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시선 중국시인총서(문이재) 306
이종진 지음 / 문이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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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1년 25살의 나이로 벼슬길을 올라 아버지와 동생과 헤어질때로부터, 64세의 나이로 해남도 유배생활을 마치며 밤바다를 건너 중원에 이르기까지의 40여수의 시를 연대기순으로 모아놓은 시선이다. 소동파의 삶은 왕안석의 신법에 반대하다 마흔셋의 나이로 어사대에서 고문을 받은 이후로 유배와 감금의 세월이었다. 하지만 그의 대표적인 시들은 도리어 이 어려움의 시기에 더욱 아름답고 진중하다.
 
이 시집은 익히 알지 못했던 소식의 아름다운 시들을 많이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어려움 속에서도 인생을 즐길 줄 알고, 재주를 발휘치 못함을 아쉬워 하면서도 시로서 자신을 드러냄이 애틋하다. 우리가 산중에 있을때는 산의 진면목을 모르는 것처럼 인생의 의미라는 것이 마쳐보아야 깨달을 수 있으리라 스스로 위로하는 [여산진면목]의 통찰은, 지금 여기에서의 의미와 성공밖에 모르는 나에게 주는 시 한자락 같다. 
 
  
題西林壁
 
橫看成嶺側成峰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
 
이리 보면 고개요 저리 보면 봉우리라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이 한결같지 않구나
여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함은
단지 몸이 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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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학문 나남신서 1140
막스 베버 지음, 전성우 옮김 / 나남출판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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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뮌헨대학 학생단체에서 강연한 내용인 이 글은 짧은 소책자 정도의 분량 속에, 학자라는 직업이 20세기의 사회와 철학적 배경에서 의미하는 바를 막스 베버적 인문학의 관점에서 다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에게 교수는 더 이상 학문의 상아탑에 위세를 떨치는 권위적 존재가 아닌 자본주의 경제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직업인으로 비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천부적 소질에 따라 소명감을 가지고 신비를 파헤쳐 가는 고고한 수도자가 아닌 하나의 객관적 지식 전달자이며, 완성된 학문의 최고봉을 이루며 한 문파를 형성하는 위치가 아닌 그저 또 하나의 지식의 벽돌을 학문의 진보 위에 얹는 역할을 하는 소박한 기능인으로 교수를 본다.
 
그의 이런 관점은 베버 자신의 합리주의화 혹은 탈주술화의 근대 이해와 맞물려 있지만, 동시에 독일철학의 전통인 역사의 발전과 이성의 완성을 향한 흐름, 변증법적 이론충돌의 소용돌이 속에서 면면히 흐르는 진보의 흐름에 기여하는 개인의 소박한 역할에 대한 이해와 닿아있음을 본다면 당연히 헤르더, 괴테, 헤겔, 니체의 연장선상에서 그의 주장은 더욱 깊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학자에 대한 그의 이러한 접근이 여전히 유용한 것은 더더욱 많은 학자들이 학자의 지위를 사회정치지도자로서 나서는 발판으로 여기거나, 자본의 논리에 좌우되어 스스로 편향된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authorized person이 될 소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의 역할에 대한 자기성찰의 부족은 자연스레 학자를 정파의 이론적 지지자나 특정 경제체계의 정부측 혹은 자본측의 어릿광대, 혹은 연구비를 위한 노예로 만들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학문에 대한 이해부족의 가장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은 학자를 믿는 사회와 자기역할을 잊은 학자자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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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이시선 - 당대편 110 중국시인총서(문이재) 110
김경동 엮음 / 문이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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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이의 평생의 시 중 일부인 38수를 시대순으로 발췌하여 모은 시집이다. 그의 풍류적 한가한 마음과 한편으로 백성을 근심하는 관리로서의 따뜻함이 모두 골고루 녹아있어 백거이의 사람됨과 그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많은 시들이 늦은 봄의 정취와 꽃들이 떨어짐을 아쉬어하는 마음들이 멋스럽게 드러나 있어 이 계절에 읽으며 절로 마음이 흥겹고 애틋해진다. 번역과 더불어 한시 원문과 짧은 주해도 있어, 한문으로 시의 원래 맛을 느끼는 것도 더욱 즐겁다. 이토록 풍부한 삶의 정취와 생각들의 보고를 향유할 수 있음은 얼마나 큰 우리만의 또다른 혜택인지 
 
送春

三月三十日  春歸日復暮
惆悵問春風  明朝應不住
送春曲江上  眷眷東西顧
但見撲水花  紛紛不知數
人生似行客  兩足無停步
日日進前程  前程幾多路
兵刀與水火  盡可違之去
唯有老到來  人間無避處
感時良爲已  獨倚池南樹
今日送春心  心如別親故


3월 30일,
이 봄도 가고
하루해도 또 저물어 간다.
너무나 서글퍼 봄바람에게 물었다.
"내일 아침엔 분명 떠나가고 없겠지?"
 
곡강(曲江) 가에서
이 봄을 떠나보내며,
아쉬운 마음 달랠 길 없어
이리저리 둘러본다.
보이는 건 물 위에 떨어지는 꽃잎
셀 수도 없이 어지럽게 흩날린다.
 
인생이란 나그네와 같은 것
두 발을 잠시 멈출 겨를도 없이,
날마다 앞을 향해 나아가건만
앞길은 또 얼마나 될까?
 
우리 인생에서 전쟁과 재난은
모두 다 피해 갈 수 있건만,
오로지 다가오는 늙음만은
인간 세상에 피할 곳이 없구나.
 
지나가는 봄날에 대한 감회,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체념하며
홀로 곡강 남쪽 나무에 기대어 선다.
오늘 이 봄을 떠나보내는 마음,
정든 이와 헤어지는 마음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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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전집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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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잃는 것이 아이에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어머니와 떨어져 살던 12살 때 나의 사진은 초점잃은 얼굴의 깊은 박탈감을 아직도 잘 보여준다. 단지 잠깐 떨어진 것도 그러한데 사별은 얼마나 큰 아픔으로 아이에게 남는가? 이 소설은 버지니아 자신의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프루스트, 조이스, 포크너와 맥이 닿는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한 고백적 성찰]이다. 작가자신도 밝히듯 이 소설은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고스란히 자신의 아버지를 담아낸 소설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죽고 억압적 아버지 아래서 자라야 했던 그녀가 느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양가감정. 그녀에게 아버지란 단지 한 인간으로 그 자신의 완성을 꿈꾸던 학자였다. 한 인간으로 충실히 산다는 것과 부모로서 충실하다는 것은 다르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인생을 걸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들 삶의 가장 단단하고 따뜻한 기반 없이 자라야만 했다.
 
아버지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그도 삶의 기반인 아내를 잃고 무의미한 삶을 살아간다. 인생은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발견할 때까지. 멀리 보이는 등대처럼 무언가 대단한듯 했던 학문과 예술, 자연과 행복은 결국 초라한 삶살이에 지나지 않았다. 프루스트가 말했듯 멀리서 보면 대단해 보이던 사람도 막상 가까이에서 겪으면 일상의 사람이 되고말듯, 의미라는 것, 이상이라는, 예술의 완성에 대한 열망은 찬란한 빛으로 번쩍였으나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말한다. [우리는 각자 홀로 죽어가노라] 의미란 없고 우리는 혼자일 뿐이고 죽어갈 것이다. [우리는 질풍을 무릅쓰고 달린다. 우리는 침몰할 것이 분명하다] 진력하나 의미란 없고 끝은 소멸이다.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임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미움도 분노도 이상도 애정도… [램지씨는 상륙했다. 이제는 끝났다…꾸러미는 등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줄 것이야.] 아버지와 두 자녀가 상륙한 등대에는 허름한고 누추한 등대와 등대지기의 초라한 모습이 있을 뿐이다.
 
버지니아는 인생이란 것, 예술이란 것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좀더 거센 파도 밑에서 그보다 더 깊은 심연에 가라앉노라] 호주머니에 돌을 채우고 강에 빠져죽은 그녀의 마지막처럼, 오필리아에게서 내려오는 영국인의 水葬에의 동경만이 그녀에게 남았다. [비가 올거야 너희는 등대에 갈 수 없다.] 반대를 무릅쓰고 그것을 동경할만한 가치가 과연 우리가 우발적으로 의미를 두는 그것들에 있기나한건가. 왜 평생 그녀는 고통스러워했고, 결국 지쳐 어린시절 충격에서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정신질환의 굴레를 메고 우울한 삶을 마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P.S 이 독자도 한정되어있는, 난해하기 그지 없는 텍스트를 번역하기로 마음먹은 역자와 출판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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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유 2006-04-2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시절엔가 에리히 아우얼바흐가 쓴 [미메시스]를 읽다가 울프의 [등대로]를 처음 만났었어요. 아우얼바흐는 사건(과 현재)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의식의 흐름을 좇는 울프의 서술 기법을 꼼꼼히 분석해냈는데, 그나 울프나 당시의 제게는 놀라울 수밖에 없었지요. 그 충격은 여전합니다. 소설과 서술의 세계가 4차원으로 직접 육박해들어가던 것...울프에 대한 리뷰가 넘 반가워 몇 자 붙입니다요^^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인성교육시리즈 가족 사랑 이야기 3
샘 맥브래트니 글, A.제람 그림, 김서정 옮김 / 베틀북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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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 대한 누군가의 사랑을 잊을 때가 있다. 그가 나에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라고 묻는다면 내 마음은 아플거다. 내가 그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걸테니. 그는 내가 그의 사랑을 느껴 자신을 바라보아 주길 원하고 있구나.

사실 나도 그를 사랑하는데 정말 많이... 하지만 너의 그 해맑고 마음갈리지 않는, 내 눈길이 너에게까지 돌아감을 기다리는데  조바심치지 않는 너의 사랑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구나. 나는 왜 너의 사랑에 집중하지 못하는가. 이 작은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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