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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모략 - 50쇄 기념 달라스 윌라드 하나님의 모략 시리즈 1
달라스 윌라드 지음, 윤종석 옮김 / 복있는사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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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윌라드는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철학과 교수이면서, 목회자로도 활동하는 분이다. 그래서 그의 책은 평신도로서 읽기 쉬우면서도, 읽을수록 윌라드의 심사숙고를 엿볼 수 있는 깊이가 있다. [하나님의 모략 Divine conspiracy]은 그 제목이 보여주듯, 하나님께서 알려주시는 우리 삶에 대한 감추어진 틀들을 보여준다. 그는 예수의 산상수훈의 가르침을 통해, 신학적 서술과 논쟁의 어지러운 길이 아닌, 신앙적 삶의 진수로 우리를 안내한다.

두번째 읽는 셈인데, 이번에 읽은 책은 2007년 재증보판이지만 2002년에 이 책을 내가 읽었는가 싶다. 처음 산상수훈의 부분만이 약간 익숙할 뿐 이 책의 모든 부분이 새롭게 와닿는다. 당시의 이 책은 읽기 쉬운 책이었다. 뒤집어진 세상에서 올바른 예수님의 기준으로 사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한 제자훈련. 하지만 이제는 이 책은 어려운 책이 되었다.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사는 전혀 불가능해보이는 일을 권하는 그리고 그 어려움들과 위로들을 짚어내고 있는 집요한 책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의 삶이 무엇이었던가.자라지 못하는 살찌지 못하는 기간이었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주위 사람을 싫어하게 되고 자신과의 싸움에  지치는 시간들. 인간이 우호적이지 않고 친구란 사람은 이익을 따르고 나 또한 그런 사람중에 하나임을 알게 된 시간들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모략은 이제 내가 해 볼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술술 읽을 수 없고 구절마다 챕터마다 걸림이 되곤 했다. 정말 믿고 의지하면 그 분이 이끌어 주실까. 남은 삶에 나는 그리스도를 닮은  그런 모습이 조금이라도 생기게 될까. 이 책은 목마른 자에게 구절구절이 의미가 있게 되는 그런 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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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학의 위기
멜빈 코너 지음, 소의영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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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의학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인 스스로와 대중이 모두 속아 더 깊이 위기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코너는 잘못된 수련과정이 환자를 [귀찮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게 만든다고 말한다. 수술은 부적절하게 많이, 간혹은 실험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정신 질환은 환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의 기반 없이 약물에만 의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은 이런 의학이 그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새로 개발된 약은 [마법 탄환]처럼 모든 질병을 말끔히 청소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런 약은 실제는 없다. 모든 질병이 이제 유전자 치료로 해결될 것 같은 희망을 심어주고 있지만 도리어 유전자 치료는 우생학의 모습을 띠며 손쉽게 치료할 방법을 방치한 채 어려운 치료방법만을 제시한다는 것이 진실이다. 사회가 건전할 때는 의학적 도움 없이도 행복하게 늙어 죽을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점점 더 이 믿을 수 없는 이 사기에 중독되고 있다.

현대의학은 그래서 자원의 낭비다. 불필요한 곳에 과도한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 살릴 수 없는 환자의 연명을 위해 집중치료실에서는 하루에 수백만원 이상의 치료비가 쏟아 부어지는 동안, 병원 밖에서는 기본적인 진료 혜택도 없이 마약, 굶주림, 감염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코너는 그 대안으로 사회 보건적 투자와 자원의 효용성에 따른 재배치로 더 많은 사람을 살리자고 한다. 과연 그것은 가능한 대안일까?

그렇다면 현대의학은 그 자신이 불치의 병이다. 이런 현대의학의 문제점들이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에는 너무 많은 장애가 있다. 많은 사람의 이익이 이런 부조리를 보호하는데 쓰이고 있고, 대중들의 근시안적인 자기본위적 생각이 의료를 고가에 구입하는 사치품으로 여기게 하고 있다. 코너는 이런 어려움을 넘어서기 위해 먼저 현대의학이 심각한 병에 걸렸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한 사람에겐 의사가 필요 없고 환자에게야 의사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자기 병을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니까. 아직 이렇다할 치료법은 없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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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세계
막스 피카르트 지음, 최승자 옮김 / 까치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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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침묵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다. 언제 나는 그 고요를 맛보았던가? 매미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한 여름 오후, 끓어 오르는 길 위로 흐르는 정적. 흰 눈이 소복히 쌓인 어느 산속, 하얗게 쏟아지는 달빛의 고요함. 우리는 이 기쁨들을 잃었다. 거리에는 넘치는 말소리들, 지금도 사방에서 흘러넘치는 음악소리들, 기계, 자동차, 말도 안되는 소리를 뱉아 내는 라디오 앞에서 우리 삶은 헝클어지고 부서져 내리고 있다.

오직 사람은 침묵에서 그 영양분을 얻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살고 있나? 하루 종일 사람들이 쏟아내는 수 많은 말들, 술자리에서의 똑같은 대화들, 소음의 홍수에 치어 집으로 돌아오면 텔레비젼에서 소리지르는 드라마의 주인공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가 없다. 정작 중요한 말들을. 아이의 고민, 아내의 사랑, 친구의 속사정, 동생의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리지가 않는다. 우리 귀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듣기에는 너무 시끄럽기 때문이다.

침묵은 우리 삶을 치료해 줄 수 있다. 시계 바늘소리 하나 없는 긴 침잠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낀다. 어디선가 틀어진 나의 삶의 궤도, 정작 중요한 사람들, 삶에 가장 소중한 시간들. 이것들은 떠들고 있는 동안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어느 겨울날 혼자 오대산 자락을 누비다 돌아오던 날 느꼈던 마음의 잔잔함을 다시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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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초
요시다 겐코 지음, 채혜숙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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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초는 정보를 주기보다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최근 많이 읽히는 책은 정보전달이 주목적인 경우가 많다. 돈 버는 법, 건강하게 사는 법, 아이의 육아, 심지어 수양하는 법까지. 사람들은 정보를 원하고 또 그런 책들이 잘 팔린다. 도연초는 ' 특별히 하는 일도 없고 무료하고 쓸쓸한 나머지 ...상념들을 두서없이' 적은 글이다. 7세기전의 일본 승려의 글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은 그의 글이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 삶에 대한 해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도연초는 700년전보다는 지금 필요한 책인지도 모른다. 겐코는 당시 일본황실에서 승지의 벼슬에까지 올랐다 출가한 사람으로 바쁜 생활, 꽉 짜여진 계급체계,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출가하여 여유롭게 세상을 보며, 자연을 즐기고, 삶을 기뻐하는 수필을 쓴 것은 오히려 2002년 출퇴근, 직장상사, 야근으로 삶을 흘러보내는 우리를 위한 것처럼 보인다.

도연초는 나중에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그는 인생의 수양을 미루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말한다. 병자가 자신의 병세가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죽음을 맞듯이 우리 인생도 죽음의 의미, 인생의 뜻, 삶의 환희를 찾지 않고 산다면 후회하게 된다는 뜻이다. 나이가 든 후 정보를 주는 책이 더 필요 없어지고, 바쁜 생활이 모두 끝나 할 일 없어졌을 때, 그때는 되집어 보며 살 인생이 얼마남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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