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건물 뒤엔 꽃비가 내린다.
무수하게 많은 벚꽃잎들이 회오리처럼 돌면서 하늘로 솟아오르기도 하고
한쪽으로 쓸려서 차례로 날아가고 있기도 하다.
꽃잎 한 장 한 장 인생의 꿈을 안고 피어난 꽃이다.
생명이란 얼마나 절실한가?
손으로 쓸어내면 금방 사라질 조그만 흙덩이에서도 씨앗은 내리고
절벽에 자리한 바위와 바위의 작은 틈 속에서도 생명은 자라고
물이 내려가는 하수도 입구의 어느 작은 물기베인 곳에서도 싹을 틔운다.
무수히 흔날리던 벚꽃잎 한 장 한 장 자신만의 고유한 생명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어딘지도 모를 인연의 땅으로 인연의 하늘로 날아간다.
아! 나도 꽃 잎 한장이 아닐까?
무수하고 영겁의 시간 속에서
전생에서 또 꽃 잎 한 장 처럼 날아가서 어느 나무아래서 썩어졌을 것이고
이번 생에도 몇 몇의 꽃잎과 섞이어 짧은 비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꽃잎들이 날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흐린 봄 하늘 위로 꽃잎은 날리고 날리운다.
꽃잎 한 장씩 한 장씩 자신의 인생의 비행을 하며
회색 하늘 속으로 사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