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컷 프로 X으로 시작하는 유튜브 동영상 편집 - 따라 하기만 하면 나도 유튜버!
남시언 지음 / 비제이퍼블릭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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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가 되고 싶은, 또는 되어야만 하는 초보를 위한 책!

유튜브를 시청할 때마다 어릴 때 불렀던 노래가 떠오릅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 정말 좋겠네 /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얼굴 /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 정말 좋겠네." 선생님께서 우리가 크면 그런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고 하셨지만 믿기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유튜브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재난은 우리를 비대면 사회라는 새로운 환경 속으로 몰아넣으면서 새로운 유튜브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선택적으로 즐기던 유튜브의 세계가 이제는 누구도 외면할 수 없고, 무시할 수 없는, 필수적이면서도 강력한 소통의 도구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여파로 유튜브를 구독하는 취미도 없었고, 채널을 개설할 계획도 전혀 없었던 저도 올해 강제적으로 유튜브를 배워야만 하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원칙에 따라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공해야 할 '의무'가 생긴 것입니다. 온라인 세상에 아직 적응도 덜 된 상태인데다, 장비는 물론이고, 아무런 기술적 자원도, 인적 자원도 없는 형편이라 그동안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도망다니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더 이상 도망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파이널 컷 프로 X>(보통은 "파이널 컷 프로 텐"이라고 읽음)은 유튜브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해 유튜브 환경에 적합한 '동영상 편집' 기술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책을 구매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 책에서 활용하는 <파이널 컷 프로 X> 프로그램은 MAC 운영체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MAC 전용 영상 편집 도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윈도우즈 운영체제에서는 사용할 수 없으며, <파이널 컷 프로 X>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맥북이나 아이맥 같은 MAC 운영체제를 가진 노트북 또는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꼭 숙지하셔야 합니다.

<파이널 컷 프로 X>은 "방송국이나 영상 제작 프로덕션에서 사용하는 전문가용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MAC 운영체제를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초보들도 비교적 배우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보고 마스터하기 힘들겠다고 지레 겁을 먹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는데, 그만큼 쉽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념부터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따라가기 어렵지 않습니다. 게다가, QR 코드를 활용하여 저자의 유튜브(동영상) 강좌와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며 직접 따라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파이널 컷 프로 X>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라, 유튜브 환경에 맞는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꿀팁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면, "요즘 동영상 편집 분위기에선 자간을 평소보다 좁게 사용하는 게 트렌드입니다. 글자 자체가 예쁘게 보이면서도 좁은 공간에 더 많은 글자를 넣을 수 있어서 유용합니다. 폰트에 따라 자간 설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195)와 같이 초보들은 알기 어려운 유튜브 동영상 편집 트렌드를 함께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유튜브 동영상 편집 기술은 이제 이 시대가 요청하는 기술입니다. MAC 운영체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쉽게 배우면서도 안정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기술을 익히기에는 최적의 교재이자 강좌라고 생각됩니다. 초보지만 조금 더 세련되고 보기 좋은 영상 편집을 원한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초보자들에게, 그리고 독학자들에게 이보다 친절한 교재는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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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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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 이 흉터들이 우리를 만나게 해 준 셈이에요."

그가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내 흉터도 마찬가지예요. 이보다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요?"

"없어요."(350)

출판물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이처럼 흡입력이 강한 소설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숲과 별이 만날 때>는 각기 다른 '흉터'를 가진 세 사람이 다섯 개의 기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어느 날, 길을 잃은 한 아이가 '조'가 연구를 위해 머물고 있는 숲속 집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고작 아홉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꾀죄죄한 모습에 맨발인 채로 자신이 바람개비 은하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알 수 없는 말을 합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도망가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이 꼬마는 '다섯 개의 기적을 보기 전까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조'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아이 때문에 난처해집니다. 아이를 무작정 데리고 있을 수도 없고, 내쫓을 수도 없는 '조'는 이웃집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둥지 연구에 충실했던 예비 조류학자 '조'와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보며 어머니와 둘이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의 알을 낳는 닭 때문에 길가에서 달걀을 팔며 지냈던 '게이브'는 길 잃은 아이를 돕기 위해 연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집을 찾아주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 역시 길을 잃은 사람들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몇년 전 암 수술로 커다란 흉터를 갖게 된 조는 자신이 남자에게 환영받을 수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숨기고 있습니다. 출생의 비밀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게이브는 자신이 세상에 환영받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감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몸이 불완전한 여자와 마음이 병든 남자는, 다섯 개의 기적을 보기 전까지는 집으로 갈 수 없다고 우기는 세상에서 가장 고집 센 꼬마가 그들과 함께 지내며 강렬하고 진실한 생의 흥분을 표출할 때마다 꽁꽁 닫아두었던 마음을 조금씩 열어갑니다.

판타지처럼 별에서 떨어지듯 어느 날 숲에 나타났던 꼬마의 이야기는, '멍' 자국으로 인해 불길하면서도 미스터리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흙 밑에 묻힌 사람의 그림이 자신이라고 말하는 아이의 숨겨진 사연은 범죄 스릴러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공포 속으로 독자를 몰아넣습니다. 죽은 애 몸 안에 자신이 들어갔다고 말할 때, 그것이 두 개의 자아가 한 몸에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였다면, 어쩌면 이 꼬마 얼사는 가슴이 없는 조의 상처와 마음이 아픈 게이브의 상처를 한 몸에 지닌 상징적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둥지에 있는 아기새들이 첫 번째 기적이고,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가 두 번째 기적이고, 어른이 되는 걸 까먹어서 아기 같이 재미있는 태비 언니가 세 번째 기적이라고 말하는 '얼사'의 달콤한 탄성은 환영받지 못한 존재로 태어난 얼사의 슬픔과 돌봄을 받지 못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얼사의 비극과 겹쳐집니다. 아이가 기적을 마주하며 밝게 빛을 발할 때마다, 얼사 안에 숨겨진 슬픔이 고스란히 제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아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한동안 얼얼 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을 두려워한다면 결국 누나처럼 모질게 변할 거고, 그게 바로 당신 누나가 원하는 일이에요"(274).

우리는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서로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기 원하지만, 그 마음들이 서로 소통되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의 비극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것이 죄의 문제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소통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헤매이고 있습니다. "알아요.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도의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린 여전히 소통하고 싶은 생각들은 뇌 속에 가둬 두고, 꿀꿀대는 거로만 표현하는 유인원에 불과하죠"(196).

상처 입고, 상처를 입히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우리는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환영해주고 받아들여줄 누군가를 '서로' 필요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사람을 찾지 못할 때, 마음의 문을 닫아 걸고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으로 스스로를 지키려는 전략을 택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완전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숲과 별이 만날 때>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흉터를 가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분명 기적이지만, 기적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말자고! 그러니 상처 입었다고 모질게 서로를 대하거나, 과거나 미래를 단절시킨 채 영원히 현재를 살지 말고, 순간순간을 아이처럼 달콤하게 즐겨보자고!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사랑이 싹트는 기적을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숲과 별이 만날 때>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게이브와 얼사가 대화를 나눌 때, 조가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순간들입니다. 그 장면들이 사랑스럽다고 느껴지는 건, 설령 엉뚱하고 바보 같은 말일지라도 마음으로 들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숲과 별이 만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알고 보면 그리 대단한 능력이나 어렵고도 대단한 무엇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이 야생의 세계가 가진 크고 놀라운 비밀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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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트
아네 카트리네 보만 지음, 이세진 옮김 / 그러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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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의 넋두리를 들으면서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들의 판에 박힌 일상에 코웃음 치고

남몰래 그들의 어리석은 근심 걱정을 비웃은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50)

<아가트>의 화자는 은퇴까지 5개월을 남겨둔 일흔 두 살의 정신과 의사입니다. 상담 회기로는 정확히 800회를 남겨 두고 있는 이 주인공은 해치우듯 남은 상담을 진행하며, 진료소의 벽 안에 갇혀 보내는 지루하고 보람없고 무의미한 시간들을 견디는 중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편견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요? 내담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않고, 상담 중에 딴 짓을 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지도 않는 정신과 의사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사교성도 없고, 기력도 없이, 진료소에 앉아 지독한 좌절감과 비참함을 느끼고 있는 이 정신과 의사에게 무엇보다 더 정신과 상담이 시급해 보입니다. 몸뚱이가 말을 잘 듣지 않는 노인의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너무나 생생한 피로감과 우울감을 마주하고 나니, 나이든다는 것, 특히 몸이 늙는다는 것이 처음으로 무서워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요. 하지만 삶이 자꾸 저한테서 도망가요

… 하지만 어떻게 그 안으로 들어가는지 전 모르겠어요"(62-63).

은퇴 이후의 보상을 기다리며, 이 지리멸렬한 시간을 어서 끝내고 싶은 의사에게 가장 필요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환자'일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아가트 지레므만'이라는 새로운 환자가 찾아옵니다. 말할 상대가 필요하다는 '아가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우울하고 비참하기 짝이 없는 의사에게 막무가내로 상담을 부탁하며 진료 약속을 잡습니다.

병이 씻은 듯이 나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이, 다만, 자신에게서 자꾸만 도망 가는 삶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아가트'와의 만남은, 이 정신과 의사에게 '낯선 자기 자신을 퍼뜩 발견'하는 시간이 됩니다. 의사는 이렇게 고백하지요. "경이롭지만 금지된 선물이 내게 뚝 떨어진 것만 같았다"(72). 다리가 부러진 채로 다른 사람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구경하는 구경꾼인 것처럼, 인생이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아가트를 보며, 자신의 삶에 내려앉은 자욱한 안개 같은 절망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아가트가 그렇게 해주기를 바랬기 때문일까요? 의사는 아가트와의 대화를 즐기며, 아가트와의 상담이 진행될수록,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써주는 일에 스스로 용기를 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써줄 수 있는 용기! <아가트>는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능력인지를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이 바로 이것이었음을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건강하다는 증거라는 것도요!

"하지만 선생님, 어떻게 자신의 고통을 제대로 보지 않은 사람이

남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평생 할 수 있나요?"(122)

<아가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통해 치유하는 직업을 가졌으면서도, "일단 진료실을 벗어나면 다른 인간과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아예 모른다"는 정신과 의사, "누군가와 정상적인 대화를 나눈 지가 너무 오래되어 진지하게 그 생각을 하면 상처가 될 지경"(79)이라고 고백하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입니다. 환자의 고통보다 자신의 비참함에 더 몰두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의사 선생님은 정작 자신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참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없었을지도요. 자신의 고통을 외면할 때, 우리는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며,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 스스로의 고통도, 서로의 고통도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 아가트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자신이 완전히 독특하다고 느끼는 동시에 완전히 하찮은 존재라고 느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89). 우리는 어떻게 해야 완전히 비참해지지 않으면서도 교만하지 않게 자신의 삶을 당당히 살아갈 수 있을까요? 자신의 '독특함'과 동시에 '하찮음'을 둘 다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기에는 너무 짧고, 하루하루 조금씩 무너져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에는 너무 긴 것이 인생이라지만, <아가트>에는 생을 긍정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인생의 비참함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보여주면서도 그것을 긍정하고 있지요. 자기 자신의 독특함과 하찮음을 모두 볼 줄 아는 법을 배울 때,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참아줄 수 있고,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써줄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될 때, 우리는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끝으로, 이 책에서는 "계피가루를 뿌린 사과가 오븐에서 익어가는 냄새"(47)가 난다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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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유은정 지음 / 성안당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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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중요한 날짜 두 개가 있다. 자신이 태어난 날과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알게 되는 날이다"(61).

언젠가 우연히 유은정 원장님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을 들은 후, 선생님의 강의를 꾸준히 찾아 듣고, 저서를 찾아 읽었습니다.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는 선생님의 책 제목처럼 제가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는 타입이었거든요. 누군가 내 마음을 읽어줄 때, 위로받는 그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유은정 원장님의 신간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이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영화 <굿 윌 헌팅>처럼, 유은정 원장님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참 잘 해주십니다. 사실 모든 심리 상담학 책들이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있지만, 유독 유은정 원장님의 말이 마음 깊은 곳까지 더 잘 와닿는다고 느낍니다. 단순히 치얼 업을 하듯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힘차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왜 내 잘못이 아닌지 조목조목 짚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라는 신간도 바로 그런 힘을 가진 책이라 생각됩니다. '나는 왜 이리 소심한 걸까, 내가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지나치게 예민해지지 말자' 하는 다짐을 매일 하며 살았는데, 이 책을 읽고 어느 정도 자유함을 느낍니다. 우리가 말하는 사랑과 우정이 얼마나 가볍고, 유대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깨어지기 쉬운 것인가 하는 회의 때문에, 어쩌면 저는 '나를 희생해서라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의 쓰레기통 같은 역할을 하고 있거나, 힘들 때만 찾는 사람, 쉬운 사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떨쳐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편한 사람이 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 하면서도, 어려워하지 않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그 편안함이 때로 무례함으로 나타날 때는 저들의 무례함이 나에게 원인이 있다는 생각에 자책하는 밤이 많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는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예민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고, 상대방의 무례함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문제라고 심리적 경계선을 긋는 훈련을 해보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도리를 다 하되 그에 대한 반응은 그 사람의 몫이라고 선을 그으니 상대의 반응에 따라 전전긍긍하지 않게 되었고, 더 자신감(?) 있게 친절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할까요. 정말 '진심 어린' 마음이라고 해도 가까운 사람에게 '조언'을 하는 행동도 아예 삼가게 되었습니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고 하지만 그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폭언이 될 수 있는지 직접 겪어봐서 알고 있고, 또 이 책에서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를 통해 내가 들은 말에 대해서는 위로(치유)를, 내가 했던 말에 대해서는 큰 충격(깨달음)을 경험한 셈입니다.

심리 상담은 치유와 함께 예방(교육)도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이 책은 그 두 가지 유익함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웠을 때, 어둡던 마음에 불이 확 커켜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바로 그러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연신 깜빡이는 눈꺼풀을 느끼고 꼼지락거리는 손가락과 발가락의 움직임에 신경을 집중해 보라. 아무런 의지가 없는 당신을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펌프질을 해대는 심장의 노고를 생각해 보라. 세상을 보는 눈동자, 냄새를 맡는 코, 맛을 보는 혀, 손가락과 발가락, 목과 무릎 등 내 몸의 움직임을 온전히 느껴 보라. 그리고 기상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청소하는 시간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 움직이는 습관을 들여라.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부터 챙겨야 삶도 질서정연해진다. 난파선에는 원래 보물이 많은 법이다"(84-85).

"그러므로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 남아 있다면 앞으로는 이렇게 이야기하자. "3년 전의 일이잖아요"가 아니라 "아직도 유효한 문제거든요"라고 말이다. "이미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느냐"가 아니라 "지금도 중요한 일이구나"로 말이다. 해결하지 못한 감정에는 유효 기간이 없다"(107).

"박탈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과소평가함으로써 생겨나는 감정이다"(141).

"자존감보다는 자존감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 "내 인생의 B컷도 괜찮다"는 것을 배운 것도 나 자신을 좀 더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내 마음이 건강해야 다른 사람들을 더 잘 배려하고 받아줄 수 있음을 느낍니다. 나를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을 때, 내 몸 같이 내 이웃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 책을 읽고 조금은 더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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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진심 - 산상수훈을 통해 듣는
스카이 제서니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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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찬양하는 것과 그분께 실제로 순종하는 것,

이 둘 사이의 긴장이 현대 기독교가 도덕적 권위와 영적 신뢰성을

잃어버린 결정적인 이유다(15-16).

세상이 멸망하는 이유는 죄인이 많아서가 아니라, 의인 열 명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요즘입니다. 세상의 진짜 문제는 죄인들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자들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데에 있음을 아프게 깨닫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말씀을 가벼이 여기거나, 오해하고 있거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것, 그것이 진짜 문제이며,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렇게 살 때, 이 세상은 소망을 잃는 것이지요.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소망을 잃어가는 이 세대를 일꺠우는 선지자적인 외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수님의 가장 위대한 설교로 손꼽히는 '산상수훈'을 다시 풀이해 주는데, 단순한 강해에서 끝나지 않고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것을 어떻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를 꼬집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이름이 <예수님의 진심>입니다. 마치 비대면 사회에서 SNS 만으로 소통할 때, 표정이나 감정, 상황 등은 전달되지 않고 오직 '문자'로만 전달된 메시지를 종종 제 입장에서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제 입장에서 오해하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예수님의 진심>에 다시 귀 기울여보자고 하나님의 백성들을 초대합니다.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잘못 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 <예수님의 진심>에 다시 귀 기울이는 것은 실로 진지하고, 엄중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예수님의 진심>에 두 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스카이 제서니 목사님은 "팔복을 조건으로 바꾸지 말라"는 단호한 외침으로 이 책을 시작하는데, "종교적인 사람들이 성경을 읽으면 위험해진다. 그들은 특별한 경우를 보편적인 경우로 해석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20)는 첫 문장에서부터 심각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성경을 해석하기 딱 좋은 설교자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하던 일을 내려놓고 '사람을 낚는 어부' 곧 제자가 되라고 부르신다. 종교에 빠진 자들은 이것을 베드로만의 특별한 소명으로 보지 않고 모든 크리스천들에 대한 보편적인 기대 사항으로 본다"(20).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경우,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셨다고 보편적인 적용을 해왔었던가요! 그렇게 적용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반론도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성경을 읽을 때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바, 즉 그 1차적인 메시지에 귀 기울이는 것이 '먼저'라는 관점에서 귀 담아들어야 할 지적이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들이 '산상수훈'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고 있을 <예수님의 진심>을 들려줍니다. "팔복을 조건으로 바꾸지 말라", "예수님은 복을 받는 방법을 규정하신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복을 받은 사람들을 기술하신 것이다. 세상은 강하고 웃는 사람들이 잘 산다고 말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다르게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에서는 약하고 슬프고 무시당하는 사람들이 잘 산다는 말씀으로 우리의 기대를 뒤엎으셨다(22). … 다시 말하지만 산상수훈의 도입부는 해야 할 일의 목록이 아니라 좋은 소식들의 목록이다. 예수님은 그분의 나라가 옴으로써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사람들에 관해 기술하셨다. 그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규정하신 것이 아니다"(23).



"누군가를 향해 분노를 끓이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를 경멸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경멸은 상대방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다"(90).

<예수님의 진심>이 저에게 던져준 두 번째 충격이자, 가장 큰 충격은 '분노'와 '경멸'에 대한 통찰이었습니다. 우리는 '분노'가 위험한 무기라는 것, '분노'를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것, '분노'가 얼마나 파괴적인 힘인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진심>은 분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경멸'이라고 경고합니다. 분노하지 않고 "차분한 성격이 꼭 마음이 올바르다는 증거는 아니"(85)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다른 종류, 더 독한 종류의 분노에 관해 말씀하셨다. 그것은 바로 경멸이다"(86).

이 통찰에 정신이 번쩍 든 이유는, 교회 공동체는 얼마나 많은 순간, 온유를 가장하여 '경멸'을 쏟아놓고 있는가 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노'는 나쁜 것이라고 정죄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경멸'이라는 함정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경멸은 단순한 분노와 다르다. 경멸은 상대방의 내적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분노할 가치조차 없는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행위다. 상대방에 대한 일말의 관심이나 배려나 존중조차 거두어들이는 것이다"(86).

스카이 제서니 목사님은 이러한 메시지들을 직접 그린 삽화와 함께 설명해줍니다. 간결한 삽화 한 장에 얼마나 묵직한 메시지가 녹아 있는지 보면서 여러 번 감탄했습니다. 쉽지만 가볍지 않고, 잘 읽히면서도 깊이가 있는 책입니다. 새신자부터 목회자까지 누가 읽어도 유익했다고 말할 만한 책입니다.

<예수님의 진심>은 갈림길 같은 책입니다. 진짜 크리스천과 가짜 크리스천을 구분하는 기준점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았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다니고, 예배를 드리면서도, 삶의 변화가 없고, 그리스도의 향기가 없는가라는 질문 앞에, 이 책은 "당신이 진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반문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교회에 다니고 예배를 드리면서도 예수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지 않고, 순종할 마음조차 없는 것은, 사실 우리가 진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말입니다. 예수님보다 더 사랑하는 것, 더 얻고 싶은 것이 있기 떄문에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도 들리지 않고, '아멘'은 하면서도 행할 마음이 없고, 예수님의 제자라도 하면서도 삶의 변화가 없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예수님의 진심>을 올바로 이해하고 반응하는 교회들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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