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이야기 - 과학고전시리즈 2
히포크라테스 지음 / 서해문집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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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를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리스의 의사. 그가 쓴 여러 글중 이책에는 히포크라테스선서와 '공기,물,장소','신성병', '인간의 자연본성에 대하여' 등의 논문이 실려있다.

왜 그는 의학의 아버지일까? 그는 질병을 신으로부터 기원한다고 신전예식이나 주술에 의존하는 것이, 질병을 치료하는 것과 무관함을 밝혔다. 즉 질병은 질병자체의 원인과 경과에 대한 이해에 기초해서, '사람'이 고치는 것이라는 걸 주장한 것이다. 또한, 그냥도 낫고 의사가 봐도 안 낫는게 질병이라고 의술의 무용함을 이야기하는 궤변가들에게 경험적으로 질병의 경과와 예후에 의술이 결정적 영향을 줌을 밝힌다. 분명 유익을 주는데도 이를 비웃는 말쟁이들을 그는 힐난한다. 결국 그는 우매한 고대의 사고방식속에 의술의 적합한 자리를 잡아주고 이를 변호한 것이다. 그는 정말 의학을 [낳았다]

그의 오래된 선서는 아직도 유효할까? 의술을 관찰과 경험과 가설하에 신중과 진지함으로 접근하려 했던 그에게 [의술은 커다란 권력임]이 드러났다. 사람들을 전문적 지식이라는 굴레로 우롱하거나 속일 수 있다는 말이다. 진정 환자를 위한다면 이는 반드시 경계되고 바로잡아져야 함을 그는 알았다. 직업윤리라고 해야하나, 자정적 규범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도 그 영역의 진위를 알지 못하므로 스스로 환자를 위해 견제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서약케 한 자에게 의술을 가르쳤다. 의업은 자기이익을 따르게 둘 수 없는 힘이 있고 이것은 여전히 [스스로 돌아봄]으로만 견제된다.

최근 문제가 되고있는 정부의 의사에 대한 통제가 과연 제도적 장치나 수가체계로 가능할까? 히포크라테스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실패하는 뺑뺑이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이리 죄면 저리 도망치고, 이렇게 비난하면 전문성을 내세워 변호하는 끝없는 쫓고 쫓기기. 이 게임은 어쩌면 의사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自淨하고 자기 dignity 위에 자신들을 세우려는 노력조차도 내부에서 힘을 얻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른다.  빈손에 쇠꼬챙이 몇개, 풀잎파리,환자 많이 본 경험밖에는 없던 이 고대인이 알던 것을 다시 되새겨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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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5
호메로스 지음, 유영 옮김 / 범우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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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는 플롯으로 보면 너무도 간단한 글이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귀향길에 오른 오디세우스가 바다에서 육지에서 죽을 생고생 다하고 겨우겨우 집에 돌아온다. 그동안 그의 아내에게 청혼한다며 자기집에서 기생하며 가산을 말아먹던 무리를 오디세우스와 아들이 도살하며 막을 내린다.

왜 오디세이아는 고전일까? 위대한 작품이 그 뛰어난 완성도로 인해 인정받는건 아닌 것 같다. 독창성, 유일성, 오리지널리티가 더 중요한 지표가 아닐까? 기다리던 [님]이 돌아와 자기를 괴롭히던 원수를 진멸하는 수많은 이야기들. 아직도 많은 희곡과 소설의 단골메뉴가 아닌가? 또한, 전쟁에서 갖은 고통을 겪고난 뒤 귀향하는 이야기( 아이네이드와 캉디드), 각종 환타지와 괴물과의 싸움, 표류와 해변의 구조 등 수많은 이야기들의 원형이 이 안에 들어있다.

아직도 사람들은 이 재주 많은 이야기꾼 호머의 입담을 계속 반복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사는 삶이란 것이 척박하고 고달프며, 현실의 고통을 구원하여 줄 님을 바라는 마음만이 희망인 삶의 조건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 이야기의 춘향도 이도령을  기다리며 변사또의 괴롭힘을 참는다. 우리 백성도 춘향을 보며 현실의 구원을 꿈꾼다.위고의 고제트도 부모없는 절대 고립의 삶에서 고립을 공유하는 또다른 인물 쟝발장에 의해 구원된다. 프랑스 백성도 신을 잃은 뿌리없는 고통의 삶에서 누군가 다른 동료인간의 연대를 통해 사악한 압제로부터의 구원을 꿈꾸어왔다. 외부적 구원은 인류공통의 주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문학밖에서도 이 주제는 살아있다. 아우슈비츠의 유대인들도, 일제하의 한국민도 어둠이 깊어가는 절망의 끝에서 이런 희망을 바래왔다.  20세기에 이 주제는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점점 사람들은 [고도]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믿고 싶어하고, 아가멤논의 클리타이메스트라처럼 돌아올 님을 죽여버리고, 현재의 타협한 상황을 연장하고자하는 독기로 변하고 있다. 신약의 포도원소작농처럼 이제 주인의 아들만 죽여버리면 제맘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이라 믿고 싶어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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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료마
도몬 후유지 지음, 안희탁 옮김 / 지식여행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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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료마라는 이름을 떠올린 것은 어렴풋한 2001년 쿄토의 기억 때문이다. 그때 무슨 상점 앞인가에 서 있던 [가 죽은 자리]라는 기념비를 본 적이 있다. 료마? 이름두 참...그 때는 이 사람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그 료마가 일본 역사에 남긴 자취를 보니 그 비석의 기억이 새롭게 와 닿는다.
 
료마는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다. 대부분의 일본인이 일정한 틀안에서야 편안함을 느낄 때, 그리고 자기가 태어난 곳을 평생 벗어나지 않던 시절, 그는 자기 성(城)을 탈출한 인물이었다. 당시 이런 행동은 성에 남게 될 가족 뿐 아니라, 그의 친적 모두가 성주에게 고통을 당하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돌아오거나 붙잡힐 때는 본인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외지로 나온 그는 아무런 학식이 없음에도 뛰어난 사람의 사상과 경험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였다. 그리고 행동하지 않는 머리뿐인 그 사람들을 뛰어넘어 쓰러져가는 나라를 되살리기 위해 일본이 힘을 합치도록 만드는 엄청난 역할을 해낸다. 그의 이런저런 중재를 통해 수백년 무소불이의 권세를 휘두르던 막부는 천황에게 정권을 이양하게 됐고, 천황을 중심으로 여러 지역들이 단합하여 외세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후천황이 중심이 된 메이지 유신과 귀족의 세력을 끌어들인 의회정치의 시작도 비로소 이런 배경에서 가능하게 됐다.

료마가 없었으면 일본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또 그 이웃나라인 우리는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일본은 우리처럼 외세 앞에서 자중지란에 빠져 어느 서양국가중 하나에 굴복하고 말았을테지. 그러면 일본의 조선침략도 불가능했을까?  적어도 친일파논란은 아예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됐겠지. 료마의 후계자중 한명인 이토오 히로부미도 역사에서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을지 모른다. 이런 만약에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분명 료마가 우리 입장에선 별로 달갑지 않은 일의 시초인 것은 사실이다.  
 
무엇이 미천한 무사출신의 한 사람을 나라를 구하는 인물로 만들었을까? 그에게서 수많은 탁월함을 본다. 겸손, 대안이 안되는 현재의 힘을 버릴줄 아는 결단, 주도면밀한 기획, 현실적 힘에 대한 존중, 자기힘의 최대활용, 자기희생, 재정적 자유, 그리고 조직을 활용하되 조직과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 점 등. 이 모든 걸 두루 갖춘 인물을 역사에서 발견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역사란 도도한 흐름인 전체 구성원의 의식의 변화, 경제적 요소에 의해 주도됨에 틀림없다. 하지만 어쩌면 한두 사람의 탁월함이 그 방향을 바꾸기도 하는 모양이다. 어려운 선택과 위기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북한의 핵,  경제성장의 불확실성, 국민들간의 갈등... 우리에게도 나라를 사랑하고, 피를 뿌려서라도 민족을 구할 사람들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들은 너무 가까이 있어서인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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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의 일생
김동길 지음 / 샘터사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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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선생께 링컨은 큰 의미를 가진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자세히 그의 인생을 꿰고 그를 흠모한 걸 보면.. 링컨은 대통령이 될 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하늘이 낸 대통령이라 해야 하나. 정치적 기반도, 교육배경도, 변변한 용모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대통령이 된건 어쩌다 혹은 우연히 된 것처럼 보일 정도니까

포플리즘과 그의 정치력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는 지도자가 무얼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비록 정치의 파워게임사이에서 대통령이 되었지만 뚜렷한 방향과 소신으로 무장한 사람이었다 위험할 정도로. 그의 이런 배짱이 신앙으로 인한 것인지 그의 변호사 시절과 정치입문과정에서의 경험으로 인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는이를 굳게 믿고 나아갔다. 그리고 남북전쟁을 자발적으로 일으키고 승리로 이끌었다. 소신은 포플리즘과 정치력과의 차이를 만든다.

개똥소신과 진짜 정치철학의 차이는 무엇일까? [실패한 쿠테타는 폭동이고 성공한 반란은 혁명?] 그가 성공한 이유는 따르고 싶은 이상에 있다.링컨은 분명 일반 대중의 한계를 알고도 그들을 보편적 정의의 길로 이끌었다.그길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올바른 일이고 그는 그길을 알고 있었다. 소경은 소경에게 감동을 못주는 모양이다. 링컨만큼 미국인의 사랑을 받는 정치가도 없을 것 같다. 우리 정치에도 이런 사람이 나타나길 가슴아픈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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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디드 - 을유라이브러리 28 을유 라이브러리 28
볼테르 / 을유문화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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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가의 말을 비웃기 위해 이야기를 쓴다면 이렇게 쓸수 있을까? 볼테르는 라이프니츠의 '낙천주의'를 비웃기 위해 캉디드의 모험이야기를 그려낸다. 서스펜스와 드릴, 진기한 구경거리와 신기한 세계의 모험이 아닌 진짜 18세기의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담. 실재인물이었으면 몇번을 죽었겠지만 007처럼 캉디드는 불사조처럼 살아난다. 라이프니츠 (이책의 판글로스 선생님)의 철학이 옳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결국 처참함과 고통, 잔인과 추악함만이 가득한 세상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캉디드와 그의 연인 퀴네공드의 여정.

볼테르는 인생이 아름답고 완벽하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라는거다. 라이프니츠의 마음과 그 속내를 읽기보다는 곡해하고 비웃는다.  그리고 꿈이 아닌 현실을 챙기다 보면 후대도 덕을 본다는 그의 생각을 비꼼을 통해 드러낸다. 그 자신이 이렇게 인생을 헤쳐나가려 돈버는데도 열심이고 이상주의 비웃는데 평생 분주했던 사람이다. 결국 이야기의 결론에서 그는 '자기 밭이나 갈아라.'하고 독자들을 내동댕이친다. 어쩌면 요새 우리들이 가진 인생관의 원본이 그의 현실적 가치관이 아닌지... 18세기 코믹 풍자소설이 우리 생각의 뿌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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