, 그 안부전화를 대체 왜 '약혼자와 시간을 두고 떨어져 지내기로 한' 시점에 거느냔 말이다. 그것부터가 여자를 단순한 친구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않나? 단순한 친구라면 약혼자가 있든 없든, 결혼을 했든 안했든, 그냥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거잖아. 이래놓고서 여자가 오해한거라고 말할 수 있는거야? 


남자는 팔에 깁스를 했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집에 바래다주기 시작한다. 며칠이 지나 남자는 여자에게 말한다.



"선숙씨, 저번에 선숙씨한테 욕먹고 나서 생각해봤어요. 내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여자들한테 얘기 많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내가 그런 사람인걸요. 또 선숙씨를 실망시킬 생각하면 나 속상해요. 앞으로 회사 일로 바빠지고 그러면 만날 시간도 없을 거고 ‥‥‥이제 그만 오세요." (p.20)



하아- 말하는 것도 재수없어. 거절의 말은 언제나 단칼에, 의도를 분명히 해야한다. 미적지근하게 하는건 정말이지 쌍방에 도움이 안된다니까. 여자가 자신을 바래다주는 게 좋은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면 설사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도 '이러지마' 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에 상처받지만 길게 볼 때 덜 상처받는 길이다. 이 머저리 병신아. 그런데 말하는 걸 보니 앞으로도 저 성격 고치긴 힘들것 같다.



"그동안 선숙씨한테 중독됐나봐요. 집에 혼자 오는데 허전하더라고요. 가끔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죠? 우리 아직 친구 맞죠?" (p.23)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진짜 울트라 짜증난다. ㅠㅠ 저렇게 다정하게 속살거리는 남자보다 더 짜증나는 건, 그 말에 '우리는 친구라도 할 수 있어' 란 생각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나같은 여자다. 난 친구 따위 필요없다고 냉정하게 돌아서면 되는데, 그간 사랑했던 남자를 앞에 두고 확 뒤돌아 가기는 또 얼마나 어렵단 말인가. 그래, 친구로라도 곁에 있자, 그 생각을 하면서 또 얼마나 비참할까. 친구로 지내다가 또 가끔은 어떤 말이나 행동에 '어쩌면..'하는 기대를 하게 될 지도 모르고. 정말 지옥같아 지옥같아.



어제 여동생과 엄마가 <따뜻한 말 한마디>란 드라마를 보고 있던중에 나도 옆에 가 앉았다. 3분쯤 봤나, 가서 책을 읽는게 더 낫겠단 생각이 들어 난 내 방으로 갈게, 하는데 조카가 이모 가지말고 여기 앉아있어, 라고 하길래 아아 마음이 샤라라랑~ 녹아버려 그래 알았어, 하고 좀 더 앉아 드라마를 보았다. 드라마의 상황은 이랬다. 김지수와 지진희는 부부인데, 지진희가 한혜진과 바람을 폈다. 그 여파로 김지수의 남동생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지진희는 그런 상황을 자책하고 있었으며 김지수는 때로는 자신을 때로는 남편인 지진희를 원망하고 있다. 내가 본 장면에서 지진희는 속상한 마음에 양주를 따라 마시고 있었는데, 김지수는 그런 지진희에게 원망을 퍼붓고 있었다. 왜그랬니, 라며. 그건 바람을 지칭한 거였는데, 물끄러미 지진희를 보다가 나는 여동생에게 말했다.



근데, 저런 상황에서도...지진희라면....도무지 미워할 수 없을것 같지 않아?



여동생은 웃으며 맞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런거다. 나는 물론 내가 읽은 저 단편 소설속의 남자가 짜증난다. 화가 난다. 그래서 여자가 내 친구라면 이 등신아, 멍청이처럼 굴지말고 만나지 마!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여자의 입장이라면, 소설의 내용만 놓고 봤을 때, 이런 놈이라면 헤어져야지, 라고 당연한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 사람을 대입해보면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어진다. 만약 남자가 지진희라면, 혹은 현빈이라면? 내가 너 따위 안봐, 라며 거칠게 돌아설 수 있을까? 나 역시 찌질하게 '친구'라는 관계로 어떻게든 그의 옆에 있으려고 하지 않을까? 하아- 언제나 그렇다. 언제나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당당하게 빠져나와 나의 사랑을 찾아야 하는 법. 그러나 이론과 실제 사이에는 언제나 언제나 멀고도 먼 간극이 있다. 장담한대로 행할 수 없는 멀고도 먼 간극. 저 상황의 남자는 여자에게 지진희고 현빈이었겠지.



"나는 선숙씨가 기대하는 건 줄 수 없어요. 여자를 계속 오해하게 만드는 남자는 지옥 간다고 선숙씨가 그랬잖아요." (p.21)



맞다. 여자를 계속 오해하게 만드는 남자는 지옥에 간다. 지옥에나 가버려라 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남자들아!! 


갑자기 어제의 통화가 생각난다. 


친구: 내일 날씨 더 춥대. 알고있어?

나: 아니.

친구: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거야, 날씨 춥다는 것도 모르고.

나: 이렇게 너가 말해주잖아.



난, 내가 하는 어떤 말들이 상대를 기분 좋게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친구도 웃었으니까. 단편 소설속의 남자도 자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말들이 여자에게 다정하고 사랑스럽게 가 박힐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을거다. 그러면서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 걸 은근히 즐기고 있을것이고. 정말 몰랐다는 말은 말짱 거짓말이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길 바라면서 나는 너랑은 감정의 결이 달라, 라고 말하는 순간에 약간은 뻐기는 마음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지옥에나 가버려라.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지옥에 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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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2-0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본인(?)이야기 입니까???

그나저나 팔에 깁스한 인간을 뭐하러 바래다 줬을까요? 다리몽댕이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저 남자의 모든 행동은 일종의 "피싱그라운드 신드롬"이 아닐까요...다시 말해 "어장관리"

다락방 2014-02-04 10:30   좋아요 0 | URL
가방을 들어주고..뭐 그랬습니다. 그 시간이 행복하다고 여자는 말해요. 잠깐동안 남자를 집에 바래다주는 그 시간이요.

분명 어장관리의 일종인데 본인은 정말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겠죠. 흥. 나쁜놈!!

단발머리 2014-02-0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페라떼 톨 사이즈 엄청 좋아하는데, 저에겐 이런 경우가 없었지만, 없었지만.... 흐흐흑
이런 경우가 없었지만, 이런 남자는 정말 짜증나네요.

남동생분 표현이 적당합니다.

ㄱ ㅅㄲ...

다락방 2014-02-05 09:39   좋아요 0 | URL
저런 남자가 짜증나는 건 말이죠, 외부에서 제삼자의 눈으로 볼 때에요. 정작 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그 남자가 짜증나는 게 아니라 애를 태우죠. 하아-

감은빛 2014-02-0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런 남자가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친하게 지내는 이성 친구나 선후배가 있긴 하지만,
매일 찾아가서 신나게 수다를 떨고,
그것도 상대가 오해할 정도의 시간과 정성이었는데도,
그게 아무런 감정이 아니었다는 건 좀 이상하네요.

그 여성에게 집으로 데려다달라고 하는 상황도 웃겨요.
물론 책을 안 읽고, 다락방님의 글만으로는 당연히 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요.

잘 지내시죠?
명절과 함께 맞은 1월 말과 연휴가 끝나고 맞은 2월 초는 정말 죽음의 시간이네요.
정신없이 바쁜 날입니다. 그래도 잠시 짬내서 들른 알라딘이 조금 여유를 찾아주네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 2014-02-05 09:43   좋아요 0 | URL
저런 남자라면 정말이지 욕심이 많은 남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과 정성을 쏟아 여자와 대화하는 걸 즐긴다면, 분명 그 여자를 어떻게든 다른 사람보다 '좋아하고는' 있는거겠죠.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로 삼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는 머릿속으로 '더 나은 여자'를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더 예쁘다던가 더 쭉빵이라던가 더 돈이 많다던가 하는식으로 말이지요. 그런 여자를 애인으로 겟한뒤에 저렇게 이야기가 잘 통하는 여자는 친구로 여기저기 박아놓는거죠. 그럼 애인도 갖고 속 깊은 이성친구도 갖는 거니까요. 나를 이성의 눈으로 본다는 걸 알면서도 단호하게 '노' 라고 말하지 않는건, 그런 남자들이 착하거나 배려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군가 나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상황'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인것 같아요. 결국, 이것도 저것도 다 갖고 싶은 욕심이 그의 안에 넘쳐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뭐, 저도 일종의 그런 여자이므로 같이 욕먹어도 싸요. -_-

잘 지냅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개 2014-02-0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착각은 자유란말도 있긴하지만,
사람관계에서 상대방이 내게 호감이 있다 없다 정도는.. 특히나 남녀사이에서는
왠만하면 정말 눈치가 없는 사람빼고는 다 알아차릴텐데요...

흠....아니면 나도 이사람에게 호감이 있으나 친구로서만 가진 호감이니까
상대방도 내게 보이는 호감이 나와 같은거라고 생각하는건가?....

다락방 2014-02-05 09:46   좋아요 0 | URL
물론 호감이 아닌데 착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긴하지만 말입니다. 참 그렇네요. 우리 사이에 오고간 그것이 그게 아니란 말이라니. 이런 관계는 애인 사이의 그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상대는 친구 사이의 그것이라고 생각했던걸까요, 정말?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아무개님. 때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감정이 어떤 색깔인지, 어떤 형태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요. 그러면서 헤매고 다닌다고 말이지요.

레와 2014-02-0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얘긴줄 알고 깜짝 놀랐네. -.-

다락방 2014-02-05 09:47   좋아요 0 | URL
참 여자들이 살면서 이런 남자들을 한 번씩은 만나는구나 -_- 짜증나..

화이트 2014-02-04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방님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자신의 상황은 항상 감정이 개입되니까요~~^^;; 합리적인 결정인데도 그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조건일까요? 인간이니까요. 그래서 울고 웃게되고 나중에 추억하고 그런 것 같아요. ㅠㅠ . 근데 전 이런 상황이 안생겼음 좋겠어요. 생기면 그 속에 빠져 허우적거릴거니까요.^^

다락방 2014-02-05 09:49   좋아요 0 | URL
외부에서 제삼자가 단호하게 결론을 내려줘도 그대로 실행을 할 수 없는건 바로 그 감정이란 것 때문이겠죠. 당사자도 제삼자가 된다면 분명 똑같은 충고를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결국 결정은 자신이 내리는 것이고, 그 결정이 힘든 이유는 내가 그를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놈의 빌어먹을 감정 때문인거죠.

저도 이젠 늙어서 그런지(ㅎㅎ) 이런 상황에 빠져들고 싶지 않아요. 생각만해도 피곤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네요. 어휴..

moonnight 2014-02-0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감정이 같다고 생각할 충분한 상황을 만들어놓고서는 난 아니었는데 네가 오해했네 어쩌고 하는 남자들은 다 지옥으로 던져버려야 합니다. -_- (예전에 많이 아팠다는. 흑. ㅠ_ㅠ;;;)

이럴 때 저는 나이가 드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서요. ^^

다락방 2014-02-05 09:50   좋아요 0 | URL
나는 사랑 그는 우정, 그 기준이 대체 어디서부터 갈라지는걸까요? 어떻게 이게 사랑이 아니라는건지, 원. 대체 상대가 생각하는 사랑은 뭐기에...

저도 더이상 흔들리고 싶지도 않고, 그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죠, 문나잇님, 이것도 사람 하나 대입해보면 쉽게 답 나옵니다. 갑자기 현빈이 다가와서 내게 속깊은 이성친구를 해달라고 하면, 전 애태우면서 그 역할을 기꺼이 수락할거에요. ㅠㅠ

비로그인 2014-02-05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동문회 커플 모임때 같이 가자고 하고, 같이 둘이 영화보러가자 하고, 옷 따틋하게 입고 다니라는 둥...암튼 별 .. 하도 이상해서 쇼부를 내야할 것 같아 물어보니, 지는 여자로서 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그런 새끼도 본 적이 있어요 ㅠ 정말 한대 콱 ...

공대 96 ..xx ㅠ
그 이후로는 면상도 보기 시러 공대 캠퍼스는 가지도 않았다는 ㅠ

근데 그런 남자들 있어요..있더라구요.
그러니까..확실한 건 절대 날 사랑하는건 아니라는..

남자가 사랑하는데 그럴수는 없으니까요.
더군다나 여친 따로 놔두고?
그때 그 공대 96 은 여친은 없었지만ㅠ
그냥 심심풀이..친구 정도..~~
뭐 열 여자 거부 안하는 느낌 ?
제길슨 ..

다락방 2014-02-05 09:54   좋아요 0 | URL
동문회 커플 모임에 같이 가자니...아니 여자로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너무 무례한거 아닙니까? 한.번.도. 없다니. 어디서 거짓부렁을...아우..욕 나오네요. ㅠㅠ 욕심많은남자새끼죠. 나쁜 쉐키..ㅠㅠ 그런 놈들은 진짜 지옥에 가야합니다. 나쁜놈들 ㅠㅠ

기억의집 2014-02-0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책 몇달 전에 읽은 모라사키 서점의 나날들하고 내용이 너무 비슷해요. 사귀던 남자가 어느 날 밥 먹으면서 자기 결혼한다고... 후레자식이죠. 잔뜩 맘만 흔들어놓고... 저는 작년에 다음의 미즈넷 열혈독자였는데 저런 비슷한 경우 많더라구요. 유부남(녀)가 싱글인 것처럼 다른 사람 사겨 맘 흔들어놓고 나 결혼했어 이런 경우... 자기도저히 못 헤어질 것 같은데 어떡했으면 좋겠냐는 글 올리면 정신차려란 글이 대부분이었어요. 상간녀 혹은 상간놈으로 취급돼 위자료 청구되기 전에 헤어지란 답글들....한 여자한테 만족하지 못하는 것들은 결혼하면 안되는데.. 저런 경우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양다리의 설레임~

다락방 2014-02-05 16:11   좋아요 0 | URL
이런 놈들이 세상엔 아주 많기 때문에 여기저기 소설이며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먼로의 단편 소설에도 등장하거든요. 내 애인인데 여행가더니 결혼한다는 엽서를 띄우는 남자... 쩝. -_-

욕심이 많은거죠. 누구도 놓기 싫고 포기하기도 싫을만큼. 영혼과 육체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여기저기 팔을 뻗치는. 그런 사람에게 결혼 제도는 정말 안맞죠. 제 경우에도 한 사람에게 오래 만족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결혼은 옳지 못한 것 같아요. 끙.

마노아 2014-02-0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엄청 공감이 가네요. 지옥에 갈 많은 인간들...ㅜ.ㅜ
그나저나 그 남자가 지진희나 현빈같으면 좀 이해라도 가겠는데... 하아...;;;;;

다락방 2014-02-05 16:11   좋아요 0 | URL
이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슬프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진희.........는 양반이죠. 어떻게든 친구로라도 남아야죠. 하아-

2014-02-05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5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4-02-0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이 아주 복닥거리겠어요. 저런 놈들이 많아서.
나도 괜히 옛날 생각 납니당. 저런 놈들은 어디에나 널렸다니까요. ㅎ

ㅋㅋㅋㅋ. 어떻게든 친구로라도..에 왜케 공감이 가나요. 하아..ㅠ

다락방 2014-02-07 11:31   좋아요 0 | URL
전 갑자기 다른 생각나네요. 친한 남자아이가 그러더라고요. 한 여자사람친구가 자신에게 파티(모임)에 같이 가자고 했대요. 그래서 정장을 차려입고 같이 갔는데 거기가 사이비 종교집단....모임이었다고........정말 당황스러웠다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세상엔 왜 이다지도 지옥에 갈만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가요? ㅜㅜ
 

연휴의 마지막날은 막힌 변기를 뚫는 것으로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변기가 막혔다. 공교롭게도 내가 볼 일을 본 뒤였다. 끙. 아니 이런일이 왜 대체 내게 일어나는가....나는 난처한 표정과 말투로 변기가 막혔어...라고 말했고 남동생은 대체 누나는 어떤 사이즈(응?)로 볼 일을 보기에 면기를 막히게 하냐며 ...뭐, 지저분한 얘기는 이쯤하고. 남동생은 스맛폰을 들여다보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나는 저 막힌 변기를 어떻게 뚫을 것인가 고심하고 있었는데, 아주 쉬운 방법을 찾아냈다며 남동생은 내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이밀어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아, 너 막힌 변기 뚫는 방법을 찾고 있었던거구나! 


방법은 간단했다. 변기를 비닐로 막고 돌리는 것이다. 돌리면 압이 차오르니 그 때 그 압을 다시 변기로 밀어 넣어주면 뻥- 하고 뚫리는 것. 말로 설명해 무얼하리, 우리가 본 영상을 찾아 올려보려고 했으나, 흐음, 우리가 본 영상을 올리자니 지저분하기 짝이 없구나. 혹여라도 이 방법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검색창에 <뻥투사용방법>을 검색해보시길 추천한다.


남동생과 나는 커다란 비닐과 테이프를 준비해 변기를 밀봉했다. 그리고 동영상에서 본대로 했다. 세 번쯤 하고나니 정말이지 뻥 뚫렸고, 남동생은 내가 연휴 마지막날 누나때문에 막힌 변기 뒷수습이나 해야 하냐며 궁시렁거렸다. 여튼 남동생이 참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웠다. 나는 남동생을 무지막지하게 사랑한다. 남동생은 최고다. 나에겐 너여야만 해!!




연휴가 시작되면서 동시에 나는 연휴동안 책 읽을 생각에 들떠있었다. 혼자 방안에 콕 처박혀 책들을 쌓아두고 읽어야지. 그러나 첫날은 연휴를 온몸으로 즐기느라 늦잠에 낮잠까지 어휴 책을 읽게 안되는거다. 집중도 잘 안되고 늘어지길래 나가서 산책을 하고 그 길로 까페에 들러 책을 읽었다. 커피와 함께 읽고 있던 책을 마저 다 읽고 왔다.




이튿날엔 여동생 식구들을 비롯 모든 친척들이 방문하는 바람에 내 시간을 가질 짬이 없었다. 집안에 사람들이 가득가득한게 나는 그다지 좋질 않았다. 이 방엘 가도 저 방엘 가도 누군가가 꼭 있고, 또 그렇게나 사람이 많이 와있는데 나 혼자 빈 공간을 찾아내 책을 읽는것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고...책을 들고 까페로 나가 잠시라도 혼자 있고 싶었지만, 조카들을 두고 나 혼자 나가자니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해서, 저녁 무렵 마트에 가 술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 제부랑 남동생이랑 함께 나갔는데 나는 술을 잔뜩 사고 제부는 회를 샀다. 전으로 안주 하긴 싫었으니까. 다들 우리같은 생각을 가졌던건지 횟집엔 사람이 엄청나게 줄을 서서 회를 포장하고 있었다. 헐...여튼 회를 사가지고 집에 와서는 늦도록 술을 마셨다. 다음날 친척들이 모두 돌아가고 여동생 식구들만 남았는데, 여동생 식구들은 제부를 제외하고 우리집에 며칠 머무르기로 했다. 명절을 맞아 여동생이 입술에 물집이 잡히고 좀 힘들어 보여서 함께 있자고 한 것. 의도도 좋았고 내 뜻도 기꺼이 그러했고 조카들은 사랑스러웠다. 조카를 데리고 올림픽공원에 산책을 가, 조카가 원하는 초콜렛을 사주고 조카와 함께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는 것은 명절의 하이라이트.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나는 조카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무척이나 좋다. 늘 이 아이를 웃게 해주고 싶다고 자꾸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좋아하고 사랑하고 웃게 해주고 싶다고해서 아이와 함께 노는 일이 힘들지 않은건 아니다. 일요일에는 아침부터 낮까지 이 아이랑 계속 함께 놀아주는데, 아, 나는 이 아이에게 몇천번이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면서도, 정말 예쁘다고 쓰다듬으면서도, 나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을거라고 결심에 결심을 거듭했다. 사랑한다고해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마냥 기쁘기만은 한게 아니라는 걸 절절히 실감했달까. 오후 세시쯤 완전 기진맥진해서 내 방에서 나와 놀던 조카에게 "이모 마루에 나가서 잠깐 쉬다올게" 라고 했더니 조카가 "나도 이모 따라갈래" 라고 하는 그 순간, 아, 정말 폭발할 뻔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고 내가 그 아이와 뭐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닌데. 조카가 하자는대로 가만히 앉아서 말상대를 해주었을 뿐인데. 공주놀이를 해주고, 마트에 가는 놀이를 해주고, 책을 읽어주고, 같이 낙서를 해준것 뿐인데. 별 거 아닌 것 같은 일들인데 사람이 이렇게 지치고 녹초가 되다니...이런 생활을 내 여동생을 비롯한 이땅의 엄마들이 매일 하고 있다니..오, 신이시여. 엄마들은 정말이지 위대합니다. 게다가 내 여동생은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있다고!! 이래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필요한거구나. 아이가 하나여도 엄마는 엄마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애들을 늘 데리고 있으면 매일매일을 아니 매시간을 대체 어떻게 버틸 수 있는거지?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그게 버텨질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희생이 아닐까. 아- 그나마 제부가 교사이고 칼퇴를 하며 직장과 집이 가까워 다섯시 반이면 집에 도착을 하고, 방학이면 거의 집에서 아이들을 같이 봐주기 때문에 여동생의 경우엔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여동생은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바람을 쐬고오고, 나가서 커피를 마시고 오고, 운동을 하러 다녀온다. 그 시간들이 없다면 아마 동생도 버티지 못했겠지. 


나는 도무지 할 자신이 없다. 매일을 아이들과 그렇게 보낼 자신이 없다. 사랑은 사랑이고 예쁜건 예쁜거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을것 같다. 어제도 헬쓰장 다녀온 남동생에게 나는 소리를 질렀고(너만 운동하고 오면 다냐!), 남동생은 내게 변기 뚫어줬는데 왜이러냐며 맞받아쳤다. 나는 내가 변기 뚫을테니 니가 애 보라고 소리를 질렀고, 옆에서 여동생은 야 언니 스트레스 지금 대박이야, 라고 내 상황을 설명해줬다. 여동생은 언니 남동생이랑 나가서 맛있는 것 먹고 천천히 들어오라고 했고, 갓난 아기를 안고 있는 여동생에게 첫째 조카까지 맡기고 나가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아 망설여졌지만, 외출했던 우리 엄마가 들어오시는 바람에 행복한 마음이 되어 안심하고 나갔다. 그리고는 남동생과 순대국을 시켜두고 가운데 순대를 또 시켜두고 부지런히 먹었다. 시장에 들러 바나나를 사고 마트에 들러 조카에게 줄 과자와 우유를 사고 집에 돌아왔더니 조카 둘이 자고 있더라. 나는 잽싸게 책을 챙겨서는 다시 나갔다. 나 까페에 다녀올게, 한 시간만 있다 올게, 라고 말했고 여동생과 엄마는 충분히 쉬다 오라고, 밤에 들어와도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한시간 반을 까페에 있다 왔다.







밤에 잠든 조카를 바라보며 또 얼마나 예쁜가를 생각하다가, 이렇게 예쁜 아이를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함께 노는게 힘들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를 생각했다. 사랑한다면 사랑한다는 그 이유 하나 만으로도 힘들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닐까. 게다가 아이가 둘이라면 하아- 한숨부터 나와. 매일을 엄마로서 그 아이들과 살아야 한다니. 나는 정말이지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회사 나가서 일하는게 더 편한거라는, 더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나가있는 동안이 훨씬 더 편한거라고. 나는 결혼하지 않고 애도 낳지 않겠다고 결심에 결심을 거듭하다가 여동생에게 너 정말 대단하다는말을 했다. 너는 어떻게 사니 대체, 어떻게 아이 둘을 매일 보고, 그 틈틈이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그러다 명절이라 시댁에 가서 요리도 하고, 아니 그런것들을 대체 어떻게 하며 살고 있는거니.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나는 그냥 연애만 하고 살아야겠어. 그러자 내동생은 그러라며 이렇게 말했다.



언니,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잖아? 내 생각엔 안하고 후회하는 게 나은것 같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완전 사랑한다 내동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짱멋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니가 최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그동안 사람들로부터 '그렇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나은것 같다' 란 말만 들어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짱멋져. 캡이다 너는 ㅋㅋㅋㅋ




나이 먹을수록 점점 더 내 공간이 소중해지고 나는 점점 더 폐쇄적이 되어가는 걸까.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친척들과 함께하는 술자리가 즐거운 면도 분명 있지만, 나는 내가 머무르는 내 집이 복작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에 대한 반가운 마음이나 즐거움 보다는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크다. 작년말에 사주를 봤을 때 나는 혼자 있는게 더 편하고 신난 사람 이라는 말을 사주봐주시는 분이 해주셨었는데, 어휴, 이번 명절에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그립던지 미칠뻔했다. 명절 내도록 그런 생각을 했다. 앞으론 명절마다 아예 한국을 떠나있어야 겠다고. 그 비행기값..을 갚으려면 절약에 절약에 또 절약을 해야겠지만, 그게 잘 안되서 또 발을 동동 구르긴 하겠지만, 여행 자체도 내겐 몹시 힘이 들지만, 하아, 복작거리는 집에는 내 마음의 평화와 안정이 없어. 흑 ㅠㅠ


조카를 보는 일도 그렇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내내 붙어있는 것을 잘 해내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다. 사랑하는 것과 함께 사는 것이 꼭 함께 가야 하는 게 아님을,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더 힘든 것임을 완전 엄청나게 깨닫는다. 그러다가 여동생이 틀어둔 <응답하라 1994>의 샤워하고 수건으로 하반신만 가리고 나온 칠봉이를 화면상으로 잠깐 보며, 나는 왜 내 칠봉이의 벗은 몸을 보지 못했던가, 라고 잠깐 속상해하고, 훌쩍.  맨정신으로 연휴의 마지막날을 보낼 수 없어 김치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셨다. 사다 둔 막걸리를 다 비워내고 남동생과 나는 이 압박감을 어떻게 극복하냐며 맥주를 꺼내 2차를 하기 시작했다. 안주는 계속 김치였다. 




그렇게 2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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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2-03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건의 에피소드와 책을 자연스럽게...연결지어보니.....

(배설을 너무 과하게) 욕망하는 여자가...되어 버리는군요....

-뭐 어렵게 테이프에다가 비닐에다가 그냥 마트가서 이만원 안팍의 막대기에 고무 뻥 달린걸 상비해놓는 편이.....

다락방 2014-02-03 10:26   좋아요 0 | URL
그 고무 뻥 집에 있는데 못찾겠더라고요. 근데 해보니까 비닐에 테이프가 훨씬 더 쉬워요. 한 번 해보세요 ㅋㅋㅋㅋㅋ 일단 변기를 막히게 한 뒤에...( ") 킁킁.

단발머리 2014-02-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네요.
특히,
"오, 신이시여. 엄마들은 정말이지 위대합니다."에 밑줄 긋습니다. ㅋㅎㅎ

여동생분에게 전해주세요. 그래도.... 둘째가 다섯살정도 되면 조금 괜찮아진다고요.
숨쉴 구멍이 쪼금, 아주 쪼금 생긴답니다. ^^

이번 설에 저는 '성 안의 카산드라'를 읽었지요. ㅎㅎ 혼자 떠나는 영국 여행... ㅋㅋ

다락방 2014-02-03 15:04   좋아요 0 | URL
오, <성 안의 카산드라> 다 읽으셨습니까? ㅎㅎ
가끔 어떤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요. 감정의 방향 같은거요. 이름이 기억 안나는데, 여튼 카산드라가 사랑하는 그 남자는 카산드라와 있는게 즐거우면서 카산드라 언니의 미모에 훅 빠져들었죠.

둘째가 다섯살 정도 되면 조금 괜찮아진다고요? 하아- 아직 몇 년을 이렇게 더 힘들어야겠군요. ㅠㅠ 엄마들은 정말 위대합니다, 단발머리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름은 엄마란 이름인 것 같아요, 정말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4-02-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드라마 광고가 나오는데 이런 대사가 있더라구요..
'야 구두가 오래 신으면 낡아서 발이 편해져야 하는데 싸구려 구두는 아무리 낡아도 더더 발이 아파져...'
과연 결혼은 익숙해지는 어떤 것이 아닌것 같다는 결론에 저는 최근 도달했습니다.

참 세월이 빨라 아가가 벌써 저리 자랐군요.. 너무 예쁘다.

다락방 2014-02-03 15:07   좋아요 0 | URL
여동생 덕에 자신의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과 부부로 사는 것 엄마가 되어 사는 것 며느리가 되어 사는 것에 대해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데요, 어느것 하나 쉬워보이는 게 없어요. 물론 거기엔 결혼하지 않는다면 결코 모를 어떤 기쁨이나 충만함이 있겠지만, 그 길로 들어섰을 때 잘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저는 전혀 들질 않아요. 자신 없습니다, 저는요. 어휴. 그런점에서 결혼생활을, 육아를 하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정말 대단해 보여요. 남편과 나, 둘만 사는 거라면 결혼이 익숙해지는 순간이 올거라고 생각하지만, 단순히 그와 내가 함께 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익숙해질 수 없는 어떤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네, 조카는 점점 더 예쁘게 자라죠. 그만큼 저는 늙어가고요. 오늘 거울을 보니 피부가 푸석푸석 ㅠㅠ

blanca 2014-02-03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저희 애 둘은 게다가 지금 나란히 아프답니다. 이 글을 읽으며 계속 맞아, 내가 지금 힘든 것 맞는 거야, 하며 끄덕끄덕. 안 하고 후회 ㅋㅋㅋ 다섯 시 반에 퇴근하는 제부가 정말 부럽네요^^;; 아, 근데 어느새 둘째 조카까지 태어난 거예요? 조카 웃는 모습 너무 예쁘네요. 저는 친정에 가니 남동생이 약속 잡아 나가는 센스--;; 발휘하셔서 아마 조카들 피해 도망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분노의 카톡 보내려다 말았어요.

변기 그 방법 저도 알아요. ㅋㅋ 저희 변기도 수시로 막혀서. 너무 크면 외부에서 해결하라고 그럽니다. ㅋㅋ



다락방 2014-02-03 15:14   좋아요 0 | URL
아 블랑카님. 애가 하나 있을 때도 애 아픈게 엄청 힘든데 애 둘이 나란히 아프다니요 ㅠㅠ 약 챙겨 먹이고 열 내리게 하고 상태를 지켜보는 것도 힘들지만 아파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는건 진짜 엄청난 고통인 것 같아요.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게 되고 말이지요. 작은 아이들이 그 고통을 당하는 걸 보는건 정말 끔직해요. ㅠㅠ

조카 오기 전에는 조카 빨리 보고 싶어서 미칠것 같은데 정작 조카랑 놀다 보면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흑흑. 이건 무슨 모순적인 감정인가요 블랑카님. 엉엉 ㅠㅠㅠㅠㅠ

저희는 변기 막힌 적이 거의 없어서 초당황 했네요. 하하하하. 그런데 저 방법이 꽤 쓸만하더라고요! 제 남동생이 저더러 '누나는 앞으로 지하철역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해!' 라고 했어요. -_-

아무개 2014-02-03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결혼은 역시 안하고 후회하는게 낫죠. 암요.
아이만 없다면야 뭐 암때고 이혼해도 상관없겠지만.....

2.연휴내내 저도 무지하게 먹었더니 앉아 있기가 불편할 정도로 배가 불뚝나왔어요 ㅜ..ㅜ
고기한점 없이 술드셨는데 괜찮으신가요?

3.블랙 커피를 사발로 마셔도 졸려요..아흑

다락방 2014-02-03 15:15   좋아요 0 | URL
대체적으로 결혼한 사람들은 '해보고 후회' 하라고 하는데 꽤 신선했어요. 또 정말 솔직한 답변이라고 생각했고요. 자신이 힘들면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힘든 자신을 들여다보고 또 그 감정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찾아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동생은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아이라 다행이에요.

고기를 너무 먹었더니 고기 먹기가 싫더라고요.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0- 저녁으로 순대를 실컷 먹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김치가 따봉이더라고요. ㅠㅠ

어제 책 읽느라 새벽에 잤더니 저도 지금 엄청 졸리네요. 일하긴 싫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관찰자 2014-02-0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지어 28개월 된 남자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데.
이번 설 연휴에 <솔로몬의 위증> 3권을 꼭 마져 읽고 싶어서,
한놈은 업고, 한놈은 발로 간지럼을 태우면서 읽었다는 비화가.ㅠㅠ

쌍둥이 낳고, 저의 독서 시간은 주로 새벽 4시에 시작된다는..

아.
인생이여.

아무개 2014-02-03 15:00   좋아요 0 | URL
정말 대단하십니다!!!!!!!!!!!!!!!!!!

다락방 2014-02-03 15:16   좋아요 0 | URL
맙소사. 쌍...쌍....쌍둥이라뇨!! 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관찰자님. 게다가 그 아이들이 있는데도 책을..읽으신단 말입니까? 독서가 가능하십니까, 정녕? 여동생은 틈만 나면 조금이라도 자려고 하는데 말이지요. 관찰자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말요. ㅠㅠ

레와 2014-02-03 16:56   좋아요 0 | URL
정말 대단하십니다 관찰자님!!!!!!!!!!!!!!!!!!!!!!!!!!! 222222


레와 2014-02-0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락방네 처럼 막힌 변기는 걍.. 큰 통에 물 받아서 확 쏟아부어도 99% 뚫여요.
나도 경험했고, 회사에 왔던 막힌곳을 전문적으로 뚫는 전문가의 조언이기도 해요.ㅎㅎ

다락방 2014-02-04 08:4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회사 변기가...잘 막혀요? 우린 변기 막히는 일이 거의 없어서...뭐랄까...참 낯설었어요. 여튼 다음엔 가장 먼저 큰 통에 물 받아서 확 쏟아붓는 방법을 써봐야겠어요. 불끈.

2014-02-03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4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3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4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4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04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에

나는 어느 지하 상가를 걷다가 상가 안의 낡은 악기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악기 가게에서 두 청년이 기타에 불을 붙이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얼른 들어가서 왜 그러느냐, 그러지말라고 말했는데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이렇게 겉을 태워줘야 악기가 오래간다고 해서 아 내가 괜한 오지랖을 부렸구나 싶어졌다. 기타와 관련없는 청년도 두 명 있었는데 그 중에 내 뒤쪽에 앉아있는 청년이 내게 다정하게 말을 하고 말투에서 어떤 나에 대한 호감 같은게 느껴졌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악기 가게를 나오려다 그 작은 악기 가게 안에 엘레베이터 비슷한 게 있는걸 보고, 저게 혹시 엘레베이터라면 내가 저걸 타고 밖으로 나갈 수 있냐고 묻자 아저씨는 탈 수 없다, 상가 엘레베이터를 이용해라, 고 말했고 그렇다면 상가 엘레베이터는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는 말에 뒤쪽 청년이 일어나며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라고 말했다. 그는 핸드폰 챙겨야지, 하고 말하며 나를 따라 가게 밖으로 나와서는, "이대로 보내면 후회할 것 같아요" 라고 말하더니 내게 전화번호릉 알려달라고 말했다. 나는 이에 거침없이 번호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공일공.. 그러다 그로부터 핸드폰을 빼앗아 내 번호를 내가 직접 입력해줬다. 육이이사... 입력을 마치고 돌려주자 그는 내게 "전화해도 돼요?" 라고 물었고 나는 네, 라고 답했다. 그와 헤어져 상가 밖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갔자만 그에게선 전화가 오지 않았고,

꿈에서 깬 지금까지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


아, 두근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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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4-01-3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날에 대박 꿈을 꾸셨군요!
그 청년이 언제쯤 전화를 하려나요. 두근두근.

다락방 2014-02-03 10:16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 이제 자주 뵐 수 있는겁니까? 네?

yssolo 2014-01-3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번호 입력도 안하시고 전화 오길 기다리니 안 오죠. 글만 읽다가 걍 지나가면서 한 마디... ㅡ,.ㅡ

다락방 2014-02-03 10:22   좋아요 0 | URL
하하 꿈속에서는 다 입력했는데요? -0-

유부만두 2014-02-03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자요. 그럼 전화벨이 마구 울리고 있을 ....

다락방 2014-02-05 10:12   좋아요 0 | URL
그 뒤로 몇 밤이나 다시 잤지만 아직까지도...Orz
 

하지만 그의 포르노 영화들은 10대 소녀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의 트위터 팔로워 가운데 10대부터 젊은 성인 여성 팔로워들이 수십만 명에 이른다.(중략) 서로 *의 사진들을 교환하기도 하고 그의 이름이 언급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컴퓨터를 세팅하기도 한다. 그에게  청혼을 하는 여성도 있다. 미국 ABC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인 <나이트라인>에서 소개된 '어쩌면 당신의 10대 딸도 몰래 훔쳐보고 있을지도 모를 남자. 페이스북 세대의 포르노 스타'라는 프로필 덕분에 광팬은 더 늘어났다. (중략) 옆집 청년 같은 이미지 때문에 *에게 끌리는 팬도 있고 어떤 행동을 하든 여자의 눈길을 끄는 *만의 묘한 매력에 끌리는 팬도 있다. *이 수많은 광팬을 거느리게 된 데는 호리호리한 그의 몸매도 한몫을 하지만 무엇보다 종마 같은 다른 남자 포르노 배우들보다 *이 상대 여자 배우와 조금 더 눈길을 마주친다는 점, 그리고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이다. (p.93)




책에는 당연히 * 대신 그의 풀네임이 적혀있고 스펠링도 적혀있다. 위의 부분을 읽고 나는 저 포르노 스타가 너무 궁금해졌다. 10대 소녀들에게도 인기있는 포르노 스타라니. 나는 포르노 배우를 알지 못하는데, 그렇다면 10대 소녀들이 좋아한다는 저 사람을 한 번 좀 알아볼까 싶어져서 트윗에서 검색해 팔로잉을 했다. 그리고 에에, 이 책 과장했네, 싶어졌다. 왜냐하면 현재 그의 팔로워 수는 157,193 명이기 때문이다. 일십오만칠천일백구십삼명. 책에서는 '수십만명' 이라고 했지만, 팔로워 수는 십만명을 넘길 뿐인걸. 그 수가 작다는 건 결코 아니지만 '수십만' 은 '십수만'으로 고쳐써야 하는게 아닐까. 뭐 그런생각을 하다가 앞으로 이사람이 무슨말을 하나봐야지, 하고 그를 팔로잉한 트윗창을 닫으려는 찰나, 그의 홈페이지 주소가 트윗에 적혀있는 걸 보았다. 이사람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무슨 말을 하지? 궁금해져서 링크를 클릭했다가 ..........뒤로 자빠질뻔 했다. 거기엔 내가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던 노골적인 사진들이 있었다. 그냥 알몸의 상태인 사진이 아니라....이미 내 멘탈은 충격에 휩싸였는데, 그중에 한 사진을 클릭해보니 놀랍게도..영상으로 재생되는거였다. 아, 신이시여, 이게 뭡니까! 이렇게 그냥 막 아무나 클릭만하면 볼 수 있다뇨, 이러면 안되는거 아닙니까. 이건..너무하잖아요! 


충격에 휩싸여 그 짧은 영상들을 보다가 나도 몰래 내 뒤에서 혹여 누군가 내가 보는 영상을 보고 있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그럴 정도의 영상이었고, 그래서 나는 그의 이름과 스펠링을 여기에 적을 수가 없다. 책을 읽어보면 누구나 찾아낼 수 있겠지만, 내가 여기에 적어두면 더 쉽게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을테니까.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아...아- 내가 그동안 봐왔던 야한 영화들은...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그런 영상이 이토록 쉽게 보여질 수 있는거라니. 아 정말이지..정신적인 충격이 대단하다. 현재 내 멘탈은 사고를 정지한듯 하다.

 

영상을 보고나서 나는 그를 팔로잉했던 걸 취소했다. 무서워졌다. 잠 안오는 밤에 내가 그곳을 수시로 들락거릴까봐. 하아-








이 책을 사두려고 장바구니에 넣어뒀지만, 이번달에 지를수는 없으니 다음달로 넘기자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알라딘에서는 괘씸하게도, 이 책을 사면 알사탕 500개를 준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하아- 나는 현재 틀린그림찾기로 모아둔 알사탕이 100개 있으니 500개가 더 있으면 3천원권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다. 그렇지만...그 3천원을 얻기 위해 책 한 권의 값을 카드로 긁어야 하고...나는 현재 카드를 더이상 긁어서는 안되는 상태이고(다음달에 갚을 걸 생각하면 더 긁으면 절대 안된다, 지금도 빵꾸인데..).. 그래서 알사탕을 언제까지 주나 검색해봤더니, 제기랄, 오늘 딱 하루만 주는것이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알게하지 말지, 알사탕 준다고 나한테 말하지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출근준비를 하며 물끄러미 또 팔 책 없나 책장을 보다가 애니타 시리즈가 눈에 띄었다. 당연히 그걸 팔 생각은 없다. 나는 오히려 대체 왜 저 시리즈는 다음이 나오질 않고 멈춰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내가 수키 시리즈를 읽기 전에는 이 애니타 시리즈를 얼마나 좋아했던가. '빌' 이나 '에릭' 보다 나는 이 책의 뱀파이어인 '장끌로드'를 더 좋아했단 말이다. 그런데 대체 왜 이 시리즈는 더 나오질 않는거냔 말이야, 왜. 이 책의 다음 시리즈 좀 계속 내 주세요! 이 책 세 권 다 읽은 사람은 어쩌란 말입니까! 이렇게 내게 잔인해지지 말라고요!! 네?





어제는 하루종일 일에 시달렸다. 시달렸다는 말이 정말 정확한 표현인지라, 퇴근무렵의 나는 몹시도 지쳐있었고, 그대로 집에 갈 수가 없던터라 회사앞의 스벅엘 갔다. 아이스커피 한 잔을 시켜두고, 조용히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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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4-01-2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틀린그림 찾기로 100개나 모으셨다니 귀여우신면이 있군요. ㅎㅎ

다락방 2014-01-29 14:24   좋아요 0 | URL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고자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습니다! ㅎㅎ

hnine 2014-01-29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틀린그림 찾기 이젠 없어진대요 흑흑...재미났는데.

다락방 2014-01-29 14:24   좋아요 0 | URL
전 재미는 없었어요. 다만 알사탕을 모으자는 의지가 가득하여..아아 정말 눈 아팠어요. ㅠㅠ
그나저나 없어지면 전 이제 알사탕을 어디서 모으죠?

다다 2014-01-2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 안오는 밤에 내가 그곳을 수시로 들락거릴까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휴 D-1을 맞아 다락방님께 말랑말랑한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격렬한 음악을 듣고 싶다면 KORN의 A.D.I.D.A.S 추천드리구요. 헤헷




다락방 2014-01-29 14:25   좋아요 0 | URL
기회가 되면 들어보도록 할게요. 사무실엔 스피커가 안되고 들을 수 없는 상황이며 스맛폰으로 알라딘 글 읽으면 재생이 안되서...언젠가는 들어보겠습니다.

아무개 2014-01-2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et me know his name. :)


다락방 2014-01-29 14:26   좋아요 0 | URL
check your whatsapp!

레와 2014-01-2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아자, 나한테 비밀댓글로 말해봐요. 응응??!!

그리고 저 애니타 시리즈는 3권을 다 팔아도 몇천원밖에 안될거에요. 내가 팔아봐서 알아.ㅡ.ㅜ

다락방 2014-01-29 14:27   좋아요 0 | URL
저 애니타 시리즈 안팔겁니다. 장끌로드..팔 수 없어요. 다음 시리즈를 하염없이 기다려봅니다. 흑.

그런데 저 포르노 스타...홈페이지 가면..레와님...감당못할걸요. 안돼 안돼..( ")

해변의신밧드 2014-01-2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란물 신고 알바를 했었는데 정말 구글에서 검색되는 해외, 특히 서양 쪽 성인 홈페이지엔 아무런 제약 없이 클릭 한 방으로 재생되는 놀래 자빠질만한 동영상들이 많더라구요.-_- 그런가 하면 일본 쪽은 성애장면 미리보기를 남녀 배우 둘 다 얼굴까지 쫄쫄이를 입고 올려놔 더욱 엽기적으로 보이기도 했구요 하하;; 여하튼 의외로 쉽게 해외 음란물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꽤 충격을 받았더랬습니다.

다락방 2014-01-29 14:52   좋아요 0 | URL
음란물이나 폭력물이 어린아이들에겐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아무런 제약없이 찾을 수도 있고 볼 수도 있다니, 정말 충격적이에요. 이래가지고서야 부모들이 아무리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한들 답이 없겠다 싶고요. 전 아까 그 영상을 본 뒤로 너무 충격을 받아서...그 영상을 아직 어린 아이들이 본다면 어쩌나 싶고..아..영상 자체로도, 그리고 그런 영상이 그렇게 쉽게 보여질 수 있다는 것도 충격적이기만 해요. 후-

mira 2014-01-2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저는 항상 틀린 그림찾기해도 다섯개를 못맞추어 사탕을 받지를 못했네요. 대단하십니다. ㅎㅎ

다락방 2014-01-29 15:40   좋아요 0 | URL
이게 하다보면...어디쯤에서 틀린 그림이 나올지 짐작 가능하다고나 할까요? ㅋㅋㅋㅋㅋ 없어진다고 하니 그전에 안 찾은 그림 다 찾아봐야겠네요. 눈알 빠지도록 말이죠. 아하하하하

Forgettable. 2014-01-29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궁금하지만 차마 못물어보겠음..... 잠안오는 밤에 수시로 들락거릴까봐22222

다락방 2014-02-03 10:23   좋아요 0 | URL
친구한테 알려줬더니 친구가 토할것 같다는 답을 보내왔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건조기후 2014-01-2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마무리가 좋아요. 그래서 그렇게 했다. ^^

다락방 2014-02-03 10:25   좋아요 0 | URL
<인간의 조건> 이란 책의 작가 소개에서 그러거든요.

[어느 날 일을 마치고 고시원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 동안 겪어본 직업이 꽤 여러 가지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1차ㆍ2차ㆍ3차 산업, 더 세밀하게는 농업, 어업, 축산업, 제조업, 서비스업계에서 모두 일해본다면 그때는 책을 한 권 써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했다.]

따라했습니다요. ㅎㅎ

하늘바람 2014-01-30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넘 귀여우세요

다락방 2014-02-03 10:25   좋아요 0 | URL
전 귀엽다기보다는 징그러운 편에 가깝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