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리처는 납치를 당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목발을 떨어뜨린 여자를 도왔는데, 납치범들이 그 여자와 잭 리처를 함께 납치했던 것. 영문도 모른 채 트럭의 짐칸에 갇혀 어딘가로 이동하고 외양간에 옮겨져 사슬과 수갑으로 한쪽 팔이 묶인 상황에서, 다른 쪽에 역시 한쪽 팔이 묶인 여자가 강간당할 위험에 처한다. 잭 리처는 한 쪽 팔과 다리를 쓸 수 없고 게다가 그녀에게 닿지도 않는 상황. 여자는 FBI 요원이라 훈련을 받았긴 했지만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며 게다가 한쪽 다리마저 절뚝거리는 상황. 그녀가 강간당할까봐 잭 리처는 겁나고 화가난다. 분노에 들끓어 잭 리처는, 강간하려는 납치범을 향해 으르렁거린다.

 

"장난치지 마. 가까이 오면 죽여버리겠어."

"그렇게는 못할 걸. 정말 그럴 거야? 내가 매트리스니 뭐니 다 줬는데도? 편하게 그 짓거리를 하려고 그런 거였는데?"

리처가 일어섰다. 사슬 절걱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밤중에 크게 울려 퍼졌다.

"죽여버린다." 그가 소리쳤다. "손만 대봐, 넌 죽은 목숨이야."

그는 이렇게 말하고, 또 한 번 반복했다. 그러나 놈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귀라도 먹은 것처럼. 리처는 두려움으로 오싹해졌다. 놈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는 사슬을 흔들었다. 밤의 적막 속으로 사슬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

"널 죽이겠어." 리처가 소리쳤다. (p.146)

 

 

나는 리처가 '죽인다'고 말했다면 죽일거라는 걸 안다. 그는 드물게도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지키는 남자니까. 그러나 지금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도 안다. 납치된 연방요원인 '홀리' 역시, 자신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해 용기를 내는 여자임이 분명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황이 지독하게 불리하다. 뭘 어떻게해도 그녀가 납치범을 피할 방법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는다. 위기는 다가오고 상황은 절박하고, 그러나 나는 잭 리처의 저 한 마디 말에 기댄다. 널 죽이겠어. 나는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협박이, 그것에 성폭행과 성추행에 관한거라면, 전혀 심한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잭 리처의 말에 기대면서도 저 상황의 절박함 때문에 그런데 어떻게? 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음줄, 다음장이 무척이나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그때, 잭 리처가 그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나가는지 막 알려고 하는 그때, 출근길의 지하철안에서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지금 정차할 역이 양재역이라고. 아-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 양재역이면 어떡해. 잭 리처와 홀리가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그 상황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지, 나 궁금한데, 그런데 왜 양재역인거야, 왜!! 나는 정말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 빌어먹을 출근길!! 양재역 바보!!

 

 

결국 양재역에 내릴 수밖에 없었던 나는 내려서 버스를 타는 대신 회사까지 걷기로 한다. 걸으면서 다음줄을 그리고 다음장을 읽는다. 읽을수록 잭 리처에게 흠뻑 빠져서, 아 잭 리처는 내가 아는 가장 멋진 사내임이 분명하다, 라고 감탄을 하다가는, 아니지 이 인물을 만들어낸 리 차일드가 진짜로구나, 한다. 내가 사랑해야 하는 대상이 잭 리처인지 리 차일드 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채로 나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섹시하며 강인한 전직 군인은 잭 리처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잭 리처에 대한 극찬을 하기에 앞서, 리 차일드의 유머감각을 엿볼 수 있는 문장을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다. 납치범들의 우두머리이며 180킬로의 거구인 '보우 보켄'이 자신의 개인용 무기로 잭 리처를 죽이겠다며 작은 권총을 꺼내보이자, 잭 리처가 그에게 하는 대사이다.

 

 

"그건 1870년대에 설계된 거야. 낡은 사진들을 본 적이 있나? 사람들 몸집이 상당히 작았지. 유럽에서 이민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부스러질 것같이 작은 사내들은 몇 세대에 걸쳐 굶주려온 사람들이야. 몸이 작으니 손도 작고. 그 총 손잡이를 봐. 급하게 굽어진 것이 네 손에는 너무 작아. 그걸 잡으면 네 손은 바나나뭉치처럼 보이겠지. 게다가 그 손잡이는 120년된 호두나무야. 바위처럼 단단하단 말이야. 손잡이 뒤쪽과 공이 밑의 몸체 끝으로 엄청난 반동이 전해질 거야. 네가 그 총을 많이 쏴보았다면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에 굳은살이 박혀 있어서 여기서도 보이겠지." (pp.247-248)

 

 

하하하하. 바나나뭉치라니, 아, 보우 보켄의 손이 어느정도로 살쪘는지, 그 살찐 손이 어떻게 보일지 바로 눈앞에 보여지는 듯해서 완전 뿜어버렸다. 살찐 손을 바나나뭉치로 비유할 수 있는 작가라니. 아- 진짜 리 차일드, 좋아합니다. ㅠㅠ

 

 

보우 보켄은 민병대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거대한 음모론을 가지고 그들을 지휘하고 있으며, 그들이 납치해온 쓸데없는 '잭 리처'를 죽일지 말지를 결정하려는 가운데, 전직 군인이었던 잭 리처와 사격 시합을 벌이기로 한다. 잭 리처가 이기면 그를 죽이지 않기로 한 것. 육군 재직 당시 사격을 잘 하는 사람에게 주는 '윔블던'을 탔던 전력이 있던 잭 리처라 사격은 자신 있었다. 늘 해병대가 윔블던을 타왔었는데, 잭 리처가 받았을 때만 육군에게 빼앗긴 거라 했다. 홀리는 이 시합에서 잭 리처가 이길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만 한다.

 

 

"윔블던을 탔다고요?"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합도 이길 수 있어요?" 그녀가 물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쓰고도." (p.329)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완전 멋지다.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쓰고도 사격 시합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하다니. 아 너무 근사해. 사실 나는 잭 리처 같은 전직 군인은 존재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사격이 학문의 집합체라고 말하는 사격 솜씨 좋은 전직 군인이라니!),

 

 

장거리에서 저격용 소총을 발사하는 일은 수많은 학문의 집합체이다. 그 첫째는 화학이다. 기계공학도 필요하다. 광학과 지구물리학, 기상학도 연관이 있다. 인체생물학이 그 모든 것을 관장한다. (p.33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든다. 나는 잭 리처가 말 뿐이 아님을 안다. 잭 리처가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쓰고도 총을 쏘아 이길 수 있다고 한다면, 그는 그럴 수 있는 사람임을 안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말만 번지르르르르르르르하고,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거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곤 하지만, 잭 리처는 다르다. 나는 '하겠다'고 하는 걸 '해내는' 남자들을 높이사고, 그렇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다짐들을 숱하게 해대는 남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나는 남자들이 내게 결심과 다짐으로 내뱉었던 말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어떻게 그 말들을 지키지 못하는지를 숱하게 보아왔다. 나는 그런 남자들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다만 말에 무게를 싣는, 마음을 담는 남자들이 누구인가를 유심히 지켜본다. 그리고 그런 남자는 여태, 잭 리처 밖에는 없었다. 어쩌면 현실이 아니라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토록 신뢰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잭 리처가 머리에 자루를 뒤집어쓰고도 총을 잘 쏠 수 있을거라는 걸 안다. 그 신뢰 자체는 내가 그에게 괜히 드는 게 아니다. 그가 나로하여금 신뢰를 갖게 행동했다. 그동안의 그가 그랬다. 물론 그동안의 그라고 해봤자, 《추적자》가 전부이지만.

 

나는 이 부분에서 사격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사실은 그보다 더 많이, 내가 아는 남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너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쓰고 총 쏘아 목표물을 맞출 수 있어?

 

물어보고 싶지만, 그들의 대답을 듣고 싶진 않다. 그들이 '못해' 라고 할 경우엔 못한다는 말을 듣기 싫고, '할 수 있다'고 했을 경우엔 그 말에 신뢰가 가지 않으므로.

 

 

 

며칠간 함께 있으면서 홀리와 잭 리처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서로의 용기와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가치 있는 사람이 가치 있는 사람을 알아본다. 홀리가 얼마나 가치있는 여자인지를 잭 리처가 알아본다. 그래서 그녀의 용기를, 용기있는 그녀를 원하고 존경한다. 그녀의 가치는 그녀의 신분이나 미모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가 안다. 그는 그녀의, 그녀만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본다. 그녀가 그녀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잭 리처를 위해 어떤 용기를 냈는지를 그는 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안다. 그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강한 남자임을, 자신이 말한대로 지키는 남자임을.

 

세상에는 잔잔하고 은은한 사랑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남자들이 있고, 그 남자들은 대부분 다정한 삶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남자들은 단 며칠간 여자의 마음을 쥐고 흔들며 떠나버린다. 그러나 그 며칠간, 혹은 몇 번의 만남이 너무나 강렬해, 그가 떠나고나서도 여자는 좀처럼 그를 잊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잭 리처는 그런 남자에 속한다. 짧은 시간동안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떠나는 남자. 그를 사랑하지만 그를 붙잡을 수도 없고 그를 옆에 둘 수도 없다. 그가 가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내지만, 일단 그를 만나고 그의 앞에 여자가 되었던 이상, 그를 잊을 방법이 없다. 그를 가슴 깊이 묻은 채로, 여자는 앞으로의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를 잊지 못해 때로는 고통스런 불면의 밤을 보내겠지만, 그런 밤을 보내는 것이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낫다. 그는 여자의 삶에 존재하는 얼마 안되는 열정을, 모조리 끌어모아 불사를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이니까.

 

그가 강인하고 자신이 한 말을 지켜내는 남자라서 그렇고, 또한 그가 감동해야 하는 부분에선 제대로 감동할 줄 아는 남자라서 그렇다. 《추적자》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무사한 걸 보고 구원을 받은 듯한 느낌을 가졌던 그가 아닌가. 그런데 이 책, 《탈주자》에서는 이런 부분으로 나를 감동시킨다. 나는 이토록 강한 남자가 이런 섬세한 생각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이 뼈가 으스러지도록 사랑스럽다.

 

 

안전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1천 미터라면 엄청난 거리였다. 그는 숨을 내쉬고 보켄이 걸음을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순간 오싹함을 느꼈다. 눈가로 햇빛을 받아 흐릿하게 빛나는 금속이 얼핏 보였다. 비탈 아래로 60미터 정도 더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바위가 있었다. 바위 뒤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소총. 군데군데 백발이 섞인, 낯익은 머리였다. 가버 장군이었다. 가버가 M-16을 들고 바위 뒤에서 60미터 전방에서 짧은 원호를 그리며 걷고 있는 목표물을 따라 총구를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리처는 숨을 내쉬고 미소를 지었다. 감사한 마음이 따뜻하게 밀려왔다. 가버라. 뒤를 받쳐주는 병력이 있는 것이다. 겨우 60미터 거리에서 가버가 총을 쏜다. 그 순간 홀리는 안전하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가 따뜻하게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pp.510-511)

 

 

누군가 자신을 돕기 위해 와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에 대한 신뢰와 감사로 안도하는 잭 리처. 나는 바보같이 오늘 퇴근길 지하철안에서 이 부분을 읽다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아, 잭 리처. 진짜 사랑합니다. 당신이 최고에요. 당분간은 레오 생각도 나지 않을 것 같아요. 당신이 다 가지고 있네요. 강인함도 섬세함까지도.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고 연인을 봐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잭 리처가 신뢰할만한 누군가가 잭 리처를 도와준다는 것, 그가 잭 리처를 돕기로 한 것, 그리고 그 역시 잭 리처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가득하다는 것이 나는 그렇게나 좋은 것이다. 모두가 잭 리처 역시 민병대의 일원이라고 말을 하고, 증거 사진까지 갖고 있다며 들이밀었지만, 가버는 잭 리처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놈을 100퍼센트 신뢰하고 계신단 말인가요? 인간적으로 말입니까?"

가버는 엄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목숨을 걸고 신뢰합니다. 리처가 왜 저기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결백하다는 점, 그리고 무슨 일이 이건 해야 할 일을 해낼 것이라고 보장합니다." (p.374)

 

 

맹세컨대, 나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내는 남자라면, 내 영혼을 줄 수도 있다. 내가 일평생을 다해 사랑할 남자가 잭 리처라면 후회가 없을 것 같다. 아..갑자기 재이슨 스태덤이 보고싶다......

 

 

집에 돌아와 너무 배가 고파서 냉장고에 들어 있는 반찬을 죄다 꺼내고 계란후라이를 해서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슥슥 비볐다. 배가 고프니 이 밥을 먹어야 하는데, 잭 리처가 너무 궁금해 책도 읽어야겠고. 아이참, 어쩌면 좋아. 나는 숟가락으로 넘치게 밥을 떠서는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고 밥을 넣었다. 그리고 입 안 가득한 밥을 씹는 동안 잭 리처의 책장을 넘겼다. 밥 먹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쯤은 괜찮았다. 아니 더 걸려도 괜찮았을 것이다. 잭 리처를 만나는 시간은 그 시간 자체가 무척이나 소중해서.

 

아아, 잭 리처는 내가 아는한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다. 전직 군인으로는 세계 최고인거다. 잭 리처 말고는 세상에 남자가 없는것 같은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이제 노트북을 끄고 잠이나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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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4-03-25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그가 추가되었군요. 그것도 상위에.

다락방 2014-03-25 09:03   좋아요 0 | URL
네, 맨 꼭대기에 있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4-03-2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덕분에 나도 잭 리처를 좋아하게 됐어요. 헤헤...
근데, 궁금한게 있어요.
그래서요~~ 잭 리처는 그렇게 몇 일간 홀리의 마음을 흔들어놓고는, 평생 가슴에 남는 여운을 남기고는 떠나버리나요?
원래는, 그 사랑만으로도 충분한건데, 해피엔딩만을 바라는 욕심쟁이라서 그런가,
난 왜 이렇게 그 다음이 궁금한지 몰라요. 궁금합니다^^

다락방 2014-03-25 11:22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의 궁금함을 무척 이해하지만, 대답해드리진 않겠습니다. 그건 스포니까요. 우하하하하.(약올리기 ㅋㅋ)

단발머리님, 잭 리처 시리즈 읽어보셨어요? 전 이제 두 권째 읽었는데 진짜 재미있어요. 잭 리처 사랑해요! 전 잭 리처가 아니면 이제 연애금지모드로 들어갑니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작나무 2014-03-25 13:09   좋아요 0 | URL
홀리는 잭 리처를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운명이예요. 그 이유는 다음 회에는 잭 리처가 새로운 여자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죠. 잭 리처는 여자를 보호해주고, 잠을 잔 다음, 사라집니다. 시리즈마다.

다락방 2014-03-25 14:47   좋아요 0 | URL
그중에는 잭 리처가 잊을 수 없는 여자도 분명 있겠죠.
여자들하고 헤어져서라도 이 시리즈가 다음이 나오고 또 다음이 나온다면 전 찬성입니다. 훗

Mephistopheles 2014-03-25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구글 번역기를 돌리면서 읽어 본 "제이슨 스타댐"이 매우 슬퍼합니다.

단발머리 2014-03-25 10:54   좋아요 0 | URL
ㅋㅎㅎㅎㅎ Mephistopheles님~~~~ ㅋㅎㅎㅎㅎㅎ

다락방 2014-03-25 11:23   좋아요 0 | URL
재이슨 스태덤은 이 글을 보고 슬퍼하는대신 더욱더!! 강해져야 합니다. 전 강한 남자가 좋아요. ♡

Jason Statham 2014-03-25 16:27   좋아요 1 | 수정 | 삭제 | URL
What the.. I'll kill the fuck'n ridiculous bastard.

다락방 2014-03-25 16:35   좋아요 0 | URL
Sorry, Jason.
I think Jack is going to win you. Jack is stronger than you. Jack is the best.

Mephistopheles 2014-03-25 19:49   좋아요 0 | URL
jason statham
What the.. I'll kill the fuck'n ridiculous bastard.
(무엇을 ... 나는 fuck'n 어리석은 놈을 죽일거야.)

다락방
Sorry, Jason.
I think Jack is going to win you. Jack is stronger than you. Jack is the best.
(죄송합니다, 제이슨.
잭은 당신을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잭은 당신보다 강하다. 잭은 최고입니다.)


구글번역기가 대단한게....글을 쓰는 사람의 감정까지 번역을 해준다는 겁니다..
보세요 제이슨은 매우 흥분한 듯한 상태고 의외로 다락방님은 제이슨에게서 이미 마음을 접었다....라는 것이 저 번역에서도 여실히 드러나잖아요..

(뭐 이쯤되면 제이슨이 그 대머리 제이슨이 아니라 13일의 금요일 제이슨이라면 잭 리처와 붙어 볼만하겠군요)

버벌 2014-03-26 01:55   좋아요 0 | URL
아놔. 지금 뿜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03-26 08:31   좋아요 0 | URL
저는 13일의 금요일 제이슨이라도 잭 리처가 이길거라고 확신합니다!! ㅎㅎ

자작나무 2014-03-2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하나의 스토리를 구상중입니다. 한 명의 여자와 다섯 명의 남자가 등장하는.

다락방 2014-03-25 14:48   좋아요 0 | URL
요리하느라 바쁘셔서 그 스토리의 구성이 끝날 수는 있겠습니까? ㅎㅎ

버벌 2014-03-26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라. 정말 좋은가요? 오늘 새로운 책이 와서 당분간 자제해야하는데.. 우야노...

다락방 2014-03-26 08:32   좋아요 0 | URL
정말 좋습니다, 버벌님.
그러나 걱정하실 필요는 없는게 《추적자》도 《탈주자》도 둘다 품절이에요.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으니 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작나무 2014-03-26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이슨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상대는 지금까지 만난 자들 가운데 최강이었다. 방금전 가격당한 옆구리의 통증이 갈수록 심해지는 걸로 봐서는 늑골 몇대가 부러진 것 같았다. 하지만 늑골 몇대를 내준 대신 상대방의 우측 어깨를 탈골시킬 수 있었으므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고 자조했다.
그들의 대결은 단지 한 여자 때문이었다. 그녀는 24시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몇 년 동안 제이슨의 여자였다. 그녀는 제이슨에게 헌신적이었고 열정적이었다. 그런데 불과 몇일 만에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저 남자가 나타난 뒤로 그녀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그녀는 제이슨과의 잠자리를 거부했다. 이유를 묻는 제이슨에게 그녀는 "잭 리처가 당신보다 강해" 라고 잘라 말했다. 그날 이후 제이슨은 잭 리처를 추적하기 시작했고, 그를 발견하자마자 야수와 같은 속도로 그를 덮쳤다. 제이슨의 날라차기를 정통으로 먹은 잭 리처는 제이슨에게 소리쳤다. "날 공격한 이유가 무엇인가?"
제이슨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대듯 대답했다. "락방!"
순간 잭 리처의 눈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사실 최근 몇일 사이 잭 리처는 이미 두 명의 남자로부터 방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지금 그의 러시아산 소총은 트래비스 맥기와 루 아처의 피와 뇌수로 뒤범벅된 상태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잭 리처는 지금까지 시리즈에서 만난 어떤 적들보다 강력한 상대방을 마주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락방과의 뜨거운 밤을 위해서라면 잭 리처는 기꺼이 혈투를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좋다, 덤벼라!"
그리고 두 남자의 주먹이 상대방을 향해 날아갔다. 사상최대의 결전이 시작된 것이다.

다락방 2014-03-26 12: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점심 준비 하세요! 한껏 요리를 준비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셔야죠!

(자작나무님, 저를 소재로 글을 쓰실 때는 조금 더 조심해주셨으면 합니다.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기분 나빠할까 웃을까 좀 고민되었어요.)

자작나무 2014-03-26 12:59   좋아요 0 | URL
앞으론 안쓸래요 절필!

다락방 2014-03-26 13:18   좋아요 0 | URL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잖아요.
 



파리(Paris)의 모든 여자들이 그와 연애해본 적이 있다는 말이 돌만큼 남자는 바람둥이로 소문이 나있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러지 않는게 좋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남자와 데이트를 시작한다. 그와 연인이 되어서 달콤한 시간들을 보내고, 그 시간들을 다른 연인들처럼 웃고 울고 하며 채워가다가 이별을 겪게되고 그렇게 여자는 다른 남자와 연인이 된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흘러 뉴욕에서 파리로 돌아가는 비행기안에서 그들은-전 여친과 남친이었던- 재회하게 된다.


남자는 가만있어도 여자들이 달려들만큼 매력이 넘쳤고(물론 영화상에서) 여자도 그걸 알았기 때문에 그를 사랑했는데도 불안했다.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불안했다. 상대로부터 확신을 얻지 못하는 그 관계는 결국 집착을 부를 수밖에 없다. 집착과 사랑은 한끗차이라고 해도, 만약 나의 애정이나 사랑을, 관심과 존중을, 상대가 아니라 '나'에게 더 쏟았다면 집착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집착에 대해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한적도 있었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잘 알고 있는 터라, 나는 내 모든 사랑을 상대에게 쏟는것만큼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속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페이스북을 탈퇴하라고 종용하고 핸드폰 상의 여자들 번호를 죄다 지우라고 말한다. 물론 그녀를 이해한다. 이해한다고 해서 그녀의 행동이 옳았다는 것도 아니며 용서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나는 혹여라도 내 연인이 내게 그런식의 구속을 해온다면, 거침없이 그를 버릴 것이다. 나라는 인간이 이세상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데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작게든 크게든 영향을 미치고 있고, 나라는 인간이 지금의 나로서 완성되기 위해서는 아주 다양한 관계가 여러갈래로 뻗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그 사랑이 나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건 사실이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페이스북을 탈퇴하고 이성의 전화번호를 다 삭제하길 요구하는 연인이라면, 그건, 그 순간부터 사랑이 아니다. 설사 상대가 그것을 사랑이라고 이천번쯤 외치며 주장한다고 해도, 나는 그런 사랑이라면 거부한다. 집착은 결국 파멸을 부른다.



자, 연인이 그런 구속을 해온다고 하면, 나는 이제 사회적으로 다른 이들과 연락을 취하는 것이 자유스럽지 않게 되고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데 '연인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당연히.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어떻게든 이성을 만나고 연락하는 것은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런 사실을 알고나면 연인과 싸울게 두려워 하나씩 둘씩, 말하지 않는 것들이 생겨날 것이다. 내가 떳떳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아무리 떳떳하다한들 이미 온 신경을 내가 만나는 다른 이성에 두고 있는 연인과는 애시당초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심의 눈초리와 경계속에서 그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말하느니,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나중에라도 내가 다른 이성을 만난 일이 연인의 귀에 들어가게되면, 너 왜 말하지 않았어, 무슨 관계야, 라는 윽박지름이 올것이고, 일적으로 만났어, 라는 대꾸는 씨도 먹히지 않을 것이며,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솔직하게 말을 했어야지, 라는 대응은 당연히 나올것이고, 니가 이럴까봐 말하기 싫었어, 가 될 것이다. 





'윤경'의 로맨스 소설인 『아다다의 사랑』에서는 집착이 강한 남자가 나온다. 그는 여자를 옭아매고, 그녀가 '자신만의' 사람이기를 원한다. 결국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임을 나중에 깨달은 그는 결국 '세상과 그녀를 나누는 방법'을 배워가며 소설을 끝맺는다.









《러브 인 비지니스클래스》는 어쨌든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다. 사랑은 제자리를 찾았고, 사랑이 아닌 것 역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여자는 예쁘고 남자는 뭔가 질퍽거리게 생겼고, 도대체 이 남자가 하는 일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비지니스 클래스를 타고, 이래저래 그다지 재미있거나 좋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결국 '더 안좋은' 결말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는 집착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집착과 구속은 결국 그래, 말하지 않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이게 하고 거짓말을 자꾸 더 크게 만든다. 우리는 '나의 연인'인 '그(그녀)'를 세상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그나저나 첫장면, 여자가 잠들어있다 깨는 장면에서, 잠들어 있는 여자가 얼마나 예쁘던지, 젠장, 예쁜 여자들은 잠자고 있을 때도 예쁘구나, 했다. 예쁜 여자들은 잘 때도 예쁜 옷을 입고 자네. 쩝..





《조 블랙의 사랑》은 남자와 여자 둘이 처음 만나 호감을 갖게 되고, 그래서 자꾸만 뒤를 돌아 상대의 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장면 때문에 다시 볼 생각을 하고 다시 보게 되었다. 십대에 이 영화를 보고 졸았던 게 생각났는데, 이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왜 졸았었나 싶다. 그런데 시간을 돌려 그 때 다시 보면 또 졸게 될지도 .. 여튼, 이 영화를 보고는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빌(안소니 홉킨스)은 자신을 데려가기 위해 온 저승자사 '조(브래드 피트)'와 며칠간 자신의 일상을 함께 하기로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내를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아내가 떠난 후 자신이 어떠했는지를 조에게 얘기하게 되는데, 그 장면에서 갑자기 '혼자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내가 사실은 잘 모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고, 언젠가는 내가 혼자 살고 혼자 늙어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막연함은 구체적인 모습이 되어 눈앞에 잘 그려지진 않는다. 그런데 어제 빌이 얘기를 하는순간, 빌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자신의 가정을 이루었고, 그 사람과 한동안 일상을 공유했는데, 그런 사람을 '먼저' 보내고나서 혼자 남게된 그 기분은 대체 어떤것일까, 그것은 '처음부터 혼자 살아온' 사람의 '혼자살기'와는 좀 다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거다.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선택한 사람, 그 사람과 함께 했지만 그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은 삶. 그건 대체 어떤 모습이고 어떤 기분인걸까. 바깥 날씨는 봄이라고 말하고, 나 역시 그 봄을 만끽하고 들어와서는 살랑살랑 봄바람이 내게도 불어온다고 생각하던 터였는데,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빌의 이야기가 아직 봄을 만끽하긴 이르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도 언젠가는 상실감에 고독함을 더해 쓸쓸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게 될까. 


영화속에서 빌은 자신에게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에 매일 저녁 식구들에게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고 청한다. 식구들은 그렇게 하자며 매일 아버지의 집에 모여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되는데, 내 삶이 며칠 남지 않았다면, 짧은 시간만이 허락된다면, 우리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걸 택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지난 금요일의 만남이 떠올랐다. 물론 누군가를 만나서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은 그 만남 자체가 즐거워서 하게 되는 것일텐데, 금요일엔 특히 더 즐거웠다. 이야기하며 내내 웃고 '아 좋다'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던거다. 그 시간과 그 사람들이 그 순간 너무너무 좋아서, '아, 이렇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누군가와 둘이 남은 생을 함께 하기로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지 않아도, 이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을 가끔 만나고 살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만남 중에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여운이 가시질 않아 토요일에 엄마랑 대화를 하다가 '아 어제 만남이 너무 좋았어. 행복했어' 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거기엔 니 애인도 없는데 뭐가 그리 행복하냐' 고 되물으셨다. 우리 엄마는 내 책을 두 번이나 읽었는데, 헛읽은 것 같다. -_-


금요일에 그랬던것처럼, 성별이 다르고 나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늙어갈 수 있을까? 어느정도까지 그게 가능할까? 내 나이가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어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그 날 만난 사람들을 계속 만나며,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조 블랙의 사랑》에서 빌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신의 둘째딸 '수잔'에게, 열정과 흥분을 가져다 줄 사람과 사랑에 기꺼이 빠져보라고 말한다. 번개치듯이 찾아올 그런 사랑을 위해 항상 마음을 열어두라고. 그리고 수잔은 그런 남자를 만났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라고 물었을 때 '차차 알게되겠죠'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언젠가 연인에게 '시간이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 놓겠지' 라고 내가 말했던 것도 떠올랐다. 당신과 나의 관계는, 어떻게 하고자 마음먹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닐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는 어딘가로 가고 있을 것이고, 그렇게 시간이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 놓을지는 차차 알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우리가 각자 자신만의 '번개치듯 찾아오게 될'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열정과 흥분, 그 모두를 가져올 사람. 그 사람과 내가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게 될 것인지, 매일의 기대를 품고 살아간다면, 그 역시 늙어가는 데 흥미로움을 더할 것이다. 













일요일 낮에 산에 올랐다. 아, 나는 이렇게, 또 한 번의 봄을 맞이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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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4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5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4-03-24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 트위터 하게 되면서.. 생각해 보니 꽃사진을 보는 일이 많아졌어요. 한창 사진에 빠졌을 때 조차 꽃을 주요 테마로 찍어 본적 없는 저로서는.. SNS 덕분에 꽃도 보며 살고 있구나... 싶어요. 봄이예요. 곧 반팔 반바지 입는 계절도 따라 오겠네요. ㅋ

다락방 2014-03-25 09:07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 트위터 하세요? 전 드림아웃님이 트위터 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하핫.
반팔 반바지 입는 계절을 즐겁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헬쓰장에 등록을 해야겠구나, 지금부터 준비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아- 너무 늦었는지도... Orz

무스탕 2014-03-24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을 읽었는데 전혀 생각 안남...ㅠ_ㅠ
근데 벌써 저렇게 꽃이 폈어요? 왜 제 근처엔 활찍 핀 꽃이 없을까요?
오늘 점심먹고 산책하는데 민들레 세 송이 핀건 봤네요.

다락방 2014-03-25 09:08   좋아요 0 | URL
여자는 영화배우이고 남자는 재벌이라는 뻔한 배경인데요, 집착이 심한 남주가 끝에 여주랑 잠시 떨어져 있기로 해요. 세상과 그녀를 나누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요. 오픈엔딩이라 해야할까요.

일자산 정상에만 저렇게 피었어요. 낮은 곳은 안피었고, 저기도 그나마 활짝 핀 꽃은 거의 없고 꽃봉오리만 있어요. 좋아요. 저것들이 다 필 생각을 하면. 헤헷

자작나무 2014-03-25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만나지 않아도,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어디서 들었지만...

일자산은 역시 좋네요.

다락방 2014-03-25 09:09   좋아요 0 | URL
누군가 내 옆에 있다가 없어서 혼자인 것과
원래부터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혼자인 것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혼자인 게 편한것과는 별도로 말이지요.

꽃 보고 기분이 좋아져서 어디로 놀러갈까, 놀러가고 싶다, 생각했는데 그냥 매주 일자산을 갈까봐요. ㅎㅎㅎㅎㅎ

버벌 2014-03-26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지금 알았는데. 조 블랙의 사랑을 안 봤네요... 나 안 본게 많구나....

다락방 2014-03-26 08:19   좋아요 0 | URL
ㅎㅎ 어릴때보다는 지금 보는게 더 나을겁니다. 최소한 저한테는 그랬습니다. ㅎㅎ
 















(전 직장동료인 올리버의) 새 직장은 버클리에 있는 '피그말리온' 이었다. 자유언론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이 만든,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진짜 서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피그말리온으로 찾아가 넓게 퍼진 '식품정치' 코너 뒤쪽 작은 카페에서 올리버와 마주 앉았다. 올리버의 굵고 긴 다리가 들어 가기엔 탁자가 너무 작아서 그는 한쪽으로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나는 라즈베리와 콩나물을 넣은 스콘을 조금씩 뜯어먹었다. (p.319)



읭? 콩나물..을 넣은 스콘? 콩나물을 넣은 스콘이라고? 스콘도 알고 콩나물도 아는데 콩나물을 넣은 스콘..은 모르겠다. 진짜 그런게 있나? 그러면 스콘을 잘라서 입에 넣을 때 콩나물 줄기가 쭈욱- 딸려나오는 건가? 이 지구상 어딘가에 콩나물을 넣은 스콘이 존재한단 말인가? 나는 구글에서 '콩나물 스콘'의 이미지를 검색해보았다. 콩나물 밥과 콩나물, 스콘이 모두 검색되었지만 콩나물이 들어있는 스콘은 검색되질 않았다. 콩나물 스콘이라니, 상상하는거야 어렵지 않지만, 그것의 존재를 믿는건 좀 어렵다. 그게 스콘의 맛에 어떤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라즈베리와는 차원이 다른데.. 아, 생각해보니 미국 영화나 책을 보았을 때 콩나물이 언급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미국엔 콩나물 없는 거 아닌가? 미국에도 콩나물이 있나? 그리고 어딘가에서는 그 콩나물을 넣고 스콘을 굽나? 나는 콩나물도 잘먹고 콩나물 국도 잘 먹고 콩나물 밥도 잘 먹고 스콘도 완전 엄청 잘 먹기 때문에 콩나물 스콘이라고 못먹을 리 없겠지만, 그래도 스콘이라면, 다른 스콘을 선택할 것 같다. 콩나물이 들어가지 않은, 다른 게 들어간 스콘. 콩나물 스콘이라니...어쩐지 많이 당황스러워...대체 어떤 모양새일까. 스콘을 씹다가 콩나물 대가리 씹히는 게 느껴질까?



《패넘브라의 24시 서점》은 제목 그대로 '패넘브라'가 운영하는 서점이며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다. 이 제목만으로도 얼마나 낭만적이고 근사한지, 나는 이 제목을 보자마자 『제인오스틴 북클럽』의 그리그를 떠올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선물했던 그리그. 그러나 그녀가 좀처럼 그 책을 읽지않아 실망을 거듭하곤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그녀는 그가 선물한 책에 푹 빠져들어 새벽까지 읽게되고, 결국 새벽에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사러 차를 몰고 나가지만 구할 수 없어 그리그의 집 앞에 오게 되는 바로 그 장면. 그리그는 창밖으로 그녀의 차가 보여 나가보게되고, 우리집엔 그 작가의 책이 많다며 그녀와 핑크빛 로맨스를 이루게 된다. 












만약 이때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서점이 있었다면, 그녀는 그 서점으로 달려가 그 작가, '어슐러 르 귄'의 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 새벽에 그리그의 집 앞으로 차를 몰고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그는 자신의 집앞에서 그녀를 발견할 수 없었을 거고, 그들이 연인이 되는것은 불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새벽에 그 차를 발견하지 않았다해도, 다른식으로 그와 그녀가 연인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르 귄에게 푹 빠져버린 그녀가 그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든가, 새벽에 서점에 다녀왔어요, 라고 말하면서 그로부터 '다음엔 우리집으로 와요' 라는 말을 듣게 될 수도 있고. 아주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다. 새벽에 서점에 가 르 귄의 책을 찾는데, 마침 그 서점에서 일하던 청년이 그녀에게 반해 그녀의 이름을 나직하게 부를 수도 있으니까.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아주 많이 다른 형식으로 쭉쭉 뻗어갈 수 있다. 만약 서점이 24시간 문을 열고 있었다면.


언젠가 알라딘의 어느분도 밤중에 어느 책이 무척 읽고 싶어졌는데 늦은밤이라 살 수가 없다는 식의 글을 올린적이 있었는데, 이럴때 24시 서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4시 서점은 광화문의 교보문고처럼 그렇게 큰 대형서점이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작은대로 필요한 구색을 갖추고 있는 그런 서점이면 좋을텐데, 따뜻한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그런 서점이면 얼마나 좋을까.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슬리퍼를 신고 헐렁한 옷을 입고, 밝은 불빛이 있는 서점에 찾아드는거다. 크- 낭만적이야. 그 야밤에 서점을 지키고 있던 서점 직원과 손님들 사이에는 동지의식이 싹트지 않을까. 게다가 그 직원이 나처럼 예쁘다면(읭?) 단골 손님이 생기는 건 시간문제. 내가 만약 그런 서점에서 밤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카운터 밑에 와인 몇 병을 숨겨두고 홀짝거리며 책을 읽을 것이다. 손님이 많지 않은 새벽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겠지. 그러다가 키에누 리브스 같은 손님이 온다면, 와서 구석의 테이블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시켜두고 책을 읽는다면, 그렇게 몇 번 반복적으로 마주치게 된다면, 어느 봄 밤, 그에게 다가가 '와인 한 잔 드시겠어요?' 라고 물을 수도 있을것이다.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만드는 법을 배워 이제는 나도 만들 수 있게 된 콩나물 스콘을 안주겸 야식으로 내어놓는거다. 따뜻하게 데워서. 그리고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콩나물 밥이 더 좋다면 말만해요. 양념장은 준비해뒀어요. 



아. 우리의 따뜻한 새벽!




그러나 저 제목의 낭만성은 이 책에서 내 기대대로 펼쳐지질 않는다. 물론 24시간 오픈되어 있는 서점이고, 책을 팔고, 아주 가끔 손님이 들어와 책을 사가기도 하지만, 실상 그곳의 역할은 '뒤쪽 서가' 가 맡고 있고, 그곳엔 암호로 쓰여진 책들이 잔뜩이라 그 책들을 빌리러 오는 그 서점 회원들만 찾아드는 곳인거다. 암호와 해독, 비밀단체 등은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생각나게 하지만, 이 책은 장미의 이름보다 훨씬 더 빠르고 현대적이다. 장미의 이름은 오래된 고서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다면 이 책은 너무 현대적인 컴퓨터 기술에 대해 얘기해서 뭔 말인지 모르겠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이 책의 작가인 '로빈 슬로언'은 분명 아주 흥미로운 소재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가지만, 내 입장에선 아주 흥미로운 소재로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은 이야기를 펼쳤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이 책은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고, 그렇게된다면 나도 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24시 서점' 이란 어마어마하게 근사한 소재로 이렇게 쓰다니..실망감이 들 수밖에 없다. 


역시 내가 원하는 이야기는 내가 써야 하는걸까. 내가 한 번 써볼까. 24시 서점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로....따뜻한 새벽.....으로? 내가 쓰는 책에서 나는 전지전능한 작가일 수밖에 없으니 현빈도, 키에누 리브스도, 제이슨 스태덤도 다 등장시킬 수 있을텐데! 봄 밤의 새벽에 키에누 리브스를 찾아들게 했다면, 여름밤의 새벽엔 제이슨 스태덤을 초대하는거지. 우린 늘 끈적한 여름밤을 함께 보내는거야. 우린 늘 너무 덥고, 너무 흥분해있고, 너무 끈적할거야.





24시 서점과 키에누 리브스, 봄 밤, 와인 등등을 생각하며 미친듯이 집중해있는 내게 내 친구 정식이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고, 그래서 확- 리듬이 깨져버렸다. 왜 하필 이럴 때 말을 걸어..돌았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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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3-2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진작부터 말씀드렸지 않았나요~~ 님이 원하시는 대로 한 번 꼭 써보세요.
현빈, 키에누 리부스, 제이슨 스태덤도 다 등장하는 걸로.
끈적끈적하고 덥고 흥분되는 걸로.
아~~ 상상만으로도 넘 좋다~~~ ^^

다락방 2014-03-20 17:54   좋아요 0 | URL
얄미운 여자 캐릭터는 넣지 않은채로 써보고 싶습니다, 단발머리님.
다시 말하자면 그러니까, 등장하는 여자는 다락방...이 전부인... -0-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루 온종일 끈적거리다 끝나겠네요. 하하. 아니, 하루가 결코 끝나지가 않겠어요! 아하하하하

단발머리 2014-03-2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죄송한대요.
전지전능한 작가시니까, 다락방님 그 아름다운 소설에 우리 '김수현'은 나오지 않는걸로 좀 해주세요.
김수현은 제 꿈에 나와야되서... 좀 바쁘.................거든요.

다락방 2014-03-20 17:54   좋아요 0 | URL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김수현을 등장시킬 생각이 전혀, 저어어어어언혀 없습니다. 단발머리님껜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러니까 제게 김수현은 아직 '애' 에요.. ( ")

=3=3=3=3=3=3=3=3=3=3=3=3=3=3

버벌 2014-03-20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콘도 콩나물도 잘 먹질않아요 두가지의조합이라니... 보라색과형광색 둘중의 하나만 없어도 가지를 먹을수있다는 유희열이 쓴 문장이 갑자기 왜 떠오르는지 모르겠네요 ㅡ ㅡ 결론은 콩나물 스콘은...음 음 24시간 서점이라니 완전 멋져요. 실제로 존재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락방 2014-03-20 17:56   좋아요 0 | URL
저는 스콘 완전 사랑하는데요, 버벌님. 콩나물도 캡사랑해요. 엄마가 콩나물 반찬 해주면 고추장 넣어서 슥슥 밥 비벼 가지고 흡입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콩나물 스콘 먹을 수 있을것 같아요. 뭐, 맛도 그리 나쁠것 같진 않고..다만, 이왕이면 다른 스콘을 먹고 싶긴 하네요. ㅎㅎ

24시 서점이 생기면 아우. 버벌님이나 저같은 사람의 아지트가 되지 않을까요?
음..아니다. 난 밤에 자니까...손님이 되긴 힘들듯해요. 역시 주인을 해야...쿨럭.

moonnight 2014-03-20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콩나물밥이 더 좋아요. 콩나물밥에 와인으로 권해주세요. +_+;;; (죄송합니다. ;;)
콩나물이 들어간 스콘이라니 뭔가 번역상의 문제가 아닐까요. 라즈베리와 콩나물은, 왠지 슬프다는. ㅠ_ㅠ;;;
새벽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 서점.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

다락방 2014-03-20 17:57   좋아요 0 | URL
비도 오고..
콩나물 밥에 양념장 넣어서 슥슥 비벼 먹고 싶네요. 김치도 같이 먹고. 히잉. ㅠㅠ 먹고싶다.

새벽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 상점이 다른 어떤 상점이 아니라 서점이라면, 아우, 진짜 낭만적인 것 같아요, 문나잇님. 그런 서점이 생겼으면 좋겠지만....아마 가게 유지하기는 힘들겠죠? ㅠㅠ 언제나 낭만은 현실앞에 무너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작나무 2014-03-2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시서점의 한켠에는 작은 계단이 있었는데 그 계단의 끝에는 다락방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가끔 서점의 여주인은 손님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갈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으레 끈적한 신음 소리가 아래 층으로 흘러나와 서점 손님들은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사실 그 서점의 단골들은 책을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여주인을 훔쳐보기 위해 서점을 찾는 편이었다. 언젠가 여주인이 자신을 다락방으로 불러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은 채.

다락방 2014-03-21 13:45   좋아요 0 | URL
ㅎㅎ 자작나무님 소설 쓰는 분이십니까? ㅎㅎ

점심 뭐 드셨습니까. 전 뼈다귀해장국 먹고 왔더니 졸리네요..

자작나무 2014-03-22 08:41   좋아요 0 | URL
마을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여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여주인의 독서량은 엄청났으며 책을 한권 읽을때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서평을 발표하곤 했는데 그와 함께 자신의 음식과 남자 취향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 첨부했다. 떠도는 한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일군의 용병들과 불같은 사랑을 나눈 적이 있다고 한다. 가끔씩 그녀는 와인을 홀짝이며 창밖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처연하게 바라보기도 했는데 그때 그녀는 자신을 스쳐지나간 용병들을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실제로 어떤 남자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말하려하지 않았다. 우연히 여주인과 함께 밤을 보낸적이 있는 어느 마을 남자의 회고에 따르면 여주인이 그의 몸을 쥐어뜯으며 "제이슨!"이라고 소리쳤다고 하는 걸로 봐서 용병 가운데 한 남자의 이름이 제이슨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제이슨이 실제 인물인지 여주인 마음 속의 무언가가 빚어낸 가공의 인물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저 실은 작가예요.

다락방 2014-03-24 10:03   좋아요 0 | URL
요리사 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겸업하시는겁니까?

자작나무 2014-03-25 09:00   좋아요 0 | URL
저 글 쓰는 요리사 입니다. 박찬일씨 처럼요.

다락방 2014-03-25 09:10   좋아요 0 | URL
음...일단 요리사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작나무님. 가끔 점심시간에 댓글 다시잖아요. 점심때 가장 바쁠텐데 어떻게 댓글을 다시겠어요? 그러니까 '요리사'는 거짓말..이죠?!

자작나무 2014-03-25 13:02   좋아요 0 | URL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 댓글을 남길 정도로 다락방을 응원하는 요리사 랍니다.

다락방 2014-03-25 14:48   좋아요 0 | URL
구라쟁이..ㅎㅎ

sweetrain 2014-03-23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콩나물 스콘보다는 콩나물 밥이 더 나을 것 같아요. 콩나물도 좋아하고 스콘도 좋아하지만 그 둘의 조합은 상상이 가지 않는걸요.

다락방 2014-03-24 10:03   좋아요 0 | URL
저는 상상이 가긴 합니다만, 그래도 스콘인데, 아마도 다른 스콘을 선택할 것 같아요. 플레인 스콘, 치즈 스콘, 블루베리 스콘 등등이요. ㅎㅎ

네꼬 2014-03-2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다락님, 나 자꾸 웃긴 생각만 했어요. 1. 스콘을 한 입 베었는데 콩나물 줄기가 쭉 따라 나온다면 어쩐지... 어쩐지.... 지.. 지저분해! 2. 24시간 운영하는 서점 좋아요. 거기서 미녀 다락님이 밤을 지키는 여인인 것도 좋아요. 다만, 와인을 홀짝인다... 홀짝인다고요? 다락님이? 와인을? 나도 모르게 불콰한 얼굴로 손님들에게 "여기 와서 다들 한잔씩들 해요!" 하는 다락님을 떠올려 버렸어요. ㅎㅎㅎ 즐거워라!

다락방 2014-03-25 09:12   좋아요 0 | URL
ㅎㅎ 나도 콩나물 스콘이라고 하니까 스콘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콩나물 줄기 따라오는 생각만 나요. 콩나물은..그런 식으로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 같아요. 그쵸?ㅋㅋㅋㅋㅋ 24시간 서점을 제대로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제가 말이지요, 불콰한 얼굴이 되어서는 안되잖아요? 그러니 천천히 홀짝여야 되지 않겠어요? 네? 그래야 책을 팔지!! ㅎㅎ

24시 서점은 생각만으로도 정말 낭만적이에요! >.<
 
고민하고 지르기


이제 관심 신간이나 관심 구간이 생기면 <관심있어요> 폴더에 올려야지, 라고 생각하고 어제 룰루랄라~ 페이퍼를 썼다. 《불안의 책》을 살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고민에, d 님의 댓글을 읽고 '그래, 사지 말고 완역본 기다리자' 라고 결심하며 감사의 댓글을 쓰려고 했지만 어제 그 댓글을 확인했을 때는 바깥이었고 스맛트폰이라 댓댓글을 쓸 수 없는 상황. 다음날 피씨로 쓰자, 라며 집에 도착했다. 가방을 던져놓고, 지금 읽던 책을 거의 다 읽어간다는 남동생의 말에, 다음엔 무슨 책을 읽으라고 줄까 고민하며 책장 앞에 섰다. 내가 이미 읽은 책들은 남동생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책들이고, 그렇다면 아직 읽지 않은 책들중에서 남동생이 좋아할만한 추리 소설을 하나 뽑아줄까 싶어 두 권을 빼어들고 남동생 방으로 가려는 찰나, 어어, 저 오른쪽 저거, 뭐..뭐...뭐지? 설마...그 불안의 책..인거야?





그..그...그럴 리가 없단 생각에 나는 얼른 저 책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헐. 그 책이 정말 불안의 책임을 확인했다.




헐..이게 뭐야...반값이라고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완역본 나오기를 기다릴까말까 고민했는데, 발췌본을 읽을까말까 고민했는데, 그러다 결국 그래 완역본 나오기를 기다리자 결심했는데, 그랬는데, 이미



가.지.고.있.었.다.




언제샀지? 이게 저기에 왜있지? 하아- 팔아버릴까..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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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4-03-18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경험을 부지기수로 한 일인입니다.
그나저나...손톱이 섹시한데요?

다락방 2014-03-18 08:50   좋아요 0 | URL
저 책은 팔아버려야겠어요. 안읽을 것 같아.. -_-
매니큐어 칠한 보람이 있었네요. 하핫. 벗겨지고 있지만 ㅠㅠ

건조기후 2014-03-1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아 웃기다
분명 내 손으로 내 돈 주고 내가 산 책인데도 이런 식으로 갑툭튀하는 책들 진짜 꼴보기 싫어요 ㅜㅜ

다락방 2014-03-18 12:19   좋아요 0 | URL
정신 똒바로 차리고 살아야 겠어요. 책장에 저 책이 꽂혀있는 놀라움이라니. ㅠㅠ 팔아버릴거에요 엉엉 ㅠㅠ

무스탕 2014-03-1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뭘 그정도 가지고 그러세요.
전 산 책 또 산게 몇 권인데... (" )( ")
점심 맛있게 드셨구요? ^^

다락방 2014-03-18 13:4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순대국 배부르게 먹고 왔어요. 어휴 배가 터져버릴 것 같네요. 이제 실실 졸음이 찾아오네요. 하하하하하

버벌 2014-03-18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딘 장바구니에 책을 담고 결제하려는데 예전에 구입한 책이라며 알람이 뜰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ㅡㅡ
그럼에도 그책은 아직도 안 읽..... ㅠㅠ

다락방 2014-03-18 17:2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런 알람 떠서 안 산적 많아요. 만약 저 <불안의 책>도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었다면 그렇게 알람이 떴겠죠. 그렇지만 저는 안사기로 결정했다는 거. 그런데 이미 집에 있었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4-03-1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웃으면서 불안의 책을 보관함으로. ^^
저도 책장 살펴보다가 이 책을 내가 언제 샀단 말인가 하면서 깜놀할 때가 많아요. 놀라기만 하고 여전히 읽지는 않는다는 -_-;;

moonnight 2014-03-1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완역본이 나오길 기다려야하는 건가요? +_+;;;;;

다락방 2014-03-19 08:38   좋아요 0 | URL
ㅎㅎ 네, 문나잇님. 완역본이 나오길 기다리시는 편이 더 나을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가진 책은 .. 어째야할지 원.
저도 책장 살펴보다가 어엇, 이런 책이 내게 있었어? 하고 깜짝 놀랄 때가 있긴해요. 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으음, 내가 살 만했구나 하기도 하고. ㅋㅋ 그러면서 읽지는 않고 또 새로 사고.. ( ")

dreamout 2014-03-1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아주 깨끗하네요. 책이. ^^;

다락방 2014-03-19 08: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깨끗하네요. 하하하하핫;;
 















이 책을 읽고 이별후에 위로를 받았다는, 이 책의 표현을 빌자면 '애도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몇 번 들었는데, 나로 말하자면 내게 이 책은 딱히 '필요'하진 않았다. 내 경우엔 대체적으로 심리 치료 혹은 치유의 타이틀을 단 책들이 크게 와닿지 않곤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대체 왜그럴까를 곰곰 생각해보다가, 그건 내가 아마도 자존감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인가보다, 하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이 해야만 한다는 방법,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것들을 나는 이미 너무나 잘해오고 있는게 아닌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게는 이 책이 내 이별로 인한 슬픔에 도움이 되었다기 보다는, 누군가가 나에게 내 슬픔을 달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 책을 선물로 주었다는 사실이 더 크게 와닿았다. 그게 더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읽기도 전에 마음이 따뜻해져버렸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쓸모없다던가 한 건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으니까. 나보다는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되겠다, 싶은 마음이랄까. 이별후에 자신을 다독이고 있는 친구 생각이 나, 그 친구에게 이 책을 보내줄까,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몇몇 부분들에서는 내 지난 이별들의 경험, 이별후의 고통과 극복에 대한 경험들과 맞닿는 부분들이 있어 공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전에,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쉽게 말해 좀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겠다. 이건 아마도 내가 심리 치료라든가 정신 분석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갖게 되는 불신인 것 같은데, 흐음,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에 관한 부분이었다.



미국 정신분석가 호르게 드 그레고리오는 《나의 이성, 나의 감성》이라는 책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관계를 애도 관점에서 분석하다.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간 다음 해인 1994년 1월 6일 그의 사랑과 열정의 원천이었던 어머니 버지니아 캐시디 클린턴이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어머니는 예전에 간호사였고 빌이 네 살 때까지 함께 산 할머니 역시 간호사였다. 어머니 사망 후 애도 과정을 거치면서 클린턴 대통령의 감성 안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모니카 르윈스키의 아버지는 항암 치료사였다. 그는 젊은 간호사와 사랑에 빠져 아내와 딸을 떠났다. 아버지가 가정을 떠날 즈음 르윈스키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고, 당시 학교 연극 무대 설치 기술자였던 앤디 블레일러와 첫사랑에 빠졌다. 앤디는 결혼 2년차 유부남이었지만 르윈스키는 앤디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의 아내의 친구가 되었고, 때로 그들의 아이를 돌봐 주기도 했다. 그 이상한 관계에서 르윈스키는 아버지의 욕망 대상인 간호사 역할을 맡으며 다시 아버지와 연결되는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를 "첫눈에 알아보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본 배경에는 '간호사'가 있었다. 빌 클린턴은 자신의 상실감을 돌봐 줄 간호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았고, 르윈스키는 아버지의 내연녀인 간호사가 되어 돌봐 줄 만한 아버지 대체물을 찾아냈다. 저자는 그 만남이 빌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만남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와 그녀의 아버지의 만남이라고 분석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무의식 속에서 추구하고 있던 원초적 사랑의 대상을 만난 것이다. 잃은 대상을 추구하는 행위가 무의식 차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pp.104-105)



내겐 이 부분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클린턴과 르윈스키가 만나 입과 성기로 쾌락을 주고 받았던 그 순간이 그들 본연의 의지나 욕망이 아니라 무의식에 있던 그들 부모의 만남이다..라니. 이건 '간호사'라는 교집합을 찾아내어 너무 억지스럽게 그들의 심리나 무의식을 분석한 건 아닐까? 그들도 모른채 서로에게 내재되어 있던 상처나 분노 욕망을 첫눈에 알아봤다니, 이게 말이 되나? 어? 네 눈엔 슬픔이 있고 그걸 거슬러 올라가면 '간호사'가 있네? 어? 너 역시 분노가 있는데 그걸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 끝에 '간호사'가 있네? 우리 '간호사'로 만나네? 이게 말없이 알아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정신 분석을 하다보면 정말 그런가? 나와 비슷한 사람,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그것이 르윈스키와 클린턴의 교집합, 간호사에게까지 통하는건가? 정말 그런가? 어릴적의 상처가 꼭꼭 숨겨져 있다가 어른이 되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에는 물론 동의한다. 그렇지만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만남이 그런것들의 발현이라는건...어쩐지 수긍이 잘 되질 않는다. 그래서 다음의 부분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중년기에 부적절한 삼각관계에 빠지는 것 역시 애도 작업의 일환이다. 생애 초기의 삼각관계를 현재에 구현하여 그때 잃어버린 대상을 되찾고자 한다. 클린턴과 르윈스키처럼, 그 관계의 무의식적 진짜 목적은 잃은 대상을 되찾은 다음 다시 한번 잘 떠나보내고자 하는 것이다. 오이디푸스적인 내적 대상을 떠나보내는 일은 우리가 상징계로 들어서며 진정한 성인이 되는 지표이기도 하다. (p.106)



애인이나 아내(혹은 남편)이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욕망하고 사랑하게 되는건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고, 그 상대가 지금의 애인(혹은 배우자)과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짐작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관계가 '진짜 목적'이 있다는 건가? 지금은 내 옆의 이사람이 아니라 저 사람한테 욕망을 느껴, 저 사람을 갖고 싶어, 하는 단순한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숨은 다른 '진짜 목적' 이 있다는 건가? 정말 그런가? 이 사람이 있으면서도 저 사람에 대해 욕망을 갖고 관계를 형성하는 게, 정신 분석을 통해, 분석에 분석을 거듭하다보면, 결국은 저런 '진짜 목적'을 숨기고 있다는건가? 이 세상의 모든 숨쉬는 종들은 하나의 대상에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그로 인한 것이든 혹은 그것과는 별개이든 성적 욕망이라는 것 자체가, 늘 다른 상대를 꿈꾸게 하지 않나? 그게 나의 무의식에서 나온건가? 어떠한 진짜 목적을 가지고? 인간의 정신은 그렇게도 깊고깊고깊고깊고깊은것인가??

 



첫 연애가 끝났을 때, 이별한 바로 그 날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생각보다 안슬픈데? 라고 이별이란 걸 비웃기도 했던것 같다. 그러나 사흘째 되던날, 나는 직장을 관두고 집에서 놀고 있었고, 그래서 걸레를 들고 방바닥을 닦고 청소를 하고 있었고, 그럴거면 라디오를 들으며 청소를 하자 싶어 라디오를 틀어두고 있었고, 하필 그때, 라디오에서는 '차은주'의 <알수없어요>란 노래가 나왔고, 이미 알고있던 노래인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그 노래의 가사들이 귓구멍으로 들어와 가슴을 후려갈기기 시작했고, 걸레질을 하던 나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그자리에 주저앉아 소리내어 통곡을 했다. 내 이별은 사흘째 되던날 비로소, 이별로 다가오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때 그 노래는 내 이별을 대신 소리내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 내 감정을 실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떠난 사람이 즐겨 부르던 노래, 떠난 사람과 함께 듣던 노래를 듣는다. 음악을 들으면서 슬프다고 느끼거나 눈물이 흐른다면 치유되는 중임을 알아차리고 한동안 슬픔 속에 머문다. 노래하기는 음악 듣기보다 한 단계 진전된 표현 방식이다.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다만 무슨 소리든 바깥으로 내뱉는다는 사실, 소리와 함께 내면의 감정을 발산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p.247)




연애를 하면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상대가 나에게 너무 깊은 사랑 혹은 너무 깊은 애착을 갖게 되는것이다. 연애를 시작할때부터 나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혹여라도 내게 깊은 애착을 보일경우 가차없이 내칠 준비를 한다. 깊은 애착은 처음엔 저 혼자만의 것으로 시작할지언정, 상대로부터 같은 깊이의 애정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건 이내 서운함이 되어 쌓이고 쌓일것이다. 내가 상대의 삶의 이유가 되는 것은 내가 가장 원하지 않는 일이고, 나는 상대의 '삶이 행복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되는게 딱 좋다. 나를 가장 좋아하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나만' 좋아하는 건 무서운 일이다. 내가 아니어도 상대에겐 만날 사람이 있어야 하고,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어야 하고, 해야 할 일이 있어야 하고, 즐길 수 있는 일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이별을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이별후에 상대를 괴롭히며 집착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하나의 대상에만 매달리는 일은, 그 끈이 끊어졌을 때 자신을 무너뜨리고, 이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일인 것이다.



이별이든 사별이든 한 사람을 잃는 일이 자신의 존재 전체를 잃는 일은 아니다. 특정 대상과 맺고 있던 관계를 잃는 일이며, 그 관계에 투자하던 내면의 일부분을 잃는 일이다. 상실감 이외에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자신의 존엄성, 용기, 지혜, 공감 능력 등은 여전히 그곳에 있으며, 그것이 우리를 건강하고 안전한 곳으로 이끌어 갈 것임을 믿는다. (p.96)




그렇게 생각하는 나역시 후회되는 연애가 있다. 물론 어떤 연애에도 후회되는 해프닝 쯤은 섞일 수 있지만, 유독 후회만 남는 연애. 당시 좋아하던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허우적대다 거기로부터 빠져나오고자 아무나하고 사귀어버린 일이 그렇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 관계는 내게 의무감만 지웠고, 헤어진후에는 죄책감만 남겼다. 그때의 나는 쓰레기 같았다.



사물이 아니라 사람도 일시적인 대체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 우리는 간혹 주변에 있는 사람 아무하고나 관계를 맺게 되기 쉽다. '랜덤 하트'를 추구하는 까닭은 허전함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이 여전히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p.147)



그깟 연애, 그게 뭐라고. '연애를 위해' 사귀는 건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다. 



딱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그러면 마음을 정리하기 쉬울 텐데.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애도의 모든 과정을 끝낼 때까지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는 일은 피한다. 그것은 애도 작업을 원점으로 돌리는 일과 같다. 만나서 섹스만 하고 다시 헤어지는 일은 최악의 선택이다. (p.108)



후아- 이 부분을 읽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들도 사는게 다 비슷비슷하구나..다 그렇게 가끔 지저분하게 질퍽거리면서 살아...감정이란 게 쉽게 정리되지 않기 때문에 우린 몇 번이나 진흙에 빠졌다가 더러워진 신발이며 옷을 빨고 또 후회를 하고, 그렇게 사는거구나.. 그래도 막상 진흙을 또 만나면 '씨양, 집에가서 또 빨면 되지' 하고 또 빠지고 또 빠지고...

어쩐지 모든 인간들이 다 불쌍한 것 같아, 내 넓은 품으로 세상 사람 모두를 안아주고 싶다. 안아서 다독다독해주고 싶어.. 그래, 진창에 빠지기도 하지, 그렇지만 우리 건강하게 이겨내자, 하면서 안아주고 싶다. 




사실 이 책, 『좋은 이별』은 나보다는 '야마모토 후미오'의 『연애 중독』에 나오는 주인공 '미나즈키'에게 더 필요해 보인다.












(왼쪽이 구판 오른쪽은 개정판)






내가 읽은 건 왼쪽의 구판인데, 처음엔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기 시작했다. 서른두살의 이혼녀 '미나즈키'는 도시락집에서 알바를 하고 간간이 번역일을 하며 혼자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도시락을 사기 위헤 유명한 연예인인 오십대의 '이츠지 고시로'가 도시락집에 방문하고, 어릴때부터 그의 팬이었던 그녀는 그와 자연스레 연인관계가 된다. 그럴거라고 생각하지 못한채로 호텔에 가고 밤을 보내고, 그렇게 뜻밖의 사건이라 정신이 멍해진 상태의 그녀까지를 보는건 꽤 즐거웠는데, 그에게는 그녀가 아닌 애인이 셋이나 더 있고, 그들 모두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인정하며 지내고 있다는 걸 안 순간부터 뭔가 병맛 캐릭터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른 여자들은 이츠지 고시로의 연애 스타일을 아는바, 자신들도 다른 애인을 하나씩 더 두고 그 관계를 유지하지만, '미나즈키'에게는 이츠지 고시로가 전부이다. 그래서 다른 여자들을 밀어내고 싶고, 그가 도무지 성숙하지 못한 자기멋대로의 남자인걸 알면서도 그로부터 사랑받고 싶어 어쩔줄을 모른다. 결국 그녀는 파괴적인 성향을 보이게 되는데, 한 대상에 대한 집착,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이 어떤 파멸을 불러오는 지 모르는 바가 아니니 그 여자의 심정이야 이해가 되면서도, 그러면서 자꾸 세뇌시키고 싶어지는거다. 이여자야, 그 남자만 보면 어떡해, 하고. 그녀는 이혼한 전남편으로부터 '나 좀 보지마' 라는 말을 들었던 터다. 그러나 그녀는 전 사랑의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또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아픔을 겪으면서 나는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무언가 거기서부터 배우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러나 그 과정을 겪으면서 도무지 배우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잘못된 걸 모르는채로, 혹은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채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들. 그래서 또 같은 처벌을 받게 되는 사람들. 인간이기 때문에 어리석은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건 당연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큰 아픔을 가져다줬다면 그 경험으로부터 배워야한다. 그 경험이 나를 한 번 파괴했다면, 다시는 나를 파괴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 지난 연애를 거쳐 그 다음 연애까지, 그리고 또 그 연애를 거쳐 그 다음 연애에 이르기까지, 나라는 인간 자체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면, 한 걸음도 앞으로 가지 못했다면, 나는 계속 나 자신을 파괴하는 수밖에 없다. 같은 실수는 더 큰 고통을 준다. 내가 나아가야 상대도 함께 나아간다. 연애를 거치면서 더 좋은 상대를 만날 수 있는건, 내가 그만큼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상대를 만나고 싶다면, 아픔을 주는 상대가 아니라 사랑과 행복과 기쁨을 주는 상대를 만나고 싶다면, 나라는 인간 자체가 이미 혼자서도 당당하고 의지가 강한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일상의 작은 기쁨을 스스로 캐치할 수 있고, 내가 행복한 이유쯤은 아무때고 수시로 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네가 있어서 너무 좋아, 는 괜찮지만 '너가 없으면 난 죽어'는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치명적인 것이다. 



이츠지 고시로는 과거에 '만약' 이라는 말을 끼워 넣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식으로 사람을 사랑해야 제대로 사랑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항상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런 너저분한 술집에서 혼자 싸구려 위스키나 마시고 있어야 하는 걸까.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쳐다보며. 들어올 리 없는 사람을 기다리며. (p.321)



그녀는 번번이 자신의 실패한 사랑을 곱씹는다. 그 과거에 허구헌날 '만약'을 넣는다. 그러나 그녀는 곱씹기만을 반복할 뿐, 그로부터 '그러니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과거를 곱씹는건 그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곱씹기만 할 뿐이라면, 거기엔 대체 자책과 후회말고 무엇이 남을까. '다른 결론'을 '다른 방식'을 뽑아내야 하는게 아닌가.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낼 수 없었던 것일테다. '알 수가 없다'고 하니까. '나 좀 보지마' 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그게 대체 왜그런건지 알지 못하니까. 그녀야말로 김형경의 『좋은 이별』을 읽어야 할텐데. 암튼 내 연애의 상대로는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류의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상대에 대한 집착', '상대에 대한 사랑'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보다 훨씬 심해 자기 파괴의 결과를 불러왔다.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걸 상대에게 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쳤기 때문에 어쩌면 그 사랑을 자꾸만 곱씹는지도 모른다. 어쩌면..그게 더 나을 수도 있는걸까? 한 사람을 사랑하고 연애하는 과정에서 나를 모조리, 깡그리 다 바쳐서 망가져보는 게 나았을까? 



오늘 아침엔 문득, 할 수 있는 걸 다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그리운 사람 생각이 났다. 그때, 그 여름에, 손을 씻고 나와 핸드크림을 발라달라고 강아지처럼 두 손을 내밀었을 때, 그때 왜 나는 거절했을까. 피식 웃으며 너 혼자 바르라고, 그때 왜그랬을까. 내 두손으로 그의 손에 골고루 핸드크림을 발라주면 퍼지게 될 그 분위기를, 나는 왜 그토록 겁냈을까. 수십가지의 이유와 변명을 댈 수있지만, 결국 정확한 이유는 하나다. 나는 상처받고 싶지 않았던 것. 곧 떠날 사람이니 그만 내어주자, 했던 것. 씨발. 상처 좀 받으면 어떻다고. 그냥 발라줄 걸. 바르다가 불이라도 붙으면 그냥 화상을 입을 걸. 언제 다시 또 그런 일이 있다고...후........


















토요일, 부산의 숙소에서 친구와 침대에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tv를 틀어 이 영화를 보았다. 고등학생 시절, 브래드 피트가 너무 좋아 이 영화를 비디오로 빌려봤다가 지루해서 졸았던 기억이 있는데 ,오만년만에 다시 본 이 영화는 와- 정말 좋았다. 물론 절반도 못보고 다시 잠들긴 했지만, 까페에서 아직 저승사자가 되기 전인 브래드 피트가 클레어 포라니를 만나 대화를 하는 장면, 그녀에게 커피를 사주고 대화를 하고, 그렇게 까페앞에서 헤어지는 그 장면이 와- 얼마나 좋은지. 웃으며 상대에 대해 호감이 생기고, 헤어지기 싫어 몇 번이나 자꾸 상대가 가는 모습을 뒤돌아 보게 되는 그 장면 때문에, 와, 연애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연애를 하고 싶어지는 건, 대체로 저런 감정들 때문이다. 처음의 저 풋풋함과 긴장과 설레임 때문에. 와- 이 영화 언제 한 번 다시 봐야겠네,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잠들었다.




바다에 그렇게도 가고 싶었기 때문일까. 바다를 보자마자 너무 좋아서 폴짝폴짝 뛰어댕겼다. 친구를 한 대 툭 치고 돌아서며 '나 잡아봐라~' 했지만 친구는 '뭐야' 라며 응해주지 않았다. 나 혼자 뛰어댕겼...맨발을 물에 담그고선 으악 발시려, 소리도 질렀고 수없이 꺅꺅댔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의 바다가 무척 좋아서 조만간 혼자 다시 와보리라 생각했다. 5월 초에 연휴가 있으니, 그때 와서 며칠 묵어야지, 하면서. 아침마다 이 바다를 보러 나올거야. 그렇지만..밤엔 어쩌지. 도무지 혼자 잘 자신이 없는데..아직 호텔에서 밤에 혼자 자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좀 두려워서, 그렇다고 밤마다 친구를 부를 수도 없고, 역시 혼자 부산여행은 포기해야하나...조금 더 생각해보자, 하다가. 이런 부산은 이미 모든게 예약 완료가 아닐까, 생각했다.




부산 바다에 가면 여름이든 봄이든 팬티 한장 달랑입고 비치발리볼 하는 해변의 멋진 남자들을 볼 수 있어서 무척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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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3-1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심리학책 읽을때마다 드는 생각은 저도 좀 비슷해요.
이거 너무 끼워 맞추기가 심하다~ 이렇게요. 저도 뭐 잘 몰라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우야둥 심리학책 한창 읽었었는데 이젠 끊었어요 ^^::

날씬하기까지 했으면 큰일날뻔한,
자존감 차고 넘치는
다락방님께 이런 심리학서는 별루 어울리지 않는것 같긴 하네요 ㅎㅎ

그나저나
세상에
저를 버리고 바다 혼자 다녀오신겁니까?
킁!!!!!!!!!!!!!!!!!

다락방 2014-03-17 14:41   좋아요 0 | URL
저 클린턴과 르윈스키 얘기는 지나치게 억지스럽단 생각이 들어요. 너무 정신분석학 적으로 보기 위한 접근 아닌가 싶고 말이지요. 선물 받지 않았다면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책인데, 역시나 제게는 필요치 않은 책이었어요. ㅎㅎ 그렇지만 이 책이 누군가에겐 위로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반드시 필요한 책이 될 수도 있을것 같고요.

아무개님은 말만 바다 가자 하시지 통 여유를 주지 않으시잖습니까. 전 '진짜' 바다를 가고 싶었다고요!!

2014-03-17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7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風流男兒 2014-03-20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블랙의 사랑을 우연찮게 여러번 보게되었어요. 근데 저도 말씀하신 저 대목이 항상 인상깊어요. 둘다 번갈아 뒤돌아보지만 보게 되는 건 서로의 뒷모습인 장면. 그 장면이 항상 짠했어요.

다락방 2014-03-20 17:52   좋아요 0 | URL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전혀 기억나지가 않아요. 그래서 조만간 다시 보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보았을 때처럼 졸거나 하진 않을 것 같아요. 아마 새로운 다른 걸 느끼고 생각하게 되겠지요.
연애고 뭐고 이제 다 필요없어 안해안해, 라고 했었는데,
저 둘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그 장면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지 뭡니까. 하하하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가끔 소식 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