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빠지다
김상규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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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말에 대한 책들을 대하다 보니, 우리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여러가지이고,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도, 정보를 대하는 방식도 여러가지이듯이, 우리말을 대하는 방식도 여러가지로 다양할 수 있다는 새삼스러운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어떤 책은 비슷하지만 엄격하게는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우리 말에 대한 기록이고, 어떤 책은 우리가 자주 쓰고 있지만 잘못 쓰고 있는 말들이나 헛갈리는 말들에 대한 기록이고, 또 어떤 책은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아름다운 말글에 대한 기록들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모양으로 우리의 말과 글을 소개하는 책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에 기대와 설렘이 오롯하게 자라납니다. 내 것, 우리 것에 대한 풍요로운 식탁을 보는 즐거움에서 생기는 그런 감정이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이런 여러 우리말들에 대한 태도에서 조금 더 독특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의 어원, 그러니까 어떤 단어나 말의 유래에 대해서 세심하게 파고 들어서, 그 말이 그렇게 변하게 된 연유나 과정, 그리고 정확하게 나타내는 의미에 대해서 읽기 쉽고 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라디오에 방송되었던 내용을 기본으로 쓰였기 때문에 각각의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게 한두 페이지에 걸쳐서 담겨 있는데, 그안에 우리말의 어찌하여 그리된 쓰임의 역사를 참으로 재미있게 담아 두었습니다. 읽는 이로서는 우리말에 대한 이해와 깊이를 더하는 쏠쏠함이 있고, 좀더 세심한 독자라면 말을 통해서 나타나는 우리 문화의 이면까지도 살펴볼 수 있으니 이것 또한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의 무시못할 부분입니다. 저자가 지하철이나 버스, 사무실에서 잠시 짬이 날때 언제라도 펼치고 읽을 만한 분량으로 억지로 조절하여 구성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시간에도  유용하게 읽을 거리가 될거라고 자신한 것처럼, 독서에 많은 시간을 낼 수는 없지만 우리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짬짬이 생기는 시간들을 활용하여 우리말의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하구요. -저는 아예 푹 잠겼다가 나왔습니다만......

 '어처구니'. 얼마전 '어처구니 이야기'라는 아이들 책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처구니의 어원에 대해서 여기저기 논란이 있던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어처구니의 어원을 셋으로 설명해 놓았습니다. 첫째 바윗돌을 부수는 농기계의 나무자루 부분, 둘째 맷돌의 나무 손잡이, 셋째 궁궐이나 성문의 추녀마루를 장식했던 잡상. 이리 세가지로 설명되고 있는데, 저자의 말대로 다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 어느 하나만 우기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외에도 서방과 마누라, 아름과 한솔, 골목대장 마빡이, 돌팔이, 복덕방, 육개장, 을씨년스럽다, 헹가래, 수리수리 마수리, 사랑과 다솜과 괴옴, 싸가지,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엄마와 아빠, 손 없는 날, 오지랖이 넓다 등 많은 말들에 대한 유래와 그것을 통해 그리 의미를 가지게 된 과정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우리말의 '엄마, 아빠'와 똑같이 엄마 아빠를 부르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여러분은 '지스러기'가 되지 말고 '머스러기'가 되세요. '알짬'만 기록한 노트는 학생들의 시험기간에 인기가 으뜸일겁니다. 한참 기다렸네의 '한참'은 어느 정도의 시간일까요? 학창시절 상장의 '품행이 방정하고...'가 어찌되어 '방정맞다'로 쓰이고 있을까요? 등등....... 이 책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즐거움에 대한 일부 기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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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벼룩에서 유연한 코끼리로 - 1인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성장하는 기업들의 7가지 전략
스티븐 리틀 지음, 윤은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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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벼룩이란 아마도 1인 기업이나 소규모의 자영업 정도를 일컫는 말이 되겠고, 코끼리란 일정규모 이상의 중소기업이나 그것을 넘어선 대기업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인 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성장하는 기업들의 7가지 전략'이라는 부제가 원제목인 'The Irrefutable Rules of Small Business Growth'에 가까우니까, 책 내용은 기업성장의 원리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대기업을 연구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책제목과 같이 벼룩처럼 작은 회사나 사업이 덩치가 큰 코끼리처럼 멋진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저자의 경영자로서, 그리고 컨설턴트와 강사로서 체험하고 깨달은 '빅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7가지 기업성장의 원리에 대한 것입니다. 7가지 원리나 원칙이라는 말에서 딱딱함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원칙이 어떤 경영학의 이론이나 경영자의 성공 스토리를 근간으로 하는 경영 스타일에 대한 적용이 아니고, 기업의 경영자와 성장에 대한 컨설턴트와 강사로서 직접 경험한 것들에 의한 실제적인 지식에서 비롯된 것들이, 일상적인 언어로, 여러가지 실례를 통해서 설명되고 있어서, 책을 읽다보면 부제에서의 딱딱함보다는 제목에서 느끼게 되는 부드러움(?)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경륜이 녹아있어서 진한 공감을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러한 원칙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기업의 성장에 대한 것이겠지만, 더 나아가면 꿈을 가진 개개인의 성장에 대한 깨우침도  있을 듯 합니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경영자의 자질은 무엇인가?' '그들이 기업을 성장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을 성장시키는 경영자와 그렇지 못한 경영자는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기업 성장의 이유에 대해서 저자가 말한 '성공하는 기업가들이 10가지 특징'과 이 책의 주제인 '기업을 성장시키는 7가지 원리'에 대한 것은 눈여겨 보고 꼼꼼히 곱씹으며 읽어볼 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입니다. 비록 현재는 기업가나 경영자가 아닐지라도 미래의 꿈을 가진 사람이나 그것마저 아니더라도 자신을 더 성장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공하는 기업가들의 10가지 특징>

 1. 부지런하다. / 2. 인맥 관리에 탁월하다. / 3. 대담하다. / 4. 순응을 거부한다. / 5. 리더십이 뛰어나다. / 6. 독창적이다. / 7. 혁신적이다. / 8. 순발력이 뛰어나다. / 9. 쉽게 지치지 않는다. / 10. 청렴하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7가지 원리>

 1. 처음부터 끝까지 목표에 집중하라.

 2. 고객의 욕구를 고객보다 더 잘 이해하라.

 3. 구체적인 성장 계획을 세우고 업데이트하라.

 4. 고객 중심 프로세스를 개발하라.

 5. 최신 기술을 업무에 응용하라.

 6.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유지하라.

 7. 어떤 업종에 있든 늘 미래를 예측하하.  

  이 책은 기업 성장의 원리에 대한 저자의 예리한 통찰력이 숨어있는 책입니다. 경영자들이 현실을 직시하도록 돕고, 미처 깨닫지 못한 문제들에 대해서 정곡을 찌르는 문제제기와 해결을 위한 실천사항을 보여주는데, 그것이 문제해결 리스트를 제시하는 식의 물고기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고, 실제 저자가 보거나 경험했던 예화 등를 통해서 집중해야 할 중점영역을 제시하는 식의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쉽게 읽힌다는 것도 큰 장점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런 연유로 본문에서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벼룩과 코끼리라는 단어로 유연하게 번역판의 제목을 만들어낸 이의 기발한 발상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또 한가지 당장은 자신의 벼룩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라도, 저자의 통찰력과 쉽게 읽히는 장점으로 인해 자신의 미래의 꿈을 그리고, 자신이 처한 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 유용한 지혜를 거두어 들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손안의 벼룩이 코끼리로 자라는 꿈. 정말 유쾌하고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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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토지 제1부 1 - 박경리 원작
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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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리 님의 <토지>.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시대의 가장 자랑스러운 문학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가장'이라는 말에 토를 달고자 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더 많은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토지>를 제일 처음 대했을 때는 아마도 텔리비젼 드라마를 통해서였던것 같습니다. 매회 빠지지 않고 본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서희의 매서운 눈빛연기와 양복입은 조준구의 교활함 섞인 웃음연기, 서희와 결혼한 길상이 그녀 앞에서는 항상 경직되이 딱딱하게 표현되던 모습  등이 뇌리에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습니다. 그리 남은 희미한 빛깔의 드라마를 통해 본 <토지>가 내가 처음 체험한 빛깔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5부와 완결편 16권이 나오기 전부터 읽기를 시작해서 마지막 16권까지 몇번이고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며 억척스럽게 읽기를 스스로에게 강요하며 여름방학을 방바닥에 뒹글며 읽었던 때였습니다. 지금도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힌 열여섯권의 두툼한 모습과 토지사전, 몇권의 비평서 등을 보고 있노라면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끼곤 합니다. 한권 한권 뒤로 넘어갈 때마다 앞에서 읽은 내용들은 이미지로 흩어져 버리고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있지 못해서 불편하던 기억과 언젠가는 다시 시작하여 읽으리라는 다짐을 아직까지 지키지 못함으로 인한 안타까움, 그리고 마지막 완결편의 책장을 덮을 때까지 나름대로 지난했던 시간들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들이 한꺼번에 밀려오기 때문인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면에는 마지막장을 덮으며 참 행복했었다는 기억도 있습니다. 열여섯권에 쌓인 작가의 언어를 내가 읽어 냈다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체험이 <토지>를 제대로 몸으로 부대끼며 느낀 것이라고 아직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토지>는 제가 손도 대지 않은 것이니 논할 것이 없겠고, 이번에 이리 만화로 태어난 토지를 1권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토지에 대한 세번째 체험인 셈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소개된 인물소개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은 낯설지 않지만, 이리 대하게 되는 책과 각개의 인물들은 낯설기 그지 없습니다. 1권에 나오는 이야기의 내용이 다른 것도 아닌데 이리 전혀 다른 작품처럼 낯설게만 다가옵니다. 아마도 매체의 표현방식에서 오는 상이함이겠지요.

 저자는 이 만화를 16권으로 계획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부가 7권이니까 아마도 가장 중점적인 부분이 되고 특색을 보여주는 -즉 작가가 원작을 세밀하고 깊이 있게 해석하고 나름대로 표현한 역량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부분일 듯 합니다. 그리고 만화라는 것이 글로만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여러 상상의 여지를 많이 남겨두는 소설 자체에 비해, 인물이나 각각의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 수반되는 것이므로 원작의 뼈대에 살이 조금 더 많이 붙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해석이 담긴 표현이 들어가고, 그러한 과정이 기존의 소설 토지와는 다른 특징과 개성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1권에는 각 인물에 대한 소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과 별당아씨와 구천의 야반도주, 용이와 월선의 사랑, 조준구의 등장정도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느끼는 즐거움이라면 각 인물에 대한 작가의 탁월한 묘사를 보는 것과 각 장면들에 들어간 세밀한 필치를 통해서 단순한 사실표현 이상의, 작가 자신의 해석에 대한 것들을 담으려는 배려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1권을 읽은 것이니, 작품에 대한 평가는 조금 미루는 것이 예의일 듯 하구요. 하여간 이리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토지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대를 가져보는 바입니다.

 얼마전에 신문기사에서 박경리 님이 자신은 원작 <토지>를  토대로 만든 영화나 드라마는 보지 않았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오래전에 드라마 토지를 칭찬하셨던 기사도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지가 않으니 뭐라고 못하겠네요.^^- 하지만 이번 만화에 대해서는 작품을 내신 만화가의 역량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인터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한번 접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일 듯 합니다. 원작자의 말에 '삶의 모습'이라는 제목의 글로 만화가 오세영님의 역량을 기대하신 박경리 님의 글속에 이런 구절이 문득 눈에 들어옵니다. '..... 결국 만화도 인간을 소재로 하는 만큼 연극적 요소, 소설과의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때론 황당하기도 하고 장난스럽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하겠으나 원형을 향한 구심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바라는 것은 만화 <토지>가 원작의 뼈대로 나타났으면 하는 것인데.....' 이 안에서 저는 원작자의 기쁨보다는 염려를 먼저 느낍니다. 내가 느끼는 낯섬보다 원작자는 아마도 더한 낯섬을 느끼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한 낯섬이 작품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에 더 어렵고 난해하기까지 합니다. 원작 <토지>는 이리 드라마로 해석되고, 만화로 해석되고, 또한 청소년들이 읽기에 알맞게 다시 씌여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16권-현재는 21권- 빼곡히 채워진 작가의 언어를 대신하지는 못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설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돕기는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런 이유로 나중에 나의 아이들에게는 할 수만 있다면 본래대로의 토지를 먼저 읽히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세영님의 꿈과 노고와 열정을 기대하고 말씀하신대로 작품을 훼손하지 않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높이 사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면보다는 어차피 다른 표현 형식으로 다시금 작품을 세상에 내 놓는 거라면, 장르에 맞는 세밀한 계획과 시도로 토지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도록 작가가 자신의 혼신을 쏟아서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을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긴 소설 토지가 드라마로, 만화로 영화로 다양하게 해석되고 풀이되는 것은 기쁜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방대한 스케일과 길이로 인하여 현대인에게 읽히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작품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함께 마음속에 묻어남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다른 감상은 다 뒤로 하고 오세영님의 만화 토지만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정성을 들여야 하는 작업을 이리 용감하게 시작하여 세상에 그 소산물을 내놓았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즐겁고 보람된 시간들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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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라고요, 곰! 책꾸러기 5
프랭크 태슐린 지음, 위정현 옮김 / 계수나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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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르고 분명한 사고력을 지닌 한 개인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계속 듣게 되었을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이 이야기에서 '곰'은  거짓을 주장하는 다수의 힘에 영향을 받는 개인이나 국가를 상징한다. 거짓말을 계속 듣다 보면 나중에는 그것이 사실처럼 여겨져서, 자신이 원래 품고 있던 신념은 무너져 버린다. 곰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진리는 변하지 않듯, 결국 본래의 생각과 논리에 따라 거짓을 판단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1946년 저자 프랭크 태슐린이 이 작품에 "거짓 주장에 휘둘리지 않기"라는 제목으로 올린 작가의 말입니다. 작가가 직접 쓴 글이기에 아마도 다른 어떤 작품설명보다도 더 이 작품의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뭔가 느낌을 주기는 하겠지만 작가의 의도가 정확히 전달되기에는 조금 난해한 문제일거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자신이 곰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공장의 노동자들과 동일하게 등을 보이고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하게 되는 곰과, 곰을 곰이 아니라고 우기고 결국 다른 노동자들처럼 일을 하게 만드는 탁월한(?) 관리자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문명의 기계 만능주의와 인간 소외를 날카롭게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를 연상하게 됩니다. 조금은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이 기계를 다루는 것이 아닌, 기계가 사람을 부리기 시작한 시대의 초입에서 사회의 변화를 겪었던 두 사람 사이에 문제의식의 한 끝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낙엽이 지고 기러기떼는 모두 남쪽으로 가버린 어느 겨울, 곰 한마리가 겨울잠을 자기 위해서 당연히 동굴로 들어가 몸을 눕힙니다. 그리 곰이 동굴안에서 깊은 잠에 빠진 겨울동안에 동굴밖은 숲의 나무가 베어지고 산이 깍여서 거대한 공장지역으로 변해 버립니다. 봄이 오고, 멋진 봄을 기대하며 공장 건물아래서 잠이 깨어 동굴입구 -공장의 지하실 문인듯-로 나온 곰에게 보인 것은 숲과 나무와 꽃은 사라져 버리고 대신 차갑게 서있는 콘크리트 건물과 연기를 내뿜는 굴뚝들입니다. 세상에서 완전히 낯선 존재가 되어버린 곰에게 이제부터는 그것을 확인하는 절차가 시작됩니다. 곰을 발견한 공장감독은 어서 일하러 가라고 재촉하지만 아직 곰은 자신이 곰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좀더 높은 분들 -자신의 직위만큼이나 방도 창문도 책상도 더 커지고, 전화기며 여비서들의 숫자도 늘어나게 되는- 에게 돌림빵을 당하며 곰처럼 꾸민 멍청이일 뿐임을 강요당합니다. 하지만 곰은 아직까지는 자신을 곰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곰은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에나 있는 거라는 걸 확인시키기 위해서 높은 분들은 곰을 그곳에 데려가서 다른 곰들과 대면시킵니다. '얘가 곰으로 보이니?' '아니요. 수염도 깍지 않고 털옷을 걸친 멍청이예요.' 결국 곰은 곰이 되지 못하고, 공장에 돌아와 노동자가 되어 기계를 돌리게 되었습니다. 수염도 깍지 않고 털옷을 걸친 멍청이로 말입니다.......  한데 공장이 폐쇄되고 노동자들이 뿔뿔히 흩어지고 곰은 뒤쳐져서 숲속에 남게 되고.....계절은 다시 겨울.... 그런데 동굴로 들아갈 듯하던 곰이 그대로 숲바닥에서 잠을 자네요..... 털옷을 걸친 멍청이로..... 하지만 추위와 외로움속에서 멍청이는 다시 동굴로 돌아가 예전의 곰, 아니 자신의 모습을 회복합니다. 털옷을 걸친 멍청이도, 멍청한 곰도 아닌 겨울이 되면 동굴로 들어가 동면을 취하는 본래의 곰으로 말입니다.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노동자들 틈에서 등을 돌리고 서서 기계를 돌리고 있는 곰이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이 나옵니다. 나는 곰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하지만 결국은 무시당하고 노동자가 된 곰의 모습입니다. 아마도 저자가 활동하던 시기는 생산의 수단이 자연적인 것과 크게 괴리되지 않은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모습에서 기계와 다른 부수적인 발명품들에 의한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비인간화되는 시기로 넘어가던 격동의 시기였던 듯 합니다. 그러한 모습의 극적인 표현을 아마도 저자는 곰과 특색없는 노동자, 그리고 자동으로 돌아가는 기계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거대한 시대의 조류앞에서 각 개인은 힘없이 무너지고, 자신의 자리를 이내 잃어버리고, 그리 사는 것이 정상인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공장의 관리자들이나 동물원과 서커스단의 곰들은 외떨어져서 자신들과 다른 모습으로 나는 곰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곰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은게 당연하겠구요. 하지만 글의 말미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결국 곰이 본래의 곰으로 돌아가듯이 산업화되는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이 참된 자아를 찾고 정체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믿음 -또는 그렇게 되어야한다는 소망- 을, 그리고 그리되기 위해서는 본래의 자신, 자연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야기 속의 곰은 겨울이 되어 다시 동면을 위한 굴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자연의 상태로 돌아감으로써 자신의 자아를 회복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콘크리트 빌딩과 아스팔트 숲속에서 자동차 등을 이용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현대인들의 자아를 회복하는 방법과 모습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생깁니다. 이런 복잡스런 어른의 생각을 가지고 아이에게 이 책 어떻냐고 물으니까 아이의 하는 말이 "재미있어요."입니다. 그 뒤에 "왜?"라고 묻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저자의 깊은 생각을 이해할려면 좀더 자라야 하겠고, 아이는 아이 나름의 감상이 있어서 그걸 즐겼을테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내가 이해한 것보다 더 많은 저자의 속삭임을 알아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일수도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에게 따로, 그리고 부모에게 따로, 각각의 재미와 성찰의 시간을 줄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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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를 위한 한국형 금융재테크
김의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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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저런 재테크 서적들을 들춰보다 보면 많은 책들이 강조하는 것이 '먼저는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입니다. 주식투자를 할려고 하더라도 먼저는 주식이나 주식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에서부터 시작하여 좋은 주식을 어떻게 고르고, 주식시장에 떠도는 소식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각종 지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각종 변수가 되는 현상이나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심리를 읽는 법, 투자를 위한 전략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끊임없는 공부를 권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고, 하다 못해 은행에 예/적금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은행의 어떤 상품이 이율이 높고 유리한 지에 대한 나름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벌어서 열심히 은행에 모으면 어느정도 살 수 있었던 시대에 비해 이젠 단순한 모으기를 넘어 투자를 통한 수익을 얻어야만 미래의 경제적인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대라고 하니 더더욱 여러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들여다 보게 되고, 그것들을 이해할려고 하면 어느정도의 지식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이 이런 쪽과 연관된 이들이라면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 분야와는 전혀 무관한 직업이나 전공을 가졌던 이들 -나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에게는 스스로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편히 살던 시간만큼이나 상당한 압박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맹이 있듯이 컴맹이 있고, 그리고 금융맹(?)이 있다고 해야 하나요.... 경제신문이나 일간지의 경제 섹션을 들여다보면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으면 많을 수록 더 심한 금융맹이라고 해야겠지요.

  이 책은 그런 금융맹을 위한 책으로 기획된 듯 합니다. 제목부터가 <왕초보를 위한 ....>입니다. 저자는 내가 알기로는 모 경제일간지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김의경의 알기쉬운 금융상식>이라는 칼럼을 현재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이 책의 내용못지 않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물론 이 책도 그 경제일간지에 실렸던 <경제가 머니?>라는 연재물을 정리하여 펴낸것인데, 지금도 인터넷을 통해 내용을 볼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저자의 이력에서 엿볼수 있는 것처럼 일반인들이 여러가지 금융상식에 대한 것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런 저런 배려와 설명을 곁들여 친절하게 설명한 책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그런다고 책의 내용이 아주 기본적인 것들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고, 이 정도의 내용을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게 되면 아마도 경제지나 경제섹션의 기사를 보면서 잘 몰라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감히 해보게 됩니다. 물론 아주 전문적이거나 분화된 내용에 대한 것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책의 내용은 크게 총론에 해당하는 금융재테크의 첫걸음이라는 부분과 각론에 해당될 듯한 펀드투자, 주식투자, 채권투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각 부분의 각종 금융상품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시작하여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용어나 상식들에 대한 설명, 금융상품의 종류 및 특징, 그리고 시장에서 알아야할 상식들까지 여러 가려운 부분들을 긁어주고 있습니다. 내게는 사모펀드, 엄브렐러 펀드, 전환사채, 모기지론과 역모기지론 등 개념이 오락가락하던 부분들까지 깔끔하게 정리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장점중의 하나가, 저자가 서론에서 이 책이 비장한 각오를 하고 읽어야 하는 형식이 아니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감초와 같은 책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듯이 각각의 내용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되도록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흥미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요점을 기억할 수 있을 만한 재미있는 만화들을 곁들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른들도 우선은 보기쉽고 재미있어야 집중해서 읽고 자연스럽게 이해하려고 노력할테니까요. 그래서 보고 있노라면 모르는 것들을 배워야하는 난해함보다는 쉽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잘 이해가 안되어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부분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은연중에 부자가 되기 위해, 또는 더 많은 돈을 모으고 싶은 욕심에 금융지식을 쌓아가는 사람에서부터  내 능력으로는 할 수 없다고 미리 주저앉아 버리고 이러한 금융지식을 외면해 버리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다음과 같은 재테크와 금융지식에 대한 권면은 두고두고 마음에 새겨둘 글일 듯 합니다.

사람들은 부자아빠나 10억 만들기 열풍에 고무되어 당장이라도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섭니다. 이미 부자 아빠가 되었거나 10억을 만든 사람들의 성공담도 들어보고..... 하지만 그들의 성공담이나 방법이 결코 당신의 것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적잖은 실망과 함께 자포자기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당신은 현명합니다. 재테크란 구체적인 방법보다는 금융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아나가는 게 우선이라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부자아빠가 되거나 재테크로 10억을 벌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러한 금융지식은 당신이 재테크에 성공을 하든 그렇지 못하든,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살면서 좀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이건 요즘 몰아치는 재테크 열풍속에서도 여전히 우리에게 적용되는 금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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