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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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일생을 의사와 의학자로서 호스피스 운동과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운동을 벌여왔던 엘리자베스 퀴블로 로스 박사. 그가 자신의 마지막 삶을 이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남은 생의 에너지를 모았다. 그 결과 이 책이 탄생했다.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 그가 평생동안 죽음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것은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생의 가장 값진 보물이 무엇인지를 발견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삶의 가장 중요한 보물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세지이다. 그가 평생을 걸쳐서 하고 싶었던 바로 그 이야기가 이 책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그 성공을 통해 자신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많은 시간을 직장을 위해 보내고, 자신의 일에 보내고, 자기개발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자기압박에 시달린다. 지식과 부와 권력과 명예를 위한 이 모든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삶은 저기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삶의 진정한 행복이란 자기 자신이 처음부터 부족함이 없이 온전한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말한다.

  동생이 작년부터 한 사고를 당하고부터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산재에 올려진 순간부터 병원의 수술과 치료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을 두고 동생은 불편한 몸과 함께 늘 한숨을 쉬는 습관이 생겼다. 아마 결혼 전 집에서 더욱 가까이 그를 지켜보았다면 마치 내 일인 것처럼 나서서 동생을 도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예전같지 못한 나를 발견한다. 그것은 동생이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다만 나는 동생이 일을 스스로 잘 처리하고 또 그렇게 해도 안되는 일을 수용하고 잘 살게 되라고 바라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동생의 불만을 들을 때마다 나에게서는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그 관계를 통해서 나를 살펴보면 그 곳에 내 자아가 관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냥 동생의 불편한 마음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것만이 내가 할 몫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저렇게 대처하고 그리고 생활은 편안한 마음으로 하라는 나의 충고 속에는 동생의 괴로운 마음이 내게 전달되는 것을 싫어하는 나의 마음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저 동생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형이 필요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데...집에서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려는 생각 뿐인 것을...내 마음이 쓸데없는 생각을 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관계는 그 관계를 통해 자신의 스스로의 마음을 드러낸다. 그래서 관계는 자신을 이해하는 창이 된다. 내가 인생을 통해서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 나는 그 사람과의 만남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고 자신을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일생을 통해 우리가 맺게 되는 관계에서 우리는 자신을 알기 위한 무엇인가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바로 볼 때에야 비로소 관계에 그리고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걸려서 넘어지는 일이 없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자꾸만 넘어지고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넘어질 때 넘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넘어짐의 사건을 통해 자신을 반추해보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한 것이 된다. 왜 인생이 수업이 되는 것인가? 우리가 마주치는 일에서 감정에 자신이 휘둘리지 않고, 대상에 자신의 영혼을 빼서 갖다바치지 않고 그것을 관조하는 내면의 '눈'을 가질 때 비로소 그것이 가능해진다.

  왜 우리는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이런 일들을 생각하게 될까?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본래모습에 대해 그리고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왜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묻지 않는 것일까? 학교에서의 수업을 생각해볼 때 그것은 단순히 주입식으로 주어진 결과 우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수업을 통해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의미를 스스로가 묻고 그 답을 찾아가는 내면적 과정의 치열함이 있어야만 비로소 그 수업의 값진 열매를 우리가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퀴블로 로스 박사가 이야기하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우리의 본래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을 우리 스스로가 찾아낼 때에야 비로소 인생은 우리에게 허물없이 즐기는 놀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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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초이 2006-07-02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때마다 다 그들만의 이유가 있겠지하며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결국 그들은 이기적인 존재구나하며 쓴 웃음을 짓는 저에게 님의 글은 새로운 각도로 저를 보게하네요.. 저또한 장단점이 있듯이 그들 또한 장단점이 있는 평범한 존재이건만 관계속에서 부딪칠때마다 한걸음씩 뒷걸음질 하게 됩니다... 허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들을 배척하기보단 수용하고 이해할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생기네요..관계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자신을 이해하는 창이라는 말씀 가슴에 와 닿네요...

달팽이 2006-07-06 0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초이님.
퀴블로 로스는 사람들이 감정으로 자신만을 내세우며 우리들과 대립할 때 우리는 그가 지금 보이는 모습보다는 훨씬 훌륭한 존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 감정에 반응하며 자아가 우리의 내면에서 올라와 같은 감정으로 부딪힐 때에도 우리는 이렇게 반응하는 우리가 존재의 아주 일부분일뿐,
우리는 더욱 좋은 면을 많이 가진 존재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나라초이님도 저도 이렇게 만남을 통해, 책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들이 가진 최고의 면들을 계발하게 된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혜덕화 2006-07-0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 삼천배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동생이 받는 고통은 스스로 원해서 받은 것이 아니라서 이 고통이 내게 주는 것이 무엇인가를 배우기가 너무 어려울 것이라고. 원해서 하는 고행도 어느 순간은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데, 갑자기 닥친 병으로 치료 받는라 서울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동생은 정말로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마음으로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르로스 박사의 이 좋은 말도, 지금 고통 중에 있는 사람에겐 배부른 철학으로 들릴지도 모릅니다.
동생도 동생이지만, 부모님이 너무 걱정하고 근심하셔서 예전엔 좋은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음 그냥 시간 날때마다 친정에 가서 함께 있어줍니다.
함께 있어주고 들어주기만 해도, 부모님의 얼굴이 두분만 계실때보다 밝아지는 게 보여서.......
나름대로 받아야 할 업이겠지만, 억지 소리라도 그냥 가만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 그게 우리가 줄 수 있는 최대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_()_

달팽이 2006-07-0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저보다 훨씬 힘든 상황에 계신 혜덕화님도 그리고 부모님들도 ...있는데..

그냥 이기적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인데...
시간이 갈수록 왠지 부모님이나 동생이 받아들이는 것은 또 그들의 몫이고
난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더욱 마음이 쓰이게 됩니다.
그만큼 제 앞가림을 잘 못한다는 얘기겠지요..

어둔이 2006-07-0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난지도모르고
태어나살아가는데
언제닥칠지모르는
죽음을두려워하며
인생을수업하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
켄 윌버 지음, 김재성.조옥경 옮김 / 한언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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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떠오른 영상들이 있다. 내가 대학 시절 암을 앓았던 한 소녀의 눈빛이었다. 그 때 내가 학술동아리서 공부를 하고 있을때 그녀는 도시의 빈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새내기 대학생이었다. 그녀와는 농촌활동을 계기로 알게 되었는데, 뭔가 삶의 우수속에 젖어있으면서도 세상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유난히 보기 힘든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알고서 서로 만나면 인사를 나눌 정도였으나, 서로 갈 길이 달라 그 후론 오랫동안 보지 못했고, 이렇게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가까운 친구에게서 너 그 애 알지? 걔 암으로 죽었대, 20대의 젊은 나이로...하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서 나는 그녀가 비록 20대의 젊은 나이로 죽었지만 그녀의 영혼은 이미 이 삶에서 얻을 것을 모두 얻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결혼을 했다고 했다. 그녀의 마지막을 옆에서 지켜주었을 그 사람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또 하나의 영상이 있다. 내가 어느 날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어렴풋한 단잠에 빠졌을 때 나는 넓은 바다 위에 빛의 알갱이들로 보이는 무수한 물별들이 한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영상을 보았다. 그것을 지켜보는 나의 시선이 뚜렷했으므로 그것이 꿈이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다만 그것은 내 의식을 한없이 고양시켰고 의식의 바다 위에 떠오른 일종의 영상들이었다고 생각했다. 가끔은 밤하늘의 별을 쳐다본다. 시골의 어느 한적한 산 아래에서 또는 도시의 어느 산 위에서 별들을 쳐다보다가는 생각한다. 저 무수한 빛나는 별들도 우리의 의식 속에서 떠오르는 영혼의 빛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우리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저 별은 사실 수천년 수만년 아니 수억년 전에 이미 폭발해버리거나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별이다.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도 않는 별의 빛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우리들 마음 속의 빛이 아니랴.

  트레야의 죽음의 과정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가 무엇인지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들이 우리를 어느 곳으로 인도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캔과 트레야의 첫 눈에 상대방의 영혼을 알아보는 직관적인 만남 뒤에 그들의 만남이 지향할 곳 또한 분명했음을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죽음을 초월한다. 진정한 사랑은 사람을 황폐하게 만든다. 사랑이 당신을 산산조각내지 않았다면 당신은 진정으로 사랑을 모르는 것이다. 트레야는 자신의 생명의 빛, 영혼의 빛을 통해 캔이 자아을 버리고 사랑으로 하나될 수 있게 하였다. 사랑은 그렇게 나와 타인의 구별을 사라지게 만든다. 트레야의 마지막 말이 아직 내 가슴에 남아 있다. "나를 찾아낼 거죠?", "약속하죠?"

  단 한번의 포옹만으로 사랑에 빠졌고, 결혼과 동시에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 그 죽음의 공포를 이겨낸 두 사람의 사랑은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울렸다. 중간중간에 들어간 캔의 사상과 이론에 대한 설명이 책을 좀 지루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으로 가면서 트레야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의 빛으로 세상을 사랑하면서 사랑 그 자체로 녹아들어간 부분은 너무 감동적이다. 죽음을 이렇게 성숙하게 맞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란 겉모습으로 보이는 죽음을 넘어서는 두 사람의 사랑이 아니다. 죽음의 과정을 인생의 마지막 영적 성숙의 기회로 선택하여 그것을 통해 진리로 사랑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용기이다. 트레야의 마지막 삶이 나에게 주는 감동이 바로 그것이다. 그 보다 큰 사랑으로 죽음을 초월하는 진리와 생명의 빛인 것이다.

  그녀는 떠나지 않았다. 우리의 진정한 영적 스승은 떠나지 않는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으로, 이른 아침 교정에 들어서서 차에서 내릴 때 온갖 소리로 나의 의식을 깨우는 새소리들로, 우주의 기운이 생동하는 봄에 생명을 불어넣어 찬란하게 피어나는 꽃으로, 가지와 가지를 흔들며 지나가는 봄바람으로, 장엄하게 떨어지는 태양과 빨갛게 물들어가는 강과 산으로 나에게 살아 있다. 진정한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그것은 우리들의 생명의 빛 한가운데 심어놓은 씨앗과 같기 때문이다. 그 생명의 빛은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고 시작도 끝도 없으니 말이다.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게 할 것이다. 그것이 두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넘어서 인생의 바른 길과 생명의 빈들에 사람들을 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 생명의 빈들에서 새들은 운다. 그 생명의 빈들에서 해가 뜨고 진다. 그리고 그 생명의 빈들에서 우리들이 나고 죽는다. 거짓된 사랑은 죽고 참된 사랑의 싹이 튼다. 모처럼 사랑의 마음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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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3-2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진실한 사랑은 존재하나요?
1백원짜리 불량식품을 먹는 것처럼
여전히 사랑에 의심을 품고 삽니다.

혜덕화 2006-03-26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화로운 삶의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이 떠오르네요.
다음 생에 다시 찾고 싶은 사람으로 지금 이 생을 사는 것, 그게 내가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선물 일것 같아요. _()_

달팽이 2006-03-26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에서 넘길 수도 뱉어낼 수도 없는 그런 사랑
그래서 늘 품고 사는 사랑
그 사랑에 세상이 녹아내리는 사랑
그런 사랑이라면....
좋겠군요...여우님..

트레야가 나를 찾을 거지? 하고 물은 것은 개체성으로서의 나가 아니라,
죽음을 맞이할 무렵 그녀가 깨달은 참다운 자기의 본성을 찾아줄꺼지?
라고 하였던 것이라고 캔은 말하고 있습니다.
스콧 니어링이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면
그의 삶이 더욱 빛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혜덕화 2006-03-2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체로서의 나는 지금 이 생, 이 몸이 다하면 사라지는 거죠. 하지만 자기 자신의 본성을 자신 조차도 모른다면, 다른 어떤이가 날 찾기 전에 나부터 나를 먼저 찾아보아야겠죠. 트레야는 행복한 사람이군요. 죽기 전에 자신을 찾았으니, 책을 안읽어봐서 내용을 잘 모르겠지만......_()_

달팽이 2006-03-2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성철 스님의 불기자심, 다시 생각나는군요..
 
누구나 쉽게 하는 응급처치 동의보감
한승섭 지음 / 중앙생활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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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느끼는 것이겠지만 간단한 증세에도 어쩔 줄을 몰라서 우왕좌왕했떤 경험들이 많은 것이다. 나도 역시 그러했다. 더구나 부정맥이라고 하는 이상한 증세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자라면서 42도에 이르는 열로 온몸에 열꽃을 피웠을 때에나 먹은 것을 토해내고 밤새도록 잠을 자지 못할 때 무조건 응급실로 달려가기보다는 응급조치라도 해줘서 아이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줬으면 하고 생각했던 때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질 수 있는 가벼운 질병들은 구태여 병원에서 아이를 놀래킬 필요없이 민간요법으로 양약없이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그래서 여유있을 방학 때 읽으려고 전에 주문해두었던 책을 이제야 들게 되었다. 모든 질병이 그러하지만 병원은 병의 진단에 이르는데에만 많은 검사와 기계를 거쳐야 하고 거기에 마음으로 이미 기가 죽고 신체를 상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나라 병원에서 처방하는 양약의 항생제의 양이 아주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물과 약초로 집에서 간단하게 다스릴 수 있는 동양의학에 관심이 갔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흔한 감기라 하더라도 그것이 사람의 체질에 따라 그리고 음의 성질이냐 양의 성질이냐에 따라 처방이 아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병에 대한 일반적인 처방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의 말을 더욱 들어야 하고 병의 진단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그 다음이 치료하는 자의 정확한 판단과 정성의 문제가 된다. 양의사들도 이런 점에서 환자의 상태를 병명만으로가 아니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혈압, 당뇨, 빈혈, 변비 등의 일상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질병 외에도 암, 심장병, 심근경색, 중풍의 문제도 일상생활 속에서 예방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다. 병원과 현대의료체계에서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서민들과 병원병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작은 위안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당장 몇 가지는 실험해볼 수 있었다. 인삼과 호두를 넣어서 끓인 탕은 기관지와 목에 좋고, 더덕은 물채한 데 뿐만 아니라 목의 거담을 해소하는 데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부추가 위장 간장 신장을 보해준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이뇨작용과 설사를 멎게 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인간의 몸으로 생로병사를 면할 수는 없겠지만 간단한 지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일상적인 식이요법 및 치료법을 알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번 기회로 약탕기나 하나 구입해서 좀 더 여러가지의 실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나도 소음인과 태음인이 섞인 체질이라 작은 질병들은 간간히 몸에 붙이고 사는지라 내 몸을 실험대상으로 하여 공부를 해나가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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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2-07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탕기 세 개나 있어요.
약탕기에 눈처럼 새하얀 한지를 꼼꼼하게 덮고
약 다리는 냄새가 집안에 흘러 다니면 신선이 된 듯한 기분입니다.
공부 많이 하셔서 제 약도 부탁드립니다.^^

달팽이 2006-02-0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거 돌팔이가 사람들 잡는것 아닌지 모르겠네요...
제가 좀 얻어먹어야 되는 것 아니에요?
 
마음의 기적
디팩 초프라 지음, 도솔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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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데거는 "위험이 있는 곳에서 우리를 구원할 방법도 함께 성장한다."라고 했다. 개인사를 통해서 보든 세계사를 통해서 보든 그것은 계속되는 진실이었다. 몸이 아파야 자신을 돌아볼 줄 알게 되고 사회적 위기 속에서 부패한 부분을 잘라내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을 우리는 늘 보아왔기 때문이다. 나도 살아오는 동안 몸이 아파서 외출을 자제해야 했던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외출에 신경쓰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질병으로는 나를 돌아볼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말 몸이 불편해서 내 몸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될 때에야 비로소 나는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에 대해 보다 여유있게 들여다볼 자세를 가질 수 있었다. 그 때 나는 이 몸을 아프게 했던 내 행동들을 지켜볼 수 있었고, 그 행동을 야기한 마음을 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몸이 아플 때 늘 간단한 약과 치료로서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려고만 한다. 하지만 큰 병일수록 그것은 우리들의 생활패턴의 변화를 요구하고 나아가 우리 마음가짐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저명한 심신의학자인 저자는 질병과 건강을 보다 큰 의미로 접근한다. 질병은 몸에서 생긴 이상증세가 아니라 그 증세를 가져오게 한 생활습관과 마음의 태도와 습관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 건강이란 몸에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마음의 행복 상태에 있는 상태를 말하고 그에 따라 몸도 행복한 사람을 말한다. 나아가 그는 몸과 마음을 관통하는 생명, 우주적 생명과 맞닿아 있는 상태를 진정한 의미의 건강이라고 말한다.

  앞 장에서 그가 많은 사례를 들어 마음이 질병을 만들어내는 것과 그 마음의 자기 계시로 불치의 병을 낫게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음식을 통한 질병과 질병의 치료에 대해서도 설명을 빠뜨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음식이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좋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섭취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인간의 삶 속에서 나타나는 모든 질병은 마음의 산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마음이 그러면 어떤 경로를 통하여 신체적인 질병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우리 의식의 장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용이치 않다는 점에서 명쾌하지는 않다. 그렇다하더라도 아무런 과학적이고 현상적인 설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음은 인체내의 호르몬의 생성과 억제를 통해 뇌 속에서나 신체내에서의 화학물질의 생성과 억제를 통해 우리의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미 어느 정도 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나아가 마음을 계발하면 우리들의 질병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수도 있다고 말한다. 물론 여기서 그의 결론이 멈추지 않는다. 결국 진정한 질병이란 마음의 거짓된 환상으로부터 생기는 것이며 거짓된 자아의 틀을 벗어나 존재의 참된 모습과 맞닥뜨리게 될 때 비로소 참된 건강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참된 건강은 우주적 존재의 진화의 방향과 일치한다. 지구상에 생긴 단세포생물에서부터 진화의 가장 정점에 선 인간에 이르기까지 마음은 전체를 인식하는 능력을 더욱 키워왔다. 마음의 기적은 그런 진화의 가장 정점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의식의 본질과 방향을 같이할 때 만들어지는 '우아한 우주'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많은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물음을 멈추게 될 때 세상에 대한 물음도 동시에 멈춘다. 아직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의 존재에 대해 몸을 통해 마음으로 들어가고 표면의식을 통해 잠재의식으로 들어가 한번도 맞닥뜨리지 못한 나의 존재의 심연속으로 온자신을 던져보아야 알 수 있는 그것에 대한 호기심이 우리들을 움직이게 한다. 우리들을 살아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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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05-10-1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친정 오빠가 이 책을 읽는 걸 봤었는데...님의 글을 보니 저도 빌려서 한번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맙습니다.

달팽이 2005-10-1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또 이누아님으로군요...
항상 책읽는 리듬을 맞추어서 글남겨주시고...
책 읽고 페이퍼도 좀 자주 써주셔요...
그래야 자주 들리죠...^^

이누아 2005-10-1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부끄럽군요. 읽고 안 쓰는 리뷰도 있지만 읽다 말거나, 이해가 안 되거나 이런 책도 많고...무엇보다 읽는 양이 얼마되지 않아서...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쓰는 건데...흑흑...책 좀 읽으라는 질책으로 알고 분발하겠습니다만 님의 책읽기 정도는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어쨌든 충격적인 댓글 읽고 정신이 번쩍 듭니다. 지도편달에 감사, 감사...

달팽이 2005-10-14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양으로만 글을 읽진 않잖아요, 이누아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표현의 양을 떠나서 마음을 맞출 수 있는 분이란 걸 알겠어요.
사람마다 스타일의 차이는 있으니까요..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
크리스틴 브라이든 지음, 김동선 옮김 / 인터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어느날 길을 가다가 여기가 어딘지 낯설어보여 내가 누구이고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른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 것인가? 어느날 길을 가다가 걷는 방법을 잊어버려 그 자리에 멈춰서서 한 걸음도 옮길 수 없게 된다면 또 얼마나 막막할 것인가? 이 이야기는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질병 중의 하나이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출현으로 인간은 이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질병들에 대처해야만 하게 되었고 알츠하이머로 대표되는 노인성 치매는 자신뿐만 아니라 24시간 옆에서 지켜보고 보호해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사회적인 문제화되고있는 현상 중의 하나다.

  기존에 알츠하이머나 노인성 치매에 관한 책들은 주로 호스피스 활동가들이나 간호원 또는 가족들의 입장에서 환자들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의 입장과 관점에서 병의 진행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고통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고, 따라서 이해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간호자의 입장이나 제 3자의 입장에서 편한대로 보았던 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초기에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고 조기치료와 적응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통해 알츠하이머에 맞섰던 당당한 크리스틴의 용기와 자신의 경험을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알츠하이머를 위시한 노인성 치매 증상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보다 잘 이해시키고자 한 그녀의 배려심은 이런 기존의 문제점을 극복하게 해주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들이 보다 인간적인 존엄성을 갖추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그 어떤 병이라도 그러하듯 병 그 자체와 대면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마음에서 먼저 만들어내는 두려움과 공포가 더욱 크기 마련이다. 그래서 병보다 먼저 우울증이 오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분노를 표출하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때로는 자신을 둘러싼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들을 더욱 왜곡시키고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가 주위의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시켜서 불필요한 오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자신의 마음을 왜곡시키지 않음으로써 보다 친근감과 사랑을 길고 깊이 유지할 수 있으며 이런 인간관계의 긍정적인 면이 병에 더욱 능동적이고 자신감있게 대면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죽음에 이르는 병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우리들의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틴도 역시 마찬가지로 이 병을 통해 하나님이 자신에게 준 사명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따라서 병의 진행과정속에서 더욱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타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이렇게 자신을 뛰어넘는 어떤 가치를 가지게 되면 병과 자신의 죽음의 과정을 보다 의미있고 긍정적인 과정으로 이끌 수 있게 됨을 크리스틴은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제 나의 삶으로 돌아와보자. 나는 과연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비록 열심히 하지는 못하더라도 분명히 삶의 방향은 나에게 있다. 그 삶의 방향이 그르지 않다는 것도 안다. 어느날 문득 숟가락 드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되고, 어느날 문득 길을 걷다가 나의 다리에 내가 넘어지게 되더라도, 나의 사고하는 능력이 하나 둘 씩 사라지고 나의 온 몸의 세포들이 하나 둘씩 죽어갈 때, 바로 그 때에도 변함없이 존재하는 내 삶의 의미가 있다면 적어도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내 몸은 부서지더라도 내 마음은 자유로이 허공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크리스틴에게는 그것이 하나님이었다. 나에게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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